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오강호 4-1

3학년2반 | 2022.03.14 07:41:59 댓글: 0 조회: 190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55752
소오강호 제 4 권
-----------------------------------------------------------------------------

그 노파는 말했다.

[내 뒷모습조차 보는 것도 허락하지 않겠다.]

영호충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당신의 뒷모습은 흉칙할 것 같군. 세상에서 제일 보기 싫은 뒷모습은 낙방한 서생이 아니면 낙타등일텐데 그렇게만 생겨도 볼 수 없을 정도는 아니지. 당신과 함께 가노라면우여곡절이 많을텐데 뒷모습조차 보기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어려움이 많겠읍니다.)

그 노파는 그가 대답을 하지 않고 머뭇거리자 물었다.

[자네는 실행할 수가 없겠나?]

영호충은 말했다.

[할 수 있읍니다. 실행할 수 있읍니다. 만약 제가 할머니를 한번만 쳐다본다면 나 스스로 나의 눈을 파내겠읍니다.]

노파는 말했다.

[자네가 알고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네. 먼저 앞장서게 나는 자네의 뒤를 따라가지.]

영호충은 말했다.

[녜.]

그리고 걸음을 옮겨 산 아래로 향했다. 노파의 발걸음 소리가 뒤에서 사박사박 들려왔다. 수장을 나아가자, 그 노파는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주며 말했다.

[자넨 이 나무를 지팡이 삼아 짚으며 가게나.]

영호충은 말했다.

[녜.]

그는 나뭇가지를 의지하며 천천히 산 아래로 내려왔다. 한참 후 영호충은 어떤 일이 생각나서 물었다.

[할머니 그 곤륜파의 담씨성을 가진 자의 이름을 아시는지요?]
그 노파는 말했다.

[음, 그는 담적(譚迪)이라는 사람으로 곤륜파의 제 2대 제자 중의 뛰어난 고수아지. 검법은 자기 사부의 검법을 육칠할 정도를 배웠으나 그의 대사형과 둘째사형과 비교해보면 아직도 함참 부족해. 그 소림파의 키가 큰 자는 바로 신국량(辛國樑)이고 그의 검법은 담적보다 훨씬 강하다네.]

영호충은 말했다.

[알고보니 목소리가 우렁찬 사람을 신국량이라고 부르는군요.
이 사람은 그래도 이치를 따질줄 알며 억지를 부리지 않았읍니다.]

그 노파는 말했다.

[그 사람은 역국재라고 부르네. 무례하기 짝이 없지. 자네가 일검으로 그의 손바닥을 찌르고 일검으로 그의 팔뚝을 내리치는 수법은 정말 멋졌네.]

영호충은 말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랬던 것입니다. 이번 행동으로 소림파와 좋지 않은 상태가 되었으니 후환이 무궁하겠어요.]
그 노파는 말했다.

[소림파라면 어떤가? 우리가 싸움을 해 지지만 않는다면......
나는 정말 그 담적이라는 자에게 자네가 피를 토할 줄은 몰랐네.]
영호충은 말했다.

[할머니께서는 다 보셨군요. 그런데 담적이라는 사람은 어째서 갑자기 기절했을까요.]

그 노파는 말했다.

[자네는 모르는가? 남봉황과 그녀의 수하에 있는 네 묘녀는 자네에게 피를 수혈해 주었지. 그녀들은 독물들과 함께 생활하며 지내고 있네. 그래서 그녀들의 피 속에는 독이 들어있다네. 그건 그렇다치고 오선주에 들어있는 독은 독하기 그지 없다네. 담적이라는 사람의 입 속에 자네의 독이 섞인 피가 들어갔으니 물론 그자는 독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것일세.]

영호충은 상황을 깨달을 수 있었고, 아 하고 놀라면서 말했다.

[난 그 반대로 그 독을 찾아내고 있으니 참 이상하군요? 나와 남교주와는 아무런 원한이나 관계가 없는데 그녀가 왜 제게 독을 써서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을까요?]

그 노파는 말했다.

[누가 그녀가 자네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했는가! 그녀는 자네에게 호의를 베풀었을 뿐이고 자네의 병을 치료해주려고 했을 뿐이야. 자네의 피 속에 독이 있어도 생명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을 오독교에서 내세우는 장점이라네.]

영호충은 말했다.

[녜, 남교주가 나를 해치지 않을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읍니다. 평일지가 말씀하시길 그녀의 약주가 몸에 이롭다고 했읍니다.]

그 노파는 말했다.

[그녀는 자네를해치지 않아. 오히려 더욱 자네에게 잘 해주지 못해 안달이라네.]

영호충은 잔잔히 웃으며 또 물었다.

[그렇다면 담적이라는 사람은 죽지 않을까요?]

노파는 말했다.

[그건 그 사람의 공력이 얼마나 높은가에 달려 있네. 그리고 그의 입 속에 독이 얼마만큼 들어갔나에 따라 다르겠지.]
영호충은 담적이라는 사람이 독에 중독된 다음 얼굴색이나 표정을 생각해내고 자기도 모르게 몸서리쳤다.
수십 장을 가다가 무엇인가 생각이 나서 갑자기 외쳤다.

[참! 할머니, 여기서 잠간 기다리시면서 쉬고 계십시오. 전 산 위로 올라가봐야 합니다.]

노파는 물었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영호충은 말했다.

[평대부의 시체를 땅에 묻지 않았읍니다.]

그 노파는 말했다.

[갈 필요는 없네. 그의 시체는 내가 이미 묻었네.]

영호충은 말했다.

[알고보니 할머니께서 벌써 평대부를 안장시키셨군요.]
그 노파는 말했다.

[안장이라고 할 수 없고 약을 써서 그의 시체를 없애버렸다네.
초막 안에서 하루 낮과 밤을 내 어지 시체와 지냈겠는가? 평일지는 살아있을 때도 보기 흉했는데 시체로 변했을 때 그 꼴은 자네가 생각해도 알겠지?]

영호충은 음 하고 소리를 내며 이 할머니의 행동이 상사을 초월한다고 느꼈다. 평일지는 자기에게 은혜를 베풀었는데 그가 죽은 다음 당연히 자기가 안장을 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이 할머니가 약을 사용해 시체를 없애버렸으니 생각할수록 마음이 불안했다.
그러나 약을 써서 시체를 없앤 것도 그리 나쁜 것 같지 않았고 지금 그가 땅에 묻기엔 이미 때가 늦었던 것이다.
수리를 걸으니 산 아래 평평한 곳에 이르렀다.
그 노파는 말했다.

[손바닥을 펼쳐보게나.]

영호충은 대답했다.

[녜.]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녀가 무슨 수를 쓸지 몰랐으나 그녀의 말대로 손바닥을 펼쳤다. 탁! 하는 가벼운 소리가 나면서 한 개의 작은 물건이 등뒤에서 날아와 손바닥 안으로 들어왔다.
그것은 황색의 알약으로 크기는 작은손가락 정도였다.
그 노파는 말했다.

[그 약을 삼키게. 그리고 저 큰 나무 아래서 쉬도록 하지.]
영호충은 말했다.

[녜.]

그는 알약을 입 속에 넣고 삼켰다.
그 노파가 말했다.

[나는 자네의 신묘한 검법을 빌어 이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알약을 주어 생명을 연장시켜 갑자기 죽는 것을 막은 것이네. 또 내 몸을 구해준 사람이 없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네. 그건 절대로 자네를...... 자네에게 호감이 있어서가 아니고 더욱 자네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도 아니니 그 점을 알아주기 바라네.]
영호충은 그 말에 대답을 하고 나무 아래로 가서 몸을 기댔다.
단전에서 한 줄기 뜨거운 기운이 끓어올라 마치 무수한 내력이 오장육부와 정맥에 힘을 불어넣는 것 같았다.
영호충은 생각했다.

(이 알약은 내 몸에 유익한 것이 틀림없는데 이 할머니는 나에게 왜 호감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할까? 단지 나를 이용할 뿐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을 이용할 때 그것을 내색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인데 그녀는 왜 그런 말을 할까?)
그리고 생각했다.

(그녀가 조금 전 이 알약을 던졌을 때 알약이 튕겨져 손바닥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게 했는데 그것은 틀림없이 극히 높은 내공을 사용했을거야. 그녀의 무공은 나보다 강한데 왜 나보고 호송을 하라고 하지? 참 그녀가 뭐라고해도 나는 그녀의 말대로 행동을 하자.)

그는 잠시 앉았다가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우리 가지요. 할머니, 피곤하십니까?]

그 노파는 말했다.

[나는 아주 피곤하다네. 조금 더 쉬도록 하세.]

영호충은 말했다.

[녜.]

그리고 생각했다.

(나이 많은 사람은 공력이 아무리 강해도 정력은 나이 어린 사람보다 떨어지는 법이다. 나는 내 생각만하고 이 할머니의 처지를 생각하지 못했구나.)

그는 즉시 자리에 앉았다. 한참이 지난 후 그 노파가 말했다.

[가세.]

영호충은 대답을 하고 앞장 서 걷고 노파는 그 의 뒤를 따랐다.


영호충은 그녀가 던져준 알약을 먹자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는 노파의 지시대로 한적하고 좁은 길을 택해 걸었다. 십여 리를 가자 산길은 점점 구불구불해지고 걸을 때 불편했으며 숨이 확확 차 올랐다.
그 노파는 말했다.

[너무 걸으니 피곤하구만! 잠시만 쉬어 가세.]

영호충은 대답했다.

[녜.]

그리고 자리에 앉아 생각했다.

(그녀의 말소리나 숨소리를 들으면 조금도 피곤한 것 같지 않은데, 이것은 틀림없이 나보고 쉬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기가 피곤하다고 말하는구나.)

차 한 잔 마실 시간을 쉬고 몸을 일으켜 또 걸었다.
산허리를 막 돌아서는데 갑자기 큰 음성이 들려왔다.

[빨리 식사들을 합시다! 누구든 이 머무르지 못할 자리에서 빨리 떠납시다!]

수십 명이 일제히 그 말에 대답을 했다.
영호충은 발걸음을 멈췄다. 산 저쪽 빈터의 잔디에 수십 명의 사내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그때 어떤 사람이 영호충을 보고 말했다.

[영호공자!]

영호충은 어슴푸레 이 사람들이 어제 저녁 모두 오패강에 왔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막 소리를 내어 아는 체를 하려고 할 때 갑자기 수십 명은 재잘거리던 소리를 뚝 그치고 모두 눈을 부릅뜨고 영호충 몸 뒤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사람들의 얼굴은 점점 이상하게 변하더니 어떤 이는 무서움과 공포에 떠는 표정이었고 어떤 이는 황송하고 실성한 사람처럼 보였다. 마치 표현할 수도 대항할 수도 없는 기괴한 일에 부딪친 것 같았다.
영호충은 이런 광경을 보자 갑자기 고개를 뒤로 돌려 자기 몸 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했기에 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삽시간에 이렇듯 허수아비처럼, 조각된 인형처럼 변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러나 즉시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 사람들이 이렇게 된 이유는 그 할머니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자기는 그녀에게 대답을 하지 않았는가? 어떠한 경우라도 절대 그녀를 쳐다보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는 급히 고개를 똑바로 했다. 힘을 너무 주어 목에 있는 힘줄이 아파왔다. 그러나 호기심은 크게 일었다.

(왜 그들이 할머니를 보자마자 이렇듯 놀라 뻣뻣해졌을까? 그렇다면 할머니의 꼴이 정말 기괴하고 이 세상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추악하단 말인가?)

갑자기 한 명의 사내가 고기를 자르는 비수를 치켜들더니 자기의 눈을 향해 두 차례 찔렀다. 새빨간 피가 줄줄 흘렀다.
영호충은 깜짝 놀라 외쳤다.

[무엇을 하는 짓이오?]

그 사내는 큰 소리로 말했다.

[소인은 이미 삼일 전에 눈이 멀었답니다. 어떤 것도 볼 수 없지요.]

또 두 명의 사내가 단도를 뽑아 스스로 양쪽 눈을 찔렀다. 그리고 일제히 말했다.

[소인들의 눈은 이미 벌써 오래 전에 멀었소. 무엇이든 볼 수가 없답니다.]

영호충은 놀라고 또 놀라다 보니 그 사내들은 비수나 철퇴 등의 무기를 꺼내어 자기의 눈을 찌르려고 했다.
영호충은 급히 외쳤다.

[여보시오! 여보시오! 잠깐만! 할 말이 있으면 말로 하시오. 절대로 자기의 눈을 찌르지 마시오. 그건...... 그건 도대체 어떤 연유요?]

한 사내가 처참한 음성으로 말했다.

[소인들은 본래 맹세를 했지요. 절대로 한 마디도 입 밖에 낼 수 없읍니다. 이것은 신의이고 맹세입니다.]

영호충은 외쳤다.

[할머니! 당신이 그들을 구해주십시오. 저들이 자기의 눈을 찌르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그 노파는 말했다.

