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가까이 5ㅡ운동화를 사주다

뉘썬2뉘썬2 | 2023.12.15 06:07:41 댓글: 3 조회: 308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29504

5



양배추케첩 샌드위치를 만들어줫더니 주완이가 큰 케첩방울을 티셔츠에 흘렷다.갈아입을지말지 잠시
고민하더니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는 자기방으로 갓다.나도모르게 따라 일어섯다.

옷갈아입는데 너는왜와?”

방구경하게.한번도 못봣으니까.”

별거없어.”

그러나 별것이 잇엇다.가구가 거의없는 방은 온벽이 메모로 뒤덮여잇엇다.나는 메모판도아닌 메모벽
을 마주하고는 눈을떼지 못햇다.내손이 닿지않는 높이에서 무릎아래까지 덕지덕지 이면지가 붙어잇엇
고 영어가 반이엿다.


A4
한장에 빼곡ㅎㅣ 작은글씨로 쓴것도잇고 대충뜯은 종이에 단어하나만 쓴것도잇엇다.때로는 하나의
메모지와 다른메모지가 거칠게그은 마커선으로 이어져잇기도 햇다.잘그렷다고는 말할 수 없는 스케
치들도 적지않앗다.내가모르는 도시의 풍경도 잇엇고 동물들도 많앗다.

이러면 안혼나?”

다음번에 벽칠할 때 없애면되지.”

예쁘게라도 좀 해놓지.너 포스트잇이라는 위대한 발명품을 모르니?”

주연이가 하도 이면지를 많이 만드니까.학교숙제 한다고.”

무슨내용이야?이어지는 내용ㅇㅣ야?”

그렇기도하고 아니기도하고.다른사람은 봐도몰라.”

돌아보니 내가 메모벽을 보고잇을 때 주완이는 이미 옷을 갈아입은 상태엿다.편한척하고 잇엇지만
편할리가 없엇다.주완이가 안절부절못하든지 어쩌든지 이번엔 옷걸이쪽을 탐색하기 시작햇다.다양
한톤의 무채색 옷들이 걸려잇엇다.흰색부터 시작해서 검은색으로 끝낫는데 대개는 회색이엿다.
색이 따뜻해졋다가 차가워졋다 밝아졋다가 어두워졋다 할뿐이엿다.

왜다 이런색이야?”

신경안써도 아래위로 맞춰입기 편하니까.”

나는 티셔츠를 한장한장 넘겻다.한사람의 티셔츠 컬렉션은 그사람에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려주
는가.주완이의 티셔츠중엔 탐나지 않는 것이 없엇다.언뜻 똑같아보이던 회색티들이엿는데 각기 촉
감이 다르고 품이다르고 세련된 디테일이 잇다는걸 깨달앗다.심지어 가슴께에 조그만 해골마크가
잇는 티셔츠도 발견햇다.언젠가 그티셔츠를 훔쳐야지 결심햇다.


아마 달라 그랫으면 줫을텐데 그런 간지러운 요구는 할수없엇다.입던 티셔츠를 주고받는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친밀감이 필요하고 우리의 친밀감에대해 입밖으로 꺼내말해도 될까 확신이 들지않앗다.


그날 돌아와서 나도 메모벽을 만들엇다.도배한지 십년은 되엿으니 뭘해도 크게 혼나지는 않을 것
같앗다.하지만 막상 뭘쓰거나 붙이려니 소심해졋다.일단 하주네랑 본 영화제목들을 정리하기로햇
.제목을 써놓으면 기억이 날테고 그럼 소장한것이나 다름없을거라고 말이다.’태양은 가득히
철썩 붙이면서도 나는내가 주완이를 따라하고 잇다는 것에대해 별로깊이 생각하지 않앗다.


뭘 겹겹이 붙여도 주완이의 것처럼 부글부글한 느낌은 나지않앗다.막 태여나려는 아이디어들의 위
험한 느낌같은건 없엇다.불온한 생명력으로 메모들이 깃털처럼 비늘처럼 늘어선 방향을 바꾸던 주
완이의 벽을 촬영하고싶다.주연이가 그문을 열어준다면.방이 그대로라면.


