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2 (완결)

단차 | 2023.12.14 18:50:54 댓글: 2 조회: 244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29395
12

앨리스의 증언


앨리스가 놀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예요!"

너무 당황한 앨리스가 몇 분 사이 자신이 얼마나 커졌는지 잊은 채 허둥지둥 일어서는 바람에 앨리스의 치맛자락에 걸려 배심원석이 뒤집혔고, 배심원들은 방청객들의 머리 위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자 일주일 전 실수로 금붕어 어항을 엎지른 일이 떠올랐다.

"어이쿠, 죄송해요!"

당황한 앨리스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재빨리 배심원들을 다시 집어넣기 시작했다. 금붕어 사건이 계속 떠올랐기 때문에 어서 빨리 배심원들을 원래 자리에 놓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심원들이 모두 제자리에 앉기 전에는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

왕은 근엄한 목소리로 힘주어 말하며 앨리스를 매서운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앨리스가 배심원석을 바라보다 서두르는 바람에 도마뱀을 뒤집어 놓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불쌍한 도마뱀은 옴짝달싹 못하고 꼬리만 처량하게 흔들어 댔다. 앨리스는 얼른 도마뱀을 바로 놓으며 중얼거렸다.

"어차피 뒤집어 앉든 바로 앉든 재판과 상관없기는 마찬가지야."

배심원들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석판에 부지런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마뱀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입을 벌린 채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도마뱀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입을 벌린 채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왕이 앨리스에게 물었다.

"이 일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느냐?"

"아니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

앨리스가 대답했다.

왕은 배심원들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주 중요한 말이군."

배심원들이 석판에 말을 받아 적으려는데 하얀 토끼가 끼어들며 말했다.

"폐하의 말씀은 그러니까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토끼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조심스레 묻자 왕이 얼른 말을 바꿔 대답했다.

"아, 그래 맞아.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지."

그러고는 어떤 말이 좋을지 고민하듯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다,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다......."

어떤 배심원들은 '중요하다.'라고 쓰기도 했고, 또 어떤 배심원들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쓰기도 했다. 배심원들 가까이 있어 석판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앨리스는 생각했다.

'이거나 저거나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네.'

그떄 공책에 무언가를 열심히 기록하던 왕이 말했다.

"조용하시오! 규정 제 42항, 키가 1마일이 넘는 사람은 법정에 설 수 없다."

그 순간 모든 시선이 일제히 앨리스에게 향했다.

"전 1마일이 되지 않는걸요."

앨리스가 말했다.

여왕이 말했다.

"거의 2마일은 되는데."

"어쨌든 저는 나가지 않을 거예요. 그 법칙은 지금 만들어낸 것이잖아요!"

앨리스가 대꾸했다.

왕이 말했다.

"이건 책에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오래된 법칙이야."

"그렇다면 규정 제1항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앨리스가 따져 물었다.

왕이 하얗게 질리더니 서둘러 책을 덮었다. 그러고는 배심원들을 향해 조금 떨린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평결을 내려라."

그때 하얀 토끼가 펄쩍 뛰며 말했다.

"폐하! 아직 증거가 남아 있습니다. 방금 이 종이를 발견했습니다."

여왕이 물었다.

"거기에 뭐라고 적혀 있느냐?"

하얀 토끼가 말했다.

"아직 열어 보진 않았으나 죄인이 쓴 편지 같습니다."

왕이 말했다.

"틀림없이 그렇겠구나. 누군가에게 쓴 게 아니라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지."

한 배심원이 물었다.

"누구한테 보내는 건가요?"

하얀 토끼가 말했다.

"누구한테 보내는지는 쓰여 있지 않습니다. 편지의 겉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얀 토끼가 종이를 펼치며 이어 말했다.

"편지가 아니고 시구절입니다."

또 다른 배심원이 물었다.

"죄수의 필체가 분명합니까?"

"아닙니다. 그런데 그 점이 정말 이상하네요."

하얀 토끼가 대답했다. (배심원들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분명 다른 사람의 글씨를 흉내 낸 것이겠지."

왕이 말했다. (배심원들의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카드 잭이 말했다.

"폐하! 저는 정말 쓰지 않았습니다. 제가 썼다는 증거가 어디 있습니까? 제 서명도 없지 않습니까!"

"서명을 하지 않았다면 더 큰 죄다! 나쁜 속셈이 없었다면 정직하게 서명을 했을 게 아니냐!"

갑자기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날 왕이 처음으로 현명한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유죄가 입증되었다."

여왕이 말했다.

"그런 것이 증거가 될 수는 없어요. 무슨 글이 쓰여 있는지 내용도 알지 못하잖아요."

앨리스가 말했다.

"그럼 일단 읽어 보거라."

왕이 말했다.

하얀 토끼가 안경을 쓰며 물었다.

"폐하! 어디서부터 읽을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라."

왕이 근엄하게 말했다.

