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 미술관 2ㅡ거대한 바위같은 그림들

뉘썬2뉘썬2 | 2024.04.11 22:38:36 댓글: 0 조회: 79 추천: 1
분류단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0293
2


내가 태여낫을 때 형인톰은 채두살이 되지않앗다.내가 어린이엿을 때 형도 어린이엿고 내가 사춘
기를 거칠때는 형도 10대엿다.그리고 내가 스물다섯살 생일을 맞이한직후 형이 이세상을 떠낫을때
도 그는 젊은이엿다.하지만 그런건 모두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동생에게 형은 언제나 다큰어
른인 법이다.새학년이 될때마다 교실에가면 선생님이 출석부를 한번쓱 쳐다보고는 반쯤은 기쁘고
반쯤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브링리라고?톰브링리 동생?”이라고 물엇다.백살까지 산다해도 나는
어딜가나 톰브링리의 동생으로 기억될 것 같앗다.

형은 뛰여난 아이엿다.선생님을 기운나게 할수도 완전히 지치게도 할수잇엇고 중학생때부터 동네
고등학교에 가서 수학수업을 받앗다.고등학생이 되여서는 지역대학교에서 수학을 공부햇다.수학
이라면 가르치는대로 흡수햇던 형은 불공평하게도 다른과목에서까지 뛰여낫다.과제를 내주고 또
내줘도 톰의눈에서 ‘어때요 선생님.이정도면 괜찮지않을까요?’하고 묻는듯한 장난기를 사라지게
할수는없엇다.그리고 누구라도 괜찮다고 하지않을수 없엇다.형은 명랑하고 인내심많고 도움이 필
요한 사람을돕고 겸손하고 정상적인 아이엿다.

뽐내지도않고 스트레스를 받는것처럼 보이지도않앗다.형에게서 비눗방울처럼 뿜어져나오는 만족
스러운 분위기덕분에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수없엇다.

시간이 많이흐른뒤에 순수 수학이 아니라 생물수학 박사학위를 받기로한 이유를 설명할때도 형은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줫다.내가 이해하기로.형은 살아잇는 세포안에서 액체가 소용돌이치는 방식
들을 연구햇다.”순수 수학은 물론 굉장히 아름답지.우아하고 군더더기가 없어.물리학도 마찬가지
고.하지만 생물학은 우아함과는 거리가멀지.완정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져잇어.패트릭.정말 믿지못
할거야.나도 크리스타의 유기화학 교과서를 읽기전까지는 믿지않앗으니까.”크리스타는 형이 듀크
대를 다닐 때 만난 여자친구로 나중에 형의아내가 됏다.

“이렇게 말하면 될까?너나내가 기계를 만든다면 논리적으로 접근하겟지.최소한의 부품을써서 깔
끔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움직일수 잇도록.하지만 살아잇는 자연은 전혀 그런식으로 작동하지않
아.겹치는것도 엄청나게많고 빙빙돌고 주제하나를 놓고 수백만개의 변형을 만들어내.그래서 4분
의3쯤 잘못돼도 생명체는 죽질않아.그결과로 생기는게 골드버그 장치같은건데.무지튼튼한 골드
버그 장치인거지.상상할수 없을만큼 괴상하고 엄청나게 여러겹을 가진 물건이 탄생하는거야.글
자그대로 상상이 불가능한 물건.무슨말이냐면 우리두뇌로는 이해할수 없을정도로 위대하고 엄청
난것ㅇㅣ 작은세포안에 숨겨져잇다는 얘기야.난그게 정말 재미잇다고 생각햇어.”톰은 ‘재미잇다’
는 말을 여기저기에 붙엿다.

또한번은 잉링맥주를 한잔 마시다가 고개를 들더니 말햇다.”진짜 대단한게 뭔지알아?살아잇는 모
든것.그러니까 무당벌레.세쿼이아나무.마이클조던.녹조류 할것없이 살아잇는건 모두 단하나의 세
포에서 진화햇다는 사실이야.하지만 그보다도 더 대단한게 뭐게?”톰의동생은 그게뭔지 몰랏다.”
바로 그 단하나의세포.”당시만해도 우리는 톰의 왼쪽다리에 잇던 세포하나가 변이를거쳐 군대를
일으키고 그를 포위하게 되리라는걸 알지못햇다.

톰은 몸집이크고 건강한 사람이엿다.형이랑 몸싸움을 할때면 형머리를 뭔가로 후려치고 도망갈
수라도 잇으면 성공이라 생각햇다.형은 라인배커의 재능과 재치잇는 엔터네이너 크리스팔리.부
처를 모두 섞어놓은 사람같앗다.대학2군리그에서 미식축구경기를 할 때 센터를 맡은형이 스냅을
못하고 스쾃자세로 남아잇는도중 팀원들이 부정출발을 하게되면서 큰혼란이 벌어진적이 잇엇다.
경기가 끝나고 형은 미안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해보이면서도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들며 말햇
다.”근데 주심판정이 틀렷어.주심이 ‘오프사이드!공격수 전부반칙!’이라고 햇잖아.’센터는 제외!’
라고 말햇어야햇어.”


톰은 2003년 가을.대학원에 가기위해 뉴욕으로 이사를햇고 2005년여름에 결혼을햇다.건강한 몸
으로 같은 뉴욕하늘아래 살앗던 그2년동안 우리는 아마 한달에한번쯤 만낫을것이다.물론 형보다
는 대학친구들을 더자주본 셈이지만 형은 내 대학친구가 아니엿다.조금할 필요가없엇다.형과 내
아이들은 사촌이 될것아닌가.결혼식이 끝나고 형은 왼쪽허벅지에 이상한 감각을 느꼇다.그해11
월에 종양제거 수술을 받앗고 방사선치료와 화학요법이 계속됏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7년
1월.암이 폐에 전이되엿다는 진단을 받앗다.

