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7권 7~8

나단비 | 2024.04.14 13:42:18 댓글: 0 조회: 56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0959
7
생선 사건






릴라 블라이드는 딸기 바구니를 들고 당당한 걸음걸이로, 그렇지만 약간은 새치름하게 글렌의 큰길을 지나 목사관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올라갔다. 수잔이 ‘잉글사이드’의 양지바른 밭에서 정성들여 키워 올 들어 처음 딴 것으로 입에서 살살 녹게 맛있는 딸기였다. 수잔은 릴라에게 이 바구니를 마사 할머니나 메러디스 목사님 말고는 아무에게도 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릴라는 자기가 그런 중요한 심부름을 하게 되어 몹시 자랑스러웠고, 이 임무를 잘 완수하겠다고 굳게 마음먹고 있었다.
수잔은 릴라에게 풀 먹인, 얼룩 하나 없이 하얀 드레스를 입혀주었고 파란 허리띠를 둘러주었으며 구슬 달린 구두를 신겨주었다. 보기 좋게 길고 윤기 나는 붉은 고수머리에는 목사관에 존경을 표하려고 가장 좋은 모자를 씌워주었다. 그래서 오늘 릴라의 공들인 옷차림에는 앤의 기호보다는 수잔의 감각이 돋보였다. 실크와 레이스와 꽃들로 멋지게 꾸민 릴라는 자기 모습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특히나 모자가 너무나도 자랑스러워 언덕을 으스대며 올라갔다. 바로 그때 메리 밴스는 잔디밭 가 대문에 올라앉아 다리를 건들거리고 있었다. 그 으스대는 꼴이 보기 싫었든지 아니면 그 모자가 신경에 거슬렸든지 아니면 그 둘 다였는지 메리 밴스는 그 꼴에 속이 뒤틀렸다. 더군다나 메리는 마사 이모할머니에게 감자 껍질을 벗기겠다고 했더니 당장 부엌에서 나가라고 호통을 치는 바람에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좋아요! 할머니는 또 감자를 껍질이 그대로 붙어 있는 채로 쪄서 절반만 익혀 내오려고 그러죠? 할머니 장례식에나 갔으면 좋겠네!”
메리는 소리를 지르고 부엌문을 어찌나 꽝 닫고 나왔는지 마사 이모할머니 귀에도 그 소리가 들렸다. 서재에 있던 메러디스 씨마저도 집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멍하니 지진이라도 났나 생각하다가 다시 설교 준비에 빠져들었다.
메리는 문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잔뜩 멋을 부린 ‘잉글사이드’ 꼬마 아가씨 앞에 딱 버티고 섰다.
“뭘 갖고 왔어?”
메리가 바구니를 뺏으려고 하면서 물었다.
릴라는 저항하며 혀 짧은 소리로 말했다.
“이거 메러디스 목사님에게 드딜 거야.”
“내게 줘. 내가 목사님에게 전해줄게.”
메리가 말했다.
“안 돼. 수잔 아줌마가 아무에게나 주면 안 되고, 꼭 목사님 아니면 마사 할머니께 드리라고 했단 말이야.”
릴라가 고집을 피웠다.
메리가 릴라를 잔뜩 노려봤다.

