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의 카페 21~26 및 에필로그

단차 | 2023.12.11 08:11:21 댓글: 0 조회: 174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27790
21 

  

  행운이 따라다니는 사람들의 공통점

  

  

  

  

  

  

  케이시는 되돌아와서 내 컵에 물을 채워주고 다시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 건너편에 앉았다.

  “존, 주방에 갔더니 마이크가 이야기를 하나 해주더군요. 아마 관심이 있으실 듯해서 다시 왔어요. 아까 나의 존재 이유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삶을 추구할 때 직면할 수 있는 어려운 문제에 대해 대화했었죠.”

  “돈은 어떻게 버나 하는 문제요?”

  “그것도 포함되지만, 그 이상의 문제요.”

  “재미있겠는데요.”

  “이 문제를 확실하게 이해하려면 아까 우리가 말했던 그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셔야 해요.”

  “자기 일에 엄청난 열정이 있는 사람들 말인가요? 매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요?”

  “맞아요. 그들한테는 뭔가 다른 점이 있지 않던가요?”

  “맞아요. 그중에 세일즈를 하는 분이 있는데…….”

  “존, 그 사람들이 하는 일보다 좀 더 큰 범위에서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런 사람들에게서 전반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지 않나요? 그게 뭐죠?”

  나는 뒤로 물러앉아서 잠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저…… 아까도 말했지만, 이 사람들은 진짜 행복해 보여요. 자기가 하는 일을 정말 좋아하고 삶 자체를 즐기는 것처럼 보인답니다. 그리고 자신감도 넘치죠. 허세를 부리는 것하고는 달라요. 모든 일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거라고 확신하며 사는 것 같다고 할까요.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또 하나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은 이 사람들이 모두 행운아란 점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이 사람들한테는 좋은 일, 예상치 못했던 행운이 많이 따라요.”

  “예를 들면요?”

  “지인 중에 광고계에서 일하는 한 여성이 있습니다. 아까 앤과 얘기하다 보니까, 앤도 광고 쪽에 있었다고 하던데, 좀 안 맞는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 여성은 큰 거래처를 하나 잡으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어떤 거래처였는지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어쨌든 아주 큰 거래처였고, 여러 사람이 그걸 따내려고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회사를 잡아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나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와중에, 그 여자는 오랫동안 연락이 끊어졌던 대학 동창한테서 전화를 받았답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한참 서로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일 이야기가 나왔다지요. 그래서 그녀는 자기가 처한 상황과 따내고 싶은 그 거래처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회사에 동창의 다른 친구가 다니고 있었던 거예요.

  몇 번 더 전화 통화가 오간 후 동창의 소개로 셋이 함께 만나 저녁을 먹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주 후 그 여성은 마침내 그 거래처와의 계약을 따냈습니다. 이런 예상치 못한 행운이 생기는 거예요. 정말 운이 좋은 사람 아닌가요?”

  “그 사람들이 운이 좋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존?”

  나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답했다.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냥 우연인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그런 우연 역시 자기 일을 진정으로 즐기며 사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것 같아요. 그들이야말로 정말 자신의 존재 목적을 충족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죠. 얘기하고 보니 이런 사람들에게 항상 행운이 따라다니는 게 어쩐지 당연하게 느껴지네요.”

  케이시는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들에게만 행운이 따라다니던가요? 존, 당신한테는 그런 일이 없었나요?”

  나는 다시 한 번 더 의자 깊숙이 앉았다.

  “그러고 보니 그런 적이 있었던 것 같네요. 희미하기는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할 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난 적이 있었어요.”

  “존, 그 순간을 기억해낼 수 있다면, 그 두 가지 사이의 연관 관계를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바로 그런 때가 곧, 내가 원하는 일을 하던 순간이었단 말씀인가요?”

 
 22 

  

  열정은 전염된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아까 인생에 대해 중요한 것을 깨달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쪽에게도 해당된다고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제가 이 카페에서 일하며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은 존재 목적을 알고 있는 사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은 대부분 운이 좋은 것처럼 보인다는 거예요.
이런 사람들에게는 예상치 않았던 우연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생기죠.