하지만 나는 그메모들이 사라졋을것을 안다.



0015.MPEG


아빠가 컴퓨터앞에 앉아잇다.오래되고 느린 컴퓨터다.화면에 펼쳐져잇는 것은 구글지도.


나 ㅡㅡ아빠뭐해?

아빠 ㅡ땅 찾아봐.

나 ㅡㅡ무슨땅?

아빠 ㅡ우리땅.

나 ㅡㅡ우리땅잇어?

아빠 ㅡ북쪽에.다행이다,무슨 폐기물 처리소를 지엇다더니 우리땅 아니네.

나 ㅡㅡ그게무슨 우리땅이야.

아빠 ㅡ또모르지.나중에줄지.

ㅡㅡ에에이이.

ㅡㅡ



창용오빠랑 덕이동에 운동화를 사러갓엇다.파주에 화려한 아웃렛들이 들어오기전에는 덕이동이
최고엿다.지금도 어쩐지 덕이동이 더좋다.번드르르한 아웃렛 건물들보다 슬레이트가 이어지는
풍경이 편한것이다.

어떤거사게?”

창용오빠가 물엇다.인영언니는 함께하지 않앗다.여전히 내걱정을 하고잇으며 동의할수 없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햇는지도 몰랏고 아니면 그냥정말 바빳을수도 잇다.

걘 회색 좋아하던데.그런데 신발까지 회색이면 좀 그럴것같기도 하고요.”

결국 고른 것은 네이비바탕에 빨간로고가 들어간 나이키 코르테즈와 크림베이지 바탕에 초록삼
선이 들어간 아디다스 슈퍼스타엿다.둘중 어느쪽르로든 도저히 좁혀지지 않앗다.나도 창용오빠
도 우유부단한데가 잇어 한참을 그러고잇으면서 역시 인영언니가 왓어야 햇다는것에만 서로동
의햇다.


결국 주연 이에게 전화를 걸엇다.

잇잖아.”

왜그렇게 쑥스럽고 말하기 힘들엇을까.주연이는 어차피 다알고잇엇는데 말이다.

하주 운동화를 하나 사주고싶은데 이제슬슬 발가락도춥고.”

.”

두개를 골랏는데 뭘사야할지 모르겟어.”

말해봐.”

주연이는 슈퍼스타를 골랏다.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엿다.

오빠 산책좀 자주시켜.”

마치 레트리버 한마리를 맡기는듯한 말투엿다.그런 무심함으로 우리둘을 내버려둬주엇던 것이
.


주완이는 굉장히 기뻐햇다.처음 받아들고는 뭐대단한걸 받은것처럼 스티치 하나하나 밑창의빗
금 하나하나를 살피더니 마음에 든다고햇다.그흔한 모델의 운동화를 그렇게 구석구석 뜯어보기
도 힘들것 같앗다.바로 마음에 든다고 말하는것보다 신빙성이 느껴지긴햇다.운동화 끈을 세번
쯤 끼웟다 풀엇다 조엿다 느슨하게햇다 하더니 그날저녁내내 실내에서 신고잇엇다.



소파와 침대위에 운동화를 신고올라가 잇는 모습이 외국인 같앗다.당시 내 용돈 사정을 고려해
도 그다지 비싼 운동화는 아니엿는데 에어라도 좀 들어간걸 사줫으면 나는 시늉이라도 햇으려
나싶다.


신고나가자.”

싫어.”

실내화도 아니고.”

실내화야.”

!”

내일.”


그렇게 일주일이갓다.그이상은 나도 기다려주지 않앗기 때문에 결국 운동화엔 흙이묻엇다.아무
리 조심히 디뎌도 묻을 수밖에 없엇다.그걸또 헌칫솔로 털고앉아잇는 모습이 궁상맞아서 또 사
줄테니 그러지말라고 햇지만 말을 듣지않앗다.


