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1부 5~6

나단비 | 2024.01.24 07:15:03 댓글: 0 조회: 131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2695
제5장
 
 
 
롱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한 집안이 살았는데, 베넷 가족은 그 식구들과 절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윌리엄 루카스 경은 예전에 장사를 했는데, 상당한 재산을 모았을 뿐 아니라 읍장으로 있을 때 국왕에게 추천되어 기사 작위를 받는 영예도 안았다. 그 일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다. 장사하는 게 싫어졌고 시장통 같은 작은 마을에서 거주하는 것이 싫어졌다. 장사를 접어버리고 롱본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곳으로 가족을 데리고 옮겨갔으며, 거기서 자기 자신의 새로운 지위를 느긋하게 즐기면서 장사에서 해방되어 고고한 사람으로 행세하고 있었다. 신분이 격상되기는 했지만 거만하게 굴지는 않았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굴었다. 본래 악의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국왕을 알현한 뒤로는 더욱더 남들에게 선량하게 대했다.
부인인 루카스 여사도 선량한 사람이었는데 영리하지는 못했고 베넷 여사와 가깝게 지냈다. 루카스 부부는 자식을 몇 두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나이 많은 샬럿은 교양 있고 영리한 스물일곱의 처녀로 엘리자베스와 가까운 사이였다.
루카스 집안의 딸들과 베넷 집안의 딸들이 무도회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당연했다. 무도회가 열린 다음 날 아침에 루카스 집안의 딸들이 롱본으로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베넷 여사가 샬럿에게 말했다. “샬럿, 너 엊저녁에 시작이 좋았었지? 빙리가 널 첫 번째 춤 상대로 찍었잖아?”
“그랬었죠. 그치만 그 사람은 두 번째 찍은 사람을 좋아하는 거 같았어요.”
“아, 제인 말이구나. 빙리가 제인하고 두 번이나 춤을 추긴 했지. 그 사람이 제인을 좋아하는 거 같기는 했어. 내 생각은 그래. 그 사람이 로빈슨하고 얘기하는 걸 보면…….”
“제가 로빈슨하고 그 사람이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로빈슨이, 무도회가 어떻냐, 여기 아주 아름다운 여자들이 많지 않냐, 누가 과연 제일 아름답냐 하고 물으니깐 빙리라는 사람이 즉시 대답하기를, 말할 것도 없이 제인이 가장 아름답다, 그 점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말하긴 했어. 그치만 그게 결국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말이 될지도 모르지.”
“리지, 난 확실히 들었어. 근데 다씨는 빙리만큼 관심을 가질 가치도 없는 사람이야. 겨우 참을 수 있는 정도랄까?” 샬럿이 말했다.
“다씨가 리지한테 한 짓을 들먹이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그런 사람이 리지를 좋아한다면 아주 재수 없을 거야. 롱 아주머니가 나한테 엊저녁에 그러던데, 자기가 다씨라는 사람 옆에 반 시간은 앉아 있었는데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는구나.”
“엄마, 그게 정말이에요? 뭘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난 다씨가 그 아주머니하고 얘기하는 걸 봤는데.” 제인이 말했다.

“롱 아주머니가 그 사람한테 네더필드가 어떻냐고 물어보니까 어쩔 수 없이 한마디했다더라. 근데 자기한테 말을 붙인 걸 아주 싫어하는 기색이었다고 그러더라고.”
“그 사람은 자기하고 친근한 사람들이 아니면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캐롤라인이 그랬어요. 친근한 사람들하고 있을 때면 아주 붙임성 좋은 사람이라던데요?” 제인이 말했다.
“제인, 난 그런 말은 믿지 않는다고. 그렇게 붙임성 있는 사람이라면 롱 아주머니한테 먼저 말을 붙였을 거야. 근데 왜 그 사람이 무뚝뚝한지 짐작은 할 수 있지. 모두 그 사람이 거만하다고 그러더라고. 롱 아주머니가 자기 마차가 없어가지고 남의 걸 빌려서 타고 왔다는 얘기를 들었으니깐 그처럼 말도 붙이지 않은 거라고.”




