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0

단차 | 2023.12.14 02:33:19 댓글: 0 조회: 197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29022
10

바닷가재의 카드리유


가짜 거북이는 한숨을 내쉬더니 한쪽 지느러미로 눈을 가렸다.

앨리스에게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하다가 목이 메이는지 잠시 흐느껴 울었다.

"목에 가시가 걸렸나 봐."

그리핀이 가짜 거북이의 등을 두들겨 주자 목이 풀린 가짜 거북이가 뺨 위로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넌 바닷속에서 살아 본 적이 없지?"

"네, 맞아요."

앨리스가 대답했다.

"그러면 바닷가재와 인사를 나눠 본 적도 없겠구나?"

"먹어 본 적은......." 하고 말하려다 황급히 입을 다물고 "네, 절대 없어요." 라고 대답했다.

"그러니 바닷가재가 추는 카드리유가 얼마나 재미있는 춤인지 알 길이 없겠지!"

"춤이오? 어떤 춤인데요?"

그리핀이 대답했다.

"그 춤은 먼저 해변을 따라 길게 한 줄로 늘어서서......."

"두 줄이야! 물개, 거북이, 연어 등을 줄 지어 세우고 일단은 해파리를 치워야 해."

가짜 거북이가 소리치며 말했다.

"그런데 시간이 좀 걸리지."

그리핀이 끼어들었다.

"두 발짝 앞으로 가서 각자 바닷가재와 짝이 되는 거야!"

그리핀이 소리쳤다.

"그래. 두 발짝 앞으로, 파트너와 짝을 지어......."

가짜 거북이가 말했다.

"바닷개재를 바꾸고 같은 식으로 물러나고."

그리핀이 말을 이었다.

"그런 다음 내던지는 거지."

가짜 거북이가 말했다.

"바닷가재를 말이야! 가능한 한 아주 멀리......."

그리핀이 하늘 높이 뛰어오르며 소리쳤다.

"그러고 나선 바닷가재를 따라 헤엄을 치는 거야. 물속에서 재주넘기를 하면서......."

가짜 거북이가 신이 나 소리쳤다.

"이제 다시 바닷가재를 바꾸고!"

그리핀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육지로 되돌아오면 첫 동작이 끝나는 거야."

갑자기 가짜 거북이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신이 나 펄쩍펄쩍 뛰던 가짜 거북이와 그리핀은 조용해지더니 슬픈 표정으로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아주 멋진 춤일 것 같아요."

앨리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춤인지 보여 줄까?"

가짜 거북이 물었다.

"네! 무척 보고 싶어요."

앨리스가 대답했다.

"그리핀, 한 바퀴 춤을 춰 볼까? 바닷가재 없이도 할 수 있을 거야. 노래는 누가 부를까?"

가짜 거북이가 그리핀에게 물었다.

"노래는 네가 불러. 난 다 잊어버렸거든."

그리핀이 말했다.

그리고 가짜 거북이와 그리핀은 앨리스 주위를 돌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앨리스 주위를 너무 가깝게 돌다 발을 밟기도 하고, 때로는 박자를 맞추며 앞발을 흔들거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가짜 거북이는 느리고 슬픈 노래를 불렀다.

"좀 더 발리 걸을 수 없니?"

대구가 달팽이에게 말했네.

돌고래가 우리 뒤에 바짝 다가와 꼬리를 밟으려 하고 있어.

바닷가재와 거북이가 얼마나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는지 보렴.

다들 해변 자갈밭에 앉아 너를 기다리고 있어.

네가 와서 함께 춤추기를 말이야.

춤을 추자. 춤을 추지 않을래? 우리 함께 춤을 추자.

춤을 추자. 춤을 추지 않을래? 우리 함께 춤을 추자.


"바닷가재와 함께 바다로 내던져지면

얼마나 신이 나는지 넌 정말 모를 거야."

하지만 달팽이는 눈을 흘기며 대답했네.

"너무 멀어. 너무 멀다고!"

대구에게 친절하게 대해 줘서 고맙지만

춤은 추지 않겠다고 말했네.

춤을 추자. 춤을 추지 않을래? 우리 함께 춤을 추자.

춤을 추자. 춤을 추지 않을래? 우리 함께 춤을 추자.


"저 멀리 가면 왜 안 되는데?"

비늘 있는 친구가 말했네.

"저 건녀편에는 또 다른 해변이 있어."

영국에서는 더 멀지만 프랑스에서는 더 가까워.

그러니 사랑스러운 달팽이야!

두려워 말고 함께 춤을 추자.