형이 건강하지않은 상태로 뉴욕에서 함께산 2년8개월동안 도시자체가 변한것처럼 느껴졋다.대
학에 다니는동안 뉴욕은 레코드가게와 싸구려식당.워싱턴 스퀘어의 분수대로 이루어진 도시엿다.
두서없고 오색찬란하고 낭만적인 도시.젊은연인들이 서로의 손을잡고걷는 도시엿다.대학을 졸업
하고 업타운으로 거점을옮긴 내게 뉴욕은 마천루.옐로캡.멋진거리와 유명한 건물들이 가득한 도
시이자 뒤처지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발디딜곳을 찾아야만하는 도시엿다.그러다가 형이 병에걸렷
다.뉴욕은 하루아침에 암병동의 병실과 형의 퀸스아파트만 남은 도시가 되엿다.

형의아파트.


이제 눈을감고 형을떠올리면 언제나 퀸스에잇다.형은 너덜너덜한 종이더미를 무릎에 올려놓은채
낡은빨강 소파에 앉아잇다.텔레비전에는 야구경기가 중계된다.형은 암 때문에 야위엿고 머리숱
도 거의잃은 상태다.

나는 형네집에 와잇고 누이 미아도 함께엿다.어머니와 아버지도 와계셧지만 저녁이 되면서 이제
는 익숙해진 호텔방으로 돌아간후다.톰은 종이더미에서 눈을ㄸㅔ지않은채 데드라인전에 수학문
제풀이를 끝내려고 애쓰고잇는데 ㄷㅏ들 자꾸말을걸어 방해를한다.하지만 괜찮다.형은 사람들이
방해하는걸 좋아한다.


“형.”내가말한다.”형.”나는 별 필요도없는 긴이야기를 시작해서 세세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말하면
서 길게끈다.어느누구보다도 형한테 그런이야기를 하는것이좋고 형도그걸 너무좋아하고 나도그
걸 매우 즐기기 때문이다.형은 몸을젖혀 소파에 기댄채로 내이야기를 듣는다.마치 머리가 둔해서
말하며 수다를 떠는여유를 누릴수 잇도록 기꺼이 시간을 내여준다.그리고 마침내 자기차례가 되
자 형은 자리에서 일어난다.’모비딕’이나 야구.조니고모에 관해 하려는말에 스스로 감동해서일수
도 잇고 웃음을 터트릴 결정적인 한방을 날리기전에 뜸을들이는것일수도 잇다.그러고는 다시앉아
꽁무니를 잘근잘근 씹어놓은 펜으로 수필가처럼 능숙하게 뭔가를 써내려간다.

하지만 형이 써내려가는 것은 영어문장이 아니라 그리스문자다.페이지를 넘기며 계속 이어지는 수
학기호들.등호가 들어간 일종의 ‘일리아스’라고 할수도잇겟다.그게 그아파트에서 형의 모습이엿다.
병을 앓고잇지만 그상황에 익숙해져서 생기는 평화로움에 우리도 젖어잇엇다.

그래서 어느날오후.매우당황한 크리스타형수의 전화를받고 놀랄수밖에 없엇다.형의상태가 급속도
로 이유를 알수없이 나빠지고 잇엇던것이다.내가 어떻게든 도와볼 요량으로 달려갓을 때 형은 겁
에질려잇엇다.

“신경과로 데려가세요.”형의 주치의가 전화로 말햇다.”지금가세요.진료예약같은건 걱정마시고.차
에태워서.지금!”

나는 혀의 왼팔을 내어깨에 둘러 부축하면서 택시가 오기를 기다렷다.

“그래서 패트릭.”형이속삭엿다.”잘지냇어?”우리는 둘다 웃음을 터뜨렷다.

현대의 수난극이 펼쳐지는 칙칙한 병원대기실에서 나는 형에게 게토레이 한병을 건넷다.형은 자
기가 뚜껑을 열힘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잉크묻은 왼손으로 주먹을쥐고 병뚜껑을 계속해서 내
리쳣다.이렇게 말하면 믿어지지 않겟지만 형이 무너지는 모습을 목격한 것은 그때뿐이엿다.자가면
역체계의 문제로 밝혀진 그위기는 넘겻지만 형은 그로부터 며칠후 눈을 깜빡일힘도 없을정도로 약
해졋다.

“이봐형.”언젠가 내가 이렇게 물엇다.”왜이런일이 벌어졋을가?”이런일이라는건 암을뜻햇다.형이
고개를 갸우뚱햇다.”흠 모를일이지.내가하는일.그러니까 생물수학이 웃기는게 가끔은 나도 자외홈
런을 치기도한다는 사실이지.생각해보면 대단한일이야.멋들어진 순수수학뿐아니라 우리가 관찰과
본능을통해 알고잇는것들이 실제로 자연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잇다는걸 깨달을때가 잇거든.믿기
힘든일이지.하지만 일을하다보면 많은순간 진심으로 겸손한 마음이들어.연조직 육종으로 말하자면
왜그런일이 벌어지는지 아는사람은 아무도없어.적어도 내가알기로는.”형은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자기다리를 바라봣다.”뭔가가 그런일이 벌어지게 만들긴 하겟지.”

자가면역질환으로 위기가 극에달하자 형은 우리를 한사람씩 차례로 자기방으로 불러 작별인사를
햇다.방에서 나온후 이미 부서질대로 부서져 더 이상 부서질수도 없게된 심장을 부여잡고 나는 의
료정보가 담긴 소책자뒤에 이렇게 갈겨썻다.


