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33 하부르(春)

3학년2반 | 2021.12.01 08:16:22 댓글: 0 조회: 470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8934
하부르(春)

국광은 마을에 도착한 다음 주위로 흐르는 진령하(震逞河)에서 몸을 씻었다.
몸을 아끼지 않고 가장 위험한 곳만을 찾아 격전을 벌인 그는 온 몸이 피를
뒤집어 쓴 것 같았다. 그는 몸에 묻은 핏물을 조심스럽게 씻어냈다. 그런다음
갑주의 피와 마갑에 묻은 피도 깨끗이 씻어냈다. 그가 열심히 씻고있는데 마
화가 다가오더니 그의 하는 모양을 보고는 생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깨끗한걸 아주 좋아하시는 모양이군요. 하지만 곧이어 또다시 전쟁이 벌어질
건데 그렇게 청소할 필요 없어요. 사람의 피란 기름기가 있어서 그냥 놔둬도
녹슬지는 않는다구요."

"글쎄.... 하지만 피가 덕지덕지 붙어있는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

이해한다는 식으로 마화가 말했다. 어디까지나 선배의 입장에서의 충고다.

"그런식으로 생각하시면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구요."

"....."

국광은 열심히 씻어대더니 갑주를 대강 닦고는 다시 입었다. 그런다음 마갑을
대강 닦은 다음 말에다 씌운다음 말했다.

"이게 잘하는 건지 잘 모르겠군...."

"뭐가요? 씻는거요? 지금은 불필요하다고 말했잖아요."

"그게 아니라 살인(殺人) 말이야."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이는 건 살인이 아니에요. 우리가 죽이지 않는다면 그
들이 우리를 죽이러 온다구요."

"글쎄...."

약간 놀리는 투로 어른스럽게 짐짓 무게를 잡으며 마화가 말했다.

"왜그러세요? 살인을 해보시니까 몸이 떨리고 사람을 죽였다는 죄악감(罪惡
感)이 가시지 않나보죠? 처음엔 다 그래요. 하지만 좀 지나고 나면 그런 생각
도 없어지니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그러자 뜻밖에도 쓸쓸한 얼굴로 국광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야....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면서 나는 쾌감같은 걸 느꼈
다. 그 외엔 아무런 느낌도 없었어. 피를 보면서 피어오르는 흥분.... 비릿한
혈향(血香).... 약간의 흥분상태에서 죽이고... 또 죽였지... 그러면서도 마
음속에서는 끊임없이 의문이 이는거야.... 왜 나는 죽이면서도 죄의식을 가지
지 않지? 내가 읽은 책으로는 죄의식을 가져야 되는데........ 쓸데없는 소리
를 했군. 자네도 좀 씻게나."

국광이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마화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죄의식이 느껴지지 않아 고민이라고? 이게 무슨 말이야.'

* * *

국광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사방에 죽은 시체
가 즐비했고 곳곳에서 여인들의 비명소리.... 그리고 헉헉거리는 신음소리...
말타고 지나치고 있지만 파오(몽고천막)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안
봐도 뻔할 정도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병사들이 계집을 끌어다가 파오안으로
밀어넣기도 했고 어떤 파오에서는 병사들이 뭔가 노획물을 가지고 나오며 그
것을 말리는 그 집의 주인인 듯한 늙은이를 파오앞에서 두토막을 내는 것도
눈에 띄었다.

국광이 눈살을 찌푸리며 서둘러 자신의 막사쪽으로 말을 몰고있는데 저쪽에서
유난히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놈들아! 안된다."

국광은 몽고어를 황궁무고에서 나온 다음 좀 배웠기에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힐끗 보니 병사 4명이 한 소녀를 끌고가려고 하고있었으며 그
어머니인 듯한 여자는 그걸 말리는 중이었다. 실랑이를 벌이다가 병사중 한명
이 귀찮다는 듯이 칼을 꺼내 그녀를 찔러버렸다. 울부짖으며 그녀에게 다가가
려는 소녀를 그들이 막무가내로 끌고는 파오안으로 밀어넣는 장면을 보면서
국광은 한없는 서글픔을 느꼈다.

'겨우 이따위 짓이나 하려고 그 지독한 혈전을 벌였는가?.... 이러면 야만인
놈들이나 중원 놈들이나 뭐가 다르게 된다는 거지?'

