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1부 15~16

나단비 | 2024.01.25 05:06:30 댓글: 0 조회: 139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2930
제15장
 
 
 
콜린스는 양식을 갖춘 사람이 아니었으며 교육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교제를 통해서 그러한 결함을 보충하지도 않았다. 오랫동안 무식하고 욕심만 많은 아버지 밑에서 자란 탓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대학에 다니기는 했지만 자기에게 필요한 과목만 이수했으며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과 사귀지도 못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오직 복종을 가르쳤기 때문에 그는 주로 겸손한 예절만 배웠는데, 이제 예상치 않게 일찍 성공한 사람만이 갖는 자부심으로 그러한 복종심이 상당히 누그러져 있었다. 헌스포드의 목사 자리가 비게 되었을 때 그는 운 좋게도 캐서린 드 버그 여사에게 추천되었다. 그래서 그 부인의 높은 지위와 그 부인에 대한 존경심 등에 자기 자신에 대한 긍지, 목사로서의 지위, 성직자로서의 권리 등이 섞여서 그는 자만과 비굴함과 자부심과 겸손함이 고루 혼합된 인간이 되어 있었다.
이제 그는 좋은 집과 상당한 수입을 갖게 되었으므로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롱본 집안의 딸들이 소문대로 미인이고 상냥하다면 그 딸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 결혼하는 것이 그 집안과 화해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이 그녀들의 아버지의 재산을 자기가 상속받는 데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아주 바람직하고 적절한 일이며 자기로서는 아주 관대하고 공평무사한 행위라고 보았다.

그녀들을 보았을 때 그의 계획에는 변함이 없었다. 제인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서 그는 자기 생각을 확신할 수 있었고, 그래서 그는 서열에 충실히 따르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계획이 바뀌었다. 아침을 먹기 전에 베넷 여사와 한 15분 동안 대화하는 도중에 그의 목사관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해 자연히 결혼 계획에 대한 얘기가 나오게 되었는데, 그가 결혼 상대를 롱본에서 찾아야겠다는 말을 하자 베넷 여사는 아주 상냥하게 미소 지으면서 그가 점찍은 제인에 대해 이렇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었다. “내가 다른 딸들에 대해서는 임자가 있다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제인만은 곧 결혼할 사람이 나타날 거 같아요.”
콜린스로서는 제인에서 엘리자베스로 바꾸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베넷 여사가 불을 지피고 있는 동안에 그러한 결심이 즉시 이루어졌다. 엘리자베스는 제인 다음으로 태어났을 뿐만 아니고 아름다움에 있어서도 언니 다음이었던 것이다.
베넷 여사는 그러한 사실을 마음속에 간직하고서는 이제 곧 두 딸을 시집보낼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되었다. 그래서 전날까지는 이름만 들어도 참을 수 없던 사람이 이제는 그녀의 마음에 쏙 들게 되었다.
리디아는 메리튼으로 놀러 나가는 일을 잊어버리지 않았고 메리를 제외한 모든 자매들이 그녀와 함께 가기로 동의했다. 거기에 콜린스도 동행했는데, 그가 집에서 나가주어서 서재를 혼자 차지하기를 바라던 베넷의 요구에 따라서 그렇게 되었다. 왜냐하면 콜린스가 아침 식사를 끝낸 후에 베넷을 따라 서재로 들어가서는 가장 큰 책을 집어 들고 독서를 하는 척하면서 실지로는 자기 집과 헌스포드에 있는 정원에 대해서 끊임없이 자랑을 늘어놓아 그를 귀찮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한 점이 베넷에게는 극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서재에 있는 동안만큼은 아무한테도 방해를 받지 않고 혼자 있고 싶어 했다. 그래서 다른 방에서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든 들어줄 수 있지만 서재에서만은 자기 혼자 지내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리하여 콜린스한테 자기 딸들과 함께 동행하기를 권유했다. 콜린스로서도 책을 읽는 것보다는 나들이하는 일이 더 좋았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덮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는 자기자랑을 해댔고 그의 사촌들은 거기에 동의해주면서 메리튼으로 갔다. 