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3부 3~4

나단비 | 2024.01.29 10:02:48 댓글: 0 조회: 99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3876
제3장
 
 
 
엘리자베스는 빙리의 여동생이 자기를 싫어한 것이 질투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었고, 그래서 자기가 펨벌리 저택에 나타나면 그녀가 얼마나 자기를 못마땅하게 생각할지 유념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제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졌을 때 캐롤라인 쪽에서 어느 정도나 예의를 지킬지도 의아해졌다.

저택에 도착하여 그들은 현관을 지나서 응접실로 들어갔는데, 그곳은 북쪽을 면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름에는 서늘한 감각을 가져다주었다. 유리창을 통해서 보면 저택 뒤편으로 나무가 우거진 높은 대지가 보였고, 사이사이로 펼쳐진 잔디밭에 서 있는 아름다운 떡갈나무나 밤나무가 신선한 전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응접실에서 그들은 다씨의 여동생 조지아나의 영접을 받았는데, 그녀는 허스트 여사와 캐롤라인, 그리고 런던에서 그녀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여자 한 사람과 같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수줍어하고 무슨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까 하여 당황하고는 있었지만, 신분이 낮은 처지를 감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것도 거만함이나 독선으로 오인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가드너 여사와 엘리자베스는 그녀를 이해하고 동정해주었다.
허스트 여사와 캐롤라인은 단지 형식적으로만 아는 체를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서 앉은 다음에 그런 자리에서 으레 그러하듯 잠시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그 침묵을 깬 사람은 앤슬리 여사였는데, 그녀는 품위 있고 남에게 호감을 주는 인상이었으며, 어떤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노력하는 점으로 미루어 다른 여자들보다는 더 교양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앤슬리 여사와 가드너 여사 사이에 대화가 오가는 중에 엘리자베스가 잠깐씩 말을 거들어주었다. 다씨의 여동생은 말을 하고 싶은 의향이 있는 듯 보였다. 남들이 자기 말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면 한마디씩 했다.

엘리자베스는 캐롤라인이 자기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으며, 자신이 다씨의 여동생한테 말을 할 때면 유달리 신경을 집중한다는 사실을 이내 알게 되었다. 엘리자베스가 다씨의 여동생과 대화하는 데 불편할 만큼 떨어져 있지만 않았어도 캐롤라인을 의식해서 엘리자베스가 그 여동생과 대화하는 것을 주저하지는 않았을 게다. 그렇지만 그녀는 말을 많이 못하는 상황에 있는 점을 유감으로 생각지는 않았다. 그녀는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게다. 어느 때든지 남자들이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는 그 집의 주인이 나타나기를 바라기도 하고 그럴까 봐 두려워지기도 했다. 자기가 실지로 그것을 두려워하는지 바라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캐롤라인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15분 정도 앉아 있었는데, 엘리자베스는 캐롤라인이 냉랭한 목소리로 자기 가족의 안부를 물어오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엘리자베스 역시 그 질문에 짧고 냉담하게 대답했고, 그러고 나서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하인들이 냉육과 케이크와 여러 가지 과일을 가지고 오면서 이제 분위기가 달라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앤슬리 여사가 다씨의 여동생에게 그녀가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눈짓을 하고 나서야 기분 좋은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제 모든 사람에게 역할이 생겼다. 모두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지만 먹을수는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포도나 복숭아가 아름답게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올려진 접시가 놓인 테이블로 집합했다.

그렇게 음식을 먹는 동안에 다씨가 나타나서 엘리자베스는 이제 그가 나타나기를 자기가 두려워하는지, 아니면 바라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는 그가 나타났으면 하는 소망이 더 있었지만 이제 막상 그가 나타나니 오히려 안 나타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는 가드너와 함께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가드너는 그 저택에서 간 두세 명의 사람들과 함께 강가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었고 다씨는 가드너 여사와 엘리자베스가 그날 오전에 동생 조지아나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집으로 왔던 것이다. 그가 나타나자 엘리자베스는 아주 편하게 대하면서 태연한 척했다. 방 안의 모든 사람이 두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가 방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를 주시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캐롤라인은 다씨에게 얘기할 때 입가에 미소를 띠기는 했지만 그녀가 두 사람에게 가장 호기심을 가진 것은 분명해 보였다. 질투심이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녀가 다씨에게 갖는 관심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엘리자베스는 다씨가 그녀와 자기 동생 사이가 친근해질 수 있게 두 사람이 서로 말을 붙이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캐롤라인은 이 사실을 눈치챘고, 그래서 예의는 차리는 척하면서도 두 사람이 될 수 있는 한 말을 못하도록 막아버렸다.
 
