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1 격정시대 상-5

더좋은래일 | 2023.10.16 15:58:26 댓글: 2 조회: 337 추천: 4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09372
5

이날 원산항의 바다물은 유사이래 처음으로 무지하게 무거운짐을 떠받쳐야 하였다. 시민들에게는 사전에 통고없이 수십만톤의 함정이 들이닥친것이다. 일컬어 대일본제국의 련합함대라는것이 군용을 정제하고 위압적으로 입항 즉 기항을 한것이다.

배수량 3만 6천톤의 초노급함들인 무쯔, 나가도를 비롯한 무려 30여척의 전함, 구축함, 잠수함 따위들이 정박할 자리가 모자라 항구밖 멀리에까지 넘쳐났었다. 이 일대 장관을 이룬 진회색의 수상요새들을 목도한 시민들은 공연히 들떠나 이리 닫고 저리 닫고 하면서 서로 소식을 전하고 또 제각기 억츨을 지껄였다.

선장이네 새로 지은 학교에서는 휴식시간에 3층 꼭대기-옥상에 올라가 어정거리던 아이들이 먼저 아래다 대고 소리를 쳐서 숱한 조무래기들이 방화훈련을 하는 기세로 헐레벌떡 옥상으로 뛰여올랐다. 바다로 향하쪽 철망란간에 아이들이 뽕나무의 오디처럼 다닥다닥 열려가지고 와글와글 떠드는중에 홍돼지라는 별명을 엿방집아들이

<<저 꼬부랑굴뚝 달린게 사령관이 탄 군함이다.>> 하고 가장 아는체를 하니 한은희가 옆에 섰다가 놀라는 기색으로

<<그걸 너 어떻게 아니?>> 하고 물었다. 그 군함은 무지스럽게 굵은 연통이 모두 둘인데 그중 하나는 마도로스 파이프모양으로 허리가 꾸부정하게 휘였다.

<<나 안다.>>

<<그럼 꼬부랑굴뚝 달린 군함이 모두 둘인데... 어느게 사령관이 탄거냐?>>

<<저 왼쪽거.>>

<<그럼 이 오른쪽건?>>

<<그건 사령관 마누라 타는거다.>> 하고 홍돼지가 세상만사를 무불통지하는것처럼 서슴없ㅇ이 잘라 말하니 저쪽옆에 섰던 약방집 아들이 그 아는체하는것을 뇌꼴스럽게 보았던지

<<아니다, 그건 홍돼지가 타는거다.>> 하고 시까슬렀다.

홍돼지가 대번에

<<죽고싶니?>> 하고 눈방울을 굴리니 약방집아들은 비아냥스럽게

<<살고싶다.>>

말하며 얼굴을 되들고 턱을 내밀었다. 은희가

<<그러다 쌈하겠다, 고만들 둬라.>> 하고 말리는것을 뒤에 섰던 선장이가 도리여

<<뺑덕할미 이긴다.>>하고 약방집아들의 편을 들어 부추기니 홍돼지는 더욱 골이 나 선장이를 돌아보며 퉁방울눈을 뒤룩거렸다. "뺑덕할미"는 약방집아들의 별명이다.

이때 상학종이 요란하게 울려서 아이들은 구경이고 아귀다툼이고 다 중둥무이하고 눈사태처럼 와 승강구로 몰리였다.

선장이가 이날 하학종이 나기가 바쁘게 급급히 집으로 달아오다가 집근처 거의 와서 앞길에 감자 담은 다래끼를 머리에 이고 두손 놓고 한드작거리며 가는 정실이를 따라잡게 되였다.

