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4-태항산록-(수필)작가수업

더좋은래일 | 2024.05.04 14:52:01 댓글: 0 조회: 83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6161


수필


작가수업


1

위대한 문호인 로신의 전후 20년 동안의 창작생활에서 전 10년은 비직업창작이고 후 10년은 전업창작이였다. 전 10년 동안은 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며 과외시간에 창작을 하였는데 마침내 로신은 둘가운데 하나를 골라잡아야 할 갈림목에 서게 되였다. 교단에 서서 글을 가르치는데는 랭철한 리성을 필요로 하고 그리고 원고지를 앞에 놓고 창작을 하는데는 끓어번지는 격정을 필요로 한다. 한나절 싸늘해져서 글을 가르치다가 또 한나절 뜨거워져서 창작을 하려니까 자꾸 식었다더웠다하는 바람에 사람이 견뎌내기가 어려웠다. 계속 식어서 교편을 잡든가 아니면 계속 더워서 창작을 하든가 량자택일을 해야 하였다. 그리하여 로신은 결연히 교단을 떠나 직업작가의 대렬에 들어선것이였다.

여기서 알수 있는바 문학창작이란 감정이 끓어번져서 붓을 들어 그 감정을 쏟아놓지 않고는 도저히 견뎌배길수 없는 상태에서 비로소 진행되는것이다.

영국시인 바이론이 대학교 초급학년때 상급생이 하급생에게 체벌을 가하는것을 보고(당시 이런 징벌은 합법적이였다) 참다 못하여 앞으로 나서서 물었다.

<<아직 몇대나 더 때릴 작정입니까?>>

상급생이 괴이쩍게 여겨서

<<주제넘은 녀석, 그건 왜 묻니?>>

하고 게먹으니 바이론은 선뜻 대답하기를

<<나머지는 내가 대신 맞을랍니다!>>

우리가 다 알다싶이 바이론은 수많은 시작품들은 이런 동정심과 정의감과 반항정신으로 일관되였었다.

유명한 드레퓌스사건에서 프랑스작가 졸라가 논 역할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유태인 포병대위 드레퓌스는 전국-프로시아에 군사비밀을 제공하였다는 터무니없는 죄명으로 종신형을 언도받았다. 그의 무고함을 알게 된 졸라는 즉시 일떠나 프랑스정부와 군부와 국수주의우익분자들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구원활동을 벌리여 온 나라를 뒤흔들어놓았다. 전세계를 진감한 그의 명문 <<나는 탄핵한다!>>는 그때 발표한것이다. 그 결과 졸라는 <<반역자 드레퓌스>>를 변호하였다는 죄 아닌 금고형을 받았다. 조서시인 리상화의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는 식민지백성의 창자 굽이굽이에 맺힌 망국의 한이 페부에서 터져나오는 소리다.

이상에서 보는바와 같이 작가의 창작활동이란 격정의 광풍속에서 진행되는것이다.

인민이 헐벗고 굶주리는것을 보면 피눈물을 뿌리고 인민이 행복하게 잘사는것을 보면 기뻐날뛰는것이 우리 작가들인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작가들은 인류사회의 진보에 공헌하는 고상한인물, 영웅적인물들을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그리고 인류사회의 진보를 저애하는 어중이떠중이를 신랄하게 비웃고 매섭게 채찍질하는것을 그 사명으로 알고있다. 이 숭고한 사명감에 고무되여 인간정신의 기사로서의 직책을 다하려고 뼈물고있다.

작가수업이란 곧 인간수업이다. 인민의 근본적리익을 위하여 충실히 복무하는 고상한 품성-인민성-의 확립은 창작입문의 ABC이다.


2

인간세상의 모든 사건은 사람에 의하여 빚어진다. 즉 인물에 의하여 빚어진다. 인물이 없는 사건이란 유령의 잠꼬대다. 그러므로 우리는 천 글자부터 사람 즉 인물을 써야 한다. 나를 찾아오는 문학청년 및 문학장년들이 거의다 자기의 생각한 <<이야기>>를 가지고 와서

<<어떻습니까?>>

물어보는데는 속이 답답해나지 않을수 없다. 어째 좀 <<인물>>을 가지고 와서

<<어떻습니까?>>

물어보지 않는지! 자기의 <<이야기>>를 꾸미기 위하여 <<인물>>을 제멋대로 장기쪽 옮겨놓듯하는 식의 창작수법은 실패작에 직결된다.

