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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만우절” 깜짝 쇼가 있은 후부터 대리님 역시 심경의 변화가 찾아 왔는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다시 좋아졌다.
정말 인간 승리다. ^.^
정말 이 세상에 어떤 직원이 만우절 농담으로 사직서를 쓰겠냐고~?! ㅋㅋ
것도 그 어이없는 사직서와 편지로 인해 서로의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뜻밖이었다~!
몇 일 후,
대리님과 함께 T사를 방문하여 엔지니어 팀 매니저 Mr. Lv 를 만났다.
183cm 정도 되는 큰 키, 웅장한 몸매, 단거풀 눈, 중저음 목소리, 하는 제스처까지 보면 꽤 남자다운 남자였다.
늘 대리님은 키도 크고 잘 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Mr. Lv와 악수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 대리님이 키가 큰 편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그 사람 앞에서는 조금 왜소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뭐, 상관없다.
외모가 전부가 아니고, 내 마음속의 대리님은 이미 그 누구보다 큰 사람이니까. ^>^
Mr. Lv 와 이런저런 업무 얘기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대리님이 내게 물었다.
“몇 일 전에 한국에서 우리 지사에 온 신입사원 태웅씨 있죠, 잘~ 생겼죠??”
“태웅씨요?”
“네…”
신입사원 태웅씨 역시 키가 크고 5관이 뚜렷하게 생기긴 했다.
“네… 뭐, 옛날에 태어났으면 전형적인 미남형일수도 있겠네요. 근데 쌍꺼풀이 너무 커서 좀 느끼한 것 같아요. 난 남자가 쌍꺼풀 있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아무튼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잘 생긴 건지는 몰라도 절대 내 스타일은 아니네요. ㅎㅎ”
“ㅎㅎ 그럼 우리 회사 들어와서 업체 앤지니어들도 많이 만나봤잖아요, 그 중에서 누가 아린씨 스타일이예요?”
.”뭐 딱히 제 스타일은 없구요, 지금까지 만났던 고객들 중에서는 오늘 만났던 Mr. Lv가 제일 멋있는거 같았어요…”
“에이~, 그건 아니지, Mr. Lv가 잘 생긴 건 절대 아니지… “
“근데 전체적으로 봤을 땐 남자답고, 보기에도 그만하면 편하게 생겼더라구요. 난 막 오목조목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보다 좀 우덕지게 생긴 남자가 더 멋있어요~ ㅎㅎ”
“ㅇㅇ, 그렇구나…”
웬 일이지?
내가 무슨 말 실수를 했나….??? @.@
대리님이 갑자기 말이 없어진다.
그리고 더 이상의 대화는 거부하듯 HSK 책을 펼쳐놓고 중국어 열 공 모드에 들어갔다.
나도 괜히 말을 더 시키기가 무엇하고 해서, 이내 드러누워 잠을 청했다.
매일 3~4시간씩 차를 타야 하는 직업이라 똑바로 앉은 자세를 계속 유지해야 되는 게 참 힘든 일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만 나면 자꾸 드러눕고 싶고, 자꾸 자고 싶다.
난 키가 작은 편인지라 승용차 뒤 좌석에서 대리님이 앉은 자리(대리님은 늘 오른쪽 켠에 앉길 좋아함.)를 침범하지 않고도 머리를 대리님 쪽으로 향해 가방을 베개 삼아 베고, 다리는 차문으로 향해 완전 쭉 펴지는 못해도 앉은 다리자세로 하고, 반 누운 자세로 푹 잠을 청할 수 있다.
정말 이럴 때만 키 작은 현실에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ㅎㅎ
그렇게 차 안에서 대리님은 공부하고, 나는 돼지처럼 쿨쿨 자면서 회사에 도착하니 이내 퇴근 시간이 되었다.
대리님은 역시 잔업하고, 난 바로 칼 퇴근하고 집으로 고고씽~!
이게 바로 완벽주의 A형 남자와 귀차니즘 B형 여자의 차이다.
어쩜 그래서 내가 대리님에게 더 끌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대리님에게는 내가 갖지 못하고 있는 모습들, 내가 갖고 싶어 하는 모습들이 많이 있으니까.
집으로 돌아온 후,
혼자만의 착각이거나 추측이거나 망상일지는 몰라도, 자꾸 대리님이 오후에 대화를 거부한 건 내가 대리님이 아닌 다른 남자를 멋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고민 끝에 문자를 보냈다.
“대리님, T사 Mr. Lv도 그렇고, 한국에서 온 신입사원도 그렇고, 여태껏 내가 봐왔던 남자들도 그렇고, 통 털어서 그래도 대리님이 제일 멋있는 거 같습니다. 진심으로..^.^”
문자를 보낸 후, 마음이 그나마 좀 편해졌는지 이내 또 침대에 누워 잠을 좀 청했다.
요즘 심신이 너무 피곤한 상태여서 정말 시간만 나면 자고 싶을 뿐이다.
