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가까이 3ㅡ식자재 절도

뉘썬2뉘썬2 | 2023.12.10 04:49:07 댓글: 5 조회: 285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27378

3



0007.MPEG

접사로 촬영하는 내 오래된 CD플레이어.돌아가고잇다.더러워진 핑크색 케이블로 연결된 끝에는
MD플레이어.


ㅡㅡ


그집에 반햇는지.그집에사는 남자애한테 반햇는지 확실치 않앗지만 어쨌든 내가 자연스럽게 접
근할수잇는 방법은 주연이뿐이엿다.

하주 나 CD 좀뜨자.”

나는 두사람을 모두 하주라고 불럿다.연이든 완이든 앞두글자는 같앗으므로.한번 오빠라고 불
러봣지만 외국에서 살다와서인지 반응은 신통찮앗다.연년생이라 주연이마저도 오빠라 불럿다가
라고 불럿다가 오락가락햇기 때문에 하주가 그나마 나앗다.

뭐 갖다줘?”

아니 내가갈게.가서 직접 고르고싶기도 하고 학교에서 뜨면 CD 튀니까..”

MD를 뜰때는 CD가 튀지않는게 핵심이엿는데 충격흡수 기능이 약햇던 내 CD플레이어는 누가 건
드리거나 책상이 흔들ㄹㅣ면 엉망이 되엿다.좁은책상 사이로 애들이 얼마나 부딪치며 지나다니
는지 한번 녹음하는게 일이여서 대개 사물함이나 창턱 같은데 올려놓기 마련이엿다.

귀찮잖아.내가 갖다주고 집에서 떠오면되지 왜.”

“CD 빌렷다가 케이스 기스나고 이빨나가고 그런거 싫잖아.”

나는 주연이가 완벽하고 투명한 CD 케이스 상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알고잇엇다.하긴그래 하
고 수긍하는 표정의 주연이에게 마지막 회심의 일격을 날려야햇다.

일단 몇개 네가 골라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함께 듣고싶어하는지 얼마나 골라주고 싶어하는지 나는 영악
하게도 잘알고잇엇다.

아주 자연스러운 이유로 나는 주연이와 주완이의 집에 드나들엇고 그때 떠온 MD가 칠십여장이
넘는다.몇장은 듣는척 노력해보앗고 어느선에서부터는 한참 잊혓다가 다시 발굴되곤햇다.노래들
은 처음들어도 여러번 들어도 생소햇다.주연이의 음악취향이 이질적이엿는지도 모른다.


만약 MD 유저가 아니엿다면 다른 접근방식을 핑계를 찾아야 햇을것이다.그래서 분홍색 MT66
무척 소중해졋다.그러고보면 나는 그때도 MD에 마이크를 달아 친구들의 목소리를 녹음하곤햇다.
이것저것 말을시켯다.결국크면 대단한게 되는게 아니라 애초에 하던걸 본격적으로 하게되는거구
나 싶다.

하주네의 무거운 가구들은 쉽게 흔들리는 나의 CD플레이어를 완벽하게 받쳐주엇다.사탕색깔의 조
그맣고 네모난 MD로 노래들이 옮겨가는 동안은 주완이와함께 영화를 보앗다.영화를 보다가 잠깐
만 나CD좀갈고 다시봐 하며 얼른 일어나곤햇다.

처음 만낫을 때 주완이가 보고잇던 영화에는 몰리 링월드가 나왓던 것 같다.그다음에 찾아갓을 때
에도 계속 80년대 하이틴 영화엿다.

이번주의 테마야.그러니까..”

주완이는 끝까지 말하지 않앗고 쑥스러운 부연 설명이엿는지 몰라도 나는 그것을 초대로 받아들
엿다.영화속 미국 10대들의 과장된 자유에 데면데면하게 접속햇지만 하주남매와 함께잇는게 좋앗
.자막이 없어 두사람이 번갈아가며 번역해주는 것조차도 특별햇다.

몇번인가는 영화가 시작된 다음에 찾아갓지만 언젠가부터 나를 기다리고잇엇다.주연이와 주완이
가 나란히 앉아잇을때도 잇엇고 주완이 혼자잇을때도 잇엇다.기다렷다고 말하는듯한 주완이의 표
정이 마음에 들엇다.