[좋다. 나는 너희들을 믿을 수 있다. 동해(東海)에는 반룡도(蟠龍島)라는 섬이 있는데 그것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한 늙은이가 말했다.

[복건천주(福建泉州)에서 동남으로 오백리 떨어진 바다에 그 반룡도라는 섬이 있읍니다. 듣건대 그 섬은 인적이 없고 극히 황폐하다고 들었읍죠.]

그 노파는 말했다.

[바로 그 작은 섬이다. 너희들은 지금 즉시 몸을 움직여 반룡도에 가서 놀아라. 한평생 이 중원땅에 올 생각은 말거라.]
수십 명의 사내들은 얼굴에 기쁜 표정을 짓고 대답했다.

[우리는 즉시 떠나겠읍니다.]
[우리는 가는 도중 다른 사람과 반 마디도 떠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 노파는 냉랭히 말했다.

[너희들이 말을 하든 말든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
그 사람이 말했다.

[녜. 녜. 그렇습니다.제가 말을 함부로 했읍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자기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
그 노파는 말했다.

[가거라!]

수십 명의 사내들은 발을 바삐 놀려 도망치듯 사라졌다.
눈을 찌른 세 사람도 옆 사람의 부축을 받아 도망치듯 사라졌다.
영호충은 깜짝 놀랐다.

(이 할머니가 한 마디로 그들을 섬에 유배시켜 평생 돌아오지 말라고 했는데 그 사람들은 마치 무한히 기쁜듯 사면을 받은 듯하고 있으니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그는 묵묵히 길을 걸었다. 마음속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고 또 떠올랐다. 그는 몸뒤에서 따라오는 할머니가 평생 들어보지 못한 괴인일거라고 생각했다.

(가는 도중 오패강에 모인 사람들을 만나지 않기를 빌자. 그들은 따뜻한 마음으로 내 병을 고쳐주려고 왔는데 만약 이 할머니와 부딪친다면 두 눈을 잃지 않으면 그 벌로 황폐한 섬으로 유배를 가게 될 것이다. 어지 억울하지 않겠는가? 황방주, 사마도주 조천추 등이 나보고 절대로 그들을 보지 못했다고 하라는 것과 오패강에 모인 여러 군웅들이 순식간에 깨끗이 사라진 것은 모두 이 할머니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이 할머니는 도대체 얼마나 가공스럽고 무서운 괴물이란 말인가?)

여기까지 생각하자 그는 자기도 모르게 두 번이나 몸서리를 쳤다.


또 칠팔 리를 가니 어떤 사람이 등 뒤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앞에 가는 사람이 바로 영호충이다!]

그 사람의 목소리는 매우 커서 듣자마자 바로 소림파의 신국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노파는 말했다.

[나는 그들과 만나고 싶지 않으니 자네가 그들과 만나게.]
영호충은 대답했다.

[녜.]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몸 옆의 나무들이 흔들리며 그 할머니가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신국량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사숙, 영호충은 상처가 있으니 빨리 가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때 영호충은 그들과 거리가 상당히 멀고 신국량의 말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영호충은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알고보니 그는 또 사숙과 함께 왔구나!)

그는 아예 걷지 않고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자 몇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오고 있었다. 신국량과 역국재는 그 사람들 속에 있었다. 다른 두 명의 승과 한 명의 중년 사내가 오고 있었다.
두 명의 중 가운데 한 사람은 나이가 많아 온 얼굴이 주름투성이었으며 또 한 명은 서른 살 정도로 손에는 방편산(方便?)을 쥐고 있었다.
영호충은 몸을 일으켜 세우고 깊이 읍을 하며 말했다.

[화산파의 후배 영호충이 소림파의 여러 선배님께 인사드립니다. 선배님의 존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역국재는 일갈했다.

[이놈......]

그 노승이 말했다.

[소승의 법명은 방생(方生)이라고 하네.]

그 노승이 말하자 역국재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온 얼굴에는 노기가 등등했으며 틀림없이 조금 전에 받은 치욕 때문에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영호충은 몸을 구부려 인사를 하고 말했다.

[대사제 인사올립니다.]

방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쁜 빛을 띠고 말했다.

[소협께선 너무 예를 갖추지 말게나. 스승인 악선생도 편안하신가?]

영호충은 처음엔 그들의 기세가 등등하게 뒤쫓아 올 때는 걱정 되었었다. 그러나 방생화상의 말할 때 표정은 덕망이 높은 고승의 모습이었고 방자(方字) 돌림을 가진 승려는 소림사의 제 1대 인물이어서 방장인 방증대사와는 사형제지간이고 틀림없이 그가 역국재처럼 막무가내로 행동할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자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그는 아주 공경스럽게 말했다.

[대사님의 질문에 감사드립니다. 제 사부님께서는 편안하시지요.]

방생은 말했다.

[이 네 명은 모두 나의 사질이네. 이 사람의 법명은 각월(覺月)이고, 이 사람은 황국백이고, 이 사람은 신국량이고, 이 사람은 역국재이네. 아마 신, 역, 두 사람은 이미 구면일거네.]
영호충은 말했다.

[녜. 영호충은 네 분 선배님께 인사드립니다. 제가 상처를 깊이입어 행동이 불편하여 예의를 차리지 못하니 여러 선배님께서 용서해주십시오.]

역국재는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네가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방생이 말했다.

[자네는 정말 상처를 입었는가? 국재 자네가 그에게 상처를 입혔는가?]

영호충은 말했다.

[그것은 일시적인 오해였고 그리 큰일은 아닙니다. 역선배님께서 소매바람으로 저를 땅바닥에 내동댕이 치셨고 또 저에게 일장을 가했지요. 다행히 제 목숨이 길어서 죽지는 않았지요. 대사님께서는 절대로 역선배님을 질책하지 마십시오.]

그는 입을 열자마자 자기가 몸에 상처를 입은 책임을 역국재에게 돌렸다. 그는 방생은 덕망이 높은 고수이므로 절대로 이 네명의 사질이 자기를 괴롭히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는 이어 말했다.

[모든 일은 신선배님이 오패강에서 같이 보셨읍니다. 대사님이 친히 이곳에 왕림하셨으니 후배의 체면이 크게 섰읍니다. 그래서 절대로 제사부님께서는 이 일을 거론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마음을 놓으십시오. 저의 몸은 비록 상처를 받아 치료할 수 없지만 이 일 때문에 오악검파와 소림파의 분규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역국재는 화가 나서 말했다.

[넌...... 넌 무슨 말을 그리 함부로 하느냐? 너는 원래 몸에 상처를 입고 있었는데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영호충은 한숨을 쉬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 일은 역선배님께서는 말할 수가 없읍니다. 만약 이 소문이 밖으로 퍼져 나가면 소림파의 명예가 크게 떨어질 것이오.]
신국량과 황국백과 각월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 마음 속으로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소림파의 방자돌림 스님들의 지위는 매우 높아 비록 오악검파와는 달랐지만 서열로 따지면 오악검파의 각파 장문보다는 한 항렬이 더 높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신국량 등의 서열과 직위는 영호충보다 높았던 것이다.
역국재가 영호충에게 손을 쓴 것은 원해 어른이 아이를 상대로 손찌검을 한 것과 같았다. 하물며 소림파 사형제 두 사람이 같은 장소에 있지 않았던가? 더욱 영호충은 이미 상처를 입고 있었고 소림파의 문규는 심히 엄해서 역국재가 만약 화산파의 일개 후배를 때려 죽였다면, 죽음으로 그 댓가를 받거나 그의 무공을 없애 그 문하에서 쫓겨나지 않을 수 없었다. 역국재는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얼굴이 하얗게 됐다.
방생이 말했다.

[영호소협, 이쪽으로 오시오. 내 당신의 상처를 좀 보겠소.]
영호충은 가까이 다가갔다. 방생은 오른손을 내밀어 영호충의 손목을 꼭잡고 손가락을 영호충의 대연(大淵) 경거(經渠) 두 곳의 혈도에 대고 맥을 짚었다. 그의 몸에는 한 줄기의 기괴하고 희귀한 내력이 튕겨져나와 맥을 잡은 손가락을 떨쳐냈다. 방생은 내심 흠칫했다. 그는 지금 소림사의 일류고수 가운데서도 몇번째 안가는 고수였는데 이 소년의 내력에 의해 손가락이 튀겨져 나오자 뜻밖이었다. 그가 영호충의 체내에 도곡육선과 불계화상의 일곱 개의 진기가 부딪치는 줄 어찌 알겠는가?
그의 무공은 강했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황에서 일곱 명의 고수가 합친 힘을 당해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억! 하는 소리를 지르며 두 눈으로 영호충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소협, 당신은 화산파의 사람이 아니오?]

영호충은 말했다.

[소생은 정말 화산파의 제자입니다. 제 스승인 악선생님이 거두어주신 제일 첫번째 문하생이지요.]

방생은 물었다.

[그렇다면 나중에 또 누구를 따라다니면서 사파(邪派)의 무공을 배웠오?]

역국재가 끼어들었다.

[사숙님, 이 놈이 사용한 것은 틀림없이 사파의 무공이었읍니다. 조금도 거짓이 아닙니다. 제가 친히 봤기 때문에 그는 변명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조금 전 그의 뒤에 한 명의 여자가 따라 가는 것을 보지 않았읍니까?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니 아마 좋은 사람 같지는 않습니다.]

영호충은 그가 말로써 그 노파를 들먹이자 화가 나서 말했다.

[당신은 명문파의 제자인데 어찌 말이 그리 무례하오? 할머님인 그 노인께선 당신을 보지 않으려고 하신 것입니다.]

역국재는 말했다.

[빨리 나타나라고 해라! 우리 사숙의 법안(法眼)은 틀림없으니까 옳고 그름을 확연히 알 수가 있지.]

영호충은 말했다.

[당신과 내가 싸움을 한 것은 당신이 바로 우리 할머니에게 무례하게 행하였기에 일어난 일이오. 그런데 지금 여기서 함부로 말씀하시는거요?]

각월은 말했다.

[영호소협, 조금 전 내가 보았을 때 당신 뒤에서 따라가던 그 여자의 발걸음은 민첩하고 경쾌하게 보였소. 나이 많은 사람같지는 않더이다.]

영호충은 말했다.

[저희 할머니는 무림의 사람이오. 자연히 발걸음이 경쾌하고 민첩하겠지요.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이오?]

방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각월, 우리들은 출가한 사람이다. 어떻게 강제로 다른 사람의 선배인, 더우기 여자를 만나볼 수 있겠느냐? 영호소협, 이 일은 의심스러운 일이 너무 많소. 노승이 아무리 생각해도 풀 수가 없구료. 그대는 틀림없이 몸에 깊은 상처를 입었는데 상처의 내상이 너무나 기이하오. 절대로 나의 역사질이 그렇게 한 것은 아니외다.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만나본 것도 인연이니 하루 빨리 몸이 완쾌되기를 빌고 나중에 만나기를 바라오. 당신 몸의 내상은 가볍지 않소. 내게 두 알의 알약이 있으니 복용하도록 하시오. 단지 나을 수는......]

말을 하면서 손을 품 속에 집어넣었다. 영호충은 탄복했다.

(소림의 고승이라, 과연 기풍이 있구나!)

그리고 고개를 숙여 말했다.

[대사님을 만나게 되너 실로 기쁘기......]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게 싹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역국재가 장검을 뽑아들며 일갈했다.

[여기 있읍니다.]

그리고 사람과 검이 함께 노파가 숨어 있는 나무 숲 사이로 들어갔다.
방생이 외쳤다.

[역사질, 무례한 행동을 그만두게!]

곧이어 퍽! 하는 소리가 나며 역국재가 관목숲에서 나왔다. 몸이 수장 밖으로 튕겨지더니 툭! 하고 땅바닥에 굴러떨어졌다. 얼굴은 하늘을 향하고 손과 발을 몇번 움직이더니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방생 등은 모두 감짝 놀랐다. 보니 그의 이마에는 한 줄기 상처자국이 있고 새빨간 피가 흘렀으며 손에는 자기의 장검을 쥐고 있었는데 숨은 벌써 끊어진 것 같았다.
신국량, 황국배, 각월, 세 사람은 일제히 일갈하며 각자 병기를 쥐고 관목 숲을 향해 몸을 날렸다. 방생은 두 손을 벌려 승복의 넓은 소매자락을 펴쳐 한 줄기의 부드러운 경풍으로 세 사람을 일제히 막았다.
그리고 관목숲속을 향해 낭랑히 말했다.

[흑목애(黑木崖)의 형께서 이곳에 계신지요?]

그러나 수백 그루의 관목에서는 인기척이 없었고 한 마디도 들려오지 않았다.
방생은 또 물었다.

[소림파와 흑목애는 평소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형께선 어째서 우리파의 역사제에게 이렇게 독수를 썼소?]

관목 숲에선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영호충은 감짝 놀랬다.

(흑목애? 흑목애는 마교총타(魔敎總舵)의 소재지인데 그렇다면...... 설마 이 할머니가 마교의 선배란 말인가?)

방생대사는 또 말했다.

