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3부 13~14

나단비 | 2024.01.30 01:16:58 댓글: 0 조회: 110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4095
제13장
 
 
 
그 방문이 있고 며칠이 지난 후에 빙리가 다시 혼자서 롱본을 방문했다. 친구 다씨는 그날 오전에 런던으로 갔는데, 10일이 지나면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그는 베넷 가족과 한 시간 동안 앉아 있었는데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다. 베넷 여사가 같이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빙리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서 다른 곳에 약속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꼭 식사도 하고 가세요.” 베넷 여사가 말했다.
그는 언제든지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베넷 여사가 허락하기만 한다면 될 수 있는 한 빨리 방문하겠다고 말해주었다.
“내일 올 수 있을까요?”
그가 내일은 아무 약속이 없다고 말함으로써 베넷 여사의 초청은 주저없이 받아들여졌다.
그가 왔는데, 제시간에 일찍 당도했기 때문에 여자들은 아직 옷도 제대로 갖추어 입지 않은 상태였다. 베넷 여사는 화장용 가운을 걸친 채 머리 손질은 반쯤 하다 만 상태로 딸의 방으로 뛰어들어가 소리 질렀다.
“제인, 빨리 내려가봐. 그 사람이 왔어. 빙리가 왔다고. 정말 왔단 말야. 빨리 서둘러. 서두르라고. 사라, 빨리 제인한테로 가서 옷 입는 것 좀 도와줘. 리지 머리 손질은 잊어버리고.”
“될 수 있는 한 빨리 내려갈게요. 그치만 키티가 우리보다 더 빨리 내려갈 거예요. 반 시간 전에 이미 위층에 올라왔으니까요.” 제인이 말했다.
“아, 키티는 신경 쓰지 마! 키티가 무슨 볼일이 있다고 그래? 빨리빨리 서둘러. 머리띠는 어디 있는 거니?”
그렇지만 어머니가 가버리자 제인은 동생들 중의 하나를 대동하지 않고는 내려가지 않으려고 했다.
둘만 같이 있게 하려는 베넷 여사의 생각은 오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차 마시는 시간이 끝난 후에 베넷은 평소의 습관대로 자기 서재로 갔고 메리는 위층의 피아노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다섯 장애물 가운데 둘이 제거되자 베넷 여사는 한동안 엘리자베스와 캐서린을 바라보고 눈짓을 하면서 자리를 피해주도록 노력해보았다. 그렇지만 엘리자베스는 어머니를 바라보지도 않았고, 키티는 결국 어머니를 보고는 순진하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빨리 제인한테로 가서 옷 입는 것 좀 도와줘. 리지 머리 손질은 잊어버리고.”
“될 수 있는 한 빨리 내려갈게요. 그치만 키티가 우리보다 더 빨리 내려갈 거예요. 반 시간 전에 이미 위층에 올라왔으니까요.” 제인이 말했다.
“아, 키티는 신경 쓰지 마! 키티가 무슨 볼일이 있다고 그래? 빨리빨리 서둘러. 머리띠는 어디 있는 거니?”
그렇지만 어머니가 가버리자 제인은 동생들 중의 하나를 대동하지 않고는 내려가지 않으려고 했다.
둘만 같이 있게 하려는 베넷 여사의 생각은 오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차 마시는 시간이 끝난 후에 베넷은 평소의 습관대로 자기 서재로 갔고 메리는 위층의 피아노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다섯 장애물 가운데 둘이 제거되자 베넷 여사는 한동안 엘리자베스와 캐서린을 바라보고 눈짓을 하면서 자리를 피해주도록 노력해보았다. 그렇지만 엘리자베스는 어머니를 바라보지도 않았고, 키티는 결국 어머니를 보고는 순진하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세요? 어머니, 왜 나한테 계속 눈짓을 하는 거예요? 내가 뭘 해야 하는데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왜 너한테 내가 눈짓을 하겠니?” 그러고 나서 베넷 여사는 5분 정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그렇지만 귀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갑자기 일어나서 키티에게 말했다.
“이리 오렴, 키티. 너한테 할 말이 있어.” 그리고 키티를 데리고 나갔다. 제인은 즉시 엘리자베스를 바라보면서 자기의 난처한 상황을 일깨웠고, 그래서 엘리자베스가 나가지 못하게 했다. 그렇지만 몇 분 후에 베넷 여사가 문을 반쯤 열고 엘리자베스를 불렀다.
