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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즈음에... (10)

눈물공주 | 2012.04.22 21:01:11 댓글: 4 조회: 888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1580670

(10)

 

 

권은희가 내가 대리님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동료들에게도 말하고, 대리님한테도 직접 말했나 보다.

한때 일시 충동으로 권은희와의 기 싸움 때문에 내 진심을 말해버렸는데, 그게 내 발목을 잡는 꼬투리가 될 줄이야. ㅠㅠ

동료들이 수근덕 거리는 소리를 어디서 들었는지, 대리님이 굳어진 표정으로 날 회의실로 불렀다.

 

아린씨, 이후부턴 절대 어린 모습 보이지 말고, 나한테 의지하지도 말고, 괜한 오해 사서 다른 사람들한테 무시 당하지도 마세요. 그리고 집에 가서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 임하는 자세를 잘 생각해보세요. ….?!”

용기 내어 고개 들어 대리님을 바라 보니, 대리님의 눈에서 왠지 혐오의 눈빛을 내 뿜는 거 같아서, 더 이상 그 눈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 그만 머리를 숙여버리고 말았다.

 

알겠어요?! …?!”

“……”

여전히 난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대리님은 아무 대답도 안 하고 답답하게 앉아만 있는 나를 보더니 더욱 더 화가 났는지, 벌떡 일어서서 휙~ 하고 회의실 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나 혼자 회의실에 그렇게 한참을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사무실과 회의실은 유리 벽으로 되어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동료들이 기웃기웃 회의실 안을 살피는 기척이 들리는 듯 하다.

 

대리님은 동료들한테 이런 오해를 받는 것이 너무 싫은가 보다.

그리고, 내가 괜한 오해 사서 대리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어 버린 건 아닐까 하고 걱정도 되었다.

 

근데 어떡하지..?

오해가아닌데… … … ㅠㅠ

내가 대리님 좋아하는거

정말 오해는 아닌데….!

-----------------------------------------------------

 

 

이튿날,

내가 광주 영사관에 비자를 받으러 가야 하는 날이어서, 대리님이 날 또 회의실로 불렀다.

아무리 서로 부딪히지 않으려 해도 한 회사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린씨, 오후에는 와서 한 개 업체쯤은 방문해야 되니까, 오전에 일찍 가서 일 보고 일찍 돌아오세요..”

“……”

또 네~ 이 한마디 대답도 하지 못하겠다.

 

둘 다 더 이상 아무 말 잇지 못하고, 침묵을 지키기 시작했다.

1… 2…. 3….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만 들릴 뿐.

 

무슨 말을 해야한단 말인가... ?

의지하지도 말고…,

어린 모습도 보이지 말고…,

괜한 오해 사는 행동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죽은 듯 살아주는 것이 가장 좋을 듯 싶어서, 그래서 숨죽이고 있었다………

 

대리님은 그 사이 무슨 생각을 했을까? … 

대리님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 

 

 

광주 가는 기차 타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또 숨 쉬기조차 힘들고 바보처럼 자꾸만 눈물이 났다.

옆자리 앞자리 사람들이 창 밖을 보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들으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고 있는 나를 보며 어쩔 바를 몰라 한다.

하지만 난 그들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사랑, 지독하게 아픈 거 맞구나….

 

 

 

-----------------------------------------------------

아무리 마음이 아프고, 견딜 수가 없어도.. 하루는 계속 진행된다.

비자를 받고 회사에 돌아오니 이미 오후 5시가 다 되어 업체 방문할 시간도 모자라게 되었다.

사무실은 예전 같지 않게 쥐 죽은 듯 조용했고, 대리님은 자리에 팔을 고이고 엎드려 있었다. 

어지간해서 출근 시간에 그러지 않을 사람인데…!

그 모습을 보니 또 괜히 불쌍해 나고, 마음이 아파나 못되게 굴지도 못하겠다.

 

그래, 나만 달라지면 모든 상황이 정리 될 거야.

이젠 더 이상 회사에선 내 감정을 드러내지 말자.

 

퇴근 후,

오늘 낮에 아무 업무도 진행하지 못해서, 저녁에 백화점 가서 업체 엔지니어에게 줄 선물을 사기로 했다.

혼자 백화점을 돌다 신상 MP4를 선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가격을 보니 꽤 많이 나갔다.

그래서 대리님에게 확인 받으려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대리님이 신경질 적으로 인사한다.

 

아마 내가 대리님에게 집착한다 생각했나 보다.

아무리 내가 대리님을 좋아한다 해도,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한테 단지 자신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이런 어투로 막 상처 주는 건 아니지~!

 

전화를 확~ 끊어버릴까 하다가 그러면 괜히 또 더 큰 오해가 생길 것이라는 이성적인 판단이 들어서 나도 그냥 언짢은 소리로 대답했다.

대리님, 저 지금 백화점인데요, 전에도 말한 적 있는데 V Mr. Liu 생일 선물로 MP4 사 주려고 하는데요, 가격이 꽤 나가더라고요. 어느 정도 가격까지 살 수 있는지 확인 하려고 전화했어요.”

