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1부 19~20

나단비 | 2024.01.26 06:46:29 댓글: 0 조회: 115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3168
제19장
 
 
 
다음 날 롱본에서는 새로운 일이 벌어졌다. 콜린스가 정식으로 청혼 선언을 한 것이다. 토요일에 휴가가 끝나는 점을 고려하여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로 결심했고, 또한 청혼하는 순간까지도 망설일 마음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러한 용무에 따르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서 일을 진행해나갔다. 아침 식사가 끝난 뒤 거실에 베넷 여사, 엘리자베스, 그리고 가장 어린 딸 중의 하나가 있을 때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베넷 여사에게 꺼내었다.
“오늘 아침에 제가 아리따운 엘리자베스와 함께 사사로운 얘기를 하고 싶은데 허락해주시겠습니까, 아주머님?”
엘리자베스가 깜짝 놀라서 얼굴을 붉히고만 있는데 베넷 여사는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아, 그럼요, 물론이죠. 리지도 아주 기뻐할 거예요. 거절 같은 게 나올 리 있겠어요? 얘, 키티, 넌 위층에 올라가 있으렴.” 그러고나서 그녀는 뜨개질하던 것을 챙겨서 서둘러 나가려고 하는데 엘리자베스가 소리치는 것이었다.
“어머, 어머니, 가지 마세요. 제발 가지 마시라고요. 콜린스 선생님이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다른 사람은 모두 빼놓고 나한테만 할 말이 있을 리 없어요. 그렇다면 나도 나가버릴 거예요.”

