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2부 17~19

나단비 | 2024.01.28 10:35:24 댓글: 0 조회: 122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3605
제17장
 
 
 
엘리자베스는 자기에게 벌어진 일에 대해서 제인에게 알려주고 싶은 욕구를 더 이상 억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인과 관련된 세세한 사항은 일단 말하지 않기로 하고, 놀라지는 말라고 하면서 자기와 다씨 사이에 벌어졌던 일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제인은 놀라기는 했지만, 엘리자베스에 대해 좋게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이내 놀라운 마음이 가라앉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감정 때문에 놀라움이 누그러지게 되었다. 제인은 다씨가 자기 감정을 그런 식으로 전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바라게 되었고, 동생의 거절로 다씨가 받았을 상처 때문에 더욱더 안타까운 마음이 생겨났다.

“다씨 그 사람이 자기의 성공을 확신한 게 잘못이었어. 그렇게 생각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근데 그 때문에 그의 실망이 얼마나 컸겠니?” 제인이 말했다.

“사실 그렇지. 나도 그 사람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치만 나를 잊어버릴 다른 일들이 있으니까 곧 잊게 될 거야. 그 사람을 거부했다고 언니가 날 탓하진 않겠지?”

“널 탓한다고? 아냐!”

“근데 위컴을 내가 변호해서 말해준 점에 대해선 탓하겠지?”

“아니, 난 네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지금부터 그 이튿날 벌어진 일에 대해서 말해줄 테니 이제 알게 될 거야.”

그러고 나서 엘리자베스는 다씨가 전해준 편지에 대한 얘기를 했고 특히 위컴과 관련된 부분은 반복해서 말해주었다. 제인은 그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위컴 같은 사람에게 그러한 사악함이 숨겨져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다씨가 자기 입장을 해명한 점이 그녀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컴의 사악함에 대한 발견과 관련된 충격을 완화시켜주지는 못했다. 그녀는 뭔가 잘못된 점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고서, 다른 한쪽을 개입시키지 않고 한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보았다.

“그렇게 해봐야 소용없다고. 두 사람 다 좋은 쪽으로 볼 수는 없는 거야. 언니는 언니대로 선택을 해봐. 그렇지만 한쪽에만 만족을 해야 한다고. 두 사람 사이에는 충분한 미덕이 없어. 한 사람만 좋은 사람이 될 수가 있는 거야. 그런 미덕이 여기저기로 왔다 갔다 하고 있어. 나로서는 다씨 쪽에 미덕이 있다고 보는데, 언니는 언니 좋을 대로 선택하라고.”

제인은 한참 있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 충격적인 일이 있을 수 있는 거니? 위컴이 그처럼 나쁜 사람이었다니! 믿을 수가 없어. 불쌍한 다씨! 그 사람이 많은 고통을 받았겠구나. 그렇게 실망감을 느낀 데다 네가 그 사람을 나쁘게 생각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 그리고 그 사람 동생한테 벌어진 일까지 감당해야 했으니! 정말 그 사람 속이 많이 상했겠구나. 너도 그렇게 느끼겠지?”

“아냐! 언니가 그런 동정심이나 유감을 느끼니까 난 그런 마음이 사라져버리는걸. 언니가 그 사람한테 그런 식으로 동정해줄수록 난 무관심하고 흥미가 없어져. 언니 때문에 내 마음이 덜어지는 거지. 언니가 그 사람을 오랫동안 동정해주면 내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질 거야.”

“위컴도 가엾은 사람이야. 얼굴은 아주 선해 보이잖아. 활달한 성격에 아주 신사고.”

“두 사람 중 누가 교육을 잘못 받은 걸로 보이는데. 한 사람은 모든 선함을 갖추고 있고, 한 사람은 단지 외양만 그렇게 보이고.”

“난 다씨가 외모에서 그렇게 결함 있는 사람이라고 보이지 않는데.”

“난 그 사람을 아무 이유 없이 단호하게 싫은 것처럼 보이도록 해서 내가 영리해 보이려고 했던 거야. 내가 머리 좋다는 것도 과시하고 나한테 재치가 있다는 점도 보일 수 있지. 누구든지 다른 사람에 대해서 나쁘게 평가해주고 험하게 대할 수 있어. 그처럼 사람을 나쁘게 대하다 보면 재치도 발휘되는 거지.”

“리지, 네가 편지를 처음 읽었을 땐 지금 같은 마음을 갖진 않았겠지?”