“넌 네가 잘난 줄 알지? 꼭 인형처럼 차려입었구나! 나를 봐. 내 옷은 누더기야. 그렇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아. 난 인형 같은 아이가 되기보다는 누더기를 입고 사는 것이 더 편해. 당장 집에 가서 널 유리 상자에 넣어달라고 해. 날 봐, 날 봐, 날 보란 말이야!”
메리가 누더기 같은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거칠게 춤을 추면서 “날 봐, 날 봐, 날 보라고!” 소리를 연발하는 바람에 릴라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쩔쩔매다 그만 머리가 어질어질해지고 말았다. 그래도 가만히 기회를 엿봐 문 안으로 살짝 들어가 보려 했지만 메리가 금방 덤벼들었다.
“그 바구니 이리 달라니까.”
메리가 얼굴을 무섭게 찌푸리며 명령했다. 메리는 얼굴을 예술적으로 찌푸리는 재주가 있었다. 기묘하게 빛나는 흰 눈을 번득이기만 해도 기괴하고 섬뜩한 인상을 주었다.
“싫어. 지나가게 해줘, 메리 밴스.”
릴라는 무서웠지만 양보하지 않았다.
메리는 잠시 놀려대기를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문 옆에 생선 말리는 작은 시렁이 있었고, 큼직한 대구가 여섯 마리쯤 널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교회 신도 한 사람이 얼마 전에 가져왔는데, 아마도 목사의 월급 일부를 부담하기로 했으나 한 번도 돈을 못 내 대신 가지고 온 물건 같았다. 어쨌거나 손질도 하지 않고 그대로 버려둔 생선을 메리가 시렁을 만들어 썩지 않도록 말리고 있던 중이었다.
그 생선을 본 순간 메리에게 악마 같은 멋진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당장 시렁 쪽으로 달려가 그 가운데 가장 크고 납작한 놈으로 한 마리 집어 들었다. 메리는 그 기분 나쁜 물건을 머리 위로 번쩍 쳐들고 소리를 지르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릴라에게 덤벼들었다.
릴라의 용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마른 대구 같은 것으로 협박받는다는 건 들어본 일도 없었다. 당장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바구니를 내버리고 냅다 달아나기 시작했다. 수잔이 목사님을 위해 그토록 정성 들여 골라 담은 아름다운 딸기는 먼지투성이 언덕길을 붉은 폭포수처럼 굴러떨어져 쫓는 사람의 발아래, 쫓기는 사람의 발아래 무참히 짓밟혔다. 바구니도 그 속에 담긴 물건도 메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릴라 블라이드에게 죽도록 무서운 맛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쁨이 있을 뿐이었다. 예쁜 옷을 입었다고 거드름이나 피우며 으스대다니 골탕을 먹여줘야 했다.
릴라는 언덕을 뛰어내려 큰길을 달렸다. 너무도 무서워 다리에 날개라도 돋친 듯 빨리 달려서 메리에게 잡히지도 않았다. 메리는 큰 소리로 웃어대면서 뛰어서 생각만큼 속력은 빠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대구를 휘두르며 이따금씩 피가 얼어붙을 만큼 위협적인 소리를 질러댔다. 둘이서 글렌 마을의 큰길을 쫓고 쫓기며 뛰어가자 온 마을 사람들이 문이며 창문으로 달려 나와 이 광경을 구경했다. 메리는 자기가 굉장한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의기양양했다. 무섭고 숨이 차서 정신이 하나도 없게 된 릴라는 이제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차하면 바로 대구를 가진 저 무시무시한 여자아이에게 붙잡힐 판이었다. 그 순간 가엾은 릴라는 길 끝에 있던 흙탕 속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미스 코넬리아가 카터 플래그네 가게에서 나왔다.
미스 코넬리아는 한눈에 이 모든 상황을 알아보았다. 메리도 마찬가지였다. 메리는 재빨리 홱 돌아서서 오던 때와 같이 맹렬한 기세로 달아났다. 미스 코넬리아는 무서운 표정으로 입술을 꽉 물었으나 메리를 뒤쫓지 않고 엉망진창이 된 채 흐느껴 울고 있는 릴라를 안아 일으켜 집으로 데려갔다. 릴라는 몹시 낙심했다. 망가져 버린 드레스며 신발 그리고 모자, 여섯 살 꼬마 아가씨의 자존심은 무참히 짓밟혔다.
미스 코넬리아로부터 메리 밴스가 한 짓을 모두 들은 수잔은 새파랗게 질려 화를 냈다.
“그 말괄량이 계집애가, 그 말괄량이를 그냥 당장!”
수잔은 릴라를 씻기고 위로하면서도 그 소리를 잊지 않았다.
“앤, 이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에요.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해요. 목사관에 머물고 있는 그 피조물이 누구죠? 도대체 어디서 온 아이예요?”
미스 코넬리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항구 너머에 사는 아이인데 목사관에 방문한 거라고 하더군요.”
대구에 쫓겨온 일이 우습기만 한 앤은 이번 일로 릴라가 허영심을 좀 버렸기를 바랐다.
“난 우리 교회에 나오는 항구 건넛마을 사람들을 죄다 알아요. 그런데 저 왈패 같은 아이는 생전 처음 보는 아이라고요. 늘 누더기를 걸치고 다니고, 교회에 올 때에는 페이스 메러디스의 옷을 입고 와요. 뭔가 모르는 일이 있어요. 내가 나서서 조사를 좀 해봐야겠어요. 나설 사람이 나 말고는 아무도 없을 테니 어쩌겠어요. 얼마 전 워런 미드 씨네 전나무 숲에서 일어난 소란도 이 말괄량이가 꾸민 일이 틀림없어요. 소동에 놀라서 워런 어머니가 발작을 일으켰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아니요. 길버트가 그 부인을 진찰하러 가긴 했지만 무슨 소동이 일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걸요.”

“글세, 그 부인 심장이 약하잖아요. 그런데 지난주 어느 날 부인이 베란다에 혼자 있는데 숲 속에서 ‘살인이야!’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또 ‘도와주세요!’ 하는 비명 소리가 들리더래요. 그런 소리를 들으면 무섭지 않겠어요, 앤. 그래서 워런 어머니 심장에 이상이 생겼대요. 워런도 헛간에서 그 소리를 듣고 숲으로 달려가 본 모양이에요. 그랬더니 쓰러진 나무 위에 목사관 아이들이 앉아서 목청껏 ‘살인이야!’ 하고 소리를 지르더래요. 순전히 재미로 해본 소리였고, 그 소리를 누가 들을지는 몰랐다고 하더래요. 그냥 인디언 매복 놀이를 하고 있었다나요. 워런이 집으로 돌아가 보니 어머니가 베란다에 기절해 있더래요.”
릴라를 씻기고 돌아온 수잔이 경멸적으로 말했다.
“내 생각엔 그 부인이 정신을 잃었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마셜 엘리엇 부인. 난 아멜리아 워런의 심장이 약하다는 소리를 40년 동안이나 들었어요. 스무 살 때부터 그리 말해왔으니까요. 큰 소란을 떨며 의사를 부르는 게 그 부인의 낙이에요.”
“길버트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앤이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 일로 말들이 많아요. 미드 집안은 감리교인이라는 것이 더 문제지요. 그 애들은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는 걸까요? 그 아이들만 생각하면 난 밤에 잠도 오지 않아요, 앤. 그 애들이 먹기는 잘 먹고 있을까요? 아버지라는 사람은 자기 몸에 위가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꿈에만 빠져 사는 사람이고, 그 게으른 마사 할머니는 요리 같은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아요. 아이들은 그야말로 제멋대로예요. 이제 방학도 다가오는데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요.”

