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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어디 갔니? (25)

해피투데이 | 2011.10.09 13:27:21 댓글: 5 조회: 472 추천: 3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1580071


25. 고백

 

 
<이거 놔.>

 

막무가내로 이끌려나온 깜순이가 나의 손을 뿌리친다.

 

<다시 한번 말해봐.

정말 내가 제일로 싫은거야?>

 

쌀쌀한 초가을의 밤,

웃통을 벗어던진 나는 버럭 화를 내면서 소리질렀다.

 

<... ...>

 

나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인지 아니면

나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오기가 당당하던 깜순이가 고개를 떨군채 뒤로 주춤 물러선다.

 

<나는 세상에서 너랑 있을때가 제일 좋아.

너랑 마주쳤다 하며는 말다툼 하고,

너랑 만났다 하며는 신경질 나고,

그래서 번번이 벌도 서지만 그게 싫지만은 않아.

아이스크림도 너한테만 사주고싶고

닭다리도 너한테만 주고싶고

산에도 강에도 너랑 함께 가고싶고...

그런데 넌 이런 내가 싫어. 정말 싫은거니?>

 

<... ...>

 

깜순이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채 아무 말이 없다.

도도하고 까칠하고 삐딱한 깜순이는 어디 갔는지

얌전한 깜순이만이 내 앞에 서있는다.

세상이 뒤엎어진다 해도

도저히 있을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있었다.

천하의 박미림이가 이 한동수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니...

그것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채로 말이다.

 

내 생에 처음으로 보는 광경,

나는 웬지 모르게 불안하였다.

종래로 하지 않던 행동을 하고 있는 깜순이가 불안하였고,

나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깜순이가 불안하였고,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깜순이가 불안하였다.

나의 불안감, 대채 어디서부터 나오는 감정이란 말인가?

도저히 종 잡을수 없이 답답하고 화가 나고, 알고싶고 궁금하고...

정말 내가 싫다고 말하는 깜순이에 대해 미칠 듯이 따지고 싶지만

침묵만을 지키고 있는 깜순이에 대해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

이 녀석이 정말 삐져도 단단히 삐진건 아닌지?

정말 이러다가 다시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건 아닌지?

상식대로라면 말대꾸를 해야 할 깜순이가 왜 이토록

묵묵부답으로 나오는건지? 아마도 염치없이 성질을 부리고 있는

나에 대해 단단히 화가 난 듯 싶기도 했다.

깜순이는 정말로 그랬다.

일단 화가 났다 하며는 하루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은 뭘가?

나는 깜순이가 좋다고 말하는데...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왜서 깜순이한테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또 깜순이는 왜서 죄를 지은것처럼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건지?

내가 싫으면 싫을 이유가 분명히 있을건데...

왜서 침묵만 지키고 있는건지...?

 

<말해봐. 어서 말해봐.>

 

나는 깜순이 앞으로 바싹 다가서면서

더욱 강압적으로 말했다.

 

<... ...>

 

깜순이는 여전히 고개만 떨군채 가만히 서있었다.

나는 그런 깜순이가 답답했지만 대답할때까지 잠자코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나와 깜순이는 불과 3cm도 안 되는 거리를 유지해 서있었다.

이렇게 마주하여서 가까이 서있어 보기는 처음인 것 같았다.

또 다른 때와 전혀 다르게 행동하고 있는 깜순이를 보고있노라니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면서 꽉 안고싶은 충동마저도 생겼다.

당장이라도 꼭 껴안고싶었지만 웬지 그럴 용기는 나지 않았다.

내가 싫다고 말하는 사람을 꽉 껴안았다가

정말로 화나서 다시는 나를 쳐다보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나는 만감이 교차하는 이 기분을 가까스로 짓누르면서

인내심있게 깜순이의 대답을 기다리기로 했다.

 

... 침묵은 한참동안이나 흘렀다.

나도 깜순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각자의 시선을 원래의 상태로만 고정시켰다.

깜순이는 발끝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나는 고개를 숙인 깜순이의 머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렇게 침묵은 계속하여 흐르고 있을 때

깜순이가 고개를 들면서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똑부러진 한마디를 하였다.

 

<이 바보 똥개야!>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나를 피해 멀리로 도망가버렸다.

아주 빠른 속도로 말이다.

 

-헉!

 

깜순이가 가버림과 동시에 나는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사람이 얼마나 싫었으면 저렇게 딸랑 욕 한마디만 해놓고

도망가버릴수가 있단 말인가!

평소에 내가 지를 아무리 괴롭힌다 해도 그렇지.

어떻게 내가 싫어하는 금희나 경민이앞에서

세상에서 나를 제일로 싫어한다고 말할수 있으며

또 자기를 좋다고 말하는 나에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도대체가 계집의 마음은 알수가 없는것이라 했는데

저 깜순이의 요상스러운 마음이란 내게 있어서

하늘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은것이어서

도저히 알래야 알수 없는것이었다.

사람이 이토록 솔찍해졌으면 응당 솔찍한 표현을 해줘야 맞겠건만,

오늘의 깜순이는 끝내는 날 외면하고 가버리고 만것이다!...