  이 주제에 대해 여러 사람한테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는데 사람들은 그런 순간이 존재한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정작 그 원인은 잘 모르는 것 같았어요. 솔직히 말해 대부분은 그 원인을 찾는 데 관심도 없고요. 그냥 존재 목적을 충족하는 삶을 살면 일이 뜻대로 돌아가서 저절로 그렇게 좋은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죠.”

  “이상하군요. 신기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죠. 자연스러운 우주의 흐름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고, 뭔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그렇게 해준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냥 단지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든지 간에 모두 운이라는 게 존재하고 운이 우리가 하는 일의 중요한 요소라는 데는 동의하고 있었습니다.”

  “케이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번에는 케이시가 뜸을 들였다.

  “솔직히 말해, 잘 모르겠어요. 아까 말한 게 다 이유인 것 같기도 하고, 그 밖에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기도 해요. 혹시 기하급수의 이론이라고 들어보셨어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간단한 이론이에요. 예를 들어볼게요. 기하급수 이론은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면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고, 그리고 그 사람들은 또 더 많은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곧 내가 한 이야기가 아주 많은 사람에게 퍼지는 거죠.”

  “행운의 편지 같은 거군요. 열 사람에게 행운의 편지를 보내면 그 열 사람이 각각 열 사람에게 같은 편지를 보내고. 그렇게 해서 계속 늘어나는…….”

 
 “맞아요. 원리는 같아요. 하지만 행운의 편지를 보내는 대신 나의 존재 목적을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될 일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다닌다고 생각해봅시다. 열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고, 그 열 사람이 또 각각 열 사람한테 이야기를 하고, 그러면 곧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람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겠지요. 그런데 그 모든 사람이 나를 도와주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뭣 때문에 나를 도와주려고 할까요? 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람들이 나를 도와줄 마음이 생기는 이유가 뭘까요?”

  케이시는 나를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이번에도 역시 내가 한 질문에 나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 하는 순간임을 직감했다. 나는 지금 우리가 나누고 있는 대화가 어떻게 해서 이 ‘기하급수’라고 하는 주제까지 다다르게 되었는지 곰곰이 더듬어보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잘 모르겠어요. 케이시, 뭐 힌트라도 좀 없어요?”

  “존, 우리가 이 이야기를 꺼내면서 연상했던 그 사람들, 자기의 존재 의미를 충족하며 사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어떻던가요?”

  “기분이 좋죠. 그 사람들의 열정에 전염이 되는 것 같아요. 자기 일에 대한 열정 말이에요. 그리고 나도 그 사람이 잘되게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죠.”

  나는 다시 말을 멈추었다.

  “저런, 케이시, 이게 바로 답인가요? 그런데 이것만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는 게 설명이 될까요?”

  “존, 방금 그 사람들의 열정에는 전염성이 있어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럼, 자신이 직접 도와주지는 못해도 도움이 될 사람을 알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연락해보지 않을까요?”

  “당연히 해볼 겁니다. 그 열정 때문에요. 그 사람들은 정말로…….”

  나는 적절한 단어를 찾기 위해 잠깐 뜸을 들였다.

  “자기가 원하는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죠?”

  “맞아요. 비슷해요. 정말 자기가 원하는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서 도와주고 싶어져요.”

  “그렇다면 상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 말을 전할 때 어떤 식으로 하나요?”

  “상대가 내게 말할 때 느꼈던 열정을 그대로 담아 전달합니다. 전염되는 거지요. 이야기하면서 그때 그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길 바라면서요.”

  “그게 바로 아까 우리가 찾던 답일 거예요.”

  이렇게 말하면서 케이시는 빈 접시를 치우기 시작했다.

  “존, 정말 잘 드시네요.”

  케이시가 접시를 치우면서 한마디했다.

  “진짜 배가 많이 고프셨던가 봐요.”

  “그보다는 음식 맛이 좋아서예요. 너무 맛있어서 남길 수가 없네요.”

  주방 쪽으로 눈길을 돌렸더니 마이크가 보였다. 마이크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손을 흔들었고 나도 답례를 했다.

  이번에는 주방에 대고 손을 흔드는 행동이 그다지 겸연쩍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딸기파이 부탁해요”라고 했고, 케이시는 웃으며 알겠다고 말했다.

 

 23 

  

  누구도 내 운명을 흔들 수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크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손에 들린 접시에는 세 사람은 족히 먹을 수 있을 만큼 큰 파이가 놓여 있었다.