ㅡㅡ

이제곧 말을못하게 될거야.하지만 행복해.여러가지로 운이좋앗지.가족.크리스타를 잘돌봐줘.수학
을 끝내지못한건 후회가돼.포기하지는 않을거야.넌 걱정안해.훌륭한녀석.사랑해.나도 괜찮은 사람
으로 산거같아.잠들엇는데 그사이에 누가 비디오를 대여점에 돌려줘버렷어.누구나 고통을 겪지.내
차례야.누구나죽어.내차례고.고통을 피하는 약을 먹고싶기도 하고 먹기싶지 않기도해.죽는건 상관
없어.다만 고통을 겪고싶진않아.모두들 늙어가는걸 보고싶은데..크리스타를 행복하게해줘.행복한
추억이많아.너랑 이야기한것도 좋은추억이야.영화를 보다 잠이들엇는데 다 끝내지않은 비디오를
누군가가 돌려줘버린 느낌이야.

ㅡㅡ

다행히 우리는 그후로 형과1년을 더보낼수 잇엇다.

병원.

형의아담한 입원실은 대체로 명랑한 분위기엿다.검소한 방이엿다.십자말풀이.신문.야구경기를
중계하는 텔레비전.책을읽어주는 소리.점심배달주문.형은 투병중에도 안절부절못하지 않앗다.
새종교를 찾지않앗고 자기가 늘좋아햇던것들을 계속좋아햇다.그덕분에 나는 형이좋아햇던 것
들에서 뭐랄까.후광이 비치는 느낌을 받앗다.함께보던 야구경기들은 좋은경기들이엿고 책들은
좋은책들이엿으며 병실을찾아온 친구들은 좋은순례자들이엿다.모든게 단순햇고 모든게 포옹
같앗다.

형은 라파엘로를 좋아햇다.그래서 우리는 병실침대 머리맡에 <검은방울새의 성모>를 붙여둿
다.디킨스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아버지는 책을집어들고 슬프고웃긴 구절들을 낭독햇다.위대한
예술이 그렇게쉽게 평범한 환경과 섞이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현상이엿다.

그전까지는 늘 그반대를 상상햇기때문이다.특히 대학에 다닐때는 대성당벽에그린 작품이나 고
전이라 불리는 책으로남긴 위대한 예술은 입을헤벌린채 쳐다보는 것 혹은 눈을크게뜨고 뚫어져
라 보아야 하는것이라 생각햇다.하지만 이제는 수난극처럼 숭고한 이야기마저 가깝고 신비스럽
지않은 이야기.바로 그병실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숨김없이 표현하려는 시도와 달라보이지 않앗
다.

그러다가 밤이오곤햇다.형이 많이아플때는 대부분 크리스타형수가 함께 밤을보냇지만 그러지 않
을때에도 누군가가 병실을 지켯다.형이자는동안 우리는 소리를죽인채 텔레비전을 보곤햇는데 그
럴 때면 방에 믿을 수 없는 정적이 흘럿다.사실 방안의 어떤것도 믿기힘든건 마찬가지엿다.형만
해도 그렇다.친근하고 익숙한 형.한때는 거대하고 활기넘치던 몸의 형이잇엇지만 이제 온화하고
우아한 몸을가진 형이잇다.얼마나 아름다운가.잠시후면 내가 형을 옆으로 눕히고 주먹쥔 손으로
아픈허리를 문지를것이고 형은 신음하면서 작은목소리로 고맙다고 할것이다.그런다음이면 다시
정적이 찾아온다.그리고 나는 형이숨쉬는 모습을 지켜볼것이다.

그날도 그런순간중 하나엿다.동이트기 시작하는 새벽녘이엿을것이다.나와함께 형의침대옆에 앉
아잇던 어머니는 모든 것을 마치 처음인것처럼 바라봣다.어머니는 잠이든 아들을보고.나를보고.
새벽빛을보고.아픈몸을 보고.그끔찍함을 보고.그우아함을 보앗다.”우리좀봐.”어머니가 말햇다.
”봐.지금우리가 바로 옛거장들이 그렷던 그런 그림이잖아.”

몇 달후 우리는 필라델피아에 사는 어머니의 네형제자매를 찾아갓다.스물여섯살짜리 아들을 땅
에묻은후에 자신의 형제자매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혹
은 되지않는지 또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짐작이갈것이다.시간을 보내다가 어머니가 좀더 단순하
고 조용한 곳으로 가자고 제안햇고 우리두사람은 자리에서 슬쩍 빠져나왓다.

차창문밖으로 평범한 도시의 삶이 흘러가고잇엇다.거리는 조깅하는 사람.개를데리고 산책하는
사람을 비롯해서 누군가에게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일이 벌어졋다고한들 세상이 멈추는일은 없
으리라는 증거들로 넘쳐낫다.우리는 벤 프랭클린 파크웨이를 벗어나 미술관앞에 차를세웟다.

내기억속의 그미술관은 쥐죽은듯 고용해서 조각상들이 방금 누군가가 던진 마법에 걸린듯 보엿
다.너무조용해서 걸음을 옮길때마다 창백한 색깔의 돌바닥에 울리는 우리의 발자국소리가 들렷
다.우리는 계단을올라 금색의 <다이애나>동상쪽으로 향햇다.한쪽발아래의 구에 모든무게를 영
원히싣고 끊임없이 활시위를 당기고잇는 모습이다.

우리의 이순례길을 이끌던 어머니는 빛바랜 태피스트리와 조명을 받고잇는 필사본들을 지나 옛
거장들의 회화작품들이 잇는곳으로 갓다.그곳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들과 돌로된 세례반 그리
고 모린갤러허라는 이름의 필라델피아 걸이 익숙하게 느낄만한 성인들의 수난과 신의은총을 묘
사한 그림들로 교회나 수도원 분위기를 풍기는 전시실이엿다.

