김으겸 소설 +19 제5편 마이카드

제주소설가 | 2023.07.03 17:21:41 댓글: 0 조회: 1566 추천: 0
분류연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484103

+19

김 으 겸 소설

5편 마이카드

사쿠라의 다락방.

세 소녀가 사각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 뻐꾸기 넌 요즘 발전이 없어 보이는데? 전혀 공부를 안했지?”

희경이 연한 블랙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사쿠라에게 물었다.

! 실은 살아가기 바빠서.......”

사쿠라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어디 강화되는 암호들을 해독할 수 있겠어? 이번에 네가 해줄 것은 무려 2100개 단어로 된 암호인데.”

신희가 말했다.

? 2100개 단어? 뭐가 그렇게 많아?”

사쿠라는 정말 놀라고 있었다. 온라인게임들 서버라고 해야 겨우 40~70개 단어에 불과하고. 은행들도 100~150개 단어를 쓰는 곳도 많지 않은데. 무슨 군사기밀이라 해도 그렇게 많이 암호를 설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해. 차차 알려줄게.”

희경이 더 이상 알려주지 않겠다는 태도다. 장단 맞추듯 신희도 고개를 끄덕인다. 뭔가 커다란 계획이 있음을 눈치 챈 사쿠라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뻐꾸기 넌 분명 일본인은 아니지?”

희경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당근이지 나야 언제나 한국인이야.”

그럼 마이카드 하나 줄게. 삶에 너무 매달리지 마라

마이카드? 그게 뭐야?”

사쿠라가 호기심 있는 눈으로 희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만든 디지털 작품이지 호호.......”

희경이 웃으며 대신 설명 좀 해달라는 듯 신희를 바라본다.

가상계좌 자동 설정해서 금액이 항상 보충되는 카드로 모든 은행 시디기를 통해서 원하는 금액을 인출할 수 있는 카드야.”

신희가 간단하게 설명했다.

? 그럼 시디기를 해킹해서? 그건 범죄잖아?”

사쿠라가 놀란 눈으로 신희와 희경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해킹 자체가 범죄지....... 하찮은 능력으로 안전하다고 설정한 프로그램을 우리가 이용하는 것이니 그들 실수라고 보면 어떨까? 어차피 그들 능력으로 스스로 방어하고 우린 우리 능력으로 그걸 깨고....... 세상 이치잖아. 그렇게 생각하자. 그리고 그 가상계좌에 있는 돈들은 탈세를 목적으로 정치인. 재벌. 그리고 권력자들이 숨겨둔 돈들을 사용하는 것이니 너무 아파하지 말고.”

희경이 사쿠라를 설득하며 말했다.

세상에....... 희경이 너의 능력은 마치 신 같아. 도무지 헤아릴 수조차 없어. 그럼 마이카드 하나만 들고 다니면 그들 돈을 마치 내 포켓처럼 사용하는 것이잖아. 그럼 돈이란 것이 필요 없는 것이고. 벌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고. 대단해. 정말 희경이 넌 인간이라고 할 수 없어 신이지.”

사쿠라는 정말 희경이 능력에 탄복했다.

어렵게 생활하지 말고 마이카드 적당히 이용하면서 공부에 전념해. 네가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네가 꼭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깐.”

희경이 손에 하얀 바탕에 무지개가 그려진 카드를 들고 사쿠라에게 내밀었다.

사쿠라는 지난 2년 전 일을 생각하며 지갑에서 마이카드를 꺼내 들고 미소를 지었다. 아직 단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카드지만 그런 카드를 들고 있다는 것 때문인가 사쿠라는 늘 넉넉한 마음이었다. 마치 부자가 된 듯.

미나미! 배고프지? 밥먹으러가자.”

사쿠라는 미나미 어깨를 손바닥으로 다독이며 말했다.

! 고마워 언니!”

미나미는 한 살 많은 사쿠라를 언니라고 불렀다.

뭐 먹을래? 언니가 맛있는 것 사줄게.”

얼큰한 것 먹고 싶어. 한국음식으로.”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야. 가자 가까운 곳에 고려정이란 한국음식점이 있어. 그곳 김치찌개가 일품이야.”

사쿠라는 미나미 손을 잡고 빠르게 다누키코지 골목길로 걸어갔다.

서울 성내동.

45층의 우남빌딩.

금융재벌 우남의 본사 사옥

허문우와 차도영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있었다.

그래서? 두 개 파들 간에 별다를 싸움은 없고?”

문우가 물었다.

아직은 서로 서버 하나씩 공평하게 차지하면서 공존하는 형식이야.”

도영이 대답했다.

대충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지만 우리 p게임에 그런 조직들이 공존하다니 참 기막힌 현실이네. 그걸 아버지는 알고도 모른 체 같이 공존하는 것이고?”

그들 조직이 아니면 p게임이 인기가 있겠어? 그들 때문에 인기도 있는 것이고 회사로서는 이득이니깐 서로 공존하는 것이지.”

아버지가 일본으로 가신 이유를 알지?”

문우가 물었다.

대충.......”