“엘리자베스 양, 부대가 메리튼에서 떠났다면서요? 엘리자베스 양 가족들한테 커다란 손해가 있었겠군요?”
다씨가 있었기 때문에 캐롤라인이 위컴의 이름을 언급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엘리자베스는 캐롤라인이 마음속으로 그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즉시 알아차렸고, 그 위컴이라는 사람과의 여러 가지 연관된 일 때문에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런나쁜 의도에 대처하기 위해서 엘리자베스는 태연자약한 태도로 거기에 대답해주었다. 캐롤라인이 말을 할 때 다씨가 얼굴이 붉어지면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씨의 여동생은 머리가 혼란스러워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만약 캐롤라인이 그처럼 자기가 조지아나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마음속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조지아나를 생각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엘리자베스가 좋아했던 한 남자를 들먹여서 엘리자베스를 골탕먹이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다씨로 하여금 엘리자베스에 대한 나쁜 생각을 갖게 하고, 엘리자베스의 가족 중 몇몇이 그 부대의 사람들과 벌인 여러 가지 어리석은 행동을 생각하도록 만들 의향이었다. 그녀는 조지아나가 위컴과 함께 도망치려고 했던 사건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그 일은 엘리자베스를 제외하고 어느 누구한테도 다씨가 얘기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엘리자베스도 의심하고 있었지만, 다씨는 자기 여동생이 빙리와 결혼했으면 하고 속으로 바랐기 때문에 그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서 일절 얘기를 하지 않았었다. 분명히 그는 그런 생각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빙리를 제인과 떨어뜨린 점이 그러한 의도가 직접적 원인이 되지는 않았지만 고려 대상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엘리자베스가 침착하게 대처했기 때문에 다씨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캐롤라인은 속이 상했지만 그렇다고 위컴을 언급할 순 없었다. 조지아나도 어떤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이내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녀는 오빠 다씨의 눈을 바라볼 수 없었지만 다씨는 동생이 생각하는 것에 별로 흥미를 갖고 있지 않았다. 다씨를 엘리자베스로부터 멀어지게 하기 위한 시도는 오히려 다씨가 그녀에게 더 관심을 갖고 더 호감을 갖도록 만들어버렸다.

그러한 말이 오간 다음에 엘리자베스 일행의 방문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다씨가 그들을 마차 있는 곳까지 배웅해주기 위해서 나간 다음에 캐롤라인은 엘리자베스의 태도나 행동이나 옷차림 등을 깎아내리면서 자기 감정을 달래고 있었다. 그렇지만 조지아나는 그런 데 끼려고 하지 않았다. 오빠 다씨가 엘리자베스를 좋게 보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빠를 철석같이 믿었고, 그래서 엘리자베스를 좋은 쪽으로만 보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다른 나쁜 생각은 가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씨가 집 안으로 돌아왔을 때 캐롤라인은 자기가 조지아나에게 해주었던 이야기 중에서 일부를 다시 반복해댔다.

“다씨 오빠, 오늘 엘리자베스의 안색이 영 좋지 않더라. 지난겨울 뒤로 그처럼 변한 사람은 여태 본 적이 없어. 얼굴이 그렇게 검어지고 거칠어질 수 있을까? 내 언니하고 난 이제 두 번 다시 그 여자를 만나지 않기로 마음먹었어.”

다씨는 그런 말을 듣고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얼굴이 조금 탄 것 외에는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했으며 그런 것쯤이야 여름철에 여행하다 보면 흔히 있는 일이 아니냐고 하면서 태연한 척했다.