여름엔 우리가게에서 냉콩국수가 가장 잘나갓으므로 나는 엄마몰래 국수와 얼음콩국과 오이채를
따로따로 싸서는 하주네에갓다.타고난 성격치고는 대단한 정성이엿고 이후 이어질 식자재 절도의
시작이엿다.가는길에 인영언니를 만낫는데 언니가 요즘은왜 작업실에 놀러오지 않느냐 물엇을 때
약간 부끄러웟던 기억이난다.

하주남매는 주는대로 잘먹엇다.식성이 다를법도 햇지만 뭐라도 주면 고마워햇다.둘다 요리에는
꽝이엿다.

인도에선 도우미 아주머니가 서너분씩 늘계셧으니까.”

내가뭘 싸가지 않으면 밥위에 올리브절임 같은걸 올려줫는데 그올리브 절임에서 캔냄새가 낫다.

이건 밥반찬이 아니야!”

내가 비명과도 같은 소리로 불평을하자 주완이가 웃으며 말햇다.

올리브라도 잇으면 다행이야.그것도 없으면 치토스를 꽂아먹거든.”

밥에?”

은근히 간이맞아.”

자갈치도 괜찮아.”

한창 자랄나이인 두사람의 식사는 좀 방치된감이 잇엇다.일주일에 두번오는 아주머니가 음식을
해두면 잠시 잘먹고 또 먹을게 없어졋다.요리를 배웟다면 좋앗을텐데 두사람다 아무관심도 의지
도 없엇다.

여기가 이상한거야.음식점이 이렇게없는 동네는 처음봣어.한국 돌아온다고 햇을 때 이렇게 될
줄은 몰랏지.”

그여름에 나는 하주네 어머니를 딱두번봣다.초여름에 한번 방학 끝나갈때쯤 한번 미인이엿지만
머리숱이 적고 피곤해보이는 얼굴이엿다.여름끝에는 남매양쪽과 꽤친해져 잇엇으므로 사정을 물
어볼만햇는데도 함부로 묻지못햇다.수미네 예에서 이미 남의집일은 되도록 묻지말아야 한다는걸
배웟기 때문이엿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주연이가 말해줫다.아버지는 귀국하지않고 바로 인도네시아로 갓다고햇다.

인도랑 인도네시아랑 가까워?”

아니.”

원래는 공기업에 다니다 그만두고 주석의 수출입과 가공사업을 하는 선배회사를 도와주기로 햇
다는데 좀처럼 한국에 들어오실 시간이없는 모양이엿다.어머니쪽은 바쁠때만 돕기로 되여잇엇는
데 이내 바쁘지않은 때가 드물어져서 덕분에 늘지친 기색이엿다.잦은 비행도 여유를 앗아갓고 하
주들은 둘만 남게되엿다.

나도 요리를 싫어햇엇다.보고자란게 그것뿐이라 어설프게 흉내낼수 잇을뿐 요리와 되도록 멀게
살고싶엇다.불도싫고 증기도싫고 부엌냄새도 싫엇다.마를새없는 물기 때문에 손등이 터지는 삶
을 살고싶지않앗다.내가 충분히 싫어하면 그삶이 나를 비켜갈거라 마음먹고 늘 의식하고 잇엇다.


그런데도 하주들이 맛잇게 먹엇으므로 부지런히 식자재를 훔쳐날랏고 칼로 통통통 잔재주를 부
리면서 두사람을 홀렷으며 불을 줄엿다 올렷다 잘난척을 햇다.포만감에서 비롯된 애정이라도 받
고싶엇던 것이다.

그집의 서늘한 창고를열면 선반마다 저장식품이 가득햇다.편의점 창고를 연상시켯는데 그보다
더컷다.통조림과 건조식품과 밀봉된 유리병들과 감자칩과 소다캔들이 줄을지어 잇엇다.냉장고
보다 더큰 냉동고를 열어보니 고기가 가득 들어잇어 놀라고 말앗다.

왜이렇게 쌓아두고먹어?”

인도에서 살때 습관이 아직남아서.”

