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3권 21~22

나단비 | 2024.03.27 17:40:48 댓글: 0 조회: 73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56864
21
어제의 장미





앤은 볼링브로크에서 2주 동안 무척 즐겁게 지냈다. 길버트가 생각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한 줄기 희미한 고통과 허전한 기분이 가슴 깊숙이 파고들긴 했지만 길버트를 생각하고 있을 만큼 그렇게 한가한 시간도 별로 없었다. 고든 씨의 아름다운 고택 ‘마운트 홀리’는 항상 필리파의 친구들로 들썩거렸다. 필리파는 끊임없이 드라이브, 춤, 소풍, 선상 파티를 마련했다. 알렉과 알론조는 언제나 이 집에 붙어살다시피 해서 도깨비불 같은 필리파의 댄스파티에 오는 것 말고 하는 일이 있기나 한지 궁금했다. 그 두 친구가 모두 친절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지만 누가 더 나은지를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누구랑 결혼해야 할지 결정하도록 네가 도와주어야 해.”
필리파는 한탄하듯 말했다.
“그런 결정은 너 혼자 내리는 거야. 다른 사람한테는 누구랑 결혼해라 조언도 잘하면서 왜 그러니?”
앤은 다소 신랄하게 비판했다.
“아, 그건 이 일과는 달라.”

필리파는 진심이었다.
앤이 볼링브로크에서 한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앤이 태어난 집을 찾아가 본 일이었다. 인적이 드문 곳에 서 있는 작고 허름한 노란 집. 앤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바로 그 집이었다. 필리파와 함께 노란 집 앞에 서자 앤의 두 눈에 기쁨의 눈물이 고였다.
“내가 상상해왔던 모습 거의 그대로야.”
앤이 말했다.
“창문에 인동 넝쿨이 드리워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대문 옆에 작은 라일락 나무가 있잖아. 그래, 창문에는 모슬린 커튼도 걸려 있고. 더구나 아직도 노란색이 칠해져 있어.”
그때 키가 크고 깡마른 여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맞아요. 여기에 셜리 씨네가 살았어요. 20년 전에요.”
앤의 질문에 여자가 답해주었다.
“우리 집을 빌려 살았죠. 셜리 부부를 기억해요. 둘 다 갑자기 열병으로 죽었죠. 너무 끔찍한 일이었어요. 부부에게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그 아이도 아마 오래전에 죽지 않았을까 싶어요. 가슴 아픈 일이죠. 토머스 씨 부부가 자기 자식만으로는청에 안 찼는지그 아이를 키운다고 데려갔어요.”
“그 아이, 죽지 않았어요. 제가 그 아기랍니다.”
앤이 웃으며 대답했다.
“설마! 이런, 이렇게 컸네.”