나도 대충은 알아 일본 총리와 무슨 밀담을 나누려는 것을 도대체 일본 총리와 뭘 꾸미는 거야? 그것도 알아?”

요즘 일본 총리가 정치적으로 위기에 봉착해 있잖아. 그래서 회장님은 물론 우리나라 외무부에서도 같이 동행을 했는데 뭔가 밀약이 있을 모양이야. 일본총리가 다시 정권을 잡으려고 어떤 요구를 하겠지.”

도대체 또 뭘까? 정치적으로 위기를 느끼면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고 떠들어 보수파들을 집결시키는 정도로도 일본총리가 재집권하긴 어렵다는 것이겠지?”

당연히 이번은 어려워 현제 일본총리 지지율이 겨우 12%야 특단의 조치를 취하려는 것이고 거기에 우리나라 정치인이나 회장님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지. 물론 회장님도 우리 어떤 정치인도 거액의 돈을 받겠지만.”

그것보다 우리 p게임이 요즘 다시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알아? 게임 오픈하고 벌써 6명 째 자살사건이 생겼잖아. 그대로 놔둬도 되는 것인지?”

문우가 걱정스러운 듯이 도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우리가 죽인 것도 아니잖아 자살인데 뭘. 그 사건으로 우리 p게임은 다시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우리 p게임 광고는 많이 되잖아. 사실 게임 오픈하고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자살사건이 우리 게임을 연속적으로 광고해준 꼴이지. 그 덕에 지금처럼 인기도 유지하게 됐고. 죽은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우리로선 나쁠 게 없어.”

도영은 무척 냉철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어제 잠깐 서버를 모니터링 하다가 봤는데.......”

문우가 말을 하다가 말았다.

뭔데? 무슨 문제가 있어?”

도영이 급히 물었다.

누군가 광고를 하던데 채팅창으로.......”

뭐라고?”

게임으로 잃은 현금이 많은 사람들 신고하라고 찾아 주겠다며.”

아하! 난 또 뭐라고. 그런 허풍장이들 많아. 그러면서 사기도 치고. 아줌마들 사귀기도 하고....... 어디 한두 푼이야? 억 단위들인데 무슨 수로 그걸 찾아줘. 허풍이지. 신경 쓰지 마.”

웃기는 것은 남자는 안 되고 여자들만 돕는다며 전화번호를 남겼는데....... 그게 문제가 있어.”

문우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문제라니?”

내가 추적해본 결과 그 전화번호는 해병대 중사 계급장의 김 형지란 사람 것인데. 물론 가명으로 가입되어 있지만 내가 또 누구냐? 금방 알아냈지.”

문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뭐가 문제야? 해병대 중사도 게임을 할 수 있고. 아줌마들을 사귀려고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김 형지가 누군지 알아?”

누군데?”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 접목. 자바스크립트 등의 자타가 공인하는 일인자야. 나의 대학 스승님이기도 하고.”

? 뭐라고? 너의 스승? 그럼 뭔가 문제가 있겠다.”

도영이 벌떡 일어나 어디론가 전화를 하려고 했다.

! 잠깐만....... 더 이야기 듣고 지시를 하던지.”

문우가 도영이 전화하려는 것을 제지하며 앉으라는 눈치를 보냈다.

? 뭐가 또 있어?”

우리 스승님 혼자 뭘 하겠어? 게임 서버를 뚫고 들어오려면 해커가 필요한 것이지 프로그램 전문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그렇다고 게임 전문가라해도 아줌마들 억대 금액을 찾아주려면 조직들을 항복시켜야하는데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물론 김 형지 스승께서 게임에도 전문가라 하지만 혼자는 무리야.”

문우가 차분하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 그건 그래. 그렇다면?”

도영도 문우 생각에 동의했다.

또 한분 계시지....... 나의 스승님이. 아주 아름다우신 누님이 한분. 그분이 같이 계시면 간단한 일이지.”

아름다운 누님?”

해커의 일인자 현제 사이버경비대 대대장 장 주희. 내가 가장 존경하고 가장 좋아하는 분이지. 그분이 같이 행동하신다면 조직들은 금방 항복할거야. 한번 지켜보자고. 흥미로운 게임이 될 것이니까.”

문우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켜보자니? 넌 너의 스승님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지켜보겠다는 것이야? 이건 엄연한 범죄야.”

어차피 이건 게임이야. 하하....... 서버 비밀번호를 더욱 강화시켜. 암호가 100개 단위가 넘도록 설정해. 도영이 네가 할 수 있는 방어를 능력껏 발휘해봐. 난 스승님들 능력을 지켜볼 생각이니깐.”

? 으하하하........ 거 참 재미있는 게임이 되겠는 걸. 좋아 나도 게임에 동참한다. 그리고 조직들에게도 슬쩍 정보를 흘려주지.”

도영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무실을 나갔다.

........”

혼자 남은 문우 표정이 순간 심각하게 변했다.

