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3부 7~8

나단비 | 2024.01.29 10:18:39 댓글: 0 조회: 91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3879
제7장
 
 
 
베넷이 돌아온 지 이틀이 지났다. 집 뒤편에 있는 숲길을 함께 걷던 제인과 엘리자베스는 가정부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어머니가 자기들을 부르러 보낸 거라고 생각하고 그녀가 오는 쪽으로 다가갔다. 그렇지만 가정부는 어머니가 보냈다는 말은 하지 않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방해해서 죄송한데요, 런던에서 온 무슨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거 같아서 이렇게 왔어요.”

“무슨 소리예요, 힐. 런던에서 아무런 소식도 못 들었는데.”

“아가씨, 가드너 씨한테서 속달 편지가 도달했다는 소식 못 들으셨어요? 우체부가 30분 전에 와서 아버님한테 전달해주고 갔어요.”

그녀들은 집을 향해서 달려갔고, 너무 빨리 달리느라 무슨 말을 할 여유도 없었다. 현관을 거쳐서 식당을 통과한 다음에 서재로 들어갔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서재에 없었다. 아버지가 위층에서 어머니와 함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는 올라가려고 하는데 하인과 마주치게 되었고 하인이 이렇게 말해주었다.

“주인님을 찾으시는가 본데요, 주인님은 저기 숲 쪽으로 가셨답니다.”

이 말을 듣자 그녀들은 다시 현관을 통과하고 잔디밭을 가로질러서 아버지를 찾아나섰는데, 아버지가 방목장 한편에 있는 작은 숲 쪽으로 유유히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인은 엘리자베스만큼 몸이 날렵하지 않고 엘리자베스처럼 달리기를 많이 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이내 뒤로 처졌는데, 엘리자베스는 줄곧 달려서 숨을 헐떡거리며 아버지한테 다가가서는 소리 질렀다.

“아버지! 무슨 소식이 왔어요? 무슨 소식 들으셨냐고요? 외숙한테서 무슨 전갈이 왔어요?”
 
“그래, 속달로 편지가 한 통 왔구나.”

“그래요? 무슨 소식이에요? 좋은 소식이에요, 나쁜 소식이에요?”

“좋은 소식이 있을 리가 있겠니? 하여간 읽어보고는 싶겠지?” 베넷이 이렇게 말하고는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냈다.

엘리자베스는 허겁지겁 편지를 받았고 이제 제인도 그녀를 따라붙어 있었다.

“소리 내서 읽어보렴. 난 무슨 일인지 도대체 모르겠구나.” 아버지가 요구했다.
 

그레이스처치 가

 8월 2일 월요일 이제 조카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되어 매부께 어떤 만족할 만한 기별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토요일에 매부께서 떠나시고 얼마 후에 저는 두 사람이 런던의 어느 곳에 있는지 운 좋게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우리가 만났을 때 말씀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이 발견되었다는 소식만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저는 두 사람을 다 만나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바란 대로 두 사람은 결혼했을 거야!” 제인이 소리 질렀다. 엘리자베스는 계속 읽어나갔다.
 

제가 두 사람을 만나보았는데 아직 결혼하지 않은 상태였고 결혼할 의향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매부를 대신해서 한 약속을 이행할 의향이 있으시다면 두 사람은 곧 결혼할 수도 있습니다. 매부께서 해주실 일은, 매부와 누님이 돌아가신 후에 자식들을 위해 남겨질 각각 천 파운드의 재산을 리디아에게 할당해주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매부가 살아 계시는 동안에는 매년 백 파운드의 돈을 지급해주시는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 이상이 조건인데, 모든 여건을 고려해본 저는 매부를 대신해서 거기에 응해도 된다고 생각하고는 동의해주었습니다. 매부께서 답장을 속히 보내주실 수 있도록 저는 지체없이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사실로 미루어볼 때 위컴의 상황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절망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위컴의 빚을 모두 갚고도 돈이 조금 남으니 그 돈으로 조카가 생활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매부께서 모든 일에 대한 권한을 저한테 위임해주신다면 해거스튼에게 적절한 이행 절차를 밟도록 즉시 지시해놓겠습니다. 매부께서 런던으로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니 롱본에 조용히 머무르시면서 저를 믿으시면 됩니다. 최대한 빨리 답장을 주시고, 명백한 의사 표시를 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조카가 우리 집에 머무르면서 결혼식을 올리는 게 타당하다고 우리는 보고 있는데, 매부께서도 허락해주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카는 오늘 우리 집으로 옵니다. 추가로 진행 사항이 있을 경우 곧 다시 편지 드리겠습니다.

