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球上唯一的韓亞 14~15

단차 | 2023.11.14 08:04:19 댓글: 2 조회: 162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7451
14


 방 이곳저곳을 장식한 굿즈들은 이제 주영에게 기쁨보다 상실감을 주었다. 주영은 괴로움을 안고 침대에 엎드려, 아폴로에게 메일을 썼다. 이전에 보낸 메일들도 수신 확인은 역시나 되지 않았지만.

   

  어디예요?

  오빠가 없이는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오빠의 음악 없이는 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대체 어디 있어요?

   

  아폴로가 영원히 읽지 않을 거라 생각하자 더 솔직해질 수 있었다. 캐나다 숲 어딘가에서 하얀 뼈로 남을 아폴로를 상상하자, 주영의 명치쯤이 관통당한 듯 아팠다. 마음이란 거, 육체의 바로 이 지점에 위치하는구나. 

  주영은 한숨을 쉬었다. 뼈만 남는다 해도 아폴로라면 아주 특별할 거라고, 아주 특별히 아름다운 뼈일 거라고 생각했다. 뼈를 두드리면 실로폰처럼 소리가 날 거야.

  메일을 다 쓰고 포털의 뉴스를 샅샅이 확인했다. 아무 기대도 없으면서 샅샅이…… 뉴스 시간에 맞춰 티브이도 틀었다. 세상에는 중요한 소식이 저렇게나 많은데, 아폴로의 소식은 없다니 믿을 수 없었다. 당뇨병 치료에 획기적일지 모를 발견이 있었고, 어린 소녀들을 납치해온 국제 인신매매단이 일망타진되었고, 어제까진 존재하지 않았던 독립국가가 세워지기기도 했다. 아폴로의 소식만 없다.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주영이 침대 위에 누워서 고개를 바닥으로 늘어뜨린 채, 코르크 보드를 올려다보았다. 나머지 어중이떠중이들, 만나봤자 똑같은 소리만 하겠지. 초록빛이 어쩌고……

  그때 앵커가 말했다.

  “어제 열한시 사십오분경 서울에서 목격된 녹색 빛기둥의 원인을 찾았습니다. 이상 기후 현상이 아니라, 발명가 김 모씨가 개발중인 조난 구조 요청 램프를 사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기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주영이 얼른 리모컨으로 손을 뻗어 볼륨을 키웠다. 앵커의 머리 옆에 있는 이미지는 확실히 녹색 빛기둥이었다. 화면이 전환되고 기자가 말을 이었다.

  “어제 여러 시민들을 놀라게 했던 녹색 빛기둥은 추측과는 달리, 발명가인 김경민씨가 미완성품인 구조 요청 램프를, 여자친구를 쫓아와 위협한 치한들에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치한들은 각기 전과 3범과 4범으로 알려졌으나, 다행히 위협 이상의 폭력 행위는 막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치한들은 일시적 시력 손상이 있어 근처 대학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후 경찰에 인도될 예정입니다. 김경민씨, 대단한 효과의 휴대용 램프인데요, 언제 상용화할 예정이십니까?”

  어색해하며 인터뷰를 하는 남자는 낯이 익었다.

  “아직 상용화할 단계는 아닙니다. 안전을 위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고, 이런 다른 목적으로 쓰게 될 계획은 없었습니다. 의도치 않게 여러분을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할 뿐입니다.”

  주영은 뉴스에 나온 경민의 얼굴을 유심히 보다가, 코르크 보드에서 이런저런 자료에 가려 묻혀 있던 경민의 사진을 찾았다.

  “녹색빛……!”

 
 너무 오랜만에 말을 했더니 목소리가 갈라졌다. 메마른 입술을 다시며 경민의 사진을 뜯어내렸다.

   

  그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은 주영뿐만이 아니었다. 한아의 전화를 받았던 국정원의 정규 역시, 같은 뉴스를 보고 있었다.

  “마포구와 서대문구에서 보였다고?”

  같이 늦은 저녁을 먹던 동기가 고개를 들었다.

  “무슨 얘기야?”

  “저거 봤어?”

  “아, 빛났다는 거? 나는 못 봤지만 사람들이 봤다고 메시지 오고 그랬어. 왜?”

  “아니, 마음에 좀 걸리는 제보 전화가 있었는데 어쩌면 저거랑……”

  “산업 스파이 같아? 확실한 거 아니면 시간 낭비 하지 마.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나대면 아무도 안 좋아해.”

  정규는 더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15



 을지로에 위치한 호신용품 전문 상가에, 오늘따라 평소에는 찾아보기 힘든 손님들이 찾아들었다.

  아침에 콩나물국으로 겨우 속을 차린 한아는, 아무 방비 없이 맨몸으로 경민을 만날 수는 없다고 판단했고 인터넷 검색 후에 여기에 이른 것이다.