[노승이 옛날 동방교주와도 한번 인연을 맺은 적도 있읍니다.
형은 사람을 죽였으니 쌍방의 옳고 그름은 오늘로써 끊어진 것입니다. 형께선 어찌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시오?]

영호충은 또 놀랬다.

(동방교주? 그가 말하는 사람이 마교교주인 동방불패(東方不敗)란 말인가? 이 사람은 당세의 제일고수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 할머니는 마교의 사람이란 말인가?)
그 노파는 관목에 몸을 숨긴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방생이 말했다.

[형께서 모습을 끝내 나타내시려고 하지 않는다면 노승의 무례함을 용서하시오.]

그록 두 손을 뒤로 뻗었다. 두 손 끝에서 경미한 내력이 뻗어나와 앞을 향해 쏟아졌다. 우두둑! 싹싹싹! 하는 소리가 나며 수십 그루의 관목이 절단되고 나뭇잎이 휘날렸다. 바로 이때 휙! 하는 가벼운 소리가 나며 한 사람의 그림자가 관목숲에서 뛰어나왔다.
영호충은 비록 마음속 가득히 노파의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그러나 약속을 했기 때문에 급히 몸을 돌렸다. 등 뒤에선 신국량과 각월이 일제히 부르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병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것 같고 빗물이 창문을 치듯 요란스레 들려왔다. 틀림없이 그 할머니와 방생 등이 싸움을 시작한것이다. 이때는 바로 사시(四時)정도라 햇빛이 찬연히 대지에 내리 떨어지고 있었다.
영호충은 신용을 지키기 위해 마음속으론 호기심이 일었으나 절대 고개를 돌려 네 사람이 싸우는 것을 감히 보지 못하고, 단지 땅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보고 방생 등이 노파를 가운데 두고 싸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방생의 손에는 무기가 들려져 있지 않았으며 각월이 사용하는 무기는 방편산이고 황국백은 칼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신국량은 검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노파가 사용하고 있는 것은 한 쌍의 짧은 병기였으며 언뜻보면 비수같기도 하고 아미자(蛾眉刺) 같기도 했다. 그 병기는 극히 짧고 얇았으며 투명한 것 같았고 그림자로 추측해 보아서는 어떤 병기를 갖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방생과 노파는 아무 말도 없었으나 신국량 등 세 사람은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 기세는 심히 위맹했다.
영호충은 외쳤다.

[모두 말로 하시오! 당신들은 남자인데 한 명의 노파를 에워싸고 공격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오?......]

황국백은 냉랭히 웃었다.

[나이 먹은 할머니라고? 허허허! 네놈은 눈을 뜨고도 헛소리를 하고 있구나! 그녀는......]

말이 끝나기 전에 방생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황...... 조심하거라!]

황국백은 악! 하는 소리를 질렀다.
깊은 상처를 받은 듯했다.
영호충은 깜짝 놀랐다.

(이 할머니는 정말 무서운 무공을 지니고 있구나! 조금 전 방생대사가 옷소매 바람으로 나무가지를 잘라내는 것을 보니 그의 내력은 굉장히 강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할머니는 혼자몸으로 네 명을 대적하고 있으면서도 선수를 빼앗고 있다.)
이어서 각월도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방편산이 손에서 벗어나 멀리 날아갔다. 영호충의 머리 위를 지나 수 장 밖에 떨어졌다.
땅바닥에 어른거리는 검은 그림자는 이때는 두 사람이 적어져 황국백과 각월 두 사람은 없어지고 오로지 방생과 신국량 두 사람이 그 노파와 대결하고 있었다.
방생이 말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당신의 손은 정말 악독하구료! 연속 나의 사질 세 사람을 죽였으니 이 노납은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소. 별 수 없이 온 힘을 들여 당신과 겨루어볼까하오.]
그리고 팍팍팍! 하고 급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생대사가 이미 병기를 사용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병기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니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나뭇가지나 몽둥이 같았다.
영호충은 드 뒤에서 불어오는 경풍이 갈수록 예리하고 사나워짐을 느꼈다.
방생대사가 병기를 사용하자 과연 일반 사람과는 달랐다. 전세는 즉시 뒤바뀌었다.
영호충은 은은하게 노파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힘이 조금 달리는 것 같았다.
방생대사는 말했다.

[병기를 버리시오! 나 또한 당신을 괴롭히고 싶지 않소. 당신은 나를 따라 소림사로 가서 방장사형에게 모든 사실을 말하고 방장사형의 지시에 따르도록 합시다.]

그 노파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신국량을 향해 몇 초식을가했다.
신국량은 막을 수 없자 방생대사가 공격을 막았다. 신국량은 정신을 가다듬은 다음 또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몇차례 겨루자 병기 부딪치는 소리는 점점 완만해졌다.
그러나 경풍은 갈수록 대단해졌다.
방생대사가 말했다.

[당신은 나미 적수가 되지 못하오. 내가 권할 때 빨리 병기를 버리고 소림사로 갑시다.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을 것이며 깊은 외상을 받고 말 것이오.]

그 노파는 흥! 하는 소리를 냈다. 갑자기 악! 하는 비명소리가 들려오더니 영호충 뒷덜미에 뜨끈뜨끈한 물방울이 튕겨졌다. 손을 내밀어 목을 만지니 손바닥에는 핏물이 묻어 있었다.
방생대사는 또 말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당신은 이미 상처를 입었으니 더욱 지탱할 수 없을 것이오. 난 지금까지 계속 봐주고 있었으니 그 점을 똑똑히 알고 계시오.]

신국량은 노해 말했다.

[이 여자는 사악한 요녀요! 사숙께선 손을 써 이 요녀를 베어버리시지요! 그래서 이 세 명의 사제의 복수를 해주십시오! 사악한 무리와 상대하는데 어찌 자비로움이 있을 수 있겠읍니까?]
그녀는 호흡은 거칠었고 발걸음은 허우적거렸으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영호충은 생각했다.

(할머니가 나와 동행한 것은 애당초 나보고 그녀를 보호해달라고 하던 것인데 그녀의 몸에 큰 재난이 닥쳤는데 내 어찌 모른체 할 수 있겠느냐? 비록 방생대사는 덕이 높은 고수이고 그 신씨 성을 가진 자도 성격이 온화한 사내지만 할머니를 그들의 손에 놔 둘 수는 없다.)

싹 하는 소리를 내며 장검을 뽑아들고 낭랑히 외쳤다.

[방생대사님, 신선배님, 손을 멈추시오! 그렇지 않으면 이 후배가 실례를 하겠소.]

신국량은 일갈했다.

[사악한 무리이니 같이 죽여 없애버립시다!]

그리고 일검을 영호충을 향해 뻗었다. 영호충은 할머니를 볼까 염려되어 몸을 돌릴 수가 없자 옆으로 피했다.
그 노파는 외쳤다.

[조심하거라!]

영호충은 살짝 피했으나 신국량의 일검도 그를 따라 비스듬히 찔러왔다. 갑자기 신국량의 신음소리가 들리더니 몸이 공중에 날려 영호충의 왼쪽 어깨위로 비스듬히 날으더니 땅바닥에 내뒹굴엇다. 손과 발이 경련을 일으키더니 즉시 절명하고 말았다. 어느샌가 그 노파에게 당했던 것이다.
바로 이때 펑!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노파는 방생대사의 일장에 맞아 관목숲으로 나뒹굴었다.
영호충은 깜짝 놀라 외쳤다.

[할머니! 할머니! 왜 그러시오?]

그 노파는 관목 숲 속에 쓰러져 낮은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영호충은 그녀가 죽지 않았음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서 일검으로 방생을 향해 찔러갔다. 이 일검은 방향과 위치가 교묘하여 방생은 뒤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영호충은 일검을 다시 찔렀다. 방생은 병기를 들어 막았다. 영호충은 급히 장검을 거두었다. 이미 방생대사와, 얼굴과 얼굴을 마주쳐 그가 가지고 있는 병기는 알고보니 삼척 정도되는 길이의 나무 방망이였던 것이다.
그는 깜짝 놀랐다.

(정말 생각치 못했다. 그의 병기가 이렇게 짧은 나무방망이라니! 이 소림 고승의 내력은 극히 강하다. 내가 만약 검술로 그를 제압하지 못한다면 할머니를 구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는 즉시 위로 일검을 찌르고 아랫쪽을 일검을 찌르고 순식간에 위 아래로 찔렀다. 이 모두가 풍청양에게 전수받은 검초였다.
방생대사는 갑자기 얼굴색이 크게 변하더니 말했다.

[넌...... 넌......]

영호충은 감히 동작을 멈출 수 없었다. 자기는 약간의 내공도 남아 있지 않으니 조금의 빈틈이라도 보여 상대방이 쳐들어오면 자기는 틀림없이 절명할 것이고 그 노파도 그에게 잡혀간 소림사에서 죽을 것이다. 그는 독고구검의 여러가지 오묘한 초식을 있는 힘을 다하여 하나씩 펼쳐냈다.
이 독고구검은 정묘하기 이를데 없었다. 영호충은 이미 내공이 소실되고 검법 중의 정묘한 점을 아직 확연히 깨닫지는 못했으나 그의 검법은 이미 방생대사를 끊임없이 물러서게 만들었다. 영호충은 가슴에서 뜨거운 피가 끓어오름을 느끼자 손과 팔의 힘이 없어져 손을 움직일 수 없고 사용하는 초식도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졌다.
방생은 메몰차게 말했다.

[검을 치워라!]

그리고 왼손으로 장력을 뻗어 영호충의 가슴을 향해 뻗어왔다.
영호충은 이때 정신이 없엇고 힘없이 일검을 내리쳤으나 검은 중도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힘이 없이 일검을 방생대사에게 뻗으니 방생대사의 왼손 장력이 뻗어와 그의 가슴을 쳤다. 그는 자직 경력을 거두지 않고 물었다.

[너의 이 독고구검......]

바로 이때 영호충의 뾰족한 장검끝이 그의 가슴을 찔렀다.
영호충은 이 소림고승을 내심 존경했으므로 검끝이 상대방의 피부에 닿으려고 할 때 손을 빼 검을 거두었다. 그는 뒤로 검을 뺄때 힘을 너무 써 몸이 튕겨져 나갔으며 땅바닥에 나뒹굴며 입에서 선혈을 뿜어냈다.
방생대사는 가슴에 상처난 곳을 누르더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좋은 검법이오! 소협께서 만약 검을 거두지 않았다면 이 노승의 생명은 벌써 없어졌을 것이오.]

그는 결코 자기가 장력을 쓰지 않았음을 말하지 않고 이 말을 한 다음 계속해 기침을 해댔다.
영호충은 급히 검을 빼내었지만 장검은 그를 약간 찔렀던 것이다.
영호충은 말했다.

[죄송...... 죄송합니다 선배님.]

방생대사가 말했다.

[화산의 풍청양 선배의 검법이 세상에 전해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소. 노승이 지난번 풍선배의 은혜를 받은 적이 있는데 오늘에 노승...... 노승은 내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겠군.]

그리고 천천히 손을 내밀어 도포에서 종이조각을 꺼내더니 펼쳤다. 안에는 두 개의 살구만한 트기의 약이 들어 있었다.

[이것은 소림사에서 상처를 치료할 때 쓰는 영약이오. 한 알 잡수어 보시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또 말했다.

[또 한 알은 저 여자에게 드리시오.]

영호충은 말했다.

[저의 상처는 치료할 수가 없읍니다. 먹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다른 한 알은 대사님이 드시지요.]

방생대사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필요없소.]

그리고 두 개의 알약을 영호충의 몸 앞에 내려놓더니 각월, 신국량 등 네 구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표정은 처량해지고 손을 합하고 가볍게 경문을 외더니 점점 얼굴 표정이 밝아져 왔다. 나중에는 얼굴이 마치 한 줄기의 섬광과 휩싸여 오로지 대자대비 네 글자로만이 그 광경을 형용할 수 있을 것같이 되었다.

영호충은 머리가 어지럽고 빙빙돌아 더 이상 재탱할 수 없음을 알고 비로소 두 개의 알약을 집어들어 그 중 한 알을 먹었다.
방생대사는 경문을 다 읽고 영호충을 향해 말했다.

[소협은 풍선배님의 독고구검의 후계자요. 절대로 요사한 일파는 아닐게요. 당신의 의협의 마음을 가졌으니 이치로 따비면 횡사하지 않을 것이오. 단지 당신의 몸의 내상은 매우 괴이하오. 절대로 약이나 침 따위로 치료할 수 없고 상당히 내공을 쌓아야만 생명을 보존할 수가 있오. 노승의 견해로는 당신은 나를 따라 소림사에 갑시다. 노승이 장문사형에게 소림사의 최고내공심법을 전해주도록 간청한다면 당신의 내상은 치료할 수 있을 것이오.]
그는 몇번 기침하더니 또 말했다.

[이 내공을 쌓는데는 인연을 상당히 중히 여기죠. 소승은 이런 것과는 인연이 없소. 소림파 장문사형은 마음이 한 없이 넓은 사람이니어저면 소협과는 인연이 닿을 것이고 이 심법을 전수할 수 있을 것이오.]