에드워드 가드너 드림

 
“그 사람이 리디아하고 결혼한다는 걸 믿을 수 있는 거야?” 엘리자베스가 소리 질렀다.

“그렇다면 위컴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쁜 사람은 아니로군.” 제인이 말했고 다음에 이런 말을 추가했다. “아버지, 축하드려요.”

“근데 답장은 보내셨어요?” 엘리자베스가 물어보았다.

“아니, 그치만 곧 보내야지.”

“어이구, 아버지! 빨리 집으로 가서 당장 답장을 쓰세요. 지금 한시가 급하잖아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아버지가 편지 쓰는 게 싫으시다면 제가 대신 써드릴게요.” 제인이 말했다.

“싫기야 싫지. 그치만 쓰긴 써야지.”

이렇게 말하고서 아버지는 그녀들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아버지, 근데 그 조건은 들어주셔야죠?” 엘리자베스가 물어보았다.

“들어주라고? 그 사람이 그렇게 적게 요구한 게 놀라운 일이야.”

“그리고 두 사람은 결혼해야 돼요! 근데 위컴이 그런 사람이니!”

“그래, 그래. 결혼해야지. 결혼 안 하고 다르게 할 수는 없는 일이지. 근데 내가 정말 알고 싶은 게 두 가지 있어. 하나는 너희 외숙이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느냐이고, 또 하나는 내가 어떻게 그 돈을 갚아나갈 것이냐 하는 점이지.”

제인이 소리 질렀다. “돈이라고요? 외숙이요?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

“내 말은, 아무리 정신 나간 사람이라도 1년에 백 파운드, 그리고 내가 죽으면 1년에 50파운드를 받는 조건으로는 리디아하고 결혼하지 않을 거란 의미지.”

“그렇군요. 아까는 거기까지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그 사람 빚을 갚고도 돈이 남는다니! 오, 외숙이 그렇게 하신 게 틀림없어요! 정말 좋은 분이세요. 외숙이 얼마나 고민을 많이 하셨겠어요. 적은 돈으로는 해결될 수 없었을 텐데.”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그래, 만 파운드에서 한푼이라도 부족한 돈으로 리디아하고 결혼한다면 위컴은 바보지. 이제 뭔가 이루어지는 단계에서 이런 말을 위컴에게 하는 게 잘못이지만 말야.”
“만 파운드! 어머나! 그 돈의 절반이라도 어떻게 갚아나갈 수가 있겠어요?”

베넷은 대답하지 않았고 그들은 모두가 깊은 생각에 빠져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없이 걸어갔다. 아버지는 편지를 쓰기 위해서 서재로 들어갔고 그녀들은 식당으로 갔다.

“둘이서 결혼하게 되다니, 얼마나 희한한 일이야! 이런 일에 우리가 감사해야 하는 거고? 행복할 가망도 없고 위컴 같은 인간과 결혼하게 됐는데 우리가 덩달아서 기뻐해야 한다니! 망할 계집애!” 둘이서 있게 됐을 때 엘리자베스가 이렇게 소리 질렀다.

“만약 리디아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위컴이 절대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나는 생각하고 싶어. 맘씨 좋은 외숙이 그 사람 빚을 갚아준다고 하는데, 난 만 파운드나 그 근처의 액수라도 대지는 않았을 거라고 봐. 외숙한테 딸린 자식도 있고 앞으로 더 생길지도 모르는데, 5천 파운드라도 쓸 여유가 있겠어?” 제인이 말했다.

“위컴 빚이 얼마고 위컴이 받게 되는 돈이 얼마인지를 안다면 외숙이 얼마나 돈을 썼는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거야. 왜냐면 위컴은 지금 한푼도 없을 테니까. 외숙하고 외숙모가 해주신 데 대해 우리가 보답해나갈 수 없을 거야. 두 사람을 집으로 데려가고 모든 일을 처리해주시는 건 정말 두고두고 감사해야 할 일이야. 지금쯤 외숙네 집에 와 있을 거야. 리디아가 지금 참회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행복해질 가치도 없다고. 그 애가 외숙모를 만나서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좋지 않은 일은 우리가 잊어버려야지. 난 두 사람이 행복할 거라고 믿어. 위컴이 리디아하고 결혼한다는 게 그 증거야. 이제 생각을 제대로 하기 시작하는 거라고. 세월이 지나면 두 사람이 서로 신뢰하게 될 거야. 조용히 올바르게 살다 보면 과거에 자기들이 저질렀던 나쁜 행실은 잊힐 거야.” 제인이 말해주었다.
“두 사람의 행동은 언니나 나나 다른 어떤 사람도 잊어버릴 수 없는 거야. 하긴 이런 말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겠지만.” 엘리자베스가 응수했다.

