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팬과 웬디 3

나단비 | 2024.02.05 22:35:52 댓글: 0 조회: 105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5756
제3장 함께 가자, 함께 가자!


달링 부부가 집을 떠나고 나서 잠시 동안은 세 아이의 침대 옆에 하나씩 놓인 야간등이 또렷하게 타올랐다. 세 개 모두 놀라우리만치 멋지고 작은 야간등이었기 때문에, 세 개 모두 계속 깨어서 피터를 보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을 법했다. 하지만 웬디의 야간등은 깜박이더니 크게 하품을 했고, 다른 두 개의 야간등도 하품을 하더니만, 차마 입을 다물 새도 없이 세 개 모두 꺼져 버리고 말았다.

이제 방 안에는 또 다른 불빛이 있었는데, 야간등보다도 천배나 더 밝았다. 우리가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느라 들인 시간 동안에 그 불빛은 육아실에 있는 서랍이란 서랍에 모조리 들어갔다 나오면서 피터의 그림자를 찾았고, 옷장을 뒤지고 옷마다 주머니를 밖으로 꺼내 놓았다. 그것은 사실 불빛이 아니었다. 매우 빨리 움직이다 보니 그렇게 보였지, 불빛이 1초 동안 멈추면 여러분은 그것이 바로 요정임을 알 수 있을 텐데, 키가 겨우 여러분의 손보다 더 크지도 않았지만 여전히 자라는 중이었다. 요정은 여자아이였고 이름은 팅커 벨이었으며, 잎맥 하나를 짧고 네모나게 잘라서 정교하게 가운을 만들었는데, 그걸 입어서 자기 몸매가 가장 훌륭하게 보이도록 하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약간 ‘비만한’ 편이었다.

요정이 들어온 지 얼마 후에 작은 별들의 숨에 의해 창문이 활짝 열리더니, 피터가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까지 오면서 팅커 벨을 운반하느라 그의 손은 요정 가루로 범벅되어 있었다.

“팅커 벨.” 아이들이 잠들어 있음을 확인한 후에 그가 나지막이 불렀다. “팅크, 어디 있어?” 그녀는 잠시 주전자 안에 들어가 있었는데, 그게 무척 좋았던 모양이었다. 이전까지는 주전자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 주전자에서 얼른 나와. 그리고 말해 봐. 그들이 내 그림자를 어디 넣어 두었는지 알아?”

황금 종처럼 가장 아름다운 방울 소리가 그에게 대답했다. 이것은 요정의 언어였다. 여러분 같은 평범한 어린이는 결코 들을 수 없지만, 혹시나 듣게 된다면 여러분은 이전에도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팅크의 말에 따르면, 그림자는 커다란 상자 안에 있었다. 그녀가 말한 상자란 서랍장이었고, 피터는 곧바로 서랍으로 달려들어서 그 안의 물건들을 양손으로 꺼내 방바닥에 흩어 놓았는데, 그 모습은 마치 왕들이 반 페니 동전을 군중에게 던져 주는 것과도 비슷했다. 순식간에 그는 자기 그림자를 되찾았으며, 몹시도 기뻤던 나머지 자기가 팅커 벨을 넣은 채로 서랍을 닫았다는 사실조차 잊고 말았다.

나로선 그가 한 번이라도 생각을 했으리라고는 믿지 않지만, 혹시 그가 생각이란 것을 했다고 치면, 그건 아마 자기 몸과 자기 그림자를 서로 가까이 놓기만 해도 양쪽이 물방울처럼 자연스레 합쳐지리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자 그는 깜짝 놀랐다. 그는 화장실에서 가져온 비누로 그림자를 붙여 보려고 했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피터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방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다.

그의 울음소리 때문에 웬디는 잠에서 깨었고,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 웬 낯선 사람이 육아실 방바닥에 앉아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지만,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다만 즐거운 마음으로 관심을 가졌을 뿐이었다.

“얘.” 그녀는 예의 바르게 물었다. “너 왜 울고 있니?”

피터 역시 극도로 공손하게 굴 수 있었는데, 요정의 의식에 참석하여 훌륭한 태도를 배운 까닭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아름답게 절을 했다. 그녀는 무척 기뻐하면서 침대에 앉은 채로 역시나 아름답게 절을 했다.