  “딸기파이 하나 주문한 거 맞으시죠?”

  “마이크, 하나가 아니라 한 판은 되는 것 같은데요. 나 혼자 다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천천히 쉬엄쉬엄 드세요.”

 
 그는 냅킨을 한 장 더 깔더니 탁자 위에 새 포크를 놓아주었다.

  “케이시와의 대화는 어땠습니까?”

  “아주 재미있었어요. 아주 많이요. 원래 질문에서 약간 변형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이렇게 말하며 나는 메뉴판을 가리켰다. 그러자 한순간 메뉴판의 글자는 ‘나는 왜 여기 있는가?’로 바뀌었다가 곧이어 천천히 다시 원래의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로 돌아갔다. 나는 질문이 바뀌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며 말을 이었다.

  “바로 이 질문 말인데요. 이 질문에 대해 답을 찾은 사람들한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어요. 그들은 자기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알고, 존재 이유를 충족하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고, 그 일을 해낼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죠. 그리고 존재 이유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행운이 따른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 케이시가 배경 이론도 설명해주었습니다.”

  마이크는 가볍게 웃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여러 가지 견해가 있었지요. 가장 오래된 철학자들도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했답니다.”

  “마이크, 아직도 헷갈리는 게 있습니다. 왜 모든 사람이 존재 목적을 추구하지 않는 걸까요? 사람들이 존재 목적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도대체 뭘까요? 이 질문에 대해 자문해보고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동안 쭉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나에게만 해당하는 그런 목적 말고 좀 더 큰 목적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이크는 머그잔을 들어 음료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잔을 다시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사람들이 존재 목적을 추구하지 못하고 사는 데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세상 사람들 모두 스스로 발견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이유가 다르니까요. 하지만 그보다 더 높은 차원의 무엇인가가 있긴 한 것 같아요.”

  “그게 뭔데요? 예를 들어줄 수 있나요?”

  “단순히 존재 목적이라 하는 개념을 아예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존재 목적을 추구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또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있지만 존재 목적을 분명하게 찾지 못한 경우도 많고요.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자라온 환경이나 가정교육 또는 종교적인 믿음 등의 이유로 스스로 존재 목적을 충족하는 삶을 살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요.

  존재 목적을 느끼고 자신이 그것을 충족할 권리가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그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걸, 그냥 하면 된다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바로 아까 앤과 나누었던 대화와 관련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만들거나 파는 물건이, 그리고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충만한 삶의 열쇠임을 광고하는 사람이 많지요. 그런 믿음을 심어주는 일로 생계를 꾸려갑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우리 스스로 삶을 충만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한번 상상해보세요. 그러면 위에서 말한 사람들은 힘을 잃게 되는 거죠. 힘을 잃는다는 건 그들에겐 특히 더 끔찍한 일일 겁니다.”

  “그 말씀을 하시니까 아까 케이시와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나는군요. 존재 목적을 깨닫게 되면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허락이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맞습니다. 게다가 누구도 다른 사람이 하고자 하는 일을 못 하게 할 수도 없고, 거꾸로 할 수 있는 힘을 줄 수도 없는 겁니다. 우리 모두 각자 자기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고 가꾸어나가는 거니까요.”

  나는 그가 한 말, 그리고 케이시와 앤이 한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지금 하신 말씀은 제가 살면서 매일 보고 들어왔던 것과는 사뭇 다르군요. 사람들이 존재의 이유에 대한 질문을 하기가 왜 그리 어려운지, 자기 인생과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나간다는 생각을 왜 하지 못하는지, 이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게 쉬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사실 몇 주 전 저희 카페에 들렀던 한 손님이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방법을 어떻게 배웠는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그럼요, 이번에도 어부가 등장하나요?”

  “하하, 아니에요. 이번엔 스포츠가 등장합니다.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몹시 어려운 골프 코스에 서 있는 꿈을 꾸는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그 사람은 원래 골프를 그다지 잘 치지 못해서 난코스에 서 있는 꿈을 꾸면 더더욱 진땀이 뻘뻘 난다고 하더군요. 쳐야 할 공이 창문턱에 있기도 하고, 경사가 심한 바위 위에 올라가 있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말도 안 되는 상황에 공이 있는 꿈을 자주 꾼다고 합니다.