이제 그녀들은 어머니가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서재로 가서 아버지에게 어머니한테 사실을 말해도 되는지 물어보았다. 아버지는 편지를 쓰고 있었는데 고개도 들지 않은 상태에서 냉랭하게 대답했다.

“너희들이 알아서 하렴.”

“외숙 편지를 가서 읽어드려도 돼요?”

“아무것이나 가지고 가렴.”

엘리자베스는 책상에서 편지를 집어 들고는 둘이서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 메리와 키티는 어머니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그 소식을 모두가 알 수 있었다. 먼저 좋은 소식이 있다는 말을 한 다음에 편지를 소리 내어 읽어주었다. 베넷 여사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리디아가 곧 결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드너가 말한 부분을 제인이 읽어주자 어머니의 기쁨은 폭발했고 그다음 한 구절 한 구절을 읽을 때마다 그 정도는 더해갔다. 전에는 괴로움으로 몸부림쳤는데 이제 기쁨으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딸이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제 딸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고 딸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속이 상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오, 내 딸 리디아!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걔가 결혼하다니! 다시 볼 수도 있게 되었고! 열여섯에 결혼하게 되는구나! 아, 착한 내 동생! 동생이 모든 일을 처리해줄 줄 알았지! 보고 싶은 리디아! 그리고 보고 싶은 위컴! 근데 결혼식 예복! 내가 동생한테 결혼식 예복에 대해서 직접 편지를 써야겠군! 리지, 아버지한테 가서 의상 비용으로 얼마나 대줄 수 있는지 알아보렴. 아냐, 내가 직접 가봐야겠다. 키티, 벨을 눌러서 힐 아줌마를 오라고 그래. 옷 좀 차려입고 나가봐야겠어. 오, 리디아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다니!” 베넷 여사는 요란을 떨었다.

제인은 가드너가 한 일에 대해서 상기시켜줌으로써 어머니가 요란을 떠는 것을 좀 달래려고 했다.

“외숙이 배려를 해주셔서 이렇게 결말이 좋게 났어요. 외숙이 위컴에게 돈을 주겠다고 하고서 성사시켰을 거예요.” 제인이 추가로 말해주었다.

“그건 잘한 일이야. 외숙이 아니면 누가 그렇게 해줄 수 있겠니? 만약에 외숙한테 가족이 없었다면 옛날에 내가 동생한테 갈 돈을 전부 물려받았을 거야. 사실 동생이 지금까지 우리한테 선물 몇 번 한 거 빼면 별로 준 것도 없지 뭐. 하여튼 난 기분 좋구나. 조금 있으면 딸이 시집을 가다니. 위컴 부인! 정말 듣기 좋은 말이야. 리디아는 열여섯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결혼을 하고. 제인, 손이 떨려서 편지를 쓸 수가 없으니 내가 말해주는 대로 받아 쓰렴. 돈 문제는 나중에 아버지하고 의논하고, 우선 결혼식 예복부터 즉시 주문해야겠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다음에 베넷 여사는 사라사와 옥양목 등 온갖 천으로 만들어진 결혼식 예복에 대해서 말했고, 제인이 아버지와 그 일을 의논해본 다음에 결정하자는 말을 해서 간신히 어머니를 설득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하루 정도 일을 연기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고, 이제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에 자기 생각만 주장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계획들이 어머니의 머리에 떠올랐다.

“옷을 입고 얼른 메리튼으로 가서 필립스 동생한테 이 좋은 소식을 전해줘야겠구나. 그리고 루카스 아주머니하고 롱 아주머니도 만나봐야겠어. 키티, 내려가서 마차를 준비시키렴. 바람도 좀 쐬야겠어. 얘들아, 메리튼에 가서 뭘 사다 줄까? 힐 아줌마가 오는구나. 힐, 당신 좋은 소식 들었수? 리디아가 결혼하게 됐다우. 결혼식 날 내가 모두에게 한턱낼 거라우.”

