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으겸 추리소설 시골탐정과 아가씨 [제3편]

제주소설가 | 2023.06.01 16:53:01 댓글: 1 조회: 3040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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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으겸 추리소설 시골탐정과 아가씨

2편 범인이 남긴 단서들

아무래도 독이가 보천그룹 후계자가 아닐까?”

유연이 던진 의혹에 대해서 소리는 웃고 말았다.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독이였다. 엄마가 없어서 양젖을 먹고 살았으며 홀로사시는 할머니가 유일한 가족이었다. 독이의 장난감이라면 바로 소리와 도현이 전부였다. 아무리 당하지 않으려 해도 당하고 또 당했다. 그 만큼 독이는 영악했다. 사실 목숨을 구해준 것 역시 독이가 쳐놓은 덫에 걸려 죽을 뻔 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절벽위에 나무가 휘어지게 덫을 놓고 도현과 소리가 지나가면 휘어진 나무가 도현과 소리를 쳐서 절벽에 떨어지도록 만들어 놓고 절벽에 매달려 있으면 약을 올리며 살려주는 조건을 제시하곤 했던 것이다.

또한 깊은 물위에 풀과 낙엽들을 덮어 소리를 유인해서 빠지게 만들어 놓고 살려주는 조건을 제시해서 살려주곤 했던 것이다. 소리와 도현은 알면서도 당했다. 물론 소리와 도현뿐이 아니었다. 독이에게 당해서 어쩔 수 없이 아가씨라고 부르게 된 사람들은 많았다. 그렇게 당하고도 소리와 도현은 독이가 좋았다. 뭔가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독이가 해결해주기도 했으니까. 풀기 어려운 숙제도 독이에게 부탁하면 간단히 해결됐다. 해서 학생들로부터 독이는 컴퓨터란 별명을 갖기도 했다.

독이가 정말 장난을 치지 않고 실제로 사람을 구해준 일도 있었다.

엄청난 장마로 인해 흙탕물이 흐르던 냇물에서 실제 떠내려가는 사람을 구해준 일도 있었다. 물론 그냥 구해주진 않았다. 장난을 치며 밧줄에 갈고리를 달아 던져서 사람을 건지는 바람에 사람이 상처를 입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다 해도 목숨을 건진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기에 독이에게 생명의 은인으로 대하고 있다고 했다.

피서를 왔다가 아기가 물로 떠내려가는 것도 구해준 일도 있었다. 해서 군수와 경찰서장의 표창도 받았던 독이었다. 그런 독이가 보천그룹 본부장이 됐다는 소식과 함께 도현과 소리를 초청했던 것이다.

소리는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정말 유연의 생각이 옳은 것일까?”

소리는 말없이 차창 밖을 내다보는 도현에게 물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우리가 독이를 몰라? 독이가 얼마나 고생을 하면서 자랐는데. 안 그래?”

도현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보천그룹 회장도 자식이 없다고 알려져 있고. 그럼 뭐지? 어떻게 독이가 보천그룹의 본부장이 된 것이야?”

소리가 운전을 하면서 잠깐 고개를 돌려 도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가보면 알겠지. 아무튼 독이가 우릴 불렀을 때는 이유가 있을 것이야. 설마 우릴 또 골탕 먹이려는 수작은 아닐까?”

도현의 얼굴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온다. 그 동안 얼마나 당하고 살았으면. 도현의 심정도 이해는 됐다. 허나 소리는 고개를 저었다.

내 생각으로는 이번 무덤 속에서 나온 손 사건과 관련된 어떤 힌트를 우리에게 줄 것 같아.”

소리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허나 정말 어떻게 보천그룹의 본부장이 된 것이야. 볼수록 참 신비한 녀석이라니깐.”

도현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소리를 바라본다. 소리 역시 도현과 같은 생각이라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도현과 소리를 태운 승용차가 보천그룹 본사로 들어섰다.

! 저거 독이 이야기 아니야?”

도현이 보천그룹 건물에 나붙은 플랜카드를 보며 소리에게 물었다.

독이 이름이 아니잖아!”

소리가 말했다.

우리가 독이 이름이나 알아? 본명을 알기나 하냐고?”

도현이 말했다. 사실 소리와 도현은 독이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독이를 키워준 할머니가 독아! 독아! 이렇게 부르니 다들 독이라고만 알았지. 그 이름을 부를 수도 없었다. 아가씨라고 부르지 않으면 안 되었으니까. 플랜카드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도옥님의 본부장 취임을 축하합니다.

도옥이라........! 그래서 독이라 불렀나? 그렇다면 보천그룹 회장도 도씨잖아? 정말 숨겨둔 딸이라도 되는 거야?”

도현이 소리와 플랜카드를 보며 말했다.

! 그럼 너도 도현이잖아 그럼 너도 도씨냐? 넌 한도현이고. 독이 역시 성이 있겠지. 아무튼 들어가 보자.”

소리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려 보천그룹 건물로 들어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입구의 경비가 소리와 도현을 보며 물었다.

본부장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도현이 공손히 말했다.

! 기다리고 계십니다. 28층으로 올라가십시오.”

경비가 이미 연락을 받고 있었는지 엘리베이터로 안내를 했다. 소리와 도현은 28층으로 올라가 본부장실로 들어갔다.

어서와!”

독이가 반갑게 소리와 도현을 맞이했다.

독이가 앉은 앞 책상엔 명패가 있었는데 본부장 도옥. 이렇게 쓰여 있었다.