“너, 이름이 뭐니?” 그가 물었다.

“웬디 모이라 앤절라 달링.” 그녀는 어딘가 만족감을 느끼며 대답했다. “너는 이름이 뭔데?”

“피터 팬.”

그녀는 벌써부터 그가 바로 피터일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좀 짧은 이름인 것 같았다.

“그게 전부야?”

“그래.” 그는 어쩐지 날카롭게 대답했다. 난생처음으로 자기 이름이 짧은 편이라고 느낀 까닭이었다.

“무척 안됐구나.” 웬디 모이라 앤절라가 말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피터가 꾹 참고 대답했다.

그녀는 어디 사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오른쪽으로 두 번째.”7) 피터가 말했다. “그런 다음에 아침이 될 때까지 곧장 가면 돼.”

“진짜 웃기는 주소네!”

피터는 맥이 풀렸다. 난생처음으로 그게 웃기는 주소일 수 있다고 느낀 까닭이었다.

“아니, 그렇지 않아.” 그가 말했다.

“내 말은” 웬디는 좋게 대답했는데, 지금은 자기가 이 집의 주인이라는 점을 기억한 까닭이었다. “편지를 쓸 때 그렇게 적는다는 거니?”

그녀가 편지 이야기는 차라리 안 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편지는 전혀 안 받아.” 그는 경멸하듯이 말했다.
“하지만 네 어머니는 받으시지 않아?”

“어머니 없어.” 그가 말했다. 그에게는 어머니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있었으면 하는 열망조차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웬디는 곧장 자기가 비극에 직면하고 있다고 느꼈다.

“아하, 피터. 네가 울고 있었던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구나.” 그녀가 이렇게 말하더니, 침대에서 나와 그에게 달려갔다.

“나는 어머니 때문에 운 게 아니야.” 그는 어딘가 화난 투로 말했다. “내가 운 건 내 그림자를 붙일 수가 없어서였어.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울지 않았을 거야.”

“그림자가 떨어져?”

“그래.”

그러자 웬디는 방바닥에 놓인 그림자를 바라보았는데, 워낙 후줄근한 모습이었던지라 피터가 몹시도 딱하게 여겨졌다. “어찌나 끔찍한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녀는 그가 비누를 가지고 그림자를 붙이려 했던 것을 알아채자마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 딱 남자아이 같은지!

다행히도 그녀는 뭘 해야 할지 단박에 알았다. “이건 반드시 꿰매야만 해.” 그녀는 약간 생색을 내면서 말했다.
“꿰매는 게 뭔데?” 그가 물었다.

“넌 엄청나게 무식하구나.”

“아니야, 나 안 무식해.”

하지만 그의 무지 때문에 그녀는 의기양양해졌다. “내가 너 대신 꿰매어 줄게, 꼬마 손님.” 그녀는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그의 키는 그녀만큼이나 컸다. 웬디는 반짇고리를 꺼내서 그림자를 피터의 발에 꿰매어 붙였다.

“미리 말해 두지만, 조금 아플 수도 있어.” 그녀가 그에게 경고했다.

“흥, 난 울지 않을 거야.” 피터가 이렇게 말했는데, 이미 자기가 평생 한 번도 운 적이 없었다는 견해를 지니게 된 다음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정말 울지 않았다. 곧이어 그의 그림자는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약간 주름이 잡히긴 했지만.

“어쩌면 다리미로 다려야 할지도 몰라.” 웬디는 숙고하는 투로 말했다. 하지만 역시나 남자아이답게 피터는 외모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이제는 가장 요란하게 기쁨을 표시하며 이리저리 뛰었다. 아아, 그는 자신의 희열이 웬디 덕분이라는 사실을 진작 잊고 말았다. 그는 자기가 그림자를 직접 붙였다고 생각했다. “나는 어찌나 똑똑한지!” 그는 무척이나 거들먹거렸다. “아, 나의 똑똑함이란!”

피터의 이런 자만심이야말로 그의 가장 매력적인 성품 가운데 하나라고 고백해야 한다는 것은 굴욕적인 일이다. 이를 퉁명스럽고도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그보다 더 거들먹거리는 남자아이는 이 세상에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웬디도 깜짝 놀랐다. “너는 자만심이 있구나!” 그녀는 소리를 지르고는, 대놓고 빈정거렸다.