그 아이들........ 그 여중생들만 끼어들지 않으면 좋으련만. 만약에. 만약에 그 아이들이 끼어들면 감당할 수 있을까.......? 나도 나의 스승들도 그 아이들 상대가 될까? 그 아이들이 끼어들면 우리 p게임은 어찌될까....... ....... 게임이 망한다 해도 그 아이들 한 번만 만나보고 싶다.”

문우는 왜 이렇게 그 여중생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자신의 능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시해버리고 사라진 여중생들에게 대한 자존심 때문인가. 문우는 긴 한숨을 내쉬며 지그시 눈을 감고 소파에 몸을 뉘었다.

사쿠라와 미나미는 니조시장 골목에 있는 고려정이란 한국음식점에 앉아있었다. 미나미가 먹고 싶다던 얼큰한 한국 김치찌개를 앞에 놓고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았다. 바로 미나미를 사창가에 팔아넘기려던 사채업자가 있는 동네였고 더욱이 노리모토가 미나미와 사쿠라가 이곳 한국식당으로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미나미가 봤다.

그런 미나미 속내를 아는지 사쿠라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미나미 걱정 말고 얼른 먹어. 언니가 다 해결해줄게.”

사쿠라가 숟가락을 들어 미나미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언니가? 무슨 수로?”

미나미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사쿠라를 바라보며 물었다

한두 푼도 아니고 팔십만 엔 이자까지 100만 엔은 돌려줘야 해결될 분제다. 물론 스즈키가 끼어들어 제압을 했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당연히 돈을 갚아야 되는 것이다. 그 많은 돈을 사쿠라가 무슨 힘으로. 미나미는 믿기 힘들었다.

얼른 먹기나 하라고. 얼른.”

사쿠라의 재촉에 미나미는 죽을 땐 죽더라도 먹기나 하자. 그런 마음으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음식을 다 먹기 기다렸다는 듯 노리모토가 뚱뚱한 중년인과 같이 들어왔다. 사채업자 호가이다.

얼마 드리면 되겠어요?”

사쿠라가 앉은 자세 그대로 물었다.

스즈키를 생각해서 본전만 받기로 했다. 어쩌겠느냐?”

호가이가 미나미 뒤에 서서 말했다. 미나미는 몸을 움츠리며 부르르 떨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세요. 제가 지불해드릴게요.”

사쿠라가 대답하며 벌떡 일어섰다. 두려움에 떨며 사쿠라를 올려다보는 미나미에게 안심하라는 눈짓을 한 사쿠라는 혼자 음식점을 나섰다. 이미 스즈키가 개입되어 있으므로 미나미를 더 이상 어떻게 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사쿠라는 안심하고 희경이 주고 간 그 마이카드를 처음으로 사용하려는 생각으로 건너편 오도리니시 은행 시디기로 달려갔다.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마이카드를 시디기에 넣고 희경이 알려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오호! 정말 된다.”

사쿠라는 얼른 인출할 금액을 입력했다. 정말 시디기서 돈이 나오고 있었다.

희경 도대체 넌 사람이냐? 아니면 신이냐?”

사쿠라는 정말 희경이 신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이카드를 건네주면 하던 말을 떠올렸다.

걱정할 것 없어 인출할 때 얼굴 가리고 갈 필요도 없고 카메라 무서워 할 필요도 없어 절대 걸리지 않으니까.”

그렇게 말하던 희경이 더욱 신같이 느껴졌다.

사쿠라는 80만 엔이 될 때까지 연속으로 돈을 인출했다.

부들부들 떨고 있던 미나미는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고. 사쿠라는 돈을 들고 달려와 호가이에게 건넸다.

차용증이다.”

호가이는 차용증을 미나미에게 던져버리고 노리모토와 함께 음식점 밖으로 사라졌다.

. 언니........! 흑 흑...........”

미나미는 흐느끼며 사쿠라 품속으로 안겼다. 사쿠라는 말없이 미나미를 꼭 안아주고 있었다.

................

박수소리가 들리며 유리에가 들어왔다.

언니!”

미나미가 유리에 품속으로 달려가 안기며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고마워 할 사람은 사쿠라다. 아마 먹을 것 먹지 못하고 모아둔 돈일 것이야. 미나미 넌 평생 사쿠라를 은인으로 생각하며 그 은혜 잊지 말도록.”

유리에가 손바닥으로 미나미 등을 다독여주며 말했다.

야아! 미나미. 유리에 언니. 이제 밥도 먹었으니 우리 제니바코 가서 바닷바람이나 쐬며 기분이나 풀고 오자.”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사쿠라가 말했다.

! 그래 얼른 전철타고 제니바코역까지 가자. 거기 내가 진짜 좋은데 알고 있거든.”

유리에가 말했다.

푸우 흐흐........”

급기야 미나미가 울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제니코바는 위험해 보디가드가 필요하지.”

언제 나타났는지 스즈키가 한마디 하며 따라나섰다.

어떻게 할 거야? 네 친구들을 부를 거야??

니시온초메 역으로 걸어가며 유리에가 사쿠라에게 물었다.