정말 독이가 성이 도씨였나. 도현과 소리가 독이를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두 보디가드 남자들이 권하는 소파에 앉았다.

독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 앞 소파에 앉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여 직원이 소리가 좋아하는 블랙커피. 도현이 좋아하는 녹차를 준비해서 소리와 도현이 앞 탁자에 놓았다. 독이는 커피나 녹차 같은 것은 마시지 않았다. 독이 앞에는 노란색의 물을 한잔 갖다 놓고 여직원은 조용히 나갔다. 노란색의 물은 상황버섯을 끓인 차다. 독이가 주로 마시는 물이라고 봐야 한다.

정말 아가씨가 보천그룹 후계자였어?”

소리가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정말 도씨였고?”

도현이 같이 물었다.

큭큭........ 맞아! 그래서 내 이름이 도옥이잖아. 도회장님이 아빠야.”

독이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도회장님에겐 자식이 없다고 알려졌는데. 아가씨도 어릴 때부터 우리와 같이 자랐고. 우리가 그 말을 믿으라고?”

소리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됐고!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말고. 내가 두 사람을 부른 것은 힌트를 주려고 불렀어. 이미 그 정도는 눈치 채고 왔을 것인데. 괜한 남의 일에 의혹을 품지 말고 하시려는 일이나 하셔. 바보 탐정들.”

독이가 도현과 소리의 질문을 한마디로 막아 놓고 자신이 하려는 말을 시작했다.

보천그룹엔 방산 업체가 하나 있는데 바로 비행접시모양의 초음속 전투헬기를 만들기 위해 연구를 끝내고 제작에 들어갔어. 워낙 빨라서 지구상에 어떤 무기로도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차세대 전투헬기지. 그 연구원들과 제작 공장에 들어가려면 오른손 중지 지문을 인식해야하는데. 오래전부터 누군가에 의해 사람들이 하나 둘 바꿔치기 됐다는 의혹이 있어. 그들이 남긴 단서가 있는데. 중지를 이식 수술한 흔적이 발견 됐고. 몇몇 기술자들의 얼굴이 틀리다는 보고가 있어서 지문인식을 중지에서 엄지로 바꿔보았으나 이미 엄지까지 이식 수술한 흔적이 있어서 다른 보안을 하려고 생각중이야.”

독이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얼굴은 어쩌고?”

도현이 물었다.

얼굴? 좋은 지적이야. 공장이나 연구실에 들어가려면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야 하는데. 노출을 잠깐이라도 할 수 있는 곳은 오로지 손 하나 뿐으로 방사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려는 약점을 이용해 기술자들을 바꿔치기해서 정보를 캐려는 적에게 좋은 출입구를 제공한 것이 됐지. 앞으로는 보안을 철저히 할 것이지만 이미 저지른 범죄는 단죄를 해야 하니깐 탐정놀이를 재미있게 해보라고. 혹시 알아? 잘 찾아 적을 섬멸하면 내가 오빠라 불러줄지?”

독이가 말했다.

정말? 우리가 찾아 모두 잡으면 오빠라 부르기로 한 것이다?”

소리가 어지간히 오빠 소리를 듣고 싶었나보다.

독이가 헛소리와 같아? 다 잡기만 해. 그럼 오빠라고 불러주지. . 못 잡으면 반대로 부르기.”

독이가 또 장난기가 발동한 모양이다.

반대라면? 누나라 부르라고?”

도현이 어이없다는 말투다.

! 그럼 내가 늙어 보이잖아. 아가씨라고 부르고 존댓말쓰기. 어때?”

독이가 소리와 도현을 보며 물었다.

좋아!”

나도 좋아!”

소리와 도현이 독이와 내기를 승낙하고 말았다.

오늘은 내가 맛있는 점심 사줄게.”

독이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정말?”

소리는 무척 반기는 표정인데 도현은 시큰둥한 표정이다.

?”

독이가 도현을 보며 물었다.

구내식당에서 먹을 건 아니지?”

도현이 독이에게 묻는다.

설마 그러겠어. 큭큭........”

독이가 킥킥 웃는다.

아가씨가 이미 예약하시라고 해서 예약을 했습니다. 바다가재요리입니다.”

두 보디가드 남자들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 바다가재.”

도현이 환호성을 지른다.

! 일어나 가자!”

독이가 말을 하며 먼저 일어났다.

본부장님 나가신다.”

보디가드 남자가 문을 열고 밖에다 소리친다.

밖에 사무실에선 여직원들이 분주히 일어나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아저씨! 앞으로는 이러지 맙시다. 들어가고 낙가는 것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합시다. 너무 번거롭잖아요. 언니들 귀찮고.”

독이가 여직원들을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소리는 그런 독이가 너무 너무 맘에 들었다. 철부지 악녀에서 자꾸만 독이가 소리의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리는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독이 얼굴을 슬금슬금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다.

옥아!”

30대 여자가 갑자기 나타나 독이 앞을 가로막으며 두 눈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도회장이 있는 집에서 옥이를 기다리던 그 30대 여자였다.

잠시 먼저 나가세요.”

독이가 소리와 도현 그리고 두 보디가드에게 먼저 나라라는 말을 하고 30대 여자를 데리고 본부장실로 들어갔다.

저 분은 누구세요?”

소리가 독이의 보디가드 남자에게 물었다.

아가씨 언니랍니다.”

남자는 얼른 대답했다.