장비는 장비고 조조는 조조다. 의관을 바꿔서 장비를 정승의 자리에 올려앉혀보라, 웃음거리밖에 더될게 있는가. 조조를 장비의 자리로 옮겨놓아도 역시 마찬가지다. 매개 사람이 다 자기의 개성, 특질, 특징을 갖고있다. 개념적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선인형, 악인형, 당일군형, 선진분자형, 락후분자형, 인테리형, 기술자형, 로동자형... 이런 판에 박은 <<형>>으로 산 인물을 대체한다면 그것은 문학작품이 아니라 간부과, 인사과이 앙케트다. 작가협회 계통이 아니라 조직부, 인사국 계통이다.

잘난 사람은 정수리에서 발뒤꿈치까지 우점으로 차있고 못난 사람은 결점으로 묘사한다면 독자들은 하품을 하고 책장을 덮어버릴것이다.

<<이것두 소설이야? 망할 자식!>>

욕을 하고 책을 아궁이에 처넣는 신경질쟁이도 있을것이다.

나뽈레옹은 키가 작은것이 늘 마음에 걸려서 키를 잴 때 슬금슬쩍 발돋움을 하였다는것이다

쓰딸린은 17살이 된 그 딸 스웨뜨라나가 31살 먹은 멋쟁이영화감독에게 반하여 정신을 못 차릴 때 그 딸의 뺨따귀를 후려갈기면서

<<거울을 좀 들여다보고 말해! 그 잘난 상통을 해가지구... 그 녀석은 지금 여기 가두 계집, 저기 가두 계집... 계집에 걸려서 자빠질 지경이야!>>하고 야단을 쳤다는것이다.

미국 26대 대통령 데오도르 루즈벨트는 처음 련애를 할 때 너무 쑥스러워서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소리는 못하고 호주머니에서 제가 좋아하는 곤충표본-도마뱀을 꺼내들고 자꾸 그 설명만 하였다는것이다.

이상에서 볼수 있는바 산 사람은 평면도가 아니고 립체적이고 다면적이다. 심지어 대립물의 통일이기도 하다. 강청의 이른바 <<본보기극(样板戏)>>에 나오는 그런 영웅인물은 실지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날조이고 조작이다. 광녀 강청이가 만들어낸 꼭두각시다. 옳은 정신을 가진 우리의 작가들은 결코 그 길로는 갈수없다.

우리는 우점도 있고 결점도 있고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는 산 사람을 부각해야 한다. 특징지어 두드러지게 묘사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선작가들중에서 예술기량과 문장수단이 가장 뛰여난분이라면 홍명희선생을 나는 첫손가락에 꼽고싶다. 그의 <<림꺽정>>에서 꺽정이, 원씨, 동자아치, 할멈쟁이, 로밤이-이 다섯 인물이 어떻게 어울리는가 한번 보기로 하자.


꺽정이가 한나절 같이 있다가 밤에 다시 오마고 말하고 의관을 차리고 원씨의 집으로 왔다. 오래간만에 원씨가 만든 맛갈진 음식으로 점심을 먹고 원씨와 둘이 방에 앉아서 이야기를 할 때 동자아치가 열어놓은 방문앞에 와서 원씨를 들여다보며

<<아씨, 심미실이가 선다님 오신줄을 알구 보이러 왔다는데 어떡해요?>>

하고 물었다. 꺽정이는 심미실이란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서

<<누가 왔어?>>

하고 채쳐 물은즉 원씨가 웃으면서

<<담너머집 하인이 보이러 왔나봐요.>>

하고 말하였다.

<<담너머집 하인이라니?>>

<<로가 말씀이요.>>

<<그놈이 왔으면 그대루 들어올게지 무슨 연통이람.>>

<<로가가 사람이 하두 흉물스럽다기에 내가 집안에 들이지 말라구 일러두었에요.>>

꺽정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그런데 심미실이란 무어야. 로밤이가 변성명을 했나?>>

<<집의 할멈이 자살궂게 그런 성명 같은 별명을 지어놨에요.>>

<<심미실이란 성명에 무슨 뜻이 있나?>>

원씨가 마루에 앉아있는 할멈쟁이를 내다보며

<<할멈, 심미실이 무슨 뜻이냐구 물으시네.>>

별명지은 사람더러 그 뜻을 말하라고 하니

<<아씨가 잘 아시면서 왜 할멈을 끌어대시여? 할멈은 정신이 사나와서 잊었습니다.>>

할멈쟁이가 딴청을 썼다.