어머니는 오래전에 가톨릭신앙을 잃엇지만 이런광경에 대한 감정은 그대로 간직하고잇엇다.사
실 전시실의 분위기는 너무도 익숙햇다.주름치마나 엄격해보이는 수녀들때문이 아니엿다.톰의
침대옆을 지키던 그몇달간 병실에 흘럿던 분위기.말문이 막히게하는 수수ㄲㅔ끼와 아름다움과
고통의 분위기가 떠올라서엿다.

우리는각자 자기만의 슬프고밝은 그림을 찾기위해 아무말없이 갈라졋다.내가찾은 그림은 지금
으로부터 7세기전에 알려지지않은 이탈리아 화가가 단순하고 진솔하게 그린 보석과도 같은 패널
그림이엿다.자그마한 포플러나무 패널에 달걀노른자로 만든 물감인 테페라를 사용한 그림으로
갓난아기를 안은 성모마리아가 작은동굴입구에 잇는 장면을 묘사햇다.’기쁨의별’이 머리위에서
빛나고 현자들과 천사들이 이광경을 목격하고 경배하기위해 모여잇엇다.마리아는 주위의 소란
이 전혀 들리지않는듯 구유에서 평화롭게 잠들어잇는 조용한 아기에게 시선을 고정하고잇엇다.

이런 테마의 장면을 ‘경배’라고 부르는데 나는 그 아름다운 단어를 마음에 품엇다.그런순간에 생
겨나는 애정어린 숭배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참 유용한 단어라는 생각이 들엇다.이런 이미지앞에
서 우리는 말문을잃고 말랑말랑해진다.뒤이어 강렬하고 명백하지만 일상생활의 소란속에서는
약하게밖에 느껴지지않던 무엇인가가 우리의 안으로 침투한다.경배하는 대상에대한 설명은 필
요없다.맥락을 더하는 것은 이 수수께끼같지 않은 수수께끼의 명백한 의미를 흐릴뿐이다.

누구나 자고잇는 아이나 연인.떠오르는 태양혹은 어쩌면 성스러운 유물이나 죽은지 오래된 이탈
리아인이 곱게그려낸 그림을 보면서 그런느낌을 받은적이 잇을것이다.형이 두손을 꼭쥐고 용감
하게 고통을 참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느낌 말고는 다른감정이 거의들지 않앗다.기쁨의 별에서
특별한 종류의 선명한 빛이나오는듯햇다.옛거장의 그림들에서 볼수잇는 선명함과 같은것이엿다.

그그림을 뒤로하고 어머니를 찾으러 초기르네상스 전시실로갓다.어머니는 내가찾은 그림보다
더 인정사정없고 더 아름답고 심지어 더 진실되여보이는 그림앞에 서잇엇다.14세기에 활동한 피
렌체출신의 니콜로 디피에트로 제리니라는 거장이 그린 그림이엿다.특징없는 금색배경앞으로
매우아름답지만 당돌하리만치 죽은게 확실한 젊은이를 그의어머니가 온몸으로 받치고잇는 장면
이다.마치 아들이 살아잇는것처럼 그를 껴안고잇는 어머니를 그린 이그림은 ‘통곡’혹은 ‘피에타’
라고 부르는 장르에 속한다.

어머니는 늘 잘울엇다.결혼식에서나 영화관에서나 눈물을 흘리곤하는 사람이엿지만 이번에는
달랏다.두손으로 얼굴을 감싼채 어깨가 흔들리고잇엇다.나와 눈이 마주쳣을 때 그녀가 심장이
부서지는 동시에 충만해져서 그렇게 울엇다는 것을 깨달앗다.그그림이 어머니안의 사랑을 깨워
서 위안과고통 둘다를 가져다주엇기 때문이엿다.우리는 ‘경배’를할 때 아름다움을 이해한다.’통
곡’을할 때 ‘삶은고통이다’라는 오래된 격언에담긴 지혜의 의미를 깨닫는다.위대한 그림은 거대
한 바위처럼 보일때가잇다.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냉혹하고 직접적이며 가슴을 저미는 바위
같은 현실말이다.

한두시간쯤 흘럿을까.튼튼한 바위기반처럼 느껴지는 미술관을 떠나 그너머에서 존재감을 뽐
ㄴㅐ며 펼쳐진 소위 현실세계로 돌아갈 시간이엿다.부모님과 누이 미아는 비행기를 타고 시카
고로 돌아갓다.나는 암트랙 기차를타고 새로운 고향 뉴욕으로 향햇다.내나이 스물다섯이엿다.
모든의미에서 어디로갈지 갈피를 잡지못한채로 미드타운의 분주한 행인들틈에 섞엿다.운좋게
얻은 전도유망한 직장이 잇는 마천루의 사무실로는 더 이상 돌아가고싶은 마음이 들지않앗다.

세상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위해 애를쓰고 꾸역꾸역긁고 밀치고 매달려야하는 종류의 일은
할수가없엇다.나는 누군가를 잃엇다.거기서 더 앞으로 움직이고싶지 않앗다.필라델피아 미술
관에서는 침묵속에서 빙빙돌고.서성거리고.다시 돌아가고.교감하고.눈을들어 아름다운것들을
보면서 슬픔과 달콤함만을 느끼는 것이 허락되엿다.

ㅈㅣ친 승객들을 가득태우고 브루클린을 향해 달리는 지하철의 흔들림에 몸을맡겻다.그러다
한생각이 머리속에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햇다.오랫동안 나는 뉴욕의 훌륭한 미술관에서 일하
는 사람들을 눈여겨봐왓다.보이지않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들이 아니라 구석ㅁㅏ다
경계를 늦추지않고 서잇는 경비원들 말이다.그들중 한사람이 되면어떨까?해결책이 이렇게
간단해도 되는것일까?