그런데 메리튼에 들어서자 가장 어린 두 자매는 더 이상 콜린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녀들은 장교들을 찾아서 거리를 돌아다녔고, 아주 아름다운 모자나 진열장 안에 보이는 좋은 옷을 제외하고는 어떤 것도 그녀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모든 여자의 관심은 길 건너편에서 한 장교와 함께 걷고 있는, 그녀들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잘생긴 사람에게 기울었다. 장교는 리디아가 언제 런던에서 돌아올까 하고 궁금해하던 데니였는데, 그는 여자들과 눈이 마주치자 인사를 했다. 여자들은 처음 보는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해졌고, 키티와 리디아는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건너편 가게에서 물건을 살 것이 있다면서 그쪽으로 갔는데, 두 남자가 우연히 길을 되돌아가서 마주치게 되었다. 데니가 그녀들에게 말을 걸었고, 자신과 그 처음 보는 사람은 어제 런던에서 메리튼으로 왔으며 그 새로운 위컴이라는 사람은 메리튼의 부대에서 장교로서 임관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소개했다. 여자들에게는 아주 반가운 일이었다. 그 군복을 입은 새로 온 장교는 매력이 넘쳐흐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완전한 외모를 갖추고 있었다. 얼굴도 잘생겼고 몸매도 잘 빠졌으며 유쾌하게 말할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소개를 받자마자 이런 말 저런 말을 했는데, 말하는 것도 공손했고 교양이 넘쳐 보였다. 다른 사람들도 합류하여 아주 재미있게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말발굽 소리가 들려서 보니 다씨와 빙리가 말을 타고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숙녀들을 알아보고는 즉시 그녀들에게 다가가 인사말을 건넸다. 빙리가 주로 얘기했고 그가 얘기하는 상대는 주로 제인이었다. 그는 제인의 안부를 묻기 위해서 롱본으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다씨는 고개를 끄덕여 빙리의 말이 사실이라는 점을 시인했으며 시선을 엘리자베스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때 그 이방인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엘리자베스는 그들 두 사람이 서로 눈길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얼굴색이 변했는데, 한 사람은 하얗게 질색했고 다른 사람은 붉게 물들어버렸다. 조금 후에 위컴이 모자에 손을 대어 인사를 했고 다른 쪽은 어거지로 응했다. 그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도대체 엘리자베스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잠시 뒤에 빙리는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일을 알지 못한 채 여자들과 헤어져서 자기 친구와 함께 떠났다.
데니와 위컴은 여자들과 함께 필립스의 집까지 동행했다. 거기서 리디아가 집안으로 들어가자고 보채고, 심지어 필립스 여사도 유리창을 통해서 집 안으로 오라고 소리쳤지만 그들은 그냥 인사만 하고 떠나갔다.
필립스 여사는 항상 조카딸들을 반겼는데, 특히 이번에는 두 처녀가 네더필드에 가 있다가 왔기 때문에 더 그러했다. 그렇게 갑자기 돌아와 놀랐다고 하면서, 존스의 가게에서 일하는 소년이 아니었다면 자기는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소년이 네더필드로 약을 배달해주었는데, 제인이 떠나버렸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약을 배달하지 않게 되었다고 말하더라는 것이었다. 제인은 필립스 여사에게 콜린스를 소개했고 필립스 여사는 아주 반갑게 맞이했다. 거기에 콜린스도 자기가 침입하게 되어서 미안하며, 그렇지만 자신이 롱본의 처녀들과 친척이기 때문에 용서가 될 것이라고 하면서 공손하게 대했다. 필립스 여사는 아주 예의바른 콜린스의 태도에 놀라기는 했지만 조금 전에 새로 본 사람에 대해서 말해달라는 조카들의 성화 때문에 콜린스에게 오래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새로 온 사람은 런던에서 데니가 데려왔고 이번에 중위로 임관하게 되었다는, 숙녀들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 이상의 소식을 전해주지는 못했다. 필립스 여사는 자기가 한 시간 동안이나 거리를 지켜보면서 그 새로 온 사람이 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다시 거리를 거닐게 되면 볼 수 있을 테지만 이제는 볼 수가 없고 거리에는 다만 멍청하고 추하게 생긴 군인들만 왔다 갔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에 필립스 부부가 군인들을 초대해서 식사를 함께할 예정이었으므로 필립스 여사는 만약에 롱본의 처녀들도 다음날 저녁에 올 수 있다면 자기 남편에게 위컴도 초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롱본의 여자들은 거기에 동의했고, 필립스 여사는 복권뽑기놀이를 하자고 했다. 그 놀이가 끝난 다음에는 간단한 저녁 식사를 같이했다. 