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31 단편적인 과거와의 만남

3학년2반 | 2021.12.01 08:12:56 댓글: 0 조회: 403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8932
단편적인 과거와의 만남

흑풍단은 거의 1달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국경에 도착했다. 중간에 계속적인
기동훈련을 펼치며 온것이므로 사실상 장병들로서는 한가한 행군은 아니었다.
흑풍단 전원이 참여한 상태에서의 기동훈련과 전군, 중군, 후군간의 각각의
훈련도 병행되었다. 거기에다 정북원수부로부터 지원받은 1만의 어림군과의
통합방어훈련도 함께 실시되자 하루하루가 거의 화살처럼 지나갔다.

이 한달여의 시간동안 옥영진 나으리가 경악할 정도로 놀란점은 국광의 모습
이다. 처음 행여나 하는 기대감으로 사육 백인대를 맏긴 것인데 그가 의외로
잘 통제해 나가는 걸 보고 놀랐던 것이다. 거기에 하루가 다르게 수하들을 이
끄는 솜씨가 늘어나는 것, 특히나 그중에서 난전(亂戰)의 상태에서 수하들을
장악하여 지휘하는 실력은 탁월한 것이었다. 옥영진 나으리는 엉키고 설킨 난
전의 상황에서 수하들을 이끌고 가상적인 제오천인대의 중앙을 돌파하려고 하
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정도의 상황에서 주위를 둘러보고 수하들을 가장 피해가 적게 규합하여 이
끄는 실력이 타고날수는 없어. 저런 난전의 상황에서 주위 상황을 폭넓게 관
찰하고 또 적의 집중공격이 있을때는 본대와 뭉쳐서... 공격해야만 할 때는
본대와 이탈하며 전광(電光)과 같은 속도로 수하들을 휘몰아치는 솜씨... 아
무래도 저자는 과거에 상당수의 수하들을 지휘해본 경험이 있음에 틀림없어.
도대체가 저자의 내력이 무엇이기에....'

제오천인대와 제사천인대의 가상대결은 제사천인대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이났
다. 제사천인대의 일부가 갑자기 중앙을 돌파하여 제오천인대의 대장을 거꾸
러트렸기때문이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옥영진 나으리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
다. 무공은 뛰어나지만 너무좋은 출신배경 때문에 가장 말썽이 끊이지 않던
사육백인대가 이제는 흑풍단 내에서도 최고의 정예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훈련이 끝난 후국광은 수하의 십인대장들을 불러모았다. 거의 한달여의 시간
이 지난 지금 국광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었다. 시간이 흐
르면서 뛰어난 무공실력만이 아니라 그 지휘, 통제력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모두들 모여있는데 마지막으로 마화가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자리에 앉으며 말
했다.

"무슨일입니까? 대장"

국광은 짐짓 목소리에 무게를 잡아 말했다.

"대장군의 명령이다. 국경선과의 거리는 이제 120리(36Km정도). 오늘부터 여
기서 야영하면서 정벌이 시작될때까지 주둔한다. 내일부터는 어림군과의 통합
훈련에 더욱 역점을 둘 예정이라고 하니 그리 알고있어라. 훈련에 참여하지
않는 1개 천인대는 적정을 정찰하기 위해 투입될 예정이다. 우선 제칠천인대
가 갈거야. 그러니 자네들도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훈련이 끝나고나면 수하들
을 푹 쉬게 해서 정찰활동에 대비하도록."

제이십인대의 대장인 정상(鄭想)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대장, 정벌은 언제 시작됩니까?"

"10일 후다. 지금 들어오는 정보로는 철진천이 이미 대병력을 소집하여 방어
선을 치고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흑풍단이 국경근처에 주둔중이니 신경이 쓰
이겠지. 대장군도 계속 훈련을 하는 이유가 이게 침략이라는 걸 숨기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 같으니까... 몽고에서 따지면 훈련중이라고 대답하면 될테
고..."