“물론 그랬지. 아주 불안했어. 아주 불안하고 울적했어. 내 마음을 토로할 상대도 없고, 언니가 있어서 날 위로해줄 수도 없는 일이고, 내가 약하고 허영심만 가득하고 엉터리가 아니란 걸 알아줄 언니 같은 사람도 없고. 언니가 있었으면 하고 얼마나 바랐는지 몰라.”

“다씨한테 위컴에 대해 말하면서 그처럼 강하게 다씨 그 사람을 비난하는 말을 했다니, 그건 잘한 일이 아냐. 이제 위컴이 잘못한 게 모두 드러났잖아.”

“물론 그래. 그렇지만 그렇게 고약스런 말을 한 건 내가 마음속으로 다씨에 대해서 키워왔던 편견 때문이지. 근데 내가 언니한테 조언을 받을 게 하나 있어. 우리가 위컴에 대해서 알게 된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제인은 잠시 생각한 다음에 대답했다. “그 사람을 그렇게 나쁜 쪽으로 드러낸다고 해서 무슨 이득이 있겠니? 넌 어떻게 생각해?”

“나도 그렇게 하진 말아야 된다고 생각해. 다씨도 사람들한테 그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했어. 자기 동생하고 관련된 일은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알면 안 된다고 말이야.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의 그 부분을 제외하고 다른 면에 관해서 사람들의 잘못을 지적해주려고 한다면 누가 나를 믿어줄까? 다씨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이 나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좋은 쪽으로 이해시키려 하면 메리튼에 사는 선량한 사람들 대부분이 나한테 달려들 거야. 난 그런 걸 감당할 능력이 없어. 위컴은 곧 가버릴 테고, 그러면 그가 어떤 사람이든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지. 결국 언젠가는 모든 게 밝혀질 테고 그제야 사람들은 왜 진작 몰랐을까 하고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탓하게 되겠지. 현재로선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네 말이 아주 옳구나. 그의 잘못을 폭로하면 그 사람을 영원히 매장시키는 게 될 거야. 지금쯤은 그 사람이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서 후회할 수도 있고, 자기 성격을 고치려고 노력할 수도 있어. 우리가 그 사람을 절망 속에 가두어버리면 안 되는 거지.”

엘리자베스의 마음의 동요는 이 대화로 누그러지게 되었다. 그녀는 2주일 정도 자신을 억누르던 비밀 중 두 가지를 떨쳐버리게 되었고, 그 점에 대해서 다시 말할 때는 언제라도 기꺼이 들어줄 수 있는 제인이 옆에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신중히 비밀을 지켜야 하는 한 가지 일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아직 다씨의 편지 일부분에 대해서 말하지 않은 상태였고, 다씨의 친구에게 제인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진지하게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되는 비밀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두 당사자 간에 완전한 이해가 이루어졌을 때만이 그 비밀을 발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근데 그런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 발생하게 된다면 말야, 난 이미 빙리가 말해버린 것만을 얘기할 수 있을 뿐이겠지? 그러니까 이제 더 이상 말할 가치도 없을 때만이 내가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게 되지 않겠어?’라고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엘리자베스는 집에 머물렀으므로 자기 언니의 실질적인 정신 상태를 잘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제인은 행복해 보이지가 않았다. 아직도 빙리와의 깊은 애정을 간직하고 있었다. 전에는 그런 사랑에 빠져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첫사랑의 모든 열렬함을 안고 있었고, 그녀의 나이나 성격으로 보아서 그러한 첫사랑 이상의 깊은 무엇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빙리에 대한 기억을 너무나 소중히 여기고 다른 사람들보다 빙리를 선호하는 마음이 너무도 강했기 때문에 그녀의 모든 지각력은 막심한 후회만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녀의 건강이나 그녀의 안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
 
어느 날 베넷 여사가 이렇게 말했다. “리지, 지금 넌 제인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나로선 이제 그 문제에 대해서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기로 작정했다. 필립스 이모한테도 그렇게 말해뒀어. 제인이 런던에서 그 사람을 보기나 했는지 모르겠구나. 그 사람, 정말 못돼먹은 사람이야. 이젠 모두 끝났어. 그가 여름에 네더필드로 온다는 말도 전혀 없구나. 내가 알 만한 사람들한테 모두 알아보긴 했지만 말야.”

“앞으로 네더필드에서 더 이상 살 것 같지도 않아요.”