영호충은 말했다.

[대사님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저 할머니를 편안하고 위험이 없는 곳까지 호송한 다음 만약 그때까지 죽지 않는다면 제가 소림사에 가서 대사님과 장문방장에게 인사를 올릴 것입니다.]
방생은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자넨...... 자네는 그녀를 할머니라고 부르나 소협 자네는 명문정파의 제자인데 절대로 사악한 무리들과 한 패가 될 수는 없네. 소승이 좋은 말로 권하니 소협은 깊이 생각해주기 바라네.]
영호충은 말했다.

[남아대장부가 한 말인 이상 어찌 식언하겠읍니까?]

방생대사는 탄식하고 말했다.

[좋소. 소승은 소림사에서 소협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겠소.]
그리곤 땅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한 번 훑어보고 말했다.

[인생이란 원래 빈껍데기지. 묻어도 그만이고 묻지 않아도 그만이다. 이 백팔번뇌의 세계를 떠났으니 그것으로 족할게야.]
그리고 몸을 돌려 천천히 큰걸음으로 멀어져 갔다.
영호충은 땅바닥에 앉아 숨을 헐떡였다. 전신이 아파오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할머니 몸은...... 몸은 괜찮으시죠?]

몸 뒤에서 싹싹하는 소리가 들리며 노파가 관목 숲 속에서 나오며 말했다.

[죽지 않을거야. 자네는 그 노화상과 함께 가도록 하게. 그의 말로는 너의 내상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는데 소림파의 내공심법은 당세의 무적이란다. 너는 왜 가지 않느냐?]

영호충은 말했다.

[저는 할머니를 보호한다고 한 이상 끝까지 보호해야 하겠읍니다.]

그 노파는 말했다.

[네 몸에 상처가 있는데 무슨 소용이냐?]

영호충은 웃으며 말했다.

[당신도 상처를 입었읍니다. 가는데까지 가보지요.]

그 노파는 말했다.

[나는 요사한 일파이고 너는 명문일파이니 너의 명문일파의 명예가 더럽혀질 뿐이야.]

영호충은 말했다.

[나는 애당초 아무런 명예도 없었어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그것이 무슨 상관이겠읍니까? 할머니, 당신은 제게 너무 잘 해주셨읍니다. 이 영호충은 그것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은 몸에 중상을 입으셨읍니다. 만약 제가 당신을 두고 간다면 사람이 아닙니다.]

그 노파는 말했다.

[만약 내가 지금 몸에 상처를 입지 않고 있다면 자네는 나를 두고 가겠는가? 그런가?]

영호충은 흠칫했으나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께서 만약 비천하다고 싫어하시지 않으시고 제가 동행 해주길 원하신다면 이 영호충은 당신 곁에서 말벗이나 해주고 싶습니다. 단지 제가 염려스러운 것은 제가 본래 미천하고 아무렇게나 행동하기 때문에 며칠 지나지도 않아 나와 말하기도 싫어하실까봐 그것이 염려되는군요.]

그 노파는 '음' 하는 소리를 냈다. 영호충은 손을 돌려 방생대사가 준 약을 건네주었다.

[그 소림고수는 정말 대단합니다. 할머니, 당신이 그의 문하 네 사람을 죽였는데도 오히려 상처를 이료할 수 있는 영약을 당신께 주었읍니다. 그는 추호도 자기가 복용하려고 하지 않았읍니다. 그는 조금 전 당신과 싸울 때 전신의 무공을 다 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노파는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

[쳇! 그가 전신의 무공을 쓰지 않았다면 어찌 내가 상처를 입었겠는가? 이 사람들처럼 명문정파라고 자처하고 거짓으로 좋은 사람인 양 가장하고 사람들을 나는 눈에 두고 있지도 않아.]
영호충은 말했다.

[할머니, 이 약을 잡수십시오. 제가 먹어봤는데 정말 가슴이 확 뚫리는 것 같습니다.]

그 노파는 대답을 하고서는 약을 받아가지 않았다.
영호충은 말했다.

[헐머니......]

그 노파는 말했다.

[지금 눈 앞에는 오로지 자네와 나 둘 뿐인데 어째서 할머니 할머니하고 계속 부르는 것인가? 그 말을 적게 부를 수는 없는가?]
영호충은 웃으며 말했다.

[녜, 적게 부르지요. 안 될 이유가 있나요? 당신은 어째서 이 약을 잡수시지 않습니까?]

그 노파는 말했다.

[자네는 소림파의 상처를 치료하는 약이 좋다고 하면서도 어째서 내가 자네에게 준 약은 좋다고 하지 않는가? 어째서 노화상이 준 알약을 다 먹지 않았는가?]

영호충은 말했다.

[아이쿠! 언제 제가 당신이 준 약이 안 좋다고 했읍니까? 그것은 정말 생사람잡는 소리입니다. 소림파의 약도 좋으므로 당신께 먹으라고 권하는 것이 아니겠읍니까? 그래야만 정신을 차리고 힘을 써 빨리 갈 수 있지 않겠읍니까?]

그 노파는 말했다.

[자네는 나와 함께 가는 것이 싫은 모양이지, 그렇지? 그렇다면 혼자 가게나. 내가 언제 자네를 붙잡던가?]

영호충은 생각했다.

(어재서 지금 할머니는 고약하게 성질을 부리고 있을까? 맞다, 그녀는 상처가 깊기 때문에 성격이 삐뚫어졌으니 그녀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야.)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지금 반 걸음도 움직일 수 없읍니다. 설사 길을 떠나고 싶어도 갈 수가 없군요. 하물며...... 하물며...... 하하하....
..]

그 노파는 화가 나서 말했다.

[하물며 어쨌다는 건가? 그리고 또 뭔가 하하하란 말이지?]
영호충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는 바로 하하하 이지요. 나는 갈 수 있다해도 가고 싶지 않소이다. 당신이 나와 함게 가지 않는 이상 말입니다.]
그는 본래 그 노파에게 말할 때 예의 바르고 공경했으나 그녀가 마구 화를 내고 성질을 부리자 예를 따지지 않고 그 또한 방자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노파는 오히려 화를 내지 않았다. 갑자기 말을 끊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영호충은 말했다.

[할머니......]

그 노파는 말했다.

[또 할머니군! 자네는 평생 할머니를 가져보지 못했는가? 그런가? 평생 헐머니라고 불러보지 못한 사람 같구만!]

영호충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나는 할머니라고 부르지 않겠읍니다. 그렇다면 나는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됩니까?]

그 노파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함참이 지난 후 말했다.

[여기는 두 사람뿐인데 사람을 부를 필요가 있는가? 자네가 입을 열면 자연히 상대는 나일텐데 이 자리에 나말고 또 누가 있는가?]

영호충은 웃으며 말했다.

[가끔 나는 혼자 중얼거리길 좋아하지요. 절대로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 노파는 흥! 하고 콧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말이 그렇게 점잖지 못하니 자네의 소사매가 자네를 받아주지 않는 것이야.]

이 한 마디가 영호충의 가슴 깊이 맺혀져 있던 상처를 일깨워 주었다. 그는 마음 속에서 무엇인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끼고 생각에 잠겼다.

(소사매가 나를 좋아하지 않고 임사제를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정말로 내 말투와 행동이 점잖치 못하기 때문인지 모르는 것야.
그러니 그녀가 나에게 평생 몸을 기탁하려고 하지 않는거야. 맞다. 임사제는 사람이 점잖고 정말 정인군자지. 내 사부와 그토록 닮았을 수가 없어. 소사매뿐만 아니라 내가 여자일지라도 그를 좋아했을 것이고 절대로 행동이 무질서한 망나니 영호충을 좋아하지는 않을거야. 음! 영호충아! 영호충아! 너는 술을 먹고 날뛰고 문규도 지키지 않았으니...... 정말 너를 구해줄 약이 없구나! 나는 그 음탕한 전백광과 교분을 맺고 형양 기원에서 잠을 잤으니 소사매는 정말 기뻐하지 않을거야.)

그 노파는 그가 말이 없는 것을 보자 물었다.

[어째서 그러는가? 나의 말이 자네의 신경을 건드렸는가? 화가 났는가? 그런가?]

영호충은 말했다.

[화내지 않았읍니다. 당신 말이 맞아요. 나의 말은 점잖치도 못하고 행동도 점잖치 못하니 소사매와 사부님, 사모님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 노파는 말했다.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네. 자네의 사부와 사모님, 그리고 소사매가 자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설마 이 세상에서 자네를 좋아할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단 말인가?]

이 말은 심히 부드러웠고 위안의 뜻이 충분히 담겨져 있었다.
영호충은 크게 감격하고 가슴에서 끓는 피가 솟아오르고 목 안이 마치 무엇엔가 꽉 막힌 듯했다.

[할머니, 당신이 내게 이렇게 잘 해주시는데 세상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해도 그건...... 그건 제게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 노파는 말했다.

[너의 달콤한 입이 사람을 기쁘게 하는구나! 오독교의 남봉황 같은 인물조차도 자네를 칭찬하더라니 그만한 이유가 있었군! 좋다. 자네도 몸을 움직일 수 없고 나도 걸을 수 없으니 오늘은 별 수 없이 산 저쪽 절벽 아래서 하루를 쉬도록 하세. 그런데 오늘 저녁 죽을지 안 죽을지 모르겠군.]

영호충은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죽지 않습니다. 내일은 죽을지 안 죽을지 모르고 내일 죽지 않는다면 모레 죽을지 안 죽을지 모르지요.]

그 노파는 말했다.

[헛소리는 그만 하게나. 자네는 천천히 기어가 보도록 하게나.
나도 뒤를 따를 것이네.]

영호충은 말했다.

[당신이 그 노화상이 준 약을 먹지 않는다면 나는 일보도 옮기지 않겠읍니다.]

그 노파는 말했다.

[또 헛소리를 하는군! 내가 약을 먹지 않는다고 왜 자네가 일보도 기어갈 수 없다는 것인가?]

영호충은 말했다.

[조금도 나의 말이 헛소리가 아닙니다. 당신이 약을 먹지 않으면당신 상처는 쉽게 낫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정신이 없어 금을 못탈 것이니 내 마음속이 급해지면 뒤집혀지는데 무엇이 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어 기어가게 만들 수 있겠어요? 기어갈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이곳에 누울 힘조차 없소이다.]

그 노파는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이곳에 드러눕는 것도 심히 피곤한가?]

영호충은 말했다.

[그건 당연하지요. 이곳은 가파른 언덕인데 내가 만약 힘을 쓰지 않는다면 금방 미끄러져 산 아래에 있는 물 속에 떨어질텐데요? 그러면 물 속에 빠져 죽게 될것이오.]

그 노파는 감탐하며 말했다.

[자넨 중상을 입어 언제 죽을지 모르면서도 이런 농담을 하고 있군! 이렇듯 자기 몸을 돌보지 않는 사람은 세상에서 보기 힘들 거야.]

영호충은 약을 뒤로 가볍게 던졌다.

[빨리 이것을 잡수시오.]

그 노파는 말했다.

[흥! 명문정파라고 자처하는 놈은 하나도 좋은 놈이 없어. 내가 소림파의 약을 먹는다면 내 입을 더럽히는 꼴이야.]

영호충이 아이쿠 하는 큰 소리를 내며 몸이 왼쪽으로 기울어지더니 가파른 언덕을 따라 산 아래 물 속으로 굴러내려갔다.
그 노파는 깜짝 놀라 외쳤다.

[조심해라!]

영호충은 계속해 아래로 데굴데굴 굴렀다. 이 언덕은 그리 가파르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길었다. 영호충은 한참을 굴러서야 비로소 물가에 이르러 손과 발에 힘을 주니 그때서야 멈추었다.
그 노파는 외쳤다.

[이보게! 이봐! 어찌 되었나?]

영호충의 얼굴과 손은 땅바닥에 있던 돌에 긁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는 아픔을 참지 못하고 계속 신음소리를 냈다.
그 노파는 외쳤다.

[그만 하거라! 내가 노화상의 썩어빠지고 냄새나는 약을 먹으면 그만이지. 자넨...... 자네는 올라오게나.]

영호충은 말했다.

[먹는다고 했으니 정말 먹어야 합니다.]

그때 두 사람의 거리는 상당히 멀었고 영호충은 기운이 부족해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 노파는 가물가물하게 그의 소리를 들었을 뿐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물었다.

[금방 뭐라고 말했느가?]

영호충은 말했다.

[난...... 난......]

그리고 계속해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 노파는 말했다.

[빨리 올라와라. 내가 이 약을먹겠다고 약속하지.]