앤이 그때 그 아기라는 걸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부인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했다.
“이리 가까이 와 봐요. 어디 한번 봐요. 그래, 닮은 데가 있어. 아버지를 꼭 닮았어. 아버지도 빨간 머리였는데. 그런데 눈과 입은 어머니 모습이야. 체구가 작고 참 예쁜 사람이었어요. 우리 딸이 아가씨 어머니한테서 배웠는데 얼마나 따르고 좋아했는지 몰라요. 두 분은 한 묘지에 같이 묻혔어요. 학교 이사회에서 학교에 헌신한 공로로 비석을 세워주었죠. 이런, 안으로 좀 들어와요.”
“집 안을 한번 둘러봐도 될까요?”
앤의 말투에서 애틋함이 묻어났다.
“그렇게 해요. 뭐 그렇게 시간이 걸리지도 않을 거예요. 볼 게 별로 없거든. 부엌을 새로 만드느라 사람이 일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뭐 괜찮아요. 응접실은 저기에 있고, 위층에 방이 두 개 있어요. 슬슬 한번 둘러봐요. 저 방은 꼭 봐야 해요. 저 동쪽 방이 바로 아가씨가 태어난 방이거든. 아가씨 어머니는 해 뜨는 게 보여서 좋다고 했어요. 아가씨가 태어났을 때도 해가 뜰 때였다고 했죠. 아기 이마에 비친 해를 맨 먼저 보았다고 했던 말이 기억나요.”
앤은 벅차오르는 가슴을 안고 좁은 계단을 올라가 동쪽 방으로 들어갔다. 앤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이었다. 여기서 그녀의 어머니는 장차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며 행복하고 아름다운 꿈을 꾸었을 것이다. 이 방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신성한 순간에 태양의 붉은빛이 두 사람을 비추었을 것이며, 어머니가 숨을 거둔 곳도 바로 이곳에서였다. 몽상에 젖은 눈빛으로 방 안을 돌아보는 앤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빛날 가장 소중한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태어났을 때 어머니는 지금의 나보다 어렸어.”
앤이 속삭이듯 말했다.
앤이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집주인 여자가 현관에서 앤을 기다리고 있었다. 손에는 색 바랜 푸른 리본으로 묶은 먼지가 뽀얗게 앉은 꾸러미 하나를 들고 있었다.
“내가 여기 이사 왔을 때 위층에서 발견한 거예요. 옛 편지 꾸러미죠. 어떤 편지들인지는 나도 잘 몰라요. 열어볼 생각을 안 했거든. 하지만 편지 봉투에 쓰인 주소를 보면 ‘미스 베르타 윌리스’라고 되어 있어요. 엄마의 처녀 적 이름인 것 같은데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도록 해요.”
“어머나, 정말 감사합니다.”
앤이 크게 기뻐하며 꾸러미를 받았다.
“이 집에 남아 있던 건 그게 전부예요. 치료비를 갚느라 가구를 다 팔았고, 토머스네가 엄마의 소지품과 옷가지들도 다 가져간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토머스네 아이들이 많아서 그것도 오래 못 갔을 거야. 아이들이 몹시 천방지축이었거든.”
“전 엄마의 유품이 하나도 없어요.”
앤은 목이 메어왔다.
“이 편지들, 정말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니에요. 당연한 건데 뭘. 아가씨 눈은 정말 엄마를 많이 닮았어. 꼭 엄마와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는 다소 수수했지만 정말 착한 사람이었고. 두 사람만큼 서로를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들 했어요. 가여운 사람들, 그렇게 빨리 가버리다니. 하지만 두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만큼은 무척 행복했어요. 그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앤은 어서 집으로 돌아가 엄마가 남겨주신 소중한 편지를 읽고 싶었다. 하지만 그전에 가볼 곳이 있었다. 앤은 혼자서 엄마와 아빠가 잠들어 있는 볼링브로크 묘지 푸른 구석지로 향했다. 앤은 가지고 온 흰 꽃을 두 사람의 무덤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마운트 홀리’로 돌아와 방문을 닫고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어떤 편지는 아빠가 보낸 것이었다. 어떤 것은 엄마의 글씨였다. 모두 합쳐서 십여 통밖에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서로 떨어져 보낸 기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편지는 누렇게 색이 바랬고 지나간 시간의 흔적으로 글씨도 흐릿하게 번져 있었다. 구겨지고 색 바랜 편지 속에 심오한 지혜의 말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랑과 믿음의 말만은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편지를 읽으며 앤은 잊힌 것들의 아름다움, 오래전 숨을 거둔 사랑하는 두 사람의 아련하면서도 행복한 모습을 떠올렸다. 베르타 셜리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과 향기를 간직한 언어로써 자기의 아름다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글을 남겼다. 편지는 부드럽고 친밀감을 느끼게 했으며 또한 성스러웠다. 앤에게 있어 가장 멋진 편지는 출산 직후 잠깐 동안 집을 떠난 아빠에게 보낸 엄마의 편지였다. 그 편지 속에서 어린 엄마는 아기가 얼마나 영리하고 예쁘고 빛이 나는지 몹시도 아기를 자랑했다.

아기가 잠자고 있을 때 가장 사랑스러워요. 그런데 아기가 깨어나니까 더 사랑스러운 거 있죠.