소녀의 우는 모습을 보면서 국광은 한없는 그리움과 같은 이상한 감정이 일어
나는 걸 느꼈다.

'설마... 저 계집하고 예전에 만났을 리는 없고... 저것 비슷한 모습이 기억
에 있나?'

더 이상 좌시할 수 없게된 국광이 말에서 내려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흑
풍단이 아니라 어림군이었기에 자신이 명령만 한다고 될건 아니었다. 국광이
다가오자 그들은 약간 경계하는 태도를 취하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그들도 국광의 갑옷부분의 숫자로 보아 국광이 백인대장이란 걸 눈치챘다. 그
들도 오랜시간 흑풍단과 함께 오다보니 자연 그들의 계급을 알아두는 것이 좋
았고 또 흑풍단의 경우 모두들 뛰어난 무공을 지닌 장교급들이었기에 자연 조
심스러워 질 수밖에 없었다.

"그 아이를 나한테 줄수 없겠나?"

무슨일인지 짐작한 어림군 병졸들은 킥킥거리며 말했다.

"이 애가 마음에 드시는 모양이지만 이건 저희들이 먼저 발견한 물건이라.."

"흠... 그래도 나는 저애가 마음에 드니 우리 흥정하면 어떤가? 은자 한냥씩
주지."

돈을 주겠다는 말에 그들의 귀도 약간 솔깃한다. 계집을 한번 품어봐야 별 득
도 없지만 은화는 얘기가 다르다. 거기에 지금 주변에는 널린게 계집이니 이
아이는 포기하고 다른 아이를 골라도 되는 것이다.

"헤헤헤... 좋죠."

약간 비굴한 웃음을 띄는 사내들에게 은화 한냥씩을 던져줬다. 그들에게는 더
이상 볼일이 없었고 그 다음에는 그놈들이 무슨짓을 하던 참견할 바가 아니었
기에 국광은 몸을 돌려 그 아이에게 몽고어로 말했다.

"뭔가 부모의 유품이 될만한 것을 가지고 나오너라."

소녀가 잠시 머뭇거리자 다시 말했다.

"빨리 해라. 시간이 없다."

그러자 소녀는 저쪽의 파오로 달려갔다. 국과이 그 앞에서 잠시 기다리자 나
무로 깎은 보살상(菩薩像) 한 개와 몇가지 한눈에 봐도 돈이될 것 같지 않은
자질구레한 것 몇가지를 들고 나왔다. 이미 파오안에는 병사들이 약탈해버려
돈이 될만한 기념품은 한 개도 없었던 것이다. 국광은 이 아이를 죽던살던 마
을 밖까지 데려다가 놔줄 생각으로 소녀를 말에 태운다음 아수라장인 마을을
벗어나 외곽으로 나가고 있는데 자기 수하인 흑풍단원을 만났다. 그는 국광이
꼬질꼬질한 소녀를 한명 안고 가는 걸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벌써 한명 건지셨군요. 역시 대장님이셔.... 지금 데리고 가시는걸 보니 하
녀로 부려먹으실 모양이죠? 아무리 단장님이 허락하셨다고 하지만저는 몽고
계집을 하녀로 두고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더니 꼬질꼬질한 소녀를 자세히 한번 바라보더니 말했다.

"하긴... 그리 못생긴건 아니군요.... 뭐... 사람은 취향에 따라 다르게 살겠
지만...."

그러면서 저쪽으로 달려가버렸다. 국광은 그가 했던 말중에서 '단장님이 허락
했다'는 말을 다시 한번 곱씹고 있었다.

'단장이 몽고계집을 하녀로 쓰는걸 허락했다면 인적도 없는 마을 외곽에 갖다
버릴 필요는 없겠지. 좀 이 아이와 그래도 안면이 있는 사람을 만날때까지 데
리고 있다가 그사람에게 맏기는게 좋을 것 같군.'