“리지, 너한테 할 말이 있단다.” 그래서 엘리자베스는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저들 둘만 남겨두는 게 좋다고. 키티하고 난 위층 방에 가 있을게.” 그들이 홀로 나오자마자 베넷 여사가 이렇게 말했다.
엘리자베스는 어머니와 논쟁하려고 하지 않았고, 조용히 홀에서 있다가 어머니와 키티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거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베넷 여사의 그날 계획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빙리의 행동은 모든 면에서 마음에 들었지만 자신이 제인의 연인이라는 공언은 하지 않았던 게다. 그가 편안하고 명랑한 상태였기 때문에 나머지 오후 시간을 유쾌하게 보낼 수 있었다. 베넷 여사의 쓸데없는 잔소리나 양식 없는 언사를 참을성 있게 들어준 점이 제인은 매우 고맙게 여겨졌다.
그는 저녁 식사 때까지 머물러달라는 요청을 할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가 떠나기 전에 그와 베넷은 다음 날 오전에 같이 사냥하기로 약속을 했다.
그날 이후로 제인은 빙리에 대한 자신의 무관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빙리에 관해서 제인과 엘리자베스 사이에 어떤 얘기도 오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엘리자베스는 만약 다씨가 예정보다 일찍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일이 신속하게 성사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서 그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그런데 마음속 깊이 한편으로 그녀는 그 일이 다씨의 동의하에 진행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빙리는 약속 시간에 와주었고, 그와 베넷은 미리 정한 바대로 사냥을 하면서 그날 오전을 보냈다. 베넷은 빙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호감을 주었다. 그리고 빙리에게는 베넷이 놀려댈 만한 어리석음이나 주제넘은 면도 없었다. 또한 베넷은 빙리가 예전에 보던 모습과 달리 말도 많이 했고 괴팍하게 굴지도 않았다. 물론 빙리는 베넷과 함께 오찬 때 나타났다. 그리고 오후가 되자 다른 사람을 모두 제외시키고 두 사람만 함께 있게 하려는 베넷 여사의 계획이 다시 시작되었다. 엘리자베스는 차 마시는 시간이 끝난 후에 편지 쓸 일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른 방에서 카드놀이를 하려고 앉았고, 이제 베넷 여사의 구상에 방해가 될 일은 없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가 편지 쓰기를 끝내고 거실로 돌아갔을 때, 어머니가 그들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떼어놓으려 했던 게 아주 영리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제인과 빙리가 무슨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난로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섣불리 짐작할 수는 없다 해도, 두 사람이 엘리자베스를 보자마자 얼굴색이 달라지면서 서로에게서 떨어지려고 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모든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상황이 어색하기 짝이 없었던 게다. 그렇지만 엘리자베스는 자기가 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 사람 사이에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다. 그런데 엘리자베스가 그 방에서 나가려고 하자 함께 자리에 앉았던 빙리가 갑자기 일어나서는 제인에게 몇 마디 하고 방에서 나가는 것이었다.
제인은 좋은 일이라면 엘리자베스에게 숨기는 법이 없었다. 그녀는 벅찬 감정으로 엘리자베스를 안으면서,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
“너무 좋은 일이야! 나한테 너무 과분해. 아, 왜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는 걸까?” 그녀가 소리 질렀다.
엘리자베스는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지만 어떻게 간단하게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녀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제인에게 행복감을 전해주었다. 그렇지만 현재로서 제인은 동생하고만 있을 수가 없었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의 반도 표현할 수 없었다.
“어머니한테 빨리 가야겠어! 어머니가 그렇게 걱정해주셨는데 가만있을 수 없지. 어머니가 나 아닌 다른 사람한테서 이 소식을 들으면 안 되잖아. 빙리 씨는 아버지한테 갔어. 오, 리지, 내가 전하는 말이 우리 가족한테 큰 기쁨을 주겠지? 이런 엄청난 행복을 내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제인이 소리 질렀다.