언니........? 언니라........! 정말 아가씨가 도회장님 따님이란 말입니까?”

소리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해서 막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며 물었다.

하하....... 그렇다고 보셔야죠. 하하....... 맞습니다. 맞아요.”

남자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소리는 생각에 잠겼다.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다는 이야긴데. 그렇다면 독이에게 목숨을 빗진 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것이 의문이지만 우선 독이가 말한 그 범인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해서 소리는 일단 독이 사생활에 관한 의문은 묻어 두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우선 아가씨가 말한 정보를 토대로 추적을 시작해보자.”

소리가 도현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현은 소리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독이와 점심을 먹고 헤어진 직후 유연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일 손이 나왔던 공동묘지를 점검하고 수상한 곳을 파내본다고 와서 보라는 것이었다.

소리는 도현과 바로 시골로 출발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이상하단 말이야.”

도현은 승용차 앞좌석에 앉아 연신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뭐가? 독이가?”

소리가 도현을 힐끗 보며 물었다.

그래! 도회장에겐 자식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알거든. 아들 두 명과 딸이 하나 있었는데. 모두 의문의 사고로 죽었잖아. 큰 아들은 교통사고로. 둘째 아들은 외국여행도중에 비행기사고로. 딸은 물에 빠져 죽고. 현제 아내와 도회장 부부밖에 없었는데. 시청에 있는 고교동창 종철이에게 방금 조사를 부탁했었는데. 바로 3일 전에 도옥이라는 이름의 딸이 입적이 됐다는 것이야. 바로 독이잖아. 독이가 숨겨둔 도회장 딸이었던 것 같아.”

도현이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를 바라본다.

친 딸이면 어떻고. 임시 딸이면 어때? 회사 긴급 상황에 회사를 보존하려는 본부장 자리를 맡기려면 최소 딸은 돼야 그 자리를 맡을 수 있을 것 아니야? 난 그렇게 생각해.”

소리가 별것 아니란 태도로 말을 했다.

그러고 보니 너? 수상하더라.”

도현이 말했다.

뭐가? ?”

소리가 물었다.

너는 마치 독이 이름이 도옥이란 것을 미리 알았던 것 같은 태도였고. 독이가 본부장이 된 것도 당연하다는 태도였어. 마치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인가?”

도현이 소리를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보며 물었다.

순간 도현은 보았다 잠깐이지만 소리의 당황하는 눈을. 도현은 소리를 더욱 의심스럽게 바라본다.

네가 그렇게 봤다면. 독이는 어찌 봤을까? .......!”

소리가 혼자 골똘히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며 도현은 더욱 소리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본부장 실로 돌아 온 독이는 소파에 몸을 던지다시피 하고 잠이 들었다.

두 보디가드 남자들은 슬그머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문이 열리며 30대 여자 둘이 들어왔다. 오전에 찾아왔던 30대 여자와 도회장과 같이 있던 또 다른 30대 여자였다. 두 여자들은 독이가 잠든 것을 보고 서로 마주보며 눈짓을 주고받더니 독이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30대 여자들은 각자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고 있었다.

30대 여자들이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하얀 편지봉투였다

잠시 서로 마주보고 망설이더니 독이가 잠든 소파 앞으로 가서 털썩 무릎을 꿇고 앉았다.

두 손은 편지봉투를 들고 무릎위에 공손히 올려놓았다.

허나 독이는 잠이 깊이 들었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정지된 상태로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끼익.

갑자기 나타난 사람 때문에 소리는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아직 서울 시내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차량 정체를 피하려고 골목길로 들어선 소리는 한숨을 푹 쉬었다. 간발의 차이로 사람을 치지는 않았던 것이다.

어어! 무슨 일이지?”

도현이 갑자기 놀라 소리쳤다. 차문을 열고 사람들이 들어와 소리와 도현을 강제로 끌어내 검은 승합차에 태우고 있었다.

소리는 놀라는 표정이 아니라서 도현은 그런 소리가 더욱 의심스러웠다.

골목길에서 납치된 소리와 도현은 승합차에서 손을 뒤로 묶이고 입을 막힌 상태로 어디론가 끌려갔다.

보천그룹 본부장실에서 잠든 독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두 30대 여자들이 무릎이 아파서 견디지 못하고 꿈틀거리고 있을 때 독이는 잠에서 깨어났다.

언니들. 언제 왔어?”

독이가 두 30대 여자들을 발견하고 자세를 바로 잡고 앉으며 물었다.

여기.”

30대 여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온 편지봉투를 독이에게 두 손으로 건넸다. 독이는 편지봉투를 받아 하나씩 열고 편지를 꺼내 꼼꼼히 읽고 있었다.

잘 썼네. 언니들 일어나 앉아.”

독이가 편지 봉투를 옆 책상위에 놓고 두 30대 여자들을 보며 말했다.

30대 여자들은 일어나 독이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언니들이 참 불쌍해. 회장님도 그렇고. 그러게 왜 방위산업엔 손을 대 가지고. 손을 대도 살짝만 대지. 세계가 주목할 만한 무기는 적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지. 신기전이라고 들어봤지?”

독이가 두 30대 여자들에게 갑자기 신기전 이야기를 꺼냈다.

.”

30대 여자들은 동시에 대답했다.