영호충은 휘청거리며 몸을 일으켜 가파른 언덕을 기어오르려고 했다. 그러나 아래로 굴러가는 것은 쉬웠지만 다시 기어오르자니 하늘을 오르는 것보다 어려웠다. 그는 두 걸음 옮겼으나 다리에 힘이 빠져 흔들거리다가 풍덩하고 정말 물 속으로 자빠지고 말았다.
그 노파는 높은 곳에서 그가 물 속에 빠졌음을 보고 마음이 급해서 몸을 언덕으로 굴려 영호충 몸 옆에 굴러와 왼손으로 그의 왼팔을 거머쥐었다. 그녀는 급히 숨을 몇번 쉬고 오른손을 내밀어 그의 등을 잡아 영호충의 물에 젖은 몸을 꺼냈다.
영호충은 이미 몇모금의 물을 마셨으며 눈 앞에는 별이 왔다갔다했다.
그가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깨끗하고 맑은 물 속에는 두 개의 그림자가 거꾸로 비치고 있었다. 한 명의 묘령의 아가씨가 마침 자기의 뒷덜미를 잡고 있었다.
그가 멍청해 있는 사이 등뒤의 아가씨가 왁 하는 소리를 내더니 붉은 피를 한 입 토해 그의 목덜미에 뱉었다. 그리고 동시에 영호충의 등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영호충은 그 아가씨의 부드러운 몸이 등에 와 닿고 또 기다란 머리카락이 자기의 얼굴을 휘감자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이 산란해져 왔다.
다시 물 속에 비추인 그림자를 보니 그 아가씨의 얼굴은 계란형이었고 두 눈을 감고 있었는데 눈썹이 길었으며 비록 달에 비친 그림자라 확실히 볼 수는 없었지만 아름다운 용모가 절세미인임을 나타내주고 있었고 나이는 열 일곱 여덟밖에 안 되어 보였다.
그는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이 아가씨는 누굴까? 어째서 갑자기 이런 아가씨가 와서 나를 구해주었을까?)

물 속에 비친 그림자, 등 뒤에서 따뜻하게 전해오는 느낌. 그에게 말을 건넨 아가씨가 기절을 하자 영호충은 몸을 돌려 그녀를 부축하려고 했다. 그러나 온몸은 힘이 빠지고 흐느적거려 손가락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마치 꿈 속에 들어간 것같았다.
맑은 개울 속에 아름다운 모습을 한 여자의 모습이 비치니 마치 자기가 선녀의 세계에 온 것 같기도 했다. 그의 마음속엔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정말 죽었는가 나는 이미 승천했다는 말이냐?)
등 뒤에서 소녀의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정말 나에게 겁을 주려고 하는 것입니까? 정말로......
정말로 살고 싶지 않아서입니까?]

영호충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이 목소리는 할머니의 목소리와 똑같았다. 그는 너무 놀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당신은...... 당신은...... 당신은......]

그 소녀는 말했다.

[왜 그러세요? 당신은 내가 그 노화상의 냄새나는 약을 먹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있는 건가요?]

영호충은 말했다.

[할머니 알고보니 당신은 한 분의...... 한 분의 아름다운 소...... 소저였군요.]

그 소저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당신은 어떻게 알았죠? 당신은...... 당신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내이군요? 당신은 훔쳐 보았나요?]

그리고 고개를 숙이자 물 속에 자기의 그림자가 또렷하게 비춰지는 것을 보고 영호충의 허리를 꼭 껴안고 부끄러운 듯 고개를 등뒤에 묻었다가 급히 일어나려고 했다. 무릎을 세우려고 해도 힘이 없어 다시 쓰러지려고 했다. 영호충은 얼른 그녀를 안았다. 그녀는 몇번이고 일어나려고 발버둥쳤으나 기진맥진하여 움직을 수가 없었다.
영호충은 가슴이 설레이는 것을 느꼈다.

[당신은 어째서 노파인 것처럼 행세하며 나를 속였읍니까? 선배인 것처럼 가장하고 정말로...... 정말로 나를 속였구료.]
그 소저는 말했다.

[내가 언제 당신에게 피해를 주었고, 당신을 속였단 말이예요?]
영호충의 눈과 그녀의 뺨과의 거리는 일척도 되지 않았다. 그녀의 피부는 너무 희어서 투명하게 보였고 은은하게 홍조를 띄우고 있었다.

[오는 도중 나는 당신을 보고 계속 할머니라고 불렀는데 흥! 정말로 창피한 줄도 모르는군! 당신은 내 동생이라고 하기에도 어린 나이인데 어쩌자고 할머니라 생각하고 할머니가 되었소? 할머니가 되려면 팔십 년은 있어야 될 것이오.]

그녀는 킥 하고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언제 할머니라고 말한 적이 있나요? 줄곧 당신이 그렇게 불러오지 않았나요? 당신이 계속해서 할머니 할머니라고 불렀기에 조금 전 나는 할머니라고 부른다고 화를 내지 않았나요? 당신보고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 당신이 끝까지 불렀죠? 그렇죠?]
영호충은 그녀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오랫동안 속아왔다고 생각하니 화가 풀리지 않았다.

[당신이 당신 몸의 어디이고 보지 못하게 한 것은 일부러 나를 속인게 아니겠소? 내가 당신 얼굴만 봤대도 할머니라고 부르지는 않았을거요. 당신은 낙양에 있을 때 나를 속였소. 그 녹죽옹과 짜고 그 사람이 당신보고 고모라 부르게 했으니 그처럼 늙은 사람도 당신을 할머니라고 부르는데 내 어찌 할머니라고 부르지 않을 수 있었겠소?]

그 소저는 웃으며 말했다.

[녹죽옹의 사부는 우리 아버지보고 사숙이라고 부르지요. 그렇다면 녹죽옹은 나보고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영호충은 흠칫 놀라며 더듬더듬 거리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 녹죽옹의 고모입니까?]

그 소저는 말했다.

[녹죽옹이라는 늙은이가 대단한 인물도 아닌데 내가 왜 그의 고모가 되려고 거짓말을 하겠어요? 고모가 된다고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답니까?]

영호충은 탄식하더니 말했다.

[아이쿠! 내가 정말 멍청이야! 벌써 알았어야 했는데.]
그 소저는 웃으며 물었다.

[무엇을 벌써 알았어야 했단 말이예요?]

영호충은 말했다.

[당신의 못소리는 아름답소. 어찌 팔십 살 먹은 할머니의 말소리가 아름답고 청순하단 말이오?]

그 소저는 웃으며 말했다.

[내 목소리는 굵고 짖어지는 목소리예요. 마치 까마귀가 꽥꽥 우는 것 같으니 당신이 나를 늙은 헐머니로 여긴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예요.]

영호충은 말했다.

[당신의 목소리가 까마귀같다고요?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군! 요즘 까마귀는 꾀꼬리보다 잘 지저귀고 듣기가 좋은 모양이오.]
그 소저는 영호충이 자기를 칭찬해주는 소리를 듣고 얼굴이 붉어졌으나 마음은 크게 기뻤다.
그 소저는 웃으며 말했다.

[그만하세요. 영호어르신, 영호할아버지, 당신이 나를 할머니라고 불렀으니 저도 이렇게 몇번 불러드리죠. 이것은 절대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니 화를 내지 마세요.]

영호충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할머니고 나는 할아버지고 우리 둘이 할아버지 할머니이니 이 어찌......]

그의 성격은 애당초 예의범절에 구속을 받지 않았다. 그는 입을 점잖게 놀리는 적이 드물었다. 그는 '이 어찌 한 쌍의......' 라고 말하려 했는데 갑자기 그녀의 양미간이 실룩실룩 하고 얼굴에 노기를 띄우자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 소저는 화가 나서 말했다.

[당신은 또 무엇을 함부로 말하려고 하나요?]

영호충은 말했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우리 두 사람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다면 그 어찌...... 그 어찌 무림에서 선배고인이 아니될 수 있겠소?]

그녀는 그의 품속에서 남자의 냄새를 강렬하게 느끼자 마음속이 극히 산란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는데 아무리 힘을 써도 일어설 수 없어 얼굴이 붉어지며 말했다.

[이봐요, 나를 좀 떠밀어 주세요.]

영호충은 말했다.

[당신을 밀면 어떻게 하려고요?]

그 소저는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이렇게 하고 있으며 무슨 꼴이겠어요?]
영호충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이니 할머니의 꼴이 바로 이런 꼴이오.]

그 소저는 흥 하고 코방귀를 뀌더니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또다시 함부로 말한다면 나는 당신을 죽여버리겠어요.]
영호충은 그녀가 수십 명의 사내들에게 자기 스스로 두 눈을 멀게하고 동해바다 반룡도에 유배를 보내 다시는 그녀하고 농담을 못하게 만들어 놓은 일이 생각나자 가슴이 철렁했다.

(이 소저가 소림파의제자 네 명을 단숨에 죽인 것을 볼때 무공이 높고 악독하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아리따운 소저라니 정말 믿을 수가 없구나.)

그 소저는 그가 말이 없자 말했다.

[화가 나셨나요? 정말 화나셨어요? 당당한 사내대장부가 마음이 이렇게 좁아서야.]
[내 팔자는 정해진 것 같소. 틀림없이 당신 손에 죽을 것이오.]
그 소저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처음부터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며 점잖고 예의바르고 착한 어린애처럼 행동했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행동을 하면 될 것이 아닌가요?]

영호충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안 되지요. 안 될 말씀이오. 내가 당신이 소저라는 사실을 이미 안 이상 다시는 절대로 당신을 할머니라고 부를 수가 없소.]
그 소저는 말했다.

[당신은...... 당신은......]

그녀는 당신이라고 두번 부르더니 얼굴이 갑자기 빨개졌으며 마음속에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았다.
영호충이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바라보니 그녀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귀엽고도 아름다웠다. 그는 가슴이 크게 울렁거려 참지 못하고 그녀의 뺨에 입을 한번 맞추었다. 그 소저는 깜짝 놀라 갑자기 힘을 쓰더니 손을 들어 영호충의 뺨을 후려쳤다. 그리고 몸을 일으켰으나 그녀는 힘이 없어 다시 영호충의 품 속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영호충이 다시 경박한 짓을 할까봐 마음이 초조해져 말했다.

[다시 이렇게...... 이렇게 무례하다면 나는...... 바로 당신을 죽여버릴 것이예요.]

영호충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나를 죽이든 죽이지 않든 내 생명은 얼마 남지 않았소.
나는 끝까지 당신에게 무례하게 굴겠소.]

그 소저는 크게 당황하여 말했다.

[내가 당신을...... 내가 당신을......]

그러나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영호충이 있는 힘을 다해 그녀의 어깨를 부축해 일으켜 세운 다음 몸을 돌려 굴려가면서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어떻게 하시겠단 말이오?]

그리고 연신 기침을 하더니 몇 모금의 선혈을 토해냈다. 그는 일시적인 감정으로 그녀에게 입맞춤을 하고나서 금방 후회가 되었다. 그녀에게 뺨을 얻어맞은 후 더욱 자기의 행동이 옳지 않았음을 알았다. 비록 여전히 입을 놀려 농담을 하고 있었지만 결국 그녀와 서로 의지하는 친한 사이는 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는 그가 힘을 쓴 다음 또다시 선혈을 토해내는 것을 보고 속으로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입을 열어 사과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은...... 당신은 가슴이 매우 아프죠? 그렇죠?]
영호충은 말했다.

[가슴은 그리 아프지 않으나 다른 곳이 무척 아프다오.]
그 소저는 말했다.

[어느 곳이 그리 아픈가요?]

말소리에는 관심이 어려 있었다. 영호충은 그녀에게 얻어 맞은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곳이 매우 아프오.]

그 소저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제게 잘못했다고 한다면 나도 당신께 잘못했다고 할 것이예요.]

영호충은 말했다.

[제가 나빴지요. 할머니, 노여워 마시고 탓하지 마십시오.]
그녀는 그가 또 할머니라고 하자 참지 못하고 킥킥 웃어댔다.
영호충은 물었다.

[노화상의 냄새나는 약은 어디 있소? 당신은 끝내 먹지 않았구료. 그렇지요?]

그 소저는 말했다.

[땅바닥에 떨어져 주울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손가락으로 언덕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직 저기 있어요.]

그리고 한참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

[나는 당신 말대로 그 약을 주워 먹을 거예요. 그 약이 냄새가 나든 말든 말이예요.]

두 사람은 가파른 언덕에 누워 있었다. 평상시라면 즉시 몸을 날려 올라갈 수 있었으나 지금은 이 언덕이 만겹의 산봉우리처럼 여겨져 기어 올라갈 수 없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가파른 언덕을 쳐다보고 또 서로를 쳐다보며 똑같이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그 소저는 말했다.

[나는 좀 앉아 있을테니 조금도 시끄럽게 굴지 마세요.]
영호충은 말했다.

[녜.]

그녀는 물가에 앉아 오른손의 엄지, 식지, 중지를 모으고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다.
영호충은 생각했다.

(저 소저의 정좌방법도 다른 사람과는 다르구나. 다른 사람처럼 책상다리를 하지 않는구나.)