<<누나!>>

선장이의 부르는 소리를 듣고 정실이는 걸음을 멈추며 곧 한손으로 다래끼의 전을 부여잡고 몸을 틀고 뒤를 돌아보았다. 선장이가 그 코앞에다 책보를 불쑥 내미는데 책과 함께 싼 빈 도시락속에서 반찬그릇이 달칵달칵 소리를 내였다. 정실이는 엉겹결에 손을 내밀어 책보를 받다가 임을 인채 허리가 휘뚝하는 바람에

<<어머!>>

입속으로 짧게 소리치고 곧 이어

<<어딜 또 가려구?>> 하고 나무라는데 선장이는 못 들은체하고 몸을 돌쳐서 잔교쪽으로 달아갔다. 정실이가 그 등뒤에다 대고

<<외가집 할머니가 편찮다고 엄마가 아까 가면서... 너 돌아오거든 곧 보내라더나.>> 하고 소리치니 선장이는 부지런히 달아나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몰라!>>

외마디 대답을 훌뿌렸다. 선장이는 배를 타고 가까이 가서 그 굉장한 군함들을 자세히 좀 구경할 생각이 긴하였던것이다.

선장이가 잔교에를 나와보니 씨동이가 웃통을 벗고 저의 야거리에 퍼더앉아 그물을 뜨고있었다. 선장이가 허리를 꼬부리고 발끝으로 고양이걸음을 걸어가다가 갑자기 그 야거리우에 쿵 뛰여내리니 야거리가 뒤뚱하는데 누군가 하고 씨동이가 고개를 들었다.

<<형님, 군하구경 갑시다.>>

<<군함구경? 난 이 그물을 떠야지.>>

씨동이가 짐짓 딴전을 피우니 선장이는 들은체도 않고

<<빨리빨리!>>

재촉하며 달려들어 잔교에 매인 배줄부터 끄른 다음 상앗대를 집어들고 잔교를 내질러서 배를 띄웠다. 씨동이가 싱긋 웃고 뜨던 그물을 한옆으로 밀어놓고 일어나 두손으로 노를 들어다가 노젖에 얹을 때 닻을 내린 군함들이 웅긋웅긋 떠있는 어르에서 풍편에 <<군함행진곡>>을 취주하는 군악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고 선장이가 더욱 몸 달구며

<<언제 노질하구있겠소, 돛을 달아야지!>> 하고 발을 두르니 씨동이는

<<그 자식 급하긴 우물에 가 숭늉찾겠네. 돛은 저만큼 나가서야 달지, 여기서 어떻게 달아?>>

핀잔을 주고 시적시적 노질을 시작하였다.

이윽고 시르죽은 마파람을 엇비슥이 돛을 올린 야거리가 천천히 반원을 그리며 미끄러져나가는데 씨동이는 고물에 앉아서 한손에 키를 잡고 또 한손에 돛줄임줄을 잡았다. 이물에 서있는 까닭에 돛을 가리여 보이지 않는 선장이를 돛을 사이에 두고 씨동이가 놀려주었다.

<<선장아, 군함이 그렇게 보고싶어서 너 오늘 공부는 어떻게 했니?>>

선장이가 그 말에 대꾸를 아니하고

<<쩌쩌, 어디루 가우?>> 하고 배의 나가는 방향이 비뚤어지는것을 탄하였다. 선장이는 형이 없는 까닭에 씨동이를 형으로 알고 따르고 또 씨동이는 동생이 없는 까닭에 선장이를 동생으로 여기고 사랑하는터였으므로 무슨 일을 하거나 그들 둘은 손이 척척 맞았었다.