“아냐, 안 돼, 리지. 넌 여기 그대로 남아 있어.” 그런데도 엘리자베스가 정말로 신경질이 나고 당황스런 표정을 보이면서 나가려고 하자 그녀가 소리쳤다. “리지, 넌 여기 남아서 콜린스 선생님이 하는 말씀을 들어야 해!”
엘리자베스는 어머니의 그런 말까지 듣고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조금 고민해본 결과 그런 일은 되도록 신속하고 조용히 끝내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자리에 앉았고, 비탄함과 우스꽝스러움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감정을 삭이려 노력했다. 베넷 여사와 키티가 나가자마자 콜린스는 얘기를 시작했다.
“엘리자베스, 그대의 겸손 때문에 사촌이 낮게 보이는 게 아니라 다른 장점이 돋보이는군. 이렇게 겸양을 떨지 않았더라면 내 눈에 덜 매력적으로 보였겠지. 근데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말은 그대의 존경하는 어머님의 허락하에 하는 말이란 점을 알아주었으면 해. 그대 성품이 얼마나 야릇하든 간에 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의심할 수는 없을 거야. 내 의도는 항상 그대가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명백했으니까. 나는 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대를 내 평생의 동반자로 생각하게 되었어. 그치만 내가 이런 일에 대해서 감정을 앞세우기 전에, 결혼을 해야만 하는 나의 입장을 설명하고 하트포드셔로 내가 아내를 구하러 왔다는 점을 설명하는 게 좋겠군.”
엘리자베스가 근엄한 자태를 하고 있는 콜린스가 감정에 휩싸이는 것을 보고서 웃음이 터지려고 하자, 그가 잠시 말을 그쳤지만 그의 말을 중단시키려는 어떤 시도를 하지 못했다. 그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아냐, 안 돼, 리지. 넌 여기 그대로 남아 있어.” 그런데도 엘리자베스가 정말로 신경질이 나고 당황스런 표정을 보이면서 나가려고 하자 그녀가 소리쳤다. “리지, 넌 여기 남아서 콜린스 선생님이 하는 말씀을 들어야 해!”
엘리자베스는 어머니의 그런 말까지 듣고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조금 고민해본 결과 그런 일은 되도록 신속하고 조용히 끝내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자리에 앉았고, 비탄함과 우스꽝스러움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감정을 삭이려 노력했다. 베넷 여사와 키티가 나가자마자 콜린스는 얘기를 시작했다.
“엘리자베스, 그대의 겸손 때문에 사촌이 낮게 보이는 게 아니라 다른 장점이 돋보이는군. 이렇게 겸양을 떨지 않았더라면 내 눈에 덜 매력적으로 보였겠지. 근데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말은 그대의 존경하는 어머님의 허락하에 하는 말이란 점을 알아주었으면 해. 그대 성품이 얼마나 야릇하든 간에 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의심할 수는 없을 거야. 내 의도는 항상 그대가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명백했으니까. 나는 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대를 내 평생의 동반자로 생각하게 되었어. 그치만 내가 이런 일에 대해서 감정을 앞세우기 전에, 결혼을 해야만 하는 나의 입장을 설명하고 하트포드셔로 내가 아내를 구하러 왔다는 점을 설명하는 게 좋겠군.”
엘리자베스가 근엄한 자태를 하고 있는 콜린스가 감정에 휩싸이는 것을 보고서 웃음이 터지려고 하자, 그가 잠시 말을 그쳤지만 그의 말을 중단시키려는 어떤 시도를 하지 못했다. 그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우선 내가 결혼하려는 첫 번째 이유는, 나처럼 생활력을 모두 갖춘 성직자들은 교구에서 결혼 생활의 모범을 보이는 것을 임무로 생각하기 때문이지. 두 번째는 결혼을 해야만 행복감이 더 증대되기 때문이야. 세 번째는, 이 점을 맨 먼저 말했어야 하는데, 내가 후견인으로 모시고 있는 부인께서 나한테 각별하게 충고와 권고를 해주셨기 때문이지. 그분께서 결혼에 관해서 두 번이나 말씀을 해주시더군. 내가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지. 내가 헌스포드를 떠나기 전 토요일에 우리가 카드놀이를 하고 있을 때 젠킨슨 여사가 캐서린 드 버그 여사님 따님의 발받침대를 놓아주려고 하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더군. ‘콜린스, 자넨 결혼을 해야 하네. 자네 같은 성직자는 결혼을 해야만 돼. 적절한 양갓집 규수를 고르게. 자넬 위해서는 활동적이고 능력 있는 여자를 고르고, 너무 귀한 여자는 피하고, 적은 수입으로도 살림을 해나갈 수 있는 여자를 고르는 게 좋을 거야. 이게 내 충고네. 그런 여자를 될 수 있는 한 빨리 구해서 데리고 온다면 내가 만나보겠네.’ 근데 나의 아름다운 사촌 엘리자베스, 캐서린 드 버그 여사님의 자상한 마음씨는 우리가 결혼했을 때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 복 중에서 하나가 될 거야. 그분의 매너는 정말 내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지. 그리고 그분은 그대의 재치나 쾌활함을 받아들여줄 것이고. 그분의 품성으로 인해서 과묵함이나 존경스러움이 우러나왔을 때 그대의 재치나 명랑함이 대처해준다면 더욱 좋겠지. 이런 점이 내가 결혼을 하고자 하는 이유야. 이제는 왜 내가 사는 가까운 곳에도 좋은 여자들이 많은데 하필 롱본에서 고르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말해야겠군. 존경하는 그대의 아버님께서, 그야 물론 오래 사시겠지만, 그분이 돌아가셨을 때 이 집의 재산을 내가 상속받게 돼 있으니, 이 댁 따님들 중에서 내가 아내를 선택해야만 앞으로 그 슬픈 상속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물론 이건 가까운 시일에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이 댁 따님들에게 닥칠 손실을 가능한 한 줄여주지 않고는 내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이지. 이것이, 나의 아름다운 사촌 엘리자베스, 이것이 바로 내가 그대에게 청혼을 하는 동기인데,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그대가 나를 깔아뭉개는 일은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확신해. 이제는 그대에게 가장 감정적인 언어로 그대에 대한 나의 애정을 표현하는 일만 남은 거 같군. 재산에 관해서라면 난 아무 관심도 없어. 그 문제에 대해 그대 아버님께 어떤 요구도 하지 않을 거고. 그런 요구를 할 형편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 그대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에 1,000파운드의 재산에서 나오는 연간 40파운드가 그대가 가질 수 있는 재산의 전부라는 점을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재산에 관한 건은 내가 앞으로 입 밖에 내지 않을 거야. 그리고 우리가 결혼을 한 뒤라도 내가 재산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일은 없을 거고.”
