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나라의 앨리스 제10~12장 (끝)

나단비 | 2024.02.27 21:00:47 댓글: 0 조회: 95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50226
제10장 흔들림


앨리스는 붉은 여왕을 집어들고 있는 힘껏 앞뒤로 흔들었다.

붉은 여왕은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다만 얼굴이 점점 더 작아지는 대신 눈은 점점 더 커지면서 초록색으로 변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앨리스는 계속 붉은 여왕을 흔들어댔고, 붉은 여왕은 점점 더 작아지고─점점 더 통통해지고─점점 더 부드러워지고─점점 더 둥글게 부풀고─그리고─.




제11장 깨어남

그것은 정말로, 진짜
새끼고양이였다.




제12장 누가 꾼 꿈이었을까?


“붉은 여왕 폐하, 그렇게 크게 가르랑거리지 마세요.”

앨리스는 두 눈을 비비며 공손하게, 그렇지만 아직 조금 냉정한 목소리로 새끼고양이에게 말했다.

“네가 나를 깨웠구나! 정말 멋진 꿈이었는데! 그런데 키티, 네가 계속 나와 함께 있었어. 거울 나라에서 내내 같이 말이야. 알겠니?”

(앨리스가 한 번 불평을 한 적도 있는데) 무슨 말을 하든지 가르랑거리는 것은 고양이들이 가진 매우 불편한 습성이었다.

“고양이들이 ‘예’라고 할 때는 가르랑거리고 ‘아니요’라고 할 때는 야옹거리면 대화를 할 수가 있을 텐데!”

앨리스는 중얼거렸다.

“도대체 언제나 같은 말만 하는 사람하고 어떻게 대화를 할 수가 있담?”

이번에도 새끼고양이는 가르랑거리기만 했다. 그리고 그 소리가 ‘예’인지 ‘아니요’인지 분간하기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앨리스는 탁자 위에 있는 체스 말들 사이를 뒤적거려서 붉은 여왕을 찾아냈다. 그런 다음 난로 깔개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새끼고양이와 붉은 여왕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자, 키티!”

앨리스는 의기양양하게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이제 네가 뭘로 변신했었는지 고백하지그래!”

(“그런데 키티는 쳐다보지를 않는 거야.” 앨리스는 나중에 언니에게 그때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고개를 외면하고 못 본 척하지 뭐야. 하지만 조금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어. 그래서 난 키티가 붉은 여왕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게 됐어.”)

“좀 똑바로 앉아, 키티야.”

앨리스는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가르랑거릴 땐 절을 해야지. 그게 시간을 절약하는 거야, 잘 기억해둬!”

앨리스는 고양이를 안고 살짝 입을 맞추었다.

“붉은 여왕이 되었던 기념이야.”

“스노드롭!”

앨리스는 고개를 돌려서 어깨너머로 아직도 얌전하게 세수를 계속하고 있는 하얀 고양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언제 다이나가 하얀 여왕님의 세수를 끝마쳐줄까? 내 꿈속에 네가 그렇게 지저분하게 나온 것도 당연해. 다이나! 네가 하얀 여왕님을 비벼대고 있다는 걸 아니? 정말 무례하구나!”

“그런데 다이나는 뭘로 변신했었을까?”

한쪽 팔꿈치를 양탄자에 대고 한 손으로 턱을 고인 편안한 자세로 새끼고양이들을 쳐다보면서 앨리스는 계속 재잘거렸다.

“말해봐, 다이나. 너 험프티 덤프티로 변신했었니? 내 생각엔 그랬을 것 같은데. 그렇지만 네 친구들에게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확실한 건 아니니까 말이야.”

“그런데 키티야, 네가 꿈속에 계속 나와 있었다면 좋아했을 만한 일이 한 가지 있었어. 굉장히 많은 시를 들었는데, 모두 물고기에 대한 시였단다! 내일 아침에 넌 진짜 생선을 먹게 될 거야. 네가 아침을 먹을 때마가 내가 「해마와 목수」를 외워줄게. 그러면 굴을 먹는 것처럼 생각될 거야, 그렇지!”

“자, 키티야. 이제 누가 그 꿈을 다 꾼 것인지 생각해보자. 이건 심각한 문제야, 앞발 핥지 말고……, 다이나가 오늘 아침에 다 닦아주지 않았니! 자, 키티야, 꿈을 꾼 건 나 아니면 붉은 왕이 분명해. 물론 붉은 왕은 내 꿈에 나왔었지. 하지만 나도 붉은 왕의 꿈에 나왔단 말이야! 그게 붉은 왕이 꾼 꿈이었을까, 키티? 너는 붉은 왕의 부인이었으니까, 알고 있겠지. 아, 키티야, 좀 알려주렴! 앞발 핥는 건 나중에 해도 되잖니!”

그러나 새침떼기 새끼고양이는 다른 쪽 앞발을 핥기 시작할 뿐, 앨리스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도대체 그건 누가 꾼 꿈이었을까?



배 한 척, 햇빛 환한 하늘 아래로
꿈결처럼, 느릿느릿 흘러가네.
7월의 어느 저녁에.
 
편안하게 앉은 어린아이 세 명
초롱초롱한 눈으로 짧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네, 즐거이.
 
햇빛 나던 하늘은 창백해지고
메아리는 희미해지고 기억은 지워지고
가을 서리는 7월을 살해했네.
 
여전히 그녀는 나를 따라다니지, 유령처럼.
앨리스는 하늘 아래 움직이고
지켜보는 이 아무도 없네.
 
하지만 아이들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초롱초롱한 눈으로
사랑스럽게 편안히 앉아 있네.

그들은 이상한 나라에 누워
해가 지도록 꿈을 꾸고
여름이 다 가도록 꿈을 꾸네.
 
물결을 따라 두둥실-
황금빛 햇살 아래 유유히 흘러가네.
삶이란, 한낱 꿈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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