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9~10

나단비 | 2024.02.02 13:06:49 댓글: 0 조회: 140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5000
제9장 들쥐 여왕


“노란 벽돌 길은 멀지 않을 거야. 강물에 떠내려간 거리만큼 왔으니까.”
허수아비가 도로시 옆에 서서 말했다.
양철 나무꾼은 대답하려다가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이음매로 연결된 머리통은 수월하게 돌아갔다). 이상한 동물이 풀밭 위를 달려 그들 쪽으로 오고 있었다. 덩치가 큰 노란 살쾡이를 본 나무꾼은 살쾡이가 귀를 바짝 눕히고 입을 벌린 걸 보면 뭔가를 쫓고 있다고 생각했다. 흉측한 이빨이 다 드러났고, 두 개의 빨간 눈이 불덩이처럼 번들거렸다. 살쾡이가 더 가까이 왔을 때 양철 나무꾼은 그 앞에서 달아나는 회색 들쥐를 보았다. 나무꾼은 심장이 없었지만, 살쾡이가 이렇게 귀엽고 순한 동물을 죽이려 하는 것은 잘못임을 알았다.
그래서 나무꾼은 도끼를 들었고, 살쾡이가 앞으로 지나갈 때 얼른 머리통을 뚝 잘랐다. 몸통에서 떨어진 머리통이 두 동강 난 채 그의 발 아래로 굴러왔다.
적이 사라지자 들쥐는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나무꾼에게 다가오면서 짹짹대는 소리로 말했다.
“아, 고마워요! 목숨을 구해줘서 정말 감사해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난 심장이 없어서, 친구가 필요한 이들은 누구나 도와주려고 해요. 쥐 한 마리라고 해도.”
양철 나무꾼이 말했다.
“쥐 한 마리라니? 난 여왕이라고! 모든 들쥐의 여왕인데!”
들쥐가 화를 냈다.

“아, 그렇군요.”
양철 나무꾼이 절을 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이 내 목숨을 구한 것은 용기 있는 일이었을 뿐 아니라 훌륭한 행동이었어요.”
들쥐 여왕이 말했다.
그 순간 들쥐 몇 마리가 짧은 다리로 부지런히 그들을 향해 달려오더니, 여왕을 보자 환호했다.
“아, 폐하. 저희는 폐하께서 죽임을 당하신 줄 알았습니다! 어떻게 큰 살쾡이를 피하셨습니까?”
들쥐들은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몸을 굽혀 여왕에게 절했다.
 
여왕이 대답했다.
“이 괴상한 양철 인간이 살쾡이를 죽이고 내 목숨을 구해주었다. 그러니 앞으로 너희 모두 이분을 섬기고 작은 지시에도 복종해야 한다.”
“그러겠습니다!”
쥐들이 찍찍대는 소리로 합창했다. 그러더니 쥐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토토가 잠에서 깨어 주위의 쥐들을 보고는, 신이 나서 짖어대며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토토는 캔자스에 살 때 늘 쥐를 쫓는 것을 좋아했으므로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양철 나무꾼이 토토를 집어서 꼭 안고 쥐들에게 소리쳤다.
“돌아와요! 돌아오라고요! 토토가 해치지 않을 거예요.”
이 말에 들쥐 여왕은 풀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풀 죽은 소리로 물었다.
“정말로 개가 우리를 물지 않을까요?”
“못 그러게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양철 나무꾼이 대답했다.
쥐들이 한 마리씩 기어 나왔고, 토토는 나무꾼의 품에서 벗어나려 버둥댔지만 다시 짖지는 않았다. 나무꾼의 몸이 양철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토토는 그를 물었을 터였다. 마침내 덩치가 가장 큰 쥐가 말했다.

“저희 여왕님의 생명을 구해주신 대가로 저희가 해드릴 일이 있을까요?”
“떠오르는 게 없네요.”
나무꾼이 말했다. 하지만 생각하려 해도 지푸라기로 머리가 채워져 그러지 못하는 허수아비가 얼른 대꾸했다.