춤을 추자. 춤을 추지 않을래? 우리 함께 춤을 추자.

춤을 추자. 춤을 추지 않을래? 우리 함께 춤을 추자.


"고마워요. 정말 인상 깊은 춤이었어요. 그리고 대구에 대한 노래도 아주 좋았어요."

앨리스는 노래가 끝나자 기뻐하며 말했다.

"물론 대구는 본 적이 있겠지?"

가짜 거북이가 물었다.

"그럼요. 종종 만찬 때 그런 곳에서......."

앨리스는 말끝을 흐렸다.

"'만찬 때'가 어디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구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안단 말이지."

가짜 거북이가 말했다.

"꼬리를 입속에 넣고 온 몸에 빵가루를 듬뿍 묻히고 있어요."

앨리스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빵가루는 아니야. 바닷물에 금세 씻겨 버리거든. 하지만 꼬리를 입에 물고 있기는 해. 왜냐하면......."

가짜 거북이는 얘기를 하다 말고 하품을 하며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그리핀에게 말했다.

"그 이유는 네가 대신 말해 줘. 남은 이야기도 말이야."

그리핀이 대신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 이유는 대구들이 바닷가재와 춤을 추러 갔기 때문이야. 그래서 바다 멀리 던져진 거야. 대구들은 멀리 떨어지면서 꼬리를 물게 된 거야. 하지만 다시 꼬리를 뺄 수는 없어. 그게 다야."

"아! 그렇군요. 고마워요. 정말 재밌었어요. 대구에 대해 많이 알진 못했거든요."

앨리스가 대답했다.

"네가 원하면 이야기를 더 들려줄 수도 있어. 사람들이 왜 '대구'라고 부르는 줄 아니?"

그리핀이 물었다.

"그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 왜 그런거예요?"

앨리스가 물었다.

"바닷속에서 장화와 구두를 하얗게 닦기 때문이야."

그리핀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어리둥절한 앨리스가 그의 말을 되풀이해 물었다.

"장화와 구두를 하얗게 닦기 때문이라고요?"

"그래, 넌 구두를 어떻게 닦니? 무엇으로 반짝이게 닦느냐는 말이야."

그리핀이 물었다.

앨리스는 구두를 내려다보고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음, 까맣게 되도록 닦는 거죠."

"바닷속에서는 장화와 신발을 하얗게 되도록 닦는단다. 알겠니?"

그리핀은 아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듯이 목소리를 낯게 깔고 말했다.

"무엇으로 하얗게 하는데요?"

앨리스는 호기심이 발동해 물었다.

그리핀은 답답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야 가자미와 뱀장어로 하는 거지? 그 정도는 새우들도 다 알겠다."

앨리스는 아까 들었던 노래를 생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만약에 대구였다면 돌고래에게 '제발 그만 돌아가. 너와 함께 있기 싫어!'라고 말했을 거예요."

"대구는 언제나 돌고래와 함께 가야 해. 똑똑한 물고기들은 돌고래와 함께 다니거든."

가짜 거북이가 말했다.

"정말이에요?"

앨리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만약 어떤 물고기가 나와 함께 여행을 가자고 한다면 이렇게 물어볼 거야. '어떤 돌고래(porpoise)와 가는데?' 하고 말이야."

가짜 거북이가 말했다.

"혹시 '목적(purpose) 이라고 말하는 거 아니예요?"

앨리스가 물었다.

"그래, 내가 말한 그대로야."

가짜 거북이는 약간 기분이 상해 대답했다.

그때 그리핀이 앨리스에게 말했다.

"이제 네 모험 이야기나 들어 보자."

앨리스는 조금 망설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오늘 아침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어제로 돌아가서 이야기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지금 저는 어제의 제가 아니니까요."

가짜 거북이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자세하게 설명해 봐."

"아니, 모험 이야기가 먼저야! 설명 들을 시간이 없다고."

그리핀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며 말했다.

그래서 앨리스는 처음 하얀 토끼를 만나 겪었던 이상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짜 거북이와 그리핀이 바짝 다가와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고 있어 약간 떨렸다. 하지만 차츰 용기가 생겼다. 그 둘은 앨리스가 애벌레 앞어서 '아버지 월리엄'을 외워 보였던 부분까지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런데 잘못 외웠다고 하자 가짜 거북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참, 이상하네."

그리핀도 말했다.

"그러게 정말 이상하네."

가짜 거북이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다시 말했다.

"틀리게 외웠단 말이지? 부르는 걸 들어 봐야겠어. 다시 부르라고 말해 봐!"