! 그게 나을 것 같아 괜히 공개 채팅하는 사람들에게 엮이면 사기당할 수도 있고. 아니면 허풍일 수도 있고. 장담하는데 내 친구들이 그 쪽은 짱 이거든.”

사쿠라가 말했다.

걸어가는 동안 젊은 청년들은 공손하게 스즈키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 만큼 이 지역은 스즈키가 대장이었다.

“p게임에 한국의 폭력조직 2개 파가 개임돼서 기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건 어떻게 처리하겠니?”

유리에가 걱정스러운 듯 사쿠라에게 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힘이 필요하면 스즈키 오빠에게 부탁하죠.”

사쿠라가 배시시 웃으며 스즈키를 바라보았다.

! 그래야지. 내가 나서면 안 될 것 없지.”

스즈키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말했다.

호호호.........”

푸 흐흐.......”

유리에와 사쿠라가 웃었다.

오빠만 믿을 게요.”

사쿠라가 웃음을 멈추고 엄지를 들어 스즈키에게 보이며 말했다.

.딩동.

그때다 사쿠라 핸드폰으로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그 친구에요.”

사쿠라가 문자를 읽으면서 말했다.

뭐래?”

유리에가 물었다

비행기 표가 먼저 왔네요.”

사쿠라가 대답했다.

? 무슨 비행기 표?”

스즈키가 의아한 표정으로 가던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

.딩동.

다시 사쿠라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날아왔다.

제주도로 오래요. 아지트를 만들었다고.”

사쿠라가 문자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뭐라고? 제주도? 히야.......... 나도 가보고 싶은데.........”

유리에가 부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언니도 같이 가. 내가 친구들 허락을 받을게.”

사쿠라가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친한 언니가 있는데 같이 가면 안 될까? 하는 문자를.

.딩동.

핸드폰으로 다시 문자가 날아왔다.

비밀 방에만 안 들어오는 조건으로 면 환영. 그런 내용이었다.

저기......... 친구들하고 꼭 의논해야하는 방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환영이라는데..........?”

사쿠라가 유리에를 바라보며 물었다.

당연하지 서로 지킬 것은 지켜야지. 오케이.”

유리에가 대답했다.

나도. 나도 같이 가자.”

스즈키가 끼어들었다.

넌 안 돼. 국제적인 관심대상이잖아. 홋가이도의 폭력조직 보스가 한국에 간다면 아마도 한국 경찰에 미리 연락이 갈걸. 그냥 여기 있어 얼른 다녀올게.”

유리에의 말에 스즈키는 시무룩해졌다. 그렇지만 유리에 말이기에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요?”

미나미가 풀죽은 표정으로 물었다.

아참! 미나미 네 고향이 제주도라 했지? 한국 이름이........?”

유리에가 뭔가 생각난 듯 손바닥으로 머리를 탁치며 물었다.

. 한국이름이 수정이에요.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안될까요?”

간절한 눈으로 미나미는 사쿠라를 바라본다.

알았어! 같이 가자.”

고마워요 언니!”

사쿠라의 대답에 미나미는 무척 기뻐하며 사쿠라 목을 두 팔로 안고 볼에 뽀뽀를 여러 번 했다.

. 징그럽게. 호호.........”

사쿠라가 그렇게 말은 하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다.

그럼 이번 출장에 유리에 언니랑. 미나미가 같이 간다고 연락할게.”

사쿠라가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출국이 언제지?”

유리에가 물었다.

“5일 후. 아침 8시 아시아나 항공기야.”

알았다. 나도 비행기 표를 예약해야지.”

사쿠라와 유리에가 남긴 말이 홋가이도 어둠속과 함께 멀어져갔다.

김포 한강변 도로를 따라 김포시 진입로를 막 벗어나 통진 쪽으로 달리다 보면 한강변에 p카페가 있다.

아주 조그만 카페로 보잘 것 없기도 하지만 하루에 한 두 사람 찾아오는 것이 고작인 것은 차량을 주차하기도 어렵고 간판만 보일뿐 입구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카페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사람이 아닌 자판기 하나가 전부였다.

무인카페. 메뉴는 커피 한가지 뿐.

장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카페에는 3개의 탁자와 12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지만 창가 한강이 보이는 자리에 있는 의자 4개 외엔 전부 먼지가 뿌옇게 쌓여있었다.

어둠이 살짝 내려앉은 초저녁에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었다.

배가 불뚝 나온 뚱뚱한 남자. 김형지였다.

! !”

괜히 헛기침을 한 김형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카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카페에 익숙한 듯 거침없이 자판기를 눌러 설탕커피를 한 잔 뽑았다.

달달한 것이 기분은 좋게 만든단 말이야.”

김형지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창가 깨끗한 의자에 앉아 커피를 홀짝 홀짝 마시고 있었다.

또 청승 떨고 앉아서 살찌우고 있네요.”

조그만 여자 목소리가 김형지가 앉아있는 의자 밑에서 들려왔다.

살찌는 것 알면서도 달달한 것이 좋으니 허허.......”

김형지가 조그만 소리로 말했다.

들어오세요.”