“그러니 나는 당연히 한 일이 없다고 치겠지.”

“너도 약간은 한 일이 있어.” 피터는 무신경하게 대꾸하고는 계속해서 춤을 추었다.

“약간이라고!” 그녀는 오만하게 되뇌었다. “내가 아무런 소용도 없더라도, 최소한 물러날 수는 있지.” 그러면서 그녀는 가장 위엄 있는 태도로 다시 침대로 뛰어 올라가더니 이불을 머리끝까지 푹 뒤집어썼다.

그녀가 자기를 바라보게 유도하려고 피터는 밖으로 나가는 척했지만, 이 시도가 실패하자 침대 끝에 앉아서 한쪽 발로 그녀를 살살 건드렸다. “웬디.” 그가 말했다. “물러나지 마. 나는 우쭐거리지 않을 수가 없어, 웬디. 내가 나 자신 때문에 즐거울 때에는 말이야.”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물론 귀로는 열심히 듣고 있었지만 말이다. “웬디.” 그가 말을 이었는데, 그 목소리로 말하자면 어떤 여자도 이제껏 저항하지 못한 것이었다. “웬디, 여자아이 한 명이 남자아이 스무 명보다 더 소용이 있다고.”

그런데 웬디는 한 뼘 한 뼘이 모두 여자였으며, 물론 어린아이라서 아주 여러 뼘까지는 아니었어도 여자는 여자였다. 그리하여 그녀는 담요 밖으로 슬쩍 시선을 주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피터?”

“응, 그래.”

“내 생각에 너는 완벽하게 상냥한 것 같아.” 그녀가 단언했다. “그럼 나도 다시 일어날게.” 그렇게 그녀는 침대가에 그와 나란히 앉았다. 심지어 그에게 괜찮다면 키스도 해 주겠다고 말했지만, 피터는 웬디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기대에 찬 표정으로 한 손을 내밀었다.
“키스가 뭔지 분명히 알기는 아는 거지?” 그녀가 소스라치며 물었다.

“네가 나한테 주면 나도 알게 될 거야.” 그는 어색하게 대답했다.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그녀는 골무를 건네주었다.

“이제는” 피터가 말했다. “내가 너한테 키스를 주는 거야?” 그러자 그녀는 약간 새침을 떨며 대답했다. “네가 원한다면 그러든가.” 그녀는 자존심을 꺾으면서까지 자기 얼굴을 그가 있는 쪽으로 돌렸지만, 그는 단지 도토리 단추를 그녀의 손에 떨어뜨렸을 뿐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기 얼굴을 원래 있던 곳으로 천천히 돌리고 말았으며, 그가 준 키스를 사슬에 묶어서 목에 걸고 다니겠다고 좋게 대답해 주었는데, 사실 이 물건은 나중에 그녀의 생명을 구하게 된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인사를 나눌 때에 서로의 나이를 묻는 것이 관례이므로, 항상 정확하게 행동하기 좋아하는 웬디도 피터에게 몇 살이냐고 물어보았다. 이것은 사실 그에게 하기에는 좋은 질문이 아니었다. 마치 여러분이 영국 국왕에 대한 문제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엉뚱하게도 문법에 대한 문제가 적힌 시험지를 받는 것과도 비슷한 일이었다.

“나도 몰라.” 그는 불편한 듯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무척 어려.” 정말로 그는 이 문제에 관해 전혀 몰랐다. 그저 추측만 할 뿐이었으며, 아무렇게나 그냥 말해 본 것이었다. “웬디, 나는 태어난 바로 그날 도망쳐 버렸거든.”

웬디는 상당히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흥미가 생겼다.

그녀는 매력적인 응접실 예절을 선보이며, 자기 잠옷을 한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더 가까이 다가와서 앉아도 된다고 그에게 알렸다.

“왜냐하면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을 내가 들었기 때문이야.” 그는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내가 어른이 되면 어떻게 될지를 이야기하고 있더라고.” 이제 그는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나는 한 번도 어른이 되기를 원한 적이 없었어.” 그는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나는 항상 작은 남자아이기를, 그리고 재미있게 놀기를 원했어. 그래서 켄징턴 가든스로 도망쳐서 아주아주 오랫동안 요정들과 함께 살았어.”