그리고 제인은 어머니에게로 갔는데, 어머니는 일부러 카드놀이를 일찍 마치고는 위층에서 키티와 함께 앉아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혼자 앉아 있었는데, 그동안 그토록 긴 시간에 걸쳐 가슴을 졸이던 일들이 이제 이렇게 최종적으로 해결되고 나니 미소가 지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다씨가 그처럼 꾸며논 계획에 종지부를 찍는군. 빙리 누이동생의 책략도 끝장이 나는 거고! 가장 행복하게, 현명하게 결말이 난 거지!’ 엘리자베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몇 분 후에 빙리가 들어왔는데, 아버지와의 얘기가 간단하게 종결되었던 것이다.
“언니는 어디로 갔죠?” 그가 방문을 열면서 급하게 물었다.
“어머니하고 위층에 있어요. 조금 있으면 내려올 거예요.”
다음에 빙리는 문을 닫고 엘리자베스가 있는 곳으로 와서는 그녀에게 행복한 장래를 기대한다는 말을 해달라고 했다. 엘리자베스는 두 사람의 좋은 결합이 진심으로 기쁘다는 말을 했다. 그들은 축하하는 의미의 악수를 했다. 그 뒤로 제인이 내려오기 전까지 빙리가 하는 모든 말을 들어주었는데,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그리고 제인이 얼마나 완벽한 사람인지 등을 얘기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는 빙리가 지금 사랑에 빠진 상태이기는 하지만, 그의 행복에 대한 설계가 제인의 영리함이나 이해력 등으로 견주어볼 때, 그리고 제인과 빙리 사이의 성격이나 유사한 취향 등으로 볼 때 근거가 확실하다고 믿게 되었다.
그날의 오후는 모든 사람에게 아주 기쁜 시간이었다. 제인은 마음이 들떠서 다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답게 보였고 생기가 넘쳐흘렀다. 키티는 활짝 웃으면서 이제 자기 차례도 곧 돌아왔으면 한다는 말을 했다. 베넷 여사는 자기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상태였고, 일이 너무나 잘 해결되었다고 했으며, 빙리와 반 시간 정도 다른 얘기는 하지 않고 그 일에 대해서만 얘기했다. 그리고 저녁 식사 시간에 함께한 베넷도 그의 목소리나 태도로 미루어볼 때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 같았다.
베넷은 방문객이 돌아가기 전까지 그 일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렇지만 빙리가 가고 나자 제인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제인, 축하한다. 넌 아주 잘해나갈 수 있을 거야.”

제인은 아버지한테로 가서 뺨에 키스하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넌 좋은 애야. 네가 행복하게 자리를 잡을 걸 생각하니 내 마음이 아주 기쁘구나. 난 너희 두 사람이 아주 잘살 것을 의심치 않는단다. 두 사람 성격이 아주 비슷해. 둘 다 남의 말을 너무 잘 들으니 고민해야 할 일이 없을 거야. 둘 다 너무 관대하니 하인들이 속이기만 할 테고, 너무 마음이 후하니 항상 지출이 수입을 초과할 거야.” 베넷이 말해주었다.
“난 그러지 않을 거예요. 금전 문제에서 무분별한 건 내가 용인할 수 없어요.”
“수입을 초과한다고요? 오, 당신 말하는 거하고는. 그 사람 수입이 1년에 4, 5천 파운드는 되고 그보다 많을지도 모르는데.” 베넷 여사가 소리 질렀다. 그러고 나서 제인을 보고 이렇게 말해주었다. “오, 제인! 난 너무너무 행복하구나! 오늘 밤은 한잠도 잘 수가 없겠어. 난 그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단다. 네가 얼굴값은 할 줄 알았다고! 그 사람이 작년에 하트포드셔에 처음 나타났을 때 두 사람이 결국은 이렇게 맺어질 줄 예상했지. 오, 그 사람보다 잘생긴 사람도 이 세상에 없을 거야.” 위컴과 리디아에 대해서는 모두 잊어버렸다. 이제 제인이 가장 호감 가는 딸이 되었던 게다. 지금 이 시간에 베넷 여사는 다른 어떤 것도 생각지 않고 있었다. 제인의 동생들은 앞으로 제인이 해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이런저런 부탁을 늘어놓았다. 메리는 네더필드 저택의 서재를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고, 키티는 겨울철에 몇 차례 무도회를 열어달라고 했다.