  그래도 있는 힘껏 자리를 잡고 연습 삼아 스윙을 날려보려고 하는데, 그때마다 제대로 못 칠 것만 같아 괴롭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연습을 더 많이 하는데, 연습을 많이 하면 할수록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점점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연습한 결과 드디어 어려운 공도 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백스윙을 하려고 하면 바로 그때 공이 더 이상하고 어려운 자리로 올라가 있더랍니다. 그러면 또다시 스트레스를 받고 좌절감에 싸여 다시금 스윙 연습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다가 마침내 어느 날부터인가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피곤한 상태에서 잠이 깨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어느 날 밤, 또 똑같은 꿈을 꾸며 꿈속에서 좌절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불현듯 그냥 그 공을 집어서 다른 곳에 두고 치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더래요. 그렇게 한다고 뭐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사실 자기 말고는 그 공을 어디서 치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도 없고 말이죠.

  그래서 공을 집어 옮긴 후에 다시 쳐봤어요. 그러고는 꿈에서 깨었는데 정말 엄청난 자신감을 느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때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던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고 했어요. 이야기 끝에 결국 자기가 무엇을 배웠는지 말해주었는데, 그대로 한번 옮겨볼게요.

 
 ‘우리가 무엇을 배우며 자랐건, 어떤 광고를 접하며 살았건, 그리고 일에 치여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건,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겁니다. 난 이걸 잊고 있었어요. 그래서 내 주변 상황이 내 인생에 온갖 영향을 미치는 걸 내버려 두었던 겁니다. 내가 골프공을 옮겨 어디에서 치건 누구도 상관하지 않았듯이, 내 존재 목적에 대한 관심 역시 나만 갖고 있는 거죠. 내 운명을 다른 사람이나 다른 존재가 멋대로 좌지우지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운명이 나를 흔들어버리죠. 골프공을 옮길 수 있는 건 나뿐입니다.’”

  이야기를 끝낸 뒤 마이크는 나를 쳐다보았다.

  “어부는 나오지 않았죠.”

  “정말 어부는 안 나오네요. 그래도 정말 좋은 이야기였어요. 담겨 있는 메시지도 좋고요.”

  “그 사람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때부터 자기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고.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할 때,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면, 그냥 스스로 공을 옮겨보라고 자기한테 속삭인대요. 그렇게 하면 모든 두려움이 사라지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했습니다.”

 

 24 

  

  답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

  

  

  

  

  

  

  시계를 보았다. 오전 5시 15분.

  “세상에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다시 아침 식사 주문해야겠는데요.”

  내 말에 마이크가 웃음으로 답했다.

  “파이부터 마저 드시고요.”

  “맞는 말씀입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포크로 파이 조각을 집어 들었다. 파이를 먹고 나서 마이크에게 말을 건넸다.

  “아직도 분명하지 않은 게 하나 있습니다. 이미 당신과도 이야기를 나눴고, 케이시랑도 이야기를 해봤는데 그래도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어요.”

  그러자 마이크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존, 미안하지만 파이 요리법은 아무에게도 가르쳐줄 수 없답니다. 제가 가르쳐드릴 수 없는 유일한 정보가 바로 파이 요리법이랍니다.”

  나는 히죽 웃었다.

  “저라도 그럴 겁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제가 물어보고 싶은 것은 파이 요리법이 아닙니다. ‘나는 왜 여기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가 보겠습니다. 케이시와 저는 그 질문이 어떤 식으로 달라질 수 있는지, 그리고 일단 그 답을 찾아낸 사람들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그 답을 찾는 방법을 모르겠다고요?”

  “맞아요.”

  “그 질문이라면 케이시도 부르는 편이 낫겠습니다. 우리 둘이 같이 머리를 맞대다 보면 더 나은 답을 드릴 수 있을 거예요.”

  마이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레스토랑의 저쪽 끝, 케이시가 앤 그리고 앤의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대화를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잠시 후 케이시가 마이크와 함께 내 자리로 왔다.

  케이시가 물었다.

  “파이 맛있으세요?”

  “두말하면 잔소리죠. 맛있어서 너무 많이 먹었더니 배가 터질 것 같아요.”