옛날 세종대왕께서도 신기전이란 것을 발명해서 만들려고 했지만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무기를 만들려고 하면 수많은 적이 미리 공격을 해. 특히 내부의 적이 더 많아. 그래서 비밀이 중요한 것이지. 아직 만들지도 못해 놓고 자랑부터 했으니. 그 뭇매가 어디부터 가겠어? 언니들 가족부터지. 에고 물에 빠져 죽었다고 위장하고. 여행가서 죽었다며 여자로 위장하고. 회장님은 그 장마에 물고기 밥이나 되라고 던져버리고. 구해 준 나를 이젠 회사까지 구해 달라고? 갑자기 나타난 딸이라. 세상이 이젠 나를 죽이려고 몰려들 것인데. 내가 살려면 그 차세대 헬기라는 것 완성부터 시켜야 될 것 아니야. 단 하나라도 완성시켜서 보유하고 있으면 죽이려던 자들이 아부를 하겠지. 그 이치가 신기전과 같은 것이야. 잘 들어. 언니도 오빠도. 앞으로 내 비서가 되어 그 공장부터 시찰을 하고 공장 돌아가는 것부터 파악하고 배우라는 것이야. 그래야 회사를 이끌어 나갈 수 있잖아. 지금 내게 제출한 각서는 그 때가 되면 내가 사용할 것이야. 언니들에게 회사를 맡길지. 오빠에게 맡길지. 두말 않기로 했으니. 잘 따라다니며 배우라고.”

독이가 길게 말을 마치자 두 30대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 할게. 사실 옥이가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은 이미 다 죽었을 것이야. 큰오빠가 죽고 옥이 너를 만나서 우리 가족의 위험을 미리 알게 됐으므로 살았지. 아빠도 네가 시킨 대로 중환자로 위장해 있어도 늘 감시를 받았어. 헌데? 정말 괜찮을까? 아빠를 기자들과 감시를 피해 숨긴 것 말이야?”

오전에 찾아 왔던 30대 여자가 독이에게 물었다.

시간이 필요했어. 어차피 이젠 회장님보단 내 목숨이 중요하니깐. 나부터 노리겠지. 그 차세대 헬기를 우선 딱 하나 완성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야. 그럼 언니들도 신원을 회복하고. 오빠도 숨지 않아도 되겠지.”

또 다른 30대 여성을 보며 독이가 말했다.

고맙다.”

짧게 대답했다

옥이 네가 그 ok라는 사람이지? 옥이니깐?”

30대 여자가 독이에게 물었다

“ok? 그게 뭔데?”

독이는 정말 처음 듣는 소리라는 반응이다.

옥이도 아니란 말이야?”

이번엔 30대 여자가 독이에게 물었다.

처음 듣는 말인데. 그건 왜?”

독이가 오히려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 아니야.”

30대 여자는 급히 얼버무렸다.

! 이제부터 시작하자. 우선 차세대헬기를 만드는 공장부터 시찰하자.”

독이가 벌떡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본부장님!”

30대 여자가 동시에 대답했다.

언니는 이제부터 미스문. 오빠 역을 맡은 분은 이제부터 오비서라고 부를게.”

독이가 말했다.

어떻게? 내가 대역이란 걸 알았어?”

여장을 한 남자가 놀란 표정으로 독이에게 물었다.

내가 누구야? 그걸 모른다고 생각했어?”

독이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남장을 한 여성이 말을 못하고 30대 여성을 바라본다.

됐고. 이제부터 의문은 제기하지 말 것. 공장부터 시찰한다.”

독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알았어. 아니 알았습니다! 본부장님!”

두 사람은 동시에 대답했다.

소리와 도현을 태운 승합차는 어느 창고 같은 건물로 들어갔다. 승합차가 들어가자 열려있던 커다란 창고문은 굳게 닫혔다.

차오 구석에 있는 허름한 의자에 소리와 독이를 앉혀놓고 입을 막았던 것을 풀어줬다.

뚜벅뚜벆.

검은 선글라스를 쓴 덩치 큰 남자가 걸어와서 소리와 도현이 앞에 의자에 앉았다.

두 사람을 다치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딱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시원하게 대답하면 우리도 시원하게 보내 드리겠습니다. 우린 당신들이 탐정 놀이를 하든. 어떤 사건에 개입하든 그런 것은 관여치 않습니다. 오로지 단 하나만 대답해 주면 됩니다. 현제 보천그룹 본부장으로 취임한 도옥. 도회장의 새로운 딸로 입적까지 됐는데. 도옥에 대해서 얼마나 아십니까?”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점잖게 물었다.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꼬마였는데. 얼마 전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혼자가 된 아이라는 것 외엔 전혀 모릅니다.”

소리가 사실대로 대답했다. 이미 그 정도는 알고 왔을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ok라고 들어 봤습니까?”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다시 물었다.

“ok? 그게 뭐죠?”

처음 듣는데 그게 뭐죠?”

도현이 먼저 되묻고. 소리가 나중에 되물었다.

풀어드려!”

갑자기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벌떡 일어서며 뒤에 남자들에게 말했다. 남자들은 즉시 대답하고 와서 소리와 도현을 풀어줬다. 창고 밖에는 소리와 도현이 타고 가던 승용차가 서있었다. 소리와 도현은 차를 타고 떠나갔다.

“ok에 대해서 소리란 놈은 알고 있습니다. 철저히 감시 하겠습니다.”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누군가에게 전화로 그렇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저녁 무렵에 강원도 횡성 안흥에 도착한 소리는 곰보빵을 사러 빵집 앞에 차를 세웠다. 도현이 차에서 내려 빵집으로 들어갔다. 소리는 백미러로 차량 뒤를 살피며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흠 따라붙었어. 정말 기막힌 녀석이네.”