<<무슨 말하기 어려운 뜻인가?>>

꺽정이 묻는 말에 원씨는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그럼 왜 서루 미루구 말을 안해?>>

<<심은 심술망나니, 미는 미치광이, 실은 실본이라나요.>>

꺽정이가 심미실의 뜻을 듣고 한바탕 껄껄 웃은 뒤 동자치를 보고

<<심미실이를 들어오라고 그러게.>>

웃음의 소리로 말을 일렀다.

동자치가 밖으로 나간지 한참만에 먼지 케케 앉은 갓을 쓰고 툭툭한 무명홑두루마기를 입은 로밤이가 가장 들을 짓고 뚜벅뚜벅 걸어들어오더니 마당에 서지 않고 뜰에도 서지 않고 바로 마루우로 올라왔다.

<<어디루 올라가!>>

동자치가 뒤따라 들어오고 나무라고

<<천둥했나!>>

할멈쟁이가 한옆으로 피해 앉으며 욕하는데 로밤이는 모두 못들은체하고 안방문앞에 가까이 와서 내다보는 꺽정이에게 문안을 드렸다.

<<잘 있었느냐?>>

<<네 덕택으로 잘 지냅니다.>>

<<네 처에게 구박이나 맞지 않느냐?>>

<<제 첩년이 저라면 끔뻑 죽습니다. 구박이 다 뭡니까? 그리구 사내체것이 기집년에게 구박을 맞구야 갓철대를 이마에 붙이구 다닐수가 있습니까.>>

<<저놈이 첩이라구 하다가 기집에게 뺨을 안 맞을가.>>

<<처나 첩이나 기집은 마찬가집지요. 저두 선다님을 본받아서 적서(嫡庶)분간을 않습니다.>>

<<누굴 본받아? 이 미친놈아!>>

<<선다님께서 저를 데리구 실없이 하시느라구 미친놈 패호를 채워주셔서 치마 두른 사람들까지 저를 아주 미친놈으루 돌립니다. 창피해서 죽겠습니다. 제발 덕분에 이제부턴 실없는 말씀이라두 미친놈 성한 놈 하지 맙시오.>>

<<저놈이 아주 미치잖았나.>>

<<선다님 야속두 하십니다.>>

<<고만 가거라.>>

<<녜.>>

로밤이가 그제야 돌아서서 할멈쟁이를 보고

<<각 골 아전은 원님있는 동헌마루에 못 올라가지만 장교들은 장막의(将幕仪)를 차려서 올라가는 법이요. 나두 선다님의 막하(幕下)니까 마루에 올라와서 문안을 드린것이요. 아무리 녀편네들이라두 그런것쯤은 알아야 하우.>>

말하고 뜰우에 내려서다가 머리를 돌이켜서 원씨를 보고

<<제가 업어모실 때보다 퍽 수척하셨구먼요.>>

말하는것을

<<이놈!>>

꺽정이가 호령하니

<<아니올시다.>>

하고 목을 자라같이 움츠리고 허둥지둥 밖으로 나갔다.

성질과 생김생김이 각기 다른 산 사람. 구체적인 사람들이 말하고 행동하는것을 바로 눈앞에 보는것 같다. 얼마나 자연스럽고 또 얼마나 빈틈없이 째였는가!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는 특히 귀감으로 될만한 대목이다.


3

작가에게는 사물이나 현상을 환히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로신의 글에 나오는 나나니 즉 나나니벌에 대하여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내(필자)가 어렸을 때 우리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를 나는 지금도 분명히 기억하고있다.

<<나나니는 허리가 너무 가늘어서 새끼를 못 낳는다. 그래서 다른 벌레들을 잡아다가 제 굴속에 가두어놓고들 <나나니 날 닮아라, 나나니 날 닮아라!> 49일 동안 주문을 외우면 그 벌레들은 나나니새끼루 변한다!>>

나는 다시 그 말을-허리가 가늘어서 새끼를 못 낳는다는 황당하기짝이 없는 말까지-곧이듣고 나나니란 놈은 참으로 괴상한 놈이라고 감탄을 하였었다. 그런데 나중에 커서 알아보니 그러한 <<나나니관점>>은 우리 어머니의 독특한 견해인것이 아니라 옛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알고있는것을 되받아넘긴것에 불과하였었다.