앞으로 나아가기만하는 세상에서 빠져나가 온종일 오로지 아름답기만한 세상에서 시간을 보
낸다는 속임수가 과연 가능한것일까?브루클린의 5번가를 따라 걸으면서 멕시코식당 대여섯
개를 지나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3층에 잇는 집에 도착햇다.문에 열쇠를넣고 돌릴즈음에는
모든 것이 놀라울정도로 간단하게 느껴졋다.그렇게 2008년가을.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일
을시작햇다.


경비원일을 시작한지 넉달이 되여갈무렵 고대이집트 전시관 뒤편에잇는 옷장이라해도 믿을
만한 크기의 노동조합 사무실로 소환됏다.허튼짓은 용납하지않는 조합장 카터씨가 들어오라
손짓하며 드물게 성이아니라 이름으로 나를부른다.

“축하하네.어 음 패트릭.”그가말한다.”수습기간이 끝낫으니까 이제자네는 정식으로 DC37-
1503지부의 회원이됏네.이양식을 작성해주게.좋아좋아.새로운 병가와 연차수당기준은 바로
반영될거고 급여는 1년간 근속을해야 인상될거야.내년봄쯤 첫휴가일정을 잡을무렵에 자네
를 다시부를텐데 휴가는 그다음겨울 2월정도로 계획하고잇으면 될거야.휴가주간은 선임자
가 무조건 우선선택권을 가지니까 후임들에게 돌아가는건 보통그정도야.하지만 이제 배치사
무실이 자네를 온갖구역으로 보낼테니 최소한 그런식으로라도 여행을 다닐수잇겟군..좋아.
아주좋아.혹시라도 주소가 변경되면 우리에게 알려주고 조합원카드는 우편으로 받게될거야.
근무복 제작실에서 신발을 찾으러 오라니까 이제 그쪽으로 가보게.아 그리고 다음월급을 받
으면 첫 양말수당이 포함되여잇는지 확인해봐.매년 80달러씩이니까.”

“감사합니다.조합장님.”명세서의 어디를봐야 양말수당이라고 적힌 것을 찾을수잇을지 고민
하며 사무실을 나섯다.

평범한 아침이면 이스트 82번가를 따라 장엄한 보자르양식으로 지어진 건물과 기둥 그리고
우아하게 펼쳐진 치맛자락 같은 대리석계단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미술관으로 향한다.물론
경비원은 대리석계단 같은건 오르지않는다.대신나는 84번가에잇는 경비초소로 방향을틀어
미술관외관 구석구석을 벤치삼아 델리에서 산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떨고 담배를 피우고 명
상을하고 <타임스>와<데일리뉴스>를 읽고잇는 일찍도착한 동료들을 지나친다.M1버스한
대가 맨해튼북부에서 통근하는 경비원몇을 내려주자 누군가 “차좀 잡아줘!”라고 소리치고
야간근무조 경비원들이 집으로 향하는 그버스를 타려고 내가가던길을 전속력으로 가로지른
다.


초소에 가까워지자 흰색 트럭하나가 하역장 출입심사를 통과하는 모습이 보인다.루브르 박
물관에서 대여한 예술품을 싣고잇는지 아니면 키즈밀에 들어갈 핫도그빵을 나르는건지는 알
수없다.이윽고 두번째 부스로가서 출입증을대자 모니터에 내얼굴이 번쩍거리며 나타난다.
”좋은아침이야.”이제 얼굴만봐도 나를 알아보는 고참동료가 부스안에서 인사를 건넨다.

무거운 철문을 밀고들어가자 에스코트 사무소앞에서 대기하던 한무리의 인부들이 내앞을
가로막고잇다가 점프슈트를 입은 한경비원을 따라 사라진다.미술관 어딘가에서는 늘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잇지만 인부들이 전동공구를 가지고 맘대로 돌아다니게 놔둘수는 없기 때
문에 에스코트요원이 일하는 내내 그들을 따라다닌다.

헬멧을쓴 일꾼들은 미술관 1층의 분위기와 잘어울린다.발밑은 콘크리크.머리위로는 각종배
관들이 지나가고 예술품운송 상자가 산적한 가운데 서잇는 화물운반대에는 여러언어로 된
지도들이 이러저리 놓여잇다.

이곳에는 유일하게 장식적인 요소는 백년이넘는 세월동안 미술관 안팎에서 촬영한 오래된
사진들의 행렬이다.방수포에 덮인채로 5번가에 늘어선 덴두르신전의 돌들.애스터코트라고
불리는 중국식 정원 건축현장을 둘러보는 애스터부인의 모습.이디스워튼처럼 차려입고 <델
라웨어강을 건너는 워싱턴>앞에선 20세기초 여학생들.고전적인 스타일의 문설주에 기댄채
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어느경비원의 오래된 흑백사진까지.

그는 뒷짐을진채 기둥에 엉덩이를 기대고 다리는 30도정도 앞으로 뻗어 발목을꼰 모습이다.
그시절에는 전시관아래인 이곳에 사격장이 잇엇는데 매년열리는 사격대회에서 주간경비원
들과 야간경비원들이 경합을 벌엿다.여기서 내가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티파니사에서 맞춤
제작한 트로피옆에서 총을든채 포즈를 취하고잇는 대회우승팀의 모습이지싶다.

배치사무실로 가는길에는 조직의 보스처럼 검은정장을 차려입은 경비실장이 사령실앞에서
접근코드를 입력하고잇는 모습을 훔쳐보지 않을수없다.그의뒤로 문이 닫히고 잠기기직전에
가까스로 사령실을 가득채운 보안용 CCTV모니터들을 볼수잇엇지만 아마 10년이 지나도 그
곳을 제대로 들여다볼수는 없을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배치사무실은 정겹다.카운터에는 오버타임 근무가능 인원명부에 이름을 적
고잇는 경비원하나.휴가신청서를 작성하는 경비원하나 그리고 격주로 발행되는 직원 소식
지인 <메트매터스>를 훑어보고잇는 경비원이 또하나잇다.카운터 뒤로는 배치사무실 직원
몇 명이 컴퓨터를 들여다보고잇고 흰턱수염을 기른 밥이라는 남자가 선채로 대형게시판에
작업을 하고잇다.