원래 몽고란 약탈혼(掠奪婚)이 성행하는 나라다. 아무 여자나 마음에 들면 납
치해다가 데리고 산다. 그 여자가 남편이 있던 없던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
다. 그러면 그 여자는 자신을 납치해온 그 남자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것이
다. 그러다가 또다시 납치되면 이전의 남편과 아이는 잊고 다시 새로운 가정
을 위해 일한다. 이건 짐승과 같은 욕구를 가진 남자들만의 세상에서 여자들
이 살아남기 위한 한가지 체념된 적응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몽고의 여자들은
정조(貞操)관념이 없다. 누구나 자신을 원하면 같이 사는 것이다. 몽고인의
습성을 잘 아는 옥영진 나으리는 이 이유 때문에 별 말썽이 없을 걸 알고 하
녀를 들이는 것을 허락한 것이다. 안그래도 사로잡힌 계집들은 모두 다 노예
로 팔 생각인데 그 도중에 하녀로 좀 쓰다가 팔아버리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에 뭐 물건이 닳는 것도 아니고....

일단 마음이 정해지자 국광은 막사로 길을 잡았다. 그런데 찜찜한 냄새가 코
를 괘롭히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이게 무슨 냄새지?'

허리를 숙여 소녀의 냄새를 맡아보자 이건..... 으웩!

"너 목욕한지 얼마나 됐냐?"

"목욕이 뭔데요?"

몽고어로 목욕이 뭔지 모르니 중국어로 목욕이라고 했으니 모를밖에...

"목욕 몰라? 음..... 몸을 씻는거"

"지난 여름에 씻고..."

하기야 몽고는 추운 겨울을 나면서 두터운 남녀구분이 없는 가죽옷을 입고는
그대로 겨울을 난다. 그 가죽옷은 이불 대용(代用)도 되므로 겨울이 끝날때까
지 벗지도 않고 뒹굴정도니... 날씨가 풀릴때까지 씻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
이다. 국광은 두말않고 말머리를 돌려 진령하로 갔다. 진령하에 도착한 다음
국광은 그 아이를 강물 속으로 집어던졌다. 아직 봄이라 조금 시원한 날씨에
진령하는 산골에서부터 흘러내려오는 물이라 몹시 차가웠다. 갑자기 강물속으
로 떨어지자 그 아이는 기급을 했다.

"아악"

허우적거리면서 일어서는 그 아이를 보고 국광이 냉정하게 말했다.

"어서 씻어. 깨끗이.... 그리고 옷도 좀 빨아... 가만있자...."

안장 주머니에서 작은 비누조각을 던져주며 말했다.

"이걸 써서 깨끗이 씻어. 안그러면 물속에 쳐박고 얼어죽게 만들어 주지."

눈동자를 희번뜩거리면서 국광이 말하자 소녀는 겁에 질려 옷을 벗고는 재빨
리 씻기 시작했다. 아직 여물지 않은 여체가 추위에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일
단 몸을 다 씻은다음 옷까지 다 빨고는 추위에 새파랗게 질려서 부들부들 떨
며 엉거주춤 걸어나왔다. 그런 모습을 보며 묵향이 가만히 생각해보니 여분의
옷이 없다..

'이걸 어쩐다.... 수건도 없군...'

하는 수 없이 국광은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이는 검은
갑주를 입고 안면보호대까지 착용해 두 눈밖에 보이지 않는 국광에 대해 두려
움을 느끼고는 움찔 했지만감히 저항하지는 못했다. 국광은 어깨에 손을 올
린 상태에서 내공을 뿜어넣었다. 강대한 내력이 소녀의 몸을 타고 흐르자 소
녀의 몸에서 일고있던 떨림이 사라졌고 또 묻어있는 물기가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그런다음 국광은 소녀의 손에서 둘둘 만 옷가지를 받아든 다음 툭 튕기며 내
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옷가지의 물기도 순간적으로 날아가버렸다. 국광이 깨
끗이 마른 옷을 다시 소녀에게 건네주자 소녀는 마치 요술을 보는 듯 신기해
했다. 일단 소녀가 옷을 다 입고나자 국광은 이 애가 대원의 말대로 그리 못
생긴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국광은 그녀를 다시 말에 태우고 자신의 막사
로 돌아왔다.

"너.. 몇살이지?"

"열다섯살.."

"열다섯? 그렇게 어린것도 아니군. 이름이 뭐냐?"

"하부르(春)"

"하부르? 좋은 이름이군. 너는 좋으나 싫으나 나하고 함께 한동안은 살아야
돼. 괜히 도망갈 생각 하지 말아라. 도망가다 어떤 꼴을 당하게 될지도 모르
니..."