이제 그의 말을 어떻게든 중단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 소리 질렀다. “선생님, 너무 서두르시는군요. 전 아직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시지 않도록 말씀드리지요. 저한테 그처럼 찬사를 보내주신 것은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이런 제안을 받는 게 영광인 줄은 알지만 전 이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군요.”
콜린스가 손을 내저으면서 말을 이었다. “여자들은 남자가 처음으로 청혼할 때 속으로 받아들일 마음이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거절할 때가 많다는 점을 난 알고 있지. 때론 두 번이나 세 번까지 거절하는 수도 있고. 그러니 그대가 지금 하는 말에 난 기죽지 않을 테고, 그대를 머지않아 결혼식장으로 데리고 가겠다는 마음은 그대로일 거야.”
엘리자베스가 소리 질렀다. “내가 그처럼 거절했는데도 그런 희망을 계속 갖는다면 아주 오산이에요. 그런 여자가 있는지 모르지만, 난 두 번째 청혼에 자기 운명을 맡길 정도로 당돌한 여자가 아니랍니다. 난 지금 아주 진지하게 거절하는 겁니다. 당신은 날 행복하게 해줄 수 없을 테고, 나도 절대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여자예요. 캐서린 여사님이 나를 본다면 내가 선생님하고 결혼해서 좋을 여자가 절대 아니란 걸 아실 거예요.”
“캐서린 여사님께서 그렇게 생각할 리가 없고, 그분이 그대가 적임자가 아니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지. 그분을 다시 뵙게 될 때 그대의 겸손함이라든가 소박함이라든가 다른 여러 가지 좋은 점에 대해서 말을 잘해줄 테니 그런 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생님, 정말 나에 대해 그처럼 찬양해주는 건 아무 필요 없는 일이에요. 나에 대한 판단은 내가 할 거예요. 내가 하는 말은 전부 다 진실이에요. 난 선생님이 아주 행복하게 부자로 사시기를 바라지만, 그걸 위해서 내가 할 일이라곤 청혼을 거절하는 것밖에 없군요. 나한테 청혼했다고 해서 우리 가족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질 필요도 없고요, 장래에 우리 재산을 소유하게 될 때도 미안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을 거예요.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이 일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렇게 말하고서 일어나 방에서 나가려고 하는데 콜린스가 다시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다음에 내가 이 문제를 다시 꺼낼 땐 지금보다 좋은 반응을 보여줬으면 좋겠군. 지금 나한테 잔인하게 대했다고 해서 그대를 비난하는 건 아니야. 청혼을 맨 처음에 받았을 때 여자들은 대개 거절하는 게 관습이라는 점을 알고 있거든. 그리고 지금 그대는 여자다운 섬세함을 유지하면서 나에게 고무적인 말을 하는 걸로 보이는군.”
엘리자베스가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정말, 선생님, 날 당황하게 만드는군요.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이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졌다면 진짜 내 마음을 보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네요.”
“나의 경애하는 사촌, 그대의 거절이 단지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내가 만족스러워한다는 걸 허락해줘야겠군. 내가 그렇게 믿는 이유는, 우선 그대한테 내 청혼이 받아들일 가치가 없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지. 다르게 말하면, 내가 얻는 수입이나 지위는 아주 호감가는 게 명백하다는 얘기야. 나의 사회적인 지위라든가 나와 드 버그 여사님 가족과의 밀접한 관계라든가 그대의 가족하고 나의 관계 등이 아주 유리한 조건이라는 말이지. 그리고 그대한테 여러 가지 매력이 많은데도 이제 얼마 있으면 다른 사람한테 영영 청혼을 받을 수 없을 거라는 점도 고려해주면 좋겠군. 그대가 받을 수 있는 유산이 너무 적기 때문에 그대의 아름다움이나 다른 자질이 격하될 게 확실해 보이니까. 그러니 나로선 그대가 나를 진심으로 거부하는 게 아니란 점을 알 수 있고, 다른 여자들이 보통 그러하듯이 나한테 호기심을 더 일으켜 그대에 대한 사랑을 더욱 키우려는 마음 때문에 내 청혼을 거절하는 거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지.”
“진심으로 말하는데요, 난 존경할 만한 사람을 괴롭히는 그런 방식의 거절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날 진심으로 믿어주면 좋겠어요. 내가 청혼을 받은 것에는 감사를 드리죠. 하지만 선생님의 청혼을 받아들이는 건 진짜 불가능합니다. 내 감정이 모든 면에서 그걸 허용하지 않으니까요. 더 명백하게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을까요? 이제 선생님을 괴롭히려는 우아한 여성으로 나를 생각지 마시고, 대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을 말하는 이성적인 존재로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는 신사다운 태도를 보이면서 소리 질렀다. “그대는 무슨 말을 하더라도 항상 매력적인 여자로군. 이제 그대의 훌륭하신 부모님으로부터 요청을 받는다면 내 제안을 허락할 거라고 생각되는군.”
그런 악의적인 자만심을 가진 사람에게 말해봐야 아무 소용없을 터이고, 그래서 그녀는 가만히 물러나 있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계속해서 거절하는 것을 단지 애교 넘치는 가식적인 태도로 받아들인다면 이제는 아버지한테 부탁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되었다. 아버지가 단호하게 거절한다면 결정적인 판단으로 받아들여질 테고, 고상한 여자의 가식적인 거절이 아니었음을 알게 될 거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제20장
 