  “나는 입이 찢어지게 웃으며 말했다.

  “케이시, 존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

  마이크는 이렇게 말하며 다시 한 번 메뉴판에 쓰여 있는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가리켰다. 그 순간 그 질문은 다시 ‘나는 왜 여기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우리 둘이 같이 이 질문에 답해드리는 게 좋겠지?”

  케이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더니 내 눈을 보며 아주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존, 집에 우편함이 있나요?”

  “그럼요.”

  “그럼 우선 스스로한테 진지하게 이 질문을 하고 나서 기다려보세요. 그로부터 일곱 번째 되는 날, 보름달이 뜰 때 우편함에 우편물이 하나 도착할 거예요. 우편물을 열면 문서가 하나 들어 있을 텐데 그 문서를 촛불 밑에서 펼쳐보세요. 그러면 질문에 대한 답을 아는 사람이 전해주는 은밀한 메시지가 보일 겁니다. 그 메시지는 평생 한 번밖에 읽을 수 없어요. 그리고 꼭 촛불을 켜고 촛불 아래에서 읽어야 해요. 그리고 꼭 7일째 되는 날 읽어야 하고요.”

  나는 마시던 물컵을 내려놓고, 케이시가 하는 말을 똑바로 잘 들으려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우편물을 열 때 리본이 붉은색인지, 리본이 두 번 묶여 있는지 꼭 확인하세요. 붉은색 리본으로 두 번 묶은 것이 바로 그 우편물…….”

  그 순간 탁자가 움직이며 덜덜 떨리고 있는 게 느껴져서 나는 깜짝 놀라 몸을 뒤로 젖혔다.

  “무슨 일이죠? 케이시, 탁자가…….”

  나는 이렇게 외쳤다.

 
 케이시는 탁자가 흔들리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

  “리본 고리 하나는 작은 고리보다 적어도 두 배는 클 거고, 리본은 상자의 왼쪽 위에 달려 있을 거예요.”

  나는 마이크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나는 놀랍게도, 그리고 조금은 당황스럽게도 탁자가 흔들린 이유가 지옥에서 온 사자 때문이 아니라(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이크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케이시의 말을 듣고 있던 마이크는 웃음을 참기 위해 한 손은 입에, 다른 한 손은 탁자 위에 올려놓고 있었는데 그가 너무 심하게 웃는 바람에 탁자가 흔들렸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따라서 한바탕 웃었다. 케이시는 마이크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장난스럽게 어깨를 한 대 치며 말했다.

  “좋은 공모자는 못 되는군요.”

  “미안해요. 너무 그럴듯해서요. 참을 수가 없었어요.”

  “알았어요. 존, 아까 그 질문에 대해 약간의 창의력을 발휘해서 답변을 드렸던 거예요.”

  케이시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약간이라니…….”

  마이크가 반박했다.

  “완전 날조에 가깝던데. 리본을 두 개 묶은…….”

  마이크는 케이시의 목소리와 어조를 흉내 내며 놀렸고, 우리는 모두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정말 그럴듯했어요, 케이시. 하지만 아직 진짜 답변은 안 해주신 것 같은데요.”

  “재미있었죠? 재미도 드리고, 또 뭔가 핵심을 찌르고 싶기도 했어요. 질문을 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그 답을 찾아주기를, 혹은 저절로 답이 찾아지길 원하는 사람도 있답니다.”

  “7일째 되는 날 도착하는 우편물 안에 답이 들어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요.”

  나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맞아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답을 알게 되면 그 답을 가지고 어떻게 하느냐가 우리의 자유 의지에 달려 있듯이, 그 답을 찾는 것도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말씀이군요.”

  내가 말을 이었다.

  “그냥 첫걸음만 떼고 난 뒤 그 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려서는 안 된다. 왜 여기에 존재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진정으로 알고 싶다면 스스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마이크가 화답했다.

  “맞아요. 그리고 사람마다 답을 찾는 방식도 다 다르답니다. 어떤 사람은 왜 자기가 여기 존재하는지 알아내려고 명상을 하고, 어떤 사람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 글로 쓰지요. 또 자연 속으로 들어가 혼자서 시간을 갖는 사람도 있지만 친구나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해답을 찾는 사람도 있답니다. 이야기를 듣거나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도 있고요.”