“아, 있어요. 우리 친구 겁쟁이 사자를 구해주면 되겠네요. 사자는 양귀비 꽃밭에서 자고 있거든요.”
“사자라니! 그가 우리를 다 삼켜버릴 텐데.”
들쥐 여왕이 말했다.
“아, 아니에요. 그 사자는 겁쟁이인걸요.”
허수아비가 대답했다.
“정말인가요?”
여왕이 물었다.
“스스로 그렇게 말하지요. 또 우리 친구를 해치지 않을 거고요. 우리가 그를 구하도록 도와준다면, 사자는 당신들에게 친절하게 대할 거예요.”
허수아비가 장담했다.
“알겠어요. 당신 말을 믿어보죠. 그런데 어떻게 해야 되나요?”
여왕이 말했다.
“여왕님을 받들어 명령대로 따르는 쥐가 많은가요?”
“아, 그럼요. 수천 마리지요.”
여왕이 대답했다.
“그러면 얼른 그들을 모두 여기로 불러주세요. 각자 끈 하나씩을 가져오게 하고요.”
여왕은 시종 쥐에게 몸을 돌려 얼른 백성들을 모이게 하라고 말했다. 쥐들은 여왕의 명을 듣자마자 사방에서 달려왔다.
허수아비가 양철 나무꾼에게 말했다.
“이제 너는 강가의 숲으로 가서 사자를 싣고 올 수레를 만들어줘.”
나무꾼은 당장 숲으로 가서 일을 시작했다. 그는 나뭇잎과 잔가지를 쳐낸 가지로 수레를 만들었다. 나무못으로 가지를 연결하고, 큰 나무의 밑동을 짧게 잘라 네 바퀴로 삼았다. 그는 빠른 속도로 솜씨 좋게 잘 만들었으므로 쥐들이 도착하기 시작할 즈음에는 수레가 준비되었다.
쥐들이 사방에서 몰려와 곧 수천 마리가 모였다. 덩치가 큰 쥐, 작은 쥐, 중간 쥐 할 것 없이 각자 입에 끈을 물고 있었다. 이즈음 도로시가 긴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풀밭에 누워 있던 도로시는 쥐가 수천 마리 모여서 온순하게 바라보고 있는 광경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허수아비가 그간의 일을 다 말해주고, 위엄 있는 모습의 들쥐 여왕에게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여왕님께 친구를 소개하게 해주십시오, 폐하.”
도로시가 얌전하게 고개를 숙이자 여왕도 인사를 받았다. 여왕은 도로시를 다정하게 대해주었다.
허수아비와 나무꾼은 끈을 이용해서 쥐들을 수레에 연결하기 시작했다. 끈의 한쪽 끝을 쥐의 목에 매고, 다른 끝은 수레에 맸다. 물론 수레는 쥐보다 천 배쯤 컸지만, 쥐들이 다 같이 끌면 수레를 쉽게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이 수레에 앉자 쥐들은 말처럼 수레를 끌고 사자가 자는 곳으로 향했다.
사자가 무거워서 한참 끙끙거린 뒤에야 겨우 사자를 수레에 태울 수 있었다. 그러자 여왕은 얼른 쥐들에게 출발하라고 명령했다. 양귀비 꽃밭에 너무 오래 있으면 쥐들마저 잠들까봐 걱정스러워서였다.
처음에는 쥐들이 수가 많기는 해도 무거운 사자를 실은 수레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나무꾼과 허수아비가 뒤에서 밀자 수레를 끌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곧 그들은 사자를 밀고 양귀비 꽃밭을 지나 푸른 들판으로 갔다. 그곳에서 사자는 독성이 심한 꽃향기 대신 다시 향긋하고 싱그러운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었다.
도로시가 그들을 만나러 와서 친구를 죽음에서 구해주어 고맙다고 인사했다. 도로시는 그동안 사자를 좋아하게 되였으므로, 그가 구조되자 기뻤다.
그러자 쥐들은 수레에서 몸을 풀고, 풀밭을 지나 집으로 조르르 달려갔다. 들쥐 여왕은 쥐들이 다 가도록 남아 있었다.

여왕이 말했다.

“다시 우리가 필요할 때는 들판에 와서 불러요. 우리가 그 소리를 듣고 와서 도와줄게요. 잘 가요!”