미스 코넬리아가 말했다.
“아이들은 아주 즐겁게 지내는 모양이던데요. 모두들 용감하고 솔직하고 착하대요.”
앤은 가끔씩 듣고 있는 ‘무지개 골짜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떠올리느라 웃으며 말했다.
“그건 맞는 말이에요, 앤. 지난번 목사님네 그 시끄럽고 거짓말도 잘하는 두 아이들이 교회에서 일으킨 말썽을 생각해보면 메러디스 아이들이야 착한 거죠.”
“결론적으로 말해서요, 사모님, 그 아이들은 모두 착한 아이들이에요. 그 아이들도 물론 타고난 결점이야 있지만, 그거야 누군들 안 그런가요. 그 아이들이 너무 오냐오냐 커서 제멋대로인 아이들은 아니라고요. 하지만 아이들이 묘지에서 노는 것만은 말려야 해요. 그 생각만큼은 변함이 없네요.”
수잔이 말했다.
“하지만 묘지에서는 아주 얌전히 노는걸요. 다른 곳에서처럼 그렇게 뛰고 소리 지르고 하지는 않아요. ‘무지개 골짜기’에서 가끔씩 들려오는 그 끔찍한 고함 소리하고는 비교가 안 되죠. 우리 아이들이 주로 그러는 것 같아요. 어제저녁에도 전쟁놀이를 했다는데, 대포 소리를 낼 수 없으니까 대신 고함을 질러야 했대요. 젬이 그렇게 말했어요. 젬도 남자아이들이 모두 그렇듯 군인이 되고 싶어 하는 시기를 거치고 있나 봐요.”
“천만다행으로 젬이 군인이 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예요. 난 우리 아이들을 남아프리카 분쟁지역으로 보내는 일에 찬성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이제 그 전쟁도 끝났고 그런 일은 다시는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요. 세상도 이제 좀 더 분별력을 찾으리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메러디스 목사님 말인데요, 난 이미 이런 말을 여러 번 했지만 한 번 더 해야겠어요. 목사님에게 부인이 있다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거라고요.”
미스 코넬리아가 말했다.
“지난주에 목사님이 커크네 집에 두 번이나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수잔이 말했다.
“난 보통은 목사님이 교회 신도와 결혼하는 일에는 반대해요. 그런 일은 좋을 게 없어요.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해로울 일이 없어요. 모두들 엘리자베스 커크를 좋아하고, 아무도 저 어린것들의 새엄마가 되어주겠다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심지어는 힐 집안 여자들도 메러디스 씨한테는 덫을 칠 자리도 못 찾아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듯 흉이나 보고 있잖아요. 엘리자베스는 목사님이 원하기만 한다면 좋은 아내가 되어줄 거예요. 하지만 문제는 엘리자베스가 좀 수수하게 생겼다는 거죠. 메러디스 목사님이 좀 멍해 보이기는 해도 그래도 여자 보는 눈은 있다고요. 사내들이 다 그렇죠, 안 그래요? 그 문제에서만큼은 다른 사내들이랑 하나도 다를 게 없어요. 아, 정말이에요.”
미스 코넬리아가 말했다.
“엘리자베스 커크 하나만 보면 좋은 여자지만 엘리자베스 어머니는 좀 그래요. 사람들 말로는 그 집 손님방에서 잔 사람은 모두 얼어 죽을 뻔했다더군요. 목사님 결혼과 같은 엄숙한 문제에 관해 나도 내 생각을 말할 권리가 있는 거라면요, 내 생각에는 항구 너머에 사는 엘리자베스 사촌 새러 커크가 더 나을 것 같아요.”
수잔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새러 커크는 감리교인이잖아요.”

