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4권 3~4

나단비 | 2024.03.30 17:54:30 댓글: 0 조회: 70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57596
3




서머사이드, 도깨비 길, 윈디 포플러
10월 25일

사랑하는 길버트에게,

‘단풍나무 저택’에서 저녁 초대를 해주었어!
미스엘런이 직접 초대장을 보내왔다고. 레베카 듀도 신이 났어. 그 사람들이 내 존재를 인식해줄지 정말로 몰랐대. 하지만 나를 우정으로 초대한 것은 절대 아닐 거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어.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야, 분명해!”
나도 그런 마음이 들긴 했지.
“최고로 좋은 옷을 입고 가도록 해요.”
레베카 듀가 내게 명했어.
그래서 난 제비꽃 무늬가 있는 예쁜 크림색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고, 머리는 앞이마 부분에 둥그렇게 말아 감은 새로운 모양으로 했어. 나한테 아주 잘 어울렸지.‘단풍나무 저택’할머니들은 나름대로 아주 유쾌한 분들이었어, 길버트. 난 그 사람들이 허락하기만 한다면 그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단풍나무 저택’은 너무나 자긍심이 대단해서 다른 평범한 집들과는 절대로 어울리지 않겠다는 듯 주변에 나무를 빙 둘러 심어서 자기 집을 가려버렸어. 그 집에는 에이브러햄 선장의 유명한 배 ‘고 앤 애스크 허(Go and Ask Her)’ 호의 뱃머리에서 뜯어온 커다란 하얀 나무 여인상이 있고, 과수원과 현관 층계 언저리에는 국화과 쑥류가 큰 파도처럼 우거져 있었어. 처음으로 이곳으로 이주해온 프링글 사람들이 백 년도 더 전에 영국 본토에서 옮겨온 쑥이래. 프링글 집안 조상 중에는 민덴 전투9)에 참전한 사람이 있는데 그 전투에서 쓴 칼이 응접실 벽 에이브러햄 선장의 초상화 옆에 걸려 있어. 에이브러햄 선장은 이 두 노처녀 할머니의 아버지인데 아버지에 자부심이 아주 대단해.
아주 오래된 검은색의 벽난로에는 세로로 홈이 파진 무늬가 있고, 벽난로 위로는 무척이나 고풍스러워 보이는 거울이 걸렸어. 밀랍세공 조화가 들어 있는 유리 상자며, 아름다운 옛날 배 사진들, 프링글 집안 출신 유명한 사람들 머리카락을 모아 만든 머리카락 고리 장식, 큰소라껍데기들이 집 안을 장식하고 있었어. 손님방 침대에는 아주 작은 부채 무늬를 이어 만든 퀼트 이불이 깔렸어.
우리는 응접실에 놓인 마호가니 셰러튼10)의자에 자리를 잡았지. 벽에는 은빛 줄무늬 벽지가 발라졌고 창문마다 모두 육중한 브로케이드 커튼이 드리워진 방이었어. 대리석 탁자에는 선홍빛 선체와 눈처럼 하얀 돛이 달린 아름다운 배 모형이 놓였는데, 그 배가 ‘고 앤 애스크 허 호’래. 천장에는 유리 장식이 잔뜩 달린 거대한 샹들리에가대롱거렸어. 한가운데에 시계를 박아놓은 둥근 거울도 있었는데 에이브러햄 선장이 외국에서 가져온 것이래. 모든 것이 아주 훌륭했어. 우리 꿈의 집에도 그런 게 있었으면 할 정도로.
그곳에 비쳐든 그림자까지도 웅변적이었고 전통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어. 미스엘런은 내게 셀 수도 없이 많은 프링글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었어. 대부분 은판사진으로 가죽 앨범에 들어 있었어. 그때 커다란 거북등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뛰어 들어와 내 무릎에 올라앉았어. 그걸 보고 미스엘런은 당장 부엌으로 고양이를 쫓아버리고 나한테 사과까지 하더라고. 하지만 고양이에게도 미리 부엌에서 사과해두었지 싶어.
말은 미스엘런혼자만 했어. 미스 사라는 백발 머리에 몸집이 작은 분이었는데, 풀 먹인 페티코트11)위에 검은색 실크 드레스를 입었고 눈도 입고 있는 드레스만큼이나 검었어. 살이라고는 한 점도 붙어 있지 않아 핏줄이 다 도드라진 손을 아름다운 레이스 장식 사이로 무르팍 위에서 얌전히마주 잡고있었어. 슬픈 표정으로 아름답고 품위 있게 앉아 있는 그 모습은 이야기 같은 것을 하면망가져 버릴듯 가냘파 보였어.
그런데도 있잖아, 길버트. 나는 프링글 사람은 미스엘런을 포함해서 모두들 미스 사라의 장단에 따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
기막힌 만찬이었어. 물은 시원했고, 아름다운 식탁보에 얇은 접시며 유리잔들은 모두 우아했지. 식사 시중을 든 하녀도 아주 무표정하고 귀족적이었어. 식사는 아주 근사했지만 미스 사라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못 들은 척하더라고. 나는 내 입으로 넘어가는 음식이 모두 목에 걸리는 것만 같았고, 내게서 용기란 용기는 모조리 빠져나가 버렸어. 나중에는 내가 마치 끈끈이에 잡힌 딱한 파리 같은 기분이 다 들었지. 길버트, 난 정말로 도저히 이 왕족을 정복할 수도 때려 부술 수도 없어. 새해에는 사직당하고 마는 내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 난 이 일가를 상대로 싸워서 이겨낼 재간이 없다고.
그런데 난 이 집을 둘러보면서 이 두 할머니가 좀 안됐다는 생각도 들었어. 이 집에서도 한때는 생명이 태어나고 떠나기도 하면서 사람이 살았겠지. 기쁨으로 넘쳤던 시간도 있었을 것이고, 절망, 두려움, 즐거움, 사랑, 희망, 미움이 오갔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누군가 살았었다는 기억 외에는. 그리고 그들의 자부심과 함께 말이야.