 

-------------------

 

이튿날, 나는 엄마의 자명종같은

잔소리를 듣기도전에 잠자리에서 벌떡 깨어났다.

지난밤, 좀 늦게 잠들었지만

나는 시계추가 달린 꼭두각시처럼 벌떡 깨어나고야 말았다.

내가 일찍 깨어난 이유,

그것은 바로 나의 이부자리가 젖어있었기 때문이다.

잠결에 이부자리가 칙칙해졌다 해서 설마설마 했는데

그놈의 개.새.끼(베베)가 또 내 이부자리에 오줌을 갈기고야 만 것이다.

 

지난날, 이부자리에 오줌을 싸서

깜순이한테 들킨다음부터 절대로 이부자리에

지도를 그리지 않는다고 맹새한 나였다.

그런데 이쁜 선생님이 온 다음부터 내 이불은 곧잘 젖었다.

왜냐하며는 베베란 놈이 오줌만은 죽어도 내 이부자리에 싸야 한다는

괘씸한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날 이쁜 선생님이 우리 집에 온 첫날,

나는 베베가 온돌바닥에 똥을 누고 오줌까지 싸는 것을 보았다.

원래부터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인지라

그 광경에 너무도 한심하고 기가 막혀서

그만 베베를 발로 빵~ 차준적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쁜 선생님이 보지 않았을 때 말이다.

그 후로 썅.놈의 개,새,끼는 터지는 오줌통을 참으면서까지

내 이부자리에 오줌을 싸대는것이었다.

다른 곳에도 싸지만 내 이부자리에 싸는 확률이

절대적으로 높은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베베를 더욱 싫어했고,

그래서 그 개를 좀 치워달라고 말했지만

이쁜 선생님은 어찌 자기 딸을 버리냐 하면서

끝내는 내 말을 듣지 않는것이었다.

매번 이부자리를 빨고 말리우는 엄마는

나와 이쁜 선생님이 다투는 모습을 그냥 웃으면서 넘겨주었다.

 

<어머, 네가 웬 일로 이리도 빨리 깨어났냐?>

 

밖에서 배추를 다듬고 있던 엄마가 놀랐다는 듯 말해온다.

 

<... ...>

 

나는 엄마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채

뒤 돌아서서 바지를 훌 내리고 오줌을 갈겼다.

 

<이놈아, 엄마가 오줌은 구석진 곳에 싸라 했지.

그렇게 배추밭에다 싸질러대면 배추는 어이 먹냐?>

 

엄마가 훌떡 일어나더니 그 어마어마한 손으로

나의 엉덩이를 쳐놓는다.

 

<엄마!>

 

나는 꽥 소리 지르면서 오줌을 싸는 채로

무작정 앞으로 도망갔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오줌줄기는 꽤나 굵고도 줄기찼다.

 

<엄마얏!>

 

엄마의 손을 피해 엉기적엉기적 앞으로 걸어가던 나는

나의 앞에 갑작스레 나타난 깜순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 놀라움과 동시에 거의 멎어가던

오줌줄기는 신기하리만치 뚝딱 멈춰져버렸다.

그럼과 동시에 나는 번개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바지를 올려버렸다.

 

<얏!>

 

소리를 지른 것은 내가 아닌 깜순이였다.

 

<... ...>

 

<넌 어쩜 그리도 개념이 없는거니?

소변은 뒷간에서 보는거야.

그런 기본적인것도 모르는 넌

정말로 바보 똥~ 똥~깡아지야. 흥!

그리고 이 바보 똥개야!

아무데나 그렇게 싸질러 대면 어떡해.

시도 때도 없이 그렇게 막 싸질러대면

옆집에 사는 나는 눈을 어디다 둬란 말이냐?>

 

<얏! 무엇이라고...?

이놈의 기집애가 아침부터 왜 남의 염장을 지르지 못해 안달이야?>

 

<흥! 바보 똥개야!>

 

깜순이는 펄쩍펄쩍 뛰는 나의 모습을 보고는

또 그 특유의 팔짱끼기와 얼굴돌리기를 한다.

그런 깜순이의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똥수, 어문교과서는 한페지나 썻나?

이제 6일 남았다. 그거 안 쓰면 넌 나의 종이 되는거다!

호호... 나의 종, 이제 어찌 부려먹을려나? 호호호...>

 

깜순이는 손으로 입을 막고 한참동안이나 쿄쿄 거리더니

[나~ 잡아봐라~]는 듯 깡충깡충거리면서

자기 집안으로 들어가버린다.

 

<허허... 요즘 애들이란 참!>

 

나와 깜순이의 모습을 한참동안이나 지켜보고 있던

울 엄마가 깜순이 아버지한테 하는 말이다.

 

깜순이 아버지는 앞강에 통발을 놓아서 고기잡이를 하는데

매일 새벽녘이면 통발에 걸려든 물고기를 건져오군 했다.