이까지 말했는데 마화가 약간 기묘한 표정으로 사정하는 투로 말했다.

"오랜만의 휴식이나 다름없는데... 술을 마셔도 되나요?"

"술?"

술이라는 말이 나오자... 입속 가득히 침이 괴이면서 냉정하던 국광의 생각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술이라... 마시면 군율에.... 하지만... 하지만...술이라... 좋지..'

잠시간의 머뭇거림이 사라지고 이성보다는 감정의 승리!

"흠.... 어디 구할데라도 있나? 수하들에게도 나눠주려면 한두통 가지고는 어
림도 없을텐데..."

그러자 마화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국광의 얼굴을 보고 지금 그의 마음
의 움직임을 알아챘다는 듯이...

"하하... 수하들 생각은 끔찍이도 해주시는군요. 이미 제가 수하들을 풀어서
대량으로 준비중입니다. 그 때문에 늦었죠."

"자네 마음에 드는군. 좋아! 술값은 모두 내가 내지. 나중에 술값을 계산해서
받아가도록!.... 그래! 좋아. 저녘에는 오랜만에 통쾌하게 마셔보기로 하지."

"하하하... 통한번 크십니다요. 대장이 오시고 처음의 술자린데.. 함께 마시
죠. 수하들에는 술을 적당량 나눠주겠습니다. 그녀석들은 있는대로 마셔대니
많이주면 오히려 내일의 후환(後患)이..."

"좋을대로 하게나. 술이 구해지는 대로 본인의 막사에서 만나기로 하지."

그러자 제칠십인대의 대장인 창룡객(蒼龍客) 임충(任充)이 말했다. 그는 무림
에서 제법 이름을 날린적도 있는 검객이었는데 무림에서 활동해서 그런지 잔
머리 굴리는게 보통이 아니었다.

"아뇨... 대장의 막사는 대장군의 막사와 너무 가깝습니다. 제 막사에서 하기
로 하죠."

"좋아. 그럼 술이 준비되는 대로 기별을 하게나."

"예."

* * *

국광은 잠에서 깼다. 어제 저녘 수하들과 통쾌하게 마신 후 마화를 비롯한 4
명의 백인대장이 주량을 이기지 못하고 뻗어버리자 그들을 모두 다 자신의 막
사에 던져넣은 후 돌아와서 잠시 잠이 들었던 것인다. 한데 그의 단잠을 깨운
것은 무어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스산한 기분이었다. 국광은 곧이어 정신
이 들자마자 소리나지 않게 살며시 묵혼검을 잡았다. 그런다음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신법을 전개하여 막사사이로 몸을 감추며 이동을 하기 시
작했다.

"방향이 틀린 것 같은데?"

갑자기 등뒤에서 목소리가 들리자 전방의 막사들을 주의깊게 관찰하고있던 흑
의를 입은 자는 기급을 할 정도로 놀란 듯 잠시 굳어버렸다. 그걸 보고 국광
이 다시 말했다.

"대장군의 막사는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야. 하기야 그것도 여기서 살아나간다
면 필요하겠지만..."

그러면서 검을 소리가 거의 나지 않게 천천히 뽑았다.

스르르르릉..

흑의를 입은 사내는 국광을 돌아보더니 묵빛검을 찬찬히 본 다음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귀하를 만나러 온겁니다. 묵혼(墨魂)의 주인을요. 속하는 자객이 아닙니다."

그러자 국광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말했다.

"뭐? 크흐흐.... 원.... 농담도..."

그러면서 천천히 검을 올리는데 상대의 애원하는 듯한 눈동자가 보였다. 그리
고 함께 상대의 몸에 무기가 없다는 것도 동시에 알아냈다.

"요즘은 무기도 없이 암살을 하나? 권이나 장을 이용하면 소리가 좀 시끄러울
텐데... 하기야 극음(極陰)의 장법이나 암기도 있으니..."