채티 아주머니는 오늘 굉장히 기분이 나쁘셔. 내 침대에 새 침대보를 깔 때 보니까 가운데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주름이 잡혀 있더래. 그건 집안에 누가 죽는다는 징조라는 거야. 케이트 아주머니는 그런 미신에 아주 진절머리를 치시지. 하지만 난 미신을 믿는 사람들이 좋아. 그런 사람들은 삶을 더 흥미롭게 해주거든. 이 세상이 전부 현명하고 분별력 있는, 그리고 좋은 사람들로만 꽉 차 있다면 살기가 얼마나 무료하겠어? 할 얘기도 별로 없지 않을까?
이틀 전에는 이 집에 재앙이 있었어.더스티 밀러가 밤새 나가 들어오지 않았거든. 레베카 듀가 뒤뜰에 나가 귀청이 터져라 “괭이야!” 하고 불러댔는데도 나타나지 않았거든. 아침이 되어서야 나타났는데, 오, 그 고양이 꼴을 보았어야 해. 눈 하나는 완전히 감겨졌고 턱에는계란만 한혹이 나 있었어. 털은 진흙이 묻어서 온통 다 뻣뻣하게 일어섰고.앞발하나도 물어 뜯겼더라고. 하지만 그 하나 남은 눈에 담긴 의기양양한 표정이라니! 후회하는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었어. 두 미망인은 모두 정신이 나가버렸지만 레베카 듀는 아주 고소하다는 듯 외쳤어. “이 고양이가 평생 처음으로 싸움다운 싸움을 한번 해봤구먼. 상대 고양이는 더스티보다 훨씬 더 비참한 꼴일 게 틀림없어!”
오늘 밤엔 안개가 항구를 슬금슬금 뒤덮어 꼬마 엘리자베스가 탐험하고 싶어 하는 빨간 길을 감춰버렸어. 집집 뜰마다 잡풀이며 낙엽을 태우느라 연기와 안개가 뒤섞여 ‘도깨비 길’은 요기가 서린 환상적인 곳으로 변해버렸지. 밤은 깊어서 내 침대는 “여기로 와 그만 자야죠!” 하고 말해. 난 이제 이동식 발판을 딛고 침대로 올라가고 내려오는 일에도 아주 익숙해졌어. 오, 길버트,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감추고 있기에는 너무나 우스운 얘기가 있어. 내가 ‘윈디 포플러’에서 처음으로 눈을 뜬 날 아침에 난 이 발판을 깜빡하고 아무 생각 없이 침대에서 풀쩍 뛰어 내려버렸어. 물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굴러버렸지. 레베카 듀가 봤더라면 벽돌장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고 했을 거야. 천만다행으로 뼈는 부러지지 않았지만 시퍼렇게 든 멍이 일주일이나 갔어.
꼬마 엘리자베스와 나는 이제 아주 좋은 친구가 되었어. 그 여자는 레베카 듀 말로는 기관지염으로 몸져누웠대. 그래서 엘리자베스가 매일 오후마다 우유를 받으러 와. 나는 항상 담장 쪽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 아이를 만나지. 그 애의 커다란 눈에는 석양이 가득 담겨 있어. 우리는 몇 년 동안이나 열린 적이 없는 문가에 서서 이야기를 나눠. 엘리자베스는 우리 대화를 좀 더 길게 하려고 우유를 가능한 한 천천히 마시지.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마시고 나면 언제나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와.
