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1 격정시대 상-6

더좋은래일 | 2023.10.17 09:11:14 댓글: 2 조회: 290 추천: 4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09514

6

호소기와교장은 여름, 겨울 할것없이 언제나 흰 와이샤쯔에 깜장넥타이를 매고 다녔다. 무슨 이식이 있을 때는 후록코트에 흰장갑을 끼고 교육칙어가 든 상자를 신주 모시듯 모시고 다니는데 근엄하기가짝이 없다. 복도에서는 꼭 모자를 벗어서 손에 들고 발자국소리를 내는 법이 없이 발끝으로 사뿐사뿐 걸었다. 조회때는 그러한 문명한 례의를 따라배울것을 루루이 강조하였다. 키는 작달막하고 코밑에는 채플린 수영이 달렸는데 말을 할 때는 쨍쨍 쇠소리가 났다. 전교의 수신과(修身课)는 교장이 친히 도맡아 가르치다싶이 하였다. 그래야 대일본제국에 충성을 다하는 국민으로 도야할수가 있겠기때문이다. 그 호소가와교장이 이날 조회시간에 전교 학생을 운동장에 정렬시켜놓고 훈시를 하는데 선장이는 그꼴이 밉살머리스러워서 처음에는 귀담아듣지 않다가 나중에는 차차로 끌려들어가서 명심해 듣게 되였다.

<<...만승천자(万乘天子)께옵서 통솔하시는 우리 대일본제국의 황군은 세계 최강의 군대로서 이에 맞설 군대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대일본해군의 련합함대는 무적함대다. 그러한 무적함대가 우리 원산항에 기항한것은 우리들에게 있어서 크나큰 영광이다.>>

<<오늘 우리 전교 4학년 이상의 생도들은 련합함대사령관 각하의 특별한 배려로 군함견학을 하게 된다...>>

이 말이 떨어지자 대렬속에서 와- 환성이 올랐다. 이때부터는 선장이도 한마디라도 놓칠세아 뒤를 도사렸다.

<<`무쯔`와 `나가도`는 배 수량이나 구조가 다 똑같은 자매함이다. 승조원도 각각 1천 200명씩이다. 그러나 `무쯔`는 현재 기함이므로 군사상의 리유로 우리는 `나가도`를 견학하게 된다...>>

와- 환성이 또 올랐다.

<<질서를 준수해야 하며 또 례모다와야 한다...>>

이것은 의례건 해보는 수작이므로 들으나마나하다. 선장이도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다른 아이들도 다 귀등으로 흘려들었다. 따라서 환성 같은것은 오를리가 만무하다. 선장이가 호소가와교장을 특히 밉게 보고 또 너절하게 보는데는 까닭이 있다.

지난 초여름의 일이다. 선장이가 학교의 정면현관으로 들어와서 교무실쪽으로 복도의 굽인돌이를 돌아가보니 동쪽현관으로 들어온 약방집아들 뺑덕할미가 손에 무슨 글쪽지 같은것을 들고 이리로 오고있었다. 선장이가 뺑덕할미에게 깜짝이야를 하려고 얼른 한걸음 뒤로 물러나 벽모소리에 가 착 달라붙었다. 이런 일이 있을줄을 모르는 뺑덕할미가 앞에 와 다닫는 순간 선장이는 와락 달려들어 두손으로 콱 덮치면서

<<아옹!>>

소리를 질러놓고 제가 되려 기절초풍을 하였다. 선장이가 깜짝이야를 한것은 천만뜻밖에도 뺑덕할미가 아니고 호소가와교장이 였던것이다. 더더구나 큰일난것은 교장이 손에 들고 오던 새 맥고모자의 빳빳한 딱지가 덮치는 주먹에 맞아서 퐁하고 구멍이 뚫어진것이다. 교장도 불의에 봉변을 당하고 처음에는 몹시 놀랐으나 이내 영문으 알고 약이 상투밑까지 올랐다. 알고본즉 뺑덕할미는 교무실에 볼일이 있어서 오던 길이라 곧바로 교무실로 들어갔고 그와 동시에 교장은 또 교장대로 외출을 하려고 교장실에서 나와서 정면현관으로 왔던것이다. 중간에서 이렇게 리레이어달리기를 하여 사람이 바뀐것을 귀신 아닌 선장이가 알 까닭이 없었다. 호소가와교장은 사회적지위가 있는 교육가답지 못하게 선장이를 교장실로 끌고 들어가서 담임선생까지 불러다 옆에 세워놓고 야단을 한 끝에 학부형을 불러다가 모자값을 변상시키기로 하였다. 교장실에서 돌아온 선장이네 담임선생한테 이 말을 전해들은 교무실안의 여러 선생들은 모두 입을 비쭉거렸으나 일본인교장의 하는 일을 왈가왈부할수는 없었다. 선장이 아버지는 이튿날 학교에 불리워가 호소가와앞에서 방아깨비처럼 허리를 수없이 굽실굽실한 끝에 맥고모자값 1원 20전-쌀 두말값-을 변상하고 돌아오는길에 장마당모퉁이 목로술집에 들려서 외상술로 화술을 먹고 돌아와서 선장이를 때려죽이겠다고 서두르는 바람에 선장이는 저녁도 못 얻어먹고 외가집으로 도망을 쳤었다. 이런 일이 있었던 까닭에 선장이는 어린 마음에도 호소가와교장을 몹시 너절하게 보았었다.