소고기를 먹지않는 인도에서 한국사람들은 그렇게 소고기 미역국을 먹고싶어한다 햇다.인도에서
도 소고기를 구할수없는건 아니지만 어디서 도축되고 유통되엿는지 알수없는 고기가 대부분이라
한국에 잠시 들어오면 커다란 아이스박스에 온동네가 먹을분량의 고기를 가져갓다고도 햇다.
가족이 한국에 다녀오면서 다른 교민들에게도 나누엇고 일종의 품앗이엿다.

방학하면 한국 들어와서 학원다니고 친척들 만나고 그랫거든.그땐좋앗는데 돌아갈땐 너무싫엇
.커다란 이민가방 가득 한국음식이 들어잇엇는데 나랑 오빠한테도 들게햇어.우리 몸무게만큼
나가는데말야.비행기는 개인당 계산하니까 최대한 들게한거지.얼마나 낑낑대고 다녓는지.”

질려버렷는지 하주남매는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앗다.몇번인가 행동해서 뭐라도 만들어보려
햇지만 빙하속의 매머드처럼 큰덩어리들은 손대지 못햇다.아무도 녹이려하지 않앗던 그고기들
은 다 어찌되엿을까.

주연이는 최근에 채식주의자가 되엿다.커다란 냉동고는 코드가 뽑힌채 비여잇을것이다.


0008.MPEG

민웅 ㅡ아는노래가 듣고싶을 때 잇잖아.

나 ㅡㅡ응.

민웅 ㅡ그럴때는 맥스3집이 최고인거 같아.

나 ㅡㅡ(웃음)

민웅 ㅡ포터블 카세트 들고다니면서 수영장에서도 듣고 눈싸움할때도 들엇는데.

나 ㅡㅡ아직도 테이프로 들어?

민웅 ㅡ무슨소리야?스트리밍 다돼.


ㅡㅡ

그 여름방학에 민웅이와 수미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햇다.일산시내 맥도날드에서엿다.민웅이가
먼저엿고 곧 수미가 따라갓다.민웅이는 마감담당이여서 열두시,한시에 끝나기 십상이엿는데
수미는 늘같이 기다리려고 햇다.수미외삼촌이 제때 들어오지 않느냐며 한번 화를낸다음에야
일찍 파주로 돌아왓다.

민웅이가 돌아오는길은 꽤 험난햇으리라고 생각된다.버스가 다니면 다행이고 끊기면 근처 유
흥가에잇던 사촌형들의 봉고를 얻어탓다.차례로 군대에 다녀오느라 네명에서 여덟명까지 줄엇
다 늘엇다햇던 형들은 하나같이 자리를 잡지못하고 시내를 어슬렁거렷다.형들은 심야의 봉고
에서 민웅이에게 이것저것 몰라도좋을 것들을 많이 가르쳣다.


그래도 차를 얻어타는날은 편한날이엿다.그마저도 여의치않으면 역앞 자전거 거치대의 가장
낡은 자전거 한대를 끊어서 타고왓다고도 햇다.아무래도 자전거를 끊어오는건 도둑질이라고
지적하자 일부러 먼지가 심하게 앉은것으로 고르고 다쓴다음 다시 묶지않고 필요한 사람이 타
고가도록 그대로둔다며 변명햇다.대체 혼자 자전거를 순환시켜서 어쩌겟다는건지 머리가 아
팟다.그리고 그렇게 힘겹게 돌아오는 민웅이 손에는 늘 치킨버거 패티가 한봉지 들려잇엇다.

어째서 치킨버거 패티엿느냐면 식엇을때도 그나마 맛잇는게 치킨커버 패티여서엿다.커다란
너겟에 가까웟다.민웅이는 개학을 하고도 꾸준히 학교에 치킨버거 패티를 들고왓고 원래도 좋
던인기가 그야말로 치솟앗다.민웅이네 반은물론 민웅이네 양옆반까지 질리도록 먹엇다.아니,
영원히 질리지 않앗다는게 더맞겟다.



맛없는 습식대신 민웅이가 나눠주는 거대너겟을 감키며 아이들은 살쪄갓다.살쪄가면서도 민
웅이를 칭송햇다.기름냄새를 풍기며 기분좋게 엎드려잠든 민웅이의 자세마저 조각같앗다.
분에 수미는 늘 불안한 얼굴이엿다.