엘리자베스에게 내일이 오면 일어날 일 중 하나는 아빠한테 편지를 받는 일이래. 아직 아빠한테 한 번도 편지를 받은 적이 없대. 나는 그 아빠란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말 궁금해.
“있잖아요, 셜리 선생님. 우리 아빠는 절 도저히 볼 수가 없대요. 하지만 그래도 편지는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가 말했어.
“아빠가 널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을 누가 했지?”
나는 화가 나서 물었지.
“그 여자요(엘리자베스가 그 여자라고 말할 때마다 난 온통 각지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몸집이 큰 무섭게 생긴 여자를 떠올리게 돼). 그 말은 사실일 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아빠가 왜 가끔씩이라도 절 보러 오지 않았겠어요.”
그 애는 그날베스가 되었어.베스가 되는 날은 언제나 아빠 얘기를 하거든. 베티가 되는 날엔 할머니와 그 여자를 등 뒤에서 노려봐. 하지만 엘시가 되는 날엔 그런 일을 후회하고 그 일을 고백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너무 겁나는 일이야. 엘리자베스가 되는 날은 아주 드물어. 요정의 노랫소리를 들은 얼굴이 되는 때거든. 장미와 클로버가 나누는 얘기 소리도 들려오고. 그 아이는 정말이지 특별한 아이야, 길버트. 바람에 가지가 살랑거리는 미루나무 가지만큼이나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라고. 그래서 난 이 아이를 사랑해. 그 두 끔찍한 노부인들이 아이를 컴컴한 곳에서 자게 한다는 걸 생각하면 너무나 화가 나 참을 수 없어.
“그 여자는 제가 불을 켜두지 않아도 잘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컸대요. 하지만 전 아주 작은 아이처럼 생각되는걸요, 셜리 선생님. 밤은 너무나 크고 무섭잖아요. 그리고 제 방에는 박제된 까마귀가 있어서 무서워요. 그 여자는 제가 울면 그 까마귀가 제 눈을 파먹어버릴 거라고 했어요. 물론 그 말을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무서워요, 셜리 선생님. 밤에는 모든 것들이 서로 속삭여요. 하지만 내일이 되면 전 아무것도 무섭지 않을 거예요. 유괴되는 일이 있어도요!”
“네가 유괴당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엘리자베스.”
“그 여자가 제가 혼자 어디를 가거나, 낯선 사람하고 얘기하면유괴당한댔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낯선 사람이 아니에요, 그렇죠, 셜리 선생님?”
“그럼, 아니지. 우리는 내일에서 항상 서로 알고 지낸 사람인걸.” 내가 말했어.
9. 1759년 8월 1일 ‘7년 전쟁’ 중 영국과 독일 연합군이 프랑스군과 맞서 싸워 승리를 거둔 전투.
10. 토머스 셰러턴(Thomas Sheraton, 1751~1806): 영국의 가구 디자이너.
11. 여자의 속옷으로, 스커트 밑에 받쳐 입는 속치마.