선장이가 달리는 배우에 박은듯이 서서 차츰 커지는 군함들을 바라보고있는중에 전방에 물수리 한마리가 쏜살같이 날아내려오더니 날개로 물을 치고 눈 깜박할 사이ㅔ 다시 날아올라가는데 그 발톱에 움킨 고기랑 놈이 펄떡거리는것이 똑똑히 보였다. 이때 제일 가까운 군함의 그늘에서 고물에다 붉은 해사리 사방으로 뻗은 군함기를 단 모터뽀트 한척이 달려오더니 엔진소리를 요란스레 울리면 쏜살같이 쫓아왔다. 선장이와 씨동이가 다 어리둥절하는 동안에 모터뽀트는 벌써 배머리 가까이까지 와 멋들어지게 급카브를 꺾어돌면서 그우에 수병 하나가 야거리를 돌려세우라고 손짓을 하였다. 모터뽀트가 일으키는 세찬 물결에 손바닥만한 돛배가 갑자기 크게 들노는 바람에 선장이는 하마트면 넘어질번하였다. 모터뽀트는 속력을 푹 줄이며 한바퀴 빙 둘러오더니 배전이서로 맞닿을만큼 바싹 가까이 와 달라붙었다. 모터뽀트에는 승조원이 기관사까지 모두 셋인데 그중의 아까 손을 내젓던 수병이 선장이를 잠시 바라보고나서 저의 동료수병을 돌아보며 저의 말로

<<고놈 똑똑하게 생겼지.>>

말하고 둘이 같이 웃은 뒤에 다시 선장이를 향하여

<<몇살이지?>> 하고 역시 일본말로 물었다. 선장이가

<<열한살.>> 하고 대답하니 그 수병은 싱글거리며 다시 << 겡까스끼까?(쌈을 잘하니?) >> 하고 두주먹을 쥐고 권투하는 시늉을 해보였다. 선장이가 그렇다는 뜻으로 고개를 까댁까댁하니 모터뽀트의 일본수병들은 기관사까지 서로 돌아보며 한바탕 와하하 웃어대였다. 말을 묻던 수병이

<<이젠 고만 돌아가라. 이 이상 더 들어오면 안된다.>> 하고 타이르듯 말을 이른 뒤에 모터뽀트는 다시 폭음을 울리면 꼿꼿이 되돌아갔다. 그 수병이 쓴, 앞에 채양이 없는 대신에 뒤에 까만 댕기가 둘이 달린 수병모에 금자로 가로 쓰인 <<대일본제국해군>> 일곱글자가 어째서인지 선장이 눈속에 오래도록 남았다.

구경을 못하고 소풍만 하고 돌아오는 길에 선장이가 고물로 기여와서 키를 잡은 씨동이와 마주앉아 한동안 두서없이 지껄였다.

<<그 모터뽀트 빠르지?>>

<<해군에서 쓰는건데 안 빠르구 어쩌겠니.>>

<<난 우릴 잡으로 오는줄만 알았소.>>

<<설마한들 가만있는 놈을 맹탕 잡아가기야 하겠니.>>

<<`스미례(씀바귀)`하는게 그 에미군함의 이르인가보지?>>

선장이의 말하는 <<에미군함>>이란 그 모터뽀트가 소속한 구축함을 일컫는것이다.

<<그렇겠지 아마.>>

<<그런데 왜 우리 조선엔 군함이 없소? 맨 그냥 배뿐이구.>>

<<지금은 나라가 망했으니까 없지만... 그전에 있었다.>>

<<그전에 언제?>>

<<임진왜란때.>>

<<임진왜란? 임진왜란이 뭐요?>>

<<여러 백년전에 왜놈들이 우리 나라를 쳐들어온 일이 있었는데... 그때 우리 나라의 유명한 해군대장이... 리순신장군이... 거북선을 무어 타구 나가서 왜놈의 군함들 몰살시켜놨다. 우리 리순신장군앞에서 제깟놈들이 배겨낼게 뭐야...>>