“그 사람 마음대로 하라고 그래. 이제 아무도 그 사람이 이쪽으로 오는 걸 바라지 않아. 그 사람이 내 딸을 자기 마음대로 이용해 먹었다고 내가 두고두고 말할 거야. 내가 제인이라면 그냥 참고 있지 않았을 거야. 제인이 상심해가지고 죽어버린다면 오히려 다행일지 모르겠구나. 그러면 그 사람이 자기가 얼마나 궂은 짓을 했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렇지만 엘리자베스는 그처럼 제인이 죽어버린다고 해서 자기가 아무런 위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베넷 여사가 이렇게 말을 이었다. “리지, 콜린스네는 잘살고 있던? 하긴 잘살아야겠지. 먹는 건 어떻게 하고 있니? 샬럿은 훌륭한 살림꾼이 돼 있을 거야. 자기 어머니를 조금이라도 닮았다면 살림을 알뜰하게 하고 있겠지. 흥청망청 돈 쓰고 다니진 않겠지?”

“절대 그렇지 않아요.”

“잘해나가고 있겠지. 그래, 자기들 수입을 초과해서 낭비를 하진 않을 거야. 앞으로도 돈 때문에 어려운 일은 당하지 않겠지. 하여간 좋은 일이야. 근데 그 사람들이 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 이 집을 인수하는 데 관해서 말하겠지? 이 집이 언제든 자기들 소유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내가 있는 데서는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거죠.”

“물론 네가 있는 데서는 말 않겠지. 그치만 자기들끼리만 있을 땐 자주 그런 말을 할 거야. 실지로 자기들 것이 아닌 재산이 굴러들어오니 얼마나 횡재하는 거야. 나라면 그런 식으로 재산 받는 걸 창피스럽게 생각할 텐데.”
 



제18장
 
 
 
그녀들이 집으로 돌아온 뒤 1주일이 금방 흘러가버렸다. 그리고 둘째 주가 시작되었다. 그 주는 메리튼의 부대가 머무는 마지막 주였고, 그래서 이제 그 근처의 젊은 여자들은 풀이 죽은 상태가 되었다. 그런 현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베넷 집안의 가장 나이 많은 두 딸만이 평상시대로 먹고 자면서 자신들의 일과를 수행하고 있었다. 키티와 리디아는 그런 언니들이 너무나 무신경하다고 불평해댔다. 나이 어린 두 처녀는 너무 낙심한 상태였고 제인이나 엘리자베스가 그처럼 무관심한 데 대해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제 우린 어떻게 되는 거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는 거냐고? 리지 언니는 어쩜 그렇게 히죽히죽 웃고 다닐 수가 있어?” 실의에 빠져 있는 키티와 리디아가 책망하는 것이었다. 그녀들의 어머니도 딸들을 동정하여 같이 슬픔을 나누고 있었다. 베넷 여사도 25년 전쯤에 그런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여 낙담에 빠진 적이 있었던 게다.
“그때 밀러 대령네 부대가 떠나버린 뒤로 나는 이틀 동안 울었단다. 가슴이 미어지는 거 같았어.” 베넷 여사가 말해주었다.

“나도 가슴이 미어질 정도예요.” 리디아가 대꾸했다.

“브라이턴으로 갈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그래! 브라이턴으로 우리가 가면 해결될 거야. 근데 아버지께서 마다하시니…….” 베넷 여사가 말했다.

“거기서 해수욕만 해도 기운이 날 텐데 말야.”

“필립스 이모도 해수욕이 나한테 아주 좋을 거라고 하셨어.” 키티가 맞장구쳤다.

그런 식으로 롱본의 집에서는 끊임없이 한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그런 말을 듣고서 사람들의 기분을 이해해보려고 했다. 그렇지만 창피스러움만 밀려왔고, 그래서 우울해지기만 했다. 식구들의 그런 처량한 행태를 보고 있노라니 이제 다씨가 그처럼 반대했던 게 정당하다는 생각만 드는 것이었다. 이제 그처럼 자기 친구의 일에 개입하게 된 사실에 대해서 다씨를 용서해주고 싶은 마음이 새롭게 들기도 했다.