새거 티나는건 촌스럽다며?적당히 낡고 몸에익은게 좋다며?”

그래도 운동화는 하연쪽이좋아..”

다음번에 사줄때는 갈색이다.밑창까지 모조리.”

나는 기쁘면서도 신경질을 냇다.


그무렵 우리가 햇던 것은 산책이라기보다는 개들을 쫓아다니는 것에 가까웟다.텁텁이는 나이가
많이들어서 점점 확연히 몸이 안좋아졋고 작은개는 아무래도 새끼를 가진 것 같앗다.


아빠가 누구지?”

큰개아니면 누렁이겟지.”

의외로 집에서 키우는 개들이나 다른동네 개일수도잇어.”

태여나봐야 알겟네.”


텁텁이와 작은개만이라도 머물게 하고싶엇다.삭막한 시멘트 마당에라도.하지만 개들은 약속이
라도 한듯이 결코 머물지않앗다.저는다리와 늘어진배를 끌고 느리게라도 돌아댜녓다.


진짜 이상하지않아?주인한테 보살핌 받으면서 한곳에 사는걸 왜거부하지?”

자기들끼리 좋다는데 어떡하겟어.다시 늑대가 되고싶은걸까?”


그래서 우리도 걔들을따라 멀리멀리 걷곤햇다.그렇게 걷다보면 흙먼지로 신발도 바짓단도 더러
워졋다.부츠컷의 바지들은 지금보다 길어서 더그랫다.주완이는 운동화가 원래색으로 회복될 가
능성이 아주사라진 다음에도 돌아오면 바로 못쓰는 칫솔로 흙을 털어냇다.궁상스럽고 귀엽고
그랫다.


어느날은 운동화 끈으로 땋아만든 팔찌를 내밀엇다.

이거뭐야?”

여분끈 안쓸거같아서 만들엇어.”

내가 학교에가고 없는시간 하주가 혼자 운동화끈을 꼬고잇엇을걸 생각하니 웃음이낫다.굳이 묻
지는 않앗지만 여분끈은 두개니까 하나더 만들엇을텐데 그럼 커플팔찌네 나는귀가 뜨거워졋다.

귀가 뜨거워진날은 후드를 쓰고잣다.비밀이 새여나가지 않도록 머릿속의 따뜻한 공기가 그대로
머물도록.

왕가위 주간이엿다.왕비가 춤을추고 잇엇지만 온몸의 신경섬유 다발이 옆으로 옆으로만 쏠렷다.
작은 화살표들처럼 주완이를 가리키고 잇엇을거다.

너 저배우랑 좀닮앗다.”

하도 말도안되는 말을해서 기가막혓다.내가 팩하고 움직이는 바람에 주완이가 사레들려 삼키기
직전의 웰치스포도주스를 그대로 뿜엇다.

아끼는 티셔츠인데.”

그러게 드럽게 왜뿜어.”


그ㄸㅐ나는 갑자기 신사임당이라도 씐듯 가위를 달라고햇다.그러곤 조심스럽게 심장형태로 티
셔츠를 뚫엇다.하트모양으로 뚫은게아니라 정말 좌심장 좌심실 우심방 우심실을 나누어 오려냇
.그그렇게하면 웃길 것 같앗고 막상해보니 꽤 그럴싸햇다.


포도주스가 물든부분이 하나도 남지않게 하주가 입고잇는 그상태로.어떤부분이 남고 어떤부분
이 떨어져나가야 하는지 보엿다.포도주스 냄새가나는 입김이 앞머리에 와닿앗다.피부가 조금만
얇앗으면 형편없이 빨개졋을지도 모른다.

“..겹쳐입으면 예쁘겟네.”