씨동이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거북선이 대단한것을 이야기하는데 선장이는 생전 처음 듣는 소리라 너무 놀라와서 눈을 동그렇게 뜨고 입을 딱 벌렸다. 씨동이의 말대로 하면 그 거북선만 있으면 이 수십척의 일본해군련합함대도 반나절이 채 아니 걸려 다 바다속에 처박을수 있을것만 같았다. 거북선이야기에 정신들이 팔리여 모르는 사이에 배잔교에 도로 와닿게 되여서 씨동이가 돛을 내려 치우는 동안 선장이는 재빨리 바줄끝을 잔교에 치뜨려서 배를 매놓고 그물무데기앞에 와 퍼더앉았다. 외할머니야 병이 나건 말았건 씨동이의 조력부터 할 작정이다. 이때는 세계에 그 정예를 자랑하던 <<무쯔>>, <<나가도>> 와 같은 초노급함들도 다 석탄을 때서 증기의 힘으로 달렸으므로 현재와 같은 나이론그물따위는 아직 꿈도 꾸지 못하던 시절이다. 일수가 사나와서 돌고래떼 같은 불한당들을 만나기만 하면 그물은 우박맞은 상추밭 꼴이 되여버리는 까닭에 배군들에게는 그물 또한 골치덩이였다. 씨동이가 밀어놓았던 일감-그물무데기를 도로 끌어다 펼치면서

<<네 할 일은 없다. 옆에서 구경이나 해라.>> 하고 말하여 선장이는 잠시 무료하게 그물 뜨는 손만 지켜보고 앉았다가 문득 생각이나서

<<형님이 쌍년이네 집엘 드나든다구 말들 합디다. 거긴 드나들어 무어 하우?>> 하고 물었다. 씨동이는 의외의 말을 듣는것처럼 일손을 멈추고 선장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누가 그러디?>> 하고 되물었다. 선장이가

<<다들 그럽디다, 쌍년이네 집엘 드나든다구.>>

<<맞다. 드나든다.>> 하고 고개를 끄덕끄덕하였다. 선장이가 괴상하게 생각하여 재차

<<거긴 드나들어 무어 하우?>> 하고 물으니 씨동이는 난당한 얼굴을 하고 한참 생각해보다가

<<볼일이 좀 있어서 그런다.>>하고 얼버무렸다. 선장이가 아직 철이 덜 든 까닭에 그 말만으로는 납득이 잘 가지 않아서 좀더 똑똑히 알려고

<<볼일이란게 무슨 일이요?>> 하고 꼬치꼬치 캐여물으니 씨동이는 열적은 웃음을 씩 웃고나서

<<임마.>> 하고 어깨를 한번 툭 치고

<<지금은 말해도 넌 잘 모른다. 이담에 크면 자연히 알게 될게다.>> 하고 먼 후날로 미루어버렸다.

댓달전의 일이다. 씨동이가 봄바람에 공연히 마음이 싱숭생숭 해나서 으스름달밤에 쌍년이네 집 근처를 물매미처럼 자꾸 뱅뱅 돌다가 도저히 더 참을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 마침내 큰맘을 먹고 울타리 대신에 노가주나무의 유목들을 둘러심은 마당안에 발을 들여놓았었다. 한동안 박은듯이 서서 불빛이 환히 비친 정지를 바라보다가 주니가 나서 그만두고 돌아설가 어쩔가 망설인 끝에 하회를 보려고 헛기침 한번을 하였다. 그러나 집안에서느느 잠잠하니 아무 기척이 없었다. 씨동이가 헛기침 한번을 더해보았더니 그제는 동정이 있었다. 쌍년이가 앉아있다가 일어서는듯 일본창호지를 곱게 바른 장지에 그림자가 어른거리더니 이내 장지 한짝이 빠끔히 열리면서 그리로 쌍년이의 해끔한 얼굴이 나타났다. 씨동이가 용기를 북돋우고 두어걸음 앞으로 나서니 쌍년이는 으스름달빛과 방에서 내비치는 전등불빛에 씨동이를 알아보고 적이 놀란 목소리로

<<웬 일이요?>> 하고 물었다.