가정부인 힐 여사는 그런 소식을 듣게 되어 기쁘다고 말해주었다. 엘리자베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 소리를 듣고 있다가 그런 달갑지 않은 일로 사람들이 흥분하는 모습에 넌덜머리가 나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 혼자 생각에 잠겼다.

리디아의 상황은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제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 점에 감사해야 할 것이었다. 엘리자베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동생의 앞날이 행복하다거나 전도유망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불과 두 시간 전만 해도 사람들이 리디아 때문에 울적해하던 상황과 비교해보면 지금 얼마나 다르게 변했는지 실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8장
 
 
 
베넷은 오래전부터 자기가 죽은 뒤의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서 연간 수입을 모두 써버리지 말고 매년 얼마 정도 저축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는 있었다. 이제 그는 그 사실을 더 심각하게 느끼게 되었다. 만약 오래전에 대비를 했더라면 지금 처남한테 신세를 지지 않고서 리디아의 일을 명예롭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영국에서 가장 무가치한 젊은이를 자기가 알아서 처리하는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다.

베넷은 아무 가치 없는 일을 처남의 힘만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했고, 그래서 그 사람이 도와준 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봐서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로 갚아야겠다고 작정했다. 베넷이 결혼할 당시에는 돈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왜냐하면 곧 아들이 생길 테고, 그 아이가 나중에 성인이 되면 아버지인 자신의 재산을 물려받아서 어머니나 누이들을 보살펴줄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섯 딸이 연속으로 태어나고 아들은 보지 못하고 있었다. 베넷 여사는 리디아가 태어나고 몇 년 후까지도 아들을 낳을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이제 저축을 한다는 것은 이미 늦어버렸다. 베넷 여사는 경제 문제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다만 남편의 자립심 때문에 지출이 수입을 능가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결혼할 당시에 베넷 여사와 아이들은 5천 파운드를 분배받도록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 사이에서 어떤 비율로 배당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부모들이 결정하게 되어 있었다. 지금 리디아에 관해서는 이 점만 결정해주면 되었기 때문에 베넷은 그의 앞에 놓인 제안에 대해서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처남이 베풀어준 처신에 대해서 간결하게 고마움을 표한 뒤에 지금까지 취해준 조치에 모두 동의하며 자기를 대신해서 처남이 한 약속도 모두 이행하겠다고 편지에 적어놓았다. 그는 지금껏 설령 위컴을 설득해서 결혼을 시킨다 해도 지금과 같은 적은 부담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었다. 백 파운드를 위컴에게 지불한다고 하더라도 베넷이 실지로 손해 보는 돈은 10파운드도 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식비, 용돈, 그리고 어머니를 통해서 지불되는 돈 등을 합치면 리디아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거의 그와 맞먹기 때문이다.

베넷 쪽에서 별로 힘들이지 않고 일이 해결된 점이 또 하나의 아주 반가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최대한 간단히 일을 처리하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에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이리저리 그녀를 찾아나서기는 했지만 그 분노가 가라앉자 다시 본래의 무관심한 체질로 돌아섰던 게다. 그가 쓴 편지는 즉시 보내졌다. 왜냐하면 그가 일을 처리하는 것은 꾸물거렸지만 신속히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처남에게 자기가 어떤 구체적인 빚을 지고 있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해놓았다. 그렇지만 리디아에게는 너무 화가 나 있었기 때문에 말 한마디 전하지 않았다.
 
그 좋은 소식은 신속하게 집안의 모든 사람이 알게 되었으며 이웃들에게도 재빨리 전파되었다. 이웃들은 그 소식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만약에 리디아가 런던에서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거나 어느 외딴 농가에서 숨어 지낸다면 더 많은 화젯거리를 제공했을 게다. 그렇지만 현재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결혼에 대해서 많은 얘기가 오갔다. 메리튼에서 남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좋아하는 여자들은 지금의 변화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입담을 그칠 줄 몰랐던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남편을 만난 리디아의 불행이 분명한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베넷 여사가 아래층으로 내려오지 않은 지가 2주일이나 지났지만, 이제 이런 행복한 일이 터지자 그녀는 다시 식탁의 상석에 앉아서 기운을 과시했다. 더 이상 수치스러운 일로 기죽을 필요가 없었다. 제인이 열여섯 살이 되던 때부터 그녀가 항상 바라왔던, 딸을 결혼시키는 일이 마침내 달성되는 시점에 와 있었기에 베넷 여사의 생각이나 말은 이제 우아한 결혼식이나 좋은 결혼 예복이나 새로운 마차나 새로운 하인 등에 집중되었다. 이제 그녀는 딸이 살 집을 자기 집 주위에서 부지런히 알아보기 시작했고, 딸 내외의 수입은 고려하지도 않은 채 어느 집이 크기가 작다는 둥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둥 하면서 거절해버리기 일쑤였다.

