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2부 7~8

나단비 | 2024.01.27 07:20:48 댓글: 0 조회: 141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3423
제7장
 
 
 
윌리엄 루카스 경은 헌스포드에 1주일밖에 머무르지 않았지만, 딸이 아주 안락하게 자리를 잡았으며 좋은 남편과 훌륭한 이웃들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윌리엄 경이 머무르는 동안에는 콜린스가 오전에 마차로 함께 다니면서 시골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었는데, 이제 윌리엄 경이 가버리자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엘리자베스는 그러한 변화 때문에 사촌을 더 봐야 하지 않나 하는 걱정이 되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콜린스는 아침을 먹고 나서 저녁을 먹기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정원을 손질하거나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쓰거나 도로에 면해 있는 서재에서 창밖을 내다보거나 하는 데 보냈던 것이다. 여자들이 쓰는 방은 뒤쪽에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샬럿이 식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 점이 좀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그 방이 좀 더 크고 전망도 좋았지만 엘리자베스는 이내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콜린스가 자기 방에서 시간을 덜 보내게 될 것이 뻔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샬럿이 그렇게 한 게 머리를 쓴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응접실에서는 집 앞에 난 좁은 도로를 잘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콜린스가 그 길로 어떤 마차가 지나다녔는지, 특히 캐서린 여사의 딸이 그 길로 몇 번이나 지나갔는지를 알려주었다. 캐서린 여사의 딸은 매일같이 그 길로 지나다녔지만 그때마다 콜린스는 빼놓지 않고서 그 사실을 알려주었던 것이다. 캐서린 여사의 딸은 목사관 앞에 마차를 세우고서 샬럿과 얘기를 나누는 일이 흔했지만 마차에서 내려 머물다 가라는 요청에는 좀처럼 응하지 않았다.

콜린스는 로싱스 저택을 방문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었고 그의 부인도 마찬가지였다. 엘리자베스는 그쪽에서 어떤 혜택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까지는 그 부부가 왜 그렇게 그곳을 방문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캐서린 여사는 이따금 목사관을 방문해주었는데, 그 방문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는 방 안에 있는 어떤 것도 그녀의 관찰력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그 부부가 했던 일을 조사했고 일을 다른 방식으로 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가구의 배치나 가정부의 게으름을 지적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어쩌다가 식사라도 하게 된다면 고기를 너무 큰 것으로 준비했다든지 하는 지적을 하기 위함이었다.

엘리자베스는 그 귀부인이 그 주(州)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지는 않지만 교구 안에서 가장 활동적인 치안판사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교구의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콜린스를 통하여 캐서린 여사에게로 전달된다는 사실을 이내 알게 되었다. 주민들이 다투거나 불만을 갖고 있거나 너무 가난하다거나 할 때는 그들에게로 가서 문제점을 해결해주거나 불평을 잠재우거나 서로 화해하도록 만들었다.
 
로싱스 저택에서 식사를 하는 일은 1주일에 두 번 정도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윌리엄 루카스 경이 가버려서 이제 카드 테이블이 하나밖에 차려지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그러한 식사가 가져다주는 즐거움이 맨 처음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외에 다른 특별한 어울림은 없었다. 캐서린 여사의 생활수준은 콜린스 부부가 따라갈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엘리자베스는 그러한 생활수준의 차이에 별로 개의치 않고 비교적 안락한 시간을 보냈다. 이따금 샬럿과 반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었고 날씨가 아주 화창했기 때문에 가끔씩 산책을 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되었다. 사람들이 캐서린 여사의 집에 가 있을 때면 엘리자베스는 자기가 좋아하는 길을 거닐었다. 그 길은 정원의 한쪽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있는 키 작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넓은 숲을 따라 나 있었는데 그곳에 산책하기 좋은 길이 있었던 것이다. 그곳은 그녀 말고 다른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 곳이었고 캐서린 여사의 관심도 거기에는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조용한 가운데 2주일이 지나갔다. 부활절이 다가오면서 부활절 바로 전주에는 로싱스 저택에 사람이 늘어나게 되었는데, 그것은 그 저택의 가족이 너무 단출한 상황에서 중대한 일이었다. 엘리자베스는 다씨가 수주일 내에 거기 방문하리라는 사실을 헌스포드에 도착하고 얼마 있다가 알게 되었다. 엘리자베스로서는 다씨만큼 반갑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가 오면 이제 로싱스 저택에 새로운 활력이 생길 테고, 또 캐서린 여사가 조카를 자기 딸과 결혼시키려고 점찍어놓은 상황에서 그네들의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캐롤라인이 속으로 다씨를 자기 배필로 생각하고 있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확인하게 될 참이었다. 캐서린 여사는 다씨가 방문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아주 만족해하면서 그를 칭찬하는 말을 많이 해댔는데, 샬럿과 엘리자베스가 이미 다씨를 여러 번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거의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다씨가 도착했다는 소식은 곧 목사관에서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콜린스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오전 내내 로싱스 저택으로 이르는 길 쪽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걸어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차가 로싱스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서 절을 한 후에 콜린스는 그 굉장한 소식을 전하려고 집으로 급히 돌아왔다. 다음 날 오전에 콜린스는 인사를 하기 위해서 로싱스 저택으로 갔다. 콜린스가 인사를 해야 하는 캐서린 여사의 조카는 두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다씨가 자기 숙부의 아들인 피츠윌리엄 대령을 대동하고 왔기 때문이다. 콜린스가 목사관으로 돌아올 때 그 두 사람이 따라와서 모두가 놀라게 되었다. 샬럿이 남편의 방에서 내다보고 있다가 그 사람들이 자기 집으로 오는 모습을 보고는 즉시 두 여자에게 가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려주었던 것이다.