<<너 보러 왔다.>>

별미적은 씨동이 말을

<<이 밤중에...>> 하고 어쨌으면 좋을지 모르는 어투로 쌍년이가 받는데 씨동이는 긴말 않고 바로 섬돌에 올라와서 신발 명색-헌고무신 두짝을 벗어놓고 맨발로 마루우에 성큼 올라섰다. 쌍년이가 하릴없이 한옆으로 비켜서서 문길을 틔워주니 씨동이는 별로 어줍어하는 기색도 없이 다다미방에 들어와 아무렇게나 펄썩 주저앉았다. 씨동이는 쌍년이의 얼굴이 장지 틈으로 나타나는것 보자 갑자기 담이 커져서 그때까지 울렁거리던 가슴이 저으기 가라앉았었다. 쌍년이가 장지를 닫히고 제자리에 도로 와 살며시 쪼크리고 앉기는 앉았으나 둘이 다 할 말이 없어서 한동안 소 닭보듯 덤덤히 앉아만 있었다.

<<내가 너를 보러 온게 잘못이냐?>> 하고 씨동이가 먼저 말시초를 내니 쌍년이는 입을 꼭 다물고 옷고름만 만지작거렸다. 한동안 기다려도 말이 없는것을 보고 씨동이는 제풀에 소회를 털어놓는데 말투는 어지간히 무뚝뚝하였다.

<<너는 눈치를 알었었는지 모르겠다만... 난 전부터 너를 좋아했다. 그렇지만 이젠 일이 이렇게 돼버렸으니... 어떻거니.>>

쌍년이가 고개를 다소곳하고 말이 없어서 씨동이는 한참 기다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두 내 맘은 전이나 마찬가지로 변치 않았으니... 이를 어쩌니. 그래 생각다 못해 네 말을 좀 들어보려구... 이렇게 찾아왔다.>>

쌍년이가 그래도 대꾸를 아니하니 씨동이는 답답증이 나서

<<너 왜 말이 없니?>>

따짐조로 물으며 앞으로 썩 다가앉았다. 그제는 쌍년이 입에서

<<한번 엎지른 물을 다시 주어담을라구?>> 하고 야무진 말이 튀여나왔다.

<<엎지른 물?... 그러니까 이젠 아주 끝장이 났단 말이야 뭐야?>>

<<끝장은 무슨 끝장!>>

<<그럼?...>>

쌍년이가 홀제 고개를 들고 똑바로 보면서

<<남 속 뒤집어지라구... 그런 말 하러 오밤중에 찾아왔소?>> 하고 매원을 내놓으니 씨동이는 당황하여

<<괜한 소리 말아. 내가 미쳤다구 네 속을 뒤집으로 와?>> 하고 아니라는 발명을 하였다.

<<그럼 왜 왔소?>>

<<네가 보고싶어 왔지.>>

<<내가 보고싶어서...>>

<<난 지금이라두 너하구 둘서 어디 먼데... 아무두 모르는데 가 살았으면 좋겠다.>>

<<미쳤소.>>

<<라진인가 어딘가 가면 벌이가 좋다던데... 그런데 가 단둘이 살면 좋지 않아?>>

<<꿈같은 소리 하지두 마오. 우리 엄마를 두구 내가 어디를 가? 그 엄마 하나 모실 길이 없어서... 내가 오늘날 요 모양이 됐는데.>>

<<그럼 엄마까지 모시구 가면 되잔아. 차에 오를 때랑은 내가 업구 올라두 되지 뭐.>>

쌍년이가 하도 우습강스러워서

<<한입 건사두 어려운 주제에 또 우리 엄마까지.>>

말하며 킥 웃으니 씨동이도 열적게 따라 웃으면서

<<그럼 네 생각엔 어떡했으면 좋을것 같으냐?>> 하고 의논을 하였다.