국광이 막사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이 하부르의 여분의 옷을 구하는
것이었다. 옷가지와 약간의 살림살이가 갖춰지자 그걸 하부르에게 주면서 말
했다.

"요리는 할줄 알겠지?"

"예."

이러쿵 저러쿵... 말이 딸리는 곳에 들어가서는 손발을 동원하여 얘기를 나누
고있는데 수하가 한명 찾아왔다. 그는 막사안을 슬며시 들여다보며 말했다.

"단장님이 찾으십니다."

밖으로 나오는 국광을 보면서 약간 음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와.... 진가 녀석이 말하길래 안믿었는데... 능력이 좋으시군요. 벌써 한탕
하셨습니까?"

"헛소리 하지말고 일이나 봐."

국광이 옥영진 나으리의 막사에 들어가자 옥영진 나으리가 반겨 맞이했다.

"오... 이번 전투에서 자네의 도움이 컸네. 잘해줬어."

"과찬이십니다."

"이번에 꽤 공도 세웠고... 그래서 자네에게 뭘 줄까 생각하다가 이걸 선물하
기로 했지."

그러면서 검 한자루를 국광에게 내밀었다. 한눈에도 호화로운 검이었다. 손잡
이와 검집에 보석이 붙어있었고 검집의 문양의 아주 호화롭고도 정성스럽게
만들어져 있었다.

"저는 제 검으로 만족하는데요..."

"아닐쎄... 자네의 검은 보통 그냥 싸우는데는 좋겠지만 전쟁을 치르는데는
별로 좋지않지... 겨우 2척 3촌(70Cm)으로 적과 대결하는데는 무리가 많지.
이건 3척(91Cm)의 장검(長劍). 마상전을 벌이는데 도움이 될걸세. 과거 여진
과의 전쟁에서 공을 세운다음 황제폐하께 하사받은 청성(淸性)검인데 나한테
는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그냥 놔둔 것인데 이걸 자네가 써줬으면 좋겠어. 실
지 묵혼검처럼 보검축에 들어갈만큼 좋은검도 아니고... 그냥 보통 검들보다
는 조금 더 날카롭고... 튼튼하다는 것 뿐이니까 그렇게 사양할 필요는 없
네."

"알겠습니다. 감사히 쓰겠습니다."

"그런데 방금 들으니 몽고계집을 얻었다면서?"

"예."

"여태껏 여색을 멀리하던 자네가 왜?"

"사람의 생각이란 바뀌는 거니까요...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 * *

국광으로서는 동정심으로 하부르를 데려다 놓은 것 까지는 좋았는데 밤이되자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 앞섰다. 혼자서 생활할때는 별 문제 없었지만
일단 동거인(同居人)이 한명 생기고 나니 이것저것 귀찮은게 한두가지가 아니
었다. 특히나 이 상처받은 아이를 도닥거려야 하는데 여자애와 얘기를 나눈것
만도 오늘이 처음인 그로서는 도저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마화나
기타 여자 수하들에게 맏기자니 그들이 비웃을 것 같아 그도 약간 신경쓰였기
때문이다.

일단 잘때가 되자 구석에 쌓아둔 짐꾸러미에서 두터운 모피(毛皮) 4장을 꺼내
어 하나는 이쪽에 하나는 저쪽에 깔아놓은 다음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저쪽에서 자거라."

그런다음 더 이상의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 그는 서둘러서 자리에 누운 다음
돌아누웠다. 좀 지나자 들리는 소리로 미루어 하부르도 잠자리에 들어가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조금 더 있다가 발생했다. 지금까지는 국광이
그런대로 말상대라도 해줘 정신이 없었겠지만 일단 조용한 밤에 혼자 눕게 되
자 자신의 처지와 오늘 있었던 일들이 생각난 하부르가 낮게 흐느껴 울기 시
작한 것이다. 국광의 무공이 그정도 수준이 아니었다면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
로 낮은 흐느낌이었지만 그게 막상 들려오기 시작하자 난감함이 앞섰다. 그렇
다고 공력을 동원하여 이 소음을 막아버리고 모른척하자니 그것도 못할짓이라
참고 2각 정도를 들어줬으나 도저히 멈추지 않자 드디어 짜증이 나기 시작한
국광이 고함을 질렀다.

"야! 그만 훌쩍거리지 못해?"