그런데 리디아에게서 먹구름을 거두어줄 일이 곧 일어났다. 그 부대에 주둔하던 포스터 대령의 아내로부터 브라이턴으로 동행하자는 제안을 받았던 것이다. 그 포스터 여사는 아주 젊은 여자였고 최근에 결혼했다. 재미있고 활달한 성격의 포스터 여사는 리디아와 가까워졌고, 그래서 두 사람이 만난 지 석 달 만에 절친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 일에 따른 리디아의 환희, 포스터 대령의 부인에 대한 리디아의 찬사, 베넷 여사의 기쁨, 반면에 키티의 울적함 등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언니인 키티의 기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리디아는 집안을 뛰어다니면서 기뻐했고, 식구들한테 자기를 축하해달라고 졸랐으며, 자기 혼자 웃고 떠들어대는 것이었다. 거기에 반해 키티는 응접실에서 자기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역정을 냈다.

“포스터 대령 부인은 왜 리디아만 부르고 난 부르지 않는 거야? 우리가 아주 친하지 않다고 그렇게 나오면 안 되지. 나도 리디아만큼 초대받을 권리가 있다고. 그리고 내가 리디아보다 두 살 위잖아.” 키티가 불평했다.

엘리자베스는 키티가 이성을 찾도록 노력했고 제인도 그렇게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엘리자베스는 그런 일 때문에 어머니나 리디아처럼 흥분감이 밀려오기보다는, 오히려 그 일이 리디아의 이성이 완전히 사망해버리는 계기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자기가 그렇게 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발각되면 좋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이제 아버지한테 리디아가 거기 따라가지 못하게 하라고 비밀스럽게 얘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엘리자베스는 아버지에게 리디아의 못된 성질에 대해서, 리디아가 포스터 대령의 부인을 따라가면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 점에 대해서, 그래서 브라이턴으로 함께 가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말했다. 베넷은 그녀의 얘기를 듣고 나더니 이렇게 말해주었다.

“리디아는 그처럼 사람들하고 요란하게 어울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애야. 그리고 이번처럼 별로 돈도 들이지 않고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을 거야.”

“사람들이 리디아가 멋대로 노는 걸 보면 우리한테 얼마나 많은 피해가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시라고요. 이미 그 피해를 우리가 보고 있다고요. 그러니 이번만은 다르게 생각해보세요.”

“이미 피해를 보고 있다고? 그 애 때문에 너한테서 애인이 달아나버리기라도 했니? 불쌍한 리지. 그치만 상심할 거 없다. 그런 사소한 일로 달아날 정도라면 사귈 가치도 없는 사람이야. 리디아 때문에 너한테서 달아나버린 남자들이 몇이나 되는지 내가 알아보자꾸나.” 베넷이 말했다.

“제가 그랬다는 건 아니에요. 저한테 그런 피해는 없었어요. 제가 불안해하는 건 어떤 특정한 일 때문이 아니고 일반적인 문제예요. 리디아가 저렇게 못되게 굴고 다니면 우리 가족들 위신을 완전히 떨어뜨리는 거라고요. 간단하게 말씀드려야겠어요. 리디아가 막돼가는 걸 고치지 않고 제멋대로 살아가도록 놔둔다면 이제 머지않아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될 거예요. 열여섯 나이에 자기 자신과 가족들을 우습게 만들어버릴 거라고요. 아주 천박한 여자가 될 거예요. 나이 어리고 몸매가 약간 있는 것 빼고는 아무 매력도 없는 애가 저렇게 천방지축으로 놀아버리면 사람들이 조롱하고 난리가 날 텐데, 그걸 감당해낼 수가 있겠어요? 키티도 그런 위험이 있다고요. 키티도 리디아가 하는 대로 하는 애예요. 허영심만 있고 아무 교양도 없어요. 제발 아버지, 걔들이 어디서든 욕이나 얻어먹고 멸시당하지 않을 거라고, 그래서 언니들까지 똑같이 취급되지 않을 거라고 단정할 수 있어요?”

베넷은 엘리자베스가 그 문제에 완전히 집착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의 손을 잡고서 이렇게 말했다.

“얘,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구나. 너하고 제인은 사람들에게 좋은 소리만 들을 수 있을 거야. 어리석은 동생들이 두세 명 있다고 해서 너희 두 사람이 영향을 받지는 않을 거야. 리디아가 브라이턴에 가지 않으면 집안에 평화가 없어질 거다. 그러니 보내주자꾸나. 포스터 대령은 성실한 사람이니 리디아가 해로운 길로 빠지지 않게 해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리디아는 돈도 별로 없으니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을 거야. 브라이턴에 가면 리디아는 여기서보다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을 거야. 장교들은 좀 더 여건이 좋은 여자를 찾게 되거든. 그러니 리디아가 거기 가서 자신이 별 볼일 없는 여자란 걸 알게 해주자. 여하튼 리디아는 거기 갔다 오면 집안에 일생 동안 가둬둬야만 정신을 차릴지도 모르지.”