이에 관한 로신의 글에 대의를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곤충의 세계에서는 나나니벌처럼 악독한 흉수도 드물것이다. 나나니벌은 다른 벌레들을 잡아다가 모래땅속 제 집에 가두고는 독침으로 쏘는데 그 벌레가 아주 죽지는 않고 그저 까무러치게만 해놓는다. 그런 연후에 그 벌레의 몸에다 알을 쓸고 드나드는 굴 아구리를 봉해버린다. 그러면 굴속의 온도가 차차 높아져서 알들은 저절로 까진다. 깨여난 새끼벌들은 까무러친채 깨여나지 못하는 벌레들을 뜯어먹고 자란다. 새끼벌레들은 자유로이 날아다닐수 있으리만큼 자라면 엄지벌레가 봉해놓은 굴아구리를 뚫고 밖으로 나온다. 나나니벌이 다른 벌레를 독침으로 쏘는데 아주 죽지 않고 혼수상태에 빠져있게 하는데는 주도세밀한 타산이 있다. 아주 죽어버리면 더운 굴속에서 썩어버릴것이므로 깨여난 새기벌레들이 먹을것이 없게 된다. 그렇다고 또 맑은 정신으로 살아있게 하면 그 벌레가 도리여 제 새끼들을 잡아먹을것이다. 이 얼마나 용의주도한가!

진상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피상적관찰을 한 옛사람들은 이것을 전혀 다르게 미화하여 시까지 읊었다. 봄날 나나니란 놈이 악독한 목적으로 다른 벌레들을 잡아갈 때 그 벌레들이 안 잡혀가겠다고 필사적으로 반항하는것을

<<어서 가자. 가서 내 수양아들노릇, 수양딸노릇을 해라.>>하는데 그 벌레들이 속에는 당길 마음이 있으면서도 부끄러워서

<<아이 이러지 마세요, 이러지 마시라는데두요.>>

하고 비쌘다.

생사결판의 싸움을 수양부모와 수양아들딸 사이의 <<인정미>>가 풍기는 장면으로 묘사하였다.

이 얼마나 동떨어진 해석인가! 어찌 10만 8천리에 그치랴!

껍데기현상에 속아서 경선히 찬미의 붓을 든다면 그 작가는 지망지망한 청맹과니처럼 시궁창에 빠지는 운명을 면치 못할것이다. 본 세기 50년대, 우리 문단에서 몇몇 작가를 잡기 위해서 허무맹랑한 각본을 써서 상연함으로써 그 작가들을 패가망신의 지경에 몰아넣었던 일은 아직도 우리들의 기억에 생생한다. 이런 치욕의 력사는 영원히 다시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것이다.

로신의 글을 또 하나 살펴보기로 하자.

여기 용사 하나가 있다고 하자. 용사니까 물론 싸움을 잘할것이다. 그렇지만 용사도 사람이니까 음식도 먹고 휴식도 하고 또 성교도 할것이다. 그런데 그의 이 마지막 생활면을 돌출하게 과장하여 <<성교대사님>>이라고 받들어모신다면 어떻게 될것인가? 하긴 그렇게 하더라도 그 용사의 생활의 일부분을 반영한것만은 사실이다. 아주 근거가 없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얼마나 억울한일인가! 그 용사의 주요한 특질은 쑥 빼버리고 전혀 지엽적인 문제-본질적이 아닌 자질구레하고 부차적인것을 정면 중앙에 내세운다면 이것을 그 용사의 형상에 대한 외곡이라고 아니할수 있겠는가!

원시공동체사회가 무너진이래 인류는 줄곧 왜 이 세상에는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차이가 있는지, 왜 전쟁의 류혈참극이 도처에서 련면부단하는지-그 까닭을 모르고 살아왔다. 인류사회는 어떻게 변천되는지, 사회발전의 지레대는 무엇인지-다 명확한 인식이 없이 살아왔다. 그러던것이 지난 세기-19세기 중엽에 이르러서 맑스주의학설의 출현으로 비로소 인류사상의 혼돈세계는 종말을 고하였다. 신비의 장막은 갈가리 찢어지고 사회학상의 모든 의문점은 다 과학적으로 천명되고 해명되였다.

