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가까이 8ㅡ경쟁이심한 승무원

뉘썬2뉘썬2 | 2023.12.24 11:25:22 댓글: 2 조회: 246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3342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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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철조망너머 습지를 뛰여다니는 고라니들.강건너편에서 점점 고도를 높이는 비행기들.

ㅡㅡ


송이는 항공승무원과에 진학햇다.조용히 준비하더니 무려 국적기 항공사에 취직햇다.삼년정도 승
무원 생활을 햇는데 얘기를듣는 우리로서는 흥미진진햇지만 송이에겐 쉽지않앗던 것 같다.

사해에서 사온 마스크팩 봉지를 송이가 턱 내려놓앗다.뭐이런 무거운걸 사왓어 햇지만 좀처럼 사
해근처에 가볼일이 없을것같앗기에 모두기뻐햇다.

정말 둥둥떠다녀?”

우리가 흥분해서 묻자 송이는 떨떠름하게 설명해주엇다.책이나 신문을든채 여유롭게 바닷물에 떠
잇는 관광홍보 사진과는달리 실제로는 다소 귀찮앗던 모양이다.물이 너무짜서 삼십분에 한번씩 민
물샤워를 하지않으면 위험하고 그짠물이 눈에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지옥이라고햇다.


이번 비행에서 기장님이 테이저쐇다?”

?그런걸 진짜 쏘기도해?”


송이가 끄덕끄덕햇다.술을 지나치게 마신 승객이 난동을 부렷는데 송이도 그렇게까지 격해진건 처
음보앗다고 고개를 흔들엇다.결국 기장이 뛰여와 구두경고를 한다음 그래도 듣지않자 정말쐇다.
난동객은 통로에 쓰러져 꿈틀꿈틀 몸을떨엇고 착륙때까지 포승줄에 묶여잇어야 햇다고한다.


구두경고는 어떻게 하는데?”

지금당장 난동행위를 멈추지않으면 전자충격기를 사용하겟습니다!테이저 테이저!”

실감나게 손가락으로 총모양을 만들어 흉내를 내주엇다.


왠지 그거좀 멋잇다.”

송이는 질린기색이엿다.어디나 일이 힘들기보다는 사람이 힘든가보앗다.그정도 난동객은 많지않
아도 상습적으로 컴플레인을 넣는 승객은 많은데 그런승객들은 탑승명단칸에 특별한 표시를해 미
리 조심한다고 한다.

의외로 이삼십대 여자가많아.”

그말에 나랑 주연이가 거짓말 하고 비명을 질럿다.동년배의 여자들이 악의적인 존재라는걸 믿고
싶지 않앗다.승무원은 만오천명이 지원하면 백명정도 붙는 직업이니까 떨어진 사람들이 심술을
부리는게 아닐까하는게 송이의 추론이엿다.


그렇게많은 사람들이 하고싶어하는 직업이니까 자부심을가져.”

민웅이가 말햇다.그말을듣고 한참 망설이더니 송이가 대답햇다.

나보고 시다래.”

시다?”

결국 시다인 주제에 별것도아닌 여자애들이 출세한척하는 대표적인 직업이래.”

누가말을 그렇게 못되게하나 우리는 다같이 끙소리를 냇다.


시다가 뭐어때서?허허벌판에 혼자살지않는 이상 서로가 서로를 보조하는거지.웃기네진 짜.
만한 직업은 다 시다야.”

주연이가 결론내렷다.


못된말은 정말 끝도없지.나는 기생이란 말도 들엇는걸.문인들곁에서 맴돌며 보조하고 장단맞
추는 존재니까.싫지?더싫은건 잘못들엇나 어버버하다가 제때 반박하지 못햇다는거야.썩을놈들
이 썩을소리를 하지만 그놈들도 시다고 누구나 다 시다야.”

잠깐만 그럼 난 누구시다야?”

민웅이가 물엇고


넌 나무시다야.”

주연이가 명쾌하게 대답햇다.송이는 가지런한 이를 하고도 여전히 입을벌리지 않은채 소리없이
웃엇다.