<<나가도>>는 배수량이 엄청난 거물중의 거물인지라 원산 같은 항구에서는 잔교나 안벽에 갖다댈수 없으므로 초간히 떨어진 물깊은 곳에다 닻을 내리고 성새같이 떠있었다. 그래서 견학단들은 모두 삼팡선을 타고 가서 성벽 같은 현측에 배를 대고 거기서 대기하는 수병들의 지도를 받으며 차례로 까마득한 현제를 바라올라야 하였다. 깨끗이 빨아 다린 수병복을 입고 례외없이 얼굴이 거무스름하게 탄 수병들은 모두 열심히 또 친절하게 여러 분단으로 나뉜 견학단들을 데리고 다니며 구경을 시키고 또 설명을 해주었다.

사람이 탄채 빙글빙글 돌아가며 포신을 령활하게 움직이는 고사포들이며 엄청나게 길고 또 굵은, 압축공기로 달린다는 어뢰들이며 사정이 30몇킬로라는, 앞뒤 4개 포탑에 2문씩 나뉘여 정착된 8문의 주포들이며... 골고루 보여주고 또 일부는 조작까지 해보였다.

3가마니의 쌀로 1천200명의 먹을 밥을 한때에 짓는다는 취사장을 견학할 때는 주석빛이 번쩍번쩍하는 증기가마에 풍겨나오는 구수한 밥내에 선장이의 창자에서는 쪼르륵 소리가 다 났다. 변소앞에서는 수병이 위생지를 한묶음 들고 섰다가 들어오는 사라마다 일일이 노나주었고 또 물을 마시려고 어마하게 큰 급수통의 꼭지를 비트니 물이 나오지 아니하고 검누른 빛갈의 따뜻한 보리차가 나왔다. 군함의 앞굴뚝이 뒤로 잦바듬하게 누운것은 사령탑에 연기가 올라가지 않게 하기 위한것이고 또 8문의 주포가 같은 방향으로 일제사격을 할 때는 그 후좌력으로 이 큰 군함이 삼사메터씩 후퇴를 한다는것까지 다 설명해주었다.

승조원의 한 절반은 대거리로 상륙허가를 맡아가지고 맡아가지고 물에 올라가 술집 갈보집에 들어박혀 롱탕을 치고있었으므로 함상에 남아있는 인원수는 불과 오륙백명 밖에 안되였다. 그렇다손치더라도 선장이네 학교와 또 다른 학교에서 온 견학단들을 모두 합치면 천명이 훨씨 넘는데도 그것이 다 어느 구석에 가 들어박혔는지 갑판은 텅 비다싶이 하여 보는 사람에게 흡사 잣송이에 개미새끼들이 가뭇없이 들어박힌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보는것 듣는것이 다 신기하고 대단하고 어마하고 놀라와 아이들은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혹은 입을 딱 벌리기도 하고 혹은 혀를 홰홰 내두르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말하여 효과는 만점이였다. 견학을 시키는 목적이 바로 거기에 있었던것이다. 불가항력적인 엄청난 힘 앞에서는 오직 순종만이 안전한 길이다. 같잖게 대들 생의를 말아라. 까딱하면 모가지 뎅겅이다. 인제들 똑똑히 알았느냐- 하는것이다.

그후 20년이 채 못되여, 십팔구년후에 이 <<나가도>>와 <<무쯔>>가 다른 숱한 함선들과 함께 선후하여 미해군항공대의 공격을 받아 승조원 암질러 바다속깊이 가라앉을것을 이때는 아무도 예측을 못하였었다. 그러나 이날 <<나가도>>에 올라와 다른 아이들과 함께 견학을 하면서 감탄해마지않던 어린 소학생 서선장이가 십팔구년후에, <<나가도>>, <<무쯔>>가 폭탄과 어뢰의 불벼락을 맞고 가라앉을 그무렵에, 중국의 태항산항일근거지에서 손에 무기를 들고 활약할줄을 역시 이때는 아무도 예측하지를 못하였었다.


추천 (4) 선물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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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박 (♡.39.♡.172) - 2023/10/17 21:22:53

어쩌면 이런 일들이 실제로 잇엇던지도..
김학철님도 항미원조에 나가서 다리가 그렇게 된거 아니엿던가요?
어쨋든 전쟁터에서 그리 된거죠..오래전 기억이라 가물가물합니다..

더좋은래일 (♡.50.♡.65) - 2023/10/18 04:44:17

http://yzwb.sjzdaily.com.cn/yzwbpaper/pad/content/202110/19/content_60731.html
1941年12月,在胡家庄战斗中,金学铁腿部受重伤。由于他在日本监狱中拒写悔过书,坚贞不屈,伤腿得不到治疗,最后左腿被截肢。出狱后金学铁开始了文学创作。1950年定居中国后,创作了大量优秀的文学作品,还把鲁迅先生和恩师丁玲的许多作品翻译成朝鲜文,在文学领域做出了很高的成就,是我国著名的朝鲜族作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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