빙리는 이제 매일 롱본에 나타나는 방문객이 되었다. 아침 식사를 하기 전에도 왔고, 오기만 하면 항상 저녁 식사 때까지 머물러 있었다. 귀찮은 이웃이 빙리를 식사에 초대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베넷의 식구와 함께했다.
엘리자베스는 이제 제인과 얘기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빙리가 있는 동안에는 제인이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낼 수 없었던 게다. 그렇지만 엘리자베스는 두 사람이 떨어져 있을 때는 두 사람 모두에게 자기가 상당히 쓸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인이 없을 때는 빙리가 엘리자베스에게 다가와서 제인에 대한 얘기를 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그리고 빙리가 없을 때는 제인이 빙리에 대해 얘기하면서 엘리자베스와 시간을 보냈다.
“지난봄에 내가 런던에 있었다는 걸 그 사람이 몰랐다는데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지더구나. 난 그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 제인이 엘리자베스에게 얘기했다.
“난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누구 때문에 그렇게 된 거지?” 엘리자베스가 물어보았다.
“동생이 그랬을 거야. 그 사람 누이들은 내가 그 사람하고 교제하는 게 맘에 들지 않았던 거지. 여러 가지 면에서 나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을 선택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해. 그치만 내가 자기 오빠하고 같이 잘사는 걸 보면 만족할 테고, 우린 다시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을 거야. 옛날에 좋았던 때의 우정은 회복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 말은 언니 입에서 나온 말 중에서 가장 야박한 소리일 거야. 언니는 너무 착해. 언니가 다시 캐롤라인한테 당하는 걸 보면 내가 참지 못할 거야.”
“리지, 작년 11월에 그 사람이 런던으로 떠나버렸을 때 그 사람이 사실은 나를 진실로 사랑했는데 내가 무관심해 보였기 때문에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있니?”

“그 사람이 실수를 범한 거지. 그치만 그건 그 사람이 겸손하다는 점을 증명하기도 해.”
그 말이 나오자 제인은 빙리가 무슨 결정을 쉽게 안 하며 자기의 좋은 자질을 폄하하는 사람이라는 찬사를 늘어놓았다.
엘리자베스는 다씨가 개입된 사실을 빙리가 얘기하지 않은 점을 알고는 다행으로 여겼다. 왜냐하면 제인이 아주 마음이 넓고 남을 쉽게 용서하는 성격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상황은 다씨에 대해서 편견을 갖게끔 만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난 정말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여자야. 오, 리지! 왜 가족 중에서 내가 선택되어 이런 행복을 누리는 걸까? 너도 나만큼 행복해져야 할 텐데! 너한테도 빙리 같은 좋은 사람이 나타나야 할 텐데!” 제인이 소리 질렀다.
“언니가 그런 사람을 마흔 명쯤 데려다준다고 해도 난 언니만큼 행복해질 수 없을 거야. 언니 같은 성격이나 언니 같은 선량한 마음씨를 갖기 전까지는 내가 언니처럼 행복해질 수 없을 거라고.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만약에 운이 좋다면 콜린스 같은 사람이 다시 나타나서 청혼을 할지도 모르지.”
롱본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은 오랫동안 비밀이 될 수가 없었다. 베넷 여사가 필립스 여사에게 슬그머니 알려주었고, 필립스 여사는 누구의 허락도 없이 그 소식을 메리튼 사람들에게 얘기했던 게다.
리디아가 도망해버렸던 불과 수주일 전에는 악운이 낀 집구석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던 베넷의 집안이 이제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집안으로 불리게 되었다.
 



제14장
 
 
 
빙리와 제인이 혼인을 약속한 지 1주일이 지난 어느 날 오전에 빙리와 그 집안 사람들이 식당에 앉아 있을 때 마차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사람들이 유리 창문으로 내다보자 4두마차 한 대가 정원을 거쳐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오전 이른 시각에 누가 방문할 리가 없었고 마차를 보니 그 근처 사람들의 것과는 달랐다. 말도 색다르고 하인들도 보통의 하인들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누가 방문하는 것은 확실해 보였으므로 그 때문에 방해받고 싶지 않은 빙리는 제인에게 근처의 숲으로 산보나 가자고 했다.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갔고 나머지 세 사람은 방문객이 누군지 추측해보려고 했지만 아무 효과도 없었다. 결국 문이 열리면서 방문객이 나타났다. 캐서린 드 버그 여사였다.