베르타 셜리는 추신을 적었다. 아마 이 문장이 엄마가 마지막으로 남긴 문장이었으리라. 편지를 쓰던 때 이미 마지막 순간이 엄마 가까이 와 있었다.
“내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하루였어.”
그날 밤 앤이 필리파에게 말했다.
“엄마와 아빠를 찾은 거야. 엄마 아빠의 편지들로 진짜 내가 될 수 있었어. 이제 난 더 이상 고아가 아니야. 책을 펼쳤는데 거기서 어제의 장미들을 발견한 기분이야. 잎사귀에 쌓인 예쁘고 사랑스러운 장미를.”




22
봄과 앤, 초록 지붕 집





벽난로 그림자가 ‘초록 지붕 집’ 부엌 벽에서 춤추듯 너울거렸다. 이른 봄이라 밤에는 여전히 쌀쌀했다. 열린 동쪽 창문을 통해 다정한 봄날 밤의 소리를 실은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겉보기에 마릴라는 벽난로 옆에 차분히 앉아 있었다. 하지만 마릴라의 생각은 지나간 옛 추억의 발자취를 따라 훨씬 젊어진 다리로 정처 없이 헤매는 중이었다. 최근 들어 마릴라는 몇 시간씩이나 쌍둥이 옷을 짜며 이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 시간이 많았다.
“내가 점점 늙어가는 것 같아.”
마릴라가 말했다.
하지만 몸이 좀 더 말라 앙상해 보이는 것을 제외하면 마릴라는 지난 9년 동안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머리를 틀어 올려 두개의 머리핀으로 고정시킨 것도 여전했지만 흰 머리가 좀 더 늘었다. 그나저나 그 머리핀도 9년 전의 것일까? 하지만 마릴라의 말투는 많이 달라졌다.유머 감각이 놀라울 정도로 늘었으며 눈빛도 좀 더 부드러워지고 상냥해졌다. 웃음도 더욱 부드러워졌고 또 더 자주 웃었다.
마릴라는 지난 인생 전체를 돌아보았다. 역경은 있었지만 불행하지는 않았던 어린 시절이었고 혼자 몰래 꿈을 품고 있었으나 그 꿈이 좌절되고 말았던소녀 시절을 지나왔다. 그 뒤에는 길고 음울하고 특별한 일이라고는 없이 단조롭기만 했던 중년의 삶이 이어졌다. 그리고 앤이 왔다. 생기발랄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충동적인 아이지만 가슴에 사랑을 가득 담고 형형색색의 온기와 광채를 뿜으며 와주었다. 황량하기만 했던 삶이 그제야 장미처럼 진정한 꽃봉오리를 틔우게 되었다. 마릴라는 자기의 60년 삶 중에서 앤이 함께해준 9년간이 진정한 삶을 누렸던 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일 밤이면 앤은 이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갑자기 부엌문이 열렸다. 마릴라는 린드 부인이겠거니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앤이었다. 큰 키에별빛같은 눈동자를 하고 한 손 가득 제비꽃과 산사나무 꽃을 들고 앤이 서 있었다.
“앤 셜리!”
마릴라가 소리쳤다. 마릴라답지 않게 이렇듯 반가움을 표시하는 일은 평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마릴라는 앤을 심장이 닿을 정도로 꽉 껴안아주었다. 앤의 몸과 들고 있는 꽃들이 모두 으스러질 정도로. 그리고 앤의 밝은 머리와 사랑스러운 볼에 입을 맞춰주었다.
“내일 밤이 되어야 올 줄 알았지. 카모디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왔니?”
“걸었죠. 퀸스에 다닐 때도 여러 번 걸어왔었잖아요. 짐은 내일 우체부 아저씨가 갖다 주시기로 했어요. 갑자기 집이 너무 그리워서 견딜 수 없었어요. 그래서 하루 일찍 왔어요. 오! 노을이 진 오월의 저녁 길이 얼마나 멋졌는지 몰라요. 황야에서 이 산사나무 꽃을 꺾어왔어요. 그리고‘제비꽃 골짜기’를 지나왔는데 거긴 온통 제비꽃 항아리 같았어요. 이 꽃에 하늘빛이 물들었어요. 향기 좀 맡아보세요, 아니, 향기를 마셔보세요, 마릴라 아주머니.”