송이는 비즈니스석과 일등석을 담당하게되고 얼마안잇어 승무원일을 그만두엇지만 그때 배우고
익힌것들이 큰도움이 되엿다고한다.고급좌석이 만석이든 고작한명이 타든 송이는 전날열심히
코스요리와 식기놓는 순서와 와인리스트를 외워야햇는데 그런건 사람들이 돈주고도 배우는것들
이다.



힘도잇고 돈도잇을 사람긴장시키는 승객앞에 포크를 늘어놓으려면 눈빛도 손길도 떨지않아야해
서 담대함과 자기제어력이 생겻다.무엇보다 그말없던 송이가 원하지않는 순간에도 유창하게 말
하는법을 배웟으니 그게어딘가.언뜻 사소해보이는 지식과 기술과 몸가짐이 훗날 송이에게 큰도
움이 되엿다.

송이는 심한 생리불순에 시달렷고 비행이 없을때도 제대로 자지못햇고 눈밑은 갈수록 어두워졋
지만 그때의 송이가 없엇더라면 그다음 단계의삶도 찾아오지 않앗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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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펜과 흰종이.

할머니의 손이 한자를쓴다.

나 ㅡㅡ(내래이션)우리세대가 한자를 멋들어지게 쓰지못하는 것은 조금 슬픈일이다.우리는 이
제 어디서 꺾고 미끄러지고 멈춰야하는지를 알지못한다.다행히도 할머니는 내가 써달라
는 글자를 이유도 묻지않고 써주신다.엄마도 나도 할머니처럼 글씨를 쓰진못한다.

한자는 완/.

다른한자는 연/然。

나 ㅡㅡ(내래이션)하주네 부모님은 어떤완연함을 바랏기에 아이들의 이름에 그글자들을 넣엇을
.

이번엔 할머니의 손이아니라 할머니.

나 ㅡㅡ할머니는 한문을 어디서 배웟어?서당같은데요?

할머니 ㅡ아니 주역읽다가 배웟지.

나 ㅡㅡ주역도 읽을줄 아시는구나.

할머니 ㅡ슬쩍.근데 우리식구들은 다 사주가 별로야.

나 ㅡㅡ나도별로야?

할머니 ㅡ중한게 아무것도 없는 팔자래.너는 아무것도 중히여기지 않는단다,이나쁜년아.

ㅡㅡ


이제 안할거야.”

그이상한 목요일에대해 주완이가 한말은 그게다엿다.그리고 정말로 안햇는데 나와주완이의
의지력이 그만큼 뛰여낫다기보다는 연말을 하주들과 같이 보내려고 하주네 부모님이 귀국하
셧기 때문이엿ㄷㅏ.그래서 우리가 계획햇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주간과 주성치 주간이 모
두 취소되엿다.


오랜만에 창용오빠네 작업실에서 장작난로를 쬘여유가 생겻다.오빠와 언니는 마치 돌아온 탕
아를보듯,반쯤 서운하고 반쯤 반가운 얼굴로 나를맞앗다.나는 최대한 뻔뻔스럽게 구석에가
언니오빠가 남긴재료로 이것저것을 만들엇다.



주완이와 함께한 마지막주가 타란티노와 팀버튼을 합친 한주엿기 때문에 온갖 기괴한 이미지
들로 가득한 상태엿다.그해까지 타란티노와 팀버튼은 한주에 몰아볼수잇는 작품수를 가지고
잇엇다.


집어삼키고 집어삼키고 집어삼키다보면 나오는것도 잇기마련이다.스스로도 뭘하는지 모르면
서 옆창고에서 버린 폐파이프들을 주워모앗다.새끼손가락 굵기에서 팔뚝굵기까지의 파이프
들로 뼈대를 만들고 그위에 흙으로 살을입혓다.

이게뭐야?”

인영언니가 마치 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뗀걸 목격한것처럼 혹은 그아이가 자라 백년가업을
잇겟다고 선언해온것처럼 흥분해서 물엇다.나는 언니의 흥분을 모르는체하며 대답햇다.