그녀는 그에게 가장 강렬한 존경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아마도 자기가 도망쳤다는 이야기 때문에 그러는 모양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가 요정과 알고 지냈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웬디는 지금 같은 가정환경에서 살아왔으므로 요정을 알고 지낸다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처럼 여겨졌다. 그녀는 요정들에 관한 질문을 쏟아 냈는데, 피터로서는 이것이야말로 놀라운 일이었으니, 그에게 요정이란 오히려 성가시고 그의 앞길을 가로막는 존재였으며 때로는 그들을 때려 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전반적으로 요정을 좋아했으므로, 요정의 시작에 관해서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너도 알다시피, 웬디. 갓 태어난 아기가 처음으로 웃음을 터뜨릴 때, 그 웃음은 천 개의 조각으로 깨져 나가는데, 그런 조각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게 되면 그게 바로 요정들의 시작이야.”

이와 같은 장황한 소리였지만,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그녀는 그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친절하게 이야기를 이어 갔다. “모든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에게는 요정이 하나씩 있어야 마땅한 거야.”

“있어야 마땅하다고? 그러면 실제로는 아니라는 거야?”

“그래. 너도 알다시피 요즘 아이들은 무척 많은 걸 알기 때문에 금세 요정을 믿지 않게 되거든. 그래서 한 아이가 ‘나는 요정을 믿지 않아’ 하고 말할 때마다 어디선가 요정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게 돼.”

솔직히 그는 이제 요정에 관해서는 둘이서 충분히 이야기를 했다싶었는데, 그때 문득 팅커 벨이 아주 조용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네.” 그가 이렇게 말하며 일어나더니, 팅크의 이름을 불렀다. 웬디는 갑작스러운 전율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피터!” 그녀가 소리를 지르며 그를 붙들었다. “설마 이 방에 요정이 있다는 뜻으로 나한테 이야기한 건 아니겠지!”

“그녀는 바로 지금 여기 있어.” 그는 약간 초조하게 대꾸했다. “너한테도 그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지, 안 그래?” 두 사람은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내 귀에 들리는 거라고는” 웬디가 말했다. “종이 딸랑거리는 것 같은 소리뿐이야.”

“아, 그럼 팅크일 거야. 그게 요정의 언어니까. 나도 그녀의 소리를 들은 것 같아.”

그 소리는 서랍장에서 들려왔고 피터는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어느 누구도 피터만큼 무척 즐거운 표정을 지을 수는 없었으며, 그의 웃음소리는 깔깔대는 소리 중에서도 가장 사랑스러웠다. 그는 갓 태어났을 때의 첫 번째 웃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웬디.” 그는 즐거운 듯 속삭였다. “아마 내가 그녀를 서랍에 넣고 닫아 버린 모양이야!”

그는 불쌍한 팅크를 서랍에서 나오게 해 주었고, 그녀는 화가 나서 소리소리 지르며 육아실을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그런 말은 해서는 안 돼.” 피터가 대꾸했다. “물론 나도 무척 미안하기는 하지만, 네가 서랍 속에 들어 있는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웬디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아아, 피터!” 그녀가 외쳤다. “그녀가 가만있기만 한다면, 나도 그녀를 볼 수 있을 텐데!”

“요정이 가만히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 그가 말했지만, 어느 순간 웬디는 낭만적인 형체가 뻐꾸기시계 위에 앉아 쉬는 모습을 보았다. “정말 사랑스러워!” 그녀가 소리를 질렀지만, 팅크의 얼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찡그려져 있었다.

“팅크.” 피터가 상냥하게 말했다. “이 숙녀께서는 네가 자기 요정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데.”

팅커 벨은 뭔가 거만한 투로 대답했다.

“뭐라고 말한 거야, 피터?”

그는 통역을 해 주어야만 했다. “그녀는 아주 공손하지는 않아. 그녀가 말하길, 너는 덩치 크고 못생긴 여자아이고, 자기는 나만의 요정이래.”

그는 팅크와 언쟁을 이어 가려 했다. “너도 알다시피, 너는 나만의 요정이 될 수가 없어, 팅크. 왜냐하면 나는 신사고 너는 숙녀니까.”

이 말에 팅크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이 멍청한 바보야!” 그러면서 요정은 화장실로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그냥 아주 보통의 요정이야.” 피터는 미안한 듯 설명했다. “이름은 팅커 벨〔땜장이의 종〕인데, 왜냐하면 그녀가 냄비와 주전자를 수리하기 때문이지.”