그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휴식을 취하려고 했으나 기가 치밀어 올라 아무리 해도 조용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개골개골 소리를 내며 통통한 개구리가 물 속에서 뛰어 나왔다. 영호충은 크게 기뻤다. 한나절을 야단법석을 떠느라고 내가 몹시 고팠다. 그는 손을 뻗쳐 그 개구리를 덮쳤다. 그러나 손에는 힘이 없어 잡힌 것은 허공이었다. 그 개구리는 개골개골 소리를 지르며 껑충 뛰어 피했다. 그리고개골개골 계속해서 울어대는 폼이 매우 의기양양한 것 같았고 또 영호충의 쓸모없는 동작을 비웃기도 했다. 영호충은 한숨을 쉬었다. 물가에는 개구리가 많아 두 마리가 다시 껑충껑충 뛰어왔다. 그러나 영호충은 개구리를 잡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옆에서 섬섬옥수가 내밀어지며 한번 가볍게 나꿔채자 한 마리의 개구리가 잡혔다. 그것은 그 소저가 조용히 한참을 앉아 있자 몸을 놀릴 수가 있었고, 비록 몸에는 힘이 없었으나 몇마리의 개구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영호충은 기뻐 말했다.

[참 잘하십니다. 우리는 개구리 고기로 한끼를 때울 수 있겠군요.]

그 소저는 미소를 띄우면서 손을 한번 내밀때마다 한마리씩 잡아 순식간에 이십여 마리를 잡았다.
영호추은 말했다.

[됐읍니다. 이제는 가셔서 나뭇가지를 좀 가져오시지요. 저는 이 개구리들의 가죽을 벗기겠읍니다.]

그 소저는 그의 말을 따라 나뭇가지를 주으러갔다. 영호충은 검을 꺼내 그녀가 잡은 개구리들의 머리를 자르고 창자를 꺼냈다.
그 소저가 말했다.

[옛날 사람들은 닭을 잡을 때 소잡는 칼을 썼다고 했는데 오늘 영호대협께선 독고구검으로 개구리를 잡는군요.]

영호충은 껄껄 소리내 웃었다.

[독고대협께서 구천에 혼령이 있어 자기의 기법을 전수받은 사람이 이렇듯 불충한 것을 아신다면 정말로 화가 나서......]
화가 나서라는 말까지 해놓고 입을 다물었다. 그는 생각하기를 독고구패는 이미 세상을 떠난지 오래인데 어찌 화가 나서 죽는다는 말을 붙일 수 있겠느냐?]

그 소저는 말했다.

[영호대협......]

영호충은 손에 죽은 개구리를 들고 연신 몸을 흔들며 말했다.

[대협이란 두 글자는 당치도 않소이다. 천하에 개구리를 잡는 대협이 어디 있단 말이오?]

소저는 웃으며 말했다.

[옛날에 개.돼지를 잡는 영웅도 있었는데 개구리를 잡는 대협이 없겠어요. 당신의 독고구검은 오묘하기 짝이 없군요. 그 소림파의 노화상조차 당신을 이길 수 없으니 말이예요. 그 스님이 말하기를 당신에게 검법을 전수해준 사람은 성이 풍씨라는 선배라 하고 그 사람은 은인이라고 하던데 도대체 어찌 돌아가는 일인가요?]
영호충은 말했다.

[나에게 검법을 전수해 주신 분은 우리 화산파의 선배님이시오.]

그 소저는 말했다.

[그분 선배님의 검술은 신통하기 그지없는데 오늘날 강호에 그분의 명성은 왜 없나요?]

영호충은 말했다.

[그건...... 그건...... 나는 그 어르신에게 약속을 했읍니다.
절대로 그분의 행적을 누설치 않겠다고요.]

그 소저는 말했다.

[쳇! 그게 무슨 희귀한 일이라고. 당신이 내게 말을 하더라도 나는 듣고 싶지 않아요. 당신은 내가 누군지 아나요? 어디서 왔는지 아나요?]

영호충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난 모르오. 난 소저의 이름조차 모른다오.]

그 소저는 말했다.

[당신도 숨기고 있으니 나도 말을 하지 않을 거예요.]
영호충은 말했다.

[나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알아맞출 수는 있읍니다.]
그 소저는 얼굴색이 변하며 말했다.

[당신이 알아맞춘다고요? 어떻게 알았나요?]

영호충은 말했다.

[지금은 모르오. 그러나 저녁이 되면 확실하게 알 수가 있지요.]

그 소저는 더욱 이상해서 물었다.

[어째서 저녁이 되어야 분명히 알 수 있다는 건가요?]
영호충은 말했다.

[내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하늘에서 별이 하나 없어진 것을 보면 소저가 어떤 성정에서 이 세상에 온 것인지 알 수가 있지요. 소저의 생김새는 마치 선녀 같으니 이 세상에 어찌 그런 인물이 있겠소?]

그 소저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쳇 하고 소리를 냈다. 그러나 속으로는 기쁜 듯했다. 그 소저는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또 잠꼬대 같은 소리군요.]

이때 그녀는 나뭇가지에 불을 붙이고 겁질을 깐 개구리를 기다란 나뭇가지에 하나하나 꽂고 불 위에 올려놓고 굽기 시작했다.
개구리 몸에서 기름이 떨어지니 연기가 나고 향기가 진동했다. 그녀는 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말했다.

[난 영영(盈盈)이라고 한답니다. 당신께 내 이름을알려줘요 당신이 앞으로 내 이름을 기억할지 모르겠군요.]

영호충은 말했다.

[영영, 이 이름은 정말 듣기가 좋군요. 내가 당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면 난 절대로 당신을 할머니라고 부르진 않았을 것이오.]

영영은 말했다.

[왜지요?]

영호충은 말했다.

[영영이라는 두 글자는 분명히 아가씨의 이름입니다. 물론 그 할머니의 이름은 아니지요.]

영영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앞으로 늙은 노파가 돼도 이름을 고치지 않고 여전히 영영이라고 부를건데요.]

영호충은 말했다.

[당시은 절대 늙은 노파로 변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여든 살이 되어도 여전히 아름답고 예쁜 소저로 있을 것입니다.]

영영은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요괴두가 되겠지요.]

그리고 한참 뒤에 정색을 하고 말했다.

[내가 이름을 가르쳐 줬으니 함부로 부르지 마세요.]
영호충은 말했다.

[왜 그러시오?]

영영이 말했다.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아세요. 나는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영호충은 혓바닥을 낼름해 보이더니 말했다.

[이것도 안 되고저것도 안 되고 앞으론 누가 당신의......]
여기까지 말을 하고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엄숙해지는 것을 보자 입을 다물었다.
영영은 흥 하고 코방귀를 뀌었다.
영호충은 말했다.

[당신은 왜 화를 내세요? 내가 말하려는 것은 만약 당신이 제자를 거둔다면 고생문이 훤할 것이오.]

그는 애당초 남편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상황이 안 좋게 흐르자 급히
제자라고 바꾸었던 것이다.

영영은 물론 그 뜻을 모를 리가 없었다.

[당신같은 사람은 정말 점잖치도 못하고 성실하지도 못하군요.
당신이 말한 세 마디 중 두 마디는 거짓이며 엉터리고 믿을 수가 없어요. 난...... 난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아요. 다른 사람들이 내말을 듣는다면 들을 것이고 안 듣는다면 안 듣는 것이죠.]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했다.

[난 당신의 말을 듣기를 좋아한답니다.]

이 말투에는 농담기가 섞여 있었다. 영영은 아름다운 눈썹을 찡긋하더니 어떤 동작을 취하려고 하다가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한참동안 두 사람 중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갑자기 타는 냄새가 코를 찔러 왔다. 영영은 어마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알고보니 손에 들고 있던 한 꼬치의 개구리가 타버렸던 것이다.
그녀는 말했다.

[이 모두가 당신 때문이예요.]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은 응당 나에게 감사해야 하오. 나는 말 때문에 당신이 화가 나서 이렇게 맛있는 개구리 고기가 된 것이오.]

그리고 새까맣게 탄 한 마리를 들더니 다리를 뜯어 입 속에 집어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그리고 연신 찬사를 했다.

[정말 맛있읍니다. 정말 맛있어요. 고기란 좀 탄 듯해야만 비로소 맛이 있지요. 그리고 고기가 좀 타야 달콤하고 쓰기도 한 것이오. 고진감래라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고기는 없을 것이오.]
영영은 영호충의 농담에 킥킥 웃으며 같이 따라 먹었다. 영호충은 새까맣게 탄 고기는 골라 자기가 먹고 타지 않은 부분은 그녀에게 주었다.
두 사람은 개구리 고기를 다 먹고난 후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자 피곤함을 느꼈다. 그들은 자기들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두 사람은 밤새도록 잠을 자지 못하고 상처도 입었으니 이 잠은 정말 달콤했다. 영호충은 꿈 속에서 악영산과 폭포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한 사람이 많아지더니 그것은 임평지였다. 임평지와 영호충은 서로 검을 겨루었다. 그러나 그는 조금의 힘도 없어 있는 힘을 다해 독고구검을 사용하려고 했으나 일초도 생각이 나지 않고 임평지는 일검 일검을 자기의 가슴, 배, 머리, 어깨에다 검을 들이댔다. 그러나 악영산은 깔깔 웃고만 있었다. 그는 놀라고 화가 나서 크게 외쳤다.

[소사매! 소사매!]

몇번을 부르다 잠에서 개어났을 때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꿈 속에서 소사매를 보았군요. 그녀가 당신을 어떻게 대하던가요?]

영호충은 입맛이 씁쓰름해서 말했다.

[어떤 사람이 나를 죽이려고 했으나 소사매는 나를 아는 체도 않았고 또...... 또 웃고 있었소.]

영영은 탄식하더니 가볍게 말했다.

[당신 이마에는 온통 식은땀이예요.]

영호충은 손으로 땀을 씻었다. 싸늘한 바람이 부니 온몸에 한기를 느꼈다. 하늘을 쳐다보니 온 하늘에 별이 반짝이는 것이 이미 한밤중이었다.
영호충은 머리가 맑아와 마음이 편해졌다. 말을 하려고 할 때 갑자기 영영은 손을 매밀어 그의 입을 막고 말했다.

[사람들이 오고 있어요.]

영호충은 정신을 집중해 들어보니 과연 멀리서 세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 왔다.
또 한참이 지나자, 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

[이곳에 두 명의 시체가 있읍니다.]

영호충은 그 말소리로 조천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어 이것은 소림파의 화상인데.]

그 늙은이는 각월의 시체를 발견했던 것이다.
영영은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 계무시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소림파에 속한 제자인데 어찌 여기서 죽어 있을까요? 어? 이 사람이 바로 신국량이고 소림파의 고수입니다.]
조천추는 말했다.

[누가 이리 무서울까요. 일거에 소림파의 고수 네 명을 죽였으니.]

노두자는 말을 더듬었다.

[혹시...... 혹시 흑목애의 인물이 아닐까? 어쩌면 동방교주 자신일런지도 모르지.]

계무시는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구료. 우리는 빨리 이 네구의 시체를 묻어 버립시다. 소림파 사람들이 오기 전에 말이오.]

조천추는 말했다.

[정말 흑목애의 사람들이 손을 썼다면 그들은 소림파에서 손을 쓰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을 것이오. 어쩌면 고의로 시체를 이곳에다 버리고 시위를 하는 것일런지도 모르오.]

계무시는 말했다.

[만약 자기들을 과시하려고 했다면 이 황폐한 곳에 시체들을 놔두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때맞춰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이 시체들은 맹수들이 다 먹어치웠을 것이고 그러면 발견되지는 않았을 것이오. 조양신교(朝陽神敎)가 시위를 하려고 했다면 대개는 시체의 목을 큰거리에 매달아 놓고 소림파의 제자라고 분명히 썼을 것이고 그래야 소림파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지요.]
조천추는 말했다.

[그렇구료. 그렇다면 흑목애 사람들은 이 네 명을 죽이고 적을 쫓으러 갔을 것이오. 그러니 시체를 묻을 시간이 없었을 것이오.]
이어서 땅을 파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다. 세 사람은 병기로 땅을 파고 시체를 묻고 있는 것이다.
영호충은 깊이 생각했다.

(이 세 사람과 흑목애 동방교주와는 틀림없이 무슨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수고를 해가면서 시체를 묻지는 않을 것이다.)

갑자기 조천추가 깜짝 놀라는 소리를 냈다.

[이건 무엇일까요? 한 알의 약인데요.]

계무시는 냄새를 몇번 맡더니 말했다.

[이것은 소림파에서 상처를 치료하는 영약이지요. 이 약효는 기사회생의 효험이 있고 틀림없이 몇명의 소림제자들이 이곳에 떨구었을 것이오.]

조천추는 말했다.

[당신이 어떻게 아시오?]

계무시는 말했다.

[몇해전에 나는 소림의 노화상과 알고 지낸 적이 있었다오.]
조천추는 말했다.

[그것이 상처를 치료하는 영약이라면 참 잘 되었소. 노형 이것을 가져가 불사 소저의 병을 다스리게 먹입시다.]

노두자는 말했다.

[내 딸 아이의 살고 죽음은 그리 상관할 것이 못되오. 우리는 빨리 영호공자를 찾아 먹이도록 합시다.]