그냥 사람이예요.”

왜 파이프야?”

“..버렷길래.”


사람은 따뜻한 액체가 가득차잇는 파이프로 이루어져잇고 서로에게 안기면 내벽을타고 그물
들이 흐른다는 사실을 막 알게된 참이엿다.흐르고 흐른다.사람이란 그런기계다.하지만 자세
한 설명으로 인영언니나 창용오빠를 당황하게 하긴싫엇다.


그파이프 진흙인형은 마를때까지 거기잇엇다.창용오빠는 심지어 신나서 놀러온 갤러리 사장
님들한테까지 자랑을햇다.민망해진 나는 언니오빠가 안볼 때 갈라지고 부서지기 시작한 인
형을 얼른 해체해서 버렷다.대수롭지않게 다른걸 또만들면 된다고도 생각햇다.


미술학원에 다닐까봐요.”

파이프 인형의 조각난 잔해에 잠시 침울햇던 젊은부부는 그말에 다시기뻐햇다.얼굴에 언제?
언제부터?’라는 질문이 떠올랏지만 입밖으로 묻지는 않앗다.훗날 참을성잇는 부모가 될거라고
나는 건방지게 중얼거렷다.


어떤영화에서 그파이프 인형을 오십개쯤 만든적이 잇다.소품으로 괜찮을 것 같앗는데 생각만
큼 그느낌이 나지않앗다.사진이라도 찍어둿으면 좋앗을텐데,하고 뒤늦은 후회를햇다.그땐 휴
대전화 카메라도 없엇고 나는 할머니 말처럼 중한게 아무것도없는 냉정한 년이라 부수기만
햇으니.


버스에선 모두가 모두와 눈을 맞추지 않으려고햇다.수미와 민웅이가 그랫던건 물론이고 여자
애들은 계속 민웅이에게 화가나 잇엇고 찬겸이는 모두에게 지친 상태여서 그랫다.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않앗고 이어폰에서 새여나오는 듣기싫은 음악들만 서로섞엿다.

인근부대에서 무장탈영 사건이 일어낫을때에야 대화가 겨우돌아왓다.

총을들고 탈영햇대.탄창도 훔쳣다는데?”

얼떨결에 그랫겟지.”

군인들은 어디에나 잇엇다.물탱크앞에 새로 편의점이 생긴이후로 가끔 총을메고 뭘사러 나
오는 군인들도 잇엇다.물론 빈총이엿겟지만 총에는 총의존재감이 잇어서 신경쓰엿다.송이와
찬겸이가 사는 아파트를 마주보는 야산에는 참호가 잇어서 가끔 빨래를널다 포복훈련을 하
는 군인들과 눈이 마주치기도 한다고햇다.우리가 타는 버스도 늘 군부대앞을 지나갓는데 보
초병들의 표정이 암울하기 그지없엇다.


고등학생보다 군인이 훨씬싫겟지?”

그걸 비교라고하냐?”

뚫어져라 쳐다보지좀마.놀리는줄알면 어떡해.”

우리도 몇년안에 가야하는데 뭐.”


별 기억할 내용도없는 대화엿지만 그대화이후 나는 버스가 그모퉁이를 돌때마다 군인들의
정신건강을 기원햇다.익숙햇던 얼굴이 사라지면 제대한거겟거니 기뻐햇고 말이다.


우리들만 탈영병 소식에 흥분한건 아니엿다.어른들도 마찬가지여서 마을회관에서는 주의방
송을 햇고 창고나 헛간문을 단속하는 모습들이 자주 눈에띄엿다.


수호가 탈영병을 잡겟다고 돌아다니더라?”

엄마가 귀여워 죽겟다는듯 말햇을 때 나는대체 그아이의 어느구석이 그행위의 어느구석이
귀여운가 생각햇다.엄마 머릿속에잇는 귀여움에대한 센서가 고장난 것 같앗다.

걔가그래?”

학교안가고 돌아다녀서 혼내주려고 불러세웟더니 탈영병을 잡겟다잖아.”