미스 코넬리아는 수잔이 목사관 신부로 호텐토트 사람이라도 들이자고 했다는 듯 말했다.
“새러가 메러디스 씨랑 결혼하면 장로교로 돌아설지도 모른다고요.”
수잔이 말을 되받았다.
미스 코넬리아가 머리를 흔들었다. 미스 코넬리아가 생각하기에는 한번 감리교도는 영원한 감리교도였다.
“세러 커크는 절대로 안 돼요. 에멀린 드류도 마찬가지구요. 드류 집안에서야 어떻게든 에멀린을 목사님과 맺어지게 하려고 하지만요. 그 집안에서는 그 가여운 에멀린을 그냥 목사님 머리맡에다 내던지려고 들어요. 목사님은 전혀 생각이 없는데도요.”
미스 코넬리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에멀린 드류는 재치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사람이에요, 사모님. 푹푹 찌게 더운 한여름에 침대에 뜨거운 물주머니를 넣어주고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속상해할 여자라고요. 그리고 에멀린 어머니도 집안일을 잘 못 하잖아요. 그리고 그 행주 이야기 들어보셨어요? 그 부인이 어느 날 행주를 잃어버렸대요. 다음 날 그 행주가 나타나긴 했는데, 어디서 나왔는지 아세요? 거위 배 속이었대요. 식탁에 올라온 거위 배 속이요. 그런 여자가 목사님의 장모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난 아니라고 봐요. 나는 이웃 험담이 아니라 젬 바지나 수선하라고 이 집에 고용된 사람이긴 하지만요. 어젯밤 젬이 ‘무지개 골짜기’에서 놀다가 바지가 많이 찢어져서 들어왔거든요.”
수잔이 말했다.
“월터는 어디 있죠?”

앤이 물었다.
“월터가 쓸데없는 일에만 빠져 있어서 큰일이에요, 사모님. 지금도 다락방에서 연습장에다 뭘 끼적이고 있어요. 그리고 이번 학기 산수 성적도 좋질 못했대요. 월터 학교 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난 그 이유를 잘 알죠. 산수 공부는 안 하고 매일 쓸데없이 시나 쓰고 있어서 그렇다고요. 난 월터가 시인이 될까 봐 걱정이에요, 사모님.”
“월터는 지금도 시인이에요, 수잔.”
“사모님은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가 보군요. 내 생각에는 사람은 힘이 있어야 해요. 우리 집안에도 시인 삼촌이 있었는데 처음에야 시인이었지만 나중에는 부랑자로 인생을 마감했죠. 우리 집안에서는 그 삼촌을 집안의 수치라고 생각해요.”
“수잔은 시인을 훌륭하게 여기지 않는군요.”
앤이 웃으며 말했다.
“누가 시인을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사모님?”
수잔이 정말 놀랍다는 듯 말했다.
“밀턴이나 셰익스피어는요? 그리고 성경에 있는 시인들은요?”
“밀턴은 자기 부인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하고, 셰익스피어도 당대에는 뭐 크게 존경받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성경으로 말할 것 같으면 물론 그런 고결한 시대에는 지금과 상황이 달랐겠지요. 그래도 난 다윗 왕을 좋게 생각할 수는 없어요. 사모님이 뭐라고 하든지 간에 난 시나 쓰는 일에서는 좋은 점을 찾을 수가 없네요. 난 우리 축복받은 월터가 얼른 그런 습성을 벗어던지기를 바라고 기도할 거예요. 월터가 계속 저런다면 대구간유라도 먹여보는 게 어떨까요?”