<<어떡하긴 무얼 어떡해. 그저 이렇게 사는게지.>>

<<이렇게야 어떻게 사니. 그래두 달리 무슨 변통을 해야지.>>

<<이제 고만 돌아가요. 이러다간 밤새움하겠소.>>

<<밤새움 좀 해두 좋지 뭐.>>

<<한다 할수록... 남은 졸려 주겠다는데.>>

<<졸리면 자려무나, 누가 자지 말라니?>>

<<가야 자지.>>

<<나두 여기서 좀 자다 갈란다.>>

<<어디서 자?>>

<<너 거기서 자구... 난 여기서 자구... 난 여기서 자면 되잖아.>>

<<정신이 나갔나! 령감쟁이가 오면 어떡하구?>>

<<그깟 자식 오면 패주지, 걱정이냐.>>

<<저렇게 큰소릴 하다간 혼구멍이 한번 단단히 날걸.>>

<<그럴 때까지만 살아라.>>

둘이 마주앉아 지루한줄 모르고 입심을 겨루는중에 기둥에 걸린 벽시계가 맑은 소리로 천천히 열두점을 쳤다. 쌍년이가

<<어머, 이러다간 닭 울리겠네.>>

혼자 말하고 일어나 웃으면서 앉았는 씨동이를 내려다보고

<<저리 좀 비켜오, 자리 펴게.>>

말하고 곧 장농에서 이부자리를 안아내렸다

선장이가 거북선 구조를 좀더 상세히 알아볼 생각으로 말머리를 돌려서(씨동이가 쌍년이네 집에 드나드는 까닭은 이다음에 커서 알기로 하고)

<<그 거북선두 석탄을 때우?>> 하고 물으니 씨동이는

<<아니, 그때는 석탄이 없었으니까 노를 저었다... 여럿이서.>> 하고 대답하였다.

<<그땐 어째 석탄이 없었소?>>

<<석탄은 그후에 나온거니까.>>

<<석탄이 나온지가 그럼 얼마나 되우?>>

<<아마 한 100년 밖에 안될거다.>>

<<고렇게 밖에 안되우?>>

<<숯은 오래지만... 석탄은 고렇게 밖에 안된다.>>

지구우의 변화는 갑자기 생기는것이 아니라 현재 지구우에서 행하여지고있는것과 같은 천천한 변화현상이 쌓이고쌓인 결과라는 지질학적원리가 양씨동이의 신학설에 의하여 밑뿌리채 뽑히려는 아슬아슬한 찰나에 구성이 나타났다. 정실이가 다리목에 나와서서 선장이를 부른것이다.

<<넌 밤낮 여기 나와 뭐 하니? 할머니가 다 돌아가시게 됐다는데!>>

선장이를 보자 정실이는 이렇게 잔소리하며 선장이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외할머니가 왕진 나온 반도병원 의사의 놓아주는 주사를 맞고 혼곤히 자이 든것을 보고나서 눌러 저녁까지 얻어먹고 밤이 들어서 오누이 함께 외가집을 나섰다. 원산의 밤하늘은 각 군함에서 내쏘는 탐조등의 광망들이 칼춤추듯 란무하여 개항이래의 일대장관을 이루었었다. 탐조등의 눈부신 빛다발에 비쳐서 남산의 소나무들이 동화의 세계인양 어둠속에서 한그루, 한그루 뚜렷이 나타나는데 그 잎들을 하나하나 세래도 셀수 있을것 같았다. 어느때 어느곳의 불꽃놀이가 과연 련합함대 수십척의 군함에서 일제히 내비치는 탐조등의 빛발과 휘황함을 견주랴. 이날 밤의 원산은 겉으로 보기에는 온통 명절기분으로 들떴었다. 특히 왜관에서는 환영나온 사람들로 길이 메였고 경축놀이에 밀려드는 인파로 거리가 바글바글 끓었다.


추천 (4) 선물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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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박 (♡.39.♡.172) - 2023/10/17 10:51:53

격정시대를 본거 같기도 하고 안 본거 같기도 하고 살짝 아리숭하네요..좀 오래된 일이라..
암튼 너무 잘 보고갑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더좋은래일 (♡.50.♡.67) - 2023/10/17 11:36:15

주인공이 애들때부터 성장하며 싸우게된 이야기를 쓴거 같네요^^
저도 이 소설은 처음이라..
제가 타자하면서 학교에서(80년대초) 어렸을적에 배웠던 어법을 다시 배우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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