엘리자베스는 그러한 아버지의 대답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고 실망감만 안고서 아버지와의 대화를 끝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는 어떤 일에 대해서 곰곰 생각함으로써 자기 괴로움을 증폭시키는 타입이 아니었다. 자기가 할 일은 다했다고 생각했으며 어쩔 수 없는 해악으로 계속 걱정하는 건 그녀의 성품이 아니었던 것이다.

만약 리디아와 그녀의 어머니가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아버지 사이에서 오간 대화를 들었더라면 두 사람의 분노를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리디아에게는 브라이턴으로 가는 게 지상 최고의 행복을 누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멋진 장교들이 가득한 해수욕장을 그려보았다. 자기가 전에는 알지 못하던 수십 명의 장교들에게 주목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멋진 막사, 일렬로 늘어진 아름다운 텐트, 붉은색 군복을 입은 젊은 군인들이 있고, 거기 한 텐트 아래서 그녀 자신이 여러 명의 장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만약 엘리자베스가 그러한 즐거움으로부터 자기를 떼놓으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리디아가 어떻게 생각했겠는가. 오직 어머니만이 리디아와 동일한 생각으로 그녀를 이해해주고 있었다. 남편이 브라이턴에 가지 않을 거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리디아만이라도 가게 된 것이 베넷 여사에게는 위안이 되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와 아버지 사이의 일을 리디아와 어머니는 전혀 모르고 있었고, 그래서 리디아가 집을 떠나는 그날까지 두 사람의 환희는 계속 이어졌던 것이다.

이제 엘리자베스는 마지막으로 위컴을 보게 되었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온 후에 자주 그를 만나보았기 때문에 그를 다시 본다고 해서 무슨 감격스러움 같은 건 없었다. 옛날에 그를 좋아하던 마음은 이제 사라진 것이다. 그를 처음 알았을 때 그녀의 마음을 끌던 그의 신사다움이 이제는 위선으로 보였고 역겨움만 일으켰다. 지금 그가 그녀를 대하는 태도도 불쾌감을 안겨다주었고, 그가 새롭게 관심을 끌어보려고 하는 시도는 이제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그녀의 감정을 격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가 자기를 그처럼 가지고 놀았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그에 대한 모든 호감을 버렸다. 그가 그녀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린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자기가 다시 노력하면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를 부추긴 데는 엘리자베스 자신의 책임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대가 메리튼에 머무는 마지막 날에 위컴은 롱본의 집에서 그 집안 식구들과 식사를 같이하게 되었다. 위컴과 좋은 기분으로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엘리자베스는 헌스포드에서 어떻게 지냈느냐는 그의 질문에 피츠윌리엄 대령과 다씨가 로싱스 저택에서 3주간을 지냈다고 대답했고, 이어서 위컴에게 피츠윌리엄 대령을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위컴은 그 질문에 놀랐고 기분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생각을 가다듬고서는 자기가 옛날에 자주 그를 보았다고 미소지으며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 대령이 신사다운 사람이라고 말해준 다음에, 그녀는 그를 어떻게 보았는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자기가 그 사람을 좋게 보았다고 말해주었다. 위컴은 무관심한 척하는 투로 듣고서는 이렇게 물어보았다.

“그 사람이 로싱스에서 얼마나 머물렀다고 그러셨죠?”

“거의 3주 동안요.”

“그 사람을 자주 봤나요?”

“그래요. 거의 매일 봤죠.”

“그 사람은 자기 사촌하고 아주 다른 사람이죠.”

“예, 아주 다르더군요. 그치만 다씨도 알고 보니 좋은 사람이더군요.”

“정말인가요!”라고 위컴이 소리 질렀는데, 엘리자베스는 그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다. 다음에 위컴은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내가 이렇게 물어봐도 될까요? 태도가 좋아졌던가요? 공손하게 바뀌었던가요?” 다음에 그는 좀 더 무거운 말투로 이어나갔다. “본질적으로는 그 사람이 좋아질 거 같지 않군요.”

