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14ㅡ최종회ㅡ간이역에서 만나다

뉘썬2뉘썬2 | 2023.11.02 01:49:33 댓글: 2 조회: 244 추천: 1
분류단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3929

14

이틀이나 내내 비바람이 몰아쳣다.뒤뜰의 나무들이 짐승처럼 울어대고 성난빗방울은
수도없이 유리창에 부딪치며 부서져내렷다.나갈수도 없고 이야기를 나눌친구도 없는
집에서 강노인은 처음으로 스스로 섬에갇혓다는 사실을 깨달앗다.비가그치기를 아침
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렷는지 모른다.

"이봐 덩어리씨 이사람이 아버지야.자네와나 우리들의 아버지.잘 기억해두게."

강노인에게 이야기친구라고는 뒤통수의 골칫덩어리 혹뿐이엿다.자신을 갉아먹고잇는
도둑에게 말을걸고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그는 여기에 다른누군가가 잇기를 간절히 바
랏다.

비바람에 두려움을 느끼며 그가밤새 한일이라고는 입양형제들에게 전화를 한것뿐이엿
다.영원히 끝난줄 알앗던 녀석에게도 연락햇다.그러나 이미 세상에없는 사람이엿다.입
술로만 웃던 모습이나마 볼수없게 된것이다.별수없이 그렇게 녀석을 용서해야만햇다.

송이.송이는 어쩌면 모든걸 알고잇엇는지도 모른다.분명히 그랫던것같다.어디로 입양
되엿는지 어디서 공부하는지도 다알앗던것이다.여기를 사들인 자신에 대해서까지.그
래서 벽장에 편지와 사진을 넣어두엇을것이다.언젠가는 보게되리라 믿고서.그러나 이
젠 송이가 기억하지 못한다.

진실이라고 믿엇던 기억이 오롯이 진실일수잇는 확률은 과연 얼마나될까.이작은 마을
에서 몇안되는 어린애들이 겪은 일만도 이렇게 다른데.오해와 착각이 그대로 굳어져
평생 어긋나버린게 바로 자신의 삶이엿다는것을 강노인은 도저히 믿을수없엇다.송이
의 초대를 그는 두번이나 허락하지 못햇다.선로가 어긋나는순간 영원히 다른길로 달려
가고 말앗다.젊엇을때 한번쯤 그녀를 만낫더라면.

꼬끼오오오.

강노인은 곧장 뒤뜰로갓다.뒤뜰에대장 수탉이 잇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세상이아직 끝
난게 아니라는 첫번째증거가 아닌가.비그친 뒤뜰은 아주시원하고 깨끗햇다.

날씨가 궂어서엿을까.어제는 유리엄마가 시간을 내달라던 날이엿다.송이의생일.그런
데 조용히 지나갓다.그가 승낙하지 않은탓이엿겟지만 왠지서운햇다.한번쯤은 더물어
도 좋앗으련만.

편지와 사진은 강노인을 혼란에 빠뜨렷고 무서운 침묵속으로 끌고갓다.어디서부터 어
긋낫는지 알수없는 자신의삶이 안타까워서.오해와 진실때문에 어지러웟고 스물다섯 정
도부터 인생을 다시시작하는 불가능한 상상에 빠지기도햇다.미스터박이 들어왓다가
불안한 표정으로 그를지켜보앗으나 비서가 어떻게 해줄수잇는 문제가 아니엿다.결국
비바람 몰아치는 시간은 강노인 혼자 겪어내야 할일이엿다.

연못을 살피고 밤새불어난 골짜기물을 받아 세수도햇다.지나가는 바람이 나뭇잎을 흔
드는바람에 후드득 떨어진 물방울을 뒤집어쓰기도햇다.이모든일은 지금여기에 잇어서
가능하다.그래서 기쁘다.

"호오!"

텃밭에 싹들이 오종종하게 고개를 내밀고잇엇다.비바람이 그리 지독햇는데도 가녀린
싹들이 실날같은 몸을 일으키고잇으니 기적이 아닐수없다.

얌전이의 병아리도 제법 병아리티를 벗엇다.어머니를 모르고도 그가살아남앗던 것처
럼 견뎌낸것이다.강노인 자신도 믿기어려운 일이바로 병아리를 대하는 남다른 감정이
다.그가 여기와서 맞이한 첫생명.그래서 병아리가 그에게는 살아가는 증거가 돼버렷다.
여기로 온것이 나머지 삶이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증거.

수탉이 마지막 홰를치고도 시간이 한참흘럿건만 유리가 나타나지않는다.유리는 어려
도 부지런한애다.그런데 여태 나타나지 않는게 좀이상하다.강노인은 여기저기서 달걀
을주워 주머니에 넣으며 유리가 오기만 기다렷다.

결국그는 대나무를 걷어내고 새로낸길을 지나서 앞뜰로갓다.대문밖에는 일찌감치 일
꾼들이 와잇엇다.비때문에 일이늦어져 서두르는것이다.강노인은 자재들을 피해 장영
감의 가게로갓다.