“난 저 사람이 이곳으로 오는 데 대해서 엘리자베스 너한테 고마워해야 할 거 같구나. 다씨가 날 보려고 여기로 오진 않을 테니 말야.” 샬럿이 얘기했다.

엘리자베스는 자기가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없다고 했는데, 곧이어 벨이 울리면서 그 세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피츠윌리엄 대령이 맨 앞에 있었는데, 그는 서른 살쯤 되어 보였고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태도나 말하는 방식이 신사다웠다. 다씨는 하트포드셔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고 옛날처럼 간단하게 샬럿에게 인사말을 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에게는, 속으로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아주 침착한 태도로 인사를 건넸다. 엘리자베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피츠윌리엄 대령은 교양 있는 사람답게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대화를 이끌어갔다. 그렇지만 다씨는 샬럿에게 집이나 정원에 대해서 몇 마디 한 뒤로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어떤 격식을 차려야겠다고 생각되었는지 엘리자베스에게 가족의 안부를 물어보는 것이었다. 엘리자베스는 평소의 방식대로 대답해주었고, 잠시 시간이 흐른 뒤에 이렇게 물어보았다.

“언니가 런던에 3개월 동안 머무르고 있는데, 거기서 만난 적은 없었나요?”

그녀는 다씨가 언니를 만난 일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가 빙리 집안의 사람들과 제인 사이의 일에 대해서 알고 있음을 내비치지 않을지 떠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씨가 언니를 만날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말할 때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그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두 남자는 이내 떠나갔다.
 



제8장
 
 
 
목사관의 사람들은 피츠윌리엄 대령의 사람 됨됨이를 모두가 열렬히 칭찬했고, 여자들은 그 사람 덕분에 이제 로싱스 저택의 모임에 활기가 넘쳐 흐를 것이라고 느꼈다. 그렇지만 그곳으로부터 초대가 오기까지는 며칠이 걸렸다. 왜냐하면 이제 목사관의 사람들을 그쪽에서 덜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두 신사가 도착한 지 1주일이 지난 후 부활절이 되어서야 초대를 받았고, 그것도 교회 예배가 끝난 뒤 저녁을 함께 보내자는 초대를 받았을 뿐이다. 1주일 동안은 캐서린 여사나 그 딸을 좀처럼 볼 수가 없었다. 그동안에 피츠윌리엄은 목사관에 한 번 이상 들렀지만, 다씨는 교회에서만 볼 수 있었다.

목사관의 사람들은 그 초대를 물론 받아들였고, 적절한 시간에 캐서린 여사의 저택으로 간 그들은 응접실에서 그쪽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캐서린 여사는 목사관의 사람들을 반갑게 맞아들이기는 했지만 그전에 손님이 집에 없을 때에 비하면 덜 반가워하는 면이 확실히 두드러졌다. 실지로 그녀는 조카들하고만 얘기를 나누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다씨와 주로 대화했다.
 