소리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소리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소리가 나더니 젊은 목소리의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경찰 병력으론 힘들겠어요. 특수부대 훈련장소는 어때요?”

소리가 물었다.

!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역시 내 아들이다. 헌데 기간이 얼마면 되겠느냐?”

상대방이 소리를 아들이라고 했다.

“1개월 이라고 했습니다.”

소리가 얼른 대답했다.

알았다. 내일부터 1개월간 지켜주마.”

상대방 목소리는 즐겁게 들려왔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소리가 아버지라고 부르자 상대방은 잠시 말을 멈추고 있었다.

아버지!”

소리가 다시 아버지라고 불렀다.

녀석! 네가 아버지라고 불러주니 너무 기뻐서 잠시 눈물이 나왔다.”

상대방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녀석이 꼭 아버지라고 불러드리라고 저를 혼냈습니다.”

소리가 말했다.

독이 그 녀석이 말이야?”

!”

! 애늙은이 같은 녀석이지. 소리 네 짝으론 그 만한 아이가 없다.”

! 다시 전화 드릴게요.”

소리는 얼른 전화를 끊었다. 도현이 빵을 사가지고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까부터 누군가 우릴 따라다니는 느낌인데.”

도현이 차에 올라타고 문을 닫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우릴 납치했던 그자들이지.”

소리가 차를 출발하며 말했다

? 풀어줘 놓고 왜?”

도현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내가 ok란 질문에 멍청하게 대답했잖아. 처음 듣는데 그게 뭐죠? 이렇게 말이야. 하하........ ok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걸 처음 듣는다고 했으니. 내가 알고 있다고 판단하고 우릴 풀어준 것이야. 그리고 미행하는 것이지.”

소리가 말했다.

왜 그랬어?”

도현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독이가 부탁했어. 누군가 자신에 대해 또는 ok에 대해 묻기 위해 우릴 납치할 것이라고. 그럼 애매하게 대답하면 반드시 풀어줄 것이라고. 그리고 미행을 할 것이라고. 아니 미행을 하며 우리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 했어. 우리가 죽으면 안 되니깐.”

소리가 다시 백미러를 보며 말했다.

뭐라고? 독이가? 정말 독이는 대단해. 우리보다 열배는 뛰어나.”

도현이 새삼 감탄을 하고 있었다. 소리는 그냥 빙그레 웃고 있었다.

다음날 소리는 도현과 함께 무덤 속에서 손이 나왔던 그 공동묘지로 출발했다.

유연과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미리 살펴보려는 생각에서였다.

. .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며 갑자기 차를 막아선 군인들.

무슨 일이십니까?”

소리가 차창을 내리고 군인에게 물어봤다.

훈련 중이라 더 이상 진입을 할 수 없습니다.”

군인의 대답을 듣고 소리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무덤을 확인해서 시체들을 확인해야하는데. 공동묘지로 진입을 막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연도 아무리 경찰이라도 진입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 훈련입니까?”

소리가 다시 군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 지시는 받지 못했습니다.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라고만 명을 받았습니다. 돌아가십시오. 더 이상 진입하면 위험합니다.”

군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총소리가 들려왔다. 사격훈련을 하는 모양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도 진입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리는 천천히 차를 돌렸다.

이러면 문제가 심각해지는데. 군인들이 막고 있는 동안 증거는 다 없애버릴 것이 아니겠어?”

도현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하.........”

갑자기 소리가 웃고 있었다.

? 왜 웃어?”

도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소리를 본다.

인간들이란 생각이 다 같아서 말이야. 하하........”

소리가 도현을 보며 다시 웃는다.

이제 어떻게 하지?”

도현이 소리에게 물었다.

유연이 방법을 찾겠지. 허나 시간이 허락지 않을 것이야. 이미 증거를 없애고 있을 것인데. 오늘 오전이면 증거가 다 사라질걸. 유연도 손쓸 시간이 없을 것이야.”

소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독이한테 물어볼까? 방법을 알지도 모르잖아?”

도현이 물었다.

독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어? 바쁜데 귀찮게만 하지. 유연이 알아서 찾을 것이야. 기다려 보자고. 연락이 오겠지.”

소리는 냇가에 차를 세웠다.

! 여기 버들치 많다. 버들치나 잡아다 매운탕 끓여먹자.”

소리가 신발을 벗고 냇물로 걸어 들어간다.

녀석........! 답답한 모양이네 안 하던 짓을 하고.”

도현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 뒷모습을 바라보고 중얼거렸다.

충주 산척에 도착한 독이와 일행은 커다란 공장으로 들어갔다. 독이가 들어가고 곧바로 무장한 군인들이 공장 주변으로 몰려왔다. 바리게이트까지 설치하고 차량과 사람까지 통제하며 훈련에 들어갔다.

무슨 일이죠?”

겁을 집어먹고 독이를 보며 30대 여인이 물었다.

우리들과 공장을 지켜주려는 것이니 걱정 말고. 모두 여기서 1달만 살자.”

독이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1? 그러다 회사에 무슨 일 생기면요?”

여장을 한 30대 남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오비서는 무슨 걱정을 해? 그 동안 긴급이사회라도 소집해서 대표이사를 바꾸기라도 할까봐?”