주완이가 좋아하는 사이 나는 가위를 내려놓지 않은채 주완이에게 키스햇다.내가 햇다기보다는
내안의 작은 화살표들이 눈깜짝할사이에 저지른 짓이엿다.가위 때문에 주완이는 더 움직일수
없엇을것이다.웰치스와 왕비를보면 늘 첫키스가 떠오른다.


다행히 웰치스와 왕비는 그렇게 자주 마주치지 않는다.왕비는 이제 왕페이로 불리는ㄷㅔ 그럼
난또 카우보이 비밥의 페이 발렌타인을 생각하고만다.페이라는 이름을가진 여자는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주완이는 그때가만히 내어깨를 잡앗다.그리고 내가 키스할 수 없는 각도로 고개를 틀엇다.생각
해보면 느리게 밀어낸것도 같다.내가 막 상처받기전에 하주가 말햇다.

..맬펑션해.(malfunction)”

불행히도 영어단어를 열심히 외우지 않앗던나는 말풍선이 뭐어쨋다는건지 혼란스러워졋다.

망가졋어.제대로 기능하지않아.나빠.너한테 나쁠거야.”

번역기처럼 말하는 주완이의 눈이가까웟다.십오센티만 더멀엇으면 보지못햇을거다.나는 그눈
안에서 나를 거부하는 어떤것도 찾지못햇고 오로지 어떤 가까스로의 절제만을 보앗으므로 두
손을 털어내며 두번째 키스를햇다.

엄마말이 맞앗다.남자애랑 단둘이 잇으면 위험하다.남자애가 아니라 내가 위험햇다.

돌아오는길에 수미동생 수호를 만낫다.고등학생이 돌아다니기에 늦은시간은 아니엿지만 초등
학생이 돌아다니기엔 늦은시간이엿다.학교에서 돌아와 가방도 풀지않은듯 그대로 메고잇엇다.
그런 수호에게 먼저 말을 걸엇던적은 원래없엇지만 그날나는 지나치게 흥분한 상태엿다.

집에안가?너네누나 집에잇어?”

수호는 들은척도 하지않고 그대로 지나갓는데 잠시 저자식이 싶엇지만 저것도 재주다하고 두
번 말걸지는 않앗다.그렇게 가까이서 말을 거는데도 표정하나 바꾸지 않을수잇으려면 연습이
필요하다.나는 수호가 겪엇을 그연습과정을 상상하고싶지 않앗다.


어차피 수미에게 정말로 전화할건 아니엿다.누구에게 막말하고 싶엇지만 마음만 그랫을뿐 할
수없을걸 알앗다.주연이에게도 수미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이엿으니까.한다면 송이엿겟지만 단
축번호에 손가락을 얹고도 누르지못햇다.


젤리같던 키패드가 잠겻다 올라올때의 소리와 그위에 돋을새김된 숫자들의 미미한 감촉을 모
두 기억한다면 아무래도 그기억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겟다.




0016.MPEG


내가쓰는 가위들을 찍는다.접사로 초점을 바꿔가며.문방구가위,왼손용가위,세라믹가위,펑킹가
,눈썹용가위,재단가위,무쇠가위,손톱가위,독일가위,미국가위,일본가위,수술용가위,쪽가위,
미용사용가위.

나 ㅡ(내레이션)이백만원어치의 가위들.

이어지는 클립은 내가 가위를쓰는 모습들.나는 오리고 찍고 파내고 조각내고 찢고 비틀고 조이
고 문지르고 찌르고 끊는다.


나 ㅡ(내레이션)그러니까 나는 그날 첫키스를 햇을뿐아니라 손에감기는 도구하나를 발견한것
이다.그전에나는 내가 가위를 그런식으로 다룰수 잇다는걸 전혀 알지못햇다.공포영화 세트에서
가위로 열심히 커튼하나를 손본후로 사람들이 나를 뒤에서 가위년이라고 부른다는걸 나중에
알앗다.멸칭이지만 사납게 들리는건 마음에 들엇다.