8
미스 코넬리아가 나서다






음 날 미스 코넬리아는 목사관으로 찾아가 메리를 추궁했다. 메리는 일이 어쩌다 그리되었는지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말하는 태도도 어린아이답지 않게 차분하고 조리 있었고, 불평을 늘어놓거나 자기가 잘했다는 소리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미스 코넬리아는 그런 메리에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호감을 느꼈지만, 좀 엄히 대하는 것이 자기 의무라고 생각했다.
“넌 그런 행동이 목사님 가족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목사관 식구들은 모두 너에게 지나칠 만큼 친절하게 대해주었잖아. 어제처럼 그 집 아이의 친구를 모욕하고 쫓아낸 것이 잘한 일이야?”
미스 코넬리아가 엄한 얼굴로 야단쳤다.
“제가 아주 몹쓸 짓을 했어요. 뭐에 씌었었나 봐요. 그놈의 대구가 제 눈에 보인 바람에 그만 일이 그렇게 되어버린 거예요. 저도 너무나 후회하고 있어요. 어젯밤에 잠자리에 들어서도 엄청 울었어요. 정말이에요. 제 말이 거짓말인지 정말인지는 우나에게 물어보면 아실 거예요. 우나에게 운 이유를 말해주지는 않았지만요. 저도 정말 미안하고 부끄러웠어요. 우나도 함께 울었어요. 누가 절 속상하게 해서 그런지 알고요. 하지만 누가 절 속상하게 해서 그런 건 아니었어요. 저한테 걱정스러운 일이 있다면 왜 와일리 부인이 찾으러 오지 않나 하는 것뿐이에요. 그 부인 같은 성격에 저를 찾지 않을 이유가 없거든요.”
미스 코넬리아도 그 점이 이상하긴 했지만 더 이상은 메리를 추궁하지 않고 다시는 목사님네 대구 갖고 못된 장난이나 치면 안 된다고 엄히 타이른 다음 이 일을 보고하려고 ‘잉글사이드’로 갔다.
“저 아이의 말이 사실인지 한번 알아봐야겠어요. 나도 그 부인에 관해서라면 좀 알거든요. 마셜이 항구 건넛마을에 살 때 그 부인과 잘 알고 지냈어요. 작년 여름에 그 부인이 집에 아이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그 아이가 바로 메리인 모양이에요. 마셜 말로는 와일리 부인이 아이에게 일만 죽도록 시키면서 먹이는 것이며 입히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했어요. 앤도 알다시피 내 신조는 항구 너머 사람들 일에는 상관하지 않는 것이지만 내일 마셜을 그 마을로 보내서 좀 알아봐야겠어요. 메러디스 아이들이 제임스 테일러네 헛간에서 메리를 발견했을 때 그 아이는 그야말로 굶어 죽어가고 있었대요. 춥고 배고픈 채로 혼자 그 헛간에서 밤을 지새웠대요. 우리는 배불리 먹고 따뜻한 침대에서 자고 있는 동안에요.”
미스 코넬리아가 말했다.
“가여운 것. 만일 그 아이가 정말로 그렇게 학대받고 살았다면 다시는 그곳으로 돌려보내선 안 돼요, 미스 코넬리아. 나도 전에는 그런 고아였어요.”
앤이 자기 아이가 그렇게 춥고 배고픈 채 혼자 내버려졌더라면 어쩔 것인가 생각하며 말했다.
“호프타운 고아원과도 이야기를 해봐야겠어요. 그리고 메리를 목사관에 그대로 두어서도 안 돼요. 목사관 아이들이 그 애에게 나쁜 본을 받을 거라고요. 메리는 욕도 아주 잘한다던데. 하지만 그 아이는 이미 목사관에서 2주나 지냈어요. 그런데 메러디스 목사님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도 쓰지 않아요. 도대체 그런 남자가 왜 가정을 꾸렸을까요? 그 사람은 수도사나 됐어야 마땅해요.”
미스 코넬리아가 말했다.
이틀 후 미스 코넬리아가 ‘잉글사이드’에 다시 들렀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죠? 메리가 도망친 바로 그날 와일리 부인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대요. 심장이 안 좋은 지가 벌써 몇 년이 되어서 의사는 언제고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더군요. 일꾼도 모두 내보낸 터라 집에 아무도 없었대요. 이웃들이 그다음 날에야 발견했대요. 사람들이 메리가 없어진 것을 알기는 했지만 와일리 부인이 아이를 샬럿타운에 사는 사촌 집으로 보내버렸던 줄 알았대요. 그 부인이 그렇게 할 작정이라고 이야기했었다니까요. 그 사촌이 장례식에 오지 않아 아무도 메리가 사촌 집으로 가지 않았다는 것을 몰랐고요. 그런데 와일리 부인이 메리를 어떻게 대했는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마셜은 피가 끓어올랐대요. 마셜은 언제나 아이들이 학대받는 이야기를 들으면 굉장히 화를 내거든요. 아이가 아주 사소한 잘못이나 실수만 해도 아주 심하게 매질을 했대요. 마을 사람 중에 고아원에 그런 사실을 알리겠다고 위협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든 사람이 걱정하는 일에는 정작 실제로 나서는 사람이 없는 법이죠.”
“그 와일리 부인이라는 사람이 죽었다니 참 안됐네요. 항구 건넛마을에 가서 내 마음이 어떤지 전해야겠어요. 아이를 굶기고 매질하다니요, 사모님! 사모님도 알다시피 나도 간혹 아이들 궁둥이를 때리기야 하지만 한도를 넘어가지는 않지요. 이제 저 불쌍한 아이는 어떻게 되는거지요, 마셜 엘리엇 부인?”
수잔이 덤비듯 말했다
“호프타운 고아원으로 돌려보내야겠지요. 내가 알기로 이 근방에서 아이를 원하는 사람은 모두들 아이를 가졌어요. 내가 내일 메러디스 목사님을 찾아가서 이 문제에 대해 내 의견을 말해야겠어요.”
미스 코넬리아가 말했다.
“물론 그러고도 남겠지요, 사모님. 엘리엇 부인이 따지지 못할 일이 어디 있겠어요. 마음만 먹으면 교회 첨탑 지붕을 가는 일이라도 해낼걸요. 그런데 난 코넬리아 브라이언트는 어떻게 목사님에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어요. 그냥 보통 사람 대하듯 하잖아요.”
미스 코넬리아가 집을 나가자 수잔이 말했다.
미스 코넬리아가 가자 그물침대에서 공부하고 있던 낸 블라이드도 살며시 일어나 ‘무지개 골짜기’로 갔다. 다른 아이들은 이미 모두 골짜기에 나와 있었다.
젬과 제리는 마을 대장간에서 빌려온 낡은 편자로 고리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었고, 칼은 양지바른 낮은 언덕에서 개미 뒤를 쫓는 중이었다. 양치류 위에 배를 깔고 누운 월터는 메리, 다이, 페이스, 우나에게 큰 소리로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강대한 그리스도교 나라를 세웠다는 전설 속의 왕 ‘프레스터 존’이며 ‘방랑하는 유대인’7)에 관한 전설, 마법의 지팡이며 꼬리 달린 사람, 바위를 깨고 나와 황금 보물이 있는 곳까지 길을 냈다는 벌레 샤미르 이야기, ‘행운의 섬들’8)이며 백조 아가씨 이야기가 나오는 너무나 재미있는 책이었다.