가짜 거북이는 그리핀의 말이라면 앨리스가 다 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그리핀을 향해 말했다.

"일어나서 '게으름뱅이의 목소리'를 외워 봐!"

그리핀이 말했다.

'명령하듯 외우라고 시키니까 학교에 있는 것 같잖아.'

앨리스는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머릿속이 바닷속이 바닷가재의 카드리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상한 단어들이 마구 튀어나왔다.

그것은 바닷가재의 목소리.

나는 그 친구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네.

나를 너무 진한 갈색으로 태웠잖아.

머리에 설탕을 뿌려야 해.

오리가 눈꺼풀로 그러듯이 바닷가재는 코끝으로

허리띠와 단추를 잠그고 발을 뒤집는다네.

모래사장이 말라 있으면 바닷가재는 종달새처럼 즐거워하면서

상어를 무시하는 말을 하지.

하지만 밀물이 밀려오고 상어가 나타나면

바닷가재의 목소리는 작고 가늘게 떨린다네.

"내가 어릴 때 외웠던 시와 다르네."

그리핀이 말했다.

"나도 들어 본 적 없는 말도 안 되는 시야."

가짜 거북이도 말했다.

앨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주자앉아 다음 구절을 잘 외울 수 있을지 걱정했다.

"설명을 듣고 싶어."

가짜 거북이가 말했다.

"설명할 수 없을 거야. 다음 구절을 들어 보자."

그리핀이 서둘러 말했다.

"그런데 바닷가재가 어떻게 코로 발을 뒤집는다는 거야?"

가짜 거북이가 집요하게 따져 물었다.

앨리스가 대답했다.

"그것은 춤출 때 하는 첫 동작이에요."

그러면서 어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기를 바랐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그리핀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재촉했다.

"다음 부분을 외워 봐. '난 그의 정원을 지나갔네.' 로 시작하잖아."

앨리스는 틀릴 게 뻔했지만 차마 거절할 수 없어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외우기 시작했다.

난 그의 정원을 지나갔네. 한쪽 눈으로도 알아볼 수 있었지.

올빼미와 표범이 파이를 어떻게 나누는지.

표범은 파이 껍질과 국물과 고기를

올빼미는 접시를 가졌네.

파이를 다 먹으면 올빼미는 상으로

스푼을 챙겨도 된다고 허락을 했다네.

표범은 으르렁거리며 나이프와 포크를 받았다네.

그리고 연회는 끝이 났다네. 마지막으로.......



가짜 거북이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설명도 못 하면서 그런 걸 외우는 게 무슨 소용이야.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시는 처음 들어 본다고."

"그래, 그만하는 게 좋겠다."

그리핀이 말했다. 앨리스도 기다리던 소리였다.

"이제 바닷가재 카드리유 중 다른 동작을 해 보는건 어때? 아니면 가짜 거북이한테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할까?"

그리핀이 이어 말했다.

"좋아요, 가짜 거북이의 노래를 듣고 싶어요."

앨리스가 너무 간절히 말하자 그리핀은 약간 기분이 상했다.

"흥! 취향도 독특하네. 친구! '거북이 수프' 노래를 들려주게나."

가짜 거북이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목이 메는 서글픈 목소리로 흐느끼며 노래를 불렀다.

아주 진하고 맛있는 초록빛의 수프.

따뜻한 그릇에서 나를 기다리네.

맛있는 수프 앞에선 누구든 발걸음을 멈추지.

저녁의 수프, 맛있는 수프.

저녁의 수프, 맛있는 수프.

마앗있는 수우프!

마앗있는 수우프!

저어어녁에 먹는 수우프.

맛있는. 맛있는 수프!


맛있는 수프!

어느 누가 생선을, 고기를, 다른 음식을 찾으리오.

두 푼짜리 맛있는 수프에

모든 것을 내놓으리.

두 푼짜리 맛있는 수프라면.

마앗있는 수우프!

마앗있는 수우프!

저어어녁에 먹는 수우프,

맛있는, 맛있는 수프!

"한 번 더!"

그리핀이 소리쳤다.

가짜 거북이가 다시 노래를 시작하려는데 저 멀리서 "재판 시작이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리 와."

그리핀이 외치더니 앨리스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무슨 재판이죠?"

앨리스가 헐떡이며 물었지만 그리핀은 "서둘러야 해!" 라고만 답하고 더 빨리 뛰었다.

바람결에 가짜 거북이의 서글픈 노랫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저어녁에 먹는 수우프,

맛있는, 맛있는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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