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球上唯一的韓亞 34~36

단차 | 2023.11.15 22:59:41 댓글: 2 조회: 149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7881
34


 때로 아주 슬픈 장면을 목격할 때도 있었다. 얼음 혹성에 사는 고도의 지능을 가진 무당벌레들의 마지막이 그랬다. 정확히 무당벌레는 아니지만, 한아는 그들이 무당벌레를 닮았다고 우겼다. 빨갛지 않아도 투명하게 펼쳐지는 둥근 형태의 날개와, 점박이 무늬가 비슷해 보였다.

  얼음으로 지은 치밀하고 아름다운 도시는 망원경을 통해 봐도 대단했다. 아마 실제로 본다면 가슴이 떨리는 곳이었으리라. 

  그러나 그 혹성은 수백만 년의 항상성을 버리고, 점점 더 따뜻한 곳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항상성이란 견고해 보여도 그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었다.

  무당벌레 주민들은 반 정도는 우아한 우주선에 올라탔고 반 정도는 그대로 남았다.

  “어째서 다 떠나지 않는 거야?”

  한아는 애가 타서, 가까워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먼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등에 얹어서 탈출시켜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들이 당당히 탈출을 포기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경민이 망원경 배율을 조작해 남기로 한 이들의 성명서를 해독해냈다.

  “우주의 광막함을 견디고 싶지 않고, 긴 여행에 필요한 한정된 자원을 미래 세대에게 양보하고 싶대.”

 
 그래서 한아와 경민은 어쩔 도리 없이, 먼 곳의 문명이 그대로 녹아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투명하고 둥근, 조금씩 무늬가 다른 한 장 한 장의 날개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끝의 끝까지 눈부신 형상이었지만, 다시는 목격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기도 했다.

  한아는 이후 채 겪어보지 않은 광막함에 대해 계속 떠올렸고, 우주가 언제나 광막한 곳이어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마음속에도 그것이 일부 녹아들지 않았을까 여기게 되었다. 

  누군가는 어렴풋하게, 누군가는 살을 찔러오는 강렬함으로 안쪽의 춥고 비어 있는 공간을 더듬는 것이다. 얼음 무당벌레들이 지독하게 느끼는 편이었을 뿐, 우리는 모두 이 어둡고 넓고 차가운 곳에 점점이 던져져 있지 않은가? 부디 탈출한 자들이, 더 오래 변하지 않을 보금자리에 잘 도착하기를. 여행이 그들을 너무 바꾸어놓지는 않기를.

  한아의 취향엔 위태롭지 않은 외계인들이 좋았다. 경민은 별로 반기는 편이 아니었지만, 가끔 민박을 원하는 외계인들이 그들의 빌라에 묵곤 했다. 좋은 부수입이기도 했고, 시끄럽고 들뜬 관광객들 곁에 있으면 함께 마음이 높은 음을 울려서 좋았다.

 
 “외계인이나 외국인이나 마찬가지더라. 별로 안 달라.”

  유리에게 말했다. 떡꼬치와 떡볶이의 차이에 대해 심각하게, 마찰음이 유난히 많은 그들만의 언어로 흥분해서 떠드는 외계인들을 지켜보는 건 흐뭇했다. 역시 떡볶이지. 내일은 궁중떡볶이와 즉석떡볶이를 소개시켜줘야겠군, 따위의 결심을 하면서.

  좋은 지구 민박집 주인.

  당분간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되고 싶지 않았다.

   

   
35


 “지구와 닮은 곳을 보여줄게. 근데 아주 다르게 발전했어.”

  경민이 말했고, 한아가 보기에도 그곳은 지구 같았다. 무엇보다 그 땅을 거니는 이들이 지구인 같았다. 그들은 두 발을 가지고 걸었으며, 열두 개의 길쭉한 손가락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가끔 지구의 십이진법을 의심할 때가 있어. 저기서 온 게 아닐까.”

