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12ㅡ뒤로가는 기차

뉘썬2뉘썬2 | 2023.11.01 05:47:29 댓글: 0 조회: 229 추천: 0
분류단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3652

12

강노인은 일부러 정각이 지나서 대문을 나섯다. 그가 담장을 따라서 걷는동안 마을버스가
모퉁이를 돌아사라졋다.

한쪽으로 비켜낫던 아이들이 다시 공놀이를 시작햇다.그러나 피엘은 평상에앉아 발장난
만 하고 상훈이는 손잡이를 놓고 자전거를타며 빙글빙글 돌앗다.두아이의 틈이 벌어진게
확실하다.이유가 잇다면 강노인 아마도.

장영감이 안에서 나오다가 강노인을 보고는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햇다.평상에 앉으려고
나온모양인데 앉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다시 들어가지도 못하고.

강노인은 천천히 다가가 평상에 앉앗다.처음부터 이럴생각이엿다.너무많은 이야기가 조
각조각 흩어진채 그에게로왓다.그의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해줄 사람은 장영감뿐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물을용기도 그에게는 없엇다.그저이렇게 다가가는수밖에.

"기타배우러 가는모양이네."

장영감이 겸연쩍어하며 평상에 엉덩이를 붙엿다.어떻게든 강노인도 말을좀 트고싶엇다.
그런데딱히 뭐라고 할말이 없엇다.송이이야기를 듣고싶지만 어떻게 물을것인가.

"자네 손녀한테 기타를 빌려줄까하네.나한테 피아노를 가르쳐준다고 해서.나도뭐든 답
례를 해야하니."

장영감 표정이 금방 일그러졋다.버럭 소리라도 지를것처럼.그러나 차마 그러지못하고 앓
는소리만 내며 고개를 돌렷다.

"내가보기에 미호는 자네를 많이닮앗어.웃는소리까지.기타좀 배운다고 뭔일이야 잇겟나."

"무슨악담이여 .나닮앗으면 공부는 꽝이야."

성질껏 큰소리도 못치고 장영감ㅇㅣ 불퉁거렷다.때마침 부동산에서 상훈이아빠가 나오
더니 장영감에게 돈을주고는 가판대에서 신문을 집어들고갓다.

"저사람은 어디가 아픈가?"

"아프긴.일을좀 당햇지.뭐 아픈거나 진배없기는하네.정상이 아니니까.자동차회사 다녓는
데 정리해곤가뭔가 때문에 시위하다가 머리를 다쳣어.얻어맞은거지."

장영감이 자기일처럼 한숨쉬엿다.

"똑똑하던 사람을 저렇게 잡아놓앗으니 유리할멈 충격이 오죽햇겟나.집은 망햇어도 자식
똑똑하고 며느리 대단해서 꿇릴거 없엇는데말야 .사람 팔자라는게..말이좋아 피아니스트
지 집에 피아노가잇나 겨우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애들이나 가르치고 부동산은 파리나
날리고.후우.."

그정도로도 강노인은 전체상황을 짐작할수 잇엇다.그는그저 아이들이 노는모습을 바라보
며 장영감 이야기를 들엇다.자기입으로 동네유지라고 할때는 떠버리 같앗는데 생각해보니
유지다운 구석이잇다.집집마다의 사연을 다알고 가슴아파하고 나서서 도움이 되려고하니.
어릴적 친구를위해 가시방석같은 자리도 제발로 찾아오지 않앗나.

마을버스 올라오는 소리가낫다.놀던아이들이 또 옆으로 비켜낫고 강노인은 내내망설이던
일을햇다.대문열쇠를 꺼내 장영감에게 준것이다.

"송이한테 주게."
자네가 유지니까 라는 말도 하고싶엇다.하지만 그러지못햇다.

송이.그이름을 말하는것만으로도 그는 여전히 가슴아팟다.사실 그이름을 입에담는것도 처
음이다.단한번도 송이를 불러본적이 없다.굽히기 싫어서.

