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2부 1~2

나단비 | 2024.01.27 07:01:44 댓글: 0 조회: 102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3419
제2부


제1장
 
 
 
캐롤라인의 편지가 도착하여 이제 모든 사실이 밝혀졌다. 그 편지는 그쪽 사람들이 이제 겨울 동안 런던에서 머물기로 완전히 자리가 잡혀 있다는 소식에서 시작해, 빙리가 하트포드셔를 떠날 때 아무 말도 없이 떠나게 된 점에 대해서 미안해하고 있다는 언급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이제 희망은 모두 사라졌다. 제인이 편지의 나머지 부분을 읽어보아도 캐롤라인이 그녀에게 애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 외에 다른 어떤 위안도 발견할 수 없었다. 다씨의 여동생에 대한 찬사가 편지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녀의 여러 가지 매력적인 면을 자세히 언급하면서 이제 캐롤라인은 두 사람의 결합을 예상했고, 캐롤라인 자신이 전에 보냈던 편지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기 소망에 대해서 쓰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오빠가 다씨의 집에서 머물고 있어서 아주 바람직하다는 말을 했고 다씨가 새로이 가구를 이것저것 들여놓고 있다고 전해주었다.

제인은 그 편지에 대해서 엘리자베스에게 곧바로 얘기해주었고, 엘리자베스는 그 말을 듣고는 조용히 분을 삭이고 있었다. 엘리자베스의 마음은 언니에 대한 걱정과 그쪽 사람들에 대한 분개심으로 나뉘어 있었다. 캐롤라인의 오빠가 다씨의 여동생에게 관심이 많다는 캐롤라인의 주장을 엘리자베스는 전혀 믿지 않았다. 엘리자베스는 항상 빙리가 자기 언니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언제나 빙리를 좋게 생각해왔지만, 이제는 그 사람의 생각의 단순함이나 과도하게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계략에 포로가 되어버렸고 그들에게 넘어가서 자기 행복을 멀리해버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행복을 멀리해버림으로써 자기 자신만이 피해를 본다면 용납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게 언니의 행복과도 연관이 있었고 빙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문제에 대해서 엘리자베스가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뚜렷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제인에 대한 빙리의 관심이 식어버렸는지, 아니면 주위 사람들에 의해서 애정이 죽어버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가 제인의 사랑을 알기는 알았는지, 이제는 더 이상 제인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지 않은지도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간에 이제 빙리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생각은 변하고 있었고, 그녀의 언니인 제인은 마음의 평화가 깨져버린 상태였다.

제인이 엘리자베스에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데는 하루나 이틀이 더 필요했다. 베넷 여사가 네더필드와 그 집의 주인에 대해서 평소보다 더 나쁜 말을 늘어놓고 나서 제인과 엘리자베스 둘만이 남게 되자 제인이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가 이제는 좀 그만해주셨으면 좋겠어. 어머니가 빙리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면 내 속이 더 뒤집히기만 할 뿐이지. 그치만 어머니가 그런다고 해서 내가 뭐라고 할 입장도 아니고. 결국 시간이 가면 빙리도 잊힐 테고 우린 이전으로 돌아가게 될 거야.”

엘리자베스는 근심하는 눈초리로 언니를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인은 얼굴색이 약간 달라지면서 말했다. “내 말을 곧이듣지 않는구나. 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거야. 그는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내 마음에 남을 테고 그것으로 끝이야. 이렇게 됐다고 해서 기가 죽거나 두려울 건 하나도 없어. 그 사람을 욕할 필요도 없고. 모든 게 잘됐어. 마음의 고통 같은 건 나한테 없어. 시간이 좀 흐르면 모두 극복할 수 있을 거야.”

그러고는 그녀가 목소리에 더 힘을 주면서 말해주었다. “내가 잘못 생각한 것뿐이니까 걱정할 게 하나도 없어. 나를 제외하곤 내가 다른 사람한테 손해를 끼친 일도 없고 말야.”

엘리자베스가 소리 질렀다. “언니! 언니는 맘씨가 너무 좋아. 너무 상냥하고 너무 공평무사해. 언니한테 무슨 말을 해줘야 될지 모르겠어. 난 지금까지 언니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언니를 격하시키기만 한 것 같아.”

제인은 동생이 자기를 높여주는 것을 사양하면서 오히려 동생의 현명한 머리를 칭찬해주었다.