다시 여자 목소리가 들리며 탁자가 빙글 돌더니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김형지 몸이 순식간에 그 계단 아래로 사라졌다. 그 뚱뚱한 몸이 그렇게 빠를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지하실.

놀랍게도 지하실은 무척 넓었다. 한쪽 벽면으로 길게 고정되어 늘어져있는 책상위에 10여개의 컴퓨터나 놓여있었다. 가운데 둥근 탁자를 중심으로 황색으로 된 가죽소파가 자 모양으로 놓여 있었다. 그 소파에 장주희가 앉아서 들어오는 김형지를 보며 눈웃음으로 반기고 있었다.

흐흐....... 이렇게 음침한 곳에 남녀 단 둘이 있으면 이상한 생각이 든다니까요. 특히 그렇게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으면 위험할 것 같은데요.”

김형지가 능글맞게 농담을 하며 장주희가 앉아있는 맞은편 소파에 털썩 앉았다.

어라! ? 그 능글맞은 태도로 농담을 하십니다. 그렇게 늘 주의를 줘도 또 실수를 하셨던데. 너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것은 아닙니까?”

김형지는 능글맞게 농담을 했지만 장주희 표정은 싸늘했다.

무슨........? 제가 무슨 실수를?”

김형지는 순간 긴장해서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제가 늘 주의를 줬잖아요. 백도어 설치는 절대 하지 마시라고. 그런데도 p게임 서버에 들어갔다 나오시며 백도어를 설치 하셨더라고요.”

장주희는 마치 스승이 제자를 야단치는 듯 엄한 모습이었다.

그걸 어찌.......? 혹시 들켰나요?”

김형지가 바싹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한번 해킹으로 뚫은 컴퓨터나 서버를 다시 제집 드나들 듯 손쉽게 출입하려고 백도어를 설치하는데 그건 초보자들이나 하는 행동이고 백도어 자체가 해킹을 했다는 흔적을 남기는 바보짓이라고 늘 주의를 줬는데....... ?”

장주희가 다시 야단치듯 말했다.

워낙 뚫기 힘들었거든요. 무슨 암호도 32자나 되고 1.2.3차까지 겨우 해독하고 들어갔는데 원하는 것을 다 못해서 다시 들어가기 쉽게 백도어 설치를 하긴 했는데 제 나름대로 감쪽같이 설치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대대장님은 속일 수 없군요.”

김형지가 장주희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 . 오해를 하고 계시네. 내가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발각됐으니 그게 문제죠.”

장주희가 기막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에? 다른 사람이라니요? 설마 p게임 운영자 측?”

김형지가 놀란 표정으로 걱정스레 물었다.

아니에요. p게임측이 아니고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 발각되어 그 사람이 오히려 김중사님 백도어를 따라 김중사님 컴퓨터를 털어갔어요. 모르셨나요?”

말을 하는 장주희 표정은 심각하게 변했다.

에이........ 설마요. 전 그 후 컴퓨터 전원을 뽑아놓고 아직 켜 본적이 없는데요. 전원이 꺼진 컴퓨터를 누가 털어요? 대대장님 아니면?”

김형지가 믿기 힘들다는 투다.

이봐요! 김중사님! 김중사님 컴퓨터만 털린 것이 아니에요. 여기 있는 10개 컴퓨터도 김중사님 컴퓨터를 털며 덤으로 털어갔어요.”

장주희가 기막히게 당했다는 투로 심각하게 말했다.

그럴 리가....... 여기 있는 컴퓨터들 역시 제가 최강의 방어벽을 구축한 컴퓨터고 제 컴퓨터와 더불어 전원을 다 뽑아놓은 상태였는데 어떻게........? 도대체 누가? ? 여기에 군사기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김형지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왔다갔다는 흔적은 남겼는데........ 어디서? 누가? ? 왔다 갔는지도 모르겠네요. 아마도 흔적 역시 일부러 나에게 경고를 하려고 남긴 것 같습니다.”

장주희 역시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 하하하........”

갑자기 김형지가 뭔가 눈치를 챈 듯 호탕하게 웃었다.

멍청하긴! 김중사님이 지금 생각한 그 아이는 아닙니다. 그런 실력도 없고요. 내 제자이기도 한데 그 아이를 내가 모르겠어요?”

장주희가 이미 김형지가 웃는 속내를 알아차리고 잘라 말했다.

문우 실력이 모자라면 도영이도 있잖아요. 그래도 운영자인데.”

김형지는 그래도 자신의 제자 허문우와 p게임 운영자 차도영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가끔 똑똑한 것 같은데 늘 바보 같단 말입니다. 내가 그 아이들이 다녀간 흔적을 못 찾을 것 같아요? 또한 그 아이가 다녀갔다면 왜 서버의 방어벽을 다섯 배는 강화시켰을까요?”

장주희가 농담이 섞인 말투로 물었다.

서버 방어벽을 강화시켰다고요?”

김형지가 물었다.

! 내게 편지를 보냈어요. 하시려는 것 능력껏 해보세요. 게임으로 생각하고 서버 방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리고 그 아이들도 아직 자기네 서버를 누군가 다녀갔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요. 특히 김중사님 흔적을 그 아이들은 발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3의 누군가 있답니다.”