ㅡㅡ



목가적인 풍경이나 사랑스럽고 온화한 실내같은것도 잘 작업할수 잇는데 어째선지 자극적이고
어두운 내용의 영화들이 연이어 들어왓다.최근에 맡앗던 영화는 두자매가 나오는 심리스릴러
엿는데 내용인즉슨 무른성격탓인지 꼬이는 남자마다 질이 좋지않은 언니를위해 국민여동생의
계보를 잇고잇는 배우가 동생역을 맡아 아기 같은 얼굴로 잔혹한 복수를 해댄다는것이엿다.



언니는 지금껏 자기를 학대햇던 남자들을 순수한 기억으로 남아잇는 첫사랑이 몰래 해치운줄
알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그게 여동생짓인걸 깨닫는다.자매는 영화종반부에 극적인 대면을
하게되는데 바로 이장면 촬영을 앞두고 감독이 무리한걸 요구해왓다.

손이필요해.”

손이요?”

대본을보니 언니의 추궁에 동생이 냉동고속에 얼어잇는 자기가 마지막으로 죽인남자의 손을
꺼내 먹는다고 되여잇엇다.

아이..이런건 특수분장회사에 외주주셔야죠.저진짜 잘하는회사 사장님이랑 친해요.잘말씀드
려볼게요.”

피칠갑을 원하는게 아냐.알잖아 우리영화 분위기.실루엣이면돼.구체적으로 내가원하는건 셔
벗 같은 느낌이야.아삭아삭 반얼음 소리를내면서 먹어야하거든.자기가좀 직접 만들어줘.아차피
어둡게 찍을거라 잘안보여.소리만좀 신경써주면돼.”

어떻게해도 사람손에서 그런소리 안나죠.그냥 소리입히세요.그보다 얼리면 단단해서 못먹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그런건 영화적으로 좀 용인되지 않겟니.셔벗으로 부탁해.”


결국 예산을 아끼려는게 아닌가.셔벗 좋아하시네 셔벗은무슨 얼어죽을 셔벗이야 욕을하면서
만들어야햇다.파티용품 가게에서 파는 고무손 윗부분을 뜯어내 색소를 입힌 얼음가루와 시럽
으로 채우고 펙틴으로 덮엇다.진하게 칠하고 손톱밑을 더렵혓더니 그럭저럭 손같아 보엿다.
우는 감독의 요구대로 정말 셔벗소리를 내면서 손을먹고는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대사를
햇다.

언니 내가미워?”


스태프들이 카메라 이쪽에서 입모양으로 대답햇다.아니 안미워.미울리가.나는 그런 스태프들
을 보며 단체로 폭주해버렷다고 생각햇지만 만족스러운 장면이기는햇다.여분으로 만들어놓은
손몇개는 쓰일일이없이 오케이가낫다.다시 이딴거 나한테 시키기만 해봐라.매번 독을품지만
닥치면 또 하게된다.

배우가 손을 내려놓으며 단맛이네하고 중얼거리는걸 들엇ㄷㅏ.달지그럼.단걸로 만들엇으니.

예상한대로 배우의 주가는 높아졋지만 아무리 좋게 꾸며도 인육을먹는 장면이 들어갓으니 작
품자체가 흥행에 성공할리는 없엇다.


감독들과는 늘 별로 사이가 좋지않앗다.나쁘다는건 아니고 애틋하지 않다는 의미에서다.감독
들이 대부분은 함께 지내기 매우힘든 사람들이여서도 그렇지만 내가 권위에 별로 반응하지않
는 타입인게 더컷다.


좋은어른은 좀처럼 권위를 내세우지않고 나쁜어른은 내세울 권위가없다.그러니 원활이 작동하
는 권위란건 좀처럼 목격하기 어렵고 그런의심으로 나는 어른을 감독을 무서워하지 않앗다.