“이건 공평하지 못해. 남들은 언니를 세상 사람들이 모두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고 여기는데 그 반대로 얘기하면 안 되지. 난 언니가 완벽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고, 그러니 언니는 세상을 다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과격하게 말을 하더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언니가 세상을 모두 좋은 식으로 해석하는 데 대해서 내가 반대하더라도 언니는 날 나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내가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적어. 그리고 그중에서도 내가 선량하다고 보는 사람은 더 적어. 내가 세상을 보면 볼수록 거기에 만족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야. 그리고 내가 세상을 살아갈수록 사람들은 믿을 수가 없고 사람들의 장점이나 이성 같은 것도 전혀 믿을 게 못 된다는 확신만 커져가더라고. 최근에만도 그런 예를 두 가지나 봤어. 한 가지는 말하지 않을 테고, 다른 한 가지는 샬럿 결혼 사건이야. 그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야. 아무리 다른 쪽으로 생각해보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리지,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좋아.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네가 고달파진다고. 넌 사람마다 환경이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돼. 콜린스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고 샬럿은 신중하고 강한 성격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라고. 샬럿이 대가족 출신이라는 점도 고려해봐. 샬럿이 콜린스의 재산을 보고서 결혼하는 게 아주 바람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돼. 그리고 샬럿이 우리 사촌인 콜린스한테 존경심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도록 노력해봐.”

“난 언니를 위해서 다른 건 다 이해해줄 수 있어.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믿는다면 다른 누구한테도 좋을 게 없어. 샬럿이 콜린스를 존경한다면 샬럿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거지. 콜린스는 거만하고 속 좁고 우둔한 사람이야. 언니도 그 점에 대해선 나보다 더 잘 알 거야. 또 그런 사람하고 결혼하는 여자가 제대로 된 여자가 아니란 점을 언니도 알 거야. 그러니 언니가 샬럿을 변호하면 안 되는 거지. 언니가 샬럿 한 사람을 위해서 원칙이나 성실 같은 단어의 의미를 바꾸어버릴 순 없는 것이고, 이기심은 현명한 것이라는 식으로 해석할 순 없는 거야.”

“넌 두 사람에 대해서 너무 심한 말을 하는 거 같아. 네가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사실을 확신할 수 있을 거야. 그 두 사람 얘기는 여기서 접어두자. 넌 다른 한 가지 점에 대해서 암시를 줬어. 두 가지 점을 얘기했지. 네 말의 의미를 난 짐작할 수 있을 거 같아. 그치만 빙리를 비난하거나 네가 그 사람에게 실망했다는 소리를 해서 날 괴롭히지 말아줘. 그가 고의로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지 말자고. 그처럼 생기 넘치는 사람이 항상 신중하고 용의주도할 거라고 생각할 순 없는 거야. 우린 우리 자신의 허영 때문에 속는 경우가 많아. 남자들이 찬사를 해주면 여자들은 과분한 생각을 갖는 거지.”

“남자들은 그런 식으로 여자를 유혹하는 거야.”

“그게 만약 의도적이라면 온당한 게 아니지. 근데 난 이 세상에 계획해서 되는 일이 사람들의 생각처럼 많진 않다고 봐.”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나도 빙리의 행동이 의도적인 거라곤 생각지 않아. 그치만 남한테 해를 입히거나 남을 불행하게 하려고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어떤 잘못이 생기고 불행한 일도 일어난다고. 생각이 둔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거나 확고한 면이 없다면 그런 일이 발생하는 거야.”

“그럼 리지 넌 그중의 하나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거니?”

“그렇지. 내가 말한 것들 중에서 마지막 이유가 그 원인이 되는 거지. 그치만 내가 계속 얘기한다면 언니가 좋게 평가하는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버리게 될 테고, 그러면 언니는 기분이 좋지 않을 거야. 그러니 말하지 말라면 안 할게.”

“넌 그의 누이들이 아직도 그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렇지. 게다가 그 사람의 친구하고 협조해서 말이지.”
“난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어. 왜 그들이 그런 영향력을 주어야 하는데? 그 사람들은 빙리가 행복하기만을 바랄 거야. 그리고 그 남자가 나한테 빠져 있다면 다른 여자가 가로챌 수는 없는 일이지.”

“언니의 첫 번째 가설은 맞지 않아. 그 사람들은 빙리의 행복 말고도 다른 여러 가지 것을 바라거나, 빙리가 더 부유해지고 지위도 더 높아지기를 바랄 수도 있어. 돈도 많고 사회적 지위도 높고 자존심도 강한 여자하고 결혼하기를 바랄 수도 있지.”