롱본의 사람들은 다음 날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을 기대하면서 메리튼을 떠났다. 콜린스는 헤어질 때도 자기 같은 불청객이 와서 미안하다고 했고, 거기에 집주인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엘리자베스는 제인에게 아까 두 남자 사이에 벌어졌던 일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제인은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두 사람 다 또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어떤 잘못이 있어서 그랬겠지만, 자기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콜린스는 집에 돌아와 필립스 여사의 매너와 상냥함에 대해서 치하하여 베넷 여사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었다. 그는 캐서린 드 버그 여사와 그 따님을 빼놓고는 그처럼 상냥한 여자를 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자기를 아주 반갑게 대해줄 뿐만 아니라 전에 한 번 도 본 적이 없는데도 다음 날 저녁에 초대해주었다고 했다. 자기가 베넷 집안의 친척이기 때문에 그랬을 테지만 자기 일생에 그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제16장
 
 
 
베넷 부부는 집안 사람들이 메리튼으로 가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고, 콜린스는 두 사람만 남겨놓고 자기들만 가는 점에 대해서 사과했지만 베넷 부부가 그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로써 콜린스와 그의 다섯 친척들은 다음 날 저녁나절에 마차를 타고 메리튼으로 갔다. 여자들은 응접실로 들어서서는 위컴이 이모부의 초대에 응해서 이미 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주 반가워했다.
그러한 소식이 전해지고 그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콜린스는 응접실의 가구와 실내의 크기를 둘러보고는 마치 로싱스 저택의 작은 응접실에 와 있는 느낌이라며 치하의 말을 했다. 주인으로서는 처음에 그 말을 달갑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로싱스 저택의 주인이 어떤 사람이며 거기 한 응접실의 벽난로를 장식하는 데만 800파운드가 들어갔다는 등의 말을 듣자 그러한 칭찬이 본질적으로 어떻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으며, 그래서 이제 자기 집의 응접실이 그 저택의 하인 방에 비유되더라도 기분이 상하지 않을 정도가 되어 있었다.
다른 남자들이 합류할 때까지 콜린스는 캐서린 드 버그 여사와 그 저택에 대해 치하하면서, 자신이 단장한 자기 집에 대해서도 자랑을 늘어놓았다. 필립스 여사는 콜린스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었는데, 그런 말을 들은 뒤로 콜린스를 더 높게 보면서 그가 한 얘기를 다른 이웃들에게 널리 전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롱본의 처녀들은 사촌의 얘기를 듣는 것이 따분해서 음악이나 들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자기들이 흉내 내 만든 도자기나 바라볼 뿐 다른 사람들이 합류할 때까지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윽고 다른 남자들이 나타났다. 위컴이 응접실로 들어왔을 때 엘리자베스는 그를 처음 보는 것 같고 전에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으며 그를 흠모하는 마음이 새삼 다시 드는 것이었다. 그 부대의 장교들은 일반적으로 평판이 좋았으며 그 집에 모인 장교들은 그들 중에서도 나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위컴이 용모나 태도나 걸음걸이 등의 모든 면에서 다른 장교들보다 뛰어난 점은, 얼굴이 넓적하고 뚱뚱하며 술냄새를 풍기는 필립스보다 장교들이 뛰어난 점에 비교할 만한 것이었다.
위컴은 대부분 여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그가 엘리자베스의 옆에 앉게 되어 그녀는 속으로 기뻐했다. 그가 엘리자베스에게 한 얘기는 지금 비가 내리고 있고 이제 장마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뿐이었지만, 그의 상냥한 태도 덕분에 아무리 단조롭고 일상적인 말이라도 그 말을 하는 사람에 따라서 재미있는 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위컴이나 다른 장교들 같은 경쟁자가 나타나서 이제 콜린스는 여자들이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는 보잘것없는 존재로 추락해버렸다. 여자들에게 그는 무의미한 존재였다. 그렇지만 필립스 여사가 그의 말을 때때로 주의 깊게 들어주고 관심을 쏟았기 때문에 그는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커피도 마실 수 있었다.