마릴라는 온순하게 앤이 시키는 대로 향기를 맡았다. 하지만제비꽃 향기보다는 앤이 더 궁금했다.
“앉자, 얘야. 많이 피곤하지? 저녁을 차려주마.”
“오늘 밤엔 언덕 뒤로 달이 멋지게 떠올랐어요, 아주머니. 카모디에서 여기까지 오는 내내 개구리들이 얼마나 멋진 노래를 불러줬는지 몰라요. 전 정말 개구리 노랫소리가 좋아요. 옛날 행복했던 봄밤들의 추억이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거든요. 또 제가 여기 도착했던 첫날밤을 떠올려주고요. 아주머니도 기억하세요?”
“그럼, 평생 잊지 못할 일이지.”
마릴라는 힘주어 말했다.
“그해에는 개구리들이 유달리 심하게 울어댔었죠. 어둑어둑해지면 창가에서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곤 했어요. 어쩜 저렇게 기쁘고도 슬픈 소리를 동시에 낼 수 있나 참 놀라워하면서요. 집에 돌아와서 너무 기뻐요. 레드먼드는 너무 멋진 곳이고, 볼링브로크에서도 즐거웠지만, 제 집은 여기 ‘초록 지붕 집’이잖아요!”
“길버트는 올여름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했다던데.”
마릴라가 말했다.
“네.”
앤의 목소리에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이 느껴져 마릴라는 앤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꺾어온 꽃을 꽃병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보세요, 너무 근사하지 않아요?”

앤은 급하게 말을 이었다.
“일 년은 한 권의 책 같아요. 봄에는 산사나무 꽃과 제비꽃으로 쓰였고요, 여름은 장미, 가을은 붉은 단풍잎, 그리고 겨울은 상록수와 호랑가시나무로 쓰인 책이요.”
“길버트는 시험을 잘 봤니?”
마릴라가 물었다.
“아주 잘 봤어요, 자기 반에서일 등이니까요. 그런데 쌍둥이들은 어디 있어요? 린드 아주머니는요?”
“레이철과 도라는 해리슨 씨 집에 갔다. 데이비는 볼터네 집에 갔지. 방금 데이비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그때 불쑥 데이비가 들어왔다. 앤을 보자 우뚝 섰다가 냅다 달려오며 기쁨의 함성을 올렸다.
“와, 누나가 와서 너무 좋아! 나 작년 가을보다 5센티미터나 컸어. 그리고 내 앞니 좀 봐줘. 없어. 린드 아줌마가 내 이를 실에 묶고 또 다른 끝은 문에다 묶어서 문을 쾅 닫아버렸어. 뺀 이는 2센트 받고 밀티에게 팔았어. 밀티가 이를 모으거든.”
“도대체 이를 가지고뭐하려고그런다니?”
“인디언 족장 놀이 할 때 쓸 목걸이를 만든대.”
데이비는 앤의 무릎 위로 올라오며 말을 계속했다.
“벌써 열다섯 개나 모았어. 다른 애들의 이도 다 예약해뒀대. 그래서 다른 애들은 이를 모을 수 없게 했었지. 볼터네 사람들은 장사를 정말 잘하는 거 같아.”

