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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전에 나 자신을 시집보내기(7)

enkk | 2008.08.05 00:46:17 댓글: 2 조회: 762 추천: 2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75332

녀석은 매일과 같이 출근하고, 나는 매일 평균 한두개의 면접을 보러 다니고......
녀석은 매일 칼퇴근을 해서 5시 45분이면 집에 들어서고, 나는 매일 그 시간을 맞춰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이렇게 평범한 하루하루가 흐르고, 우리 사이는 역시나 민숭민숭하지만 조금은 재밌고 구수한 숭늉같다고나 할까?

헌데 매일과 같이 시간을 지켜 퇴근하던 녀석이 오늘은 해가 막 저무는데도 소식이 없다. 전화를 해 볼까도 했지만 여자가 너무 닥달을 하는 것 같아 솬라했다. 채는 식고 덥히면 또 식고... 이렇게 거듭하기를 서너번째, 지침은 어느덧 11시를 넘어서고 있다.

녀석이 어디서 여자 색마나 사이코에게 잡혔나? 하지만 그럴 얼굴이 전혀 아닌데, 그럼 술 먹고 나부라지기도 했나? 그럴 것도 같지 않은데, 녀석은 밖에서 술을 마시면 항상 도를 넘지 않는데...
더는 안되겠다 싶어서 전화를 하니 신호는 가는데 도통 받지를 않는다. 줄기차게 끈질기게 그냥 했더니 드디어 걸렸다.

"너 어디냐?"를 소리치기도 전에 그쪽에서 먼저 전해오는 목소리: "미나야, 미나야..."

엥? 이게 웬 시츄에이션? 내 이름은 미나가 아닌데, 녀석이 술 먹고 눈에 곰팡이라도 낀건가?
"너 어디냐? 술 먹었어?"
"미나야, 돌아와, 내가 잘못했어, 돌아와..."
"이런, 나 참..."

옷을 껴입고 밖으로 나왔다. 녀석을 찾아가려고.
헌데 저게 뭐람? 아파트단지도 채 나서기 전에 저쪽 벤치위에 거무틱틱한 무엇인가 누워있는 것이 보인다. 가까이 가니 입으로 중얼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야! 이 녀석아, 너 여기서 뭐하는 짓이냐?"
"미나야, 돌아와, 미나야..."
"이쿠, 이 놈의 술냄새, 술이 안되면 먹지나 말지, 이게 무슨 진상이냐?"


소금에 절인 시라지처럼 축 늘어져 있는 녀석을 끌고 집으로 향했다.
무겁긴 왜 이리 무거운거냐? 다이어트 좀 하라 잉?

낑낑 거리며 녀석을 끌고 집으로 올라왔다.
훌 놓으니 훨 하고 쓰러진다.
아이구, 힘들어.

"미나야, 미나야..."
젠장, 아직도 미나타령이다.
뭐? 미나?


미나, 오래 듣지 못했지만, 나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이미나, 녀석의 첫사랑 그녀다. 

10년 전, 중학교 2학년.
당시 우리 반은 애들이 참 올됐었다, 좋게 말하면 조숙했다고 하나? 어린 나이에 쌍쌍이 돌아다니는 커플이 많았으니까, 코나 겨우 닦을 나이에 지들이 무슨 사랑을 안다고. 하지만 그 대오 속에는 녀석도 있었고, 나도 있었다. = =

이미나 그는 울 반의 반장이었다. 이쁘고 도도하고 활발하고 공부 잘하고... 요즘 말로 하면 완전 퀸카? 그녀를 좋아 침을 흘리는 수많은 남학생들을 제쳐두고, 보기에 어리숙하고 목석같은 녀석이 그녀 남친일 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 말 그대로 울 학교 메가톤급 쇼킹 뉴스였고, 그 사실때문에 얼마나 많은 남학생들이 녀석을 눈에 든 가시취급했고 또 얼마나 많은 남학생들이 머리를 두부에 박으며 한탄하고 후회하고 아쉬워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을 놀래킨 만큼 그들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미나는 누군가 다른 남자에게 끌려 떠났고, 녀석은 그때문에 오랜 시간을 힘들어 했었다. 