하얀 토끼가 다음과 같이 읽어 내려갔다.



그들은 네가 그녀에게 갔고

그녀에게 내 얘기를 했다고 말했네.

그녀는 나에 대해 칭찬했지만

나더러 수영은 못 한다고 말했네.

그는 내가 떠나지 않았다고 그들에게 말했네.

(우리는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안다네.)

그녀가 그 문제를 계속해서 들먹이면

당신은 어떻게 될까?

내가 그녀에게 하나를 주었고

그들이 그에게 두 개를 주었네.

너는 우리에게 세 개 이상을 주었네.

그들은 그에게 갔던 것들을 네게 전부 돌려주었네.


그것들이 전에는 다 내 것이었네.

나 또는 그녀가 이 일에 끼어든다면

그는 네가 그들을 풀어 줄 거라고 믿겠지.

우리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내 생각으로는 네가

(그녀가 그토록 발작을 일으키기 전에는)

그와 우리, 그리고 그것들 사이의

장애물이었네.


그녀가 그것들을 가장 좋아했다는 사실을

그에게 알리지 마.

왜냐하면 이것은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너와 나만의 비밀이니까.



"이제껏 들은 것 중 가장 중요한 증거로구나. 이제 배심원들은......."

왕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앨리스 말했다. (앨리스는 키가 많이 커져 있었으므로 왕의 말 중간에 끼어드는 것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이 시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6펜스를 주겠어요. 제가 보기에 이 시는 아무런 뜻도 없는 것 같아요."

배심원들은 앨리스의 말을 석판에 써 내려갔다.

'그녀는 이 시가 아무런 뜻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도 시에 대해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왕이 말했다.

"이 시가 아무런 뜻이 없다면 더 이상 의미를 찾지 않아도 되니 수고를 덜었구나, 하지만 아직 모르는 일이야."

왕은 무릎 위에 시를 펼쳐 두고 한쪽 눈으로 유심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내가 보기엔 무슨 뜻이 숨어 있는 것 같아. 나더러 수영은 못 한다고 말했네. '특히 이 부분이 말이야. 너! 수영할 줄 모르지?"

잭이 슬픈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제가 수영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십니까?" (카드 잭은 온몸이 종이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당연히 수영을 할 수 없었다.)

"좋아, 지금까지는 문제가 없어."

왕은 다시 시를 보며 중얼거렸다.

"우리는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안다네.'

이 구절에서 우리는 배심원을 말하는 것이고,

'그녀가 그 문제를 계속해서 들먹이면.'

이것은 여왕을 얘기하는 거야.

'당신은 어떻게 될까?'

그렇지!

'내가 그녀에게 하나를 주었고 그들이 그에게 두 개를 주었네.'

흠, 그래 저 녀석이 타르트를 훔친 범인임을 나타내는 구절이 틀림없어."

앨리스가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에게 갔던 것들을 네게 전부 돌려주었네.'라고 하잖아요."

"저기, 저게 안 보이나?"

탁자 위에 놓인 타르트를 가리키며 왕이 말했다.

"그래, 저기 있군. 저것만으로도 증거는 충분해. 그럼 계속해 보지. 그런데 '그녀가 그토록 발작을 일으키기 전에는'이라고 쓰여 있는데, 여보, 당신이 발작을 일으킨 적은 없지 않소?"

왕이 여왕에게 말했다.

"결코 그런 적 없어요."

여왕이 화를 내며 도마뱀 빌에게 잉크병을 내던졌다. (불쌍한 빌은 석판에 손가락으로 글을 쓰는 것도 그만두고 있던 차에 잉크가 얼굴로 흘러내리자 그 잉크로 다시 기록을 시작했다.)

"그래요. 그렇다면 이 구절은 당신하고 어울리지 않는구려."

왕이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법정을 둘러보며 말했다. 법정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농담한 것이다."

왕이 성난 목소리로 덧붙였고, 그제야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왕이 그날 하루만 스무 번은 외쳤던 말을 했다.

"평결을 내려라!"

"아니, 아니야. 선고를 먼저 내리고 평결은 아중이야!"

여왕이 소리쳤다.

"선고를 먼저 내리다니 말도 안 돼요!"

앨리스가 큰 소리로 외쳤다.

"입 다물어!"

여왕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싫어요!"

앨리스가 대꾸했다.

"저 애의 목을 쳐라!"

화가 난 여왕이 목청 높여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앨리스가 말했다.

"당신 말에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요? 겨우 종이 카드인 주제에!"

(이제 앨리스는 본래의 키로 돌아와 있었다.)

이 말과 동시에 모든 카드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앨리스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앨리스는 놀라 소리를 지르며 손으로 카드를 막으려고 하다가 문득 자신이 언니의 무릎을 베고 언덕 위에 누워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언니는 앨리스의 얼굴 위로 떨어져 내린 낙엽을 살며시 쓸어내리고 있었다.