  “음, 간단한 호신용품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가게 주인이 한아를 위아래로 훑었다. 대체 그렇게 봐서 무슨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그러는지 미묘하게 불쾌했지만 당장 닥친 고민이 더 컸다.

  “후추 스프레이나 전기 충격기가 있습니다. 전기 충격기는 등록하셔야 하고요.”

  “아, 후추 스프레이는 효과가 없을 것 같은데……”

  주인이 픽, 웃었다. 금방의 발언이 자존심을 긁은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분사력이 좋아서, 웬만한 사람한테는 효과적일 겁니다. 좀 과장하면 곰도 쫓을 수 있을걸요. 걱정하실 필요 전혀 없어요.”

  “그게 웬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요.”

  “그럼 전기 충격기 쪽으로 하시죠. 등록은 대행해드립니다.”

  “예, 그럼.”

  “괜찮을 만한 모델을 보여드릴게요.”

  뒤에서 문이 열리고 주영이 들어선다. 한아는 전기 충격기를 들었다 놨다 하느라 새로 들어온 손님을 돌아보지 않는다.

  “뭐 찾으세요?”

  주영은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총요.”

  “가스총요?”

  “아뇨. 실탄은 없어요?”

  주인은 요즘 여성들이 정말 살기 위험하고 힘든가보다, 딸들한테도 이것저것 챙겨 들려줘야 할까 잠시 고민에 빠졌다. 무정부 상태도 아닌데 대체 왜 이런 과한 무기들을 찾는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간단하고 신고가 필요 없는 호신용품들이 인기였는데, 오늘 손님들은 호신용이라 하기 힘들 정도로 본격적인 것만 골라 찾았다.

  “개인 화기는 사냥용 엽총이나 공기총, 산탄총만 가능하고 관할 경찰서에 보관하셨다가 사냥철 해당 구역에서만 사용 가능해요. 그런데 손님은 멧돼지 잡으러 다닐 것 같지도 않고, 사격장 설치자처럼 보이지도 않고……”

  “권총은 없어요?”

  겁을 주며 말했으나, 어린 아가씨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주인이 한숨을 폭 쉬었다.

  “잠시 기다리세요. 이쪽 손님부터 먼저 도와드리고요.”

  한아가 전기 충격기를 들고 가게를 나서자,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표정으로 주인이 다시 주영을 향했다. 

  주영의 눈은 어떤 단단한 결의를, 물러서지 않을 각오를 담고 있었다. 요즈음의 이십대들은 이렇게까지 절박한가? 모서리의 모서리에 몰려 있나? 설마 나쁜 일을 당하고 있거나 당하게 될 것 같은가? 겁을 줘서라도 쫓아 보내야 할 무시무시한 놈들에게 대항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본다고 대답해줄 것 같지도 않고 곤란했다.

  “손님, 이 근처 찌르고 다녀봤자 아무도 손님한테 총 안 팔아요. 우리나라는 총 같은 거 아무나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에요.”

  주인은 마지막으로 주영을 만류해보았다.

  “여기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은 없다고 들었어요. 탈탈 털면 탱크도 하나 조립한다면서요. 아저씨가 취급 안 하면 취급하는 분이라도 알려주세요. 중개 수수료 드릴 테니까.”

  이 아가씨, 어딜 가서라도 원하는 걸 구할 거다. 구하는 와중에 다칠지도 모른다…… 주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일본식 탄피형 비비탄총을 취급하는 장돌뱅이를 떠올렸다. 위험한 비즈니스를 하는 질이 나쁜 인간이다. 

  저 당돌한 손님에게 독대시키고 싶은 인간은 아니니, 그자가 있는 곳을 알려주는 것보다 차라리 여기로 부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개조된 비비탄총은 거리가 멀어지면 장난감이지만 가까이에서 쓰면 살상 무기가 될 만한 물건이었다. 고등학교 때 사격부였던 주인으로선 어째서 사격이 가족 건전 레포츠가 되지 못하나 괴로웠다.

  “진짜 총은 아니지만, 위력이 그만한 게 있어요. 불법 화기니 되도록 쓰면 안 되는 물건인데……”

  “되도록 쓰지 않을 거예요. 위협용이에요. 만약 문제가 생겨도 어디서 구했는지 절대 말 안 할게요.”

  주인이 신중하게 전화를 거는 동안, 그제야 만족스러운 얼굴이 된 주영이 낡아서 가죽이 쩍쩍 갈라진 소파에 앉았다.

 

 
 
 
 
 
추천 (2) 선물 (0명)
IP: ♡.252.♡.103
로즈박 (♡.43.♡.108) - 2023/11/14 21:56:57

아이고..이젠 총까지 등장하네요..누가 다치면 어쩌려구..
호신용은 아닌거 같은데 도대체 누굴 죽일려고..ㅠㅠ

단차 (♡.252.♡.103) - 2023/11/14 22:12:19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자분들이 다 대담하죠? 무기 사러 다니다니. 저라면 생각을 못 했을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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