그것이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되는 일과중의 하나인데

그렇게 잡은 물고기를 안도시내에 팔아서 용돈을 벌군 했다.

그리고 그렇게 번 용돈은 모조리 깜순이를 위해 씌여지군 했다.

깜순이한테 학용품이나 먹을거리 같은 것을 사주기도 했고

때로는 예쁜 옷이나 인형같은 것을 사주기도 했다.

그런 아빠의 정성을 잘 아는 깜순이는 매일같이

자기 아버지의 아침마중을 나오군 했던 것이다.

그러니 깜순이는 나에 비해서 한시간 정도는

빨리 깨나는 셈인 것이다. 그리고 베베 때문에 모처럼 빨리 깨어난

나는 그만 깜순이한테 못난 모습을 보여주고 만 것이다.

 

<동수어머님, 이거 새로 오신 선생님한테 끓여주세요.

가을에는 한창 원기가 필요할때인만큼

추어탕만큼 좋은것도 없을것입니다.>

 

깜순이 아버지는 꼬불꼬불 기어다니는 미꾸라지를

우리 엄마한테 건네준다.

 

<아... 아니... 힘들게 잡으신 물고기를 어찌?>

 

<허허... 힘들게 뭐 있나요. 매일 하는 일인데...

동수도 한창 클 나이인데 영양보신은 시켜줘야죠.>

 

깜순이 아버지는 그리 말하고는

아침에 잡은 물고기를 그냥 놔두고

뒤돌아서서 자신의 집으로 가버린다.

 

<잘 먹겠습니다.>

 

어머니는 돌아서 가는 깜순이 아버지한테 깍듯이 인사하였고

나는 꼬불꼬불 기어다니는 미꾸라지 한 마리를 쥐어서

요리 비틀 저리 비틀 하면서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에끼, 이놈아. 어서 손질해서 미림이네가

아침밥을 먹기전에 불러다 같이 먹어야지.>

 

엄마는 나의 손을 툭 쳐놓고

큼직한 소래에 담겨진 미꾸라지에 소금을 뿌려놓는다.

그러자 미꾸라지들은 올리 뛰고 내리 뛰고 하면서

마지막 발악을 하다가 거품을 물고 일제히 쓰러진다.

그런 미꾸라지를 물로 깨끗이 씻어낸

엄마는 미꾸라지를 손질하기 시작한다.

나도 따로 할 일이 없는지라 옆에서 거들어주었다.

그리고 오늘 이 추어탕이 깜순이와 나의 아침밥이 된다고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흔들흔들거려졌다...


===================================

어린나이에 좀 과감한 고백이었나요?
동수가 너무 일찍이 성숙된건 아닌지...ㅎㅎ
암튼 이번회의 고백은 제가 상상했던 고백중의 하나랍니다.
꼭 이런 식으로 멋지게 고백해보고싶었거든요...

글구 [내 마음은 어디 갔니?]에서 표현된 여러가지 에피소드.
예전부터 차례로 렬거해본다면
명남이가 새로 산 털레비죤에 열이 난다고 물을 뿌린 사건과
얼굴에 주근깨가 난것을 파리똥이 묻었다고 긁어대는 나와
그리고 이번회에서 애완견이 나의 이불에만 오줌을 싸대는 일들은
제 주변에서 일어났던 실화들입니다...

실화를 연재속에 개입시키는것도 꽤나 재밌네요 ㅎㅎ


그럼 열분들, 좋은 하루가 되시기를 바라면서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추천 (3) 선물 (0명)
사랑은 우리의 공유된 생활이다...
IP: ♡.217.♡.151
xingyu (♡.234.♡.125) - 2011/10/09 20:16:53

오늘은 내가 일빠 찍고 ~~ ㅎㅎ 이른 고백이라 후훗~~ 아니얘요, 아주 잼나요, 캐릭터들이 생동감있고 개성넘치네요~~ 이번 회도 잘 읽었어요~~

해피투데이 (♡.37.♡.11) - 2011/10/09 20:28:15

ㅎㅎ 각자의 성격이 잘 나타났다니 다행입니다 ㅋ
님 댓글에 힘을 입어 더 재미나게 써보겠습니다...
글구 다음 회에서 보여지는 여자선생님의 성격도 만만치 않을겁니다 ㅎㅎ
암튼 들려주서서 감사해요. 편한 밤 되세요~~

아이샤 (♡.139.♡.179) - 2011/10/10 08:06:24

ㅠㅠ 오늘은 일바 놓쳣네요 아쉬워요 ㅋㅋ

그래도 즐거운 하루를 기원해요 ^^ 강추 ㅋㅋ

해피투데이 (♡.37.♡.11) - 2011/10/10 18:05:26

ㅎㅎ 덕분에 오늘도 즐거운 하루였답니다 ㅋㅋ
오늘도 추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국화 (♡.19.♡.217) - 2011/10/15 21:17:45

ㅋㅋ 옛날 노인들이 버릇처럼 말하든
이마에 피도 안마른 녀석들이 벌서 연애라니
기실 그건 연애가 아닌 아주 순수한 동심인거죠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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