독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오비서가 사람들 시선을 피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ok가 있잖아. 아빠도 계시고. 걱정 말고 더 이상 여기선 ok. 아빠이야기도 꺼내면 안 돼. 여기도 첩자가 우글거리니깐. 지금부터 첩자 청소부터 해야지.”

독이가 말했다.

어떻게 하려고요?”

30대 여자가 물었다

일단 전 직원을 전부 운동장에 모이게 해야지. 일단 공장장부터 만나자.”

독이가 공장 사무실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직 독이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이 없어서 대부분 독이 일행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없었다. 또한 이미 출근 시간이 지나고 작업을 하는 시간이라 독이 일행은 별 관심을 받지 않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본부장님! 공장장 진필중입니다.”

50대 남자가 독이를 알아보고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아빠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아빠에겐 둘도 없는 친구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독이가 공손히 인사를 했다.

그렇긴 합니다만 여기선 거의 외톨이죠. 제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50대 남자는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일단 첫 번째 작전부터 시작 하시죠.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을 지금 바로 모이게 하세요. 비밀리에.”

독이가 말했다.

이미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공장장은 말을 마치고 곧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데리고 들어오게.”

공장장이 핸드폰의 통화를 마치고 1분도 안돼서 6명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남자가 4명에 여자는 2명이었다. 그 중 남자 하나가 독이 일행을 보고 놀라는 눈빛이 있었으나 곧바로 눈빛을 감추었다.

전 직원이 1255명이라 알고 있습니다. 현제 여기 계신 7분을 빼면 1248명이겠지요. 그럼 지금부터 전 직원을 구내식당으로 모이라고 하세요. 1명도 빠지지 말고요. 바로 방송하세요. 모든 기계를 멈추고 식당으로 모이라고요. 인사를 해야죠.”

독이가 공장장에게 말했다.

공장장은 즉시 방송을 시작했다.

오비서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핸드폰을 압수하세요.”

독이가 30대 여장 남자에게 말했다.

공장장부터 핸드폰을 오비서가 마련한 박스에 담았다. 사무실로 들어 온 6명도 핸드폰을 박스에 담았다.

식당의 문이 모두 6개라 알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식당에 모두 모이면 1개 문을 제외하고 모두 봉쇄하세요. ! 이곳 문은 당신과 미스문이. 함께 맡으세요. 이 문은 오비서와 이분이. 이 문은 아저씨와 이분이. 이 문은 아저씨와 이분. 이쪽 문은 공장장님과 이분.”

독이는 자신의 일행 4명과 공장장을 포함해서 5조로 나누어 문을 봉쇄하라고 하고 우연인가. 묘하게 독이 일행을 보고 잠깐이지만 놀라는 눈빛을 보였던 남자는 남겨뒀다.

아저씨는 저와 같이 행동하시면 됩니다.”

독이는 그 문제의 남자를 보고 그렇게 말을 했다.

모니터를 보니 이제 막 전 인원이 식당으로 들어 왔습니다.”

공장장이 독이를 복고 말했다.

가시죠. 큰 박스를 하나씩 들고 가셔서 나가는 직원들 핸드폰을 전부 압수하고. 기타 통신수단이 있나 검사하고 운동장으로 이동시키세요.”

독이가 말했다.

모두들 대답을 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독이가 전 직원을 식당으로 모이라고 한 것은 건물 밖으로 나가면 군인들이 공장을 에워싸고 있는 모습을 볼 수도 있으니 식당으로 모여서 핸드폰부터 압수를 하고 운동장으로 모이게 한 것이었다. 독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웅성웅성.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조용히 하세요.”

독이가 커다란 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은 떠드는 것을 멈추고 독이를 바라보았다. 독이는 식당에 놓인 나무 의자로 올라갔다. 마이크를 손에 든 독이가 말을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본부장 도옥입니다. 지금부터 우리 방위산업체에 침투한 첩자를 잡기 위한 부득이한 방법으로 여러분의 핸드폰을 압수하겠습니다. 첩자 분들은 애쓰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식당 안은 모든 전파가 차단되어 지금은 통화는 물론 메시지 전송도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압수된 핸드폰 역시 모든 전파가 차단된 상태로 보관될 것이기에 핸드폰이 여러분 손으로 다시 돌아가야 그때야 지금 급히 쓰시는 메시지도 전송이 될 것입니다. 자 그럼 각자 질서 있게 나가시며 핸드폰을 박스에 넣으시고 운동장으로 바로 나가셔서 잠시 기다리시길 바랍니다. ! 만약 질서를 지키지 않고 소란을 피우시는 분은 바로 첩자로 생각하게 되오니 질서를 지키시길 바랍니다.”

독이 말이 끝나자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스르륵.

식당의 6개문이 열리고 독이가 있는 문을 빼고 5개문으로 직원들이 천천히 나가며 핸드폰을 박스에 담고 있었다. 생각보다 직원들의 반발이나 소요는 없었다. 첩자들은 다른 방도가 있다는 생각에서 잠자코 따르고 있지만 아직 군인들이 공장을 완전히 봉쇄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했다.

삐삐.

간혹 탐지기에 블루투스 등 기타 통신장비가 걸린 직원들은 불평을 터뜨리며 박스에 담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1시간 정도 흐르자 모든 직원들의 핸드폰이 박스에 담겨 완전 밀봉되어 밀실로 보관되었다.

웅성웅성.

갑자기 운동장에서 사람들이 시끄럽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군인들이 공장을 완전히 에워싸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사람도 있고. 첩자들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떠들어대기도 했던 것이다.

