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2부 5~6

나단비 | 2024.01.27 07:10:36 댓글: 0 조회: 82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3421
제5장
 
 
 
다음 날의 여행이 엘리자베스에게는 새롭고 흥미롭게 다가왔다. 즐거운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언니의 건강을 확인하여 이제 걱정이 사라졌고, 북부 지방으로 여행한다는 계획이 끊임없이 즐거움을 안겨다주었던 것이다.

대로를 벗어나 헌스포드로 가는 좁은 길로 들어서자 모두는 목사관이 어디 붙었는지 발견하기 위해 두리번거렸고 마차가 길을 돌 때마다 목사관이 나타나지 않는지 살펴보았다. 길의 한쪽으로는 로싱스 저택에 딸린 울타리가 이어져나가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로싱스 저택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으므로 실지로 어떤 사람들일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이윽고 목사관이 나타났다. 길 쪽으로 난 경사진 정원, 그 안에 있는 집, 녹색의 울타리와 월계수로 뒤덮인 담 등 모든 것이 이제 그들이 목적지에 당도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콜린스와 샬럿이 집 문 앞에 서 있었다. 마차는 작은 문 앞에 멈춰섰는데 그 안으로는 자갈길이 이어져 있었다. 모두 마차에서 내렸고 반가운 인사가 이어졌다. 샬럿은 친구가 멀리서 와서 아주 기뻐했고, 엘리자베스는 오랜 친구가 그토록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는 자기가 정말 잘 왔다고 생각했다. 엘리자베스는 콜린스가 결혼 이후에도 달라진 모습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콜린스는 정중하게 격식을 차려가면서 엘리자베스를 문 앞에 세워둔 채 몇 분 동안 가족의 안부를 물어댔다. 다음에 그 여행객들 은 자기 집의 깨끗함에 대해서 말해주는 콜린스에게 인도되어 집으로 들어갔다. 응접실에 들어서자 콜린스는 누추한 집을 방문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말을 되풀이했고 샬럿은 마실 것을 대접해주었다.

엘리자베스는 콜린스가 의기양양하게 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가 방의 조화로운 배치나 가구 등에 대해서 자랑을 해댔기 때문에 그녀는 콜린스가 마치 자신의 청혼을 거절한 사실이 적절치 못했다는 점을 알려주려는 듯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모든 게 깔끔하고 안정되어 보인다는 점을 인정할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한숨을 내쉬면서 콜린스를 의기양양하게 만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보다는 그런 사람과 살면서도 쾌활한 성격을 유지할 수 있는 샬럿이 대단해 보이는 것이었다. 콜린스는 아내를 불쾌하게 만들 수 있는 말을 몇 번 했는데, 그럴 때마다 엘리자베스는 샬럿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기 위해 그쪽으로 얼굴을 돌려 바라보았다. 샬럿은 한두 번 얼굴을 살짝 붉히기는 했지만 그냥 못 들은 척하고 넘어가는 것이었다. 콜린스는 응접실에서 벽장과 벽난로 등에 대해 한참 동안 설명했고 손님들은 여행에 대해서, 그리고 런던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런 다음에 콜린스가 정원으로 산책을 가자고 요청했다. 정원은 널찍했고 정리 정돈이 잘되어 있었으며 콜린스가 손수 가꾸어온 것이었다. 콜린스는 정원을 가꾸는 일이 자신의 취미 가운데 하나라는 얘기를 해주었다. 샬럿은 정원 가꾸기가 운동도 되고 건강에도 좋기 때문에 남편에게 그 일을 하도록 자주 권한다고 말했는데, 엘리자베스는 그런 말을 하는 샬럿의 태도에서 안정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콜린스는 정원의 이곳저곳으로 안내하면서 여러 가지 설명을 해주었는데, 그런 설명을 듣느라 손님들은 실질적으로 구경할 기회를 가질 수도 없었다. 콜린스는 밭 하나하나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고 멀리 떨어진 숲에 있는 나무가 몇 그루인지까지 말해주었다. 그런데 그는 자기 집이나 영국에서 내로라하는 어떤 곳도 로싱스 저택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콜린스의 집에서 거의 정면에 위치한 장원을 감싸고 있는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로싱스 저택은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아주 훌륭한 건축물이었다.