강노인은 일찌감치 버스에 올라 출발하기를 기다렷다.그의자리에서는 연립주택 한쪽이 보
엿고 자전거를 쓰러뜨려놓고서 벽에 기대앉은 상훈이가 보엿다.다리를 길게뻗고 공중에
요요를 던지고잇는 외로운아이.

기타교실로 가던 강노인은 서예교실앞에서 걸음을 멈추엇다.노인들이 붓글씨를 쓰거나 사
군자를 치는사이에 유리할머니가 잇엇다.작업에 몰두해잇는 사람들과달리 가만히 앉아잇
는 백발의노인.취미라도 붙이라고 며느리가 데려온 모양인데 어림없어보인다.

정말 저백발의 할망구가 송이란말인가.도도하고 거침없이 굴던 모습은 다어쩌고 저모양일
까.점점 기억을잃고 과거로 가고잇다는 송이.기억이 도대체 어디를 헤매고잇기에 저런 표
정일까.차라리 이모든것을 몰랏더라면.

강노인은 한숨조차 삼키며 기타교실로 들어갓다.그리고 더욱집중하여 진도를 따라갓다.너
무나많은 사건이 벌어진거나 다름없건만 그는 더욱 침착하고 냉정하게 자신을 지켯다.그
리고 발걸음 하나하나를 느끼며 돌아왓다.

마을버스에서 내린그는 연립주택쪽으로 갓다.쓰러진 자전거만잇고 상훈이는 보이지않앗다.
주변을 더 둘러보다가 포기하고 집으로가는데 상훈이가 쥐똥나무 울타리에서 나왓다.뒤뜰
에 들어갓던 모양이다.

강노인이 빤히바라보자 상훈이는 고개를 들지못햇다.하필이면 딱걸린게 약올랏는지 뺨이
달아올랏고 입술은 삐뚜름하게 비틀려잇엇다.

"따라와라."

강노인이 앞장섯다.돌아보지 않앗지만 그는 상훈이가 순순히 따라오지 않을줄 알고잇엇다.
자존심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걸 그보다 잘아는 사람이 또잇을까.그래서 절대로 돌아보
지 않앗다.다만 대문은 열어두엇다.

그가안으로 들어와 기타를 들여놓고 우유를 한잔마시고 탁자의 메모지를 살피도록 상훈이
는 나타나지 않앗다.그만 대문을 닫으려고 나갓을때보니 아이는 대문앞에 서잇엇다.

"왜 그러시는데요?"
여전히 부루퉁한 얼굴로 상훈이가 물엇다.

"일을좀 맡기려고한다."
얼굴을 살짝찡그리며 상훈이가 그를보앗다.야단이라도 맞을줄 알앗는데 아니라서 좀놀란
모양이엿다.

"잔디를 깎아주면 좋겟다.물론 품삯을주지.일주일에 한번씩 토요일마다.그때나는 기타를 배
우러가서 집을 비울거다."

상훈이가 고개를 돌리고 주머니에 손을 푹찌르더니 툭툭 발길질을햇다.한참동안 그랫다.그
러더니 고개를 삐딱하니 비틀며 물엇다.그모습이 영락없이 송이어렷을때다.

"왜 저한테 시키시는데요?"
"싫으면 거절해.시킬애들은 얼마든지잇다."

강노인 말투는 어느때보다 냉정햇다.더 기다려줄 생각이 없다는걸 보여주려고 돌아서서 몇
발짝 걸음을 떼엿다.상훈이는 잠시 뭉그적거리다가 강노인이 걸어간만큼 따라들어왓다.그
리고 볼멘소리를햇다.

"어린애한테 일시키는거 불법 아닌가요?"

"나도 열살때부터 남의집 잔디깎으며 용돈을 벌엇다.자 얼마를 받고싶지?물론 일하는거봐서
내가 결정할테지만 협상은 필요한법이다."

"......"

상훈이가 강노인을 빤히보앗다.여전히 고개는 삐딱햇고 눈에는 힘이 들어가잇엇다.어떤수작
인지 알아내고 말겟다는 경계의눈초리.