밥은 500명이 넘는 경비원들의 이름을 모두아는 극소수의 인물중 하나다.우리가 사무실에
들어서면 그는 이름과 소속구역이 적힌 타일을찾아 미술관의 수많은 관리구역중 하나를 나
타내는 게시판의 세로줄에 놓는다.


구역마다 그가 채우고자하는 할당인원이 잇지만 당일에 특별근무인원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따라 각구역에 배치할 인원을 늘리거나 줄이기도하고 몇몇 전시실을 닫기도한다.”브링리.A
중세구역!”그가곧 외친다.아니면 “R근대!”.”K1그리스로마!”.”F아시아!”.”I-19세기!”.”G아메리
카!”혹은 또다른시대.문화.지역을 외친다.오늘아침은 “브링리.H구역!”이다.나는곧바로 이곳
이 이집트 전시관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낸다.

“H구역이요.”내가 되풀이해서 말한다.그러고는 사무실에 들어선 속도만큼 빠르게 핀볼처럼
튕겨져나온다.

라커룸으로 가는길목에서 동료들이 배정받은 구역을 비교하고잇다.

“오늘은 어디근무야?”

“C그레이트홀.대체뭐야.이번주에만 벌써 세번째야.너는?”

“J현대미술.나쁘지도않고 좋지도않고.라커룸에서는 멀고..그래도 해야지.그나저나 밥이 구역
을 어떻게 정하는것같아?”

“누가알겟어?예전에는 엄청 일찍오면 항상 전속구역으로 배정받을수 잇을거라고 생각햇어.
하지만 내가 그런가설을 세울때마다 밥이 변화구를 던진다고.”

우리는아직 사복차림으로 내려오는 사람들과 정결한 ‘신도의제복’을 갖춰입고 올라가는 경
비원들로 행렬이 나누어진 계단참에 도착한다.그제서야 나는내가 미술관 재단사 조니에게
바지한벌을 맡겻다는걸 기억해낸다.

계단아래 근무복 제작실로 고개를 들이밀자 우리가 ‘조니버튼스’라고 부르는 재단사가 짙은
푸른색 정장들이 걸려잇는 옷걸이옆 재봉틀에 앉아잇는 모습이 보인다.벽에는 브룩스브라
더스 포스터가 붙어잇고 누군가가 포스터속의 모델이 블레이저 단추를 올바르게 채운방식
을 강조해 화살표로 그려두엇다.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조니는 투덜대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그를 좋아한다.그는 나를보자 입에 물고잇던 핀을뺏다.

“바지맞지?주머니 찢어진거..얘야 그주머니안에 손을넣고 뭘하고잇엇니?말안해도돼.말안해
도돼.”


그는 일어나서 옷걸이쪽으로 발을끌며 걸어가다가 멈춰서서는 나를돌아본다.

“세상에 얘야.그림속 벌거벗은 여자들이 진짜가 아니란건 알잖아..”

또다른 경비원이 들어온다.스티브다.

“내가 이쪽한테 말하고잇엇ㅈㅣ.”조니가 스티브에게 나를 가리키며 말한다.”손은 호주머니 바
깥으로 빼둬야한다고.알잖아.신사답게 말이야.”


스티브가 그말을 무시하고는 말한다.”조니 이것보다 나은 셔츠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해요?
이것좀봐요.조니.숨막혀죽을 것 같아요.나는 시키는대로해요.조니.셔츠를 저기 ‘더러운옷’수
거함에 넣는다고요.그다음엔 기다리고 드라이클리닝된 깔끔한 셔츠를 기대하면서 내라커를
열어요.빳빳하게 다림질한 그런셔츠 말이예요.하지만 돌아오는게 이런거예요!이건 내셔츠가
아니예요!여기서 일하는 열살짜리 애라도 잇어요.조니?이 목둘레 좀봐요!”

조니는 모두가 알다시피 셔츠는 그의책임이 아니며 이문제는 당크워스씨에게 따져야한다고
말하기위해 스티브가 얘기를 끝내길 기다리면 고개를 주억거리고잇엇다.

“당크워스씨를 부르라니..”스티브가 씩씩거린다.”미치겟네.지금나더러 당크워스씨를 부르라
고요?제대로 한방 먹이시네요.조니.온종일 엉덩이 깔고앉아서 단추나 꿰매면서 사람들한테
당크워스씨랑 얘기하라고..”

“그래.그러는넌 뭘하는데?”조니가 말한다.”그빌어먹을 조각상들이랑 수다나 떨면서 가만히
서잇는것 빼고.”


둘은 웃음을 터뜨리고 조니는 나에게 수선한 바지를 건넨다.

라커룸은 철제문이 덜컹거리며 닫히는 소리와 십수개의 언어들로 여기저기서 쏟아져나오는
수많은 대화소리로 요란하다.나는 이를닦고.면도를하고.다양한 단계의 탈의상태로 아침을
먹고잇는 남자들을 지나친다.일부는 흐릿한 눈으로 발을끌고다니고 다른이들은 프로정신으
로 세련되게 구두를닦는다.나는 내열로가서 여느사물함과 마찬가지로 고등학생키에 맞춘
라커앞에서 옷을입고잇는 성인남자들 사이로 끼여들며 양해를 구한다.어느아침에는 단체로
대화가 오가지만 오늘은 사람들이 다들 짝을이뤄 라커룸을 이용중이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라만씨는 끝부분이 멋들어지게 휘여진 콧수염을 기른 폴란드인 경비원
유진과 농담을 주고받는다.근육이 도드라져보이는 헤비메탈 셔츠차림의 젊은뉴저지 청년
살바토레는 할렘토박이 잭슨씨와 남성패션에 관해 이야기한다.조용조용한 말투의 필리핀
계 이민2세인 네이선은 대화상대인 라이베리아 출신 이민자이자 시각예술가 토미와 똑닮은
위생관념으로 콘크리트 바닥에 종이타월을 깔고 신발을벗는다.몇분후에는 20년동안 라커룸
이웃사이인 뉴욕원주민 루이스와 J.T.가 주고받는 만담이 거의 모든사람이 귀기울일만큼 크
고 재미잇게 울려퍼진다.