이번에 두 사람은 안락의자에 나란히 앉았고, 웬디는 그에게 더 많은 질문을 내놓았다.

“네가 지금 켄징턴 가든스에 살지 않는다면─”

“가끔은 살기도 해.”

“하지만 지금 제일 많이 사는 곳은 어딘데?”

“잃어버린 아이들이랑 같이 있어.”

“그들은 또 누구야?”

“유모가 다른 데를 보고 있을 때 유모차에서 떨어진 남자아이들이야. 7일 안에 찾으러 오는 사람이 없으면, 그 아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서 네버랜드로 멀리멀리 보내지는 거야. 내가 그곳의 대장이지.”

“정말 재미있겠다!”

“그래.” 교활한 피터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외로워. 너도 알다시피, 우리한테는 여자와의 교제가 전혀 없으니까.”

“여자아이는 하나도 없어?”

“응, 없어. 여자아이들이란, 그러니까, 너무 똑똑하기 때문에 자기 유모차에서 떨어지지 않거든.”

이 말에 웬디는 어마어마하게 우쭐해졌다. “내 생각에” 그녀가 말했다. “네가 여자아이들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방식은 완벽하게 사랑스러운 것 같아. 저기 있는 존은 우리를 경멸하는데 말이야.”

이에 대한 답변으로 피터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존을 발로 걷어차서 이불 등등과 함께 침대 밖으로 떨어뜨렸다. 단 한 번의 발길질로. 웬디가 보기에는 이것이야말로 첫 번째 만남에서 하는 행동치고는 너무 앞서 나가는 것으로 느껴졌기에, 우리 집에서까지 네가 대장은 아니라고 그에게 똑똑히 일러 주었다. 하지만 존은 방바닥에 떨어져서도 여전히 평온하게 자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동생을 계속 거기에 내버려 두었다. “나는 네가 친절을 보이려고 그랬다는 걸 알아.” 그녀는 상냥하게 말했다. “그러니 나한테 키스를 해 줘도 좋아.”

바로 그 순간 그녀는 그가 키스에 무지하다는 사실을 깜박 잊어버린 것이었다. “네가 그걸 도로 달라고 할 줄 알았어.” 그는 약간 씁쓸한 어조로 대꾸하면서, 그녀에게 돌려주려는 듯 골무를 내밀었다.

“아, 이런.” 착한 웬디가 말했다. “내가 말하려던 건 키스가 아니야. 내가 말하려던 건 골무였어.”

“그게 뭔데?”

“바로 이런 거야.” 그녀는 그에게 키스를 했다.

“웃기는데!” 피터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 이제 나도 너한테 골무를 줘야 하는 거야?”

“네가 원한다면 그래도 돼.” 웬디는 이렇게 말하며, 이번에는 자기 머리를 똑바로 했다.

피터는 그녀에게 골무를 줬는데, 거의 그 즉시로 그녀는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이야, 웬디?”

“누군가가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것 같았어.”

“그렇다면 분명히 팅크일 거야. 그녀가 이렇게 못되게 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실제로 팅크는 또다시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무례한 말을 내뱉었다.

“그녀의 말로는, 자기가 너한테 앞으로도 그럴 거래, 웬디. 내가 너한테 골무를 줄 때마다 말이야.”

“하지만 왜?”

“왜 그러는데, 팅크?”

또다시 팅크가 대답을 했다. “이 멍청한 바보야!” 피터는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웬디는 이해했다. 애초에 육아실 창문으로 다가온 것도 그녀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그가 순순히 인정하자, 그녀는 약간 실망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이야기를 아무것도 몰라. 잃어버린 아이들 중에도 이야기를 아는 녀석은 아무도 없어.”

“얼마나 완벽하게 끔찍한지.” 웬디가 말했다.

“혹시 너 아니?” 피터가 물었다. “왜 제비는 집의 처마에다가 집을 짓는지? 그건 바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야. 아아, 웬디, 너희 어머니는 너희한테 무척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해 주시더라.”

“어떤 이야기를 말하는 거야?”

“유리 실내화를 신은 숙녀를 찾아내지 못했던 왕자 이야기 말이야.”