빌헬름 텔 이야기와 겔러트9)이야기가 사실이 아닌 전설이라는 것에 월터는 충격을 받았다.
하토 주교10)이야기는 잠자리에 누워서도 생각나 그날 밤 잠을 설치게 했다.
그중에서도 월터는 ‘피리 부는 사나이’11)와 ‘상 그리엘’12)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월터가 전율을 느끼며 책을 읽는 동안 ‘연인 나무’에 달아놓은 방울이 여름바람에 흔들리며 딸랑딸랑 소리를 냈고 서늘한 저녁 그림자가 골짜기를 덮었다.
“참 재미난 거짓말들이구나.”
월터가 책을 덮자 메리가 감탄하며 말했다.
“어머나, 거짓말이 아니야.”
다이는 발끈하며 말했다.
“그럼 넌 그 이야기들이 진짜라는 거야.”
메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아니, 꼭 그런 말은 아니고. 그 이야기들은 네가 해준 귀신 이야기 같은 것들이야. 진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이야기를 해주면서 믿기를 바란 건 아니야. 그러니까 거짓말은 아니라고.”
“어쨌거나 그 마술 지팡이 이야기는 거짓말이 아니야.”
메리가 말했다.
“항구 건넛마을의 잭 크로퍼드 할아버지가 그 마술 지팡이를 갖고 있어. 사람들이 우물 팔 때 좋은 자리를 알아보려고 여기저기서 그 지팡이들을 빌리러 온다고. 그리고 난 그 ‘방랑하는 유대인’도 알고 있어.”
“메리!” 
우나가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정말이야.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지난가을에 그 할아버지가 와일리 부인네 집에 왔었어. 무엇이든 알고 있을 만큼 늙어 보이는 할아버지였다고. 와일리 부인은 그 할아버지에게 삼나무로 기둥을 세우면 오래가느냐고 물었어. 그랬더니 그 할아버지가 ‘오래가느냐고요? 천 년은 갈 겁니다. 내가 알아요. 내가 그것을 두 번이나 시험해봤거든요.’ 하고 말했거든. 그 할아버지가 2천 년이나 살았다면 그 ‘방랑하는 유대인’이 아니고 누구겠어?”
“방랑하는 유대인이 와일리 부인 같은 사람이랑 알고 지낼 리가 있니?”
페이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난 그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가 좋아. 그리고 우리 엄마도 그 이야기를 좋아해. 난 다른 사람들을 쫓아갈 수 없어 산에도 가지 못한 그 절름발이 소년이 너무 가엽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실망했을 거야. 소년은 평생 자기가 보지 못한 그 멋진 일이 어떤 것일까 궁금해하면서 살았을 거야. 자기도 거기 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면서.”
다이가 말했다.
“하지만 그 애 엄마는 얼마나 기뻤을까. 아들이 절름발이라서 결국에는 아들을 잃지 않았잖아. 만일 아들을 잃었더라면 평생을 슬픈 마음으로 살았을 텐데. 울기도 많이 울었을 거야. 하지만 나중에는 그 덕분에 슬퍼하지 않아도 되었어.”