“잘 가요!”
일행이 함께 외쳤고, 들쥐 여왕은 가버렸다. 도로시는 토토가 여왕을 쫓아가서 겁주지 못하도록 개를 꼭 안았다.
그후 그들은 사자가 깰 때까지 그의 옆에 앉아 있었다. 허수아비가 근처 나무에서 과일을 따왔고, 도로시는 과일로 저녁 식사를 마쳤다.



제10장 수문장 


겁쟁이 사자는 오랫동안 양귀비 꽃밭에서 치명적인 향기를 맡은 탓에 정신을 차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눈을 뜨고 몸을 뒤척여 수레에서 내려오고 나서, 자신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알고 굉장히 기뻐했다.
사자는 앉은 자세로 하품을 하며 말했다.
“있는 힘껏 달렸지만 꽃들이 너무 억세서 뚫고 나가기 어려웠어. 어떻게 나를 데리고 온 거야?”
그러자 친구들은 들쥐 이야기며, 쥐들이 그를 죽음에서 구해준 사연을 들려 주었다. 겁쟁이 사자는 웃으면서 말했다.
“항상 내가 굉장히 크고 무시무시하다고 생각했는데, 꽃처럼 작은 것 때문에 죽을 뻔하고, 쥐처럼 작은 동물들이 내 목숨을 구해주다니. 정말 이상하기도 하지! 그런데 친구들, 이제 어쩌지?”
 
도로시가 말했다.
“노란 벽돌 길을 다시 찾을 때까지 계속 걸어야 해. 그러면 에메랄드 시로 갈 수 있을 거야.”
사자가 기운을 차리고 예전처럼 회복되자 일행은 여행을 시작했다. 부드럽고 싱그러운 풀밭을 지나는 것은 무척 즐거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란 벽돌 길에 도착했다. 그들은 다시 위대한 오즈가 사는 에메랄드 시로 향했다.
길은 걷기 좋게 포장되어 있었고, 시골 풍경은 아름다웠다. 숲에서 벗어나게 되어 어두운 그늘에서 만났던 여러 위험과 멀어진 것이 기뻤다. 다시 길가에 세워진 울타리가 눈에 들어왔지만, 이번에는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그러다가 작은 집에 다다랐다. 농부가 사는 듯한 이 집도 초록색이었다. 오후에 그들은 이런 집 몇 채를 지나쳤다. 가끔 사람들이 문간에 나와서 그들에게 질문이라도 할 듯이 쳐다보았다. 하지만 커다란 사자가 무서워서, 그들에게 다가오거나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주민들은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초록색 옷을 입고, 뭉크킨들처럼 끝이 뾰족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도로시가 말했다.
“여긴 틀림없이 오즈의 땅일 거야. 우리는 에메랄드 시에 가까이 있는 거야.”
허수아비가 대답했다.
“맞아. 여긴 뭐든 초록색이군. 뭉크킨 나라는 파란색이었잖아. 하지만 이들은 뭉크킨들처럼 다정해 보이지는 않네. 밤을 보낼 만한 곳을 못 찾을 것 같아 걱정이야.”
“과일 말고 다른 걸 먹고 싶은데. 또 토토도 굶어죽을 지경일 거고. 우리 다음 집에 들러서 말을 걸어보자.”
도로시가 말했다.
그들이 큰 농가 앞에 이르자 도로시가 용감하게 문을 두드렸다. 한 여성이 문을 살짝 열고 말했다.
“왜 그러니, 얘야? 그런데 커다란 사자하고는 왜 같이 있는 거냐?”

“허락해 주시면 저희가 댁에서 밤을 보냈으면 해서요. 사자는 제 친구고 길동무랍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해치지 않을 거예요.”
도로시가 대답했다.
“사자가 온순하니?”
부인이 문을 조금 더 열면서 물었다.