그들은 모두 뭔가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을 짐작하기는 했지만 그 놀라움이란 그들의 예상을 넘어섰다. 베넷 여사와 키티는 그 여자가 누구인지도 몰랐지만 놀라움은 엘리자베스보다도 컸다.
 
캐서린 여사는 아주 무례한 태도로 집 안으로 들어와서는, 엘리자베스가 하는 인사에 그냥 고개만 끄덕해 보였고 아무 말도 없이 자리에 앉았다. 엘리자베스는 캐서린 여사가 소개를 부탁하지는 않았지만 자기 어머니에게 그 여자가 누군지 말해주었다.
베넷 여사는 그처럼 지체 높은 사람이 찾아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매우 공손한 태도로 그녀를 맞이했다. 캐서린 여사는 잠시 동안 말없이 앉아 있다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엘리자베스에게 말했다.
“그동안 잘 있었겠지, 엘리자베스. 저분은 어머님이신 거 같군.”
엘리자베스는 짤막하게 그렇다고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저 여자는 여동생인가?”

베넷 여사가 반가운 표정으로 캐서린 여사에게 대답해주었다. “그렇답니다, 여사님. 밑에서 두 번째 딸이죠. 막내딸은 최근에 결혼했고 맏딸은 이제 곧 우리 가족이 될 젊은이하고 함께 지금 산책을 하고 있답니다.”
“여기 정원은 아주 작군요.” 잠시 침묵을 지킨 후에 캐서린 여사가 이런 말을 했다.
“로싱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그치만 윌리엄 루카스네 정원보다는 훨씬 더 넓어요.”
“이 거실은 여름날 오후에 앉아 있기에 아주 좋지 않아 보이는군요. 창문이 모두 서쪽으로 나 있으니 말이에요.”
베넷 여사는 자기 가족이 점심 식사 후에는 거의 거기에 앉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다음과 같이 추가했다.
“실례지만 여사님이 떠나올 때 콜린스네 식구들은 잘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그래요. 그제 밤에 내가 봤었죠.”
엘리자베스는 이제 캐서린 여사가 샬럿이 자기에게 보내는 편지를 꺼내줄 것을 기대했다. 왜냐하면 그 여자가 거기에 온 목적은 그것밖에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편지는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엘리자베스는 완전히 어리둥절해졌다.
베넷 여사는 아주 공손한 태도로 캐서린 여사에게 먹을 것이라도 좀 갖다주면 좋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았는데, 캐서린 여사는 아주 단호하게, 그리고 아주 공손하지 못한 태도로 아무것도 먹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엘리자베스에게 말했다.

“엘리자베스 양, 잔디밭 한쪽에 개간하지 않은 땅이 있는 듯한데, 나하고 함께 동행해준다면 거기를 한번 둘러보고 싶군.”
베넷 여사가 이렇게 말했다. “어서 가봐. 가서 부인께 여기저기 산책길을 보여드려. 암자도 한번 보여드리면 좋아하실 거야.”
엘리자베스는 자기 방으로 올라가서 양산을 가지고는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귀하신 손님을 모시게 되었다. 캐서린 여사는 홀을 지나가면서 식당으로 통하는 문이나 다른 거실로 통하는 문을 열어보고는 그 방들이 괜찮아 보인다는 말을 한 다음에 계속해서 걸어나갔다.
캐서린 여사의 마차는 집 문 앞에 서 있었는데, 엘리자베스는 캐서린 여사의 시녀가 마차 안에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숲으로 이어지는 자갈길을 따라서 말없이 걸어갔다. 엘리자베스는 평소보다 무례하고 불유쾌하게 보이는 그런 여자에게 굳이 자기가 먼저 말을 붙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로 작정하고 있었다.
‘이 여자를 어떻게 다씨 같은 조카하고 닮았다고 볼 수 있을까?’ 그녀는 캐서린 여사의 얼굴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들이 숲으로 들어서자 캐서린 여사가 이제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엘리자베스, 내가 이곳으로 온 이유를 알겠지? 마음속으로, 그리고 양심상으로 알고 있을 거야.”