  약간 옆에 붙긴 했지만, 인간과 유사한 눈을 가지고 있었으며 코와 입은 없어도 전체적인 실루엣은 확실히 비슷했다. 특이한 점은 옷을 입지 않고 긴 머리카락을 바닥까지 질질 끌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경민이 망원경을 조정해주자, 한아는 그게 머리카락이 아님을 알았다. 가는 덩굴줄기들이었다.

  가만 지켜보고 있자, 그들은 드문드문 흩어져 자리를 잡고 흙속에 열두 개의 발가락들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머리카락의 잎사귀들이 넓게 벌어졌다. 조그만 안테나처럼. 그러곤 아주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눈밖에 없는데도 표정이 풍부했다. 먼 곳의 한아조차 느낄 정도로 따뜻해하고 간질간질해하는 표정이었다.

  “중간까지는 진화 과정이 비슷했는데, 어느 기점 이후 저들은 동물성을 일부 포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어. 머리의 덩굴은 처음에는 기생식물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완전히 결합된 상태고.”

  “지금 광합성 하는 거지, 저 사람들? 그래서 코도 입도 없는 거야?”

 

  “응, 굉장하지?”

  “의사소통은 어떻게 해?”

  “어마어마한 수화. 필담도 많이 쓰고.”

  “어, 저기 정말 가보고 싶다.”

  “관광지로는 인기가 없는 편이야.”

  “왜?”

  “각자의 생태는 천차만별이지만 어떤 종이든 간에 음식점과 숙소, 화장실 정도는 필요하기 마련인데 아무것도 없거든.”

  광합성인들은 그런 불필요한 것들을 지을 생각도 없다고 했다. 그들이 특별히 방문객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을 걸거나 하면 매우 귀찮아했다. 그 별에서 외부인들끼리 각종 사건을 일으키는 바람에 은하계 차원의 문제가 된 적도 있어서 출입을 까다롭게 만들어야 했고 말이다.

  광합성인들은 따뜻한 햇빛에서 양분을 얻을 뿐 아니라, 우주를 떠도는 멋진 꿈이나 이야기, 아이디어 들을 수신하기도 하는데 대개 흙 위에 좀 끼적끼적하기는 하지만 딱히 기록을 제대로 하지는 않는단다. 그렇게 바닥에 낙서처럼 쓰여진 것들에는 엄청나게 혁신적인 내용이 더러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놀라운 재능이 허비되고 있는 걸 안타까워한 옆 행성 사람들이 인공위성을 띄워 그들의 메모나 스케치를 찍고 보관할 정도였다.

  “그거 도둑질 아냐? 거의 제국주의 국가들의 박물관 같은 행태인데?”

  한아는 문득 그게 옳지 않은 일 같았다.

  “그렇긴 해. 하지만 일단 저 사람들도 허락을 하긴 했거든. 하도 귀찮게 구니까, 마음대로 해, 수준의 허락이긴 했지만…… 우주 전체가 저들한테 큰 도움을 받고 있지. 대신 다른 문명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저 별을 있는 그대로 보존해주기로 약속했어. 지금까지는 잘 지켜지고 있고.”

  광합성인들이 열두 개의 손가락으로 흙 위에 글과 그림을 늘어놓는 모습은 언제 봐도 지겹지 않았다. 때로 그들의 머리카락 덩굴에서 꽃이 피기도 했다. 나팔꽃과 비슷한 형상이었다. 

  한아는 경민 없이 혼자서도 새벽에 일어나 종종 그들을 바라보았다. 한아가 좋아하는 행성들 중 하나가 되었다.

 
 한아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특히 자주 그곳을 바라봤는데, 놀랍게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광합성인들이 보내주는 것은 아닐까, 한아는 다정한 생각을 했다.

   

 36


 우주에도 악취미인데 실행력은 또 지나치게 좋은 이들이 존재해서, 한 지구 애호가가 소규모로 재현해놓은 ‘제2 지구’가 있었다. 이름과 달리 지구와 그다지 비슷하지 않았다. 적어도 7층은 되어 보이는 빌딩에서 사람들이 풀쩍풀쩍 뛰어내리는데 하나도 다치지 않는 걸 보고 한아는 놀랐다.