언제든 거칠게 터지고야말 무서운 힘으로 뭉쳐진 남자애의눈을 강노인은 잠자코 바라보앗다.
자기를 지켜줄 사람은 저뿐이고 밀리지 않으려면 강한척이라도 해야한다는걸 일찌감치 깨달
은 아이다.치매걸린 할머니와 머리를 다친 아버지,다른아이들을 가르치러 다니는 엄마 ,어린
여동생이 이작은 아이를 이렇게 무장시키고 만것이다.오래전 강대수처럼.

강노인은 숨을깊이 들이마셧다가 천천히 내쉬엿다.한숨끝이 떨리며 목구멍이 뜨거워졋다.건
드리고 싶지않은 상처의 딱지가 벌어지고 깊숙이 눌려잇던 아픔이 한숨에 끌려나오는걸 고
스란히 느끼느라 강노인의 눈은점점 찌그러졋다.

갑자기 상훈이가 고개를 푹떨구엇다.그리고 홱 돌아서는데 강노인은 아이의 머리와 어깨가
가늘게 떨리는걸 보앗다.왜그러는지 뭐라고 해야하는지 그는 생각할수가 없엇다.그저 떨고잇
는 아이를 끌어안앗을뿐.

상훈이가 강노인을 밀어냇다.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썻으나 그는더욱 강하게 아이를 안아주엇
다.상훈이는 꽉 안긴채로도 주먹을쥐고 강노인 가슴을 밀엇다.그러나 차돌멩이같던 몸은 차
츰 힘이빠지며 순해졋고 비로소 아이다워졋다.

"왜 저를 미워하셧어요?"

상훈이가 울먹이며 간신히 물엇다.강노인은 아무대답도 못햇다.미워하지 않는다고 속으로만
중얼거렷을뿐이다.내속에는 덜자란 아이가 숨어잇어서 나도어떻게 할수없엇다고.

"피엘만 좋아하셧잖아요."

그소리끝에 상훈이가 기어이 울음을 터뜨리고말앗다.얼마나 참앗는지 응어리가 꺽꺽 올라오
는것같은 울음소리.울음끝이 길지는 앉앗다.강노인이 상훈이 ㅇㅓ깨를잡고 몸을 낮추엇기때
문이다.

"자 이걸 알아둬.내가안아준 아이는 네가유일하다."

이번에는 상훈이가 팔을벌리고 강노인 허리를 안앗다.둘은말없이 그렇게 화해를햇다.늙어버
린 아이와 너무일찍 어른이 될뻔한 두사람이.

"안녕하세요?"

며느리 뒤를따라서 들어온 유리할머니가 인사햇다.백발의 머리를 가늘게 떨고잇는 작은노인.
늙고 머리카락이 다 세여버렷지만 웃는표정은 아이같다.언뜻보면 유리얼굴이 겹친다.

"송이아가씨 밭에 씨앗을 다시뿌려야해요."

며느리말에 유리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해당화 문쪽으로갓다.엊그제 서예교실에서 본
그멍한 표정이 분명아니다.며느리가 어렵사리 부탁한 이유를 알것같다.

"어머니를 아가씨라고 불러서 놀라셧지요?"

궁금해도 묻고싶지는 않앗다.그럴만한 까닭이 잇을테고 듣기나쁘지도 않앗으니까.늙고병들
엇어도 대접받고 잇다는걸 알수잇다.

"어머니는 이제 아들도 저도 몰라보세요.ㄱㅣ억이 일정하게 움직이진 않지만 어쩐지 지금은
어린시절로 돌아가잇는것 같아요.송이아가씨라는 소리를 좋아하시는걸 보면."

유리엄마가 들고온것을 강노인에게 주엇다.손잡이와 뚜껑이잇는 플라스틱 바구니엿다.

"저희가 먹는반찬을 나눠드리고 싶어서요.맛은 괜찮을거예요.놀랍게도 아직 어머니 미각은
정상이예요.앞으로 종종 이렇게 해드릴게요.거절하지 마세요.부탁입니다."

강노인은 아무말도 못하고 받앗다.

"어머니는 신경안쓰셔도돼요.누구보다 뒤뜰을 잘 아시고 잘 지내실테니까요.애들도 들어오
게 해주셧다면서요.고맙습니다."
아주깍듯한 사람이다.분명하고 지나친데가 없엇다.