 
카드 테이블을 펼쳤을 때 콜린스도 휘스트라는 카드놀이에 참여하게 되었고 필립스 여사에게 감사의 말을 할 기회를 잡았다.
“저는 휘스트를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배울 의향이 얼마든지 있어요.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필립스 여사는 콜린스가 카드놀이에 끼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의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말을 들어줄 수는 없었다.
위컴은 카드놀이를 하지 않았고 다른 테이블에서 환영을 받으면서 엘리자베스와 리디아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리디아가 그와의 대화를 독점하는 듯이 보였다. 리디아는 한번 말을 시작하면 끝을 낼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복권뽑기놀이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하게 되었고 배팅을 하고 소리를 질러대면서 다른 사람에게 특별히 관심을 가질 수는 없게 되었다. 위컴은 그럭저럭 놀이에 참여하면서 엘리자베스와 얘기를 했고 그녀는 기꺼이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그가 다씨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듣고 싶었지만 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씨의 이름을 꺼낼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호기심이 뜻밖에도 충족되기에 이르렀는데, 위컴이 그것에 관련된 얘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네더필드가 메리튼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녀가 대답해주자 다씨가 네더필드에 머문 지 얼마나 되었느냐고 약간 망설이면서 물어보았다.
“한 달가량 된 것 같아요. 그분은 더비셔에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더군요.” 엘리자베스가 대답했다.
“예, 대단한 재산을 갖고 있죠. 1년에 최소 만 파운드는 되니까요. 그 점에 관해서 저보다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제가 어릴 적부터 그 사람 가족들과 가깝게 지내왔으니까요.” 위컴이 말해주었다.
엘리자베스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 우리 두 사람이 마주쳤을 때 썰렁해진 걸 보고 놀라셨을 거예요. 근데 다씨하고 잘 알고 계신가요?”

“알 만큼은 알죠. 그 사람하고 같은 집에서 나흘을 보낸 일이 있거든요. 아주 기분 나쁜 사람이더군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그 사람이 기분 나쁜 사람인지 기분 좋은 사람인지 판단할 권리는 제게 없어요. 그럴 자격이 없는 거죠. 공정한 판단을 하기에는 너무 그 사람을 오래 알아왔고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현명한 판단을 하기가 불가능하고요. 그치만 엘리자베스 양의 그런 견해는 의외군요. 다른 곳에서는 그렇게 강렬한 표현을 하지 않으실 테죠. 여긴 친하게 아는 사람들뿐이니까요.”
“네더필드를 제외하고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그런 말을 할 거예요. 하트포드셔에서는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거든요. 그 사람이 오만해서 모두 싫어하더라고요. 좋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걸 결국 알게 될 거예요.”
잠시 후에 위컴이 말했다. “그 사람이나 다른 사람이 높은 평가를 받든 말든 상관할 일은 아니죠. 그치만 그 사람은 높이 평가받는 때가 많은 걸로 보여요. 재산이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신분이 높아서 그런지, 아니면 그 사람의 고압적인 태도에 눌려서 그런지 사람들은 그를 좋게만 보는 것 같더라고요.”
“전 그 사람을 조금밖에 알지 못하지만 성질이 나쁜 사람인 거 같아요.” 이 말에 위컴은 고개를 젓기만 하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여기 오래 머물지 알 수가 없군요.” 위컴이 말했다.
“저도 알 수가 없어요. 그치만 제가 네더필드에 있을 때 그 사람이 떠난다는 얘긴 못 들었어요. 그 사람이 근처에 있다고 해서 선생님이 여기 머무시는 데 지장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아, 제가 그 사람 때문에 쫓겨 가야 할 일은 없죠. 만약에 그 사람이 날 보기를 꺼려한다면 그가 떠나야죠. 우린 좋은 사이가 아니고 서로 마주치는 게 달갑지 않지만 그를 피해 다녀야 할 이유는 없어요. 그 사람이 저를 부당하게 취급했고 저렇게 돼 있는 게 유감이지만요. 그 사람의 돌아가신 아버지는 이 세상에서 둘도 없이 선량한 분이셨고 저하고 아주 좋게 지냈었죠. 그래서 그분 생각만 하면 지금의 다씨가 저렇게 돌아다니는 게 저로선 안타까울 뿐이랍니다. 저한테 한 행동이 아주 고약했으니까요. 그 사람이 자기 아버지 기대를 저버리지만 않았더라도 저는 어떤 행동이든 눈감아줄 수 있었을 거예요.”