 
 
콜린스는 자신의 성공적인 제안에 대해서 혼자 조용히 사색할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그 대화의 결과를 기대하면서 식당 입구에서 기다리던 베넷 여사가 엘리자베스가 문을 열고서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앞을 지나서 계단 있는 곳으로 가는 걸 보고는, 식당으로 들어가서 콜린스와 그녀가 이제 더 친근한 사이가 될 것이라며 치하해주었기 때문이다. 콜린스도 역시 기쁜 마음으로 응대했고 베넷 여사한테 마찬가지로 치하해주었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을 말해주었는데, 그의 사촌이 거절한 이유가 단지 그녀의 겸손함이나 섬세한 성격에서 기인했다고 믿기 때문에 대화의 결과에 대해서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베넷 여사는 그 말을 듣고서는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딸이 단지 콜린스를 고무시키기 위해서 그런 말을 했다면 그녀도 기뻤겠지만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치만 리지가 곧 제정신으로 돌아설 거예요. 내가 직접 말해줘야겠어요. 걔가 너무 어리석어서 무엇이 자기한테 이익이 되고 해가 되는지도 모른다고요. 내가 걔한테 잘 가르쳐줄 거예요.”
콜린스가 대꾸했다.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합니다만, 만약 따님이 정말로 고집이 세고 어리석다면 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과연 바람직한 아내가 될지 의심스럽군요. 전 결혼 생활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따님이 계속해서 거절한다면 저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을 거 같습니다. 그런 결함 있는 성격이라면 제 행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베넷 여사가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선생님, 그건 오해라고요. 리지는 이런 일에만 고집 센 애예요. 다른 면에서는 아주 성격 좋은 아이지요. 내가 직접 남편한테 가서 우리 세 사람이 해결해보겠어요.”
베넷 여사는 콜린스에게 대답할 여유도 주지 않고 서재에 있는 남편에게로 가서 소리쳤다. “여보! 지금 당신이 필요해요. 큰일이 벌어졌다고요. 당신이 가서 리지가 콜린스하고 결혼하게 만들어야 돼요. 리지는 지금 그 사람하고 결혼하지 않겠다고 그러는 거예요. 당신이 서두르지 않으면 그 사람의 마음이 달라져버릴 거라고요.”
베넷은 그녀가 서재로 들어갈 때 자기가 읽던 책에서 고개를 들었지만 그녀가 하는 말에는 그저 무관심한 듯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만 보는 것이었다.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거요?” 그녀가 말을 마치자 베넷이 이렇게 말했다.
“콜린스하고 리지 말이에요. 리지는 콜린스하고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고 콜린스도 리지는 이제 생각지 않겠다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요? 내가 나서도 가망 없는 일처럼 보이는데.”
“당신이 리지한테 직접 얘기해요. 그 사람하고 결혼해야 한다고 그러라고요.”

“리지를 한번 봐야겠소. 그래서 내 얘기를 해줘야지.”
베넷 여사는 벨을 눌러 하인을 부르고 엘리자베스를 서재로 데려오라고 했다.
“얘, 어서 오렴.” 엘리자베스가 나타났을 때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일 때문에 널 불렀다. 콜린스가 너한테 청혼을 했다는구나. 그게 사실이니?” 엘리자베스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좋아, 그럼 그 청혼을 네가 거절했니?”
“예, 그랬어요, 아버지.”
“좋아.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겠구나. 네 어머니는 리지 네가 그 청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시는구나. 그렇지 않소, 당신?”
“그래요. 만약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난 리지를 다신 보지 않을 거라고요.”
“엘리자베스, 너한테 불행한 선택이 놓여 있구나. 지금 이 시간부터 넌 네 부모 중 한쪽에 이방인이 돼야 한다. 네 어머니는 네가 콜린스하고 결혼하지 않으면 널 보지 않겠다고 하신다. 그리고 난 만약 네가 그 사람하고 결혼한다면 널 다신 보지 않겠다.”
엘리자베스는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남편이 자기하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베넷 여사는 아주 실망하게 되었다.
“당신, 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예요? 쟤가 그 사람하고 결혼해야 하는 걸로 나하고 약속했잖아요?”
“당신, 내가 당신한테 두 가지 부탁이 있소. 첫째, 내가 이 일에 대해서 나 나름대로 평가를 하는 자유를 줬으면 좋겠소. 둘째, 이 방에 대한 자유요. 즉 여기 서재를 내가 내 마음대로 이용하는 자유를 줬으면 좋겠다는 거요.”
그렇지만 남편에 대한 실망에도 불구하고 베넷 여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를 구슬리기도 하고 위협도 하면서 여러 번 얘기했다. 베넷 여사는 제인을 자기편으로 만들어보려고도 했지만 제인은 개입하는 것을 거절했다. 엘리자베스는 어머니의 공략에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장난스럽게 대처했다. 엘리자베스의 방식은 다양했지만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한편 콜린스는 혼자서 그 일에 대해서 곰곰 생각해보았다. 그는 자기가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사촌이 자기의 청혼을 왜 거절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자존심이 상하기는 했지만 다른 상처는 받지 않았다. 그가 엘리자베스에 대해서 생각한 것은 단지 자신의 상상력에 불과했다. 엘리자베스가 어머니로부터 질책을 받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고소하기까지 했다.
그 집의 온 가족이 그런 혼동에 빠져 있을 때 샬럿 루카스가 방문했다. 그녀는 현관에서 리디아와 마주쳤는데 리디아는 그녀에게 뛰어가서 반쯤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가 와서 잘됐어. 우리집에 지금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고. 오늘 아침에 무슨 일이 벌어진 줄 알아? 콜린스가 리지한테 청혼을 했는데 리지가 거절해버렸다고.”
 