콜린스는 정원을 구경시킨 다음에 두 군데의 목초지까지 손님들을 데려가고자 했지만 하얗게 서리가 내린 길을 걸어다닐 신발이 없는 여자들이 집으로 돌아섰다. 그래서 윌리엄 루카스만 콜린스를 따라나섰고, 두 사람이 목초지를 구경하는 동안에 샬럿은 자기 동생과 엘리자베스를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이제 자기 혼자서 집 안을 구경시켜줄 수 있어서 샬럿은 기분이 유쾌해 보였다. 집은 조금 작기는 했지만 튼튼하고 편리하게 지어져 있었다. 하나같이 깨끗하고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었는데, 엘리자베스에게는 그 모든 게 샬럿의 솜씨로 보였다. 콜린스만 마음에 든다면 전체적으로 볼 때 아주 안락한 곳이었다. 그리고 샬럿이 그러한 모든 것을 즐기고 있는 모습에서 그녀는 콜린스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엘리자베스는 캐서린 여사가 아직 그 시골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도중에 콜린스가 다시 한번 그 사실에 대해 알려주면서 이렇게 말을 이었다.
“엘리자베스, 이번 일요일에 교회에서 캐서린 여사님을 볼 수 있을 거야. 엘리자베스도 물론 그분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 그분은 정말 자상하신 분이니 예배가 끝나고 엘리자베스도 그분하고 만나는 영예를 가질 수 있을 거야.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에 우리 부부를 초대할 때마다 엘리자베스하고 우리 처제도 함께 초대해주실 거야. 그분께서는 샬럿에게도 정말 잘해주신다고. 우리는 1주일에 두 번 로싱스 저택에서 식사를 하는데 그때마다 여기까지 걸어오게 놔두시지를 않지. 우리를 위해서 항상 마차를 내주시는 거야. 마차가 여러 대 있으니까 그중에서 하나를 내주시는 거라고.”

“캐서린 여사님은 정말 존경할 만하고 사려가 깊으신 분이야. 그리고 정말 자상하게 이것저것 알려주시지.” 샬럿이 추가로 말해주었다.

“그렇지. 그게 내가 매번 하는 말이라고. 우리가 아무리 칭송해도 모자랄 분이지.” 콜린스가 거들었다.

그날 저녁은 주로 편지에서 주고받기도 했던 하트포드셔에 관련된 소식을 전하면서 보냈다. 이야기가 끝나자 엘리자베스는 자기에게 배정된 방으로 돌아가 샬럿이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해서 혼자 생각해보았다. 집을 안내해주면서 샬럿이 한 말을 생각했고, 남편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를 이해하려고 했으며, 샬럿이 아주 훌륭하게 해나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엔 없었다. 또한 엘리자베스는 그곳에서 머무르는 동안에 어떻게 시간을 보내게 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조용히 지낼 날이 많을 테고 콜린스가 끼어들어 일을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으며, 로싱스 저택의 사람들과 요란한 시간을 보낼 것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짧은 시간에 모든 걸 그려낼 수가 있었다.

다음 날 낮에 엘리자베스가 산책을 나가기 위해 방에서 준비하고 있는데 아래층이 요란해지면서 무슨 소동이 벌어진 듯했다. 그녀가 잠시 듣고 있으려니 누군가가 급하게 계단을 올라오면서 크게 자기의 이름을 불렀다. 엘리자베스가 문을 열자 층계참에 있는 마리아가 보였는데, 마리아가 이렇게 소리 지르는 것이었다.

“리지! 빨리 식당으로 가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한번 봐! 무슨 일인지 내 입으로 말은 하지 않을 거야. 빨리빨리 내려가보라고.”

엘리자베스가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마리아는 더 이상의 말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아래층으로 급하게 내려가서 오솔길이 내다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가서는 무슨 일인지를 보려고 했다. 두 여자를 태운 마차가 정원의 문 옆에 있는 것 이었다.

“겨우 이거야? 난 돼지떼라도 정원으로 들어오는 줄 알았더니 캐서린 여사하고 그 딸이잖아?” 엘리자베스가 응수했다.

“아냐, 캐서린 여사가 아냐. 나이 많은 여자는 그 저택에 살고 있는 젠킨슨 여사래. 다른 한 여자는 캐서린 여사 딸이야. 체구는 조그맣군. 저렇게 작고 깡마른 여잔 줄 누가 알았겠어?” 마리아가 말했다.