제인이 응수했다. “물론 그 사람들은 다씨의 여동생하고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을 거야. 근데 그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의도에서 비롯된 일일 수 있잖아. 그들은 다씨의 여동생을 나보다 더 오랫동안 알아왔어. 그러니 그 여자를 더 좋아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그치만 그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고 있든지 자기 형제자매의 의사에 반하는 일은 벌이지 않을 거야. 반대할 만한 뚜렷한 이유가 없는 한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어? 만약 빙리가 날 좋아한다는 점을 그들이 안다면 우리를 떼어놓으려 들지 않을 거야. 그렇게 하려 한다고 해서 성공하지도 못할 테니까. 넌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애정이 있다고 간주함으로써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른다고 생각하고, 결국 나도 불행하게 만드는 거야. 그런 생각으로 날 속상하게 하지 말아줘. 난 나 자신이 오해했다는 점에 대해 창피하게 생각하진 않아. 적어도 내가 그 사람이나 그의 누이들을 나쁘게 생각함으로써 내가 지금 느끼게 될 감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이 일에 대해서 내가 좋은 감정을 갖도록 해줘.”

엘리자베스는 그러한 바람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후로는 둘이 있을 때 빙리의 이름을 꺼내는 일 자체를 꺼리게 되었다. 베넷 여사는 빙리가 돌아오지 않는 점에 대해서 계속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불평을 해댔다. 엘리자베스는 어머니에게 그 이유를 명백하게 설명해주었지만 안절부절못하는 어머니를 막을 수는 없었다. 빙리가 제인에게 빠진 건 누구에게나 한때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이제 제인을 보지 않게 되니 그런 감정이 사라져버렸을 거라고, 자기도 믿을 수 없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러면 어머니는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고 여겼다가도 조금 지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버리는 것이었다. 여름이 다가오면 빙리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베넷은 다른 각도로 그 일을 바라보았다. 어느 날 그가 이런 식으로 말했다. “리지, 언니 일이 깨져버렸다지. 그거 아주 좋은 소식이구나. 여자들은 때때로 결혼이 성사되는 거 못지않게 결혼이 깨져버리기를 바라기도 하지. 뭔가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도 생기고, 친구들 사이에서 독특한 점이 드러나기도 해. 너는 언제 차례가 오는 거니? 제인이 혼자서 역할을 도맡도록 하지는 않을 텐데. 이제 네 차례가 다가온 거 같구나. 메리튼에는 시골 아가씨들한테 실연만 안겨줄 장교들이 많이 있을 테고. 위컴이 네 상대가 되게 해보렴. 그 사람은 성격이 유쾌하고 널 기분 좋게 차버릴 수 있을 거 같구나.”

“고마워요, 아버지. 그치만 좀 더 호감 가지 않는 남자라도 전 만족해요. 언니 같은 운을 아무나 기대할 순 없거든요.”

“물론 그렇지. 근데 리지 네가 어떤 운명을 만나든 간에 네 사랑스런 어머니가 방방 뜨게 될 테니 재밌는 일이 벌어질 거야.”

위컴을 사귀게 됨으로써 이제 근래에 일어난 좋지 않은 일 때문에 롱본의 식구들이 울적해져 있는 상태를 바꾸는 데 일조를 하게 되었다. 이제 위컴을 더 자주 보게 되었는데, 위컴은 많은 장점이 있는 데다가 솔직함마저 갖추고 있었다. 그가 다씨에게 받은 부당한 대우, 그리고 그것 때문에 그가 받은 고통 등등 엘리자베스가 이미 들었던 이야기가 이제 널리 회자되었고 모두 그 얘기를 인정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러한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을 때부터도 자기들이 다씨를 얼마나 혐오했는지를 회상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일에서 어떤 다른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유일한 사람은 제인이었다. 그녀는 온건하고 침착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모든 일에서 성급한 판단을 하지 말도록 했다. 그렇지만 다씨는 제인을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에게 아주 나쁜 인간으로 간주되고 있었다.
 



제2장
 
 
 
콜린스는 샬럿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행복한 설계를 하면서 1주일을 보낸 후 토요일에 떠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는 신부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이별의 고통을 달랠 수 있었다. 다음에 그가 다시 하트포드셔로 오게 되면 자기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줄 날짜가 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롱본의 친척들에게 전처럼 장황한 작별 인사를 했다. 아름다운 사촌들에게는 건강과 행복을 바란다고 했고, 베넷에게는 감사의 편지를 쓰겠다는 말을 했다.