“네, 그럼요. 게다가 굉장히 겁쟁이에요. 아줌마가 사자를 무서워하는 것보다 사자가 아줌마를 더 무서워할걸요.”
소녀가 말했다.
부인은 좀 더 생각해보고, 사자를 한 번 더 쳐다보고 나서 말했다.
“그렇다면 들어와도 좋다. 내가 저녁밥이랑 잠자리를 마련해주마.”
그래서 다들 집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부인 외에 두 명의 아이와 성인 남성 한 명이 있었다. 남자는 다리를 다쳐서 구석의 소파에 누워 있었다. 가족은 이상한 손님들을 보고 깜짝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아줌마가 상을 차리느라 분주한 사이 남자가 물었다.
“다들 어디 가는 길이니?”
“에메랄드 시에 위대한 오즈를 만나러 가요.”
도로시가 대답했다.
“아, 그렇구나! 오즈가 너희를 만나줄까?”
남자가 물었다.
“안 만나줄 이유라도 있나요?”
도로시가 물었다.
“그 마법사는 아무도 자기 옆에 오지 못하게 한다는 말이 있거든. 나도 에메랄드 시에 몇 번 가봤는데, 아름답고 멋진 곳이지만 위대한 오즈를 만나도 좋다는 허락은 못 받았지. 그를 봤다는 사람도 만난 적이 없고.”

남자가 대답했다.
“오즈는 밖에 나오지 않나요?”
허수아비가 물었다.
“그래, 절대로. 언제나 궁전의 큰 알현실에 있고, 시중드는 사람들도 직접 보지 못한다더라.”
“오즈가 어떻게 생겼는데요?”
도로시가 물었다.
남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그건 말하기 힘들지. 오즈는 위대한 마법사여서 뭐든 원하는 형태로 변할 수 있어. 어느 날에는 새로 보였다가 잠시 후에는 코끼리로 변하기도 하지. 어떤 날은 고양이로 변신하고.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요정이나 브라우니(밤에 나타나서 농가의 일을 도와준다는 작은 요정-옮긴이)나 원하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지. 하지만 누가 진짜 오즈고, 언제 원래의 모습으로 있는지 누구도 구분하지 못한단다.”
“정말 이상하네요. 그래도 저희는 어떻게든 그를 만나려고 노력해야 해요. 안 그러면 우리 여행이 헛수고가 되어버리니까요.”
도로시가 말했다.
“왜 무시무시한 오즈를 만나고 싶어하는데?”
남자가 물었다.
“오즈가 저한테 뇌를 주면 좋겠어요.”

허수아비가 열띤 어조로 대답했다.
“그래, 오즈라면 쉽게 그럴 수 있겠지. 필요한 것 이상의 뇌를 가졌으니.”
“저는 심장을 받고 싶어요.”
양철 나무꾼이 말했다.
“오즈라면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 오즈는 갖가지 크기와 모양의 심장들을 많이 갖고 있으니까.”
남자가 대답했다.
겁쟁이 사자가 말했다.
“저는 오즈한테 용기를 얻고 싶어요.”
“오즈의 알현실에는 커다란 용기 항아리가 있단다. 용기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단지에 금판을 덮어두었지. 오즈는 기꺼이 용기를 나눠줄 거다.”
아저씨가 말했다.
“그리고 저는 오즈가 저를 캔자스로 보내주면 좋겠어요.”
“캔자스가 어딘데?”
남자가 놀라서 물었다.
도로시는 서글프게 대답했다.
“그건 모르지만, 거기가 제 집이에요. 틀림없이 어딘가 있을 거예요.”
“그렇겠지. 그래, 오즈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 그러니 그가 캔자스를 찾아줄 거야. 하지만 먼저 오즈를 만나야 하는데, 그게 힘든 일이겠구나. 위대한 마법사는 아무도 안 만나고 평소에는 혼자서 지내는 것 같으니까. 그런데 너는 원하는 게 뭐지?”
그가 토토에게 말을 걸었다. 토토는 꼬리만 살랑거릴 뿐이었다. 이상한 얘기지만 토토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때 부인이 식사가 준비되었다고 불러서, 일행은 식탁에 모여 앉았다. 도로시는 맛있는 죽과 스크램블드에그와 흰 빵 한 접시를 맛있게 먹었다. 사자는 죽을 맛봤지만 그의 입에는 맞지 않았다. 그는 죽이 귀리죽이라며 귀리는 사자가 아니라 말이나 먹을 음식이라고 말했다.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토토는 음식을 골고루 조금씩 먹었고, 다시 식사하게 되어 기뻐했다.