장주희가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지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정말 큰일이군요. 세상에 그런 능력을 가진 자들이 있다면 말입니다. 특히 우리가 모르는 그 누군가라면 말입니다.”

김형지도 이제야 심각하다는 걸 느낀 모양이다.

그 아이들이라면 우리들 컴퓨터를 털어가지는 않았을 것이고 내게 일부러 경고를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내게 경고를 했다는 것은 이미 우리가 하려는 사실을 알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 컴퓨터를 10개나 털어가며 이미 다 봤겠지요. 해서 제게 경고를 한 것입니다. 섣부른 행동 하지마라 다친다. 이런 경고죠.”

장주희가 말했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고수가 있다고 보십니까? 설마 p게임 조폭들이 고용한 고수? 에이........ 아니죠. 그런 고수가 있다면 우리가 모를 리가 없죠.”

김형지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기억나십니까?”

장주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뭘 말입니까?”

김형지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우리가 클럽을 조직해서 아이들 가르칠 때. 각자 서로 컴퓨터를 방어하고 서로 같은 회원들 컴퓨터를 해킹하는 수업을 시켰죠?”

장주희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물었다.

. 그랬죠. 설마.........? 그때 그 일을 생각하십니까?”

김형지도 뭔가 눈치를 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 우리 클럽 회원들 컴퓨터 127개 하룻밤 사이에 전부 털렸죠. 그뿐입니까? 컴퓨터 방어벽을 새로 다 깔아놓고 사라져서 우리 회원들이 자기 컴퓨터 방어벽을 뚫고 컴퓨터를 사용하느라 길게는 1개월이 걸렸던 기억나십니까? 덕분에 우리 회원들 실력이 단숨에 많이 향상되었지요. 허나 아직도 누구의 짓인지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장주희는 이미 같은 사람 짓이라고 확신하는 표정이다.

그때는 제가 경고장을 받았지요. 하하하........”

김형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호탕하게 웃었다.

참 그때 경고장이 뭐였죠?”

장주희가 급히 물었다.

이런 글을 남겼었죠. 해독하고 들어가는 것보다 흔적을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남겼었는데 아직도 전 그 글귀가 머릿속에 남아있어서 해킹을 할 때마다 떠오르곤 한답니다.”

김형지가 말했다.

허어! 그 자로군요. 내게 경고를 한 내용도 같은 겁니다.”

장주희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똑같은 글을 남겼다고요?”

김형지가 다시 물었다.

아뇨........ 내 컴퓨터 바탕 화면에 발자국만 하나 남겼네요. 그 것도 내가 확인하자마자 연기처럼 사라져서 이젠 그 흔적마저 찾을 수 없고요.”

장주희가 놀랍다는 투로 말했다.

그건 또 무엇으로 그렇게?”

김형지 역시 놀랍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죄송하지만 저도 그걸 모르겠어요. 어떻게 내 컴퓨터 바탕화면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겼다가 내가 확인하자마자 사라져버렸는지 아무리 생각하고 내 지식을 총 동원해서 알아내려고 해도 알 수가 없답니다. 웹 사이트 같으면 php로 가능하겠지만 말입니다.”

장주희는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정말 그렇다면 큰일이군요. 경고만 하고 가는 것으로 보아 악의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번 p게임 문제 해결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 같네요.”

김형지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아무튼 p게임에서 게임으로 생각하겠다고 하니까 불법을 아니잖아요. 허락을 받은 것이니......... 시작해보죠. 어쩌면......... 그 고수를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장주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볼일이 있으니 p게임 서버에 그 고수도 들어갔던 것 아니겠어요?”

김형지도 장주희 생각에 동의한다는 말투였다.

틀림없이 올 겁니다. 대비를 철저해 해야죠. 왠지 의욕이 넘치네요. 오랜만에 우리보다 고수를 만나 한 수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장주희 두 눈은 더욱 반짝이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보죠. 그리고 늘 주의를 줬는데 또 백도어 설치를 해서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절대 명심해서 그런 실수를 더 이상 하지 않겠습니다.”

김형지는 진심으로 장주희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아참! 오늘 오시라 한 것은 아빠가 애플망고를 한 박스 보내셨더라고요. 해서 나눠드리려고 오시라고 했어요.”

장주희가 소파 뒤에서 미리 포장해 놓은 애플망고를 들어 김형지에게 줬다.

충성! 앞으로도 자주 나눠주십시오.”

김형지가 부동자세로 경례를 하며 애교를 떨었다.

도와줘야 할 사람들은 몇 명이나 모았나요?”

장주희가 경례를 받으며 물었다.

다 됐습니다. 모두 8명입니다.”

김형지가 대답했다.

이틀 후 시작합니다. 이곳으로 비밀리에 데려오세요. 최소 3일은 연습하고 본 작전에 들어갑니다.”

장주희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김형지가 공손히 대답하고 지하실을 나갔다.

누굴까........? 분명히 나를 아는 사람 같은데.......”