4




서머사이드, 도깨비 길, 윈디 포플러
11월 10일

내 사랑 길버트에게,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미운 사람은 내 펜촉을 망쳐놓는 사람이야. 하지만 레베카 듀는 미워할 수가 없어. 내가 학교에 가고 없을 때마다 내 펜으로 요리법을 적느라 내 펜촉을 망가뜨려 놓아도. 오늘도 레베카가 그런 짓을 했으니, 길고 애정에 넘치는 편지를 쓰기는 불가능해.
귀뚜라미는 올 한해 부를 노래를 다 불러버렸어. 이제 저녁때가 되면 너무 오슬오슬해서 내 방에 통통한 달걀 모양의 작은 장작 난로를 들여놨어. 레베카 듀가 이 난로를 들여놔 줘서 난 내 펜 망친 걸 용서해주기로 했지. 레베카는 못 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여자야. 내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나를 위해 항상 불을 지펴줘. 이 난로는 아주 작아서 내 손으로도 집어 들 수 있어. 꼭 네 개의철제안짱다리를 가진 작고 씩씩한 검은 개처럼 생겼어. 하지만 장작을 넣어주면 장밋빛 붉은색으로 타올라서 방 안을 금방 따뜻하게 덥혀주어 얼마나 아늑한지 몰라. 난 지금 난로 앞에 앉아서 내 발을 그 작은 난로 위에 얹어놓고 무릎 위에서 편지를 쓰고 있어.

서머사이드 사람들은 모두 하디 프링글의 댄스파티에 갔어. 그런데 난 초대받지 못했어. 그 일로 레베카 듀는 무척 화가 나서더스티 밀러한테 그 화풀이를 다 하고 있어. 하지만 하디의 딸인, 예쁘지만한없이멍청한 아이인 미라를 생각하면 너무나 우스워서 프링글 일가 전체를 다 용서해주고 싶은 마음이 돼. 지난번 시험에서 그 애가 이등변삼각형의 두 밑변의 천사12)는 같다는 사실을 증명한 한 답안이 얼마나 기가 막혔던지. 미라는 지난주에도 나무의 종류를 적으라고 했더니 나무 목록에 아주 진지하게 교수대13)까지 적어놨더라! 그렇지만 공평하게 말하면, 프링글 아이들만 그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건 아니야. 지난번에 블레이크 펜튼은 악어가 ‘커다란 곤충의 일종’이라고 정의했어. 이런 게 바로 교사 생활의 하이라이트 아니겠어!
오늘 밤에는 눈이 내릴 것 같아. 나는 오늘 저녁처럼 눈이 내릴 것 같은 날이 좋아. ‘작은 탑과 나무’ 사이로 바람이 불면 내 아늑한 방이 더욱더 아늑한 느낌이 들거든. 미루나무에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노란 잎사귀도 오늘 밤이면 떨어져 버릴 거야.
이젠 내 학생들 집 중에서 초대받지 않은 집이 없어. 시내 사는 학생 집이건 시골 사는 아이 집이건. 오, 길버트, 난 이제호박 설탕절임이라면 진절머리가 나! 우리 꿈의 집에서는 절대, 절대로호박 설탕절임을 먹자고 하지 말아줘.
지난달에 내가 방문한 집 어디서나 그걸 내놓았어. 처음 먹을 때는 아주 좋아했지. 황금빛을 띤호박 설탕절임을 먹는 기분이 꼭햇빛 설탕절임을 먹는 것 같았거든. 아무 생각 없이 아주 맛있게 한 그릇을 비워버렸어. 그랬더니 내가호박 설탕절임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소문이 나서 내가 가는 집마다 일부러 그걸 준비했던 거야. 어젯밤에는 해밀턴 씨 댁엘 가기로 되었어. 레베카 듀가 해밀턴 씨네 식구는 아무도호박 설탕절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 집에서라면 그 지겨운 걸 먹지 않아도 될 거라고 했어. 하지만 모두들 식탁에 앉자마자 유리그릇에 가득 담긴호박 설탕절임이 나왔어!