제6장
 
 
 
얼마 후에 롱본의 숙녀들은 네더필드의 숙녀들을 방문했다. 그리고 네더필드의 숙녀들도 그에 대한 답방을 했다. 루이사와 빙리 양은 친근한 성격의 제인이 마음에 들었다. 베넷 여사는 호감 가지 않는 사람이고 밑의 동생들은 말 붙일 가치도 없는 여자들로 생각되었지만, 제인과 엘리자베스에게는 호감을 느꼈다. 제인은 자기가 호감을 얻게 된 것에 대해서 즐거워하는 듯했다. 그렇지만 엘리자베스는 네더필드의 여자들이 사람들을 거만하게 대하고 제인도 예외가 아닌 것을 알고서는 그녀들을 좋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녀들이 제인에게 잘 대해주는 것은 빙리가 제인을 좋게 보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만날 때마다 빙리가 제인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제인도 그 남자가 자기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서 속으로 좋아하고 있었고, 어떤 면에서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져 있다는 점을 엘리자베스는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제인은 성격이 강인하고 침착하며 항상 명랑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그런 점을 눈치 챌 수 없다는 사실을 엘리자베스는 알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자기 생각을 샬럿에게 언급했다.

그랬더니 샬럿이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을 그렇게 만드는 건 재밌을지도 몰라. 그치만 너무 그렇게 자기방어를 해버려도 좋지 않은 경우가 있어. 여자가 속으로 좋아하면서도 감정을 숨겨버리면 남자가 자기를 좋아하게 만들 기회를 갖지 못하는 거지. 그러면 세상 사람들도 자기가 남자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모르니까 된 거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위안이 되지는 않지. 애정에는 애정 자체만 있는 게 아니라 고마움이나 허영심 같은 게 끼어들어서 혼동스럽게 만들어. 그래서 애정이 제멋대로 가게 놔두면 안 되는 거야. 우린 모두가 자연스럽게 사랑을 시작할 수 있어. 약간의 호감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을 싹틔울 수는 있지. 그치만 애정이 더 커지도록 하지 않고 내버려뒀는데 상대방이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오기를 바랄 수는 없어. 여자는 자기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애정을 상대방에게 보이는 게 좋다고. 빙리라는 사람이 네 언니를 좋아하는 건 확실해. 그치만 네 언니 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그냥 좋아하는 것 이상은 되지 않을 거야.”

“근데 우리 언니도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적극성을 보이는 것 같아. 난 언니가 할 만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사람이 그걸 알아채지 못한다면 바보인 거지.”

“엘리자베스, 그 사람은 너만큼 네 언니 성격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고.”

“그치만 여자가 남자한테 애정을 갖고 있고 그런 마음을 애써서 감추려고 하지 않는데, 남자 쪽에서 알아내야 하는 거 아냐?”

“남자가 네 언니랑 자주 만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 그치만 두 사람이 꽤 자주 만나기는 해도 여러 시간 동안 단둘이 있지는 않아.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가 많기 때문에 두 사람이 단둘이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게 어려워. 그러니 네 언니는 반시간 동안이라도 둘이 대화하는 기회를 얻어서 그 사람 관심을 사로잡아야 하는 거야. 일단 관심을 갖게 만들어놓으면 그제야 그 사람과 얼마든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

“오직 결혼이 관심거리라면 그렇게 하는 게 좋겠지. 부자인 남편을 만나고 싶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거야. 그치만 우리 언니 속셈은 그게 아닌 거 같아. 어떤 계획에 따라서 움직이는 게 아냐. 아직까지는 그 남자에 대한 자신의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도 잘 모르는 거 같고,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게 바람직한지도 확신하지 못하는 거 같아. 그 사람을 안 지는 2주밖에 안 됐어. 메리튼에서 그 사람하고 네 번 춤을 췄을 뿐이고, 그 사람 집에서 아침에 한 번 봤을 뿐이고,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는 데서 그 사람하고 네 번 식사를 했을 뿐이야. 그거 가지고는 그 사람에 대해서 완전히 알 수 없는 거지.”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지. 단순히 식사만 같이했다면 그 사람이 식욕이 좋은지 나쁜지 그것 말고는 알 수 있겠어? 그렇지만 네 번의 저녁 시간을 가졌다는 점을 알아야 돼. 네 번이면 과히 적지 않은 거야.”

“그래, 네 번의 저녁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두 사람이 어떤 카드게임을 좋아하는지 알게 됐어. 그치만 그 사람의 다른 성격에 대해서는 잘 알아볼 수 없었을 거야.”

“난 네 언니가 잘됐으면 하고 항상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어. 그리고 네 언니가 내일 결혼을 하든 열두 달 동안 그 남자에 대해서 연구한 다음에 결혼을 하든 행복의 정도에는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 결혼을 통해 행복해지는 건 완전히 운에 달려 있어. 상대방의 성격에 대해서 서로가 잘 알든, 두 사람의 성격이 서로 비슷하든 간에 그것이 결혼의 행복을 좌우하는 건 아냐. 행복은 나중에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거라고. 그리고 평생을 같이 지낼 사람의 결함에 대해서는 되도록 적게 알수록 좋은 거지.”

