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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마치 한마리의 새처럼

네로 | 2002.04.09 09:21:52 댓글: 0 조회: 833 추천: 1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508
타워의 끝으로 나는 발을 디뎠다. 가벼운 미풍이 불어오자 몸이 휘청거린다. 솜구름이 마치 손을 내밀면 잡힐듯이 가까워보인다.발끝아래 밑에는 시퍼런 호수물이 일렁이고 사람들은 쌀알만하게 보였다.

<뛰여내려!> 누군가 소리치는 목소리가 가늘게 들린다.
나는 몸을 훌쩍 날렸다. 귀전에는 바람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오고 온몸이 오그라들듯이 경련이 일어났다. 바닥까지 거의 내려갔을즈음 퍽! 억센 손이 내 몸을 잡아당기나 싶더니 나는 다시 40여미터의 고공으로 사정없이 다시 튕겨올라가고 다시 아찔하게 추락한다.

정신이 약간 수습되자 나는 두팔을 벌리면서 손으로 V자를 벌려보였다. 밑에 인파속에서 우뢰와 같은 환호성이 들려온다. 뒷이어 나는 무릎을 구부려 가슴에 붙인뒤 두팔로 감싸안고 공중회전을 시도하였으나 TV에서 봤던것처럼 돌지를 않고 그냥 무릎을 감싸앉은 자세로 올라갔다가 다시 출렁이며 떨어진다.

진폭이 약해질즈음 로프는 재빠른 속도로 주르르 미끄려져내려오고 밑에 고무보트에서 대기하고있던 아저씨가 나를 부축해서 내린뒤 잔등에 걸린 고리를 풀어낸다.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뭍에 있는 친구들에게 손을 저어보였다.드디여 번지점프를 해낸것이다.

친구들은 박수로 나를 맞아주었다. 아~ 뿌듯하다. <오빠 정말 멋있었소.> 김령이가 난리다. 비디오카메라를 들고있는 은철이보고 물었다.

<잘 찍었니?>
<아니. 못찍었어.카메라를 너한테 맞추었는데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지더라..흐흐>

TV에서 번지점프하는 장면을 여러번 보아왔다. 아스라한 타워나 협곡에 걸친 철교위에서 단 한가닥의 고무로프에 의지해서 서슴없이 뛰여내리는 장면을 보면 너무나도 멋있었다. 더우기 한번은 배경음악으로 I bleave I can fly(나는 믿는다,내가 날수 있다는것을)가 흘러나왔는데 새처럼 하늘을 헤가르는 모습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노래가 아닐수가 없었다.

하지만 번지점프하는 일은 그렇게 기분좋고 로맨틱하지만은 않았다. 일단 한번에 한사람밖에 사용할수가 없으므로 많은 대기자에 비해 진행속도가 느려서 표사는데만 한시간남짓이 걸렸다.표값은 2만5천원이였다. 그다음 혈압을 재고 간단한 질문 몇마디에 대답한뒤 신원과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다시 차례가 돌아올때까지 밖에서 한시간정도 대기해야 했다. 하긴 평일이 아닌 휴일에 찾았으니까 그럴수밖에 없겠지만...

드디여 차례가 돌아오자 일군의 도움밑에 보호용구를 몸에 착용하고 비치되여있는 고무줄로 안경을 머리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다음 저울에 올라서서 몸무게를 달았다. 몸무게는 볼펜으로 손등에 씌여진다.

밖에 나가서 타워외벽에 부착된 엘리베이터로 올라탔다.무쇠궤짝을 방불케 하는 컴컴한 엘리베이터가 덜컹거리며 타워를 톺아오르고 쇠그물창바깥으로 보이는 사람과 나무가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타워꼭대기로 도착한뒤 같이 동승했던 사람들이 내리고 옆에 마련된 자그마한 방에서 조교의 시범이 시작됐다. 팔을 벌리고 최대한 멀리 뛰여야 부상을 피면하고 순조롭게 번지점프를 할수 있다고 했다.

한쪽에서는 번지점프가 끝난 로프가 걷어져올리고 빨리 뛰여내리라는 독촉이 이어진다. "60킬로이하 앞으로 나오세요." 다들 머뭇거리며 쉽게 나가지 못한다. 생각밖으로 번지점프를 하는 사람중에 여자가 훨씬 많았다. 겁도 많지만 호기심이 많은게 여자이기때문이 아닐가싶다.

머뭇거리다가 한 여자애가 나섰고 조교가 그의 등에 로프의 쇠고리를 걸어준다. "파이브,포,쓰리,투,번지! 하면 뛰세요.> 죽음의 카운트다운이 드디여 시작됐다.  <번지!> 하지만 그녀는 뛰여내리지 않는다. 잠시동안 침묵이 흐르더니 밑에서 와~ 하는 함성이 들려왔다. 어느새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뛰여내렸던것이다.

<70킬로이상 나오세요.> 내차례가 돌아왔다. 조교가 내몸에 가로세로 걸쳐져있는 벨트를 다시 한번 조인뒤 등뒤에 짤그락 하고 로프고리를 채웠다. 한발 내디뎌서 타워의 바깥으로 발의 반을 내놓았다. 주변의 사야가 이렇게 틔인적이 없다. 심지어 발밑시야마저도... 현기증이 몹시 났다. 딱 한발작만 내디디면 되는데 아무것도 없는 텅빈데로 발을 내디딜라니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하지만 뛰여내리지 않으면 안된다는것을 나는 잘 알고있다. 밑에서 목을 쳐들고 쳐다보는 10여명에 가까운 친구들... 그리고 퍼그나 싸지 않은 표값,그리고 안뛰여내리면 두고두고 후회해야 한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있었다.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왜서 여기까지 억지로 올라왔는지? 나는 허구픈 웃음을 지으며 45미터 높이에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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