“내가 보기에 그 여자는 아름다운 구석이라곤 없는 거 같아. 얼굴은 너무 마른데다 윤기가 없고 몸매도 좋은 데라곤 없어. 코도 그저 그렇고, 치아는 조금 봐줄 만한데 그렇다고 이가 잘생긴 것도 아니고, 눈은 조금 괜찮다고 사람들이 얘기하는 거 같은데 난 좋게 보이지 않더라고. 날카롭고 심술궂게 보여. 난 그런 눈 싫어하거든. 전체적으로 그 여자 몸에서 좋게 봐줄 데라곤 없는데 자만심만 갖고 있어.” 캐롤라인이 얘기했다.

다씨가 엘리자베스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 식으로 나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라는 점을 캐롤라인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다씨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 캐롤라인은 자기가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다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캐롤라인은 그가 무슨 얘기를 하도록 하기 위해 이런 말을 계속 늘어놓았다.

“하트포드셔에서 우리가 그 여자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여자가 미인이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실지로 만나보고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그 여자가 네더필드에서 식사를 한 어느 날 저녁에 오빠가 ‘저 여자가 미인이라고? 자기 어머니보다 훨씬 못하군!’ 하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지. 근데 그 이후로 그 여자를 오빠가 어떻게 보게 됐는지, 어떤 땐 그 여자가 쬐끔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그래! 근데 내가 쬐끔은 아름답다고 생각한 건 내가 그 여자를 맨 처음 보았을 때뿐이지. 그 뒤론 그 여자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보여.” 다씨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렇게 대꾸해주었다.

그러고 나서 다씨는 나가버렸고, 캐롤라인은 혼자서만 그런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가드너 여사와 엘리자베스는 여관으로 돌아가면서 자기들이 그 저택에서 보았던 모든 것에 대해서 얘기했다. 단, 두 여자가 공통으로 관심 있는 한 가지는 제쳐두었다. 자기들이 보았던 모든 사람의 얼굴 표정이나 행동에 대해서 얘기했지만 두 사람 다 가장 관심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사람의 누이동생, 그 사람의 친구들, 그 사람의 집, 과일 등등 모든 것에 대해서 얘기했지만 그 사람 자체는 얘기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엘리자베스는 외숙모가 다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고, 가드너 여사는 엘리자베스가 그 사람 얘기를 꺼내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제4장
 
 
 
엘리자베스는 맨 처음 램튼의 여관에 돌아갔을 때 언니한테서 편지가 온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무척 실망했는데, 그런 일은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에 두 번 반복되었다. 그렇지만 세 번째로 돌아갔을 때는 그런 실망감이 끝나면서 두 통의 편지가 한꺼번에 와 있었는데, 한 통은 다른 곳으로 잘못 갔다가 전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인이 주소를 잘못 기재했기 때문에 놀랄 일은 아니었다.

편지가 도착되었을 때 그 일행은 밖으로 산책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외숙과 외숙모는 엘리자베스가 혼자서 조용히 편지를 읽어보도록 하기 위해 그들끼리만 외출했다. 엘리자베스는 제인이 먼저 쓴 편지부터 읽어보아야 했다. 닷새 전에 쓴 것이었다. 그 시작 부분은 파티라든가 다른 시시콜콜한 얘기를 전해주고 있었지만, 하루 뒤에 쓴 것으로 날짜가 적혀 있는 동일한 편지의 후반부는 마음이 심란해서 쓴 것으로 보였다. 이런 식으로 적혀 있었다.
 