같은반 여자애랑 사귀면 어떡하지.아니면 알바하다가 누구만나면 어떡해.여자친구가 생기
면 그럼난 어떡해.”

울상을하고 수미가 말햇지만 우리는 수미를 위로하지 못햇다.일어날일은 일어날 것이엿고 수
미가 막을수잇을리 없엇다.

민웅이가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게 싫어.”

수미는 이미 민웅이와 같은 CA를하고 같은 단과학원을 다녓다 끊엇으며 알바도 같이하고 잇
는 것이엿다.그런 수미한테 짜증을 내거나 불편해할만도 한데 전혀 그러지 않앗다는게 민웅이
다웟고 나는어쩐지 그점이 더 불편햇다.설명하기 어려운 잔인함같은게 거기 잇지않앗나 이제
와서 생각한다.

그렇게 함께다녀도 아무도 두사람이 사귄다거나 하는 의심은 하지않앗다.누가봐도 그만큼 일
방적이엿다.차라리 민웅이가 거리를 둿으면,그래서 주변의 다른아이들이 수미를 말리거나 적
어도 놀리기라도 햇으면 낫지않앗을까.매일 패티를 성체처럼 받아먹던 수미는 교복치마가 팽
팽해진채 지치지도않고 민웅이를 숭배하고 잇엇다.모두 그숭배가 위험하다는걸 알고잇으면
서도 방기햇다.

너 그거 자꾸먹으면 여드름나.”

그나마 송이가 솔직햇다.

송이는 사실 수미를 걱정할 여력이 없엇다.그때송이가 바로 말해줫으면 좋앗을텐데 우리가 모
르는새 송이는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고잇엇다.아직도 이유를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마
꽤 복합적이엿던듯하다.

다른사람눈을 신경쓰지않는 송이의 성격도 사람에따라 얼마든지 거슬려할수잇는 부분이엿고
튀는옷차림도 한몫햇고 여럿이 좋아하던 멀쑥한 반장애가 연속해서 송이와 짝을 하고잇다는것
도 도움이 되지않앗고 민웅이가 그반에 자주 놀러간것도 문제엿고 반 여자애들 무리 어느쪽에
도 딱히 열심히 끼지않은 것이 치명타엿다.

송이는 그학기에 학급일지를 맡앗다.글씨체는 아마 전교에서 제일 훌륭햇을거다.꼼꼼하고 깔
끔하게 잘썻다고 각반 학급일지 서기들에게 배부되기도 햇엇단다.날짜와 날씨,그날의주번,
회와 종례내용,전교행사와 학급행사,수업시간표 등 칸이 빼곡햇던게 기억난다.


솔직히 그게그렇게 중요한 기록이엿는지는 모르겟지만 (정말 중요햇다면 학생들에게 맡기지
않앗을거다),디지털화 이전의 시대엿기 때문인지 학급일지와 각종 일지들이 가득 꽂힌 커다란
나무장은 엄격하게 관리되엿다.

송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앗던 아이들은 그학급일지를 몰래 가져다버렷다.교실뒤 쓰레기통이
아니라 학교건물뒤 쓰레기장에다가.한번도 아니엿다.네번다섯번 집요한 무단투기가 이어졋다.
쓰레기장을 담당하던 기술선생님이 몇번이나 학급일지를 도로 찾아다 송이에게 주엇다.

이게 왜자꾸 버려지지?”

선생님도 몰라서 물은 것은 아니엿다.그렇게 묻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묻어잇엇다
고 송이는 기억한다.저질럿던 애들도 간크게 찢거나 태우지는 않앗다.그러면 문제가 커진다는
걸 알고잇엇을것이다.송이는 그 버려지고 찾아오는 과정이 좀 지겹다고 생각햇으나 최대한 태
연하게 대처하려고 햇던듯하다.


심한날엔 책상속에잇던 문제집ㅇㅣ나 필기노트가 함께 버려지기도 햇지만 송이는 끝끝내 버스
맴버들에게 털어놓지 않앗다.각자 성깔이 잇어서 복잡해질거라 생각햇을것이다.