엘리자베스는 그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뭘 잘못 알고 계시는 모양인데요, 여사님이 이곳으로 오신 이유를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그 말에 캐서린 여사가 성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엘리자베스, 나하고 농담할 생각은 마. 아가씨가 아무리 제멋대로 나가려 해도 난 거기 맞춰주지 않을 거야. 난 무슨 일이든 진지하고 솔직하게 대하지. 그리고 이번 일 같은 경우엔 더욱 아무렇게나 처신할 수 없는 거야. 이틀 전에 내가 아주 놀라운 소식을 들었어. 아가씨 언니가 아주 좋은 집안과 결혼하게 됐고, 아가씨도 바로 내 조카 다씨하고 결혼하게 될 거라는 소식을 들었지. 그런 말은 소문에 불과한 허황된 것이고, 내가 그런 말을 믿어서 내 조카를 욕되게 할 생각도 없지만, 그 말을 듣는 즉시 이리로 출발해서 내 생각이 어떤지를 말해주려고 했던 거야.”
“그 소문이 사실로 믿을 수가 없는 말이라면 왜 굳이 이곳까지 오셨는지 알 수가 없군요. 무엇 때문에 오신 거죠?” 놀라움과 모멸감으로 얼굴이 붉어지면서 엘리자베스가 이렇게 물어보았다.
“그런 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지.”
“여사님이 롱본에 와서 저와 제 가족을 보시기로 한 것은 오히려 그 반대로 입증하는 셈이 될 텐데요? 만약에 그런 말이 돌고 있다면 말이죠.”
“만약에? 그럼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말하는 건가? 아가씨가 고의로 퍼뜨리지 않았단 말이야? 그 소문이 사방으로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그런 소문이 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군요.”
“그렇다면 그게 아무 근거가 없는 말이라고 단언할 수 있나?”
“전 여사님만큼 솔직하다고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저한테 질문하실 수는 있지만 제가 거기에 다 답변해드릴 수는 없을 겁니다.”
“참을 수 없는 일이군, 엘리자베스. 난 모든 것을 알아야겠어. 내 조카가 그대한테 청혼을 했나?”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여사님이 말씀하신 거 같군요.”
“당연히 그렇지. 다씨가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한은 그게 당연하지. 그렇지만 아가씨가 유혹을 해서 다씨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에 대한 본분을 망각해버리게 할 수도 있어. 그렇게 꾀었을 수도 있지.”
“만약 제가 그랬다면 그 사실을 스스로 자백할 가능성은 없죠.”
“엘리자베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나? 난 그런 말 듣는 데 익숙지 않은 사람이야. 난 다씨하고 가장 가까운 친척이고 다씨의 모든 일에 대해서 알 권리가 있는 사람이야.”
“그치만 저에 대해서만은 알 권리가 없으실 거예요. 더구나 이런 태도로 나오신다면 제가 뭔가 밝히기를 기대하시지는 말아야 할 겁니다.”
“내가 확실하게 말해주지. 아가씨가 바라는 그런 결혼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어. 절대로 안 돼. 다씨는 내 딸하고 결혼이 약속돼 있어. 이제 무슨 말을 할 수 있지?”
“한말씀만 드리죠.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다씨가 나한테 어떤 청혼도 할 수 없을 거라는 점을 여사님은 알고 계실 텐데요.”
캐서린 여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 약속된 건 좀 특이한 경우지. 두 사람이 아기였을 때부터 서로 짝이 되기로 정해져 있었던 거야. 그게 다씨 어머니의 소망이기도 했고 내 소망이기도 했어. 두 사람이 아기 때 우린 이미 약속했다고. 근데 이제 우리 두 자매의 소원이 이루어지려고 하는 순간에, 태생도 열악하고 지위도 없고 우리 가문과는 전혀 관계없는 아가씨가 가로막을 수 있는 거야? 다씨 가문 사람들의 바람은 전혀 안중에도 없나? 내 딸 드 버그 양하고의 묵시적인 약속이 안중에 없냐고? 교양이나 예의 같은 건 전혀 생각하지 않는 거야? 다씨가 오래전부터 사촌과 맺어지기로 돼 있다는 내 말을 들어보지 못했나?”