  “제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제안해주시겠어요?”

  내 질문이 떨어지자 케이시가 내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건 사람에 따라 달라요. 중요한 건 그 답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사실이죠. 그렇기 때문에 답을 찾으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은 거고요.”

  “알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정보나 문자 메시지, 이메일에 둘러싸여 있으면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죠.”

  “맞아요. 외부의 소음에서 벗어나기 가장 좋은 때는 명상을 하거나 자연 속에 혼자 있을 때죠. 그런 방법을 통해 외부의 소음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기 생각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마이크가 답했다.

  “그게 다인가요?”

  내가 물었다.

  “아뇨.”

  케이시가 말했다.

  “존, 다양한 생각, 사람, 문화, 관점 등에 접하는 게 왜 좋은지, 그 장점에 대해 나누었던 대화 기억하세요?”

  “그럼요. 존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찾는 대목에서 나왔었죠.”

  “맞아요. 존재 목적을 알아내려고 하는 사람에게도 똑같은 방식이 적용된답니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배우면 몸속 어딘가에서 커다란 공명이 울린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실제로 많은 사람이 육체적인 반응을 경험한답니다. 척추를 타고 오는 듯한 전율을 느끼는 사람, 기뻐 소리 지르면서 우는 사람 등 다양해요. 깨달음이 자신을 압도하는 것처럼 느끼는 사람도 있지요. 그런 것들이 바로 존재의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는 단서일지도 모릅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아요.”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나를 위해 써놓은 것 같은 문장을 읽거나 들었을 때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사실 오늘 밤에도 그런 순간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케이시가 미소 지었다.

  “이 정도면 대답이 됐나요, 존?”

 
 “그런 것 같아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정답은 없다, 질문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는 것이 방법이다,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느낌을 스스로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그게 답인 것 같은데요.”

  “맞아요.” 마이크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케이시는 탁자에서 일어났다.

  “다시 저쪽 손님들한테 가볼게요. 더 필요한 거 없으세요, 존?”

  “아뇨, 없습니다. 만약 보름달이 진 후에도 빨간색 리본으로 포장된 우편물을 받지 않는다면 질문이 더 생길 수도 있겠지만요.”

  그러자 케이시는 밝게 웃으며 마이크에게 윙크를 하고 이렇게 말했다.

  “꼭 연락하셔야 해요.”

 
 25 

  

  내가 없어도 존재할 아름다운 것들

  

  

  

  

  

  

  케이시가 다른 테이블 쪽으로 건너가자 마이크가 내게 물었다.

  “이 카페에 오시기 전에 어디로 가는 중이셨어요?”

  “휴가를 냈어요. 모든 것에서 좀 떨어져 있고 싶어서요. 생각을 좀 해보고 싶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생각을 해보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지난…….”

 
 나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지난 여덟 시간 동안 무엇을 생각해봐야 하는 건지 깨닫게 됐습니다. 마이크,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그럼요. 무슨 질문인데요?”

  나는 마이크를 쳐다보며 물었다.

  “왜 메뉴판에 그런 질문을 써놓게 된 겁니까?”

  내가 이 질문을 하자 마이크는 의자 뒤로 깊숙이 물러앉았는데 온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런 질문을 써놓은 사람이 왜 나라고 생각한 거죠?”

  “태도랄까, 이 장소랄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꼭 하고 싶은 일을 하시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마 스스로 그런 질문을 해보았고, 다양한 경험과 고민 끝에 찾은 답이 바로 이 카페가 아닌가 싶은데요.”

 
 마이크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머그잔을 들어 목을 축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저는 정말 미친 듯이 살았습니다. 낮에는 직장에 다니고 밤에 야간 대학원을 다녔죠. 그리고 남는 시간은 줄곧 트레이닝을 하면서 프로 운동선수가 되려고 비지땀을 흘렸습니다. 한 2년 반 동안 거의 모든 순간이 빈틈없이 짜인 스케줄에 따라 빡빡하게 돌아갔죠. 그렇게 살다가 대학원을 졸업할 때쯤 직장을 그만두고 여름 동안 좀 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미 새 직장을 구해놓고 9월부터 출근하기로 한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친구랑 졸업 축하 겸 코스타리카로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코스타리카로 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열대우림을 가로질러 하이킹도 하고, 야생동물도 보고, 새로운 문화에 흠뻑 젖어서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방금 나무에서 딴 싱싱한 망고를 먹으며 통나무에 앉아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을 바라보았죠. 정말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해변이었습니다. 우리는 오후 내내 욕조 물처럼 따뜻한 바닷물 속에서 완벽한 파도를 타며 보디서핑을 했어요. 그리고 석양이 질 무렵엔 하늘이 파란색에서 분홍색, 오렌지색, 붉은색으로 바뀌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정말 환상적인 장면이었을 것 같아요.”