영호충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무척 감동되었다.

(그것은 영영에게 준 약이다. 어떻게 노두자에게 가 그 약을 달래서 그녀에게 먹일 수 있을까?)

고개를 돌려보니 어슴푸레한 달빛아래 영영은 장난기가 많은 얼굴을 하고 웃고 있었다. 천진난만한 모습과 얼굴은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믿을 수 없는 것은 그녀가 얼마전에 네명의 소림고수를 죽였다는 것이다.
한바탕 돌을 던지고 흙을 덮는 소리가 나더니 세 사람은 시체를 이니 다 묻은 것 같았다.
노두자가 말했다.

[아주 어려운 문제가 하나 있는데 당신이 좀 생각해 보시구료.]
계무시는 말했다.

[무슨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라도 있소?]

노두자는 말했다.

[지금 영호공자는 틀림없이...... 성고(聖故) 그녀와 함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이 얄약을 가져간다면 성고와 맞부닥칠 수밖에 없는데 성고께서 화가 나서 죽인데도 별로 상관없는 일이오만 그럼 그녀의 심기를 그르칠 것이고 그녀가 화를 내면 그리 좋은 일은 아닐 것이오.]

영호충은 영영을 한번 흘낏 쳐다보고 생각했다.

(원래 당신을 성고라고 부르는군. 어째서 그들은 당신을 그렇게 무서워하고 당신은 움직였다하면 사람을 죽이는 것이오?)
계무시는 말했다.

[오늘 우리는 길거리에서 세 명의 봉사를 만났는데 그 세 명의 봉사가 쓸모가 있겠구료. 우리가 내일 아침 일차기 그 세 명의 봉사를 쫓아가서 이 알약을 영호공자께 갖다주도록 합시다. 그들은 눈이 멀었으니 성고와 영호공자가 함께 있는 것을 봐도 죽음을 면할 수 있을 것이 아니오?]

조천추는 말했다.

[나는 지금도 의심을 하고 있으빈다. 그 세 사람의 눈을 파낸 것은 바로 성고와 영호공자가 함께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오.]
노두자는 넙적다리를 툭 치더니 말했다.

[그렇소. 만약에 그렇지 않았다면 세 사람이 멀쩡한 상태에서 눈을 버렸겠소? 이 네 명의 소림제자는 재수가 안 좋았을 뿐이고 무의식중에 성고와 영호공자를 봤을 것이오.]

세 사람은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영호충은 갈수록 의문에 쌓였다. 조천추의 탄식소리가 들려 왔다.

[영호공자의 상태가 하루 빨리 완쾌되어 성고와 맺어지기를 바랄 뿐이오. 그 두 사람이 하루라도 일찍 맺어지지 않으면 강호는 하루라도 편안한 날이 없을테니 말이오.]

영호충은 깜짝 놀라 영영을 훔쳐 보았다. 밤하늘 아래 그녀의 얼굴은 은은히 홍조가 떠올랐고 눈빛 속에는 노기가 가득 찬 듯했다.
영호충은 그녀가 몸을 날려 노두자 등에게 피해를 줄까봐 오른손을 내밀어 그녀의 왼손을 꼭 잡았다. 그녀의 온몸이 부들부들 떠는데 화가 났는지 부끄러워 그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조천추가 말했다.

[우리가 오패강에서 모임을 가진 것은 성고께선 많이 화를 내셨읍니다. 사실은 남녀의 정이란 이치가 뻔한 것이오. 영호충 같이 사내다운 사람은 성고와 같이 아름다운 여자만이 어울리는 것이오. 왜 성고같이 대단한 인물이 세속의 여자들처럼 빼면서 미적미적하는지 모르겠소. 그녀는 틀림없이 영호공자를 좋아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그 일을 입밖에 내지도 말게 하며 더우기 쳐다보지도 말라고 하니 이것은...... 이것은 너무 상식 밖의 일이 아니겠소?]
영호충은 생각했다.

(알고보니 일이 이렇게 되었구나. 그러나 그 말이 정말인지 거짓인지 알 수가 없구나.)

갑자기 자기 손 안에 쥐어져 있던 영영의 손이 벗어나려는 것 같았다. 급히 힘을 주었다. 그녀가 화가 나서 조천추 등을 죽일까봐 꼭 잡았다.
계무시는 말했다.

[성고는 비록 흑목애에서는 대단한 인물이요, 동방교주조차도 그녀의 뜻에 거슬리는 일은 하지 않았으나 그녀는 젊고 젊은 여자이오. 세상에서 여자들은 한 남자를 처음 좋아하게 되면 얼굴이 붉어지고 가죽이 엷어지는 법이오. 우리는 이번에 하려고 했는데 그 아첨이 빗나갔어. 우리는 호의적으로 했는데 성고가 진노했으니 이것은 우리가 경솔하고 멍청한 탓이고 또 여자들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오. 오패강에서 군웅들이 아첨을 해서 성고께서 화가 나셨소. 이 일이 퍼져 나간다면 명문정파라는 자식들이 우리들을 비웃을 것이오.]

노두자는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고께서 우리 모두에게 은덕을 베풀고 모든 형제는 은덕을 받았으니 덕으로 갚으려고 했을 뿐이오. 하루빨리 그녀의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길 바랬을 뿐이오. 사내대장부란 은과 원을 분명히 해야하고 은덕을 받았으면 은덕에 보답해야 하며, 원수간이면 원수를 갚아야 되는 것이오. 이것은 무슨 잘못이란 말이오? 어떤 개새끼들이 우리를 비웃는다면 이 노두자는 끝내 살을 도려내고 그들의 까죽으 벗길거요.]

영호충은 비로소 분명히 알았다. 여행하는 도중 여러 궁웅들이 그렇듯 자기를 떠받든 것은 알고보니 모두 이 영영이라고 불리는 성고 때문이라는 것을, 그리고 도 군웅들이 갑자기 오패강에 떠들썩하게 모였다가 흩어진 것도 성고때문이고, 성고는 다른 사람이 그녀의 마음을 알아 차리길 원하지 않았고, 강호에 그 일이 널리 퍼졌으니 화가 났던 것이다. 그는 또 깊이 생각했다. 성고처럼 젊고 젊은 소저가 이렇게 많은 영웅호걸들로 하여금 자기에게 잘해줄 수 있도록 명령할 수 있는 것은 마교 중의 온천하를 주름잡는 인물이고 계무시의 말을 빌리자면 천하무공이 제일이라고 불리는 동방불패도 그녀를 대할 때는 두려움으로 대한다고 했다. 나 영호충은 무림의 무명소졸로 그녀와 안지는 낙양 골목에서 발 사이를 두고 금을 배웠을 뿐인데 어떤 눈꼽만큼의 남녀의 정도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녹죽옹이 우리 사이를 오해해서 말을 퍼뜨려 성고를 크게 화가 나게 했단 말인가?
다시 조천추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노두자의 말씀이 맞는 것이오. 성고는 우리들에게 대은대덕을 베푸셨기 때문에두 사람의 연분을 성사시킬 수가 있어 그녀가 즐겁게 지낼 수만 있다면 모두들 분신쇄골이 되더라도 후회가 없지요. 또 오패강에서 낭패한 꼴을 당했어도 그게 무슨 큰 대수겠소.
단지...... 영호공자는 화산파의 대제자이고 흑목애와는 대등한 위치에 있소. 그렇기 때문에 이 두 사람의 연분이 아름답게 맺어지기까지는 아마도 중간에 우여곡절이 많을 것이오.]

계무시는 말했다.

[내게 한가지 계책이 있소. 우리가 화산파 장문인 악불군을 잡아다가 죽도록 협박하여 이 혼인을 성사시키면 어떻겠소?]
조천추와 노두자는 일제히 말했다.

[야묘자의 계책은 훌룡하오. 쇠뿔도 단숨에 빼랬다고 우리는 빨리 악불군을 잡으러 갑시다.]

계무시는 말했다.

[단지 그 악선생은 일파의 장문인으로써 내공과 검법이 극히 높은 경지에 있을 것이오. 우리들이 그에게 무력을 쓴다면 첫째로는 반드시 이긴다고 할 수 없고, 두번째는 그를 잡았다고해도 그가 차라리 죽을지라도 굴복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어찌 하시겠소?]
노두자는 말했다.

[그러면 우리는 그의 마누라와 딸을 데려다가 협박을 하면 되는 것이오.]

조천추는 말했다.

[맞소. 이 일은 반드시 은밀히 해야 하오. 절대 다른 사람이 알아서는 안 되오.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화산파의 체면이 깎이게 되는 것이오. 영호공자께서 그의 사부를 잡아왔다는 사실을 안다면 틀림없이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오.]

그 사람들은 즉시 어떻게 악부인과 악영산을 잡아야 되는지 상의하고 있었다.
영영은 갑자기 낭랑한 소리로 말했다.

[보세요. 간덩이가 붓고 허망한 세 사람들은 빨리 내 앞에서 썩 꺼지시오. 나를 화나게 하지 마세요.]

영호충은 그녀가 갑자기 입을 열어 말을 하자 있는 힘을 다해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
계무시 들 세 사람은 더욱 깜짝 놀랐다.
노두자는 말했다.

[녜, 녜, 소인...... 소인...... 소인들은......]

연신 소인이라는 세 마디만 하고 황망하고 당황해 더 이상 마를 붙이지 못했다.
계무시는 말했다.

[녜, 녜, 우리들은 아무 소리나 해본 것이오. 성고께선 정말로 여기지 마시오. 우리들은 내일 서역(西域)에 가서 다시는 중원 땅에 돌아오지 않겠읍니다.]

영호충은 생각했다.

(또 세 사람을 유배 보내는구나.)

영영은 몸을 일으키더니 말했다.

[누가 당신들 보고 서역으로 가라고 했나요. 나는 한 가지의 일이 있소. 당신 세 사람이 일을 좀 해주어야겠어요.]

계무시 등 세 사람은 기뻐 일제히 대답했다.

[성고께선 분부만 내리십시오. 소인들은 있는 힘을 다해 그 일을 행하겠읍니다.]

영영은 말했다.

[나는 한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데 지금 어디에 숨었는지 찾을 수가 없소. 당신들은 강호바닥에 이 소문을 퍼뜨리시오. 강호의 어떤 사람이라도 그 사람을 죽인다면 나는 상금을 내리겠다고 하세요.]

조천추는 말했다.

[사례는 사양하겠읍니다. 성고게선 사람을 잡아오라고 하신다면 우리 형제 세 사람은 하늘 끝까지, 바다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그 사람을 잡아올 것입니다. 그 놈이 어떤 놈인데 감히 성고께 죄를 지었읍니까?]

영영은 말했다.

[당신 세 사람이면 바이 넓지 못하니 응당 강호에 소문을 내야 할 것이오.]

세 사람은 일제히 말했다.

[녜, 녜.]

영영은 말했다.

[당신들은 빨리 떠나도록 하세요.]

조천추는 말했다.

[녜, 그런데 성고께서 죽이려고 하는 사람은 어떤 악독한 놈입니까?]

영영은 흥 하고 코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그 사람의 성은 복성으로 영호라고 하고 이름은 충이오. 그 사람은 화산파 문하의 제자이지요.]

이 말이 나오자 영호충, 계무시, 조천추, 노두자 네 사람은 감짝 놀라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한참 후 노두자는 말했다.

[이건...... 이건......]

영영은 큰 소리로 말했다.

[이건이 무엇이죠. 당신들은 오악검파가 무서워 화산파의 제자도 건드리지 못한단 말인가요? 그런가요?]

계무시는 말했다.

[성고님의 일을 해드리는데 오악검파면 어떻고 옥황상제 염라대왕이라도 잡아오라면 오지요. 우리들은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영호...... 영호충을 잡아오지요. 그래서 성고님게 바치겠읍니다.
노두자, 조천추 우리는 갑시다.]

노두자는 생각했다.

(틀림없이 영호공자의 말이 성고의 노여움을 샀을 것이다. 젊은 사람은 좋아할수록 쉽게 다투고 쉽게 토라지지. 나와 불사에미가 사이좋게 니낼 때는 날마다 말씨름을 하고 싸우지 않았던가? 불사가 뱃속에서부터 병을 갖고 태어난 것은 제 에미 뱃속에 있을 때 내가 네 에미 배를 늘씬 두들겨준 저이 있었는데 그대 태기에 상처를 입은 것일거야. 말을 하면 무엇하냐 별수없이 영호공자를 잡아다가 성고 스스로 일을 처리하게 하자.)

그가 혼자서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자기 경우를 들어 추측을 하고 있을 때 영영이 화가 나서 말했다.

[누가 당신들 보고 그를 붙잡아 오라고 했나요? 그 영호충이 있다면 내 명예에 손상을 입힐 것이오. 한시라도 빨리 그를 죽인다면 나의 마음이 풀어질 것 같군요.]

조천추는 더듬거렸다.

[성고......]

영영은 말했다.