맑스주의는 사상령역에서 가장 정예한 무기로 되였다. 이 무기를 장악한 사람만이 사회현상에 대하여 가장 예리한 판단, 가장 심각한 분석을 할수 있다는것은 의론의 여자가 없다. 무딘 끌을 가진 조각가가 어떻게 훌륭한 작품을 제작해낼수 있을것인가? 우리 어머니처럼 <<나나니 날 닮아라>>를 되받아넘기지 않으려거든, 멀쩡한 용사의 초상을 기생방, 갈보집으로 들고 가는따위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거든... 우리 무엇보다도먼저 이 무기-맑스주의리론을 장악해야 할것이다.

나는 따분한 설교는 질색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이 한마디 권고만은 친애하는 젊은 문학도들에게 드리지 않을수 없다. 듣기 싫어도 참고 들어주기를 바란다.


4

우스개 즉 유모아가 부족하거나 아주 없는 작품은 읽기가 따분하다. 례를 들어서 <<홍루몽>>, <<유림외사>>, <<고요한 돈>>, <<림꺽정>> 및 로신의 작품들에는 다 그 갈피갈피에 우스개가 끼여있다. 영국작가 디켄즈나 미국작가 마크 트웬의 작품들은 암만 읽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사람이란 계속 엄숙하거나 계속 긴장하면 피로를 느끼고 권태감을 느끼는 법이다. 청중이 모두 듣기 싫어서 진력이 났는데도 계속 장광설을 늘어놓는 연사는 멍텅구리다.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다. 독자가 따분해하는 작품에는 아무리 심오한 철리가 담겨있더라도 그것은 실패작이랄 밖에 없다. 문학작품은 약이 아니므로 상을 찡그리고 억지로 삼킬수는 없는것이다.

파금의 소설들은 격정으로 차있다. 그러나 옥에 티라면 우스개가 부족한것이다. 똘스또이의 <<전쟁과 평화>>는 세계명작이다. 그러나 공제회(共济会)를 장황하게 설명한 대목에서는 참을성이 어지간한 나도 두손을 바짝 들었다. 빅또르 유고의 <<레 미제라블>> 즉 "아! 무정"도 역시 세계명장이다(중국에서는 "비참한 세계"로 번역하였다). 그러나 빠리의 하수도를 지루하게 늘어놓아 설명한 대목에서는 인내성 있는 독서가인 나도 장탄식이 절로 나오는것을 어쩔수가 없었다.

해학적필치는 엄숙한 주제와 상치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 엄숙성을 더 북돋아준다.

고골리는 그의 <<따라쓰 불리바>>에서 큰아들 오쓰다프가 참혹하게 처형당하는 대목을 묘사함에 있어서 녀자를 데리고 구경나온 뽈스까의 귀족 같아보이는자가 잔뜩 몸치장을 하다나니 그의 방 침대밑에는 헌신짝밖에 남은게 없을거라고 독자들을 한번 웃기여 기분을 가볍게 해주고나서 비로소 본 줄거리-엄숙한 주제로 넘어갔다. 독자로 하여금 숨을 좀 돌리고 땀을 좀 들여가지고 다시 어려운 일에 달라붙게 하였다. 일단 거뜬해졌던 기분이 다시 엄숙한 장면에 부닥칠 때 그 느껴받는 자극은 배가 된다. 의심할바 없이 고골리는 이 효과를 노린것이다.

우리도 이런 당겼다 늦추었다 늦추었다 당겼다 하는 수단을 배워야 한다.


5

숄로호브가 그의 <<고요한 돈>>에서 쓴 수법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그리고리가 악씨니야를 기다리는 장면에서 담배를 석대씩이나 피우도록 와주지 않아서 조급증이 났다. 그리고리가 마지막 꽁초를 눈속에 처박고 기다릴것을 단념하고 막 돌아서 가는데 악씨니야가 진동한동 달려온다.

주인공이 속을 지글지글 끓이면 독자도 덩달아서 속을 끓인다는것을 잘 알고있는 수작이다. 말하자면 잔꾀다. 그렇지만 이런 <<수작>>, 이런 <<잔꾀>>가 우리에게는 절대로 필요하다. 독자의 애를 태워줄줄 모르는 작가는 맹물작가다.

하나 더 살펴보기로 하자.

<<불행은 단독으로 오지 않는다. 아침, 게찌꼬의 부주의로 미론 그리고리예위치의 씨소(种牛)가 우량한 씨말(种马)의 목을 뿔로 떠서 찢어놓았다.>>

이때문에 집안에서는 불시에 란리가 났다. 값나가는 씨말의 쭉 찢어진 상처를 약물을 달여다 씻어준다, 바느실로 찍어매준다...

