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14. 관조

chillax | 2024.05.08 13:00:47 댓글: 0 조회: 81 추천: 0
분류교양서적 https://life.moyiza.kr/fiction/4566966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14



예술 감각을

갖춰라

[관조]






“음악은 아주 위대하고 대단히 근사한 예술이다.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참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 세계는 삶의 의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삶의 의지라는 욕망의 바다,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다. 죽음을 통해서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그 고통의 세계는 불변하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의 고통을 완화하는 방법을 예술에서 찾는다. 그는 베토벤 교향곡을 좋아해서 음악의 형이상적 가치를 <<의지와 표상의 세계>>에서 분석하기도 했을 만큼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예술의 미적관조와 음악에 있다고 봤다.



자연 앞에 인간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작품을 보거나 좋은 음악을 들으면 고뇌가 가라앉는다는 것을 느낀다.

쇼펜하우어에게 예술의 역할은 단순히 삶의 고통을 순간적으로 위로하는 도피처가 아니라 고통의 원인이자 세계의 근원인 의지를 인식하고 느끼게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음을 비우고 자연의 풍경을 조용히 바라봄으로써 깊이 빠져들어 마음 전체를 채우는 상태를 말한다. 삶에 대한 의지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의지와 고통이 없이 시간을 초월한 마음의 상태가 된다.

과학이 이 세계를 인과율(법칙)로 설명한다면 예술은 이 세계의 영원한 모습을 보여 준다. 그것을 플라톤은 이데아라고 부른다. 우리는 대상을 사사로운 관심이 없이, 어떤 목적도 없이, 의욕도하지 않고 순수하게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자연이라는 객관에 완전히 몰입한 상태에서는 개별성이 잊혀지면서 이데아라는 세계를 보게 된다. 쇼펜하우어가 예를 들었듯이 왕이든, 죄수든, 거지든 자신의 신분을 잊고 똑같이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감상하면 삶의 고통에서 잠시 벗어나게 된다. 고통스러운 자아에서 벗어나 순수한 마음으로 대상과 하나가 될 때 고통의 세계는 사라진다. 구름에서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폭풍우와 바닷소리를 압도할 때 우리가 느끼는 것을 숭고미라고 부른다. 또는 밤하늘에 별이 총총 떠오를 때 우리가 너무나 작게 느껴져 무로 사라지는 느낌에서 이 세계가 객관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고통은 우리의 마음에서만 느껴지는 것이다.

미적 관조란 이 세상을 아무런 관심 없이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익, 계산 등을 따지면 세상의 아름다움은 사라진다. 건강을 위해 산을 오르는 사람은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건강이라는 관심에 자연의 아름다움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에서 내려올 때는 비로소 꽃의 아름다움이 보인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우리의 마음을 비웠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다.

미적 관조는 지옥과 같은 고통의 상태에서 잠시 벗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한다. 이 세계의 아름다움을 삶에 대한 욕망 없이 무관심하게 바라볼 때 영원히 불변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음악은

의지를 울린다


여러 분야 가운데 의지의 고통을 초월하게 하는 예술의 힘이 가장 뚜렷한 것은 음악이다.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음악은 의지의 직접적인 표현이다.”


음악은 회화나 조형 예술과 달리 모방이나 재현이 아니다. 우리가 바이올린의 소리를 들으면 감동을 받는 이유는 선율이 우리의 심금을 울리기 때문이다. 이때 음악은 세계의 깊은 곳에 있는 의지를 직접 우리의 마음에 전달해 준다. 음악이 의지 자체의 모방이기 때문이다.

침대로 예를 들면, 그 원형인 설계도가 있고, 그것을 모방한 침대가 있다면, 회화는 모방한 것의 모방이 된다. 이처럼 많은 작품이나 예술은 모방을 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음악은 그런 모방 없이 직접 인간의 심금을 울린다. 음악은 우리가 생각 할 필요가 없이 아름다운 감동을 직접 전한다. 심지어 우리가 가사를 모르더라도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음악이 많다. 이것이 멜로디의 매력이다.

삶에 대한 의지, 욕망 자체는 신체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통제하기가 어렵다. 음악이 그 욕망의 파도를 잔잔하게 하고, 욕망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를 진정시킬 수 있다. 마치 폭풍우가 그치면 맑은 하늘이 보이듯이 음악을 통해 우리의 감정은 깨끗해지는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경치를 보거나 예술 작품을 감상하거나 클래식을 들으면 노동의 고통에서 벗어나 즐길 수 있다. 특히 음악은 의지의 직접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준다. 웅장한 오페라는 독일어 가사를 전혀 몰라도 큰 감동을 준다. 이렇듯 음악에 몰입하고 집중함으로써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을 수 있다.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카타르시스와 비슷한 효과다. 그는 디오니소스 제전에서 비극을 관람할 때의 체험을 카타르시스의 주된 내용으로 삼았다. 이런 체험의 본질은 인간을 한계까지 몰고 감으로써 오히려 그로부터 부정적인 체험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한계와 무력함을 느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오히려 이성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초월을 체험하게 된다. 관객의 마음속에 쌓여 있던 불안, 우울, 슬픔 등의 감정이 등장인물이 겪는 비극적인 상황이나 비참함에 공감하면서 해소되는 것이다. 이것이 그리스 비극 예술이 가져다준 마음의 정화 작용이다.

이런 음악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생각은 니체의 예술 철학에 그대로 이어졌다. 니체는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론적인 것을 구분하고, 각각 멜로디와 가사에 비유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포도주의 신을 뜻하면서 동시에 여러 번의 죽음과 재생을 경험한 이오니소스처럼 인간도 술에 취해 삶에 따른 고통을 잊고 다시 거듭나는 경험을 한다. 덧없는 삶의 시간에서 벗어나 고통을 더 넓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예술은 삶의 꽃이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이 너무 힘들어 참을 수 없다면 클래식을 들을 것을 권장한다. 오페라는 가사를 이해해야만 되지만 실내악이나 관현악은 그럴 필요가 없다. 클래식은 이 세계가 의지라는 사실을 직접 느끼게 해 주는 통로와 같다. 이 세계가 의지라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게 해 주는 예술이다.

바그너는 1854년 스위스에서 처음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었는데 당시 쇼펜하우어는 최고의 명성을 누리는 철학자였다. 바그너는 그의 책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을 여러 번 읽고 쇼펜하우어를 존경했지만, 쇼펜하우어는 정작 바그너를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깎아내렸다. 바그너는 쇼펜하우어가 사망한 1869년에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했지만 찾아가지는 못했다. 독일 음악계를 주도하던 바그너도 쇼펜하우어의 묘를 찾아가기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그래도 쇼펜하우어를 존경하는 마음은 계속되어 나는 쇼펜하우어에게 감사하다라고 말했다고 글로 썼다. 그의 작품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그대로 담은 작품으로 알려졌다.


음악이 치유의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고단한 짐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음악을 듣는 것이다. 물론 클래식이 가장 좋겠지만 요즘 음악 장르가 다양하다. LP, CD, 유튜브 음원 등 무엇으로도 좋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삶의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이나 예술 작품을 돈이나 성공, 그리고 이익에 대한 생각은 미뤄두고 고요하게 바라보자. 변화하는 이 세계의 불변의 것, 보편의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인생의 욕망과 괴로움을 예술을 통해서 가라앉힐 수 있다.




자연과 예술은 우리를 해방시킨다.




[Epilogue]

고통은 우리의 마음에서만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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