피츠윌리엄 대령은 목사관의 사람들을 진심으로 반기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누구든지 환영해주었다. 그리고 특히 샬럿의 아리따운 친구가 그에게 호감을 갖게 만들었다. 그는 엘리자베스 옆에 앉아서 켄트와 하트포드셔에 대해, 여행이나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그리고 책이나 음악에 대해 얘기했는데, 엘리자베스는 전에는 느낄 수 없던 흐뭇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들이 너무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자 다씨와 캐서린 여사의 관심까지 끌게 되었다. 다씨는 자주 두 사람에게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내곤 했다. 캐서린 여사도 호기심이 생겨서 이런 소리를 했다.

“피츠윌리엄,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뭔데 그래? 지금 엘리자베스한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나도 한번 들어보자고.”

“음악에 관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대답을 회피할 수 없던 피츠윌리엄이 응수했다.

“아, 음악. 그럼 크게 얘기해봐. 나도 음악을 아주 좋아하지. 음악에 관해서라면 나도 좀 끼어들자고. 영국에서 나만큼 음악을 좋아하고 진정으로 감상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될 거야. 내가 잘 배우기만 했더라면 아주 훌륭한 음악가가 되었을 텐데. 내 딸도 건강만 허락했더라면 그렇게 되었을 거고. 위대한 연주자가 되었을 텐데. 조지아나는 요새 실력이 많이 늘었나, 다씨?”

다씨는 자기 동생의 실력이 늘었다면서 애정 어린 칭찬을 해주었다.

“그렇게 늘었다니 기쁘군. 내가 연습을 부지런히 하지 않으면 뛰어날 수 없다고 하더라고 전해줘.” 캐서린 여사가 말해주었다.

“그 아이한테는 그런 말이 필요치 않을 거예요. 끊임없이 연습을 하거든요.” 다씨가 응수했다.

“연습은 많이 할수록 좋지. 아무리 해도 과하지는 않아. 다음에 내가 그 아이한테 편지 쓸 때는 어떤 이유로든 연습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주겠어. 난 젊은 여자들한테 꾸준한 연습이 없으면 음악에서 훌륭한 솜씨를 낼 수 없다고 말해주지. 엘리자베스 양한테도 계속 연습하지 않으면 잘 연주할 수 없을 거라고 몇 차례 말해줬어. 그리고 콜린스 여사한테는 집에 악기가 없기는 하지만 여기 와서 젠킨슨 여사 방에서 매일 피아노 연습하는 걸 환영한다고 항시 말해줬어. 그 방에 있으면 다른 사람들한테 방해가 되지 않거든.”

다씨는 자기 이모가 너무 간섭해대서 다소 속이 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커피를 다 마신 뒤에 피츠윌리엄은 엘리자베스에게 그녀가 연주를 해보겠다고 약속한 사실을 말해주었다. 그래서 그녀가 피아노 있는 곳으로 곧장 갔다. 피츠윌리엄은 엘리자베스가 있는 쪽으로 의자를 당겨서 앉아 있었다. 캐서린 여사는 피아노 연주를 조금 듣다가 자기 조카인 다씨와 얘기를 나눴다. 나중에 다씨는 캐서린 여사로부터 떨어져서 피아노 있는 곳으로 다가가 자리를 잡고 앉은 채 피아노 연주를 하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엘리자베스는 다씨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았고,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때 다씨에게로 고개를 돌려서 짓궂은 미소를 짓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내 옆으로 가까이 와서 연주를 듣는 것은 날 겁주기 위해서죠? 그치만 선생님 동생이 피아노를 그처럼 잘 친다고 해서 내가 겁먹지는 않을 거예요. 난 고집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날 겁주려고 하는 걸 참지 못하거든요. 남이 나를 겁주려고 하면 오히려 힘이 솟아올라요.”

“엘리자베스 양이 오해했다고는 말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면 내가 진짜로 엘리자베스 양을 겁주려 한다고 생각지는 않을 테니까요. 난 엘리자베스 양을 이제 충분히 오랫동안 알아왔기 때문에 그대가 때론 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다씨가 말했다.

엘리자베스는 그렇게 자기를 평가해주는 말을 듣고는 큰 소리로 웃고 나서 피츠윌리엄을 바라보고 말했다. “선생님 사촌이 저를 아주 잘 평가해주시면서 제가 하는 말은 절대 믿지 말라는 식으로 말씀을 해주셨군요. 제가 이 고장에 와서 다른 사람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며 지내보려고 했는데, 내 성격을 꿰뚫어보는 사람을 만나게 돼서 영 재수가 없네요. 정말, 다씨 선생님, 하트포드셔에서부터 나에 대해서 알고 계셨던 점을 모두 드러내 보이다니 참 매정하시군요. 그러니 나도 복수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선생님 친척들이 들으면 모두 깜짝 놀라실 만한 얘기를 해야겠어요.”