리지, 앞 부분의 편지를 쓴 후에 우리가 예상할 수 없던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단다. 그렇지만 놀라지는 마. 식구들은 모두 잘 있으니까. 그런데 그 리디아가 문제가 된 거야. 어젯밤에 우리가 모두 잠들어 있던 12시에 포스터 대령한테서 속달 편지가 도착했는데, 리디아가 자기 부하 장교 중 한 사람과 스코틀랜드로 도망가버렸다는 거야. 즉 위컴하고 말이지. 우리가 얼마나 놀랐겠니. 근데 키티는 그런 일을 예상하고 있었나 봐. 그런 경솔한 짓이 세상에 어디 있니. 그렇지만 나는 일이 잘 풀리기를 바라고 있고, 위컴 그 사람에 대해서 우리가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믿고 싶어. 우리는 그를 생각이 없고 신중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번 일을 그가 악한 마음으로 저지른 것으로는 보지 말았으면 좋겠어(우리가 그런 상황을 즐길 수도 있다고 나는 보고 있지). 그 남자의 선택에 사욕이 없었다고 볼 수도 있어. 왜냐하면 아버지가 리디아한테 남겨줄 재산이 없다는 사실을 그 남자가 알고 있을 테니까. 어머니는 아주 낙심하고 계셔. 아버지는 더 잘 견뎌내시고 있고. 우리가 그 사람의 나쁜 점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실을 다른 식구들은 모르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 앞으로도 그건 발설하지 말아야 돼. 두 사람은 토요일 밤 자정쯤에 떠나버렸고, 어제 아침 8시경에야 상황을 알게 되었대. 그래서 대령이 우리한테 즉시 속달을 부쳐준 거야. 리지, 두 사람은 우리 집에서 10마일 이내 지점을 거쳐갔을 거야. 포스터 대령이 곧 이리 도착할 예정이래. 리디아가 포스터 대령 부인에게 자기들 계획에 관해서 몇 줄 쪽지를 남겨놓았대. 어머니를 혼자 두고 있을 수가 없으니 이제 그만 줄일게. 너도 사태를 이해할 수 없을 테고,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엘리자베스는 무슨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그리고 자기가 어떻게 느꼈는지 확인해볼 틈도 없이 즉시 다음 편지를 집어 들었고, 조급한 마음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읽어나갔다. 첫 번째 편지를 쓰고 하루가 지나서 쓴 것이었다.


 
리지, 지금쯤은 내가 허둥지둥 앞에서 쓴 편지를 읽어보았겠구나. 이 편지를 받아보면 좀 더 이해가 갈 거야. 지금 내가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닌데 머리가 어지러워서 일관된 생각을 할 수가 없어. 리지, 내가 지금 무슨 말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나쁜 소식을 전해줄 수밖에 없어. 위컴과 리디아가 결혼하는 게 현명하지는 않지만 이제 우리는 차라리 그렇게 됐으면 하고 바라고 있어. 왜냐하면 두 사람이 부모동의를 받지 않고 결혼하기 위해서 스코틀랜드까지 가려고 했던 게 아닌가 하고 우리가 생각하기 때문이지. 포스터 대령은 그제 브라이턴을 떠나서, 우리가 속달 편지를 받은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어제 이리로 왔단다. 포스터 대령 부인은 리디아가 남긴 짧은 쪽지를 보고서 그 두 사람이 스코틀랜드의 그레트나 그린으로 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데니는 위컴이 그쪽으로 갈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고 리디아하고 결혼할 의사도 전혀 없다고 자기한테 얘기했다고 그러더래. 그 말을 포스터 대령한테 해주었는데, 대령은 그 말을 듣고서 즉시 브라이턴을 떠나서 두 사람을 추적했다는 거야. 클래팜까지는 쉽게 추적할 수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행방을 알 수가 없었대. 그곳에 들어서서 그들은 마차를 갈아타버렸고 엡슴에서부터 타고 온 마차는 돌려보냈대. 그 뒤로 알려진 사실은 두 사람이 런던 쪽으로 가더라는 거야. 나도 어떻게 된 건지 전혀 짐작을 할 수가 없어. 포스터 대령은 런던으로 가는 쪽의 그곳에서 온갖 수소문을 해보고 나서 하트포드셔로 왔는데, 바넷이나 햇필드 같은 곳의 통행세 받는 곳이나 여관마다 다 알아보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고 아무도 두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거였어. 그 사람이 수고스럽게도 롱본까지 와주었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말을 해주었어. 그 사람하고 그의 부인이 연관되어 이런 일이 벌어졌지만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는 거지. 가족들이 아주 상심하고 있단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장 나쁜 상황을 생각하고 계시지만 난 그 사람을 아주 나쁘게만 생각할 수가 없어.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둘이서 첫 번째 계획한 대로 할 것이 아니라 런던에서 아무도 모르게 결혼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지. 위컴이 리디아 같은 처지의 여자를 꼬드기는 계획이 성공할 것 같지 않은데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도 않고, 리디아도 어떻게 그처럼 함정에 빠져버릴 수 있는 거니? 그렇지만 포스터 대령이 두 사람이 결혼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으니 난 기분이 울적해지는구나. 내가 바라는 점을 대령한테 얘기했더니 그 사람은 고개를 저으면서 위컴이 믿을 만한 사람이 못 된다는 거야. 어머니는 이제 병이 나서 자리에 누워 계셔. 원기를 회복하시면 좋을 테지만 그걸 기대할 수도 없게 되었어. 아버지도 그처럼 흔들리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키티는 자기가 왜 두 사람의 관계를 숨겨왔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화를 내고 있어. 그렇지만 키티도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겠지. 리지 넌 이런 비탄스런 판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 다행이야. 이제 충격이 좀 가셨으니 네가 돌아오기를 기대해도 되겠지. 그렇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내 말대로 할 필요는 없어. 잘 있어. 그런데 내가 이런 말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상황이 그렇게 되어서 이제 너하고 외숙, 외숙모가 함께 최대한 빨리 이곳으로 와줬으면 좋겠구나. 내가 외숙과 외숙모에 대해서 잘 아는데, 그분들은 이런 부탁을 들어주실 수 있을 거야. 외숙에게는 더 요구할 사항이 많기는 하지만 말야. 아버지는 포스터 대령과 함께 그들을 찾으러 런던으로 곧 떠나실 거야. 아버지가 어떻게 일을 처리하실지는 알 수가 없어. 그렇지만 마음이 너무 심란하셔서 가장 안전한 최선의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실 순 없을 것으로 보이는구나. 포스터 대령은 내일 저녁까지는 브라이턴으로 돌아가야 된대. 이런 상황에서는 외숙이 많은 도움이 될 거야. 외숙은 상황을 잘 이해하실 테고, 그러니 그분한테 의지할 수 있을 거야.


