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7ㅡ모든문이 닫히고

뉘썬2뉘썬2 | 2023.10.28 20:42:26 댓글: 0 조회: 224 추천: 0
분류단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2639

7

미스터박이 헐레벌떡 달려왓건만 속이 부글거리는 강노인에게는 굼벵이마냥 굼뜬 동작이엿다.
게다가 대답이라는것도 궁색하기 짝이없엇다.

"아무래도 계약서에 명시된 '원래상태를 유지하며'가 문제인듯 합니다만."

"그놈의 계약서 핑계를 언제까지 우려먹을건가?열쇠는 재산권에 관계된 기본이잖나.내집열쇠
가 남의손에도 잇다니.자네 이 비상식적인 사건에도 그따위 핑계를 대는건 직무유기야!스쿠버
다이빙인가 뭔가 자격증 잇으니 잘리는것쯤 상관없어?"

순간 강노인과 미스터박의 눈길이 마주쳣다.미스터박의 얼굴이 확굳엇고 강노인도 자신의 실
수를 깨달앗다.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너무 흥분해서 감정조절을 못햇다.유치하게 이런
협박을 하다니.

"곧바로 조사하고 열쇠를 회수하겟습니다.울타리 문제도 조속히 마무리될것이고 말씀하신 공
문을 가져왓으니 서명해주시면 바로 처리하겟습니다. "

"놓고가게."
강노인은 짤막하게 대꾸햇다.굳은표정으로 인사하고 나가려던 미스터박이 말햇다.

"파견하신다는 디자이너를 정하지못해 그부분이 비여잇습니다만 나머지 내용은 무리가 없을것
입니다.오지안씨는 매우 고마워하고 잇지만 이해를 못하겟다고,아버지와 도우미역할이 어떻게
다른지."

강노인은 꼿꼿하게앉아 손만까딱햇다.미스터박은 더 궁금한게 많앗지만 그냥나갓다.아무리 비
서라도 해고나 다름없는 말을들은 상황이다.그것도 자존심이 짓밟힌채로.스쿠버다이빙 이야기
는 어디까지나 가까운 사이라서 꺼낸 개인적인 내용이엿다.비서가 아니라 자식의 아버지로서
한 이야기를 이렇게 써먹는건 비열한일 아닌가.

비열함에 대해서는 강노인이 더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엿다.자기가방금 미스터박의 가슴을 갈가
리 찢어놓앗다는걸 누구보다 잘알앗다.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는 거의 꺼내지 않을만큼 거리를
유지하던 사람이고 굳이 말하지않아도 손발이되여 도와주던 사람을 그렇게 한마디로 내치다니.

"나도이제 다된모양이야.."

강노인은 너무나 괴로웟다.이제는 헛소리 할망구나 열쇠보다 미스터박이 더 신경쓰인다.'사람
을 잃으면 다잃는다'는게 그의철학이라서.더구나 미스터박이 누군가.삼십년은 결코 만만한 시
간이 아니다.

깊게 신음하며 탁자에놓인 공문을 집어들엇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앗다.어련히 알아서 잘 준비
햇을까.공란만 채우면 될것을.혹시나하고 밖을 내다보앗는데 미스터박은 벌써 가버리고 없엇다.

"옹졸하기는.그정도로 뭘.."

어깨를 늘어뜨ㄹㅣ고 문을 닫으려는데 문에 붙어잇는 메모지가 눈에띄엿다.오지안의 메일주소
와 전화번호엿다.피엘 아버지가 도우미 제안에대해 이해를 못한다고햇다.그런데 되는대로 척붙
인듯 삐뚜름한 모양의 포스트잇.

" 나더러 알아서하란 소리구먼!"
강노인은 문을쾅 닫아버렷다.

"이놈의 미스터박!끝까지 해보자는거야?"

연봉만 넉넉하면 일할사람이야 차고넘친다.새비서를 채용하면 관계를 좀더 명확하게 할필요가
잇다. 미스터박에게는 너무많은 사생활을 보엿다.그게문제엿다.

강노인은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다스리려고 거실을 몇바퀴나 돌앗다.그러나 영 도움이 되지않
앗다.가슴에 모래가 돌아다니는것처럼 쓰라린 이런감정을 그는 가장 싫어한다.울고싶은데 울지
못해서 엉뚱한짓을 벌이고야마는 이 감정에서 어떻게든 벗어나야한다.