꼬맹이가 어떻게?뭐하러?아니 그보단 걔가 엄마한텐 대답을해?눈도맞춰?”

막 애교잇는애는 아니지만..돈받고 싶어서 그런다길래 그런거 없다고 말해줫다.”

실망해?”

그럼 그래도 포상금 같은거 바라면 안되지.”


수호가 돈이 필요한가 싶엇다.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초등학생에게 큰돈이란
어떤의미일지 알수없엇다.누나랑같이 그집에서 도망치려고 그러나?남매는 그렇게 돈독해
보이지도 않앗다.그럼 혼자 도망치려고 그러나?나는 희미한 가정들을 해보앗지만 그리오
래 마음을 두진않앗다.


어쨌든 아무도 빨랫줄엔 신경을 쓰지않앗던 것 같다.그탈영병이 군복을 어딘가에 묻고 민
간인의 옷을입은채 인천까지 간걸보면 말이다.얼마전 인천 마을버스에서 범죄율최저,검거
율 최고의도시 인천이라는 캠페인 방송을 봣는데 나도모르게 그탈영병을 떠올렷다.범죄율
은 최저인데 검거율은 최고라면 경찰이 어마어마하게 뛰여나거나 다른지역에서 도망온 사
람들이 잡힌다는 얘기가 아닐까햇던 것이다.



중부지역에서 사고를치면 대개는 인천으로 도망간다.남부에선 아마 부산일것이다.부산 지
하철에는 또 마약없는 도시라는 슬로건이 붙어잇는걸로 보아 나름대로 항구도시만의 고
충이 잇는 것 같앗다.


배를타고 도망쳣으면 좋앗을걸.혹은 검거율 최고의 도시에서 잡혓으면 좋앗을걸.왜 탈영햇
는지 끝내 확실히 밝혀지지않은 그 어린군인은 헌병대와 경찰이 여전히 부근에서 허탕을 치
고잇을 때 인천의 한 모텔에서 조용히 목을 매달앗다.당시에는 군인들이 얼마나 어린지 몰
랏고 잊을만하면 비슷한 일들이 종종 일어낫기 때문에 무디엿지만 몇년 흐르고나니 도리여
명치가 서늘햇다.


근데 이상하잖아.굳이 총을 들고갓으면서 왜목을 매달아?”

강 넘어가려면 두고가야 햇겟지.”

탄창까지 챙겻는데 그걸두고가?”

왜그런걸 궁금해해.”


아빠는 뉴스를 보면서 정말로 궁금해햇고 엄마는 아빠의 그런 궁금증에 진절머리를 냇다.
역시 세상이 막 궁금한 사람들은 사실 냉정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엇다.탈영병은 마지막에 총
을 지니고잇지 않앗다.총의행방에 대해 여러가지 가설이잇다.아빠의 냉정함을 약간이나마
닮은나는 땅속에 파묻힌 크고검은 총을 그려보앗다.땅을파면 무시무시한것들이 잔뜩 나올것
이엿다.




최근의 물건뿐만아니라 한국전쟁때의 것들까지 심심하면 흙속에서 솟아올랏으니 말이다.
대한 자석집게 같은것이 흙속의 위험한것들을 다 끄집어내 가져갓으면 하고 바랏지만 그때도
그런집게는 없다는걸 알고잇엇다.


0027.MPEG

묘하게 편한자세로 발에 매니큐어를 바르고잇는 송이.송이의 흰다리와 기름한 발가락.네번째
발가락과 새끼발가락 위쪽에 조그만 타투가잇다.타투를 줌인.

MISFIT

나 ㅡㅡ왜 미스핏이야?

송이가 웃는다.

나 ㅡㅡ뉴욕에서.일본인 거리에서.

라벤더빛으로 가지런해지는 송이의 발톱들.군더더기없이 움직이는 솔.

송이 ㅡ적응잘하는 사람들이 무서워.

나 ㅡㅡ응 이렇게 이상한곳에서 그치?

송이 ㅡ응 그래서 내친구들은 다못해.여기친구도 거기친구도.