그들이 나누는 농담을 들으며 나는 근무복을 걸치고 M자모양의 황금색핀 두개를 옷깃에꽂
고 쉬는시간에 읽을 문고본을 조끼주머니에 넣는다.그러면서 조끼안쪽 주머니에 수정팬으
로 써둿던 내직원번호가 희미해지고 잇다는걸 알아차린다.호주머니를 더듬거리며 호루라기
와 열쇠가 잇는지 확인하고.근무용 신발을신고.와인색 클립온타이를 맨다.동료들에게 별대
꾸를 하지않지만 여기선 누구든 원하는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는 편이고 아무도 그런나를 신
경쓰지않는다.

나무의 뿌리는 그나무의 가지만큼 뻗어나간다고들한다.그건 대중들이 알고잇는 미술관의
크기만큼 끝이없는 공간을 전시관들 아래에잇는 두개층에 확보하고잇는 메트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다.재능잇는 경비원이라면 미술관전체를 입체적으로 머릿속에 떠올리며 어느지하 화
장실앞에 섯을 때 아즈텍신들이 머리위에잇고 그위에는 세잔의 사과들이 잇다고 알려줄수
잇는 정도가된다.재능이 모자란 나는 이따금 목재공방.플렉시글라스 공방.보존작업 스튜디
오와 수장고 그리고 무기류수리실을 지나며 기상천외한 방향들로 방황하다가 우연히 찾은
계단으로 올라가서 이번에는 예술의 세계 어디쯤에 착륙하게 됏는지를 발견한다.


오늘은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석고상을끼고 마지막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갓다.한때는 이런
석고상들을 전시하는게 유행이엿지만 지금은 뒷방신세다.위층에서 나를 기다린 것은 고대
미술 전시관이다.그리스가 오른쪽.로마는 내왼쪽에잇다.헬레니즘 양식을갖춘 운동선수 조
각상의 벌거벗은 엉덩이가 내앞에잇고 그뒤와 위로는 이오니아 아르테미스 신전의 거대한
기둥이 자리하고잇다.머릿속에 H구역 대장의 데스크로 가는 가장 효율적인 루트를 그리면
서 나는 그레이트홀을 지나 고대이집트 전시관에 들어선다.

“자네가 브링리인가?”
“네.브링리입니다.대장님.”
“못알아봐서 미안하네.브링리.자네 3소대인가?”
“네 대장님.”
“오늘밤에 오버타임 근무할텐가?자정에 페트리코트에서 무슨파티가 열린다고 하더군.한시간
반정도.”
“아닙니다.대장님.오버타임은 하지않겟습니다.”
“알겟네 브링리.가서 3조 세번째 순번자리를 채우게.”
“3조라면..신전이랑 그런게 잇는쪽인가요?”
“아니 페르네브의 무덤이잇는 저기앞쪽이야.기다려봐 브링리.메모를 써줄 테니.”

내뒤의 경비원들은 잠시 기다리게하고 대장은 나 같은 풋내기 신참들을위한 작은 커닝페이퍼를
마련해준다.
“좋은하루 보내게 브링리.”그녀가 말한다.”ㄷㅏ음.”

일하기에 아주좋은 곳이다.이집트는.2만6천점에 달하는 컬렉션 대부분을 동시에 전시할수도로
잇을만큼 거대한 구역으로 메트의 다른 큐레이터 부서들이 차지할수만 잇다면 서로 죽이려들것
같은 정도의 호화로운 공간이다.그런 엄청난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전시된 모든 것은 유
별날 정도로 통일성을 보인다.모든 유물이 아주 본질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이집트적이다.고대
이집트인들만큼 3천년이 넘는 긴시간내내 그들답게 존재한 인류는 없엇을것이다.

관람객들은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이집트 특유의 미학을 알아본다.무엇보다도 이집트는 우리
의 상상력에 마중물을 붓는다.왕ㄱㅏ의계곡.피라미드들.주기적으로 범람하는 나일강..모든것들
이 지어낸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재햇던것들이다.이곳은 메트의 전시관들중 가장 다양한 방문객
을 끌어들이는 곳이다.청소년들.트위드재킷을 걸친 교수들부터 명상가들.아프로퓨처리스트 만
화가들까지 혼재해잇다.이곳의 경비원이라면 방문객들이 던지는 가장 상징적인 질문을 귀에 딱
지가 앉도록 자주듣게된다.”저기요. 이거진짜예요?”

나는 기원전 2350년에 석회암으로 소박하게 지은 마스타바인 페르네브의 무덤앞에 배치된다.한
젊은 커플이 다가온다.차림새와 걷는모습으로 보아 뉴요커같은데 분명 메트에 와본적이 없는듯
보인다.어쩌면 미술관에 발을 들인 것이 처음일지도 모른다.눈을 커다랗게 뜨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이상황에 신나하기보다는 뭔가를 망설이는듯한 낯빛이 역력하다.그들은 아직 이곳을 어
떻게 대해야할지 모르는것이다.

“실례합니다.”커플중 남자가 말한다.”제여자친구가 여기잇는 유물들이랑 다른것들 모두가 진짜
라는데 정말그러니까.진짜인가요?”

나는 그렇다고 답한다.