 

………….”

대리님이 의외라는 듯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훨씬 부드러워진 어투로 얘기 하신다.

, , 아린씨~ 그럼 좋은 걸로 싸요~, 가격은 비싸도 상관 없어요~ 그리고 잊어버리지 말고 영수증 꼭 챙기고 내일 나한테 올려요~!”

 

, 알겠습니다.”

, 그럼 내일 뵈요~!”

-----------------------------------------------------

 

 

 

내가 봐도 내 연기력은 최고인 것 같다.

난 대리님이 나한테 했던 얘기들을 다 잊은 듯이 행동했고,

회의실에서 서로 마주하고 지키던 침묵 다윈 없었었던 것 만 같이 대리님이랑 얘기도 잘 했고,

때론 대리님과 동료들과 다 함께 웃으며 농담까지 하기도 했다.

대리님에게 회사에서의 편한 분위기를 선사하려고 말이다.

그런 나에게 대리님은 미안하기도 하고, 믿음이 가기도 했는지 그 만큼 날 더 챙겨주려 했다.

 

그래, 나만 달라지면 되는 거였어

그냥 대리님을 좋아하지만 않으면 되는 것. ㅠㅠ

 

 

---------------------------------------------------------

또 돌아온 토요일,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나 역시 보고서 쓴다는 핑계로 회사 나갔다.

그리고 회사엔 대리님과 나 둘 뿐.

보고서 다 쓰고 이제 슬슬 집 갈 준비를 하는데 대리님이 자기 싸이 보여주겠단다.

자기 예전 여자친구들 사진 보여주겠단다. ㅎㅎ

 

첫사랑 A:

이쁘다고 난리더니만 완전 실망이다.

아줌마 스타일,

그래도 왠지 안 이쁜 여자가 첫사랑이었다는 게 너무 안심이 된다.ㅋㅋ

 

유일하게 채웠다는 여자 B :

교회 다니는 여자이고, 첫사랑 A보다 더 아줌마 스타일이다.ㅋㅋ

 

후배 바텐더 C:

그냥 키가 좀 크고 그냥 그렇다.

3명 중에는 제일 괜찮은 거 같다.

(이미 결혼했다고 하니까 괜찮다고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ㅋㅋ )

 

얼마 전 회식 때 만났던 여자친구 D:

제일 까맣고 못 생겼다.

근데 대리님은 왜 얘가 그렇게 좋았을까?

그냥 어리고 날씬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얘는 머 안 늙나?

 

왜 나한테 자기 여친 사진들을 보여 줬을까?

미스터리다.

 

 

몇 일 후,

나랑 권은희만 사무실에 있는데 그가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한다.

대리님이 D는 헤어진 게 아니란다.

대리님은 무조건 D랑 결혼할 거라고 했다.

감성적인 대리님이 영원히 D를 잊지 못할 거라고 했다.

이렇게 쉽게 헤어질 거면 예전에 상해서 한국 돌아가 헤어져 있던 반년 동안 이미 헤어졌을 거라고 한다.

근데 그 반년 동안 거의 한 달에 한번씩 D를 보러 무조건 중국에 왔었단다.

 

확신하는 그 녀의 어투에, 마음이 떨렸다.

하지만 난 바로 그 녀의 말을 믿기 거부했다.

역시 내 욕심이겠지.

추천 (2) 선물 (0명)
IP: ♡.176.♡.41
사랑안할래 (♡.128.♡.20) - 2012/04/23 11:19:37

이번편도 잘보구 갑니다
대리님이 왜서 여친들 사진 보여줫을까요?
글구 왜 헤여진 첫사랑부터 시작해서 C 까지 모든 사진을
싸이에 간직하구 있는지... 참... ㅋㅋㅋ
다음편에서 뵈요

눈물공주 (♡.176.♡.41) - 2012/04/23 23:13:29

사랑안할래님?
저도 그게 너무 궁금하네요~

아린양한테 이해 받기 위해서?
아님 아린양한테 자신의 리런 여자친구들이 이뻣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어느쪽일까요???? ㅎㅎ

해피투데이 (♡.70.♡.3) - 2012/04/24 18:11:01

대리님이 왜 옛날 애인의 사진을 보여줬을가요?
참 이해가 안 되네요 ㅎㅎ
저번집에서 대리님이 전화왔을때 취한 행동 ㅋㅋ 재밌었습니다.
아~ 정말 운전학원은 잘 다니고 계시죠?

눈물공주 (♡.176.♡.41) - 2012/04/27 22:23:43

해피투데이님, 머리 박는 행동이 잼있었나요? ㅋㅋ 얼마나 심각했는데 ... ㅠㅠ

오늘 운전면허 필기 시험 봤습니다. ㅎㅎ

몇 일 후 장내기능 시험 볼 예정이구요~!

해피투데이님 말처럼, 엄청 쉽다고 하더라구요.

강사가, 10명 시험 보면 11명 붇는다고 하더라구요. ㅋㅋ

암튼 응원해주서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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