이런 란리판에 엎친데 덮치기로 귀동딸 나딸리야가 시집살이를 못하고(남편이 군계집을 달고 달아나버린 까닭에) 울며불며 친정집으로 달려온다. 그러니 미론 그리고리예위치의 부아통이 어찌 아니 터질것인가!

숄로호브가 여기서 무엇을 노렸는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폭발력을 강하게 하느라고 씨말-황색화약-에다 나딸리야-흑색화약-을 덧섞은것이다. 등장인물들을 자꾸 시달구는것이, 탄탄대로를 버리고 험한 길로-가시밭길로-마구 끌고 다니는것이 독자로 하여금 조마조마하고 아슬아슬해서 손에 든 책을 내려놓을수 없게 만드는 효과적인 수단의 하나인것이다. 기쁜 일은 금상첨화(锦上添花)로 더 기쁘게 만들고 불행한 일은 화불단행(祸不单行)으로 불행이 두겹 세겹 겹치게 만듦으로써 자극을 강화하여 독자들을 울렸다 웃겼다 하는 수법-이것이 곧 창작의 기교인것이다.


6

항일전쟁시기, 1941년, 태항산항일근거지에서 내가 쓴 각본을 무대에 올리기로 하여 팔로군부대 어느 극단에서 녀배우 하나를 빌어온 일이 있었다[그녀의 이름이 정서보(程瑞葆)였다고 기억된다]. 한데 그녀는 무대에 올리기로 한 내 그 각본을 한번 읽어보더니 대번에 머리를 가로 흔드는것이였다.

<<왜 그러시오?>>

<<저 이 남편을 전선으로 떠나보내는 안해가...>>

<<그 안해가... 어떻게... 됐단 말이요?>>

<<작별할 때 이렇게 남편하구 서루 맞붙들고 우는건...>>

<<......?>>

<<대도시에서나 있을는지... 농촌녀자들은 이런게 없에요.>>

나는 번개같이 깨달았다. 얼굴이 빨개졌다. 외국영화에서 본 멋들어진 작별장면을 중국농촌-태항산골안에다 고스란히 옮겨 놓으려고 한 자기의 우둔한 용기에 새삼스레 놀란것이다. 그 똑똑한 녀배우-정서보의 갸름한 얼굴과 새까만 눈과 그리고 주근깨 박힌 뺨과 은밀한 미소는 아직도 내 눈앞에 선하게 살아있다.

그때로부터 40여년이 지나서 금년 년초에 나는 다시한번 자기의 청년시절의 우둔한 용기에 새삼스레 놀라야 할 일이 생겼다.

정길운선생이 와서 서울 다녀온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보다 한두달 뒤늦게 서울에 도착하는 고철선생을 김포공항으로 마중나가서의 일이라는것이다. 40년 동안 딸 하나 데리고 남편을 기다려온 고철 부인과 그 딸 내외가 함께 나갔는데 40년만에 만나는 남편이 앞에 섰는데도 자꾸 울기만 하더라는것이다. 남편은 또 남편대로 몸가짐이 어줍어서 덤덤한 얼굴로 서있기만 하는것을 정선생이

<<아 무얼 하구있어? 어서 뽀뽀를 하잖구! 자, 어서 뽀뽀, 뽀뽀! ...>>

너스레를 부려서 겨우 장면을 수습하였다는것이다.

이것이 20세기 80년대에 950만 인구를 가진 대도시에서 있은 일이다. 고등교옥을 받은 인테리의 가정에서 있은 일이다. 서울은 필경 뉴욕도 런던도 다 아니였다.

작가가 상상력의 날개를 타고 현실에서 지나치게 동떨어진 비상(飞翔)을 하면 차례질것은 망신 또는 개코망신밖에 없다.


7

문학작품에서 쓰이는 언어는 <<맛>>이 있어야 한다.

<<벙어리 발등 앓는 소리>>

<<여든에 이 앓는 소리>>

<<익은 밥 먹고 선소리>>

<<장마도깨비 여울 건너가는 소리>>

<<지절대기는 똥본 오리>>

<<조잘거리기는 아침까지>>

이런 속담들은 다 말은 <<제대로>>, <<알맞춤하게>>, <<재치있게>>하지 못하는것을 비웃는것으로서 그 속담 자체는 팔진미(八珍味)의 하나인 웅장-곰의 발바닥만큼이나 맛이 난다. 문학의 기본적인 바탕은 언어이므로 이것을 소홀히 여기거나 이에 대한 수양을 쌓는것을 게을리한다면 그것은 베실로 수를 놓겠다는것나 마찬가지일것이다. 하루의 화근은 아침에 마신 해정술이요, 일년의 화근은 발에 끼이는 갖신이요, 일생의 화근은 성질이 사나운 녀편네를 얻은거라고 누가 말하는것을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나는데 문학작품 창작에서의 화근은 원고지를 대하고 앉기전에 언어에 주의를 돌리지 않은거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닐것 같다.