"이봐 덩어리씨.같이 생각좀 해보자고.내가 오래살아야 자네도 오래살잖아.자,내가 뭘어떻게 하
면되겟어?응?"
다른생각이 필요하다.그러자면 다른뭔가를 하지않으면 안된다.

"아 기타!그래.자네가 기타를 생각해내는군.내가 결석해서 선생이 전화를햇다지.가만 전화번호
가..아냐.요아랜데 직접 가봐야지. 첫날부터 빠졋으니 예의라도 잇어야지"

강노인은 밖으로 나갓다가 다시들어와서 기타를챙겨 나갓다.기타교실에 가면서 준비물을 빠뜨
리면 안된다.강습날짜는 아니지만 빈손보다야 번듯한 구실이고 배울자세가 돼잇다는걸 보여줄
필요도잇다.

마침 마을버스가 올라와잇엇다.조금떨어진 데서는 상훈이가 아이들이랑 자전거를 타는중이엿다.
핸들을 잡지않고도 넘어지지않는 재주가 아주용하다.우월한 놈이야,하고 그는생각햇다.

어려도 당당하고 기질강한 아이.여럿속에 섞여잇어도 눈에띄는 사람들이 잇는데 저런아이가 자
라면 틀림없이 그렇게 될거다.

어리지만 탐나는 기질이다.강노인은 저런유형에게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엿다.어려서부터 그랫
는데 그처음이 바로 주인집 여자애엿다.그러나 그때도 지금도 으스대는 저런표정은 아주 밉살
맞다.

자전거가 자기몸인양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는 상훈이를 아이들이 따라다니기만 하는것으로 보아
그ㅈㅐ주를 상훈이만 익힌모양이엿다.코가한껏 높아져서 뻐기는 표정이라니.딱그런 표정으로
상훈이가 강노인을보며 지나갓다.그순간 강노인도 반사적으로 표정이아주 삐딱해졋다.

버스운전사는 자판기커피를 마시며 장영감과 떠드는중이엿는데 뭐가그렇게 재미잇는지 장영감
이 박장대소를햇다.

가까이 가봐야 꼴사나운 모습을 볼게뻔해서 강노인은 좀 느긋하게 걸엇다.그런데 잠깐다른데 신
경을 쓰는사이에 마을버스가 출발해버렷다.소리를 질럿다면 장영감이라도 들엇을테고 운전사더
러 멈추라고 햇을지 모른다.하지만 강노인은 그러지 못햇다.그가 쫓아가기보다 그를 기다려주는
생활에 익숙해진 탓이엿다.

눈앞에서 버스를놓친 심정은 누구나같다.쥐새끼 피하려다 사자꼬리밟는 심정이엿지만 강노인은
내색하지 못하고 평상에 걸터앉앗다.

"아이고 어쩌나.나라도 버스를 잡아둘걸.달랑 우리미호만 탓는데!"

진심인지 약올리는건지 알수가없는 말이엿다.그러나 말투는 좀 부드러워진 편이엿다.질긴소힘줄
이 다소늘어진 것처럼.

장영감도 소문을 들은터엿다.사실이야 조만간 확인되겟지만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를 모아보면
이자가바로 저 엄청난 토지의 주인이다.그러나 썩 믿을만하지가 않다.뭐가 아쉬워서 이꼭대기까
지 걸어서 올라오고 마을버스를 탄단말인가.집주인이랑 좀아는 사이라면 몰라도.

사실은 이대목에서 장영감이 헷갈ㄹㅣ는 중이엿다.좀아는 사이라 집을 얻어쓴다고해도 자기와는
처지가 다르다.달라도 너무다르다.평생 이동네 터줏대감으로 살아온 자기도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하는데를 이자는 통째로다 차지하고 잇지않은가.

"혹시 버스 시간표 필요하시오?"
넌지시 말을건네며 장영감이 강노인을 살폇다.

"그런게잇소?"
반가워하는 강노인을보며 장영감은 마음이 조금 편해졋다.그러면 그렇지,주인은무슨.

여기서 정각에,그리고 삼십분에 출발하니 시간표랄것까지야 없는데도 장영감은 안에들어가 몇글
자 끼적여가지고 나왓다.강노인은 너무간단한 내용이 어이없어서 장영감을 힐끔보앗다.