“예, 전에 들어봤죠. 근데 그게 저하고 무슨 관계가 있죠? 제가 여사님 조카하고 결혼하는 데 있어서 다른 문제가 없다면, 다씨 어머니하고 이모께서 다씨가 드 버그 양과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내가 안다고 해도 거기서 물러서진 않을 거예요. 여사님하고 여사님 동생은 그러한 계획을 세우는 데 자기 할 일을 한 거예요. 그치만 그 계획을 완결하는 건 다른 사람 몫이에요. 만약 다씨가 지위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자기 사촌과 결혼하는 걸로 얽매여 있지 않다면 그 사람이 다른 결정을 못할 이유가 있나요? 그리고 그 선택이 저라면 제가 그 사람을 받아들여서는 안 될 이유라도 있나요?”
“왜냐면 명예, 가문과의 관계, 부모들의 의향, 아니 이해관계가 그걸 금하고 있지. 맞아, 이해관계야. 만약에 사람들의 뜻에 거슬러서 악의적으로 아가씨가 행동한다면 그 사람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인정받을 생각은 버려야 할 거야. 다씨하고 관련된 모든 사람이 아가씨를 비난하고 경멸할 거야. 그러면 그런 결혼은 불명예가 되는 거지. 우리 모두가 아가씨 이름 자체를 언급하지도 않을 거야.”

“그렇다면 아주 큰 불행이 되겠군요. 그치만 다씨 부인이 되면 다른 특별한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을 테니 전체적으로는 그런 결혼을 후회할 필요가 없을 거 같군요.” 엘리자베스가 응수해주었다.
“아주 고집 센 여자로군! 내가 아가씨를 만난 것 자체가 창피스러워! 이게 지난봄에 내가 베푼 호의에 대한 보답인가? 나한테 빚진 게 없냐고!” 그러고 나서 다시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자, 앉아서 내 말을 들어보라고. 내가 여기 온 목적은 내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서야. 난 어떤 식으로든 단념하지 않아. 난 누구 변덕 때문에 단념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난 실망하고는 못 견디는 사람이야.”
“그렇게 생각하시면 현재로선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질 수밖에 없겠군요. 그렇다고 해도 나한테는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겁니다.”
“내 말 끊지 말고 조용히 들으라고. 내 딸하고 조카는 꼭 결혼하게 돼 있어. 두 사람 다 어머니 쪽은 귀족 출신이고, 아버지 쪽은 작위는 없더라도 사람들한테 공경받는 명예스럽고 유서 깊은 가문 출신이야. 양쪽 다 재산은 막대하지. 양가의 모든 사람이 둘이서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근데 누가 그들을 갈라놓을 수 있단 말이지? 가문도 별로고 재산도 없는 한 여자가 별안간 나타나서 방해할 수 있는 거야? 이런 걸 어떻게 참을 수가 있겠어!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아가씨가 양식 있는 여자라면 자기가 자라온 테두리를 벗어나지 말아야 하는 거야.”
“여사님 조카하고 결혼한다고 해서 제가 그 테두리를 벗어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신사이고 저도 신사의 딸이에요. 그 점에 있어서 우린 동등하죠.”

“그래, 아가씬 신사의 딸이야. 그치만 아가씨 어머니는 어떻지? 아가씨 이모, 이모부, 외숙, 외숙모 등은 어떠냐고? 나는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내 친척들이 어떤 사람들이든 간에 여사님 조카가 그들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다면 여사님하곤 아무 관계가 없는 거죠.”
“단정적으로 말하는데, 그 사람하고 결혼을 약속했나?”
엘리자베스가 캐서린 여사의 요구대로 따르지 않기로 했다면 그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을 테지만, 잠시 생각해본 다음에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하지 않았죠.”
캐서린 여사가 기분이 좋아진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그런 약속을 앞으로 하지 않을 거라고 나하고 약속해줄 수 있나?”
“그런 약속은 드릴 수가 없군요.”
“엘리자베스, 정말 다시 봐야겠군. 난 엘리자베스가 상식 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다고. 그치만 난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야. 내가 바라는 확답을 듣기 전에는 가지 않겠어.”