모두 조용히 하십시오. 지금부터 첩자들을 색출하기 위한 부득이한 방법으로 1명씩 신체검사를 시작하겠습니다.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독이가 확성기를 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은 더욱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현제 군인들 훈련관계로 모든 직원들은 당분간 밖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특히 첩자들은 외부로 나갈 수도 연락 할 수도 없을 겁니다. 첩자들을 색출하고 회사를 살리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이므로 직원 분들께선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소동을 피우거나. 협조하지 않는 분들은 첩자로 간주하겠습니다. 그럼 질서를 위해 제 앞에 5개 줄로 질서 있게 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독이가 확성기로 말을 하자 잠시 웅성거리던 직원들은 천천히 줄을 서기 시작했다.

오비서와 미스문은 줄과 줄 사이를 최소 5미터 이상 간격을 넓혀 서도록 유도해주세요.”

독이는 첩자들끼리 서로 밀담을 나누지 못하게 줄과 줄 사이의 거리를 넓히려는 것이다.

유연은 경찰 공권력을 내세우며 공동묘지로 진입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도저히 공동묘지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봐요! 중요범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부득이 들어가야 한다니까요.”

유연이 들어가려는 도로를 무장한 군인들이 막고 있었다.

우린 명령대로 따를 뿐입니다. 대대장님의 허가를 받아 오세요.”

군인들은 매번 같은 대답만 했다.

그러니까 대대장님은 어디 계시냐고요?”

유연이 수없이 같은 질문을 했다.

저희들도 모른다고요.”

군인들도 같은 대답만 수없이 했다.

딩동. 딩동.

유연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소리에게서 온 전화였다. 유연은 전화를 받았다. 아무런 대답도 없이 듣고만 있던 유연은 대치하고 있는 형사들을 그대로 놔두고 혼자 승용차를 타고 그 자리를 떠났다.

유연은 가까운 거리의 찻집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도현과 소리가 유연을 맞이하고 있었다. 찻집에는 다른 사람은 없었다.

그게 정말이야? 독이가 뭘 보냈다고?”

유연이 자리에 앉으며 소리에게 급히 물었다.

독이가 보낸 영상이야. !”

소리가 핸드폰을 유연에게 보여줬다.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공동묘지 이곳저곳을 파내어 시체들을 꺼내 트럭에 싣고 있었다. 마치 어디에 묻었는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묻힌 시체들만 찾아 트럭에 싣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뭐야? 어떻게 찍은 영상이야?”

유연이 소리에게 물었다.

아마 현장에 투입된 사람들 중에 누군가 독이의 지시를 받고 몰래카메라로 촬영 중인 모양이야.”

소리가 대답했다.

그럼 현제 군인들이 봉쇄하게 하고 그 안에서 저 지랄을 한다는 것이야? 시체 빼돌리려고?”

유연이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 현제 저러고 있어. 저들은 이 근처가 아닌 원주 가족공원에서 소각시키려고 한다고 전해왔어.”

소리가 말했다.

원주 가족공원? 거기서 화장한다고?”

유연이 급히 물었다.

그래! 그러니 유연이 방법을 찾아보래.”

이번엔 도현이 말했다.

방법? 어떤 방법을........!?”

유연은 머릿속이 갑자기 하얗게 변했다.

내가 아는 녀석들을 통해 동물 사체는 구할 수 있는데.”

소리가 말했다.

동물 사체? 그걸로 시체와 바꿔치기 하자고?”

유연이 두 눈에 이채를 띠며 물었다.

그래! 그건 너희 공권력으로 해야 하지. 어때? 할 수 있겠어? 아무도 모르게 해야 돼.”

소리가 유연을 보며 말했다.

알았어! 찾아볼게. 꼭 찾아볼게.”

유연은 그 말을 남기고 급히 찻집에서 나가버렸다.

헌데 이상하잖아?”

도현이 유연이 나가자 소리를 보고 말했다.

맞아! 이상해. 독이가 이 동영상을 우리에게 보냈을 리 없어. 이 동영상을 보낸 번호도 우린 모르잖아. 독이 번호도 모르지만. 요즘 우리에게 연락은 그 보디가드를 통해서만 오잖아. 그 번호도 아니고. 이걸 보낸 자가 내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는 것 역시 알고 보냈을 것이야. 허니 그들이 보낸 정보 역시 가짜야. 아니 가짜인지 진짜인지 나보고 판단해서 움직이라고 문제를 낸 것인데. 이 근방의 화장터는 원주와 평창. 두 군데 뿐이야. 헌데 평창으로 갈 수 있는 입구는 경찰들이 대치중이니 원주 쪽으로 나가는 것이 맞긴 맞는데.”

소리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독이에게 연락해볼까? 보디가드 번호는 알잖아?”

도현이 말했다

아니야. 독이도 무척 바쁠 것이야. 그리고 탐정이 난데 독이에게 이런 문제를 물어볼 수는 없지. 자 잠시만 기다려. 추리 좀 해보자.”

소리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도현은 그런 소리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유연에게 연락해서 다시 좀 오라고 해.”

소리가 도현에게 부탁을 하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도현은 자리를 피해 밖으로 나와 유연에게 전화를 했다.

잠시 후 유연이 찻집으로 왔다.

무슨 일이야?”

유연이 소리에게 물었다.