“피터.” 웬디는 신이 나서 말했다. “그건 신데렐라야. 왕자는 그녀를 찾아냈고, 두 사람은 이후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어.”

피터가 어찌나 기뻐했는지, 두 사람이 앉아 있던 방바닥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서둘러 창문으로 달려갔다. “어디 가는 거야?” 그녀는 불안한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
“다른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려고.”

“가지 마, 피터.” 그녀가 애원했다.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무척 많이 알아.”

그녀의 말은 딱 이러했기 때문에, 그녀가 먼저 그를 유혹했다는 사실을 차마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다시 돌아왔고, 이제 그의 눈에는 탐욕스러운 빛이 떠올라 있어서, 그녀는 이에 놀라야 마땅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 이야기들을 나는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어!” 그녀가 소리를 지르자, 피터는 그녀를 붙들더니 창가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이거 놔!” 그녀가 그에게 명령했다.

“웬디, 나랑 같이 가서 다른 아이들에게도 이야기해 줘.”
물론 이런 부탁을 받은 것이 무척 기뻤지만,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이런, 그럴 수는 없어! 엄마를 생각하면! 게다가 나는 날아다닐 수도 없잖아.”

“내가 가르쳐 줄게.”

“아아, 날아다닌다는 건 얼마나 멋질까.”

“바람의 등 위로 뛰어오르는 방법을 내가 가르쳐 줄게. 그러면 우리는 멀리 갈 수 있어.”

“아아!” 그녀는 황홀한 듯 소리를 질렀다.

“웬디, 웬디, 네가 저 어리석은 침대에서 잠들어 있을 시간에, 넌 나와 함께 날아다니면서 별들에게 웃기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어.”

“아아!”

“그리고 웬디, 거기에는 인어도 있어.”

“인어라고! 꼬리도 있어?”

“아주 긴 꼬리가 있지.”

피터는 무서울 정도로 교활해져 있었다. “웬디.” 그가 말했다. “우리 모두가 널 얼마나 존경하게 될까.”

그녀는 고민하면서 몸을 이리저리 뒤틀었다. 마치 육아실 바닥에 남아 있으려고 애를 쓰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가차 없이 그녀를 대했다.

“웬디.” 그가 교활한 한마디를 던졌다. “밤에는 네가 우리를 재워 줄 수도 있어.”

“아아!”

“우리 중에 누구도 밤에 누가 재워 준 적은 없었거든.”

“아아!” 그녀가 그에게로 양팔을 뻗었다.

“너는 우리 옷을 꿰맬 수도 있고, 우리 옷에 주머니를 달아 줄 수도 있어. 우리 중에 누구도 옷에 주머니가 있진 않거든.”

그녀가 어떻게 저항할 수 있었겠는가. “물론 그건 엄청나게 매력적이지!”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 “피터, 그러면 존과 마이클한테도 날아다니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어?”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할게.” 그는 무관심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존과 마이클에게 달려가서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 “피터 팬이 왔어. 우리한테 날아다니는 방법을 가르쳐 준대.”

존은 두 눈을 비볐다. “그러면 나도 일어나야겠네.” 물론 그는 이미 방바닥에 내려와 있었다. “이야, 난 벌써 일어나 있잖아!”

그때쯤 마이클도 일어났는데, 그 표정은 마치 여섯 개의 날이 달린 칼과 톱처럼 날카롭기만 했다. 하지만 갑자기 피터가 조용히 하라고 손짓하자, 이들의 얼굴에는 어른의 세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아이들 특유의 엄청난 교활함이 떠올랐다. 사방은 소금처럼 고요했다. 그렇다면 만사가 형통인 셈이었다. 아니, 잠깐! 만사가 잘못된 셈이었다. 저녁 내내 괴로운 듯 짖어 대던 나나까지도 지금은 조용했다. 개의 침묵을 모두가 들었던 것이다.