  “정말 멋졌어요. 그때 해 지는 장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내가 1분 1초를 아껴 전력투구해 살아가던 그때에도 태양은 똑같은 모습으로 지고 있었겠지. 몇 시간 비행기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려오면 천국이 바로 옆에 있는데, 나는 그런 천국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살았던 거구나. 천국은 2년 반 동안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수백만 년, 아니 그 이상 되는 오랜 세월 동안 여기 있었을 테고, 해는 그렇게 매일 아름답게 지고, 파도는 밀려오고 있었겠지.’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내 존재가 아주 작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문제, 스트레스받았던 일들, 미래에 대한 근심 걱정, 그 모든 것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어요. 인생을 사는 동안 내가 무엇을 하든, 내 결정이 옳든 그르든,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라도, 여전히 그 해변과 석양은 그대로일 거란 생각이 들었죠. 내가 죽고 난 이후에도 말이에요.

  거기 앉아서 그토록 황홀하게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나 자신이 엄청나게 큰 존재의 극히 작은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내가 왜 여기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어요.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사실은 중요한 게 아니라면,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것은 대체 무엇일까? 내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나는 왜 여기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이 떠오른 후 그다음엔 케이시가 아까 말한 그 과정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낼 때까지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나는 자세를 고쳐 의자 깊숙이 앉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이크가 말을 할 때 점점 더 그가 있는 쪽으로 몸이 기울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고맙습니다. 마이크, 정말 멋진 이야기군요.”

  “우리 인생 자체가 멋진 이야기랍니다. 단지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작가인지, 또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할 뿐이죠.”

  마이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방에 가서 청소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더 필요한 게 있으세요, 존?”

  “아뇨. 이제 다시 길을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에 방향 감각을 완전히 잃었거든요. 나가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감이 안 잡히네요.”

  “그건 목적지가 어디냐에 따라 다르죠.”

  그러고서 마이크는 말을 이어가려 하다가 마음을 바꾼 듯 입을 다물었다. 마이크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아까 하려고 했던 말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계속 길 아래쪽으로 가다 보면 교차로가 나올 겁니다.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도세요. 그럼 고속도로 진입로가 나오는데, 그 입구에 주유소도 있어요. 지금 차에 있는 연료로 거기까지는 갈 수 있을 겁니다.”

  마이크가 어떻게 내 차의 연료량까지 알고 있는지 의아했지만, 그의 말이 맞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고마워요, 마이크. 여긴 정말 특별한 곳이에요.”

  우리는 악수를 나누었다.

  “뭘요. 행운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이 말을 남기고 마이크는 주방으로 걸어갔다.

 

26 

  

  새로운 하루의 시작

  

  

  

  

  

  

  나는 메뉴판을 내려다보았다.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

  죽음이 두렵습니까?

  충만한 삶을 살고 있습니까?

 
 심오한 질문들이었다. 만약 옛날에 누군가가 내게 그 같은 질문들을 했다면 나는 아마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이 별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메뉴판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그런 질문을 스스로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아주 이상하게 느껴졌다.

  케이시가 내 자리로 돌아와서 탁자에 계산서를 내려놓고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마지막 남은 딸기파이예요. 마이크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그리고 이건 제가 드리는 선물이고요.”

  케이시는 이렇게 말하며 메뉴판을 내밀었다. ‘세상 끝의 카페’라는 이름 아래 케이시가 내게 메시지를 몇 자 적어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나는 그것을 읽고 또 읽었다.

  “그걸 보고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케이시는 이렇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고마워요, 케이시. 정말 여러 가지로 고마워요.”

 
 “천만에요, 존. 우리 카페는 바로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있는걸요.”