ㅡㅡ


송이가 뉴욕에 간 것은 송이의 의지엿다기보다는 송이의 둘째언니에게 덮친 불운때문이
엿다.둘째언니가 먼저 이민을 간 상태엿는데 심한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간병해줄 사
람이 필요해졋던 것이다.




어떤 직감같은게 잇엇는지 아니면 그저 타지생활에 막연한 불안을 느낀건지 비싼보험을
들어둔게 다행이엿고 간병해주러 오면 보험료의 반을주겟다고 송이에게 부탁을 해왓다.
송이는 별로오래 고민하지않고 사직서를 낸후 짐을챙겨 뉴욕으로 갓다.


둘째언니는 다리와 골반을 크게다쳐서 죽은사람의 뼈와인대를 이식받는 대수술을 받아야
햇고 길고긴 물리치료도 뒤따랏다.언니가 아파하는걸 지켜보는건 힘들엇지만 그곳병원은
가족들이 내내 환자곁을 지켜야하는 시스템이 아닌지라 송이가 하는일은 대개 언니가 부
탁하는 물건을 가지러 집에 다녀오거나 휠체어를 좀밀고 다니며 바람을 쐬여주거나 하는
정도엿다.




둘째언니는 네자매중 가장 유머러스한 성격이기도해서 그갑작스러운 역경을 잘이겨냇다.
코뼈도 심하게 부러졋기 때문에 아물고나면 제대로 코수술을 하겟다고 별럿고 자매는 잡
지에서 마음에드는 코들을 오리며 시간을 보냇다.훗날송이는 언니에게 정말 간절한 도움
이 필요햇다기보다는 심리적안정을 주는 테디배어가 필요햇기에 자기를 부른게 아닌가
추측햇다.


언니가 회복하면서 송이에겐 시간이 많아졋다.오다가다 털실가게를 발견하곤 몇뭉치를
사서 공원에 나갓다.송이는 승무원시절 뉴욕에 여러번 갓으나 공원에 오래앉아잇을 시간
은 없엇다.워싱턴 스퀘어에서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배터리 파크에서 매디슨 스퀘어에서
벤치에앉아 오래오래 뜨개질을햇다.




언니에게 줄것도 만들엇고 의료인들에게 선물할것도 만들엇고 5번가의 쇼윈도에서 영감
을받아 작품에 가까운 멋진것들도 만들엇다.레모네이드와 컵케이크를 먹고 쉬다가 다시
뜨개질을햇다.말없이하는 일들을 송이만큼 잘하는 애도없다.


그러고잇으면 사람들이 말을걸엇다.대개는 남자들이엿다.남부유럽 계통의 피가 흐르는
남자들은 어찌나 스무스한지 눈을뜨면 언제잡혓는지도 모르게 이미 손이 잡혀잇엇다고
햇다.


오늘저녁 미드타운을 나와함께 걷지않을래요?”

아무리봐도 아버지뻘인데 끝까지 삼십대라고 우기는 남자에게 송이는 살래살래 고개를
흔들엇다.랄프로렌모델처럼 잘생긴 젊은애가 말을건적도 잇엇는데 그건더 황당햇다.


넌 무슨일해?”

항공 승무원이엿는데 지금은 쉬고잇어.”

그래?난 돈을받고 내몸을팔아.”


송이는 안가본 도시없이 많은곳을 가봣지만 성판매자 남성을 만난건 처음이엿다.돈을 받
고 몸을판다는 아주 직설적인 표현에 조금놀라기도 햇다.정말그렇게 말하는구나.어떤서비
스를 제공한다고 말하지않고 바로보디(body)’라고말햇다.송이는 너를 사고싶지 않다고
말해야할지 돈이없다고 말해야할지 지금은 그럴기분이 아니라고 말해야할지 무난한 표현
을 고르려 뜸을들이다가 그저 뜨개질로 돌아갓다.




모델 같은 외모의 남자는 송이의 보디랭귀지를 얼른 알아듣고 일어섯다.분명 그래서 얼만
데 하고 묻는 여자들이 존재한다는 얘길텐데 그가 아무리 캐주얼하고 간명한 태도로 임한
다한들 어쩐지 슬퍼졋다.