 
“오! 외숙은 지금 어디 계시는 거야?” 엘리자베스는 편지를 읽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이렇게 소리 질렀다. 지체없이 외숙을 찾아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문을 열려고 했을 때 하인이 문을 열더니 다씨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는 창백한 그녀의 얼굴과 허둥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서 무슨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고, 리디아의 일만을 생각하고 있는 엘리자베스는 급히 이렇게 말했다. “실례지만 지금 나가야겠어요. 지금 급한 일로 외숙을 찾아야 돼요. 조금도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어요.”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졌나요?” 다씨가 이렇게 소리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에 정신을 조금 가다듬고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엘리자베스 양을 못 가게 막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데 나나 하인이 찾아나서는 게 좋을 거 같군요. 지금 상태가 안 좋아 보여요. 그러니 다른 사람이 가야겠어요.”

그 말에 엘리자베스가 주저했지만 무릎이 떨려왔고 그녀가 그들과 함께 가보았자 아무런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하인을 불러서 거의 분간하기 어려운 힘없는 목소리로 하인의 주인과 주인 아주머니를 즉시 불러오라고 말했다.

하인이 방을 나가자 그녀는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태에서 자리에 앉았고, 다씨는 그녀가 너무 허약해 보여서 그곳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조그만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여관 하녀를 불러보도록 하지요. 뭐라도 드시지 않겠어요? 와인이라도 한 잔 드시면 좋을 거 같은데, 내가 가져다드릴까요? 안색이 아주 안 좋아 보여요.”

“아니에요, 별일 없을 거예요. 아무 이상 없어요. 그냥 롱본에서 어떤 안 좋은 소식이 와서 마음이 울적해졌을 뿐이에요.” 그녀가 응수했다.

그런 말을 하면서 그녀는 눈물이 쏟아졌고 몇 분 동안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다씨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어떤 위로하는 말을 몇 마디 할 뿐이었고, 그러고 나서 그녀를 가만히 지켜보는 수밖에는 없었다. 조금 후에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방금 언니한테서 좋지 않은 소식을 전달받았어요.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막냇동생이 위컴하고 같이 도망을 갔다는 거예요. 브라이턴에서 함께 사라져버렸대요. 선생님이 위컴을 잘 아시니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내 동생은 위컴을 유혹할 만한 돈도 없고 연줄 같은 것도 없어요. 이제 걔는 끝장이에요.”