정확히 누가 주도적으로 송이를 구석에 몰아갓는지 송이도 알지못햇다.스쳐지나갈 때 낮게 욕
설을 중얼거리면 그게 자신을 향한것인지 아닌지 판가름하기가 애매햇다고한다.친한척 증명사
진이나 스티커사진 따위를 달라고 말한다음 청소시간전에 슬쩍 바닥에 버리는 애도잇엇다.


책상을 밀고쓸면 쓰레기는 결국 뒤로뒤로 오는데 마지막 쓰레받기 당번은 송이엿다.바닥에 떨
어진 스스로의 얼굴을 주우며 송이는 이제 아무에게도 사진을 주지않겟다고 마음먹엇다.차라리
대놓고 공격해오면 반격이라도 할텐데 기분나쁘게 뭉글햇다.

가을이 깊어지기전에 따돌림의 대상은 다른아이가 되엿다.그래도 송이는 책상속에 아무것도 두
고가지 않앗고 사물함에는 튼튼한 자물쇠를 채웟다.실내화도 늘 들고다녓다.

다만 납땜의 귀재가 되엿다.매번 학급일지를 찾아주던 기술선생님이 고마워서 전교에서 가장예
쁘고 완벽한 납땜을 해냇다.우리중 유일하게 송이의 라디오만 작동햇다.그라디오를 아직도 가
지고잇다고 한다.



0009.MPEG

어두운세트.몇살람만이 남아서 일하고잇다.드릴소리가 들리고 멀리서 벽이선다.담배를 피우러
나갓던 감독이 돌아온다.

감독 ㅡㅡ어항냄새 안나?

조감독 ㅡ네?

감독 ㅡㅡ온세트에서 어항냄새가 나.관리안한 어항냄새.

조감독 ㅡ수돗물 냄새 같은거 말씀하시는 거예요?

-ㅡㅡ며칠 비왓잖아요.

감독 ㅡㅡ그런가 온동네에서 나는 것 같기도하고 우리 더러운 어항속에 들어잇나보다.

ㅡㅡ



주완이는 일주일단위로 영화를봣다.감독별 배우별 나라별 시리즈별 테마별 시대별 장르별 원
작별로 그때그때 묶어 스케줄을 짯다.그렇게 영화를보면 어떤 정서에 흠뻑젖을수 잇엇다.나는
주완이를따라 이연못에서 저연못으로 서식지를 옮겨갓다.효율적인 방식이엿으나 가끔 집중력
을 잃을때도 잇엇다.

저개들은 뭐지?”

매릴린먼로 주간이엿는지 고딕호러 주간이엿는지 모르겟다.영화를 보고잇는줄 알앗는데 주완
이의 시선은 나를스쳐 덜닫힌 커튼틈새로 들판에 가닿아 잇엇다.주완이가 이미본 영화를 나를
위해 다시봐줄때 그런일이 잦앗다.다시보는거라고 꺼내여 말한건 아니엿지만 어미새가 소화
시킨 것을 아기새에게 주는것과 비슷한 행위라는걸 분위기상 눈치챗엇다.주완이가 천천히 익
힌 영화의코드 더크게는 문화의 코드들을 나는급하게 기타를 배우는 펑크뮤지션처럼 한꺼번에
받아들이고 잇엇다.

주완이의 눈길을 따라잡기도전에 어떤개들을 말하는지 바로알앗다.

아 앞에서부터 텁텁이,누렁이,작은개,큰개야.”

어디까지나 내가부르는 이름이엿다.동네사람들은 각자 제멋대로 그개들을 불럿다.아마 삽살
개 계통일 텁텁이는 덥수룩한 털이 눈을 가리고잇어서 텁텁이엿고 누렁이는 중간크기로 누렛
.작은개는 시추잡종인 것 같은데 네마리중 가장작앗고 큰개는 진돗개 계통으로 누렁이보다
는 크고 텁텁이보다는 살짝작앗지만 어쨌든 큰개엿다.

엄청 성의없는 이름이네.누가키워?”

누가 키우는건 아니고..다같이 키운달까?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서 얻어먹고 여기저기서 자
는ㄷㅔ.”

개들은 보통 안그러지않아?”

엄마도 할머니도 개들이 가게근처에 오면 기겁을 햇으므로 나는 개의 생태에대해 잘알지 못 햇
.

들갠가?아니 그거랑은 좀다른데.그냥 돌아다니는 개들이야.여기선 원래그래.”