"마을주민 됏으니 챙겨주는거요.이제부턴 반상회 참석이며 미래건설과의 투쟁.아 이투쟁은 버찌
마을의 중대사라 의무적으로다가 참석해야 할거요.주민들이 둘씩짝지어 미래건설 정문앞에서 시
위를 하는건데 우리는 소리같은거 안질러.저기저거,우리주장이 찍힌 빨간조끼를 입고 서잇는거
지."

그러면서 장영감이 연립주택에 내걸린 현수막을 가리켯다. 강노인은 찡그리며 앓는소리만 냇다.

"에 또,마을 경조사에 빠짐없이 참석해야 할거요.그래야 정식주민이라고 할수잇지,암! "
강노인은 쪽지를 접어 주머니에 넣엇다.

장영감은 가타부타 대꾸가없는 강노인이 못마땅햇다.듣자하니 밥이고 빨래고 혼자서 해결하는
처량한 신세라던데 도도한 표정에 점잖은 척이라니.게다가 어울리지않게 기타는 또 뭐란말인가.

"내가 여기 유지라고 말햇던가?여기로 말하자면 공기좋고 인심좋고 인물 많이나오고 여기서 국회
의원만 몇이나온줄 아슈?잘되면 저 아랫동네로 떠나서 그렇지.터가 좋은데요 여기가.부동산 창식
이도 서울대 나왓고 그안사람도 피아니스트야.그어머니도 그옛날에 미국유학까지 다녀왓고 말이
지."

강노인은 전화기를 꺼내서 시간을 확인햇다.듣기싫은 너스레를 아직도 이십분넘게 들어야한다.
장영감이 그눈치를 못챗을리없다.

"저기 백번지집이 이동네 중심이오.어느날 갑자기 망하고 경매처리가 되면서 어떤놈 좋은일만 시
켯지만 우리한테는 그냥 남의집이 아니다 이거지."

어떤놈,소리에 강노인 신경이 날카로워졋다.안그래도 간신히 감정을 다스리는 중이다.그런데 반
갑지않은 이자가 속을긁으려고 작정한듯 집요하게 딴죽을건다.

"나로 말할것같으면 공부는 많이 못햇어도 어려서부터 의리하나는 잇어서 불의를 그냥 못보고 말
이지.남들못하는 말도 과감히 하는 성격이라."
강노인은 떫은표정으로 장영감을 돌아보앗다.

"불의를 그냥못보고?"
"암만!한창때는 내가 주먹깨나 써서.."

그때 가게로 누가들어갓고 장영감이 그뒤를따라 쪼르르 들어갓다.강노인은 어금니를 꾹문채로 상
훈이가 손놓고 자전거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앗다.그는 자기가 아주고약한 순간에 놓엿다는걸
알앗다.미스터박때문에 속이불편한데 장영감의 너스레를 들어야한다.게다가 상훈이까지.

어린애를 가까이서 경험하지못한 그로서는 상훈이에 대한 감정이 가장 혼란스러웟다.저녀석의 눈
빛이 거슬리는게 단순히 속이 불편해져서 생긴착각인지 진짜로 어린것이 기싸움이라도 하려든건
지 알수가 없는것이다.

당장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갈수도 잇엇다.그러면 적어도 이상황은 괜찮아진다.그러나 그는 문제
를 피하는 사람이 아니엿다.

마침 버스 올라오는 소리가 들렷다.장영감도 안에서 나왓다.그런데 일어서는 강노인 옆에까지와서
기어이 말꼬리를 잇는다.

"내 말씀인즉슨 백번지에 살면 모범이 돼야한다,이거요.기타나 메고 다녀서야원.나이가 한두개도
아니고말야.어른이잖소!"

강노인은 기가막혀서 장영감을 빤히보앗다.주제넘다고 따지거나 화를내고 싶지도 않앗다.어차피
장영감의 너스레는 반이허풍이다.

"어른은 기타를 메면안되오?"
"난 그딴거 짊어지고 다니면서 제대로 사는놈 못봣수다."
인상쓰며 내뱉는 소리가 아주고약햇다.강노인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졋다.

"아이쿠!놈소리는 미안하오.아무튼 애들이 보잖소."