다씨는 깜짝 놀라서 몸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다시 감정이 복받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가 어떤 사람인지 난 알고 있었잖아요. 내가 알고 있는 것 중에서 일부만이라도 가족들한테 말해줬으면 됐을 텐데. 그 사람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그치만 이제 너무 늦어버렸어요.”

“충격적인 일이로군요. 근데 그게 정말 확실히 벌어진 일인가요?” 다씨가 말했다.

“그래요! 일요일 밤에 둘이서 브라이턴을 떠났고 런던 쪽으로 가는 거를 추적할 수 있었는데 그 이상은 확인이 안 된대요. 스코틀랜드로 가지는 않은 게 분명해요.”

“근데 동생을 찾으려고 어떻게 했답니까?”

“아버지께서 런던으로 가셨고 제인은 외숙에게 신속히 도와달라고 요청했어요. 우린 30분 내로 출발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그치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요. 어떤 조치를 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어요. 위컴 같은 사람을 어떻게 해볼 수 있겠어요? 어떻게 찾아낼 수라도 있겠어요? 가망이 없을 거 같아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거예요?”

다씨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 투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 사람 성격을 파악했을 때…… 아! 그때 무슨 조치를 했어야 했는데. 그치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어요. 너무 심하게 어떻게 할 수도 없었고…… 이제 보니 내가 끔찍한 실수를 한 거 같아요.”

다씨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고 무슨 생각에 빠져서 방 안을 이리저리 거닐기만 했다. 안면을 찡그리고서 낙심한 표정이다. 엘리자베스는 그런 모습을 보고서 그가 어떤 상태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의 원기가 무너져갔다. 자기 가족의 약점 때문에, 그리고 자기 가족의 치욕스런 일 때문에 모든 것이 무너져가고 있었다. 아무도 비난할 수가 없었다. 다씨가 자제력을 갖고 있다는 점은 위안이 되지 못했고 그녀의 낙심한 마음을 회복시켜줄 수도 없었다. 반면에 이제 그녀는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제 다씨와의 애정이 물 건너갔다고 느낀 상태에서, 그녀는 자기가 그 사람을 사랑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자신에 대한 생각에만 빠져 있을 수 만은 없었다. 리디아가 가져다준 재앙과 수치심 때문에 엘리자베스는 자기 자신의 사사로운 일을 생각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서 울었다. 그렇게 몇 분 동안 있는데 다씨의 목소리가 들려서 자기가 현재 처한 상황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다씨는 측은한 마음에서 절제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해주었다.

“내가 없었으면 하고 바랄 테고, 나도 내가 필요 없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내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군요. 엘리자베스 양한테 위로가 될 만한 어떤 말이라도 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치만 쓸데없는 말을 해서 엘리자베스 양의 마음만 더 상하게 할 것 같군요. 불행한 일이 터졌으니 내 동생은 오늘 엘리자베스 양을 볼 수가 없겠네요.”

“그래요. 그래서 내가 부탁하는데, 나 대신 동생 분한테 사과의 말씀을 좀 해주세요. 급한 일로 집에 가야 한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내막은 비밀로 해주세요. 머지않아 밝혀지겠지만요.”

그는 비밀을 지키겠다고 기꺼이 약속했고, 그녀가 곤경에 처한 상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위로의 말을 해주었으며, 모든 일이 잘 해결될 것이라는 자기 바람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가족들에게 자기 안부를 전해달라는 말을 한 뒤에 아쉬운 표정으로 떠나갔다.