“이렇게 바람이 심하게 부는데 샬럿을 문 밖에 세워두다니, 거만하기 짝이 없네. 왜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거지?”

“그건, 샬럿이 그러는데 저 여자들은 집 안에 들어오는 일이 거의 없대. 캐서린 여사 딸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건 대단한 호의를 베푸는 거래.”

“생긴 게 내 마음에 드는구나. 병에 걸린 것 같고 신경질이 많을거 같아. 맞아, 그 남자하고 꽤 잘 어울리겠어. 그 남자하고 결혼하면 아주 제격일 거야.” 엘리자베스가 무슨 생각이 나서 이렇게 말했다.

콜린스는 샬럿과 함께 문 옆에 서서 여자들과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리고 윌리엄 루카스 경은 현관에 서서 그 귀한 여자들을 열심히 바라다보며 캐서린 여사의 딸이 자기가 있는 쪽을 볼 때마다 허리를 굽신거려서, 엘리자베스는 속으로 웃음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더 이상의 할 말이 없게 되었다. 두 여자는 마차를 타고 떠나갔고 콜린스 부부는 집 안으로 들어왔다. 콜린스는 엘리자베스와 마리아를 보고서는 두 사람이 운이 좋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샬럿이 하는 말에 따르면 거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다음 날에 로싱스저택에서 식사를 하도록 초대받았다는 것이었다.
 



제6장
 
 
 
콜린스는 그 초대를 받고서는 기분이 매우 고조되어 있었다. 손님들에게 자신의 후견인의 위대함을 보여줌으로써 감탄사를 유도해내고, 그 귀하신 분이 자기 부부를 얼마나 배려해주는지 보임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게 그가 바라던 소망이었다. 그리고 그런 기회가 빨리 다가왔다는 점은 그가 아무리 칭송해도 모자라는 캐서린 여사의 자기에 대한 배려를 과시하는 셈이 되었다.

콜린스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캐서린 여사님이 일요일에 차나 한잔 하면서 저녁을 보내자고 했다면 내가 놀라지 않았을 거야. 그분의 너그러우신 성품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초대를 예상했었다고. 그치만 이처럼 초대받게 될 줄을 누가 짐작이나 했겠냐고? 손님들이 도착하자마자 모두를 초대해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어?”
윌리엄 루카스 경이 옆에서 듣고 있다가 끼어들었다. “난 별로 놀라진 않았네. 난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매너에 대해서 잘 알기 때문이지. 궁정에서는 그처럼 호의를 베푸는 게 일상적인 일이거든.”

그날 하루 종일, 그리고 다음 날까지 그곳의 사람들은 로싱스 저택을 방문하는 일 외에는 다른 얘깃거리를 찾지 못했다. 콜린스는 그 저택에 있는 방의 규모나 수많은 하인들이나 화려한 저녁 식탁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려주면서, 새로 온 손님들이 그 집에 들어가서 당황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여자들이 흩어지려고 할 때 콜린스가 엘리자베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옷 때문에 너무 신경 쓰지는 마. 캐서린 여사님은 자기 자신이나 따님하고 같은 수준으로 우아하게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으실 거야. 그냥 조금 나은 옷만 입으면 돼. 옷차림이 수수하다고 해서 안 좋게 볼 여사님은 아니니까. 그분은 신분이 드러나도록 옷을 차려입는 걸 좋아하셔.”

여자들이 옷을 입는 동안에 콜린스는 이곳저곳 방문을 노크하면서, 캐서린 여사가 손님이 늦게 와서 저녁 식사가 지연되면 아주 싫어한다며 빨리 옷을 입으라고 독촉해댔다. 그 귀부인의 그러한 성격에 대해서 들은 마리아는 사교계에 나서본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크게 겁을 먹었다. 그녀에게 로싱스 저택에 들어서는 것은 자기 아버지가 국왕을 알현하기 위해 세인트 제임스 궁으로 들어갈 때만큼이나 떨리는 일이었다.