  “고양이도 아니고 어쩜 저럴 수 있지?”

  “아, 저 사람들 ‘고양이 남자’야. 전혀 고양이랑 닮지는 않았지만 대단한 무릎을 가지고 있지.”

  “남자만 있어? 왜?”

 
 “저곳을 만든 지구 애호가는, 어째서인지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했던 모양이야. 지구에 대한 걸 왕창 끌어모으기는 했는데 영 편집을 잘못한 거지. 내 생각에 돈이나 기술이 모자랐던 것 같지는 않지만 뭔가 지구에 직접 못 올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해. 애초에 저기 유배당한 범죄자였다는 소문이 있어,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지만.”

  누군가의 지구에 대한 집착, 어딘가 상당히 뒤틀린 상상력이 낳은 생명체들은 지구를 닮은 듯 생소한 모습이었다. 고양이 남자를 비롯해서 피라니아 같은 인면어, 머리가 세 개인 개, 나비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는 비비원숭이 등 지구에서 기원한 것은 맞지만 지구에 정말로 존재하지는 않는 것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아를 놀라게 한 건 따로 있었다.

  “천사가 있어……”

  “응. 멋진 날개지? 근데 돋을 때는 엄청 아팠던 모양이야. 최근에 저 사람이 자서전을 냈는데, 거대한 어금니가 어깨에서 돋는 것처럼 아팠대. 전혀 필요하지 않았던 고통을 겪고 나서 더이상 자신을 만든 지구 애호가에게 복종하길 거부하고 체제 전복을 일으켰어. 지금은 저 행성의 운영자야.”

  “사람들이 저길 놀러가?”

  “지구로 오는 길에 중간 휴게소같이 방문하는데, 사실 나쁜 농담에 가깝지. 비교해보고 웃으라고 들르는 거니까. ”

  “저기 진짜 지구인은 한 명도 없는 거네.”

  “아니, 딱 한 명 있어. 지구 애호가가 불법으로 납치해간 사람이 한 명. 심지어 한국인이야. 용인 출신인데 어린 시절부터 아르바이트한 경험으로 해외 놀이공원에 취직하려다가 저기로 납치당했대. 지구 애호가가 죽고 다시 자유를 얻었지만 돌아오지 않고 저기 남았어. 천사의 애인이란 소문이 있는데 내가 봐도 꽤 뜨거워 보이더라.”

  “외계인들의 납치는 진짜 있는 일이구나.”

  한아는 문득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원래의 경민이 무사하기를 바랐다. 언젠가는 저기 저 미묘한 휴게소에 들러 쉬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건 남은 사랑은 결코 아니었고 이미 산화할 대로 산화해버린 우정일 뿐이었지만.

  경민은 종종 천사의 별에 택배를 보냈다. 지구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담긴 자료와 그쪽에서 활용할 만한 아이템들이었다. 최근에 보낸 건 최신판 『론리 플래닛』 한 박스와 솜사탕 기계였는데 무척 좋아했다. 천사는 근사한 깃펜으로 쓴 감사 인사를 보내왔다.

  한아와 경민이 직접 제2 지구에 들르게 되는 것은 아주 나중의 일이다.

   

 

 

 

 

 
 

 
 

추천 (1) 선물 (0명)
IP: ♡.252.♡.103
로즈박 (♡.43.♡.108) - 2023/11/16 07:32:26

정말로 저기에 한번 가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랑 닮은듯 전혀 안 닮은 그런 외계인들도 보고싶고..물론 너무 허구는 아니겟죠?ㅋㅋ
웬지 외계인이 잇다고 믿고싶어졋어요..
아..날개달린 천사의 모습도 보고싶고..하하하..

단차 (♡.252.♡.103) - 2023/11/16 07:33:47

인간의 상상력이 때론 직감과도 비슷해서 맞을 때도 있다고 하잖아요.
저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외계인의 존재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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