주완이는 원래그래를 잘 받아들이지 못햇다.큰 범주로는 들개가 맞는지 몰라도 그런 야성적인
이름이 어울리는 녀석들은 아니엿다.2차선 도로도 무서워해서 길을건널때는 네마리가 나란히
건넛으며 무르익은 오후에는 양지바른 자리에 거의 카펫처럼 납작하게 배를지지고 잇엇다.그런
느슨한 존재들을 들개로 부르기는 어색햇다.

항상 저네마리야?”

응 지난 일이년간은 그랫어.그전엔 한두마리 더잇엇던것도 같지만.”

개들이 멀어져 보이지않는 각도로 접어들자 주완이는 화면쪽으로 고개를 돌렷지만 별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 같진않앗다.

가까이서 보고싶어?”

창용오빠네 작업실 뒤편에도 밥그릇으로 쓰는 대야와 뭉쳐둔 담요들이잇어 개들이 자주 들르곤
햇다.며칠가서 들여다보면 마주칠수 잇을것이엿다.막상 주완이는 좀 망설이는 것 같앗다.그때까
지 주완이가 밖에 나가는걸 본적이 없엇다.개학후에도 계속학교에 다니지 않앗고 난 그이유를 묻
고싶엇지만 묻지못햇다.홈스쿨링 같은걸 하려니 추측햇을 뿐이엿다.

주저하던 주완이의 옆모습을 떠올리자면 세상에 그렇게 니트가 어울리는 남자애는 또없지싶다.
갑빠도 배도없어서 가는올의 니트가 축 떨어지는데 그게그렇게 멋잇엇다.아무것도 없는 민짜 남
자애한테 반해버리다니 이상한 일이지만 니트는 그런체형에 어울린다고 여전히 생각하고잇다.

갈까하고 현관에 내려선 주완이는 슬리퍼를 신엇다.욕실에서도 신고 베란다에서도 신는 그런종
류의 슬리퍼엿다.

그거신게?”

슬리퍼를 신기에는 슬슬 추운 날씨엿다.나도모르게 주완이의 발을 오래 쳐다보앗고 발가락들이
쑥스러운듯 안쪽으로 꼼지락거렷다.키도 별로 안컷으면서 발가락은 왜그렇게 길엇을까.손발이크
고 그다음에 키가큰다는건 상식이지만 그때는 그게신기해서 자꾸쳐다봣다.보지마 주완이가 팩
핀잔을 줫지만 멈추지않고 놀렷다.

신발이 다작아졋는데 사러나갈 시간이 없엇어.”

그말에 운동화를 사주고싶다고 생각햇다.눈대중으로 사이즈를 재야햇기에 더집요하게 발을쳐다
봣다.내시선을 뿌리치려고 주완이는 낡은슬리퍼를 신은채 뛰기시작햇다.



0010.MPEG

주연 그땐 멀리 나가기 싫어서 머리도 직접잘랏는걸.신문지를 펼쳐놓고 거울앞에 서서.

나 ㅡㅡ진짜?뒷머리는?

주연 ㅡ뒷머리는 내가 잘라줫어.

나 ㅡㅡ그래서 엉망이엿구나.

주연 ㅡ아냐 꽤 괜찮앗어.나 발끈하게 하지마.사진이 어디잇을텐데.

ㅡㅡ



주연이가 투덜거리면서 사료를 배달시킨후로 주완이는 나와함께 하루걸러 하루씩 창용오빠네 작
업실에 갓다.대야에 개밥을 부어놓고 기다리면 개들을 만날때도잇고 못만날때도 잇엇다.주완이
는 털이엉키고 더러운 개들을 스스럼없이 만지고 함께놀앗다.나는 개를 키워본적이 없어서 주완
이가 개들과 놀 때 창용오빠네 부부와 시간을 보냇다.두사람이 나를 예뻐해준것처럼 주완이도 받
아들여줄줄 알앗는데 그렇지는 않앗다.특히 인영언니가 그랫다.언니는 방어적인 사람이엿다.

인영이는 내앞에서도 안취해.”