“그렇지만 그게 무슨뜻이죠?”남자가 밀어붙인다.”저것들이 막 오리지널이예요?다 진품이예요?
이집트에서 온?”

나는 유물들이 이집트에서 왓다고 답한다.

“그러면 여기이게..”이번에는 여자가 말한다.그러면서 동시에 화강암으로 된 사자상의 갈기를
쓰다듬으려 손을뻗자 나는가볍ㄱㅔ 그녀를 저지한다.”아 그렇지.미안해요.그러면 여기이거 얼
마나 오래된거죠?”


나는 5천년된 석상이라고 답한다.

“5천년?”그녀가 말한다.


“5천년!”그가말한다.둘은 그게 별게아니라는듯 장난스럽게 주고받으며 되풀이한다.”그런데요.”
이제 남자친구쪽이 내게 정말 솔직하게 말해달라는 투로 묻는다.”이모든게 다 정말 진짜일리는
없잖아요..”


이 커플이 퍽 마음에든 나는 그들이 미술관에서 가장오래된 유물들이 들어잇는 전시케이스를
들여다보는걸 지켜본다.그들은 구석기시대 손도끼와 신석기시대 화살촉 하나하나를 시간을들
여 차분히 살펴본다.그들이 이토록 느리게 이동하는 이유가 짐작이간다.이미술관이 얼마나큰
지 전혀 모르는 것이다.

여자는 동행의 옆구리를 쿡쿡찌르며 한라벨에 적힌정보를 가리킨다.그녀의 주의를 끈 것은 아
마도 그 손도끼가 기원전 30만년에서 9만년사이에 만들어졋다는 정보엿을것이다.깨알같이 적
힌 이기간에 약 천번의 미국역사가 반복될만큼의 시간이 담긴셈이다.시선을 30센티미터 정도
옮겻을뿐인데 그들은 수만년의 역사를 통과해 인류,그중에서도 이집트문명이 궤도에 오르고
잇던 세계로 들어선것이다.7천년전 부싯돌로 만든 이우아한 화살촉들은 하늘의 작은새들을 쏘
는데 쓰엿을것이다.


우리 뉴요커커플은 인내심을 갖고 집중하고잇다.어쩌면 그들은 이 믿기어려운 선사시대 유물
들이 현실과 동떨어져잇다고 느낄지도 모른다.아니면 저 손도끼가 자기손에 얼마나 잘맞을지
알아차렷을수도 잇다.아마도 그들은 10만년이라는 시간이 도대체 어떤의미인지 실감하려고 애
쓰고잇을것이다.어쩌면 상상력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마침내 이물건들에 대해 현실감을 가지게
되엿고 점차 다른사람들과는 꽤다른 시각으로 물건들을 보고잇을수도 잇다.

이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조차도 이물건들을 현실속의 일상에 동화시키는데 성공하지는 않앗
을것이다.우리가 지질학적 시간이나 천문공간을 대할때처럼 노력한다면 이 엄청나게 방대한
인류의 계보를 조금은 엿볼수잇다.하지만 노력을 멈추는순간 우리는 그현실을 잊고만다.우리
가 언제든 과거를 기억할수잇게 해주는 장소인 박물관들에대한 고마움으로 내가슴이 점점 벅
차오른다.

한참같앗던 잠시가 지난후 여자는 끝이없는듯한 고왕국전시실의 복도를 발견하고는 뒤돌아 웃
음을 터뜨리며 남자친구를 살짝흔든다.순식간에 그들은 보통의 속도로 움직이는 미술관 관람
객으로 변신한다.남자가 손목의 시계를 확인한다.외출한 목적을 떠올리며 여자의눈이 가늘어진
다.그러고는 그들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겟다는듯이 본격적인 이집트의 역사속으로 나아간다.

‘안녕 친구들.’나는 속으로 인사하며 자리에 남는다.내뒤에잇는 무덤은 방문객들에게는 갈림길
을 의미한다.나는 점차 늘어나고잇는 군주의 절반정도가 큐레이터들의 의도와는 반대로 마지
막 파라오인 클레오파트라 사후에서 시작해 대 피라미드 시대와 왕국이전의 시기로 수천년을
거슬러 올라가며 전시를 관람하고잇다는 사실을 깨닫는다.수많은 이집트 예술품이 이런 영속
성을 가지고잇다.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은 그들이 거꾸로 가고잇다는 사실을 눈치채지도 못할
것이다.

다음순번이 오고 관람객의 주요동선에서 벗어나잇어 종종잊히는 한 전시실로 이동한다.전시실
안에는 1918년부터 1920년까지 발굴이 진행되면서 큰성과를 낸 출토유물가운데 정확히 절반
이잇다.나머지 절반은 당시의 표준절차를 따라 이집트당국에 넘겨졋다.미술관의 발굴단은 메
케트레라는 어느부자의 도굴된 무덤주변을 파고잇엇는데 한인부가 바위틈새로 흙이 빠져나가
는 모습을 발견햇다고 한다.


곡괭이로 그곳을 파보자 도굴꾼들이 놓친 무덤의 방이 드러낫고 거기에는 4천년동안 아무도 손
대지않은 보물이 들어잇엇다.황금도 보석도아닌 그보물은 바로 실제와 매우흡사하게 만들어진
배.양조장.정원.곡물창고 등의 모형들속에 놓인 23센티미터 정도 높이의 나무조각상 약 2백여
점이엿다.관료엿던 메케트레의 영지 이곳저곳에서 일햇던 사람들의 아바타로 사후세계에서도
마법처럼 그를위해 일할수잇도록 매장한것이다.

추천 (1) 선물 (0명)
이젠 너의뒤에서 널 안아주고싶어
너의모든걸 내가 지켜줄께

넌 혼자가아냐. 내손을잡아
함께잇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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