우나가 부드럽게 말했다
“언젠가는 말이야. 그 피리 부는 사나이가 언덕을 넘고 넘어 여기 ‘무지개 골짜기’로 와서 즐겁고 감미롭게 피리를 불어줄 거야. 그럼 난 그 사람을 따라가야 해. 그 사람을 따라서 저 바닷가로 내려가 바다로 갈 거야. 너희들 모두와도 헤어지게 되겠지. 나도 떠나고 싶지 않을 것 같아. 젬 형이 따라가고 싶겠지. 모험의 세계로 떠나는 거니까. 난 모험은 좋아하지 않아. 단지 내가 가야만 하는 거라서 가는 거야. 그 피리 소리가 나를 부르니까. 내가 따라나설 때까지 나를 부르고 또 부를 테니까.”
월터가 꿈을 꾸듯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우리도 갈래.”
다이가 월터의 상상의 불꽃을 뒤좇으며 외쳤다.
자기도 저 멀리 골짜기로 사라지는 피리 부는 사나이의 모습이 보인다고 절반은 믿으며.
“안 돼. 넌 여기서 기다려야 해.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우리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라. 피리 부는 사람이 피리를 부는 한은 우리도 돌아오지 못하니까. 그 사람이 피리를 불면서 우리를 온 세상으로 끌고 다닐지도 몰라. 그때까지 너희는 여기 앉아 기다려야 해. 기다려야 한다고.”
월터가 그 크고 반짝이는 눈에 이상한 광채를 발하며 말했다.
“그러지 마. 그런 표정 짓지 마, 월터 블라이드. 소름 끼쳐! 내가 악쓰며 앙앙 울게 할 거야? 내 눈에 그 무서운 피리 부는 할아버지가 멀어져 가는 모습이랑 너희 남자아이들이 그 사람을 따라가 버리는 모습 그리고 여자아이들만 여기 앉아서 기다리는 모습이 다 보이는 것 같단 말이야. 나도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 내가 눈물이나 빼는 애는 아닌데. 그런데 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울어버리고 싶단 말이야.”
메리가 몸을 떨며 말했다
월터는 승리감에 미소를 지었다.
월터는 아이들의 감정을 갖고 놀면서 두렵게도, 부들부들 떨게도 만드는 것이 좋았다. 그러면서 자기의 극적인 본능을 만족시켰다. 그러나 월터의 우쭐하는 마음 밑바닥에는 뭔지 모를 공포감도 느껴져 기분 나쁘게 으스스했다.
어쩐지 그 피리 부는 사람이 월터에게는 진짜로 느껴졌다. ‘무지개 골짜기’의 별빛 어린 어스름 속에서 앞날을 가리고 있는 베일이 한순간 옆으로 펄럭 걷히면서 어렴풋이 미래의 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칼이 아이들에게 다가와 개미 왕국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하는 바람에 모두들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기분 나쁜 피리 부는 사람의 환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되어 반갑기만 한 메리가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개미는 정말 재밌어. 칼이랑 내가 토요일 점심때부터 계속 저 묘지에 있는 개미집을 관찰했거든. 개미가 저렇게 많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그런데 개미들은 몽땅 걸핏하면 싸우려고만 들더라. 아무런 이유도 없이 꼭 싸움을 거는 놈이 있어. 아주 겁쟁이인 놈들도 있고. 무서워서 견딜 수 없는지 몸을 오그려 작은 공처럼 만들어서는 다른 개미가 덤벼도 싸우려 하지 않더라고. 어떤 개미들은 게을러서 일을 하려 들지 않았어. 살살 빠져나가려고만 드는 걸 다 봤다고. 그리고 어떤 개미는 말이야, 다른 개미가 죽으니까 자기도 슬픔을 못 이기고 죽었어. 일도 하지 않으려고 하고, 먹지도 않으려고 들더니 그냥 죽어버렸다고. 하느…… 아니, 진짜로 맹세하건대 거짓말이 아니야.”13)
모두가 놀라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메리가 ‘하느님’이라고 하려다가 얼른 말을 얼버무렸다는 걸 모두 알았다. 페이스와 다이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런 사실을 미스 코넬리아가 알았다면 뭐라고 했을지 불을 보듯 뻔했다. 월터와 칼도 마음이 편치 않아 보였고 우나는 입술을 떨었다.
메리도 상황을 깨닫고 얼른 변명했다.
“그 말이 내가 생각도 하기 전에 그냥 나와 버렸어. 정말이야. 그래도 절반은 내가 삼켜버렸어. 다 뱉지는 않았다고. 이쪽 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까다로운 것 같아. 와일리 부인 집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어봐야 해.”
“숙녀는 말을 조심해야 해!”
페이스가 새치름하게 말했다.
“좋지 않은 거야!”
우나가 조그맣게 말했다.
“난 숙녀가 아니거든.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숙녀가 될 수 있겠니? 하지만 앞으로는 할 수만 있다면 그런 말은 하지 않을게, 약속해.”
메리가 말했다.
“그리고 메리, 아무 일에나 하느님 이름을 들먹이면 하느님이 네 기도도 들어주시지 않아.”
우나가 말했다.
“난 하느님이 내 기도를 들어주기를 바라지 않아. 내가 지난 일주일 동안이나 와일리 부인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기도했지만 아무것도 들어주지 않았어. 난 이제 포기할 거야.”
별로 믿음이 없는 메리가 말했다.
바로 그때 낸이 숨이 차서 뛰어왔다.
“오, 메리, 네게 알려줄 일이 있어. 엘리엇 아주머니께서 항구 너머에 다녀왔는데, 무슨 이야기를 듣고 왔는지 알아? 와일리 부인이 죽었대. 네가 달아난 다음 날 아침에 침대 속에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대. 그러니까 넌 이제 그 집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돼.”
“죽었다고?” 
메리가 멍하니 외치더니 몸을 떨었다.
“내가 기도를 해서 그렇게 되었을까? 정말로 그런 거라면 난 평생 다시는 기도하지 않을 거야. 와일리 부인 귀신이 와서 날 잡아갈 거라고.”
메리가 엉엉 울며 우나에게 말했다.
“아니, 아니야, 메리. 그렇지 않아. 와일리 부인은 네가 기도하기 오래전에 죽었는걸.”
우나가 위안이 되는 말을 해주었다.
“그렇구나. 정말 깜짝 놀랐어. 난 이제 앞으로는 절대 누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기도는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난 기도하면서도 와일리 부인이 정말로 죽을지 몰랐어. 그런 건 생각해보지도 않았다고. 별로 죽을 것 같지도 않았는데. 엘리엇 부인이 나에 관해 뭐하고 한 말은 없었어?”
메리가 제정신을 찾으며 말했다.