“오늘 그 집에 가서는 점잖게 행동했니?”
마릴라가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요. 하지만 아줌마, 나 예의 바르게 구는 게 지겨워요.”
“아니, 나쁘게 굴면 더 빨리 지겨워지는 거야, 데이비.”
앤이 말했다.
“하지만 나쁜 짓을 하는 동안은 재미있단 말이야. 그 후에는 뉘우치면 되고.”
데이비가 주장했다.
“뉘우친다고 나쁜 행동을 한 결과가 없어지는 건 아니잖니,기억 안 나? 그때 주일 학교 빼먹은 일? 네가 그랬지, 나쁜 행동은 별로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오늘은 밀티랑 뭐 했어?”
“낚시도 했고, 고양이도 쫓아다녔어. 달걀도 집어 왔고 메아리도 불렀어. 볼터네 집 마당 뒤에 있는 작은 숲에서는 메아리가 잘 울려 퍼져. 근데 메아리가 뭐야, 누나? 궁금해.”
“메아리는 아름다운 요정이란다. 숲 속 저 멀리 살면서 세상을 향해 웃어주는 거야.”
“어떻게 생겼어?”
“머리와 눈은 칠흑 같지만 목과 팔은 눈처럼 하얗지. 요정이 얼마나 예쁜지 정확하게 본 사람은 없어. 사슴보다 잘 뛰고,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기도 하지. 그래서 우린 요정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지. 밤에 너를 부르는 소릴 듣게 될지도 몰라.아니면별빛 아래서 우리를 향해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요정을 절대 볼 수가 없어. 네가 요정을 쫓아가면 요정은 하늘 멀리로 날아가 버린 다음 언덕에서 너를 향해 깔깔대거든.”
“그게 정말이야, 누나?아니면그냥 뻥치는 거야?”
데이비가 빤히 쳐다보며 다그쳤다.
“데이비, 넌 아직도 동화랑 그저 거짓말을 구별 못 하겠니?”
앤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볼터네 집 뒤에 있는 숲에서 나한테 건방지게말대답하는건 뭐냐고? 궁금해.”
데이비는 집요했다.
“네가 조금만 더 크면 모든 걸 다 설명해줄게.”
더 크면, 이라는 말에 데이비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새로운 얘깃거리를 꺼냈다. 데이비는 진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누나, 나 결혼할 거다.”
“언제?”
앤도 데이비와 똑같은 진지함으로 응수해주었다.
“내가 어른이 될 때까지는 아니지.”
“와, 그럼 안심이다, 데이비. 근데 누구랑 결혼할 거야?”
“스텔라 플레처랑. 우리 반 애야. 내가 본여자애들 중 에 젤로 예쁜 애야. 만일 내가 어른이 되기 전에 죽어버리면, 누나가 걜 잘 보살펴줘.”
“데이비 키스, 그런 이상한 말 하면 안 된다.”
마릴라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이상한 말 아닌데요.”
데이비는 기분이 상한 듯 대꾸했다.
“그 애가 내 미래의 부인이야. 그래서 내가 죽으면 걘 미래의 미망인이 될 거야. 게다가 스텔라에게는 늙은 할머니 말고는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단 말이야.”
“앤, 이리 와서 저녁 먹자.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 부추기지 말고.” 마릴라가 말했다.





추천 (1) 선물 (0명)
IP: ♡.252.♡.103
23,512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더좋은래일
2024-04-27
0
10
더좋은래일
2024-04-26
1
24
더좋은래일
2024-04-25
2
45
chillax
2024-04-25
1
44
더좋은래일
2024-04-24
3
59
더좋은래일
2024-04-24
3
50
더좋은래일
2024-04-24
3
51
chillax
2024-04-24
1
46
더좋은래일
2024-04-23
3
64
chillax
2024-04-23
1
109
더좋은래일
2024-04-22
3
282
chillax
2024-04-22
1
208
더좋은래일
2024-04-21
3
338
나단비
2024-04-20
1
853
chillax
2024-04-19
2
778
나단비
2024-04-19
0
732
나단비
2024-04-19
0
81
나단비
2024-04-19
0
59
나단비
2024-04-19
0
60
나단비
2024-04-19
0
51
chillax
2024-04-18
2
154
나단비
2024-04-18
0
47
나단비
2024-04-18
0
50
나단비
2024-04-18
0
54
나단비
2024-04-18
0
60
나단비
2024-04-18
0
68
나단비
2024-04-17
0
71
나단비
2024-04-17
0
55
나단비
2024-04-17
0
45
나단비
2024-04-17
0
61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