“우습군. 그렇지만 그건 바람직하지 않아. 샬럿 너도 그걸 알고 있을 거야. 그리고 너도 그런 식으로 행동하진 않을 거고.”

자기 언니에 대한 빙리의 관심을 관찰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는 엘리자베스는 자기 자신이 빙리의 친구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어 있음을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다씨는 엘리자베스에 대해 처음에는 거의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무도회에서 춤을 출 때 다씨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는 단지 그녀가 어떤 여자인지를 논평하기 위한 목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그와 그의 친구 빙리가 그녀의 얼굴에 별로 아름다운 구석이 없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는 순간, 검은 눈동자의 아름다운 표정을 짓는 그녀가 아주 지적으로 보인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런 발견에 이어서 다른 한 가지 사실도 인정하게 되었다. 그녀의 몸매에서 결함을 여러 가지 찾아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몸매가 사실은 날렵하고 우아하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행동이 상류층 세계에 안 어울려 보이기는 했지만 동시에 재미있어 보인다는 점이 마음을 끌리게 만들었다. 이런 사실을 그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단지 그 남자가 누구하고나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을 춤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고 간주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 대해서 더 많이 알기를 바랐고, 그녀와 대화를 나눠보려는 마음에서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주고받는 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그녀의 눈에 띄었다. 윌리엄 루카스의 집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였다.

“내가 포스터 대령하고 말하는 걸 다씨가 엿듣고 있었는데 그게 무슨 의미일까?” 엘리자베스가 샬럿에게 물었다.

“그건 다씨만이 알 수 있는 질문이지.”

“그치만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먼저 쏴붙일 거야. 다씨는 남을 헐뜯는 사람이라서 도도하게 나가지 않으면 난 그 사람 밥이 되고 말 거야.”

그 말을 하고 나서 곧바로 다씨가 그녀들에게로 다가왔는데, 사실 그는 그녀에게 말을 걸어볼 의도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샬럿이 엘리자베스에게 말을 자제하라고 했고 엘리자베스는 거기에 오히려 반감이 차올라서 다씨를 돌아보고는 말했다.

“다씨 선생님, 제가 메리튼에서 무도회를 열어달라고 포스터 대령한테 요청했는데, 제가 잘한 거 아닌가요?”

“여자들은 항상 그런 데 관심이 많지 않나요?”

“항상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는군요.”

“다음에는 엘리자베스가 당할 차례군요, 다씨 선생님. 그리고…… 이제 내가 피아노 뚜껑을 열 테니 넌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겠지, 엘리자베스?” 샬럿이 말했다.
 
“샬럿 너는 항상 이상하게 구는구나. 언제나 내가 사람들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 부르게 하니 말야. 내가 음악적 소질이 뛰어나다면 연주하는 걸 고맙게 받아들이겠지만, 최고 음악가들의 연주만 들어왔을 텐데 이 양반 앞에서 재주 부리기는 싫어.”

그런데 샬럿이 계속해서 고집하자 엘리자베스는 이렇게 답변했다. “그럼 내가 한번 해보지.” 그러고 나서 다씨를 고약한 눈빛으로 한번 보고서는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알겠지만 이런 속담이 있죠. ‘죽을 식히기 위해서는 숨을 죽여라.’ 저도 목청을 가다듬기 위해서 숨을 죽이고 있어야겠어요.”

그녀의 연주와 노래는 훌륭하다고 볼 순 없었지만 들어줄 만했다. 한두 곡을 부르고 나서 사람들의 앵콜요청에 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동생인 메리가 가로챘다. 메리는 가족들 중에서 가장 볼품없는 용모였기 때문에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서 공부를 많이 했고 항상 자기를 과시하고 싶어 했다.

메리는 음악에 크게 재능은 없었다. 허영심이 몸에 배어 있어서 잘난 체만 했고 자기가 실지로 아는 것보다 더 아는 척했다. 엘리자베스는 메리에 비해 절반도 소질이 없었지만 꾸밈없는 성격 때문에 사람들이 그녀에게 더 호감을 갖고 음악을 들어주었다. 메리는 길게 콘체르토를 연주한 뒤에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음악을 연주하여 기분 좋은 칭찬을 들었는데, 그동안에 그녀의 여동생들은 루카스 집안의 여자들과 함께 장교 두세 명과 한쪽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다씨는 자신만 대화 없이 그처럼 재미없게 저녁 시간을 보내는 데 대해서 속으로 조용히 분개하면서 그녀들 옆에 서 있었는데, 자기 생각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윌리엄 루카스 경이 옆에 다가온 줄도 모르고 있다가 루카스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듣게 되었다.