“밖에 불빛이 있어! 숨어! 얼른!” 존이 소리를 질렀다. 모험 전체를 통틀어서 그가 지휘를 맡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리하여 라이자가 나나를 붙들고 안으로 들어왔을 때, 육아실 안은 좀 전과 마찬가지로 조용했으며 아주 어두웠다. 아마 여러분조차도 세 명의 사악한 아이들이 잠자는 숨소리가 천사의 숨소리같이 들렸다고 맹세할 수 있었으리라. 그들은 창문 커튼 뒤에 숨어서 솜씨 좋게 그런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편, 부엌에서 크리스마스 푸딩 재료를 섞다가 그걸 고스란히 내버려 두고, 뺨에는 건포도가 하나 붙은 채로 이곳으로 달려와야 했던라이자는 성미가 단단히 뻗친 상태였다. 이게 다 나나의 터무니없는 의심 때문이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약간의 고요를 얻는 최선의 방법은 잠깐 동안이나마 나나를 육아실에 데려왔다가 곧바로 다시 구금하는 것뿐이었다.

“보렴, 이 의심 많은 짐승아.” 그녀는 이렇게 말했고, 나나가 굴욕을 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안타까워하지도 않았다. “아이들은 완벽하게 안전하잖아, 안 그래? 이 작은 천사들은 하나같이 침대에서 고이 잠들어 있어. 저 곤한 숨소리 좀 들어 보라니까.”

바로 이 대목에서, 성공에 도취한 나머지 마이클이 너무 크게 숨을 쉬는 바람에 이들은 하마터면 들킬 뻔했다. 나나는 그와 같은 종류의 숨소리를 잘 알았기 때문에 라이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라이자는 어리석었다. “더 이상은 안 돼, 나나.” 그녀는 엄하게 말하면서 개를 끌고 방에서 나갔다. “분명히 경고하는데, 또다시 짖었다가는 내가 곧바로 주인님과 주인마님한테 달려가서, 파티를 그만두고 집에 오시라고 할 거야. 그러면 아무렴, 주인님께서 너한테 채찍질을 하시지 않을까.”

그녀는 불만에 찬 개를 다시 묶어 두었지만,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과연 나나가 짖기를 그만두었겠는가? 주인님과 주인마님을 파티에서 집으로 불러올 수 있다니! 왜, 그거야말로 개가 원하는 바가 아닌가, 자기가 맡은 아이들이 안전할 수만 있다면. 여러분이 생각하기에는 과연 나나가 채찍질을 꺼렸을 것 같은가? 불운하게도 라이자는 푸딩 만드는 일로 돌아갔고, 나나는 그녀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얻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자, 쇠사슬을 잡아당기고 잡아당겨서 마침내 끊어 버리고 말았다. 잠시 후에 개는 27번지의 식당에 들어가서 앞발을 하늘로 쳐들었는데, 이것이야말로 이 개가 할 수 있는, 가장 눈에 띄는 의사소통 방법이었다. 달링 씨와 부인은 자기네 집 육아실에서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곧바로 알아챘고, 집주인에게 인사조차 남기지 않고 거리로 달려 나갔다.

그러나 세 명의 악당들이 커튼 뒤에서 숨소리를 낸 지 이미 10분이 지나 있었다. 그리고 피터 팬은 10분 동안에도 무척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육아실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이젠 됐어.” 존이 이렇게 말하면서 숨어 있었던 곳에서 나왔다. “그런데 피터, 너 진짜로 날 수 있어?”

굳이 대답하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이 피터는 방을 한 바퀴 날아서 돌았는데, 중간에 벽난로 선반을 만지기도 했다.

“정말 대단한데!” 존과 마이클이 말했다.

“정말 멋져!” 웬디가 소리를 질렀다.

“그래, 나는 멋져, 와, 나는 멋져!” 피터가 말했다. 다시 한 번 예의범절을 잊어버린 것이었다.

날아다니는 일은 무척이나 쉬워 보여서 그들은 우선 바닥에서 시도했고, 다음에는 침대에서 시도했다. 하지만 계속 위로 떠오르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지기만 했다.

“그런데 말이야, 넌 어떻게 한 거야?” 존이 무릎을 문지르며 물었다. 그는 상당히 현실적인 남자아이였다.

“그냥 사랑스럽고 멋진 생각만 하면 돼.” 피터가 설명했다. “그러면 그 생각들이 너를 공중으로 들어 올릴 거야.”
그는 다시 한 번 시범을 보였다.

“너는 무척 빠르게 하는구나.” 존이 말했다. “아주 천천히 한 번만 해 줄 수 있어?”