베넷 여사는 그다음의 월요일이 닥쳤을 때 자신의 남동생과 올케를 맞이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었다. 그들이 크리스마스를 롱본에서 보내기 위해 런던에서 왔기 때문이다. 남동생인 가드너는 교육도 많이 받았지만 천성적으로 그의 누나보다 뛰어나고 신사다운 사람이었다. 네더필드의 여자들이 그를 보았다면 점포에서만 왔다 갔다 하면서 장사로 먹고사는 그가 어떻게 그렇게 교양을 갖추게 되었는지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베넷 여사나 필립스 여사보다 몇 살 아래인 가드너 여사는 상냥하고 학식도 있으며 우아한 여자였는데, 그래서 롱본의 숙녀들은 모두 그녀를 아주 좋아했다. 특히 가장 나이 많은 제인과 엘리자베스와는 아주 각별한 애정이 있었다. 그래서 두 조카들은 런던으로 자주 가서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가드너 여사가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선물을 나누어 주고 런던의 최신 유행에 대해서 말해주는 것이었다. 그 일이 마무리된 후에는 이제 특별히 할 게 없었다. 이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던 것이다. 베넷 여사가 올케에게 해줄 안 좋은 얘기가 많았는데, 지난번에 마지막으로 올케를 만난 후로 불공평한 처사만 당했다고 했다. 두 딸이 결혼할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결국 모든 게 물거품이 돼버렸다고 했다.

그녀가 얘기를 계속했다. “제인은 잘못이 없지. 할 수만 있었다면 빙리를 놓치지 않았을 테니. 근데 저 리지는 말야, 그놈의 성질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콜린스하고 결혼해 있을 거라고. 바로 이 자리에서 그 사람이 청혼을 했는데 저 애가 거절해버렸어. 그래가지고 루카스 여사가 나보담 먼저 딸을 시집보내게 됐고, 롱본의 재산은 이제 그쪽으로 넘어가게 생겼어. 루카스 사람들은 정말 교활해. 무엇이든 잡을 수 있는 것은 결코 놓치지를 않아. 이렇게 말해선 안 되겠지만 사실이 그렇지 뭐. 내 가족들은 나를 배신해버리고 이웃 사람들은 자기 몫만 챙기는 데 열심이니 내가 성질이 뻗치지 않을 수가 없지. 올케가 이렇게라도 와주니 내 기분이 풀어지는군. 요즘 유행하는 옷에 대한 얘기도 재미있고.”

가드너 여사는 제인과 엘리자베스에게 편지로 소식을 들어서 대강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누이에게는 그럭저럭 응수해준 뒤에 조카들에게로 말문을 돌렸다.

나중에 엘리자베스와 단둘이 있게 되자 가드너 여사는 화제를 제인 얘기로 돌렸다. “제인한테 좋은 신랑감이 나타난 거 같았는데 일이 그렇게 됐다니 참 좋지 않구나. 하긴 그런 일이 자주 벌어지긴 하지. 그처럼 젊은 남자가 몇 주 동안 예쁜 여자하고 사랑에 빠졌다가 어떤 사건으로 이별하고, 그렇게 되면 쉽게 잊어버리고, 그런 일은 누구한테나 있는 일이야.”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죠. 그치만 우리에겐 보통 일이 아니라고요. 그냥 우연히 일어난 일 같지가 않아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열렬히 사랑하던 여자를 한순간에 차버리도록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강요하는 일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냐고요.” 엘리자베스가 응수했다.
 
“그치만 열렬하게 사랑했다는 말은 너무나 추상적이라서 나한테는 감이 잘 오지 않는구나. 단 반 시간 동안 연애를 하고도 그런 말을 쓸 수 있는 거 아니겠니? 빙리가 제인을 얼마나 열렬히 사랑하고 있었다고 보니?”

“그처럼 전망 있어 보이는 광경은 내가 여지껏 본 일이 없을 정도예요. 빙리는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제인에게만 빠졌어요. 두 사람이 자주 만날수록 더 확고해 보였어요. 그 사람이 자기 집에서 무도회를 열었을 때 다른 여자하고는 춤출 생각도 하지 않았고, 나도 두 번 파트너가 되고자 했는데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더라고요. 그보다 더 확실한 징후를 찾을 수 있겠어요? 다른 사람은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게 제인에 대한 애정 때문이 아니라면 뭐겠어요?”