“전 그런 확답을 드릴 수가 없군요. 이치에 맞지도 않는 요구 같은 건 들어줄 수가 없어요. 여사님은 다씨가 여사님 딸하고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치만 제가 여사님이 바라는 약속을 한다고 해서 그 결혼이 더 잘 성사될 수 있을까요? 만약 그 사람이 저한테 애정을 갖고 있다면, 제가 그 사람을 거절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자기 사촌한테로 돌아갈까요? 여사님이 생각하고 있는 논거는 이치에 맞지 않아요. 그런 식으로 저를 설득해서 어떻게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아주 잘못 보신 거예요. 여사님 조카가 자신의 일에 여사님이 간섭하는 걸 얼마나 허용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여사님이 내 일에 간섭할 권리는 없어요. 그러니 이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군요.”
“그렇게 서두르지 말라고. 난 아직 끝나지 않았어. 지금까지 내가 한 모든 반대 이유에다가 추가될 것이 또 있어. 아가씨 동생이 그처럼 창피스럽게 도피 행각을 벌인 일을 내가 알고 있다고. 아가씨 아버지하고 외숙이 돈으로 일을 수습한 걸 모두 알고 있어. 그런 여자가 내 조카의 처제가 된다고? 그 여자 남편, 다씨 아버지 밑에서 관리인으로 있던 사람의 아들이 다씨 동서가 된다고? 세상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펨벌리 가문이 그런 식으로 더러워져야 되겠어?”
“이제 더 이상 하실 말씀 없으시죠? 여사님은 온갖 방법으로 저를 모욕했어요.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겠군요.” 엘리자베스가 분개한 표정으로 말했다.
엘리자베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캐서린 여사도 일어났으며 그들은 서로 돌아섰다. 캐서린 여사는 아주 노한 상태였다.
“아가씬 내 조카의 명예나 신용 같은 건 아무 상관이 없단 말이지? 아무 생각도 없고 이기적인 여자로군! 아가씨하고 맺어지면 모든 사람 앞에서 다씨의 얼굴에 먹칠하는 꼴이 될 텐데도?”
“캐서린 여사님, 전 더 이상 할 말이 없네요. 제 생각을 이미 알고 계실 테니까요.”
“그럼 내 조카를 기어이 차지하겠다는 건가?”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어요. 전 단지 여사님하고 상관없이, 나하고 연관되지 않은 어떤 사람하고도 상관없이 제 스스로 저의 행복을 추구해나갈 생각만 갖고 있답니다.”
“좋아. 내 말을 거역한다 이거지? 의무나 명예 따윈 고려하지 않는다 이 말이군. 다씨가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척과 조롱을 당하게 만들겠다 이 말이지?”
“의무나 명예 등이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저하고 연관이 없습니다. 제가 다씨하고 결혼한다고 해서 그런 걸 위반하는 일은 아닐 거예요. 그리고 그 사람이 저하고 결혼해서 그의 친척들이나 세상 사람들이 분노한다고 하더라도 전혀 관계치 않을 테고,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조롱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엘리자베스가 응수했다.
“이게 아가씨의 진짜 생각이로군! 이게 아가씨의 최종 결심이고! 좋아. 이제 내가 어떻게 나가야 할지를 알겠어. 아가씨 야심이 채워지리라고는 절대 생각지 말라고. 난 단지 아가씨를 떠보기 위해서 온 거야. 아가씨가 이성적으로 나오기를 바랐는데, 이제 난 내 생각대로 할 거라고.”
이런 식으로 캐서린 여사는 마차가 있는 곳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말을 했다. 거기에 도착하자 갑자기 몸을 돌리면서 이런 말을 추가했다.
“엘리자베스, 내가 작별 인사는 하지 않고 가겠어. 그리고 어머님한테도 말없이 그냥 갈 거야. 작별 인사를 할 가치도 없는 사람들이니까. 정말 불쾌하군.”
엘리자베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캐서린 여사가 집 안으로 들어가도록 권하지도 않았고, 그냥 혼자서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계단을 올라가고 있을 때 마차가 떠나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베넷 여사는 옷 갈아입는 방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가 왜 캐서린 여사가 다시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럴 맘이 없었던 거 같아요. 그냥 가버렸어요.” 엘리자베스가 대답해주었다.
“아주 멋지게 생긴 분이더구나! 이런 데를 다 방문해주시다니! 콜린스네가 잘 있다는 소식을 전하려고 들른 거겠지? 어디를 가다가 여길 지나치면서 널 보려고 했을 거야. 무슨 특별한 말은 없었니?”
그래서 엘리자베스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나눈 대화의 내용을 말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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