[좋아요. 당신들은 영호충과 교분이 있어 나를 위해 일을 처리하고 싶은 것이 아닌데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나는 또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 이 일을 처리할 것이오.]

세 사람은 그녀가 이렇게 나오자 하는 수 없이 일제히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

[성고의 명령에 따르겠읍니다.]

노두자는 생각했다.

(영호공자는 인과 의를 아는 사람이지만 노두자는 성고의 명을 받들어 그를 죽이지 않을 수 없구나. 그를 죽인 다음 이 노두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리자.)

그리고 품 속에서 상처약을 꺼내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세 사람은 몸을 돌려 멀어져 갔다.
영호충이 영영을 바라보니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기의 명성을 보존하기 위해 내 생명을 빼앗으려고 하는구나. 그게 무슨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그리고 말했다.

[나를 죽이려면 당신이 죽이지 왜 많은 사람을 동원하고 있소?]
그리고 장검을 뽑아 칼자루를 그녀에게 건네 주었다.
영영이 장검을 받아들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똑바로 쳐다보자 영호충은 하하 웃으며 가슴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
영영은 말했다.

[당신은 죽음이 임박했는데 무엇이 그리 우습죠?]

영호충은 말했다.

[죽음이 임박했으니 웃을 수가 있는 것이오.]

영영은 장검을 들어 손을 뒤로 빼며 지르려고 했다가 갑자기 몸을 돌려 힘껏 검을 땅바닥에 던졌다. 장검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차가운 빛이 번쩍하더니 챙그랑 거리며 먼곳에 떨어졌다.
영영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모두가 당신 때문이예요. 강호의 모든 사람들이 다 비웃을 거예요. 마치 내가 한평생...... 시집을 못 가니 수 많은 계략을 써서 당신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고 할 거예요. 당신은...... 당신이 뭐가 그래 대단한가요. 다시는 창피해서 사람들을 대할 수 가 없군요.]

영호충은 껄껄 웃었다. 영영은 화가 나서 말했다.

[당신은 나를 비웃는군요. 또 나를 비웃고 있어요.]

그리고 갑자기 엉엉 소리내 울기 시작했다.
그녀가 이렇게 울자, 영호충은 미안한 감이 들고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그 순간 어떤 깨달음이 있었다.

(그녀는 강호에서 위치가 대단히 높고 많은 영웅호걸들이 그녀를 대단히 존경하고 무서워하여 스스로 자기 자신을 뽐내며 교만하게 굴었다. 여자 아이들이란 태어나면서부터 부끄러워하는데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니 그것도 그럴 수밖에 없을거야. 그녀는 노두자 등에게 아까처럼 말하라고 한것은 나를 꼭 죽이라는게 아니며 풍문을 끊으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그가 이렇게 말은 전하면 누구도 나와 그녀가 함께 있다고 의심하진 않을 것이다.)

영호충은 부드러운 소리로 말했다.

[정말로 나는 죽일 놈입니다. 소저의 명예를 더럽혔으니까요.
저는 이만 물러 가겠읍니다.]

영영은 소매끝으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어디로 가려는 것이지요?]

영호충은 말했다.

[발길 닿는데로 바람 부는데로 가지요.]

영영은 말했다.

[당신은 나를 보호한다고 해놓고 어째서 혼자 가려는 것이지요?]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때는 이 몸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그런 말을 했었소. 정말로 소저는 속으로 웃었을 것입니다. 소저는 무공이 이렇듯 높은 데 어찌 보호할 사람이 필요 하겠소? 설령 백명 천명의 영호충이 있다해도 소저를 따라 잡지는 못할 것이오.]

그리고 몸을 돌려 걸어갔다.
영영은 급히 말했다.

[당신은 갈 수가 없어요.]

영호충은 말했다.

[왜요?]

영영은 말했다.

[조천추 등이 이미 말을 퍼뜨렸을 것인데 며칠 사이면 이 강호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죽이려고 할 것이예요. 당신 몸이 성하다고 해도 절대로 무사할리가 없고 이 화를 면할 수가 없을 거예요.]

영호충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영호충은 소저의 명령에 죽는다면 그것도 나쁜 것은 아니오.]
그리고 장검을 주워 검집에 집어 넣으며 힘이 없어 언덕 위를 걸어 올라갔다.
영영은 눈 앞에서 그 사람이 점점 멀어지자 뒤쫓아가면서 외쳤다.

[여보세요, 가지 마세요.]

영호충은 말했다.

[영호충이 소저와 함께 있으면 짐이 될 뿐이오. 역시 혼자 떠나는게 좋을 것 같군요.]

영영은 말했다.

[당신은...... 당신은......]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고 마음은 심히 어지러웠다. 그가 발걸음을 멈추지 않자, 급히 몇발자국 따라가며 말했다.

[영호충, 당신은 내가 친히 그 말을 하라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야만 마음이 편한가요, 그런가요?]

영호충은 이상해 물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저는 모르겠군요.]

영영은 입술을 깨물고 또 깨물더니 말했다.

[내가 조천추 등에게 말을 전하라고 한 것은 당신......당신을 영원히 내 몸 가까이에 있게 하기 위함이었고, 내 몸에서 한발자국도 떨어지지 못하게 하기위함이었어요.]

그 말을 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서 있을 수가 없는 듯했다.
영호충은 크게 경악해 말했다.

[당신은...... 당신이 나보고 당신과 함께 있으라구요?]
영영은 말했다.

[맞아요. 조천추 그들이 내 말을 퍼뜨리면 당신은 내 몸 가까이 있어야 생명을 보존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뜻밖에 당신처럼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사내가 있군요. 그건...... 그것은 오히려 자신을 망치는 일이 아닌가요?]

영호충은 가슴 속에 감동을 느꼈다.

(원래 당신은 나를 좋아하는군. 그런데 그 사람들에겐 왜 그렇게 혹독하게 구는 것일까?)

그는 몸을 돌려 그녀에게 가까이 가서 그녀의 두 손을 꼭 잡았다. 그녀의 손바닥엔 식은 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왜 사서 고생을 하시오?]

영영이 말했다.

[나는 염려가 돼요.]

영호충은 말했따.

[무엇이 염려가 되오?]

영호충은 말했다.

[당신처럼 멍청한 사내가 내 말을 듣지 않고 강호로 나갔다가 하루도 못되어 한푼의 값어치도 없는 사람들에게 죽을까 염려가 돼요.]

영호충은 탄식했다.

[그들도 정이 있는 사내들이고 당신에게 잘 대해 주는 사람들인데 당신은 그들을 경박하게만 보시는거요?]

영영이 말했다.

[그들은 배후에서 나를 비웃고 당신을 죽이려고 한답니다. 백번 죽어도 마땅한 사내들이지요.]

영호충은 참지 못하고 실소하며 말했다.

[그것은 당신이 나를 죽이라고 한 것인데 어찌 그들을 탓할 수가 있오? 더우기 그들은 뒤에서 당신을 비웃지 않았고 당신은 계무시, 노두자, 조천추 세 사람이 당신께 말할 때 예의가 밝지 않았소? 어디 조금이라도 당신을 비웃은 적이 있었소?]

영영은 말했다.

[그들은 말로는 나를 비웃지 않았지만 뱃속으로 나를 비웃었을 거예요.]

영호충은 이 소저가 억지를 부려 반박할 수 없자 말했다.

[좋습니다. 당신이 가라고 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곳에서 당신과 함께 있지요. 아이구 그리고 내 몸이 다른 사람에게 몇십 조각으로 난도질 당한다면 그 맛은 좋지도 않을 것이오.]

영영은 그가 가지 않겠다고 하자 마음이 기쁘고 노기가 사라앉았다.

[맛은 무슨 맛이겠어요. 정말 쓴 맛이겠지요.]

그녀는 이 말을 하면서 얼굴을 살짝 돌렸다. 별과 달이 빛을 미미하게 비추니 백살같은 하얀 얼굴은 마치 부드럽고 환한 얼굴로 발산하는 것 같았다.
영호충은 마음이 동했다.

(이 아가씨는 사실 소사매보다 자름답다. 그리고 내게 이렇게 잘 해주고 그러나...... 그러나...... 내 마음은 어째서 소사매를 잊을 수 없을까?)

영영은 그가 악영산을 생각하는지 모르고 말했다.

[내가 당신께 드린 금은 어디 있나요? 안 보이는데요. 어찌했나요?]

영호충은 말했다.

[녜, 여행도중 나는 쓸 돈이 없어 금을 전당포에 맡겼지요.]
그리고 한편으로 등에 짊어지고 있던 보따리를 꺼내 펼치더니 단금을 꺼냈다.
영영은 그의 보따리가 꼭꼭 동여매어지고 그 속에 자기가 준 물건을 극히 중시한 것을 보고 마음이 심히 기뻐서 말했다.

[당신은 하루에 몇번의 거짓말을 해야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지나요?]

그리고 금을 건네받아 가볍게 몇번 튕겨보더니 바로 청심보선주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었다.

[당신은 얼마나 배웠나요?]

영호충은 말했다.

[아직도 멀었오.]

그리고 금타는 소릴르 듣자 마음에 희열이 밀려 왔다.
한참 듣고 나니 그 금소리가 옛날 그녀가 낙양성 녹죽옹 집에서 연주했던 것과 퍽 다름을 느꼈다. 마치 가지에서 새가 지저귀고 맑은 샘물이 졸졸 흐르고 딩동딩동 소리를 내듯 매우 감동적이었다.

(곡조는 같으나 음절은 상이하구나. 원래 이 청심보선주의 변화는 꽤 많군.)

떵 하는 소리와 함께 제일 짧은 금 현이 끊어졌다. 영영은 눈쌀을 찌푸리더니 계속 연주를 했다. 얼마 가지 않아 또 한줄이 끊어졌다. 영호충은 그녀가 타고 있는 곡 속에서 초조함을 느꼈다. 청심보선주 속에 담겨 있는 뜻과는 달랐고 맛도 달랐다.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또 한줄이 끊어졌다.
영영은 멈칫하더니 금을 밀치고 말했다.

[당신이 옆에 계시니 혼란이 와서 어찌 금을 탈 수가 있나요?]
영호충은 생각했다.

(나는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인데 언제 혼란을 시켰지?)
그는 즉시 깨달은 것이 있었다.

(당신이 스스로 마음이 안정되지 못한 것을 나보고 탓하는군.)
그는 그녀와 다투지 않고 풀밭에 누워 마음을 진정시켰다. 피곤한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눈을 떠보니 영영은 물가에 앉아 얼굴을 씻고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씻고 난 후 머리를 빗고 있었는데 팔뚝은 옥처럼 하얗고 머리카락은 땅까지 닿아 자기도 모르게 그 모습에 취해 버렸다.
영영은 고개를 돌리더니 그가 자기를 멍청하게 쳐다보는 것을 보고 얼굴이 빨개지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잠꾸러기네요. 이제서야 일어나고.]

영호충은 미안해서 더듬거리며 말했다.

[내가 다시 가서 개구리를 잡자니 힘이 없군요.]

영영은 말했다.

[당신은 드러누워 좀더 쉬세요. 내가 가서 잡아 오겠어요.]
영호충은 온힘을 다해 몸을 일으키려고 힘을 쓰면 가슴이 따끔해오고 피가 뒤엉켰다. 자신에 대해 화가 났다.

(죽으면 죽고 살면 살든지 이렇듯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폐인이니 다른 사람이 나를 업신여기는 것은 고사하고 내 자신도 내가 싫구나.)

영영은 그의 얼굴색이 유쾌하지 못한 것을 보고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

[당신의 내상을 난치의 병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이곳은 조용하니 아무일도 없을 거예요. 이곳에서 천천히 상처를 치료하세요.
왜 그리 성격이 급하신가요.]
추천 (0) 선물 (0명)
IP: ♡.221.♡.117
22,930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3학년2반
2022-03-17
1
1621
3학년2반
2022-03-16
1
925
3학년2반
2022-03-16
0
789
3학년2반
2022-03-16
0
701
3학년2반
2022-03-16
0
639
3학년2반
2022-03-16
0
1044
3학년2반
2022-03-15
0
275
3학년2반
2022-03-15
0
345
3학년2반
2022-03-15
0
200
3학년2반
2022-03-15
0
211
3학년2반
2022-03-15
0
193
3학년2반
2022-03-14
0
363
3학년2반
2022-03-14
0
226
3학년2반
2022-03-14
0
300
3학년2반
2022-03-14
0
374
3학년2반
2022-03-14
0
190
3학년2반
2022-03-13
0
274
3학년2반
2022-03-13
0
228
3학년2반
2022-03-13
0
254
3학년2반
2022-03-13
0
218
3학년2반
2022-03-13
0
260
3학년2반
2022-03-12
0
182
3학년2반
2022-03-12
0
227
3학년2반
2022-03-12
0
247
3학년2반
2022-03-12
0
235
3학년2반
2022-03-12
0
219
3학년2반
2022-03-11
0
270
3학년2반
2022-03-11
0
249
3학년2반
2022-03-11
0
234
3학년2반
2022-03-11
0
361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