“아, 아니에요. 본질적으로는 그 전과 거의 동일했어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엘리자베스가 말하는 동안에 위컴은 그녀의 말에 기뻐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 말의 의미를 불신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졌다. 그녀의 표정에는 그로 하여금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갖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가 좋은 사람이더라는 말은 그의 태도가 실지로 좋아졌다는 뜻이 아니라, 그 사람을 알고 보니 이제 그의 성격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하게 됐다는 의미예요.”

위컴은 이제 놀라움이 더해져서 얼굴색이 달라졌고 표정도 바뀌었다. 그는 한동안 침묵 상태로 있었다. 결국 자신의 당혹감을 떨쳐버리고 그녀를 돌아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다씨에 관해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엘리자베스 양이 잘 알 테니,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좋아졌다는 데 대해 내가 다행으로 생각한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겠죠. 그 사람이 이제 교만함 같은 걸 덜 드러내 보인다면 나 같은 사람이 고통을 당했던 그런 나쁜 일은 덜해질 테니 주위 사람들에게 다행스런 일일 겁니다. 근데 엘리자베스 양 앞에서 보여준 그런 조심성은 그 사람이 자기 이모를 방문할 때만 나타나는 게 아닌지 모르겠군요. 이모한테 좋은 평판을 들어야만 하죠. 이모하고 함께 있을 때는 이모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죠. 다씨가 그 이모의 딸을 마음에 두고 있을 테고, 그 여자와의 결혼을 속으로 무지 바라고 있을 거예요.”

엘리자베스는 그 말에 속으로는 웃음이 나왔지만 단지 고개를 약간 숙이면서 동의해주는 척했다. 그녀는 위컴이 다씨에 대해 예전에 나쁘게 생각했던 쪽으로 자신을 유도하려는 속셈을 알았지만 그에게 동감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그날 저녁의 나머지 시간 동안에 위컴은 평소와 같은 명랑함을 유지했지만 엘리자베스에게 더 이상 가까이 접근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표면적으로는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헤어졌고, 가능한 한 앞으로는 더 이상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헤어지게 되었다.

모임이 끝났을 때 리디아는 포스터 대령의 부인과 함께 메리튼으로 가게 되었다. 거기서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와 가족들 사이의 이별은 서글프기보다는 시끄러웠다. 눈물을 보인 사람은 키티뿐이었다. 키티는 화나고 질투가 나서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베넷 여사는 딸의 행복을 빈다는 말을 해대면서 그 기회를 마음껏 즐기고 오라고 당부했으며, 리디아는 그러겠노라고 대답해주었다. 리디아가 요란하게 작별 인사를 해댔기 때문에 더 작은 소리로 하는 자매들의 인사는 잘 들리지도 않았다.
 



제19장
 
 
 
엘리자베스의 사고방식이 단지 그녀의 가족들로부터 비롯되었다면 그녀는 결혼의 행복이라든지 가정의 안락함 같은 것에 대해서 좋은 견해를 갖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보고 결혼했다. 그런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성질도 좋을 것 같아서 결혼했지만, 이해력이 떨어지고 교양이 없는 여자란 사실을 알고는 그녀에 대한 실질적인 애정이 결혼의 초기 단계에서 일찌감치 끝나버렸다. 그녀에 대한 공경심이나 신뢰감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가정의 행복도 물 건너가버렸다. 그렇지만 베넷은 자기 경솔함의 결과로 일어난 사태를 두고 다른 어리석은 사람들처럼 놀러나 다니면서 유쾌한 기분을 유지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전원과 책을 좋아했다. 그리고 그런 것으로부터 즐거움을 얻고 있었다. 그의 아내로부터는 그녀의 무지와 어리석음 덕분에 심심하지는 않았다는 것 외에는 그녀에게 다른 빚이 없었다. 그런 것은 남편이 아내에게서 기대할 유형의 행복감이 아니란 걸 알았지만 다른 재미있는 소재가 없는 이상 그런 데서나마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얻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엘리자베스는 남편으로서 보이는 아버지의 적절치 못한 행동에 대해서 눈감아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늘 그런 사실에 안타까워했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능력을 존중했고 아버지가 자신에게만은 애정을 갖고 있는 점에 대해서 감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자신이 눈감아줄 수 없는 부분은 망각해버리려고 노력했다. 어머니가 자식들이 경멸할 정도로 좋지 않은 성질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어머니에 대한 나쁜 생각을 떨쳐내버리려고 했다. 그렇지만 어울리지 않는 결혼이 자식들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아버지가 판단을 잘못하여 얼마나 나쁜 해악을 줄 수 있는지를 지금처럼 심각하게 느끼는 때도 없었다. 아버지만 잘 처신했더라도, 그것이 어머니의 양식을 넓혀주지 못했을망정 딸들은 남들에게서 대접을 잘 받고 있었을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위컴이 떠나버려 기뻤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부대가 사라져버린 데 대해서 다른 만족감은 느낄 수가 없었다. 이제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 전처럼 다양하지가 못했다. 그리고 집에서는 어머니와 동생이 이제 따분해진 일상생활을 매일같이 한탄하면서 집안의 즐거움이라곤 없었다. 키티는 머리를 혼동시켜버릴 그런 환경이 없어져서 이제 제정신이 돌아올 것을 기대해볼 수도 있었지만, 리디아는 해수욕장이나 부대라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한층 더 어리석어질 가능성이 많았다. 엘리자베스는 전 같으면 어떤 조바심을 갖고서 기대할 일도 이제는 아무런 흥미도 가져다줄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이제 실질적인 행복을 가져다줄 다른 어떤 시점을 기대해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 시점에 자신의 소망을 연계시켜두고, 그런 기대감을 즐기는 것이 현재의 그녀에게 위안을 가져다줄 것이며, 다른 불행이 밀려오더라도 그런 기대감이 막아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이제 호수 지방으로 여행하는 것이 그녀의 가장 행복한 상념의 대상이 되었다. 어머니와 키티가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아서 울적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지금 그러한 생각만이 그녀에게 위안을 가져다주었다. 만약 제인이 그 여행에 동참하게 된다면 모든 게 완벽해질 것으로 보였다.