자랑처럼 불만처럼 창용오빠가 말한적이잇다.흐트러짐없는 사람 이를 테면 좀처럼 반응하지 않
는 안정된 화합물 같은 사람으로 심지어 반대성질을 감지할줄도 알앗다.그래서 언니가 나를 앉혀
놓고 말을꺼내려고 햇을 때 무슨얘기를 할지 미리알수 잇엇다.싫은말을 하기싫어할때의 언니의
표정정도는 나도알앗다.

나는걔가..어딘가 아슬아슬해보여.애는 애다운 표정을 해야하는데 그렇지가 않아서.”

언니는 나와 불편해질걸 각오하고 말하고잇엇고 그래서 어린마음에도 조금 고마웟던 것 같다.

네가 너무 아깝다는 얘기지.”

언니가 내볼을 꼬집엇다.

남자친구도 아니예요.아무것도 아니예요.”

아마 그렇게 대답햇던 것 같은데 앞은 맞는말이엿고 뒤는 거짓말이엿다.

창용오빠나 인영언니가 귀띔한 것 같지는않다.엄마들은 원래 다알아내기 마련이다.아마 부엌에
서 이삼인분의 음식들이 계속 없어지고 내가 상기된 얼굴을 한채 뭘 물어봐도 자꾸 대답할 타이밍
을 놓친게 힌트엿을거다.

엄마의 해법은 의외엿다.나는 조르지도 않앗는데 생애첫번째 휴대전화를 가지게되엿다.사는날엔
꽤 신낫던것같다.연둣빛이엿다가 연보랏빛이엿다 하는 펄이 들어간 플립형이엿고 조그만 액정엔
형광초록빛이 들어왓다.지금생각하면 엄지손톱 두개만한 작은 액정이라니 기분이 이상할 정도다.
슬프게도 그액정은 지각한날 담을넘다가 주머니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이주도안돼 금이가고 말앗
.

하주네에 간날이면 엄마는 이유없이 전화를 하곤햇다.평소에 전화기를 가까이하는 사람이 아니
라서 더티가낫다.엄마한테 전화가오면 얼른 일어나서 주연이 방으로 뛰여갓는데 주연이는 대개
책을 읽고잇거나 그자세 그대로 구겨져서 자고잇엇다.내가 조용히 흔들면 엄마전화를 건네받앗
는데 잠들엇던 티는 하나도 내지않고 마치 성우처럼 전화를 받앗다.똑똑한 여학생 전문 성우처럼
말이다.엄마도 그에못지않게 교양잇는 멘트를 건넷다.

우리딸이 자꾸 거기가 잇어서 미안하구나.형제가 없어서그래.저녁에 회먹을건데 너도오겟니?”

그런 초대가 잇을때면 주연이와 나만 우리집에갓다.주완이는 한번도 함께하지 않앗다.나야 좋아
하는 남자애를 온가족에게 보여주기 싫엇으니 안심이엿다.

추천 (1) 선물 (0명)
이젠 너의뒤에서 널 안아주고싶어
너의모든걸 내가 지켜줄께

넌 혼자가아냐. 내손을잡아
함께잇을께
IP: ♡.169.♡.51
단차 (♡.252.♡.103) - 2023/12/10 06:55:52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에요. 제가 돌이켜보면 엇비슷한 추억 하나 쯤은 생각이 나네요. 어린 나이에도 그 속에 사회가 하나 있었죠. 애들 사이에 어른도 모르는 서열도 존재했고 그 당시엔 좀 심각했죠.

뉘썬2뉘썬2 (♡.203.♡.82) - 2023/12/10 21:10:31

해두해두 끝이없고 재밋는게 학창시절 얘기죠.우리때는 반에 한두명 쌀개는
애들이 잇엇기에 우리를 지켜줫고 안전햇어요.

사실 지금 직원들많은 식당도 마찬가지예요.한개사회예요.

단차 (♡.252.♡.103) - 2023/12/10 21:15:30

3명 이상 모이면 파벌이 생기는게 사회죠. ㅋㅋ

뉘썬2뉘썬2 (♡.203.♡.82) - 2023/12/14 21:20:20

근데 소설내용에서 어미새가 소화시킨것을 아기새에게 주나요?

단차 (♡.252.♡.103) - 2023/12/14 21:29:51

저는 조류를 잘 몰라서 실제로 어미새가 그렇게 하는 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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