장영감이 눈치껏 자기입술을 문질럿으나 기어이 하고싶은말을 다햇다.빈정대고싶은 속셈이훤한
말투라 강노인은 속이확 뒤집혓다.듣자하니 망발에다 한수 가르치겟다는 태도라 도저히 봐주기가
어려웟다.

"자고로 어른은 애들한테.."

"자네 손녀딸이 기타교실을 기웃거리는건 알고잇나?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의리까지는 몰라도 주먹
깨나 쓰던 인사는 따로잇지 아마.이경수라고."

"흐어.."

장영감의 눈과입이 크게 벌어지는걸 보며 강노인은 천천히 마을버스에 올랏다.그리고 버스가 출발
할때까지 눈을감고 잇엇다.버스운전사가 일찌감치 운전석에 앉고 밖이 조용한것으로 짐작하건대
장영감은 줄곧 여기를 보고잇을것이다.

오늘은 운이나쁜 날이다.강노인은 내내 그런생각이 들엇다.장영감에게 내뱉은 소리도 결국 실수엿
을거라고.참앗어야 햇는지 자신에게 물엇다.아니다.어차피 좋지않은 일이 기다리고 잇엇던것같다.
이제부터 감당할수밖에.

그의짐작은 어느정도 맞앗다.강노인이 기타선생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미호는 계속 교
실을 기웃거렷다.누가 자기를 쳐다보는줄도 모르는채 쏙 빠져서.기타때문인지 수업중인 누구를 훔
쳐보는지 몰라도 자주 그런다는걸 짐작할수 잇엇다.

강노인과 미호는 마을버스를 같이타고 돌아왓다.기타선생과 이야기를 길게햇으면 그러지 못햇을것
이다.그러나 강노인은 미호를 혼자 보내고싶지 않아서 면담을 간단하게 마쳣다.뭘어떻게 해주려는
생각보다는 걱정되고 미안해서.

장영감이 가게앞에 나와잇엇다.표정이 아주어두웟다.지금까지의 모습에서는 짐작도 할수없엇던
무겁고 화가난 얼굴이라 강노인은 불안햇다.미호가 두려움을 느끼고 멈칫하는순간 장영감이 성큼
성큼 다가오더니 가녀린 어깨를 움켜잡고 가게안으로 끌고들어가는게 아닌가.

강노인은 차마 걸음을 떼지못하고 가게를 지켜보앗다.알아들을수 없지만 고함소리가 밖에까지 흘
러나왓다.분명히 자기때문에 벌어진 일이라서 강노인은 몹시괴로웟다.이유야 모르겟지만 미호에게
빚을 지고말앗다.결과적으로 고자질을 한셈이니.

무거운 걸음으로 돌아가던 강노인은 또 멈칫햇다.울타리에 붙은경고문.

카메라가 너를 보고잇다!적발시마다 벌금 100만원!
주인백

강노인은 자기눈을 의심햇다.저굵고 빨간 글씨를 어째서 아까는 못봣을까.그래서 상훈이 눈초리가
그랫던 모양이다.자기들을 금지한 경고문에 화가나서.생각해보니 그표정에는 '거기아니여도 이렇게
잘놀수잇다'는 시위가 담겨잇엇던것이다.도대체 저따위 협박을 누가 생각해냇단말인가.

귓등으로 흘려들어서 잘 기억나지않는데 미스터박이 관리업체의 조치 어쩌구하면서 경고문 이야기
를 햇던것같다.그게저거엿다니.짐작건대 저런경고문이 울타리 곳곳에 매달렷을것이다.

오늘은 그야말로 악마의저주라도 받은것같은 날이다.부실기업을 잘라낼때도 이렇게까지 머리가 아
프지는 않앗다.전문가들을 앞세우면 얼굴 붉히지않고도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된다.그런데이건 맨몸
으로 혼자 싸우는 꼴아닌가.

이튿날 강노인이 본 뒤뜰에 비하면 그건 단순한 감정에 불과햇다.

수탉은 늘그랫듯 일정하게 홰를쳐서 그를 불러냇다.그가 뒤뜰에서 맨먼저 본것은 고양이가 달걀을
핥아먹는 광경이엿다.모든문이 닫혀서 벌어진 일이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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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너의뒤에서 널 안아주고싶어
너의모든걸 내가 지켜줄께

넌 혼자가아냐. 내손을잡아
함께잇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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