그가 임창정을 좋아하게 된 것도 그때부터 였다. 임창정에게 <이미 나에게로>라는 노래가 있는데, 어느 쇼프로그램에서 이 노래에 얽힌 사연을 말한 적이 있다. 임창정이 사랑했던 그녀 이름이 이미나 였는데, 그녀를 생각하며 그녀 이름을 따서 <이미 나에게로> 즉 <이미나 에게로>란 노래를 썼다는 것.

이미나로 인한 기막힌 우연을 알게 된 후로 녀석은 임창정의 광팬이 되었다. 임창정 노래 가사의 구절구절마다 자기 마음을 말하는 것 같다고 했고, 임창정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감동의 메아리를 불러온다고 했다. 그리고 녀석은 맥주를 먹으면서도, 노래방에 가서도 역시 임창정의 <소주 한잔>을 부른다. 아마도 그때마다 떠나간 그녀 이미나를 생각하고 있었으리라. 

상처만 안겨주고 떠나간 여자가 무엇이 좋다고 이렇게 죽을 것처럼 있을까?
그리고 헤어진지 십년이 되는 이미나는 왜 갑자기 떠올린 걸까? 
오늘 대체 무슨 일이 있은걸까?

"미나야, 내 곁으로 돌아와, 그때는 내가 사랑하는 법을 몰랐어. 이제 다시 기회를 준다면 다시는 너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을께. 미나야......"

수건을 적셔가지고 녀석 얼굴을 닦아주려고 다가가니 녀석이 막 손을 잡는다.
술 기운에 눈에 헛것이 보이는 모양이다. 
"미나야, 돌아온거야? 그렇지?"
"쩝......"

잡힌 왼손을 가만히 하고 오른손으로 얼굴을 닦아 주었다. 하루 새로 애가 얼굴이 핼쓱해졌다. 
근데 이게 뭐람? 녀석이 똥땜이 생긴거냐? 
반항을 안했더니 와늘 제법이다. 
두 팔을 벌려 막 안으려고 그런다. 

뿌리쳐 보았지만 녀석이 그래도 남자라고 힘은 좋다. 
뿌리칠 수록 점점 억세게 끌어 안는다. 
결국 그런대로 가만히 있었다. 
어차피 래일 술에서 깨면 기억 못할거니까, 힘든 때 가상으로나마 위로해주자. 

"미나야,미나야...우리 다신 헤어지지 말자..."

한참을 중얼거리더니 드디어 잠에 드는지 조용해졌다. 
그대로 소파에 눕히는데 잠결에도 손을 놓지 않는다. 
잡힌 그대로 녀석 얼굴을 조용히 들여다 보았다. 
불쌍하다. 
못난 놈.

그래서 다들 남자는 첫사랑에 집착이 강하다고 그랬나 보다.
오늘 가장 생동한 예를 보았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있어서 마음시릴 정도로 그립고 애모쁘고 잊을 수 없는 존재일까?

추천 (2) 선물 (0명)
IP: ♡.241.♡.36
눈송이 (♡.245.♡.238) - 2008/08/06 16:08:42

일빠네 ㅎㅎ
둘이 되려나 햇는데...
다른 사람들이 서로 맘속에 잇구나...
그럼 올림픽은 누구 손 쥐고 보려나요?ㅎㅎ
빨리 남친 찾아야겟는데
힘내세요......

삼순이다 (♡.222.♡.106) - 2008/08/18 23:16:02

님의 꿈이 빨리 이루어지길 바랍니다...그래야 경쟁적수가 한사람이라도 줄어드니깐요...ㅋㅋㅋ
담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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