부인이 도로시에게 잠자리를 마련해주자 토토가 곁에 누웠고, 사자는 도로시가 방해받지 않도록 문을 지켰다.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은 구석에 서서 조용히 밤을 지냈다. 물론 그들은 잘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뜨자마자 일행은 길을 나섰고, 곧 하늘에서 아름다운 초록색 빛을 보았다.
“틀림없이 에메랄드 시일 거야.”
도로시가 말했다.
그들이 계속 걸어가자 초록빛은 점점 환해졌고, 마침내 목적지에 가까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오후가 되어서야 도시를 둘러싼 거대한 벽에 다다랐다. 성벽은 높고 두꺼웠으며, 밝은 초록색이었다.
일행의 앞으로, 노란 벽돌 길 끝에 큰 문이 있었다. 문에 박힌 에메랄드가 햇빛을 받아 어찌나 반짝이던지 눈을 그려넣은 허수아비까지도 그 반짝임에 눈이 부셨다.
문 옆에 종이 있어서 도로시가 단추를 누르자 종 안에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큰 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 안으로 들어가보니 천장이 높은 아치로 된 방이었다. 사방 벽에 촘촘히 박힌 에메랄드가 반짝거렸다.
그들 앞에 뭉크킨 사람들만 한 작은 사람이 서 있었다. 사내는 머리부터 발끝가지 초록색 옷을 입었고, 피부도 초록 빛깔이었다. 사내 옆에는 커다란 초록색 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가 도로시와 친구들을 보더니 물었다.
“에메랄드 시에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위대한 오즈님을 만나러 왔는데요.”
도로시가 대답했다.
사내는 도로시의 말에 깜짝 놀라더니, 주저앉아 생각에 잠겼다.
그가 당황해서 고개를 저으며 중얼댔다.
“누구에게 오즈님을 만나게 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지 오래됐거든요. 오즈님은 강하고 무시무시해서, 어리석거나 허튼 일 때문에 위대한 마법사의 지혜로운 생각을 방해한다면 당장 화를 내고 당신을 없애버릴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어리석거나 허튼 일 때문이 아니라 중요한 일로 찾아왔어요. 또 오즈님이 선한 마법사라는 얘기를 들었고요.”
허수아비가 대꾸했다.
초록 사내가 말했다.
“그거야 그렇죠. 또 오즈님은 에메랄드 시를 현명하게 잘 다스리세요. 하지만 정직하지 않거나 호기심 때문에 찾아온 사람들은 무시무시하게 대하시거든요. 그래서 감히 그분을 직접 뵙겠다고 청하는 사람이 없답니다. 나는 수문장이고, 당신들이 위대한 오즈님을 뵙기를 청하니 오즈님의 궁전으로 데려가야겠군요. 하지만 먼저 안경을 써야 합니다.”
“왜요?”
도로시가 물었다.

“안경을 쓰지 않으면 에메랄드 시의 광채에 눈이 멀게 돼요. 이곳에 사는 주민들도 밤낮으로 안경을 쓰고 있어요. 오즈님이 처음 도시를 지을 때 명령하셨기 때문에 다들 안경을 착용하고 있죠. 안경을 벗을 수 있는 열쇠는 오직 나만 갖고 있어요.”
수문장이 들고 있던 큰 상자를 열었고, 도로시는 안에 든 다양한 크기와 온갖 모양의 안경을 보았다. 안경알은 모두 초록색이었다. 수문장은 도로시에게 맞을 만한 안경을 골라서 씌워주었다. 안경에 달린 금색 띠 두 개가 뒤통수에서 만나, 한데 여며져 열쇠로 잠겼다. 쇠줄 끝에 달린 작은 열쇠는 수문장이 목에 매달고 다녔다. 열쇠를 잠그자 도로시는 안경을 벗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지만, 에메랄드 시의 광채에 눈이 머는 것은 원치 않았기에 잠자코 있었다.
수문장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 토토에게도 안경을 씌워주었다. 그리고는 모두 열쇠로 안경을 단단히 잠갔다.
그러고 나서 수문장은 자기도 안경을 쓰더니 궁전으로 데려갈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벽에 달린 못에서 커다란 금색 열쇠를 빼서 다른 문을 열었다. 일행은 수문장을 따라 현관을 지나 에메랄드 시의 거리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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