<<림꺽정>>에서 한온이와 황천왕동이가 수작하는것을 한번 들어보기로 하자.


...얼마 있다가 한온이는 저의 아버지를 보러 가고 황천왕동이는 의관을 벗고 자리에 누웠다. 누운 뒤 얼마 아니 있다가 바로 잠이 들어서 자는중에

<<이 사람 일어나게.>>

한온이가 와서 깨웠다.

<<왜 일어나라나?>>

<<술 먹으러 가세.>>

<<단야에 무슨 술인가. 나는 잘라네.>>

<<오래간만에 만나서 술 한잔 같이 안 먹을수 있나. 어서 일어나게.>>

황천왕동이가 일어앉았다.

<<어디루 가잔 말인가?>>

<<우리 작은마누라가 술상을 차려놓구 기다리네.>>

<<그 술상을 갖다가 여기서 먹세.>>

<<왜, 내 첩의 집은 더러워서 못 가겠나?>>

<<쓸데없는 소리 고만두구 이리 가져오라게.>>

<<글쎄 왜 이리 가져오란 말이야?>>

<<벗어놓은 옷을 다시 주어입기 귀찮거든.>>

<<쭉 찢어질 의관 다 고만두구 그대루 가자.>>

<<어딜 상투바람으루 가잔 말이야.>>

한온이가 황전왕동이를 일으켜세우며 귀에 입을 대고

<<도적놈의 주제에 의관은 다 무어냐?>>

하고 웃으니 황천왕동이도 지지 않고

<<너는?>>

하고 마주 웃었다.

황천왕동이가 다시 의관을 차리고 한온이를 따라 그 첩의 집에 와서 안방에 들어앉았다. 한온이의 첩은 잠간 인사하고 건너방으로 건너간 뒤 다시 얼굴을 내놓지 않고 할멈 하나와 아이년 하나가 방에 드나들며 술상심부름을 하였다. 주인손 두 사람이 마주 앉아서 권커니작커니 술을 여라문잔씩 먹었을 때

<<단둘이 너무 심심하니 술칠 기집 하나 불러올가?>>

한온이가 말하는것을

<<조용히 이야기해가며 술 먹는것이 좋으니 고만두게.>>

황천왕동이가 밀막았다.

<<자네는 천생 고리삭은 샌님이여.>>

<<그저 샌님두 아니구 고리삭은 샌님이여? 자네가 사람 칭찬을 너무 과히 하네.>>

<<자네가 품안으로 기여드는 기집을 박쳤다지? 그게 고리삭은 샌님이나 할짓이 아닌가?>>

<<만일 본서방의 칼을 맞았던들 사내대장부라구 할번했네그려.>>

<<그렇지, 사내대장부면 칼을 맞을 때 맞더라두 기집을 받아주지 내박차겠나.>>

<<자네 말대루 하면 흘레개를 제일등 사내대장부루 쳐야겠네.>>

<<어른더러 이 자식이 무어냐? 욕 말구 술이나 어서 먹어라.>>

<<자네가 먹을 차례 아닌가?>>

<<벌써 옹송망송하나? 이건 내가 부어논 잔일세.>>

한온이가 술을 마시고 잔을 가득 채워서 황천왕동이를 주며

<<도적놈 도학군자, 이 술 한잔 잡으시오.>>

권주가 흉내를 내였다.