“하이에 파크 저택이 괜찮을 거 같은데. 그 사람들이 이사만 간다면 말야. 아니면 스토크 마을에 있는 큰 집이 거실만 좀 더 넓다면 괜찮을 거야. 그치만 애쉬워스 저택은 너무 멀어. 리디아가 나 있는 곳에서 10마일이나 떨어져 살면 안 돼. 퍼비스 로지 저택은 위층이 별로란 말야.” 그녀가 중얼댔다.

그녀의 남편은 하인들이 있는 동안에는 그녀가 이런저런 말을 하도록 그냥 놔두었다. 그렇지만 하인들이 나가자 이런 말을 해주었다.

“당신, 딸이나 사위에게 그런 집 하나를 마련해주든 둘을 마련해주든 간에 사태를 제대로 한번 짚고 넘어갑시다. 이 근처 어떤 집으로든 그들을 받아들일 수가 없소. 둘을 롱본에 받아들여서 제멋대로 굴도록 놔두지 않을 거요.”
남편이 그런 말을 하자 둘은 옥신각신 다투게 되었다. 베넷의 다짐은 확고했다. 그리고 베넷 여사는 딸이 결혼 예복을 사는 데 자기 남편이 한푼도 내놓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고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베넷은 리디아가 이제 자기한테 어떤 애정의 표시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선언했던 것이다. 베넷 여사는 그러한 사실에 대해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딸이 결혼 예복도 갖추어 입지 않고 결혼식을 거행하면 결혼하는 것 같지도 않을 텐데,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아버지로서 그런 것도 해주지 않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리디아가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위컴과 눈이 맞아서 2주일 동안이나 동거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수치감을 느끼기보다는 예복이 없어서 제대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는 점이 더 수치스러울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는 이제 예전에 자기가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동생의 일을 다씨에게 알려준 것을 아주 후회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제 결혼식을 올리면 둘이서 도망 다니는 일은 끝이 날 테고, 그러면 그 현장에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불미스러운 사실에 대해서 숨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씨를 통해서 이번 일이 더 널리 퍼질 것이라는 두려움은 갖고 있지 않았다. 다씨만큼 비밀을 지켜줄 것으로 믿을 만한 사람은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씨가 동생의 잘못된 일에 대해서 알아버렸으니 그처럼 속상한 일도 없었다. 그런데 실지로 자기에게 어떤 불이익이 닥쳐올 것을 우려해 그런 마음이 든 건 아니었다. 여하튼 다씨와 자기 사이에는 거대한 간격이 놓여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제 리디아의 결혼이 가장 명예스러운 방식으로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다씨가 다른 여러 가지 거부감도 있는 데다가 자기가 경멸하던 사람과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는 집안의 여자와 결혼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이제 다씨가 엘리자베스를 기피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녀는 더비셔에서 자신의 관심을 얻고자 하는 그의 바람을 확신할 수 있었지만 이제 이런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 다시 그런 일이 되풀이된다는 건 기대해볼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허무한 심정이 되었고 울적한 기분이 밀려왔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후회감도 밀려왔다. 이제 더 이상 바랄 수는 없게 되었지만 그의 관심이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였지만 그에 대한 어떤 소식이라도 듣고 싶어졌다. 다시 만날 가능성은 이제 없어 보였지만, 그와 함께라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가 불과 넉 달 전에는 의기양양하게 거절해버린 청혼이, 이제 지금은 반갑고 고맙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그가 안다면 얼마나 승리감에 도취될 것인가! 그가 정말 자비로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도 인간인 이상 그런 도취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그녀는 그가 성격이나 능력 등에 있어서 그녀에게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인식력이나 기질이 그녀와 동일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모든 바람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의 결합은 서로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그녀의 편안함이나 활기로 그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줌으로써 그의 성질이 좋아질 것이며, 그의 판단력이나 학식 덕분에 그녀는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처럼 행복한 결합을 통해 결혼의 진실한 행복이란 게 무엇인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쳐줄 수 없게 되었다. 이제 곧 그녀의 가족에게 닥쳐올 다른 색다른 결합 하나가 또 다른 결혼을 막아버릴 것이다.