다른나라는 어떤지 몰라도 우리나라의 수직적인 구조에서 감독들에대한 나의 냉랭한 태도는
다른 스태프들에게 호감을 살정도엿다.굽히는 사람이 아니다.아부하는 사람이 아니다.실력으
로만 승부하는 사람이다.그런 평판을 얻엇다.사실그건 여차하면 그만두고 엄마랑 할머니밑에
기여들어야지 하는 건성의 마음때문이엿지 실력이랑은 별로 상관없엇다.



어차피 영화해서 나오는돈은 너무적어서 뒤늦게나마 받을때마다 콧웃음이 나왓다.떼이지만
않으면 다행인 그런돈 때문에 안그래도 매머드만한 감독들의 에고를 더 키워주긴 싫엇다.
사람쯤 아부를 안해줘야 덜 쿵쾅거린다.


거짓된 평판이란건 거품을끼고 데굴데굴 몸을키워서 어느새 경력이된다.남들도 다그렇게 지
내는것 같아서 나도 가만잇엇다.정말로 실력파인것처럼.


언젠가는 함께 작업한 감독에게 이런얘기를 들은적도 잇다.


추악한것에서 눈을 피하지않는 그런느낌이 잇어.자기가 해놓은걸 보면말이야.누구한테 배웟
?”

당신으로부터.

세계로부터.

그렇게 대답하고 싶엇지만 그냥말앗다.감독들이 못나봣자 더나쁜 악당들은 따로잇엇다.당신
이나 나나 이진창에 같이잇지 생각하며 말을줄엿다.


어째서 나만 평범한 회사원이 되엿을까?”

언젠가의주말 나와 주연이와 민웅이만 잇을때엿다.주연이가 그렇게 말햇다.내어깨에 기대며
너는 좀 재밋어보여하고.

너도 재밋어보여.똑똑한 사람들 만나는거 아냐?”

나대신 민웅이가 주연이를 위로햇다.


그래 글로읽엇던 사람들 실제로 만난다는거 좋을거 같은데.”

나도 보탯으나 주연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엇다.”

책만 읽는게 훨씬나아.실제로 만나면 영별로야.”

그런 영화계 사람들도그래.다리나 달달떨고 입술에 담배를 덜렁덜렁 달고잇고 양아치들이 더
많아.”


저자들은 죽은저자가 제일좋고 해외저자가 그나마 견딜만한 것 같아.해외저자들도 굳이 한국
온다고 하지않앗으면 좋겟어.멀리서 좋아하게.책이 사람보다 나은거야 당연한 일이겟지만 기
대햇는데 만나보니 시들시들한 음담패설이나 해대면 추접스럽지.”

요즘세상에 음담패설을 해?”

리비도가 입에만 몰려가지구 아슬아슬한 선위에서 어떻게든 해보려 하더라고.”

리비도가 뭐야?어디서 많이듣긴 들엇는데.”



민웅이가 커다란 입으로 웃으며 물엇다.주연이는 엎드린채로 설명을 하려다가 귀찮앗는지 검
색해보라는 손동작을햇다.민웅이가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엿다.


아 재밋네.입으로 시끄러운 인간들 까보면 별것없지.”

나불대게 하는건 아마 열등감일거야.”

셋다 고개를 끄덕엿다.


뭔가될줄 알앗어.”

하주의 한쪽 눈꺼풀이 바르르 떨렷다.알려진바와 달리 무기질 부족때문이 아니라 스트레스 때
문이라고 한다.


?”

이거말고 다른거.경멸하지도 받지도 않아도 되는거.”

그래도,”

여전히 옛날처럼 빛나는 미소로 민웅이가 말을이엇다.

뭐가될줄 알앗는데 젤안된 놈은나지.”


빨리 리액션을 햇어야하는데 나도 주연이도 늦엇다.뭔가 덧붙이긴 햇지만 타이밍이 완전히 늦
어버렷다.




0017.MPEG



삼각대를 받쳐놓고 가게옥상에서 오후의 습기를 찍는다.구름의 움직임,갈대의 흔들림,지나가
는 새떼..그런 흔하디흔한 풍경을.