샬럿이 응수하기도 전에 키티가 와서는 같은 소식을 전해주었고, 그녀들이 식당으로 들어갔을 때 베넷 여사가 혼자 거기에 있다가 다시 또 그 얘기를 꺼내면서 샬럿에게 동정을 구했다. 또한 베넷 여사는 샬럿이 친구로서 리지에게 가족의 소망을 관철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샬럿, 제발 내 편이 좀 돼줘. 아무도 날 응원해주지 않아. 내 허약한 신경을 제발 좀 건드리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말야.” 베넷 여사가 울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샬럿이 뭐라고 말하려고 하는데 제인과 엘리자베스가 들어왔다.
그러자 베넷 여사가 다시 얘기했다. “쟤가 오는군. 우리한테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이 아주 태연하네.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이거지. 그치만 리지, 만약에 그런 식으로 청혼을 죽죽 거절해버린다면 평생 남편감을 만나지 못할 거야. 그러면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누가 널 돌봐줄지 모르겠구나. 난 널 끼고 있을 능력이 없어. 그래서 경고하는데, 난 오늘부터 너하고 남남이야. 난 서재에서 이미 말했고 너하고 두 번 다시 얘기하지 않기로 했어. 난 한번 한다면 하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지. 난 부모 말도 안 듣는 애한테 얘기하는 데 관심 없어. 나처럼 신경이 약한 사람은 말 안 듣는 애하고 얘기하는 게 하나도 달갑지 않다고. 아무도 내가 어떻게 고통받는지 관심이 없단 말야. 항상 그래.”
어머니를 설득하거나 달래봐야 화만 돋울 뿐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딸들은 조용히 있었다. 그래서 베넷 여사는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혼자서 얘기하고 있었는데, 콜린스가 일부러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들어오자 이렇게 말했다.
“이제 모두 입을 다물고서 내가 콜린스 씨하고 잠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해주렴.”
엘리자베스는 조용히 방을 나갔고 제인과 키티가 뒤따라 나갔지만, 리디아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서 들을 수 있는 말을 모두 듣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샬럿은 콜린스가 자기와 자기 가족에 대한 안부를 묻는 바람에 잡혀 있게 되었고, 그 뒤에도 약간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창가 쪽으로 다가가 대화에는 관심이 없는 척하고 서 있었다.

베넷 여사는 애처로운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오! 콜린스 씨!”
그런데 콜린스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주머님, 이 점에 대해서 이제 언급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러고는 불쾌한 기색의 목소리로 계속 이어나갔다. “전 따님의 행동에 대해서 분개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는 악은 피하는 게 우리 모두의 의무죠. 특히 저처럼 운이 좋아서 일찍 성공한 사람은 더욱 그렇습니다. 전 이제 포기했습니다. 엘리자베스가 청혼을 받아들였다고 하더라도 제가 과연 진정으로 행복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한 원인이랍니다. 거부당한 축복이 별일 아닌 걸로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는 포기라는 것만이 가장 완벽하다는 점을 여러 번 목격했죠. 아주머님이나 어르신께 우리 문제에 개입해주십사 요청하지도 않고서 따님에 대한 청혼을 철회한다고 해서 제가 여기 가족들한테 불손하게 대한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주십쇼. 다른 분들의 말을 듣지 않고 따님의 말만 듣고서 제가 청혼을 취소한다고 해서 절 나무라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그치만 누구든 실수는 하게 마련이죠. 전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의도로 그렇게 했답니다. 제 목표는 마음에 드는 반려자를 만나는 것뿐만 아니라 베넷 가족 모두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이었죠. 제 행동에 나무랄 점이 있었다면 이 자리에서 용서를 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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