“우리 집에선 이걸 만들지 않아요. 하지만 선생님이 이걸 아주 좋아하신다는 말을 듣고 지난 일요일에 로우벨에 사는 우리 사촌네 집에 가서 좀 얻어왔죠. 우리 사촌에게 이번 주에 셜리 선생님을 저녁에 초대하려고 하는데 선생님이 호박 설탕 절임을 아주 좋아하신다니 한 단지만 좀 빌려달라고 부탁해서 얻어왔어요. 드시고 남은 것은 집으로 가져가세요.”
해밀턴 부인이 내 접시에 호박 설탕 절임을 가득 담아주며 말했어.
내가 해밀턴 씨 집에서호박 설탕절임이 절반도 훨씬 더 넘게 담긴 유리 항아리를얻어 들고집으로 돌아왔을 때 레베카 듀의 표정이 어땠는지 알아? 이 집에는 아무도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우린 어두워지기를 기다려 그것을 정원에 묻어버렸다고.
“이것을 이야기로 쓰지는 않겠죠?”
레베카는 아주 걱정스럽게 내게 물었어. 내가 가끔씩 잡지에 소설을 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레베카 듀는 내가 ‘윈디 포플러’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이야기로 써 버릴까 봐 두려움에 떨어. 아니 희망을 안고? 그 둘 중에 뭔지는 잘 모르겠어. 레베카 듀는 나더러 프링글 사람들 얘기를 써서 그 사람들이 마음 놓고 살지 못하도록 해 달래. 그러나 이를 어째! 오히려 프링글 사람들 쪽에서 나를 마음 놓고 살지 못하게 하잖아. 난 그 집안과 학교 일로 너무 신경을 쓰느라 소설 쓸 시간 같은 건 전혀 낼 수도 없어. 이제는 정원 나무들도 모두 파리해졌고 나뭇잎도 모두 시들어버렸어. 레베카 듀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장미를 짚으로 감싼 후 감자 부대를 덮어줬어. 해 질 녘에 보면 꼭 꼽추 노인들이 지팡이를 짚고 나란히 서 있는 것처럼 보여. 오늘 키스를 나타내는 X자 표시를 열 개나 쓴 데이비의 엽서를 받았어. 프리실라의 편지도 받았는데, 그 편지지는 일본에 사는 친구가 보내준 것이래. 실크처럼 얇은 종이에 활짝 핀 벚꽃이 유령처럼 흐릿하게 찍혀 있었어. 난 왠지 그 프리실라의 친구라는 사람이 좀 으스스하게 느껴져. 하지만 네가 보내준 두꺼운 편지는 오늘 내게 가져온, 가장 좋은 자줏빛선물이야. 나는 네 편지를 네 번이나 읽으면서 마치 강아지가 접시를 싹싹 핥듯이 글자 한 자 한 자를 음미했어. 절대로 낭만적인 비유는 아니지만 바로 그런 생각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지 뭐야. 하지만 아무리 반갑고 좋은 편지여도 난 만족스럽지 않아. 나는 네가 보고 싶으니까. 이젠 크리스마스 방학까지 5주만 기다리면 되는구나, 너무 기뻐!
12. ‘이등변삼각형의 두 밑각의 크기는 같다’에서 각(angle)의 철자를 천사(angel)로 잘못 쓴 실수.
13. 교수대(gallows tree)라는 말에 나무(tree)가 들어가 있어서 저지른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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