그러자 일순 찔끔 하는 것 같더니 잠시 지나자 조금 더 큰소리로 흐느끼기 시
작하는 것이었다. 국광은 소리만 친다고 도저히 이 난국이 해소될 수는 없다
는 걸 느꼈다. 일단 생각을 정하자 난처한 김에 국광의 행동은 더욱 빨라졌
다. 국광이 벌떡 일어나자 하부르의 흐느낌소리가 딱 멎었다. 혹시나 두들겨
맞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 때문일 것이다. 국광은 다시 생각을 바꾸어 하부
르의 곁에 누웠다. 그런다음 부드럽게 안아준 다음 등을 토닥거리며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낮의 일에 상심하지 말거라. 낮의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잖니?"

국광이 부드럽게 나오자 하부르는 국광을 껴안으며 더욱 큰 소리로 흐느꼈지
만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았다. 국광이 공력을 하부르의 체내에 주입하여 진
기의 유통을 도우면서 심신을 편안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좀 지나자 흐느낌소
리가 잦아들더니 드디어 국광의 의도대로 잠이들어버렸다.

"........"

국광의 속마음같아서는 혼혈을 짚어 완전히 잠들게 만들어버린 다음 자신의
잠자리로 돌아갔으면 좋겠지만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 망설이며 그냥 껴안
고 있다가 자신도 잠이 들어버렸다.

다음날 아침 둘이 사이좋게 껴안고 자고있는데 난데없이 마화가 들이닥쳤다.
은근히 국광에게 마음이 있었던 마화로서는 국광이 몽고계집을 껴안고 자고있
는 광경이 기분좋게 비칠 리가 없었다.

"대장님!"

상쾌한 말소리와 동시에 막사의 휘장을 겉었는데 그안의 광경이 눈에 확 들어
왔다. 그러자 가시돋친 어투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출동명령이 떨어졌어요."

그제서야 국광이 부시시 일어나며 말했다.

"왜? 여기서 3일정도 쉰다고 하지않았나?"

"북동쪽 140리(약 42Km) 지점에서 도주하는 몽고 패잔병이 발견되었답니다.
수효는 팔천! 제사,오,육 천인대에 출동명령이 내렸습니다. 제사천인대가 선
도(先導)하라는 지시고, 관지(關知) 대장(隊長)이 우리 사육백인대에게 선행
하며 본대를 인도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러자 국광이 벌떡 일어서서 갑주를 입기 시작했다. 당연히 잠결에 일어난
그로서는 남자의 왕성한 아침활동이 멈추지않고 있었다. 옷안으로 불룩히 튀
어나와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있는 양물(陽物)을 보고 마화가 얼굴이 벌개지며
말했다.

"밖에서 기다리죠. 지시는 없습니까?"

마화의 얼굴이 벌개지든 말든 무심한 국광으로서는 그걸 모르고 지나쳤다. 국
광은 죄지은게 없으므로 당당하게 지시를 내렸다.

"1각 후에 출동한다. 그동안 대강 요기를 해두라고 일러라. 일,육,칠 십인대
가 선행하며 본대를 유도하라. 그리고 멀리 가야하니까 마갑(馬鉀)은 씌우지
마라."

"예."

대답을 마치자 마화는 국광의 지시를 전달하기 위해 뛰어나갔다. 국광은 서둘
러 갑주를 챙겨입은 다음 옆에 서있는 하부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돌아올때까지 얌전하게 있어야 한다. 알겠지?"

그러자 하부르는 저쪽에 검대에 매인체 세워져있는 국광의 청성검을 집어주며
대답했다.

"몸조심하세요."

"그럼...."

국광은 하부르에게 검을 받아쥐고 나오자 수하들이 국광의 말을 가져왔다. 국
광은 말에 오르며 말했다.

"자 빨리가자. 이봐! 임충!"

"예."

"모두들 식량은 충분히 챙겼나?"

여기서 국광이 물은 식량이란 말이나 양, 돼지, 소 등의 고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것으로 밥을 지으며 안에 찢어 넣어서 같이 끓이거나 아니면 국 등에 넣
기도 하고 최악의 경우 그냥 뜯어먹어도 좋도록 만들어놓은 고기포와 쌀, 약
간의 양념 등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말하는 것인데 그중에서 고기포
를 많이 가지고 간다. 마상에서 진군하면서 먹어도 든든하게 요기가 되기 때
문이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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