<<어른을 놀리면 종아리 맞는 법이야.>>

<<참말 자네가 그때 기집더러 종아리채를 해오랬나?>>

<<나를 정말 고리삭은 샌님으루 아네그려, 종아리채가 다 무어란 말인가.>>

<<그래두 나는 그렇게 들었어.>>

<<누가 거짓말을 한게지.>>

<<그때 이야기 한번 자세히 하게, 어디 들어보세.>>

<<그까짓 이야길 누가 한단 말인가, 술이나 가져오라게. 술이 다 없어졌네.>>

<<술은 얼마든지 있네. 우리 실컷 먹어보세.>>

<<자네 술이 늘었네그려.>>

<<전에 통히 접구두 못하던 술을 지금은 한자리에 이삼십배 례사 먹으니 굉장히 늘었지. 이게 선생님한테 배운 술일세. 꺽자정자분이 검술선생님이 아니라 검자(剑字) 떼구 술선생님이야.>>

<<우리 형님이 남의 집 자식을 버려놨군.>>


이번에는 리춘동, 김산, 로밤-이 세 인물의 수작을 한번 들어보자.


...리춘동이가 의관을 차리고 나와서 김산이와 같이 뜰아래 내려설 때 어떤 사람 하나가 허둥지둥 들어오며

<<지금이사 오신줄 알구 뵈러 오는데 어딜 가십니까? 부리나케 오길 잘했구먼요.>>

하고 떠벌거리고 리춘동의 앞에 와서 허리를 한번 굽실거렸다. 리춘동이는 그 사람이 누군인지 언뜻 생각나지 않아서 감산이를 돌아보고

<<누군가?>>

하고 묻는데

<<밤이를 몰라보십니까?>>

하고 그사람이 저의 이름을 말하였다. 다시 보니 애꾸눈이 유표한 로밤이였다.

<<오 너냐? 저승사자가 눈이 없어서 너를 아직두 잡아가지 않구 놔뒀구나!>>

<<반가와서 하시는 말씀이라두 그런 방소(方所)꺼리는 말씀은 아예 맙시오.>>

<<너 같은 놈이 급실살맞아 죽지 않는걸 보면 천도가 무심할거야.>>

<<듣기 싫어하면 더하실줄까지 번히 알며 자발없는 방소꺼린단 말씀을 했지. 지금 앞으루 한 50년 더 살아봐서 세상이 길래 신신찮으면 급살이라두 맞아죽을랍니다.>>

김산이가 나서서

<<에끼 미친놈, 저리 가거라!>>

하고 로밤이를 꾸짖고

<<미친놈 데리구 실없는 소리 그만하구 어서 가게.>>

하고 리춘동이를 재촉하였다.

<<여러 사람이 미쳤다구 놀리면 성한 놈두 미친단 말이 괴이찮은 말입니다. 여러분이 모두 나만 보면 미친놈이니 실성한 놈이니 놀리시는 까닭에 내 마음에두 내가 성하지 않지 하는 생각이 드는때가 있습니다.>>

하고 로밤이는 씨벌거리며 두 사람의 뒤를 따라오다가 고샅길 갈림에서

<<틈있는대루 또 뵈러 옵지요.>>

리춘동이가 큰소리에 놀라서 돌아보도록 소리질러 인사하고 휘적휘적 다른데로 가버렸다.


조선족작가들중에 언어를 이렇게 맛갈지게 재미나게 생동하게 구사하는분은 그리 흔치 않다. 작품속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인물들이 현실적으로 움직이는것처럼 실감있고 생동하다. 웬만한 정도로 노력해서는 좀체로 이르기 어려운 경지다. 그러나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이니까 꾸준히 노력만 하면 종당은 성취를 할것이다.

일본의 어느 작가가 19세기 말엽에 외국소설을 번역하는데

<<I Love You(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한마디 말을 번역할 재간이 없어서 며칠동안 골머리를 않은 끝에 마침내

<<아이 콱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이렇게 번역을 하였다는것이다. 당시 그것은 명번역으로 널리 세인의 호평을 받았다. 그 까닭인즉 일본사람들은 그때까지도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데 즉 지금 말로 련애를 하는데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할줄 몰랐었기때문이다. 이것은 조선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선조나 대한제국 시절에 련애를 하는데(하였다고 가정하고) 어떤 놈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였다면 녀자는 듣고 놀라서 까무러쳐버렸을것이다. 어디서 오랑캐가 왔나 하고 심장마비를 일으킬 가능성도 바이없지 않다.

<<아이 콱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그 시대의 련애하는 남자의 심정을 여실히 반영한, 꼭 알맞는 말이라고 할것이다.

공자, 맹자의 입에서 컴퓨터니 텔레비죤이니 하는따위의 말이 튀여나오지 않게 하고 진시황, 칭키스칸의 입에서 원자탄이나 우주로케트니 하는따위의 말이 튀여나오지 않게 하는것은 우리 문학도들의 최저한의 의무이고 또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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