위컴과 리디아가 얼마나 독립적으로 살아갈지에 대해서 그녀는 예상해볼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서로의 미덕 때문에 결합하는 게 아니고 감정상으로만 하는 그러한 결혼에서 영원한 행복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그녀는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
 
가드너는 매부에게 곧 다시 편지를 보내왔다. 베넷이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말에 가드너는 베넷 가족의 행복만을 빌 뿐이라는 간단한 인사를 하면서, 자기에게 고맙다는 말은 이제 앞으로 다시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해놓았다. 그 편지의 주요 목적은 위컴이 브라이턴의 부대를 떠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가 이런 식의 말을 추가로 해놓았다.
 


그 사람의 결혼이 결정되는 대로 그 부대를 떠나는 게 저의 바람이었습니다. 그의 입장에서 볼 때나 제 조카의 입장에서 볼 때 그가 그 군부대에서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에 매부도 동의하리라고 봅니다. 그 사람은 정규군에 들어가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예전 지인들 중에는 그가 그렇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그럴 의향도 가진 사람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부에 있는 어느 부대로 들어가기로 약속을 받아놓고 있는 듯합니다. 그 사람이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게 된 것도 우리에게는 이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사람은 앞으로 자기 이름을 더럽히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저는 포스터 대령에게 편지를 보내서 현재의 진행 상황을 알려주었고, 브라이턴이나 그 주변에서 위컴에게 받을 빚이 있는 사람들에게 제가 신속하게 갚아줄 것이니 안심시키라고 말해놓았습니다. 그리고 매부께서는 메리튼에서 그에게 받을 빚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와 동일한 조치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그 사람에게 물어서 빚 받을 사람들의 명단을 나중에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가 진 빚에 대해서 자백해놓았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 우리를 속이지 않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해거스튼이 우리 일을 맡아서 해주고 있으니 앞으로 1주일이면 모두 완결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롱본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둘은 북부의 부대로 가게 될 것입니다. 리디아는 자기 외숙모에게 그곳으로 가기 전에 롱본에 꼭 들르고 싶다는 소망을 말했다고 합니다. 리디아는 지금 잘 있고 부모님께 안부를 전해달라는 말을 합니다. 그럼 이만 줄입니다.

에드워드 가드너 드림


베넷과 그의 딸들은 위컴이 브라이턴의 부대에서 나오는 것에 대해 가드너만큼이나 바람직하다고 간주했다. 그렇지만 베넷 여사는 반갑지가 않았다. 브라이턴에서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즐겁게 지내던 리디아가 북부로 떠나버린다면, 그녀가 하트포드셔에서 살기를 기대하던 베넷 여사로서는 실망스런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리디아가 브라이턴에 아는 사람이 많고 마음에 드는 것도 많은데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는 사실이 속상했던 것이다.

“리디아는 포스터 대령 부인을 아주 좋아하는데, 리디아가 떠나버리면 그 여자가 충격받을 거야. 그리고 리디아가 아주 좋아하는 장교들도 몇 명 있다고. 북부에는 재밌는 장교들이 아마 없을 거야.” 베넷 여사가 중얼대었다.
북부로 출발하기 전에 가족들을 보고 싶다는 리디아의 요청에 대해서 베넷은 처음에 완강히 거절했다. 그렇지만 제인과 엘리자베스는 동생의 감정을 배려하고 그러한 일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의 파급효과를 고려해본 다음에, 아버지를 여러 가지로 설득하여 그들이 결혼하는 대로 롱본에 오도록 허락하게 했고, 그래서 아버지는 결국 그녀들의 뜻에 따르기로 작정하게 되었다. 이제 어머니는 리디아가 북부로 떠나기 전에 이웃 사람들에게 결혼한 딸을 보여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베넷은 다시 처남에게 편지를 써서 두 사람이 롱본으로 와도 된다는 말을 해주었다. 두 사람은 이제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롱본으로 가기로 결정되었다. 엘리자베스는 위컴이 그와 같은 계획에 동의한 점이 놀랍기만 했고, 위컴 같은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것이 이 세상에서 그녀가 가장 바라지 않는 일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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