흑의를 입은 그는 자신이 문주의 지시였지만 비무장인 상태로 이리 들어온 것
과 또 그것을 재빨리 알아챈 상대의 실력을 신(神)께 감사하며 말했다.

"저는 비무장입니다. 대인께서도 느끼실테지만 저는 암살자로 키워진 인물이
아닙니다. 첩자교육만 받았을뿐... 제가 익힌 검법은 정통검법이라구요. 검은
저쪽에 풀어놓고 왔습니다. 속하는 문주의 지시를 받고 당신을... 묵향(墨香)
대인을 만나러 온겁니다."

"묵향.... 이라고?"

'왠지 친근한 이름이군.'

"예. 저희 문주께서는 대인께 물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저희 문주께서는 대인
의 과거를 다 알고계십니다. 묵향 대인께서 본문에 들어오신다면 당신의 과거
를 모두 아실 수 있을뿐더러 본문은 대인에게 암해를 가한 자들에 대한 복수
에 최선을 다해 도울것입니다."

국광은 검을 천천히 검집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재미있는 제안을 하는군."

"문주께서는 묵향 대인께 부문주의 자리를... 제안하셨습니다. 그건 본문의
규모로 봤을 때 대인께도 별로 손해보는 제의는 아닐겁니다."

"자네 혼자왔나?"

"예."

"그럼 이렇게 하는게 더 쉬울거라는 생각은 안해봤나?"

"어떤?"

"내가 자네를 족쳐서 내 과거를 알아내는 것이 번거롭지도 않고 더 빠를뿐더
러 더욱 쉽지."

그러자 복면사이로 상대의 두눈에 공포가 어렸다. 누구보다도 상대가 어떤 괴
물인지 잘 알고있는 것이다. 그는 멋적은... 공기빠지는 것 같은 웃음을 흘리
며 말했다.

"헤헤헤... 소인은 대인의 과거를 잘 모릅니다. 소인을 족쳐보셔도 얻는건 별
로 없을겁니다."

그러자 국광도 지지않고 낮게 웃으며 빈정거렸다.

"흐흐흐.. 그래도 믿져봐야 본전이니, 시도는 해보고 싶군."

국광이 천천히 다가오자 그의 눈에는 더욱 공포가 짙게 배여들었다. 상대는
믿져봐야 본전이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아닌 것이다. 그는 공포를 억누
르며 최후의 희망을 걸고 말했다.

"소인을 족치셔도 정말 알아낼 것은 단편적인 지식뿐.... 소인은 정말 대인의
과거를 잘 알지 못합니다. 원하신다면 소인이 아는 것을 모두 다 지금 말씀드
리겠습니다."

"말해라."

"대인의 이름이 묵향이라는 것. 그리고 엄청난.... 그러니까 현경의 경지에
든 고수니 최대한 조심하고 그냥 기척을 죽이고 잠입만 해도 대인께서 눈치채
고 나오실거라고 들었습니다. 과연 대인께서는 이렇게 나오셨구요."

"그리고?"

"대인께서는 아주 가까운인물들에게 해를 당하셔서 지금 기억을 잃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살아서 탈출하신 것은 천행이라고 그러시더군요."

"그 외에?"

"대인께서는 여자와 동침을.... 안하셨죠?"

"그런데?"

"문주께서는 대인의 상승무공의 원천이 동자공(童子功)이기에 여자와 동침을
하시면 모든 공력을 상실한다고 조심하시는 것이 좋을거라고 전하라고 하셨습
니다."

"사실인가?"

"어느안전이라고...."

"동자공이라.... 과거의 나도 정말 물불을 가리지 않는 녀석이었던 모양이
군... 큭큭... 동자공이란 말이지.... 그 외엔?"

그러자 흑의인은 절망적인 눈빛으로 사정을 하며 말했다.

"더이상은 모릅니다요.... 제발..."