장주희도 뜻 모를 중얼거림을 남기고 컴퓨터마다 전원 코드를 뽑은 것을 확인하고 지하실을 나가며 불을 껐다.

컴컴한 지하실.

아무도 없는 컴컴한 지하실.

그런데........

귀신인가. 전기 코드가 다 뽑힌 컴퓨터마다 붉은 불이 한 점씩 들어오더니 10개 컴퓨터 모니터들이 동시에 켜졌다. 그리고 화면이 제멋대로 움직이며 컴퓨터의 폴더들을 열고 닫고 하는 것이 아닌가. 사람도 없는데........

! 문우 너! 대단하다.”

어느 조그만 방 컴퓨터실에서 허문우가 컴퓨터를 만지고 있고 그 옆에 차도영이 앉아 허문우가 컴퓨터를 하는 것을 구경하며 놀라 탄성을 질렀다.

이건 사부님한테 배운 것은 아니고 미국에서 우연히 배웠어. 전기코드를 뽑은 컴퓨터를 원격전류를 보내 구동시키는 것으로 나에게 이걸 가르쳐준 사람이 이 방법 이름을 원전. 원전 하더라 한국 사람이었나 봐.”

허문우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지금 너의 스승님 컴퓨터를 털고 있는 거잖아? 그러나 뭐가 나오는 것도 없는데? 그냥 게임만 하는 컴퓨터 같은데?”

차도영이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응 그렇게 보여 아무것도 없는 것이 이번 게임을 위해 준비한 컴퓨터 같아. 아니면 이미 내가 올 줄 알고 정리를 해둔 것인지도 모르고. ! 이상해.”

허문우가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뭐가?”

차도영이 얼른 물었다.

이상해........! 정말 이상해........!”

뭔가 마음대로 안 되는 듯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문우영의 이마에 땀방울까지 맺혔다.

뭔데? ? 무슨 문제 있어?”

차도영은 허문우 행동에서 일이 생겼다는 것을 느끼고 급히 물었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내 발자국이 지워지지 않아. 왜 지워지지 않지. 이상해. 정말 이상해. 이렇게 되면 스승님이 내가 컴퓨터를 털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큰일이네. 정말.”

허문우가 몹시 난처해하며 어쩔 줄 몰라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을 보고 차도영이 얼른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내가 새로 개발한 지우개를 시험해볼게. 잠시만........”

차도영은 자신의 포켓에서 usb를 꺼내 컴퓨터에 꽂고 마우스를 열심히 움직이며 뭔가를 깔았다 지웠다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어때? 이제 지워졌지?”

차도영이 자랑하듯 물었다.

! 정말 지워졌네. 하하하....... 도영 너도 대단하구나. 언제 이런 걸 배웠어? 이건 전문가 수준인데.”

허문우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하......... 게임서버를 가지고 있다 보니 공부가 되더라고 해서 정말 머리 싸매고 몇 달간 노력해서 겨우 이거 하나 개발했어.”

차도영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아무튼 이제 얼른 컴퓨터 닫고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 하러 나가자. 한국의 막걸리가 먹고 싶더군.”

허문우가 말했다.

? 막걸리? 하하하.......... 그래 나가자.”

차도영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회장님은 p게임 운영자를 어떤 과제로 시험을 치르시겠대?”

몰라! 아직 아빠에게 물어보면 미소만 지으셔. 대답을 안 하시거든. 뭔가 재미있는 발상을 하고 계신 표정이야. 하하하........”

두 사람 대화는 이미 문 밖에서 들려왔다.

성내동 우남그룹 본사 45

멋진 통나무 책상위에 황금색 명패가 있고 그 명패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회장 허 동 인.

수염이 멋지게 자란 60대 초반의 호리호리한 남자가 명패 너머 회전의자에 앉아 있었다.

바로 우남그룹 총수 허동인 바로 그였다.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허동인은 이미 보고를 받은 터라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회장실로 들어 온 사람은 미모의 젊은 여인이었다.

회장님! 오랜만에 뵙네요.”

미모의 40대 젊은 여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허동인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다. 공손하다기 보단 그저 예의를 차린 그런 인사였다.

어서와! 외국생활은 늘 피곤한 것이지. 어려운 일 마다하지 않고 잘 처리해줘서 고맙고. 우선 앉아 차나 한잔 마시며 이야기하지.”

허동인이 회전의자에서 일어나 회장실 가운데 놓인 소파를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 먼저 앉으시죠.”

미모의 젊은 여인이 허동인 먼저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그래. 유 팀장도 앉아.”

허동인이 소파에 천천히 앉으며 말했다.

p게임 해외 마케팅 팀장 유 지 원. 젊은 나이에도 초고속 승진을 하며 모두가 다음 p게임 운영자는 유지원 팀장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그런 여인이다. 특히 문우의 생모가 여행도중 사고로 사망하고 난 뒤 일각에서는 허동인과 유지원이 곧 결혼을 할 것이라는 풍문이 돌 정도로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유지원이 소파에 앉아 허동인을 바라보며 살짝 웃어보였다.