그녀는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내가 기대할 수 있는 게 있어서 다행이야. 그리고 모든 일이 완벽하게만 된다면 실망도 커질 거야. 언니가 안 가서 서운하기 때문에 다른 즐거움을 더 기대하게 될 거야. 어떤 계획이 기쁨으로만 가득 차 있다면 그건 성공적인 것이라고 볼 수도 없지. 어떤 조그만 잘못되는 일도 있어야 전체적으로 일이 잘 돌아가는 것으로 보이겠지.’

리디아가 떠날 때 그녀는 어머니와 키티에게 자주 편지할 것이며 아주 자세히 모든 일에 대해서 알려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편지는 항상 오래 기다려야 도착했고, 그것도 아주 짧게 쓴 것이었다. 어머니한테 보내는 편지를 보면, 도서관에서 방금 돌아왔는데 장교들이 대동하고 있고, 아주 아름다운 가구를 보았으며, 새로 외투와 파라솔을 샀는데 거기에 대해서 더 많은 설명을 하고 싶지만 지금 포스터 대령 부인이 와서 급히 부대로 가야 한다느니 하는 얘기뿐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키티한테 보내는 편지는 볼 것이 더 없었다. 왜냐하면 그 내용이 더 길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하는 줄을 그어놓은 게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리디아가 집을 떠난 지 2, 3주가 지나자 이제 집안에 건강과 재미와 활기가 다시 감돌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색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겨울 동안 런던에 가 있던 가족이 돌아왔고 여름에 입을 옷이나 여름에 벌어질 이벤트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베넷 여사도 예전의 수다 떠는 모습을 되찾았고, 6월 중순이 되자 키티는 더 이상 눈물을 보이지 않고 메리튼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엘리자베스는 이제 어떤 재수 없는 일이 생겨서 군대가 다시 메리튼에 주둔하지만 않는다면 키티가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장교들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을 정도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북부 지방으로 여행하려고 하는 시기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고 이제 2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가드너 여사가 편지를 통해 출발 시기가 연기되었고 일정도 단축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남편인 가드너의 일 때문에 7월 중순에야 출발할 수 있고 한 달 내로 런던으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간이 짧아졌기 때문에 멀리까지 가서 계획된 것을 전부 볼 수도 없을뿐더러 이전의 계획대로 여유롭게 모든 것을 볼 수도 없었으므로 호수 지방은 포기해버리고 일정도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의 계획에 따르면 더비셔 지방보다 더 북쪽으로 가는 것이 어려워졌다. 더비셔 지방만 해도 볼거리가 충분하며 그곳에서만 최소한 3주는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드너 여사는 그곳에 대해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전에 몇 년 동안 거기에서 지냈고 이번에도 며칠 머물게 되어 있는 그곳이 그녀에게는 매틀록, 채스워스, 도브데일, 피크 같은 저명한 명승지보다도 더 매력적인 곳이었다.