엘리자베스는 점점 더 그 화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래서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사안의 미묘함 때문에 더 이상 물어볼 수는 없었다.
위컴은 메리튼이나 그 주변 사람들이나 모임과 같은 얘기를 했고, 자기가 경험한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으며, 특히 사람들의 모임에 대해서는 아주 좋은 평가를 내렸다.
“제가 여기 온 주요한 이유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죠. 여기 있는 부대도 마음에 들었고, 제 친구 데니가 특히 저에게 여러 가지 얘기를 하면서 여기 오면 좋은 사람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저한테는 사람들과의 유대가 중요하거든요. 저는 지금까지 사람들한테 실망만 했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외로움을 견딜 수가 없어요. 제겐 직업이 있고 사람들과의 교제가 있어야 하는 거죠. 원래 군대 생활을 할 의향은 없었지만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버렸어요. 전 원래 교회에서 일을 했어야 해요. 그렇게 교육을 받았는데, 만약에 아까 말한 그 사람이 방해만 놓지 않았다면 지금쯤 성직자로서 근사한 생활을 하고 있었을 거예요.”
“그랬었군요!”
“그렇습니다. 다씨의 아버지는 그분의 권리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제가 받을 수 있도록 유언을 하셨죠. 그분은 저한테 정말 아버지 같은 존재였고 저를 끔찍이 아껴주셨어요. 그분이 잘해주신 걸 갚을 길이 없어요. 저한테 뭔가 충분히 남겨주시려고 했고 실지로 그렇게 해놓았다고 생각하셨어요. 그치만 그건 다른 사람 차지가 돼버렸지요.”
“세상에! 근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예요? 그분 유언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죠? 법적으로 해결하지 그랬어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정식 유언으로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는 없었어요. 명예를 소중히 하는 사람이라면 그분의 의도를 저버리지 않았겠지만, 다씨는 단지 권고 사항이라고 간주해버리고선 제가 무절제하고 경솔한 행동만 했다면서 저한테 권리가 없다고 주장한 거예요. 그 자리가 2년 전에 공석이 되어서 제가 그걸 차지할 수 있는 나이가 됐는데 다른 사람한테 돌아가버렸어요. 근데 전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어요. 제가 흥분을 조금 잘하고,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해서 마구 말을 한 적은 있을 거예요. 그 외엔 다른 잘못이 없죠. 근데 문제는 그가 저하고 아주 다른 종류의 사람이고 그가 저를 아주 싫어한다는 사실이에요.”
“놀랄 일이로군요. 그 사람은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해야겠어요.”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죠. 그치만 제가 그렇게 할 순 없어요. 제가 그의 아버지를 기억하는 한 그 사람을 무시하고 폭로할 순 없어요.”
엘리자베스는 그가 그런 좋은 마음을 갖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고, 그가 그런 말을 함으로써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근데 그 사람이 무슨 동기로 그렇게 했을까요? 그런 잔인한 행동을 왜 한 거예요?”
“저를 철저히 싫어했던 거죠. 제가 보기엔 질투심인 거 같아요. 그의 아버지가 저를 덜 위해주셨다면 그렇게까진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치만 그분이 저를 아껴주셨기 때문에 그 사람이 오래전부터 절 미워한 거 같아요. 저 같은 사람하고 경쟁하게 되는 걸 싫어했던 거죠.”
“다씨가 그처럼 나쁜 사람인 줄은 몰랐군요. 그 사람을 좋게 본 적이 없지만 그렇게까지 보진 않았어요. 그가 다른 사람을 멸시하고 그런다는 건 알았지만 그처럼 악의적으로 복수하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리라곤 생각 못했거든요.”
조금 있다가 그녀가 다시 말했다. “그 사람이 전에 네더필드에서, 자기는 화가 나면 풀어질 수 없고 절대 남을 용서 못하는 성격이라고 자랑한 적이 있어요. 이제 보니 아주 고약한 성질이군요.”