날씨가 화창했기 때문에 정원을 거쳐서 대략 반 마일을 이동하는 걸음걸이가 유쾌했다. 정원은 각각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그 정원의 경치가 상당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콜린스가 찬양하는 정도로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콜린스가 저택의 정면에 있는 창문의 숫자를 헤아리면서 그 유리를 끼우는 데만도 그 저택의 옛날 주인이던 루이스 드 버그 경이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말해주는 것을 듣고도 크게 감탄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현관을 향해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리아의 감탄은 더해졌고 윌리엄 루카스마저도 감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엘리자베스는 압도되지 않았다. 캐서린 여사가 다른 특별한 재능이나 위대한 덕을 지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는지라 단지 돈과 지위 덕택에 위세를 얻고 있다면 크게 찬양할 만한 인물이 못 된다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콜린스는 현관에 이르자 그곳의 세련된 구조와 장식에 대해서 칭송했고, 거기서 일행은 하인들의 안내를 받아 대기실에 있다가 캐서린 여사와 그녀의 딸, 그리고 젠킨슨 여사가 앉아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캐서린 여사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들을 맞아주는 호의를 베풀어주었다. 샬럿이 남편과 의논하여 자기가 소개를 해주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콜린스라면 장황하게 예의를 지켜가면서 했을 말을 생략하고서 적당하게 소개시켜주었다.

윌리엄 루카스 경은 세인트 제임스 궁에서 국왕을 알현한 경험도 있으면서 주위의 위세에 압도되어 깊이 허리를 굽혀 절을 하고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자리에 앉을 뿐이었다. 그의 딸은 두려움 때문에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가 되어서 의자 끝에 겨우 걸터앉은 채 눈을 어디로 돌려야 하는지 두리번거리고만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그런 상황에 기죽지 않았고 침착하게 자기 앞에 있는 세 귀부인을 바라볼 수 있었다. 캐서린 여사는 키가 크고 체구도 크며 젊었을 때는 아름다웠을 법한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태도는 온화하지가 못했고 손님들을 대하는 모습은 그 손님들로 하여금 자기들의 신분을 망각하게 만들 정도가 되지 못했다. 가만히 침묵을 지킴으로써 위엄이 살아나는 형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말을 할 때마다 일부러 위압적인 태도를 취해서 엘리자베스는 위컴이 이전에 해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그날 관찰한 결과 엘리자베스는 캐서린 여사가 위컴의 말과 정확히 들어맞는 사람이라는 점을 느꼈다.

용모나 태도가 다씨와 닮아 보이는 캐서린 여사를 관찰한 후에 엘리자베스는 그녀의 딸을 바라보았다. 그들 모녀는 용모나 자태에 닮은 데가 없었다. 그 딸의 모습은 창백하고 병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 얼굴은 범상해 보이지 않았지만 특별히 내세울 데라곤 없었다. 그녀는 젠킨슨 여사에게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 외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젠킨슨 여사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었는데, 캐서린 여사의 딸이 하는 말을 듣기만 했고 그 딸의 앞에 놓인 차폐막을 적절한 위치에 놓는 데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손님들은 잠시 앉아 있다가 경치를 구경하라는 권고를 받고는 창가로 다가갔다. 콜린스는 그곳의 아름다움을 설명해주었고, 캐서린 여사는 여름철에는 전망이 더 좋다고 말해주었다.

저녁 식사는 아주 훌륭했고, 콜린스의 말처럼 여러 명의 하인들이 식사 시중을 드는 가운데 수많은 요리가 나왔다. 콜린스는 캐서린 여사의 요청에 따라서 식탁의 맨 끝자리에 주빈인 것처럼 앉게 되었는데, 자기 생애에 그런 영예로운 순간은 없는 듯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기쁨에 겨워서 능숙하게 음식을 썰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요리에 대해서 칭찬도 해대었다. 요리가 나올 때마다 콜린스가 먼저 칭찬을 하면 윌리엄 루카스 경이 칭찬했다. 윌리엄 루카스 경은 이제 정신을 좀 가다듬고서는 자신의 사위가 하는 방식대로 따라 했는데, 엘리자베스는 캐서린 여사가 그런 태도를 어떻게 보아주는지 의아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캐서린 여사는 그 사람들의 찬사에 대해서 아주 흡족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만족해했고, 특히 요리가 아주 진기한 것이라는 말을 듣고서는 기분이 좋아져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는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는 틈을 보아서 어떤 말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샬럿과 캐서린 여사의 딸 사이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샬럿은 캐서린 여사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만 있었고, 캐서린 여사의 딸은 식사 동안 엘리자베스에게 한마디도 말을 건네지 않았다. 젠킨슨 여사는 캐서린 여사의 딸이 얼마나 식사를 적게 하는지에만 관심을 보였고, 그녀가 한 가지 요리에 손을 대지 않으면 다른 요리를 권하면서 가능한 한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했다. 마리아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남자 두 사람은 식사를 하면서 칭찬하는 일에만 열중했다.