“널 고아원으로 돌려보내야 할 것 같다고 했어.”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럼 그 사람들은 날 또 다른 와일리 부인 같은 사람에게 보내겠지. 난 견딜 수 있다고. 난 강하거든.”
메리가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네가 돌아가지 않도록 해달라고 기도할 거야.”
우나가 메리와 같이 목사관으로 걸어 돌아오며 속삭였다.
“넌 하고 싶으면 해. 하지만 난 하지 않을 거야. 난 기도하는 일이 겁나서 못 해. 기도해서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라고. 만일 내가 기도한 후로 와일리 부인이 죽은 거라면 나 때문에 죽은 거야.”
메리가 말했다.
“오, 아니야, 그렇지 않아. 내가 설명을 좀 더 잘할 수 있다면 좋겠어. 네가 우리 아빠와 이야기해보면, 아빠가 잘 설명해줄 수 있을 텐데.”
우나가 말했다.
“난 싫어! 난 네 아빠를 이해 못 하겠어. 바로 그 점이 문제야. 내 옆을 지나가면서도 내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야. 밝은 대낮에도 말이야. 내가 잘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신발 털이도 아니잖아!”
“메리, 우리 아빠는 원래가 그래. 우리도 안 보여. 너무 깊이 생각에 잠겨 있어서 그런 거야. 다른 이유는 없어. 그리고 내가 널 포 윈즈에 살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할게. 난 네가 좋아, 메리.”

“좋아. 하지만 기도해서 누가 죽었다는 소리만은 다시는 듣지 않게 해줘. 나도 포 윈즈에 살고 싶어. 난 여기가 좋고, 항구도 좋고 저 등대도 좋아. 그리고 너랑 블라이드 아이들도 좋고. 넌 내가 처음으로 사귄 친구야. 나도 너와 헤어지기 싫어.”
메리가 말했다.


7. 물을 얻어 마시러 집으로 들어온 예수님을 쫓아내 버린 대가로 최후의 심판이 있는 날까지 방랑을 계속해야 할 운명을 짊어진 전설상의 유대인.
8. 중세 전설 속의 섬. 유럽인들이 서쪽 먼 바다 끝에 있다고 믿었던 영원한 행복의 섬으로 생전에 정의로운 일을 한 고결한 사람들이 죽은 다음에 간다고 믿었다.
9. 영국 웨일스에 내려오는 전설. 왕자가 사냥 나갔다 돌아와 보니 아들은 보이지 않고 충견 겔러트가 피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개가 아들을 잡아먹은 것으로 오해한 왕자는 개를 죽였으나, 알고 보니 늑대가 아들을 잡아먹으려는 것을 충직한 개가 막아 싸우다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슬퍼하며 묻어주었다는 전설.
10. 독일 전설. 하토라는 주교가 불평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불태워 죽이고 그 벌로 쥐에게 온몸이 뜯겨 죽음을 당했다는 전설.
11. 독일 전설. 피리 부는 사나이가 하멜른 마을의 쥐를 퇴치하였으나 약속한 보수를 받지 못하자 마을 어린이들을 피리 소리로 꾀어내 산속에 숨겨버렸다는 이야기.
12. 성배. 예수님의 피를 담은 여성의 태를 의미.
13. 예전에는 하느님을 칭송하는 말 외에 ‘하느님(God)’을 쓰면 나쁜 것으로 여겼다. ‘Honest to God’와 같은 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대신 ‘Honest to goodness’나 ‘Oh, my goodness!’로 말을 돌려썼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말을 나쁜 말로 여기지 않는다.​

추천 (0) 선물 (0명)
IP: ♡.252.♡.103
23,518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더좋은래일
2024-04-29
0
23
더좋은래일
2024-04-29
0
30
chillax
2024-04-29
0
34
chillax
2024-04-29
0
26
chillax
2024-04-29
0
21
더좋은래일
2024-04-28
0
42
더좋은래일
2024-04-27
4
95
더좋은래일
2024-04-26
4
67
더좋은래일
2024-04-25
3
98
chillax
2024-04-25
1
60
더좋은래일
2024-04-24
3
92
더좋은래일
2024-04-24
3
71
더좋은래일
2024-04-24
3
79
chillax
2024-04-24
1
51
더좋은래일
2024-04-23
3
89
chillax
2024-04-23
1
113
더좋은래일
2024-04-22
3
296
chillax
2024-04-22
1
212
더좋은래일
2024-04-21
3
353
나단비
2024-04-20
1
858
chillax
2024-04-19
2
783
나단비
2024-04-19
0
737
나단비
2024-04-19
0
84
나단비
2024-04-19
0
63
나단비
2024-04-19
0
64
나단비
2024-04-19
0
54
chillax
2024-04-18
2
156
나단비
2024-04-18
0
49
나단비
2024-04-18
0
54
나단비
2024-04-18
0
57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