“그 점에 대해서는 제 판단을 유보하겠어요. 그 사람에 대해서 제가 공정해지기가 힘드니까요.” 위컴이 말했다.
엘리자베스는 한번 깊이 생각해본 다음에 말했다. “자기 아버지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사람을 그런 식으로 취급하다니!” 그러고 나서 그녀는 이렇게 덧붙이고 싶었다. “선생님처럼 얼굴만 봐도 좋은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분을 그렇게 대하다니요!”

그렇지만 대신 이런 말을 해주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토록 가깝게 지내온 사람을 어떻게 그처럼 할 수 있는 거예요?”
“우린 같은 교구에서 태어났고 같은 땅에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랐어요. 같은 집에서 지냈고 같이 놀았고 둘 다 부모들의 좋은 보살핌 속에서 자랐어요. 제 아버님은 엘리자베스 양의 이모부인 여기 필립스 씨하고 같은 일을 하셨는데, 다씨 아버님을 위해서 모든 걸 포기하고 펨벌리 재산을 관리하는 데 일생을 바치셨어요. 그래서 다씨 아버님은 우리 아버님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셨을 뿐만 아니라 서로 아주 가깝고 신임하는 친구로 지내셨어요. 다씨 아버님은 제 아버님께 많은 신세를 지고 있다고 간주하셨고, 그분은 제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저를 보살펴주겠다고 자진해서 약속하셨어요. 그분이 저를 아끼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 아버님에 대한 빚을 갚는다는 뜻에서 그러신 거죠.”
엘리자베스가 소리 질렀다. “정말 이상하군요! 끔찍하고요! 다씨는 자기 자존심 때문에라도 선생님께 그런 부당한 짓을 못할 텐데요. 그토록 자만심이 가득 찬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만큼은 정직해야 할 텐데 말이죠.”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은 자만심을 바탕으로 할 겁니다. 그 사람은 자만심 하나로 버티는 거죠. 그것 때문에 선한 일도 가끔 할 수 있고요. 하지만 사람이 한결같을 순 없죠. 그 사람이 제게 한 행동에는 자만심 이상의 무엇이 깔려 있는 거 같아요.”
“그런 끔찍한 자만심이 그 사람에게 덕이 되어준 적이 있나요?”
“그럼요. 그것 때문에 사람들한테 관대하고 돈도 뿌리고 후하게 대접하기도 하고 소작인들이나 가난한 사람도 도와주죠. 가족에 대한 명예, 조상에 대한 명예 때문에 그렇고 자기 아버지에 대한 명예 때문에도 그렇게 하는 거죠. 자기 가족 얼굴에 먹칠을 하거나 펨벌리 가문의 영향력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거예요. 오빠로서의 자부심도 대단해요. 자기 누이동생은 아주 자상하게 돌봐주죠. 동생을 가장 위해주는 오빠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을 거예요.”
“다씨의 여동생은 어떤 사람이에요?”
위컴은 고개를 저었다. “상냥한 여자라고 할 수는 없겠군요. 다씨 집안 사람을 나쁘게 볼 수밖에 없는 제 심정을 이해해주세요. 그 여자도 다씨와 너무 닮았어요. 아주 거만하죠. 어렸을 적에는 붙임성도 있고 아주 재미있었는데 저를 많이 따르기도 했어요. 저는 몇 시간이든 같이 놀아주곤 했지요. 그치만 이젠 저한테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굴은 아름답고 나이는 열대여섯 살쯤 됐으며 교양도 갖추긴 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런던에서 어떤 여자하고 같이 살고 있는데, 그 여자가 돌봐주고 교육도 맡아서 하고 있지요.”
잠시 얘기가 중단되기도 하고 다른 화젯거리로 돌아가기도 하다가 엘리자베스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이런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람이 빙리라는 사람하고 가까이 지내는 게 의아스럽군요. 빙리처럼 선량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사람과 친구가 되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맞춰서 살까요? 혹시 빙리라는 사람을 아시는지요?”
“전혀 모릅니다.”
“그는 온화하고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에요. 그는 다씨가 진정으로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는 거 같군요.”