여자들이 응접실로 들어간 뒤로는 거기서 캐서린 여사의 말을 듣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캐서린 여사는 커피가 나올 때까지 쉴 새 없이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듣는 데는 소질이 없는 것처럼 위압적인 태도였다. 그녀는 샬럿의 집안일에 대해서 꼬치꼬치 물어보았고 집안 살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충고를 해주었다. 샬럿처럼 단출한 집안에서는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를 말해주었고, 소나 닭 등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엘리자베스에게는 캐서린 여사가 어떤 일이라도 자기가 간섭할 상태가 된다면 이것저것 지시하지 않고는 못 배겨낼 사람으로 생각되었다. 캐서린 여사는 샬럿과 얘기를 하는 도중에 마리아와 엘리자베스에게도 이것저것 질문을 해댔는데, 마리아보다도 잘 모르고 있던 엘리자베스를 품위 있고 아름답다고 샬럿에게 얘기하는 것이었다. 캐서린 여사는 엘리자베스에게 자매들이 모두 몇이나 되며 그 자매들이 엘리자베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 그중에서 누가 결혼할 예정은 없는지, 그 자매들이 아름다운지, 교육은 잘 받았는지, 아버지가 어떤 마차를 소유하고 있는지, 어머니의 원래 성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물어댔다. 엘리자베스는 그렇게 묻는 태도가 뻔뻔스러워 보였지만 기죽지 않고 대답해주었다. 그러고 나서 캐서린 여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버지 재산이 콜린스한테로 가게 되는군.” 그리고 그녀는 샬럿을 돌아보며 말했다. “자네한테는 잘된 일이로군. 그치만 여자들이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돼 있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아. 우리 집안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말야. 엘리자베스 양, 악기도 다룰 줄 알고 노래도 할 줄 아나?”
“조금은 합니다.”
“그래? 그럼 아무 때나 아가씨 노래를 들어보면 되겠군. 우리 피아노는 아주 좋은 거야. 어디서도 쉽게 구경할 수 없을 거라고. 그런데 자매들도 악기를 다루고 노래를 할 줄 아나?”
“하나가 할 수 있죠.”
“왜 모두가 배우지 않았지? 다 배워뒀어야 하는데. 여기 웨브 가족은 모두 악기를 다룰 줄 알지. 근데 그 집 재산은 아가씨네만큼도 못할 거야. 그림은 그리나?”

“그림은 못 그립니다.”

“뭐라고? 그럼 자매들 다 못 그리나?”

“다 못 그립니다.”

“이상한 일이로군.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없었던 게로군. 어머니가 봄에 한 번씩 런던으로 데리고 가서 선생 밑에서 지도를 받았어야 하는데.”

“어머니는 런던에 데리고 가는 데 반대하지 않으셨을 테지만 아버지가 런던을 싫어하십니다.”

“가정교사가 나가버렸나?”

“가정교사는 둔 적이 없습니다.”

“가정교사가 없었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다섯이나 되는 딸을 가정교사 하나 없이 키웠다? 난 그런 얘길 들어본 적이 없어. 어머니가 자식들을 가르치느라 노예가 됐겠군.”

엘리자베스는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노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렇담 누가 자매들을 가르쳤지? 누가 돌봐주었냐고? 가정교사가 없었다면 아무도 돌봐주지 않았을 텐데.”

“일부 집안하고 비교해본다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죠. 그렇지만 우리가 배우고 싶어 할 땐 얼마든지 배울 수 있었답니다. 항상 책을 읽었고 훌륭한 가르침을 주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공부를 게을리 하고 싶었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었죠.”

“물론 그렇겠지. 근데 그렇게 게을러지지 않게 하는 게 가정교사의 임무지. 내가 아가씨 어머니를 알았더라면 가정교사를 두라고 열심히 권했을 거야. 꾸준히 가르침을 받아야만 사람의 구실을 할 수 있고, 그런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 가정교사지. 내가 가정교사를 소개시켜준 데가 엄청 많다고. 난 젊은 사람들이 그런 좋은 직업을 갖도록 애쓰지. 젠킨슨 여사네 조카 네 명이 내 덕분에 가정교사 자리를 얻었다고. 며칠 전에도 젊은 여자 하나를 누구 집에다가 소개시켜줬는데 그곳에서 아주 만족하고 있더군. 콜린스 여사, 멧칼프 여사가 나한테 감사 인사를 하려고 어제 여기 들렀다는 말을 내가 했던가? 그 가정교사가 보물단지라는 거야. ‘캐서린 여사님, 저한테 보물을 안겨주셨어요.’ 이렇게 그 여자가 말하더군. 엘리자베스 양, 자네 동생들은 사람들을 사귀고 다니나?”