  나는 탁자 위에 계산서에 적힌 금액을 올려놓고 메뉴판과 파이 상자를 들고 일어섰다. 그리고 카페 밖으로 나와 새벽 공기 속으로 걸어갔다.

  자갈이 깔린 주차장 건너편 나무 위로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공기는 새로운 날의 시작에 앞선 정적의 잔해를 품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새로운 하루를 알리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고 있었다.

  다시 태어난 느낌이었다. 나는 들고 있던 상자를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겨 들고 차 문을 열었다.

  “나는 왜 여기 있는가?”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나는 왜 여기 있는가?”

  그날은 정말로 새로운 하루였다.




  Epilogue 

  

  두려움이 사라지는 내 인생의 철학

  

  

  

  

  

  

  그날 밤 ‘세상 끝의 카페’를 다녀온 후 많은 것이 변했다. 그 변화라고 하는 것이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듯 그렇게 격렬하게 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 카페는 궁극적으로 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앤처럼 내게도 변화는 천천히 시작되었다. 카페 문을 나선 뒤부터 내 머릿속에서는 “나는 왜 여기 있는가?”라는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그 뒤로도 계속 그 질문은 나를 쫓아다녔는데, 질문에 대한 답을 며칠 만에 찾을 수는 없었다. 휴가를 내어 존재의 이유를 생각해본다고 곧바로 찾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깨우쳐서 마음에 새길 가치가 있는 것을 찾아낼 때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법이었다.

  결국 내가 존재의 이유를 찾은 것은 케이시와 앤으로부터 배운 방법을 다 동원하고 나서였다. 나는 매일 조금씩 시간을 내어 내가 원하는 일, 하고자 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건 앤이 사용한 방법이었다.

  또한, 케이시가 이야기해준 대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배울 기회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내 존재 이유의 가능성을 담는 우주가 훨씬 더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우주는 내가 처음 여행길에 올랐을 때보다 확연히 더 커져 있었다.

  그러더니 언제부터인가 내 존재 이유와 그것을 충족할 방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을 때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 가지 선택을 놓고 저울질할 때, 즉 하나는 나의 존재 목적을 충족해줄 수 있는 삶이고, 다른 하나는 단지 그냥 먹고살기 위한 것이라고 할 때, 이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는 너무 자명하고 쉬워 보인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존재 목적을 발견하고 나면 여정을 중단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담장에 나 있는 구멍을 통해 자기가 원하는 삶이 보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문 앞에서만 서성이다 돌아가는 사람이 많았다.

  처음에는 이런 현실이 너무도 슬펐다. 하지만 마이크가 말했듯이, 그리고 나도 차차 믿게 되었듯이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하는 순간들은 서로 달랐다. 어떤 사람은 어렸을 때, 어떤 사람은 좀 더 나이가 든 뒤에, 또 어떤 사람은 그런 선택을 아예 하지 않고 평생을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 선택은 서두른다고 되는 것도 아니며,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오직 본인 스스로 하는 자발적인 선택만이 의미가 있다.

  나의 경우, 일단 마음먹은 일을 행동에 옮기면, 그 일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나니 담장 구멍을 통해 보이는 삶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데 망설임이 없어졌다. 이제 이 깨달음은 내 인생의 철학이 되었다.

  이제는 그 카페와 연관된 것을 생각하지 않고 보내는 날이 단 하루도 없다. 온갖 광고로 가득한 이메일과 우편물을 보면 케이시가 들려준 녹색 바다거북 이야기가 떠오른다. 케이시가 말한 그 파도는 내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아 가기 위해 항상 밀려오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이 파도가 어떤 의미인지 알기 때문에, 나는 나를 밀어주는 파도가 올 때를 대비해 내 힘을 아낄 줄도 안다.

  코스타리카 해변에 앉아 있었다는 마이크의 이야기도 자주 생각난다. 큰 그림 속에서 보면 내가 지금 받고 있는 스트레스, 안고 사는 걱정거리, 성취감과 상실감 같은 것은 아주 작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작고 보잘것없는 우리의 존재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후회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좀 더 일찍 변화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뿐이다. 나는 그날 밤 카페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알게 되었고, 그 이유를 충족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므로 다시는 저 문 넘어 다른 쪽에 있는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세상 끝의 카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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