“하긴 그렇지. 그 남자는 진실로 애정을 느꼈을 거야. 제인이 불쌍해 보이는구나. 걔 성격으로 봐서 쉽사리 극복해내지 못할 텐데 말야. 리지 너한테 그런 일이 생겼으면 좋았을 텐데. 넌 그런 일도 쉽게 웃어넘길 여자지. 근데 제인에게 우리하고 함께 런던으로 가자고 하면 어떻겠니? 환경이 바뀌면 기분이 달라질 테고, 집에서 벗어나 있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야.”

엘리자베스는 아주 좋은 제안이라고 했고, 제인이 동의할 것이라고 간주했다.

가드너 여사가 말을 이었다. “그 남자 때문에 런던으로 가는 데 지장이 없었으면 좋겠구나. 우린 그 남자 있는 데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 살뿐더러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도 그가 상대하는 사람들하고는 다르지. 그리고 우리가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일도 거의 없고 하니 그 남자가 제인을 만나러 오지 않는 한 마주칠 일은 없어.”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그 남자는 지금 친구가 감시하고 있고, 그 친구는 빙리가 제인을 만나러 가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둘이서 만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아요. 다씨는 지저분한 곳으로 가는 걸 끔찍하게 여길 테고 한번 지저분한 곳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한 달은 부지런히 목욕하면서 씻어내야 그 냄새가 없어진다고 생각할 텐데요. 그리고 빙리는 그 사람이 동반하지 않는다면 절대 움직이지 않을 거예요.”

“그거 잘됐구나. 두 사람이 만날 일은 없겠어. 근데 제인이 그 사람 누이하고 편지를 주고받지 않니? 그러면 제인이 그 여자를 방문하려고 할 텐데.”

“언니는 이제 그 여자하고 완전히 끊어버릴 거예요.”

그런데 두 사람이 교제를 끊을 것이고 빙리가 주위 사람들의 반대로 제인을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엘리자베스는 사실 마음속으로 그 점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졌고 그 반대의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인에 대한 빙리의 애정이 다시 솟구쳐오르고 그가 제인의 매력으로 주위 사람들의 반대를 극복해낸다면,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다.

제인은 외숙모의 초대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빙리가 캐롤라인과 함께 살지 않기 때문에 그와 마주칠 염려 없이 오전에 가끔씩 그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외에 다른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가드너와 그의 부인은 1주일 동안 롱본에 머물렀는데, 그동안에 필립스 집안 사람들이나 루카스 집안 사람들이나 장교들이 매일 베넷의 집에 들락거렸다. 베넷 여사가 자기 동생과 올케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서 사람들을 많이 불러들였기 때문에 가족들끼리 오붓하게 저녁을 먹는 때가 없었다. 집에서 사람들이 모일 때마다 장교들이 참석했고 위컴은 항상 빠지지 않았다. 가드너 여사는 엘리자베스가 위컴에 대해서 찬양하는 말을 했기 때문에 의심쩍어하면서도 두 사람의 관계를 주시하고 있었다. 가드너 여사의 눈에는 두 사람이 깊은 사랑에 빠진 걸로 보이진 않았지만 둘이 서로 좋아하는 광경을 보고는 속으로 불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하트포드셔를 떠나기 전에 그 일에 관해서 엘리자베스와 얘기를 나누고 그러한 유형의 애정이 신중한 처사가 아니라는 말을 해줘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위컴은 자신의 능력과는 별개로 가드너 여사의 기분을 맞춰줄 하나의 수단을 갖고 있었다. 지금부터 10년이나 12년 전, 그러니까 가드너 여사가 결혼하기 전에 그녀는 위컴이 살던 더비셔 지역에서 거주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공통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위컴은 5년 전에 다씨의 부친이 사망한 이후 그곳에 간 일이 거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드너 여사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 대한 소식을 어느 정도는 전해줄 수 있었다.
가드너 여사는 펨벌리 저택을 본 적이 있고 다씨의 아버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드너 여사와 위컴은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다. 가드너 여사는 자기가 기억하는 펨벌리 저택과 위컴이 말해주는 그 저택을 비교해보면서, 이제는 사망한 그 저택 주인의 인격에 대해서 찬양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다씨가 위컴한테 한 짓에 대해서 얘기를 들어보고는 다씨가 과연 그런 성격의 사람이었는지를 회상해보려고 했는데, 다씨가 소년 시절에 아주 거만하고 불량스런 아이였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다는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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