“그럴지도 모르죠. 근데 다씨도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일 수가 있어요. 능력이 없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좋은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자기하고 동등한 사람하고 있으면 아랫사람들하고 있을 때와는 달라지는 거예요. 자만심이야 원래 그대로겠지만, 부유한 사람하고 있으면 온건하고 합리적이고 명예를 존중하고 상냥할 수 있죠. 상대방의 재산이나 지위 같은 걸 고려하는 거예요.”
휘스트 카드놀이가 끝나자 사람들은 다른 테이블로 모여들었다. 콜린스는 사촌인 엘리자베스와 필립스 여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필립스 여사는 그에게 돈을 땄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돈을 잃기만 했다고 말해주었다. 거기에 필립스 여사가 걱정하는 말을 하자, 그는 정색을 하고 그깟 돈은 아무것도 아니며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단 카드놀이를 하면 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지요. 저한테는 5실링 잃은 게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처럼 말하지 않는 사람도 많겠지만, 전 캐서린 드 버그 여사님의 후원 덕분으로 사소한 돈 같은 것에 신경 쓰지 않을 정도는 된답니다.”
이때 위컴이 그 말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는 잠시 동안 콜린스를 바라보고는 엘리자베스에게 드 버그 가문과 콜린스가 아주 가까운 사이인지를 물어보았다.
“캐서린 드 버그 여사가 최근에 저 사람한테 생활 터전을 마련해 줬대요. 콜린스가 그 사람을 어떻게 알게 됐는진 모르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 같진 않아요.” 엘리자베스가 대답해주었다.
“캐서린 드 버그 여사하고 앤 다씨 여사가 자매지간이란 건 알고 계시지요? 그러니까 다씨한테 캐서린드 버그 여사는 이모가 되는 셈이죠.”
“그건 몰랐어요. 캐서린 드 버그 여사네 친척에 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저께까지는 캐서린이라는 여자의 존재조차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그분의 딸은 아주 많은 재산을 상속받을 예정인데, 그녀가 나중에 다씨와 합칠 거라는 말이 있어요.”
이 말에 엘리자베스는 캐롤라인 빙리가 가련해져 미소를 지었다. 다씨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기로 예정돼 있다면 그녀가 다씨와 그의 여동생에게 보이는 관심이나 다씨를 칭송해주는 말 등이 모두 무의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콜린스는 캐서린 드 버그 여사나 그 딸에 대해서 공경심이 대단한데, 그들하고의 특별한 관계로 미루어보면 그 여사님한테 받은 은혜 때문에 잘못 판단하고 있지나 않은지, 그리고 그 여자가 콜린스를 후원해주기는 해도 거만하고 잘난 체만 하는 여자가 아닌지 모르겠어요.”
위컴이 대답해주었다. “실제로 그런 사람일 겁니다. 제가 그분을 본 지 여러 해가 지나긴 했는데, 한 번도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은 적이 없고 독선적이고 거만한 사람이란 생각만 들었어요. 사람들은 그 여자가 분별 있고 머리 좋다고 말하는데, 신분이 높고 재산이 많고 독선적이라서 그렇게 생각할 테고, 또 그녀를 높여주는 그 여자 조카 때문에도 그런 거 같아요.”
엘리자베스는 위컴의 말이 아주 타당하다고 생각했고 두 사람은 저녁 식사를 위해 카드놀이를 끝낼 때까지 관심 있는 대화를 계속했다. 이제 다른 여자들도 위컴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저녁 식사 시간에는 떠들썩한 분위기 때문에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없었지만, 그는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주었다. 그는 말도 품위 있게 했고 행동거지도 우아했다.
엘리자베스는 머릿속에 그에 대한 생각이 꽉 들어찬 채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는 도중에 위컴 말고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었고 그가 자기에게 해준 말만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그 사람의 이름을 꺼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리디아와 콜린스가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댔기 때문이다. 리디아는 복권놀이나 카드놀이에서 자기가 딴 돈이나 잃은 돈에 대해서 말했고, 콜린스는 필립스 부부의 인정미에 대해 얘기하면서 자기는 카드놀이에서 돈을 잃은 것에 전혀 개의치 않으며 자기 때문에 마차가 비좁지나 않은지 등에 대해서 떠들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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