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쁜 그녀의 발


그녀에게서 메일이 왔습니다. 약속대로 그녀는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난 보고 또 봅니다. 그녀는 이쁜 신을 신고 있었습니다. 하얀 신발인데 너무 너무 이쁘다고 생각했습니다.

침묵속에서 조용히 담배를 피웁니다. 침묵속에서 딱 두대 피웠습니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회답을 썼습니다.

--아, 정말 이쁘네요. 그런데... 얼굴도 보이고 두 팔도 보이고 치마아래의 두 다리도 참 잘 보이는데, 왜 발이 안보이징… 나 발은 꼭 봐야되는데...ㅎㅎㅎ...

이튿 날, 그녀에게서 또 사진이 왔습니다. 사진에는 까만 고양이 발이 두개 찍혀있었습니다. 고양이 발 아래에는 그녀의 메시지입니다.

--저의 발 이쁘죠... 나쁜 놈...히히히...…

이튿 날, 그녀에게서 또 사진이 왔습니다. 사진에는 까만 강아지의 발이 두개 찍혀있었습니다.

--저의 발 이쁘죠... 나쁜 놈...히히히...

다음은... 돼지 발 두개, 히히히... 곰의 발 두개, 히히히 ... 닭의 발 두개, 히히히... 오리 발 두개, 히히히...그리고 이름 모를 발 두개, 히히히...

세상에...  

덕분에 난 한달동안 이 세상의 별라별 동물의 발들을 다 봐야 했습니다. 어떤 발은 웬 동물의 발인지, 보고 또 봐도 알아맞추기 어렵습니다.  

장가 갈가 말가...

젊은 시절의 돌이와 달리, 배뚱뚱이 돌이는 더블 침대에 누워, 담배연기속에서 허연 천정을 바라보며, 누군가  생각 할 때마다 두 눈에는 별라별 발들이 다 보입니다.

정말입니다. ㅎㅎㅎ...


PS: <돌이창작실>제작 2002-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