국광은 잠시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 말했다.

"돌아가라. 네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으나 충고는 고맙게 듣겠
다. 그리고 문주께 전해라. 본인을 그정도로 좋게 봐주셔서 고맙다고... 하지
만 사실 그따위 과거의 기억정도 없어도 그만이고 있어도 그만이야... 괜히
기억을 되찾는 것도 아니고 상대에게 내 과거를 들으면 나는 나를 해쳤는지
기억도없는 사람을 해쳐야만 해. 나는 그러기 싫어.... 나는 내가 확실히 알
고있는 것만을 행하고싶다. 그럼 잘 가거라."

그러자 흑의인은 운좋게도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간다는 생(生)에의 환희를 뼛
속깊이 느끼며 쏜살같이 도망쳤다. 그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국광은 느
직히 걸어서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국광은 막사로 돌아온 다음 잠을 청했
지만 쉽사리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끊임없이 쓸데없는 생각만 떠올랐던 것이
다.

'내 이름이 묵향(墨香)이라고? 진짜일까? 하지만 내가 가진 묵혼검(墨魂劍)이
나 묵영비(墨影匕)하고 잘 어울리는 이름이긴 하군.... 과연 나를 기습한 가
까운 친구들은 누구일까? 그리고 나의 진정한 신분은? 가족이 있을까? 그리고
부인과 자식들..... 후훗...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부인 따위는 있을 리가 없
지... 그리고 자식들도.... 동자공(童子功).... 그 더러운 무공을 익혔다
니.... 나는 평생가도 계집을 품기는 글렀군... 맞아.... 옥 대인과 청성루
(請成樓)에 갔을 때 본능적으로 계집이 가까이 오는 것이 좀 기분이 찝찝하더
라니... 그런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군.... 앞으로 조심해야겠어.... 잘못하면
모든 걸 잃고.... 어쩌면 내 생명까지도.... 그리고 옥대인을 보살펴야하는
약속마저도 지키지 못할지도 모르니... 그러고보면 오늘 아주 좋은 것을 많이
얻은 운이 좋은 날이군...'

국광은 황궁무고에서 많은 비급들을 읽으면서 흥미를 느꼈던 부분중의 하나가
이것이었다. 동자공(童子功)... 이 것은 일종의 내공심법으로 그 하나만으로
는 쓸모가 없지만 다른 내공심법과 병행해서 사용했을 때 대단한 성취속도를
나타낸다. 실로 무공을 익히는 사람으로서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지만...
하지만 평생동안 여색을 가까이 할 수 없으니.... 그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
다. 일단 여자와 성합(性合)을 벌이면 그 즉시로 동자공이 파괴되기 시작하며
여태껏 동자공을 기반으로 쌓아둔 진신내공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만약 약간의 흡정술(吸精術)을 익힌 여자라면 빠져나오기 시작한 상대의 내공
을 손쉽게 자신의 것으로 흡수할 수 있었다. 실지 흡정술 계통의 각종 사악한
무공들은 그 무공의 위력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그걸 상대에게 시전하
려면 가장 중요한 선제조건이 필요하다. 그건 상대보다 내공이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도리어 상대에게 자신의 공력을 완전히 흡수당할 위험이 있었
다. 하지만 상대가 동자공이 파괴되어 내공이 무너지면서 빠져나오는데 아무
리 내공이 약해도 약간의 기술만 알고있으면 손쉽게 흡수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면으로 봤을때는 동자공을 익힌 남자고수들이 가장 좋은 먹이감이었였
다.

국광으로서도 이 사실을 황궁무고의 비급을 통해 이미 알고있었기에 흑의인의
말이 사실이건 아니건.... 과거를 기억할 수 없기에 상대가 거짓을 말했을꺼
라는 생각이 들어도..... 감히 실험을 해볼 엄두를 못냈다. 만에하나라도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자신이 가지고있던 모든 것을 잃게되기 때문이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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