한잠 자다가 일어나서 씻고, 그리고 다시 자야지~~~ ㅋㅋ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린다.
대리님이다.
야호~~~~!!! ^>^
“여보세요?”
“어, 아린씨, 나야~”
“네, 대리님, 무슨 일이세요…?”
“어, 딱히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뭐하고 있나 해서… ㅎㅎ “
“ㅠㅠ 아무 일 없는데 갑자기 왜 전화했어요? 대리님 때문에 잠 다 깨버렸잖아요 ~~~!! ㅠㅠ”
헐~~~~~~!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니잖아……………ㅠㅠ
어떻게 대리님한테 그깟 잠 깨웠다고 투정 부릴 수가 있냐고??
맘 속으로는 엄청 기쁘고 좋으면서 ..!
바. 보. ㅠㅠ;
“아, 자고 있었어요? 그럼 더 자요~~~ 나중에 얘기해요~~!”
“………………….. 네? …………………….. 네 ………………………… ㅠㅠ”
아이~! ㅠㅠ
또 망했다.
이후부턴 대리님의 사적인 전화 받는 건 꿈도 꾸지 마라.
이 바보 멍충아~~~!
죽어야 돼 , 죽어야 돼 , 죽어야 돼 ……. ㅠㅠ
그렇게 아쉽게 전화를 끊고나니 잠도 오지 않고, 티비 볼 흥미도 없고, 컴퓨터 할 재미도 전부 잃어버려서,
어두컴컴해진 방안에 혼자 우두커니 벽에 기대어 앉아 끊임없이 끊임없이 나의 머리를 벽에 부딪히고 또 부딪혔다.
어쩌다 다가 온 기회를 훅~ 하고 날려버린 나에게 주고 있는 벌이다..
쿵….… 쿵…..…. 쿵…….... 쿵………….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이튿날,
대리님이랑 또 함께 D사를 방문했다.
밖에선 내가 좋아하는 비가 주르륵주르륵 멈출 줄 모르고 내리고 있었다.
회사 차가 D사 정원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한 후, 대리님과 나는 우산 하나를 함께 쓰고 엔지니어 팀 사무실까지 가야 했다.
친구들과는 늘 팔짱 끼는 것이 버릇이 된 나는, 나도 모르게 대리님이 우산 든 팔에 팔짱을 끼려다가 손을 내미는 …. 순간 이내 정신 차리고, 소심하게 대리님의 옷자락만 살며시 잡고 말았다.
그렇게 둘은 빠른 발걸음으로 거의 뛰다 싶이 엔지니어 팀 사무실로 들어갔다.
정말 3분도 안 되는 사이였지만,
나도 모르게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고, ㅋㅋ
우산 속에서 대리님과 함께 뛸 때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거리던 그 심정은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사랑하면 바보가 되고, 작은 일 하나에도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는 말, 정말 맞는 거구나~!^^
그리고 일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는 말도….! 뭐 이 말은 나한테만 적용되는 것인가? ㅋㅋ
회의는 순식간에 끝나고, 또 회사로 돌아오는 차 안.
“대리님, 저번에 청도 지사로 영업사원 파견 보내야 된다고 한 거 있잖아요~!”
“응!”
“ 그거, 나를 보내도 괜찮아요~! ㅎㅎ”
“어?”
“청도에 저를 보내도 괜찮다구요~!”
“왜??? 왜 또 마음이 바뀌었어? 왜 또 마음이 바뀌었어? ”
대리님이 당황스러운 듯, 다급하게 두 번씩이나 묻는다.
대리님이 처음 나를 청도로 보내겠다고 말했을 때 너무나 큰 충격을 먹었고, 참 힘들게 대리님에 대한 마음을 접겠다고 맹세했고, 또 설령 청도에 가게 되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이자고 다짐한적이 있으며, 그 마음을 언젠가는 대리님에게 얘기해 줘야겠다고 생각하던 바가 있어서인데, 그 타이밍이 그냥 오늘이 된 것 뿐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대리님이 저를 청도에 파견 보낸다 해도, 제가 무슨 불만을 가질 자격이라도 있겠습니까?! 그리고 대리님을 믿고 따르라면서요? 대리님이 결정하면 따라야죠 뭐! ㅎㅎ..”
그렇게 얘기했더니 또 침묵모드 시작이다.
대리님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휴~ 오늘도 그냥 차 안에서 잠이나 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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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는데 스토리 전개가 너무 느립니다 ㅠㅠ
엇갈린운명님, ㅠㅠ 그냥 저의 작품은 월화, 수목, 주말 드라마가 아닌 일일드라마 쯤으로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당~ ^.^
ㅋㅋㅋ 오늘도 잘보구 갑니다.
대리님의 전화에 맘에 없는 말을 하고 끊고나서 후회하면서
벽에 머리를 박는 여주... 너무 귀여워요^^
진짜로 청도 갈지... 궁금해지네요
담편에서 뵈요
사랑안할래님, ㅎㅎ
아린양을 귀엽게 봐주니 다행이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