그가 떠나버리자 엘리자베스는 더비셔에서 이루어진 몇 번의 만남에서 있었던 그러한 따뜻한 마음씨로 이제 두 사람이 다시 만날 기회 같은 것은 다시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굴곡과 변화로 가득 찬, 두 사람이 지금까지 가졌던 만남에 대해서 모두 상기해보고는 그처럼 일이 꼬인 데 대해서 한숨짓지 않을 수가 없었고, 옛날 같으면 그러한 교제가 지속되지 않기를 바랐을 터인데 지금은 오히려 계속 이어졌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감사함과 공경심이 애정의 좋은 바탕을 이루기 때문에, 다씨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감정 변화는 그럴 만했다. 그렇지만 이제 엘리자베스 자신을 보호해줄 게 없어졌다. 이제 다씨가 가버리자 그녀에게 회한이 밀려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리디아 때문에 발생한 그러한 끔찍스러운 사태로 이제 그녀는 한층 더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제인이 보내준 두 번째 편지를 읽은 뒤로 위컴에게 리디아와 결혼할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절대 확신하지 않았다. 그러한 기대를 하는 사람은 제인밖에 없을 것이다. 그처럼 사건이 전개된 점이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편지를 읽은 후 엘리자베스의 마음에는, 위컴이 돈을 바라지 않고서 어떤 여자하고 결혼할 수 있을지, 그리고 리디아가 어떻게 해서 위컴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그저 놀랍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모든 게 자연스러워졌다. 그런 유형의 애정 관계라면 리디아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게다. 리디아가 결혼할 의사도 없이 도망해버렸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도덕심이나 이해력의 결핍으로 그런 함정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이다.
군부대가 하트포드셔에 주둔할 때 리디아가 위컴과 애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엘리자베스는 전혀 알지 못했지만, 리디아가 아무 남자하고나 금방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자기 마음에 들기만 하면 아무 장교한테나 호감을 갖는 성질이었던 것이다. 애정의 대상이 끊임없이 바뀌기는 했지만 그러한 대상이 없는 때는 없었다. 그러한 여자를 방치하고 제멋대로 행동하게 만든 해악의 정도란! 엘리자베스는 지금처럼 그것을 심각하게 느낀 적이 없었다.

그녀는 집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지금 혼란에 빠진 가족들의 모든 짐을 걸머쥐고 있을 제인과 걱정을 나누기 위해서 한시바삐 현장에 있고 싶었다. 아버지는 집에 없고 어머니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자리에 누워 있을 뿐이었다. 리디아에 대해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을 테지만 외숙이라도 끼어들면 큰 힘이 될 터이고, 그래서 엘리자베스는 외숙이 돌아오기만을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다. 가드너 부부는 하인으로부터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전갈을 받고서 엘리자베스가 갑자기 병에라도 걸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급히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엘리자베스는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을 확신시켰고, 자기가 두 사람을 부른 이유를 말해주면서 안절부절못하는 상태에서 편지 두 통을 소리내 읽어주었다. 두 번째 편지의 추신 내용까지 읽어주었다. 가드너 부부는 리디아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심히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리디아 하나만의 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일이었던 것이다. 가드너는 놀라움과 두려움을 나타내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얘기해주었다. 엘리자베스는 그런 점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눈물을 흘리면서 외숙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제 세 사람은 한마음이 되어서 모든 일을 신속히 해결하게 되었다. 그들은 될 수 있는 한 빨리 떠나야 했다.

“근데 펨벌리 일은 어떻게 하지? 하인이 우리한테 말을 전할 때 다씨가 여기 있었다는 말을 하던데, 정말 그랬니?” 가드너 여사가 엘리자베스에게 물어보았다.

“그래요. 내가 일이 생겨서 약속을 지키지 못할 거라고 얘기해줬어요. 그 일은 그렇게 해결됐어요.”

“그렇게 해결되었다…….” 외숙모가 준비를 하기 위해 자기 방으로 들어가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런 것까지 모두 밝힐 만한 사이라는 의민데…… 둘 사이가 그 정도라…….”

그렇지만 그러한 희망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급하게 준비를 하는 동안에 그런 희망적인 생각을 품어볼 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지금이 만약 한가한 때라면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겠지만, 엘리자베스는 해야 할 일이 많았고, 외숙모도 어떤 거짓말을 해가면서 갑자기 자기가 떠나는 점을 친구들에게 알려야 하는 등으로 일이 많았다. 그렇지만 한 시간 후에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다. 가드너가 여관비를 정산하고 나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게 되었다. 오전에 전해 들은 불행한 사태로 홍역을 치른 엘리자베스는 이제 자기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마차에 몸을 싣고서 롱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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