"바쁘지않으면 사정이야기를 좀 들을수 잇겟소?이집이나 유리할머니에 대해서.난 아무것도
모른다오."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어머니가 결혼하면서부터 형편이 어려워졋다고 들엇어요.사업도 집
도 사촌에게 넘겻지만 결국 파산하고 말앗대요.사촌덕분에 어머니는 결혼하고도 여기서 계
속사셧는데 파산하면서 나와야햇죠.그때부터 어르신집이 됏구요."

"도와줄 사람이 잇엇을텐데.안됏네요."

"네 베풀만큼 베풀면서 살앗던것같은데 집안일 돕던 사람이 죽엇을때 그자식까지 챙겨준 어
른들ㅇㅣ엿다는데."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소리.강노인은 유리엄마를 빤히보앗다.바로 아버지와 그의이야기엿다.
강노인은 옆에잇는 그네에 손을뻗엇다.그넷줄이 닿는순간 단단히쥐고 몸을의지햇다.그리고
천천히 앉앗다.

"자식을 챙겨주다니 그게 무슨소리요?"
"부유하고 좋은집에 입양을 보내셧대요.천애고아가 돼서."

강노인은 고개를 떨군채 눈을부릅뜨고 자기발을 쏘아보앗다.낯선가정에 그가그렇게 보내진
거엿다.전쟁은 끝낫어도 모든게 엉망인 시절이엿다.친권이나 절차가 지금처럼 까다로웟을리
없다.천애고아 하나쯤 입양보내는건 서류한장이면 충분햇을것이다.부자나라 부잣집에 보냇
으니 그야말로 아량을 베푼일이고.

"그아이한테 빚이잇다고 말씀하시는걸 들은적이잇어요.어머니 열살생일때 그애아버지가 그
네를 매달다가 떨어졋대요.지병이잇던 분이라 결국 돌아가셧는데 어머니는 당신때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수가 없엇대요."

그는 손가락을 머리카락속에 깊이박은채 내내 고개를 숙이고잇엇다.아버지에게 병이잇는줄
몰랏다.그때는 너무어렷다.어른의 마음이나 형편을 알도리가없는 철부지.아버지라는 사람에
대해 알기에 오년은 너무짧은 시간이엿다.

"그래서 그렇게 만나고싶으셧나봐요."

유리엄마의 마지막말을 강노인은 무심코 흘려들엇다.지금껏 들은 이야기만으로도 그의머리
는 충분히 힘겨운 상황이라.

"그만가요.고맙소."

이짧은 말도 그에게는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엿다.유리엄마는 또무슨 말인가를햇고 인사를
한뒤에 돌아갓다.

강노인은 멍하니 창고를 바라보앗다.극성스레 뻗은 대나무뿌리가 창고바닥을 뚫고 지붕을뚫
고 자라나잇다.껍데기뿐인 창고.차라리 허물어지면 좋앗을텐데 대나무들에 붙들려 형벌을
치르고잇는것만 같다.

그는 그네에서 일어나 구부정한 모습으로 해당화문을 열엇다.그리고 뒤뜰로가서 푸성귀를
거두고잇는 송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앗다.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햇고 지금은 알아본다는게 무
의미하다.하고싶은 이야기가 산처럼 쌓엿어도 끝내 할수없을것이다.송이의 시간은이미 다른
곳으로 가고잇으니.

"사나흘뒤에 싹이 날거예요.상추랑열무 그리고 시금치씨를 넉넉히 뿌렷어요.아저씨한테도
나눠드릴게요. "

백발의 송이가 아이처럼 웃엇다.그리고 호미와삽을 농기구창고에 넣고 해당화문으로 나갓다.
아주익숙한 행동이엿다.강노인은 먼발치에서 송이를 따라가다 우두커니 서서 어이가 없어
웃엇다.

"아저씨라.."
저녁때그는 미스터박을 불럿다.

"창고를 없애게.대나무도 남김없이 가능한한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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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너의뒤에서 널 안아주고싶어
너의모든걸 내가 지켜줄께

넌 혼자가아냐. 내손을잡아
함께잇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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