그렇게 인종과 연령과 직업군을 초월한 많은 남자들이 말을걸엇지만 송이의 인생을 바꾼
건 한 여자엿다.


엄청 독특한 방법을 뜨네.”

빨간머리 아주머니가 말을걸엇을 때 송이는 웃엇다.얼굴이 쫑긋한달까 송이가 웃을때는 그
런느낌이 잇엇다.아마 인간이 귀를 자유자재로 움직일수잇는 동물이엿다면 자연스러웟을
방식의 쫑긋거림 말이다.송이는 말이없는 편이엿지만 쉽게 말을거는 도시분위기가 싫지는
않앗다.




길을걷다가 송이가 신은 신발이 마음에들면 어디서 삿느냐고 물어오는 낯가리지 않는 낯선
여자들이 좋앗다.여자형제들에게는 이미 익숙할대로 익숙햇으니까.그리고 서울에서 산 구
두라고 대답해주면 그들은 감추지않고 실망을 해댓다.뭐야 그럼 내가살수 없잖아 하고.그실
망에도 이상하게 유쾌한 구석이 잇엇다.

그런유의 대화라고 생각하고 송이는 자기가 개발한 특별한 뜨개법을 천천히 해보엿다.아주
머니는 잘다듬은 굉장히길고 우아한 아치형 눈썹을 끌어올렷다 내리더니 아이스커피를 쪼르
륵 빨앗다.이어 송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물엇다.


우리가게에 와서 일할래?”


송이는 한국에도 흔한 뜨개방이라고 생각하고 다음날 찾아갓다.존재감잇는 풍채에 눈썹이
역동적인 사장님의 이름은 스페냐엿다.이민2세의 로컬디자이너로 그리니치빌리지 쪽에 작
지만 근사한 가게를 가지고잇엇다.송이는 그렇게 얼떨결에 불법취업을 하게되엿고 그가게
에서 일하는 것이 좋앗으므로 비자문제를 해결하러 몇번이나 입출국을 반복하다 결국 섬유
디자인 쪽으로 학교도 등록햇다.


나는 송이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에서 두가지를 깨달앗다.하나는 태여나서 맨처음 두각
을 나타내는 일이 당시에는 아주 사소해 보이더라도 결국 정말로 잘하는 일일수 잇구나 하
는것이엿고 다른하나는 세계화란 친구들이 지구 여기저기로 흩어져버리는 것이구나 하는
것이엿다.


가야돼?나 놔두고 갈거야?”

파주의 어두운 길에서 내가 간절하게 묻자 송이가 내손을 잡앗다.

내가왜 바로 섬유 어쩌고 안하고 승무원 햇는줄알아?”

몰라.유니폼이 좋아서?”

송이가 예의 쫑긋거리는 얼굴로 웃엇다.그러고 그다음에 한말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여기가 싫어서.”

결결이 속속들이 송이를 알고잇엇다.송이의 혈관에 흐르는 즐겁고 무해한 생물의 피를말
이다.송이뿐만아니라 송이의 자매들도 여기의 규칙과 오래된 권위들을 요괴 같은 얼굴로
잘도 무시하며 살앗다.간단하게 이혼을 하고 외국인과 결혼하고 이민을가고 나이에 상관
없는 머리를하고 쨍한옷을 입엇다.그런데 여기는 그런약간의 파격에 항상 수군거림이 따
라붙엇다.




두발단속을 하고 형광운동화를 신지못하게 햇던 교문앞 학생주임이 평생 끈질기게 시비를
걸어왓다.무시하고 살려면 또 얼마든지 할수잇을테지만 더 재미잇고 다양하고 풍부한곳이
잇는데 뭐하러?송이의 자매들은 그렇게 생각햇을것이다.태생적으로 코즈모폴리턴의 기질
이 송이와 그자매들에게 잇는것같앗다.여기가싫어.두마디로 정리하고는 잘도떠나갓다.