마을버스가 학생들과 출근하는 사람들을 가득태우고 출발햇다.미호를 배웅하던 장영
감이 강노인을 보자마자 뭐라고하며 다가왓다.자기를 손짓하며 부르는 장영감이 이렇
게 반가울 줄이야.

"걱정돼서 왓나?비를맞아서 그렇지,푹자고나면 괜찮을거라네."

강노인은 고개를 갸웃하며 귀를기울엿다.그러나 들어도 무슨소리인지 모르겟다.말투
나 표정으로 보아 일이잇엇던것 같은데 설마유리가 크게다쳣던걸까.편지때문에 유리
를 생각도못햇다.피를 많이 흘리기는햇다.그런데 비를맞다니.

그는 한손으로 턱을괴며 장영감의 다음말을 기다렷다.대충 눈치라도 채려면 힌트가 더
필요하다.그런데 연립주택에서 바구니를든 유리가 깡충거리며 나오는게 아닌가.

"유리야!그래 할머니는 어떠시냐?"
장영감의 말에 강노인의 신경이 곤두섯다.일은 송이에게 일어낫다.

"약먹고 아기처럼 자요.우리식구다 늦잠잣어요.아아함!"
유리가 입을벌려서 보여주엇다.앞니가 빠져잇엇다.

"더흔들려야 빠지는건데 부딪쳐서 그냥빠졋어요.헤헤.뒤뜰에다가 묻어줄거예요.백만년
지나면 공룡뼈처럼 커질거라고 오빠가 말햇거든요.그럼내가다시 파낼거예요."

강노인은 주머니에서 달걀을 꺼내주엇다.

"아 거인할아버지 착해요!우리할머니도 찾아주고 달걀도 갖다주고."

"그래 거인할아버지는 착하고 가겟방 할아버지는 눈에도 안보이고."

장영감이 콧소리를내며 안으로 들어가더니 따뜻하게 데워진 두유를 가지고나와서 강노
인에게 주고 유리에게도 주엇다.

"송이 찾아낸 보답이야.마셔.늙으면 이런걸 먹어줘야 한다네."
장영감이 먼저 꿀떡꿀떡 마셧다.걸쭉하니 트림도하고.강노인은 도저히 참기어려웟다.

"도대체 무슨일이 잇엇던거야?"

"그건 우리도몰라.송이기억이 온전해야 뭘묻기라도하지.비바람이 몰아치는데 사람은 없
어졋지.경찰서에서는 좀더 기다려보라고만하지.자네가 사람 안풀엇으면 송이를 어떻게
찾앗겟어!"

장영감이 강노인말을 잘못 알아들은게 분명햇다.그러나 어쨋든 어떤상황인지 충분히 짐
작이갓다.아마도 미스터박이 나선모양이다.강노인보다 여기를 더자주 들락거리며 훤히
꿰고잇는 사람이 아니던가.

"사진관을 찾더라네.무지개 사진관이라고,자네도 알려나?아무튼 옛날에 없어진 동네사
진관인데 그게 어딧느냐고 묻더래요.나참!그똑똑하고 이쁘던 사람이 어쩌다가.."

장영감이 혀를차고 한숨을 쉬엿다.유리는 그사이 쪼르르 쥐똥나무 울타리로 달려갓다.
팔랑팔랑 경쾌한아이.눈부시고 아름다운 아이다.

"그래서 생일잔치는 못햇겟네."

"생일잔치가 다뭐야.사람이 없어졋는데!"
강노인은 연립주택을 한번보고 돌아섯다.

"그냥가시게?나랑 아침이나먹지."

강노인은 장영감을 슬쩍돌아보고 손을저엇다.그리고 다시집으로 오는데 싱그레 웃음이
나왓다.말을 점잖게 건네는것도 기특한데 아침을 같이먹잔다.경수가 시키는대로 졸병노
릇만해서 힘밖에없는 멍청이라고 생각햇는데 볼수록 괜찮은 늙은이다.모르긴해도 먼저
간 자식들과 미호가 저런어른으로 만들엇을것이다.참다행이다.

미스터박이 그를 반갑게 맞이햇다.

"뒤뜰에 가보시겟습니까?그네는 오후쯤에 완성된다고 합니다."
"고마우이."

강노인은 미스터박을 잠시 바라보앗다.그리고 어깨를 툭툭쳐주엇다.마음같으면 고개라
도숙여 고마움을 표시하고싶지만 그렇게까지는 용납이안된다.

그는서둘러 방으로 들어갓다.그리고 책상서랍ㅇㅔ 넣어둔 사진을 꺼냇다.장영감 이야기
를 듣다가 얼핏 생각낫는데 역시 사진밑에 흘림체로 기록이 남아잇엇다.

무지개사진관 1958.6.15.

"아..그렇군."

그는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한참 생각에잠겻다.다시 사진을보고 아버지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엇다.강노인의 기억에는 이런사진을 찍은적이없다.그러나 명백하게 이런일이 잇
엇던것이다.그것도 송이생일날.그의기억보다 송이의 고백이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증
거다.그렇지 않고서야 이런사진을 찍게햇을것인가.그바쁜날 할일많은 일꾼에게.사진찍
는게 흔한일도 아니엿을테고.