똑똑........

문을 두드리고 여비서가 녹차를 2잔 들고 와서 허동인과 유지원 앞에 놓고 나갔다.

회장님 주름살이 더 늘은 것 같아요. 피부 관리 좀 하시지.”

유지원이 먼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을 꺼냈다.

이런.......! 이런.......! 늙었다는 이야기잖아? 남들은 우리 둘이 결혼을 할 거라고 떠든다는데. 하하........”

허동인이 너스레를 떨었다.

호호......... 그래서 소문은 믿을 것이 못되는 거 에요. 남들 속도 모르고 보이는 것만 떠들거든요.”

민경이 소식은 아직도?”

허동인이 물었다.

! 죄송해요.”

유지원이 죄송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 아니야! 아니야! 유팀장이 죄송하긴. 그 아이를 찾아 준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데. 그 아이는?”

허동인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내일 제주도로 간답니다.”

제주도? 거긴 어떻게?”

그 아이들과 합류하게 됐습니다.”

유지원이 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아이들과? 수고했어. 정말 수고했어. ! 아주 잘된 것이야.”

허동인이 매우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헌데........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유지원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무슨? 문제라니?”

허동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정체를 모르는 한 아이가 같이 동행하게 됐습니다. 해서 지금 그 아이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유지원이 대답했다.

이런........! 정체를 모르는 아이가 왜? 그 아이들에게 접근을 해? 혹시 위험해질 수 있으니 경호팀을 보내서 잘 보호하라고 지시를 하도록.”

허동인이 뭔가 찜찜한 생각이 드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지시는 내렸습니다만......... 그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잘 따라갈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그 아이들도 함께 있는 것이라면 경호원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아이들이라면? 뭐라 그랬지? 붉은 거미라 했던가?”

! 그렇죠. 그 아이들이 아마 함께 있을 거 에요. 그럼 굳이 경호가 필요하지는 않고요.”

유지원이 녹차를 한 모금 마시며 대답했다.

이것도 인연인가.......? 그 아이들과 합류라........ 아무튼 잘 된 것이겠지?”

그럼요. 잘 됐죠. 완벽한 팀이 탄생하게 될 거에요. 전무후무한 팀이........”

유지원이 자신 있게 말했다.

! 그래야지. 그래야 이번 프로젝트를 완성하지. 하하.........”

허동인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 아이들 이름이 뭐라고?”

호탕하게 웃던 허동인이 웃음을 멈추며 물었다.

죄송합니다. 아직 저도 그 아이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릅니다. 그냥 그 아이들에게 우리 아이가 다가갔다는 것 만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 또한 붉은 거미란 아이들이 그 아이들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는 것 정도만........”

유지원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하........ 그 만큼 그 아이들이 자신을 감추고 신비스럽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지. 난 말이네. 언젠가 그 아이 하나를 먼발치에서 본 적이 있네. 붉은 거미란 아이들이 완벽하게 그 아이를 보호하고 있는 상태라 접근은 어려웠고 나들이를 나온 모양인데 하얀 옷을 입은 아이는 마치 선녀처럼 신비스럽기조차 했지. 아마 모르긴 해도 그 아이는 이미 나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것이야. 정계와 재계의 정보를 훤히 알고 있는 아이가 아닌가. 그래서 모두 두려워하는 것이고. 똑 죽이려고 하는 것이지.”

허동인이 말했다.

? 죽여요? 왜 그런 생각들을?”

유지원이 놀라 황급히 물었다.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는 아이가 껄끄럽지 않은 자들이 많지 않겠어? 함부로 손을 못 대는 것뿐이지. 왜냐하면 그 아이 하나 죽이면 오히려 그 정보가 공개될까 그것이 두려운 것이지. 아직 아무도 모르는 그 아이들 3명인지 4명인지. 아니면 더 있을지 그걸 모르거든. 자네도 모르지 않는가?”

허동인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유지원에게 물었다.

! 저도 사실 그걸 모릅니다. 그 아이들이라고는 했지만 실제로 이름도 모르고 본 적도 없기에 몇 명인지. 그것도 모르는 상황이고요. 그 아이들 역시 아직 중학교 때 외엔 한 번도 서로 만난 적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서로 문자나 전화만 오갔는데....... 그 사실도 들어서 알 뿐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유지원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마 그것 역시 추적자들을 피해 그 아이들이 선택한 방식일 것이야. 참 기막히게 똑똑한 아이들 같아. 천제라는 말보다 그냥 신이라고 해야 옳을 정도로 똑똑해. 그래서 탐나는 것이고.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한 것이기도 하지. 하하........”

허동인이 다시 호탕하게 웃었다.

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과 문우까지도 그 아이들을 찾으려고 참 오랜 세월을 헤매고 있었죠. 그러다가 우리 아이를 우연히 찾게 되었고. 우리 아이도 그 방면에 놀랍도록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그 아이들과 연결이 되었으면 했는데.......빨리 이루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유지원이 말했다

그래. 참 다행이야. 하하........”

허동인이 남은 녹차를 쪽 소리가 나도록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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