언니가 말했다.

"이제 그만 일어나! 앨리스. 무슨 잠을 이리도 오래 자는거니?"

"아! 정말 이상한 꿈이야!"

앨리스는 언니에게 이상한 꿈 이야기를 기억나는 대로 이야기했다.

언니는 앨리스에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정말 이상한 꿈이구나! 이제 차를 마시러 가야 할 시간이야. 시간이 늦었어. 뛰어!"

앨리스는 일어나 달리며 생각했다.

'정말 이상한 꿈이었어.'

하지만 언니는 앨리스가 일어나 간 뒤에도 턱을 괴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귀여운 동생 앨리스와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 이야기를 생각하다 자신도 모르게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동생 앨리스의 꿈을 꾸었다. 앨리스는 깍지 낀 작은 손으로 언니의 무릎을 껴안고 눈을 반짝이며 언니를 바라보았다. 앨리스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리고 얼굴로 흘러내린 머리를 넘기려고 머리를 살짝 흔드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귀를 기울이자 앨리스의 꿈에 등장한 이상한 동물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그들의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아니, 꼭 들리는 것만 같았다.

하얀 토끼가 황급히 뛰어가자 길게 자란 풀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그 소리에 깜짝 놀란 생쥐가 웅덩이를 찾아 뛰어들었다. 삼월 토끼와 그의 친구들이 차를 마시느라 찻잔을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고 사형 선고를 쉴 새 없이 내리는 여왕의 날카로운 목소리도 들려왔다.

돼지가 된 아기가 공작 부인의 무릎에서 재채기를 해 댔고 그 주위에서는 접시들이 날아와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핀이 외치는 소리, 도마뱀이 석판에 연필로 끽끽거리며 긁적이는 소리, 기니피그가 진압당하며 꺽꺽대는 소리, 가짜 거북이가 서글피 흐느끼는 소리가 주변을 가득 메웠다.

언니는 눈을 감고 앉아서 자신이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눈만 뜨면 모든 것이 지루한 현실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바스락거리는 풀잎 소리는 바람이 내는 소리이고 웅덩이가 일렁이는 것은 갈대가 흔들리기 때문이고 달그락거리는 찻잔 소리는 양 떼의 방울 소리일 테고 여왕이 외치는 소리는 양치기 소년의 목소리일 것이다. 아기의 재채기 소리, 그리핀의 외침과 다른 모든 소리는 바쁜 농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로 바뀔 것이리라. 가짜 거북이의 서글픈 흐느낌은 멀리서 들려오는 소 울음소리가 되겠지.

마지막으로 앨리스의 언니는 예쁜 숙녀로 자란 앨리스를 상상해 보았다. 아마 앨리스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천진함, 그리고 사랑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리라.

어린아이들을 모아 놓고 자신이 경험한 이상한 나라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더 반짝이게 할 것이다. 또한 어린 시절의 행복한 여름날을 회상하며 아이들의 슬픔도 즐거움도 함께 나눌 것이다.


추천 (1) 선물 (0명)
IP: ♡.252.♡.103
뉘썬2뉘썬2 (♡.169.♡.51) - 2023/12/16 15:32:18

ㅈㅣ루한 현실을 잠깐벗어나 어른아이 모두 읽을수잇는 고전동화를 읽어보는것도
재밋어요.

어쩌면 우리가 살고잇는 세상도 이상한나라속에서 여행하는거나 마찬가지죠.이해
할수 없는일 예측불가의 일들이 종종 일어나니깐요.

단차 (♡.252.♡.103) - 2023/12/16 15:34:37

묘한 일이 은근히 있어요. 살다보면 이 세상에 미스테리가 있다는걸 느끼는 순간이 있어요.

23,512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나단비
2024-01-29
1
97
나단비
2024-01-29
0
91
나단비
2024-01-28
0
120
나단비
2024-01-28
0
111
나단비
2024-01-28
0
130
나단비
2024-01-28
0
134
나단비
2024-01-28
0
107
나단비
2024-01-27
0
140
나단비
2024-01-27
0
80
나단비
2024-01-27
0
96
나단비
2024-01-27
0
101
나단비
2024-01-27
0
100
나단비
2024-01-26
0
112
나단비
2024-01-26
0
97
나단비
2024-01-26
0
110
나단비
2024-01-26
0
98
나단비
2024-01-26
0
114
나단비
2024-01-25
0
138
나단비
2024-01-25
0
114
나단비
2024-01-25
0
136
나단비
2024-01-25
0
82
나단비
2024-01-25
0
87
나단비
2024-01-24
1
136
나단비
2024-01-24
1
120
나단비
2024-01-24
1
129
나단비
2024-01-24
1
140
나단비
2024-01-24
1
182
단밤이
2024-01-23
0
107
단밤이
2024-01-20
0
161
단밤이
2024-01-20
0
107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