그는 창가로가서 다시 세워지는 창고를 바라보앗다.저창고에는 볕이들것이다.습기가 차
는일도 없을것이다.누가 사용하든 만족스러운 창고가 되여야한다.

변호사에게 전화를햇다.조만간 들러달라고.불가피하게 문서수정이 필요하다고.전화를
끊고 그는 중얼거렷다.이건절대로 감정에 휘둘린일이 아냐.

망망망망.

뒤뜰에서 강아지 소리가 요란하게낫다.유리가 아직 돌아가지않은 모양이다.앞니를 묻겟
다더니.

강노인은 웃으며 뒤뜰로갓다.유리의 앞니를 묻어주고싶다는 생각이 든것이다.백만년쯤
지나면 공룡이빨처럼 자랄지도 모를앞니가 아닌가.거기에 푯말도 붙여주고싶다.

풍금의자에게 당햇어요.
2013.6.16.유리공주앞니

뒤뜰로나간 강노인은 주춤햇다.그새그네가 다 만들어졋다.그리고 거기에 송이가 잇엇다.
햇살에 빛나는백발.핼쑥하지만 환하게 웃는얼굴로.

강노인은 다시방으로갓다.그리고 사진을 들고나왓다.하지만 어떻게 이사진을 보여줄것
이며 뭐라고할지 막막햇다.각기다른 시간을 사는사람들.같이잇어도 만날지점이 없으니.
그러나 이게필요하다.공유할것이 이것뿐이다.

그때엿다.

"대수야!강대수!"

송이가 그를불럿다.손짓하며.백발의 송이가 마치 어린애같은 목소리로.

그모습이 하도 눈부시고 놀라워서 강노인은 차마 대답도 하지못햇다.그저 천천히 다가가
허리를 조금굽히고 송이를 보앗다.기적처럼 송이의 시간이 강노인의 어린시절을 지나가
고잇나보다.어쩌면 다시엇갈려 영원히 다른곳으로 달려갈지도 모를 송이의시간기차.

지금은 생각이 필요한때가 아니다.다만 이순간을 영원처럼 붙잡는수밖에.

"대수야,우리 이제부터 놀자!"

송이가 그네에 앉으며 자기옆자리를 탁탁쳣다.그는 정중하게 인사하듯 고개를 숙이고 그
녀옆에 앉앗다.

ㅡㅡㅡㅡ

추천 (1) 선물 (0명)
이젠 너의뒤에서 널 안아주고싶어
너의모든걸 내가 지켜줄께

넌 혼자가아냐. 내손을잡아
함께잇을께
IP: ♡.169.♡.51
로즈박 (♡.39.♡.172) - 2023/11/03 13:59:30

처음 글을 볼때에는 웬지 어두운 사연같앳는데 뒤에 가서야 먼 내용인지 알앗네요...
암튼 해피엔딩같아서 좋네요. .
사람들은 다들 어린시절의 기억땜에 그렇게들 고향을 찾는건가봐요..
나도 갑자기 어린 시절 고향에서 보냇던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바쁜데 올려주셔서 잘 보앗어요..고마워요~~~

뉘썬2뉘썬2 (♡.169.♡.51) - 2023/11/04 04:08:08

첫부분이 너무 머지해서 첫번째장절은 뺏어요.원래 15회예요.아침에
커피먹고 타자하는것도 눈이내려와서 비몽사몽간에 올렷네요.

한 3분에1쯤 보니까 갈래판이 좀 알리더라구요.어렷을때 상처는 평생
가며 평생 치유가 필요한가바요.흐름이 잔잔하지만 여운은 오래갓어요.

30年河东,30年河西,风水轮流转。

수면제같은 소설읽느라 수고햇어요.

23,513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단차
2023-12-07
0
286
단차
2023-12-07
0
130
단차
2023-12-06
0
204
단차
2023-12-06
0
166
단차
2023-12-06
0
144
단차
2023-12-06
0
94
단차
2023-12-06
0
130
단차
2023-12-05
1
244
단차
2023-12-05
1
203
단차
2023-12-05
1
179
단차
2023-12-05
1
216
단차
2023-12-05
1
308
뉘썬2뉘썬2
2023-12-04
1
208
뉘썬2뉘썬2
2023-12-04
1
370
단차
2023-12-03
0
213
단차
2023-12-03
0
209
단차
2023-12-02
0
173
단차
2023-12-02
0
185
단차
2023-12-02
0
178
단차
2023-12-02
0
199
단차
2023-12-02
0
202
단차
2023-12-01
0
150
단차
2023-12-01
0
224
단차
2023-12-01
0
219
단차
2023-12-01
0
142
단차
2023-11-30
0
135
단차
2023-11-30
1
163
단차
2023-11-30
0
151
단차
2023-11-30
1
174
단차
2023-11-30
0
248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