피터는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양쪽 모두를 해 주었다. “이제는 나도 알았어, 웬디!” 존이 소리를 질렀지만, 그는 자기가 아직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금세 발견하고 말았다. 한 뼘이라도 날 수 있는 사람은 셋 중에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마이클마저 두 음절로 된 단어를 알고 있었지만, A와 Z가 어떻게 다른지조차 모르는 피터처럼 날지는 못했다.

물론 피터는 이들을 데리고 장난치고 있었으니, 요정 가루를 뒤집어쓰지 않은 사람은 어느 누구도 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아까 이야기했듯이, 그의 한 손은 요정 가루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는 일부를 그들 각자에게 훅 불어서 뒤집어씌웠고, 덕분에 매우 훌륭한 결과가 나타났다.

“이제는 이런 식으로 어깨를 움직여 봐.” 그가 말했다. “그리고 힘을 빼.”

그들은 모두 침대 위에 올라갔고, 씩씩한 마이클이 맨 먼저 힘을 뺐다. 정말로 힘을 뺄 생각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했고, 그러자 곧바로 그는 방을 가로질러 움직여 갔다.

“내가 날았어!” 그는 여전히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소리를 질렀다.

존도 힘을 뺐고, 화장실 근처에서 웬디와 마주쳤다.

“우와, 멋있어!”

“우와, 끝내줘!”

“나 좀 봐 봐!”

“나 좀 봐 봐!”

“나 좀 봐 봐!”

비록 피터만큼 아주 우아하지는 못했고 약간 발을 구르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들의 머리가 천장에 쿵 하고 부딪치자, 세상에 그보다 더 즐거운 일은 또 없을 것 같았다. 피터는 웬디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지만 곧 그만두어야 했으니, 팅크가 워낙 화를 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위아래로, 그리고 빙글빙글 날았다. 웬디는 감탄해 마지않았다.

“그런데 말이야,” 존이 소리쳤다. “우리 모두 바깥에 나가지 못할 건 없잖아?”

물론 피터가 이들을 꼬였던 것이 바로 그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마이클은 준비가 되었다. 그는 10억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데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알고 싶어 했다. 하지만 웬디는 머뭇거렸다.

“인어들!” 피터가 다시 말했다.

“우와!”

“그리고 거기에는 해적들도 있어.”

“해적들이래!” 존이 외치며, 일요일에만 쓰는 실크해트를 집어 들었다. “우리 당장 가 보자!”

바로 이 순간에 달링 씨와 부인은 나나와 함께 27번지를 서둘러 빠져나왔다. 이들은 거리 한가운데로 달려오며 육아실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정말로, 창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지만 방 안에는 불빛이 환했고, 다른 무엇보다도 가슴이 철렁한 광경은, 커튼에 비친 그림자로 보건대 세 개의 작은 형체가 잠옷 차림으로 빙글빙글 원을 그리고 있었으며, 그것도 방바닥이 아니라 공중에서 그러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세 개의 형체가 아니라, 네 개였다!

그들은 몸을 떨면서 바깥쪽 대문을 열었다. 달링 씨는 당장 위층으로 달려 올라가고 싶어 했지만, 달링 부인은 그에게 조용히 가라고 손짓했다. 그녀는 심지어 자기 가슴도 조용히 뛰도록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과연 제때 육아실에 도착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그들에게는 얼마나 다행이었으며 우리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겠지만, 그랬더라면 이 이야기는 없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만약 그들이 제때 도착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나는 모든 일이 결국에 가서는 올바르게 될 것이라고 엄숙하게 약속하는 바이다.

작은 별들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지만 않았더라도, 그들은 제때 육아실에 도착했을 것이다. 하지만 별들은 다시 한 번 바람을 불어서 창문을 열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작은 별이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조심해, 피터!”

곧이어 피터는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가자!” 그는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더니 단번에 밤하늘로 솟아올랐고, 존과 마이클과 웬디가 그 뒤를 이었다.
달링 씨와 부인과 나나가 육아실로 뛰어들어 왔을 때에는 이미 늦은 다음이었다. 새들은 날아가 버렸던 것이다.



7) 『보물섬』(1883)의 저자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말년에 사모아 제도의 한 섬에서 살았는데, 배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기 집을 찾아오는 방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배를 타면, 왼쪽으로 두 번째에 있는 섬이 우리 집입니다.” 피터가 말하는 네버랜드의 위치도 여기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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