“난 하나도 겁 안 나는군요.” 다씨가 말했다.

피츠윌리엄 대령이 옆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씨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들어보고 싶군요. 저 사람이 낯선 사람들 앞에서는 어떻게 행동했는지도 알고 싶고요.”

“아주 충격적인 얘기를 들으실 거예요. 내가 다씨 선생님을 처음으로 뵌 건 하트포드셔에서 열린 무도회였는데 그때 저분이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네 번밖에 춤추지 않았다고요! 이런 말을 드리긴 싫지만 그게 사실이에요. 남자들이 많이 부족했는데 겨우 네 번만 췄다고요. 젊은 여자들 여럿이 파트너 없이 앉아 있었죠. 다씨 선생님, 그걸 부인하지 않으시겠죠?”

“난 그때 우리 일행을 제외하곤 다른 여자들을 알지 못했죠.”

“그러셨겠죠. 근데 무도회에서 사람을 소개받으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나요? 자, 피츠윌리엄 선생님, 다음엔 어떤 곡을 연주할까요? 제 손가락이 선생님 명령을 기다리고 있군요.”

다씨가 말했다. “내가 그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을 소개받았더라면 더 현명한 처사였겠죠. 그치만 난 이방인들과 쉽게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엘리자베스가 계속해서 피츠윌리엄을 바라다보며 말했다. “우리, 선생님 사촌한테 그 이유를 물어보기로 할까요? 교양과 학식을 갖추시고 세상 경험이 많으신 분이 왜 이방인들하고 어울리는 데 그렇게 소질이 없는지를요?”

“다씨한테 묻지 않아도 그건 내가 대답해드릴 수 있죠. 다씨는 그런 수고를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피츠윌리엄이 말해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갖추고 있는 재능이 나한테는 없기도 하죠. 전에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하고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능력이 없어요. 그런 사람들하고 대화를 맞추어나갈 수가 없고 그런 사람들이 하는 말에 일부러 귀 기울이는 척할 수도 없죠.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잘합니다만요.” 다씨가 말했다.

“제 손가락은 이 피아노 위에서 다른 일부 여자들처럼 날렵하게 움직이지를 못해요. 그런 여자들만 한 힘도 없고 속도감도 없고 그만한 효과음도 낼 수가 없어요. 그럴 때마다 난 내가 부족해서 그런다고 생각해버려요. 내가 연습을 하지 않으니까 그런 거죠. 내 손가락이 다른 여자들처럼 날렵하게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엘리자베스가 응수했다.

다씨가 미소를 짓고서는 말했다. “아주 바른 말씀을 하셨어요. 엘리자베스 양은 자신의 시간을 훨씬 더 유용하게 사용한 거지요. 아무도 엘리자베스 양의 연주를 함부로 들을 수 없을 거예요. 우린 둘 다 이방인들 앞에서는 함부로 굴지 않아요.”

이때 캐서린 여사가 끼어들어서 둘 사이의 말이 중단되었다. 캐서린 여사가 큰 소리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고 물었던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즉시 연주를 계속했다. 캐서린 여사가 그녀에게로 가까이 다가와서는 한참 동안 듣고 있다가 다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엘리자베스가 좀 더 연습하고 런던에 있는 지도자들한테 가르침만 받는다면 더 잘 칠 수 있을 거야. 손가락 움직임이 좋군. 내 딸 앤만은 못하지만 말야. 앤은 건강만 허락해주었더라면 아주 좋은 연주자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엘리자베스는 다씨가 자기 사촌인 앤에 대한 칭찬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그의 동태를 살펴보았다. 그렇지만 그때나 다른 때라도 다씨에게서 캐서린 여사의 딸에 대한 사랑의 징후는 볼 수가 없었다. 그러한 다씨를 보며 만약 캐롤라인 빙리가 다씨의 친척이었다면 다씨가 그녀를 배필로 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캐서린 여사가 엘리자베스의 연주에 대해 끊임없이 이것저것을 지적했지만, 엘리자베스는 꾹 참아내었다. 그리고 그들을 집으로 데려다줄 마차가 준비될 때까지 남자들의 요청에 따라서 피아노 앞에 계속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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