엘리자베스는 그 편지를 받고서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수 지방을 꼭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일정이 단축된다고 하더라도 호수 지방에는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모든 걸 체념하고 순리에 따르는 게 그녀의 기질이었고, 그래서 모든 일이 다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더비셔라는 말이 언급되자 그녀에게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펨벌리의 주인인 다씨를 떠올리지 않고서 그 지방을 생각할 수 없었던 거다. ‘그치만 그 사람과 상관없이 그가 사는 주(州)를 구경할 수 있겠지. 그리고 내가 그곳에 있는 돌을 몇 개 주워 온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을 거야.’ 그녀는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기다리는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났다. 외숙과 외숙모가 오려면 4주를 기다려야 했다. 그렇지만 시간은 지나갔고, 가드너 부부는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롱본에 나타났다. 여섯 살과 여덟 살 먹은 두 명의 계집애, 그리고 그보다 더 나이 어린 두 사내애는 제인이 돌보기로 했다. 제인은 모두가 좋아하고 성격도 좋기 때문에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일 등 어느 면에서나 그녀가 제격이었던 것이다.

가드너 부부는 롱본에서 하루 저녁만 머물렀으며 다음 날에 엘리자베스와 함께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서 출발했다. 한 가지 확실한 즐거움이 있었는데, 여행자들이 서로 마음이 맞는 동반자라는 점이었다. 모두가 여행 중 불편한 점을 견딜 만큼 건강했고, 모두가 명랑한 성격이었으며, 실망스러운 일이 발생하더라도 서로가 애정으로 배려해줄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더비셔로 가는 세세한 여정에 대해서는 생략해도 될 것이다. 그리고 옥스퍼드, 블레넘, 워릭, 케넬워스, 버밍엄 등의 도시에 대한 언급도 피할 것이다. 지금은 더비셔의 작은 일부만이 그 일행의 관심사였다. 더비셔의 중요한 명승지를 구경한 다음에 그들은 가드너 여사가 예전에 살았고 최근까지도 그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말을 전해 들은 램턴이라는 작은 읍으로 가게 되었다. 엘리자베스는 그곳으로부터 5마일도 되지 않는 곳에 펨벌리 저택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곳은 그들이 가는 길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정에서 1, 2마일 이상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곳을 지나기 전날 밤에 가드너 여사는 펨벌리 저택을 다시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남편인 가드너도 좋다고 했고 엘리자베스에게 동의해줄 것인지 알아보았다.

“엘리자베스, 네가 그토록 많이 들어본 곳에 한번 가보는 게 좋지 않겠니? 네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연관된 곳이잖아. 위컴도 거기서 어릴 때 쭉 자랐지.” 외숙모가 엘리자베스에게 말했다.

엘리자베스는 난처해졌다. 그녀는 자기가 펨벌리에서 볼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못마땅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큰 저택 같은 것은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그런 것을 구경하는 데 흥미가 없으며 훌륭한 카페트나 비단 커튼 등을 보는 것도 달갑지 않다고 얘기해주었다.

가드너 여사가 그녀의 어리석음을 나무라는 것이었다. “훌륭하게 장식된 저택만을 보는 거라면 나도 그런 곳에 관심이 없어. 그치만 전원이 아름다운 곳이야.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도 있지.”

엘리자베스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거기에 따르기가 싫었다. 그곳을 구경하는 동안에 다씨를 만날 가능성이 즉시 떠올랐다. 그것은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그녀는 그런 생각만 해도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래서 그런 위험을 무릅쓰지 않도록 외숙모에게 모든 걸 말해볼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그녀는 곰곰 생각해보고서, 다씨가 있는지 사람들한테 물어서 만약 그가 있다면 그때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간주하게 되었다.

그녀는 저녁에 자기 방으로 돌아갔을 때 여관의 하녀에게 펨벌리가 좋은 곳인지, 그곳의 주인 이름은 무엇인지, 그리고 짐짓 태연한 척하면서 그 가족이 지금 거기에 머무르고 있는지 등을 물어보았다. 그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는 반가운 답변이 나왔다. 이제 불안한 마음이 가시면서 그 저택을 보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에 거기에 가고 싶은지 가드너 부부가 다시 물었을 때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 모습으로 그런 데 가는 걸 반대하지 않는다고 기꺼이 대답해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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