내가 싫다는게 아닌데 여기가 싫다는데 어쩌겟는가.송이가 끝내 영영 살기위해 출국할ㄸㅐ
상황상 나만 송이를 배웅할수 잇엇다.주로 추석부근에 긴휴가를 얻어 돌아오곤 하지만 여
기는 이제 송이의 집이아니고 휴가지다.돌아오는곳이 아니라 들르는곳이다.매년 한두번씩
얼굴을 볼수잇다해도 번복할 수 없는 작별이엿다.코즈모폴리턴의 피가없는 나는 침울해져
버렷다.

떠나면서 송이가 내게 조그만 코바늘 인형을 내밀엇던게 기억난다.

이거...”

이거 주완이네..”

굉장히 단순한 형태의 인형이엿지만 놀랍도록 주완이를 닮아잇엇다.머리카락과 눈코입 비
율같은것이 그대로엿다.송이가 주완이를 본건 딱한번 크리스마스 파티때엿는데 어떻게 그
모든걸 캐치햇는지 나는 소스라쳣다.괜히 눈썰미 좋다는게 아니엿다.

인형은 손바닥에 주머니에 딱맞앗다.

내가괜히..”

송이가 말하려 하기에 나는 말을막고 송이의 스카프를 다시매여주엇다.스카프는 완벽하게
매여잇엇지만 그래도.


스페냐가 몇년후 은퇴해서 가게를 정리하고 지중해로 크루즈여행을 떠나기전까지 송이는
그가게에 잇엇다.스페냐는 화려한 추천서와함께 다른자리를 연결해주엇고 한동안 SPA
랜드에 잇다가 결국 니트의여왕이라 불리는 브랜드에서 일하는것으로 경력이 이어졋다.
우리는 다시한번 송이를통해 기쁜충격에 빠졋지만 막상 송이반응은 담담햇다.


똑같아.뜨개질이야.조금더 크게할수 잇게된건 좋지만.”

그게다엿다.주완이를 닮은인형은 어디에 달까 고민하다가 작업가위들을 넣어다니는 가방
에 달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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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웅이가 막대사탕을 물고잇다.

나 ㅡㅡ뭐먹어?

민웅이가 사탕을 빼서 보여준다.맥주사탕이다.하얀 거품부분과 투명하고 노란 맥주부분이
빛난다.클로즈업.딱맞춰서 민웅이가 사탕을 회전시켜준다.빛 때문에 사탕안에 갇힌 기포
들이 반짝인다.

민웅이는 패딩조끼와 반 바지를 입고잇다.

나 ㅡㅡ위에는 따뜻하게입고 굳이 반바지를 입는이유가 뭐야?

민웅 ㅡ긴바지를 입으면 흉터들이 간지러운 것 같아.

크고작은 흉터들을 카메라로 비춘다.

나 ㅡㅡ어쩌다 생긴거야?

민웅 ㅡ다따로 생겻어.주로 형들 때문에 생겻지.이상하다?가끔옛날 흉터들에서 흉터냄새가 나.

나 ㅡㅡ흉터냄새가 뭐야?

민웅 ㅡ연고냄새랑 살냄새랑 피냄새랑 고름냄새가 섞인것 같은 냄새.

나 ㅡㅡ..너 발냄새밖ㅇㅔ 안나는데?잘씻어좀.

민웅 ㅡ꺼져.(웃음)

추천 (1) 선물 (0명)
이젠 너의뒤에서 널 안아주고싶어
너의모든걸 내가 지켜줄께

넌 혼자가아냐. 내손을잡아
함께잇을께
IP: ♡.169.♡.51
단밤이 (♡.252.♡.103) - 2023/12/24 17:16:51

소설속에 무엇이든 다 나오네요. 뜨개질에 막대 사탕까지. 소설이 아니라 아는 언니 일기장 보는 느낌이에요 ㅋㅋ

뉘썬2뉘썬2 (♡.203.♡.82) - 2023/12/24 21:25:00

승무원이야기.탈영병이야기.수십개의 이야기보따리들을 주렁주렁 달아
매논것같은 소설이예요.한국과 외국.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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