“예, 모두 다 나다니고 있답니다.”

“뭐라고! 다섯 명 전부가 나다니고 있다고? 정말 이상한 일이로군. 아가씨가 겨우 둘째인데 말이야. 언니들이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동생들이 밖으로 나돌아다니면서 남자들을 만나고 있다니. 동생들이 아직 아주 어릴 텐데.”

“예, 막내는 열여섯 살밖에 되지 않았어요. 아직 남자들을 사귈 나이는 아니죠. 그치만 여사님, 언니들이 결혼할 의향이나 수단이 없는데 동생들까지 남자들과 사귈 기회를 놓쳐버린다면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요? 늦게 태어난 사람도 일찍 태어난 사람과 마찬가지로 인생을 즐길 권리가 있잖아요? 그런 구속을 받을 필요는 없지요. 그런 구속을 받는다고 해서 형제자매 간의 우애가 더해지는 건 아니니가요.”

“아가씨는 그처럼 젊은 나이에 아주 대담하게 자기주장을 하는군. 나이가 몇이지?” 캐서린 여사가 물었다.

“이미 커버린 동생들이 셋이나 있는데 저한테 제 나이를 밝히는걸 기대하시지는 않겠지요.” 엘리자베스가 웃음을 머금고서 말했다.

캐서린 여사는 자기가 즉답을 받지 못한 사실에 대해서 다소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엘리자베스는 그런 높은 신분의 사람에게 그처럼 당돌하게 말한 사람이 지금껏 자기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이 넘었을 거 같진 않군. 감추지 말고 말해보지.”

“스물한 살은 됐죠.”

이어서 남자들이 합류했고, 차를 마신 다음에 카드 테이블이 놓였다. 캐서린 여사, 윌리엄 루카스 경, 그리고 콜린스 부부가 하나의 테이블을 차지했다. 캐서린 여사의 딸은 다른 방식의 카드놀이를 선택했기 때문에 엘리자베스와 마리아, 젠킨슨 여사가 캐서린 여사의 딸과 함께 한 팀을 이루게 되었다. 그 팀의 카드놀이는 재미가 없었다. 게임과 관련된 말 이외의 다른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젠킨슨 여사가 캐서린 여사의 딸에게 너무 춥거나 덥지 않은지, 혹은 불빛이 너무 강하거나 약하지 않은지를 물어보는 정도였다. 다른 쪽 카드놀이에서는 훨씬 더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다. 주로 캐서린 여사가 말을 많이 했는데, 다른 사람들의 카드놀이 실수를 지적해주거나 자기 자신의 신상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콜린스는 캐서린 여사가 하는 말에 응수하느라 바빴고 자기가 돈을 따면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했으며 너무 돈을 많이 따게 됐을 때는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윌리엄 루카스 경은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단순히 캐서린 여사의 일화를 기억해두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캐서린 여사와 그 딸이 이제 카드놀이를 그만두자고 했고, 캐서린 여사는 손님들에게 마차를 내어주겠다고 제안했다. 사람들이 그 제안을 감사하게 받아들이자 마차를 대기시키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벽난로 주변에서 내일 날씨에 대한 캐서린 여사의 얘기를 들었다. 그러는 도중에 마차가 도착해서 손님들을 불렀다. 콜린스가 여러 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윌리엄 루카스 경도 몇 번이나 고개를 숙여서 절을 한 뒤에야 그들은 출발했다. 그들이 그 집을 떠나자마자 콜린스는 엘리자베스에게 그녀가 본 모든 것에 대해 물어봤고, 엘리자베스는 샬럿의 입장을 생각해서 자기가 실지로 느꼈던 것보다 더 좋게 얘기를 해주었다. 그렇지만 엘리자베스가 상당히 호의적으로 말해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콜린스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고, 그래서 그는 직접 캐서린 여사에 대한 칭찬을 다시 늘어놓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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