나 ㅡ(내래이션)이런 풍경들은 오래찍어서 빨리 돌리면 꽤 그럴듯해 보이지않을까.습지의 끄
트머리에 대형 아웃렛이 생긴뒤로 습지가 예전만 못해 아쉽다.친환경 시공을 햇다고는 하는데
그럼에도 알기어려운 어떤변인을 건드리고 만 것이 틀림없다.독한모기들 때문에 습지가 지겨
울때도 잇엇지만 그렇다고 시들어버리길 원한것도 아니엿다.

ㅡㅡ



만약에 이유진이 그계절에 파주에 오지않앗더라면 이후의 일들도 벌어지지 않앗을까?

그날 이유진은 우리와함께 하교햇다.정확히는 민웅이와 함께엿지만 어쨋거나 한차를탓다.수미
는 그날 버스를 타지않앗다.송이가먼저 귀띔을 햇기 때문에 쇼핑몰에 들럿다가 한시간뒤 다음
차를탓다.


처음엔 나들이라도 하러가는듯한 들뜬 분위기가 나와송이,주연이에게까지 못마땅하게 밀려왓
지만 교통정체와 더불어 창밖의 풍경이 기대햇던것과 다르게 흘러가자 이유진의 어깨가 굳는게
보엿다.뒤에서 봣으니까 얼굴은 모르겟고 어깨가 굳어갓다.가늘고곧은 발레리나 같은 어깨가.


민웅이는 무슨생각이엿을까.사과를 다따고난 과수원은 별로 아름다울 구석이 없엇다.사과가 달
려잇을때도 그렇게 근사한 풍경이 아니엿다.나중에 폭풍의언덕을 읽엇을 때 나는 그모든 이야
기를 파주를 배경으로 떠올렷는데 위화감이 없엇다.그러니까 아마 이유진은 다른사람의 이야기
라면 몰라도 자기이야기로는 삼고싶지않은 세계로 발을디딘 느낌이엿을것이다.

추천 (1) 선물 (0명)
이젠 너의뒤에서 널 안아주고싶어
너의모든걸 내가 지켜줄께

넌 혼자가아냐. 내손을잡아
함께잇을께
IP: ♡.169.♡.51
단차 (♡.252.♡.103) - 2023/12/15 20:04:26

간질간질한 첫사랑 아니면 짝사랑하는 느낌이네요. ㅋㅋ
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 닮고 싶어지더라고요.

뉘썬2뉘썬2 (♡.169.♡.51) - 2023/12/16 05:56:52

좋아하면 닮아가요.

배우는족족 내것으로 만들라-논어 ㅋㅋ

단차 (♡.252.♡.103) - 2023/12/16 07:17:02

네. 배우는 것도 많죠. ㅋㅋ

23,512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나단비
2024-02-04
2
119
뉘썬2뉘썬2
2024-02-04
2
252
뉘썬2뉘썬2
2024-02-04
2
221
춘스춘스밤밤춘스춘스밤밤
2024-01-31
0
255
춘스춘스밤밤춘스춘스밤밤
2024-01-31
0
142
나단비
2024-02-03
3
534
나단비
2024-02-03
2
144
나단비
2024-02-03
2
102
나단비
2024-02-02
2
103
나단비
2024-02-02
2
136
나단비
2024-02-02
2
112
나단비
2024-02-02
2
131
나단비
2024-02-02
2
113
나단비
2024-02-01
2
117
나단비
2024-02-01
2
131
나단비
2024-02-01
2
137
나단비
2024-02-01
2
146
나단비
2024-02-01
2
100
나단비
2024-01-31
2
118
나단비
2024-01-31
2
119
나단비
2024-01-31
2
107
나단비
2024-01-31
1
108
나단비
2024-01-30
1
130
나단비
2024-01-30
1
198
나단비
2024-01-30
1
125
나단비
2024-01-30
1
107
나단비
2024-01-30
1
112
나단비
2024-01-29
1
124
나단비
2024-01-29
1
90
나단비
2024-01-29
1
104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