“다씨 선생님, 춤이란 건 정말 좋은 오락이지요? 결국 춤만 한 건 없다고 보아야죠. 사교계에서 춤이 없다면 얼마나 재미없겠어요?”

“물론이죠, 선생님. 그리고 야만적인 사회에서도 춤은 유행하죠. 야만인들도 춤은 출 줄 아니까요.”

이 말에 윌리엄 루카스는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러고는 빙리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춤을 추는 광경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친구분이 춤을 기분 좋게 추는군요. 다씨 선생님도 춤을 잘 출 것 같은 데요.”

“제가 전에 추는 걸 보셨을 텐데요, 선생님.”

“그랬죠. 아주 재밌게 추시더군요. 런던에서도 자주 추시나요?”

“거기선 안 춰요.”

“춤을 춰줘야 그곳을 빛내주는 거 아닌가요?”

“저는 피할 수만 있다면 안 추거든요.”

“런던에도 집이 있으시지요?”

이 말에 다씨는 고개를 숙였다.

“나도 런던에서 정착하는 걸 생각해봤어요. 내가 상류사회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니까요. 근데 런던의 공기가 집사람한테 맞지 않을까 봐 가지 못했어요.”

그는 답변을 기다렸지만 다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엘리자베스가 다가오자 그는 뭔가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그녀를 불렀다.

“엘리자베스, 같이 춤 좀 추지. 다씨 선생님, 엘리자베스 양을 내가 아주 좋은 파트너로 소개시켜보려고 합니다. 이런 미인이 앞에 있는데 춤추는 걸 거절하진 않겠죠?”

 그러고는 엘리자베스의 손을 잡고서 그 손을 다씨에게 건네려고 했다. 다씨는 깜짝 놀랐지만 거절할 생각은 없었는데, 엘리자베스는 즉각적으로 뒤로 몸을 빼고서는 윌리엄 루카스 경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전 출 생각이 없어요. 제가 춤출 상대를 찾기 위해서 왔다고 생각하진 마세요.”

다씨가 예의바른 태도를 하고는 그녀와 함께 춤출 영광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지만 소용이 없었다. 엘리자베스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윌리엄 경도 설득해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엘리자베스, 춤을 그렇게 잘 추면서 구경도 한번 못하게 하는 건 너무 잔인하군. 그리고 이 신사 분이 춤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반시간 정도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 거야.”

“다씨 선생님은 아주 예의바른 분이니까요.” 엘리자베스가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그렇긴 해. 그치만 예절을 안 갖출 수도 없는 노릇이지. 이런 분을 누가 거절할 수 있겠어?”

엘리자베스는 짓궂은 표정으로 윌리엄 경을 바라보고는 돌아서버렸다. 그녀가 그처럼 반박한 것이 다씨에게는 상처를 주지 않았으며, 그는 그녀에 대해서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캐롤라인이 다가와서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네”라고 말을 걸었다.

“신경 쓸 필요 없어.”

“이런 사람들과 어울려서 수많은 저녁을 보내야 하니 피곤하다고 생각할 테지? 나도 오빠처럼 생각한다고. 이렇게 신경질 난 적이 없어. 따분하고 시끄럽기만 하고.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잘난 체만 하고 있고. 다씨 오빠가 싫어하는 것도 당연하지.”

“오해했군. 사실은 즐거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아름다운 여성의 눈에서 아주 즐거운 기쁨을 느끼고 있었거든.”
캐롤라인은 그 말에 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처럼 즐거운 생각을 갖게 한 여자가 누구냐며 말해달라고 했다. 다씨는 “엘리자베스 베넷”이라고 주저없이 대답했다.

“엘리자베스 베넷이라고?” 캐롤라인이 소리 질렀다. “정말 놀랄 일이로군. 언제부터 그 여자를 좋아하게 됐어? 식은 언제 올리는 거야?”

“여자들은 항시 그런 생각만 한다니까. 여자들은 상상력이 너무 빨라. 누가 어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게 사랑으로 이어지고 다음에는 결혼으로 이어지고. 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할 줄 짐작했다고.”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는 걸 보니까 이미 속셈이 정해져 있군. 이제 매력 있는 장모님도 생길 테고, 그런 장모님하고 평생 살겠지?”

그녀가 이렇게 농담하는 동안에 다씨는 무관심하게 듣고 있었고 그녀는 자기가 추측한 것이 맞다고 간주하고서는 계속해서 농담을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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