독이가 보냈다는 그 동영상은 함정이야. 우리가 원주 화장터로 달려가서 시체를 바꿔치기 해도 그들의 함정에 걸려들 것이고 반대로 평창으로 가도 역시 함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야.”

소리가 도현과 유연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뭐라고? 그럼?”

유연이 소리에게 물었다.

놈들은 현장에서 소각까지 할 것이야. 오늘 밤에 현장으로 몰래 들어가서 시체를 단 하나라도 빼돌려야해. 증거를 찾아야지.”

소리가 말했다.

야간까지 기다리면 늦지. 지금 움직여서 몰래 들어가자. 여기서 산속으로 조용히 이동하자.”

유연이 말했다.

그래! 가자!”

소리가 동의하고 일어섰다. 도현도 따라 일어섰다.

독이는 직원들 손을 하나하나 검사하며 운동장에서 공장으로 들여보내고 있었다. 1200여 명을 다 검사하고 공장으로 들어갔는데. 맨 뒤에서 머뭇거리던 7명이 하나 둘 뒷걸음질 치더니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독이와 공장장은 공장으로 들어가는 문을 막고. 보디가드 두 명과 오비서가 그들을 잡으려 뛰어가고 있었다.

하나 둘 셋.

3명이 잡혀 묶이고 나머지 4명은 담을 넘어 도망가려다 안 되니까 각목과 파이프 등 무기를 들고 대들기 시작했다. 그 중 두 명은 보디가드 두 명보다 오히려 무예가 뛰어났다. 독이의 두 눈이 이채를 띠고 입가에 미소까지 지으며 그들에게 달려간다.

두 분은 다른 자들을 제압하세요. 오랜만에 장난 좀 쳐야죠.”

독이가 보디가드 두 명에게 말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떡이며 다른 자들을 잡으러 갔다.

킥킥....... 자 한번 놀아볼까.”

독이가 각목을 든 두 남자를 보며 말했다.

두 남자는 독이를 가운데 놓고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5명 모두 묶어놓고 독이와 두 명의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공장 문으로도 수 많은 직원들이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킥킥....... 의도한 것은 아닌데 갑자기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 같군. 구경을 시키려면 화려하게 끝내야지. 그래야 이 본부장 체면도 좀 서고. 좀 다치더라도 이해들 하게.”

독이가 두 남자를 보고 작은 소리로 한마디 하더니 갑자기 몸이 빨라졌다. 마치 풍차가 돌아가듯 몸이 화려하게 두 남자를 향해 돌아가며 발과 손으로 두 남자를 순식간에 제압하고 있었다.

으악!”

두 남자는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나가 떨어졌다.

우아.......

사람들 입에서 함성이 들리고 보디가드 두 명이 달려와서 두 남자 역시 묶어 버렸다. 독이는 묶인 사람들 손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역시 이들은 손가락 두 개씩을 정밀하게 이식 수술을 했네요. 이들을 창고로 데려 가세요. 순순히 말을 하지 않겠지만 물어볼 것이 많네요.”

독이가 두 보디가드에게 말했다. 오비서와 공장장까지 묶인 그들을 데리고 창고로 갔다. 독이는 공장으로 들어갔다.

협조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제 외부에서 침투한 첩자들은 다 잡았습니다. 이제 안심 하시고 맡은 작업에 임해주시길 바랍니다. 조금 더 조사를 하고 핸드폰을 돌려 드리겠습니다.”

독이가 공장 내 방송을 통해 한마디 했다.

그럼 끝난 것이야?”

미스문. 30대 여자가 작은 소리로 독이에게 물었다.

아니야. 내부 첩자도 있어. 내가 보기엔 3명 정도

독이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 그래.”

30대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으으....... 우릴 어쩔 생각이냐?”

창고에선 첩자들 7명이 독이를 보고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너희들을 첩자로 들이기 위해 죽인 사람들 시체를 바꿔 가져오기 위해 부득이 너희들을 죽일 것이다. 단 진실을 말하는 한 사람만 살려주마.”

독이가 첩자들 앞에 서서 말했다.

개소리 이미 그 시체들은 소각되고 있을 것이다. 너무 늦었다.”

첩자 하나가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놈이 젤 말이 많네. 저놈부터 죽여.”

독이가 말했다.

보디가드 한 사람이 손에 주사기를 들고 방금 말을 한 첩자에게 다가가서 주사기를 첩자 팔뚝에 푹 찔러 넣고 주사기 속의 파란 액체를 다 밀어 넣었다. 첩자는 곧 부르르 떨며 입에 거품을 물고 축 늘어졌다.

으으........

첩자들은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 진실을 말할 용기 있는 첩자는 없나?”

독이가 첩자들을 보고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린 아무것도 모르므로 말을 할 것도 없다.”

첩자 하나가 악을 쓰며 말했다.

저놈도 죽여.”

독이가 말했다.

다시 보디가드 한 사람이 주사기를 들고 그 첩자에게 다가갔다. 첩자는 몸부림을 치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주사기는 그의 팔뚝에 푹 찔러졌고. 파란 액체도 다 들어갔다. 그도 부르르 떨며 입에 거품을 물고 축 늘어졌다.

둘 다 데려가.”

독이가 말했다.

다른 보디가드 남자가 늘어진 첩자를 질질 끌고 나갔다.

미친년! 이런다고 우리가 항복할 것 같으냐?”

첩자 하나가 악을 쓰며 말했다.

저 놈은 입을 찢어버려.”

독이가 말했다.

보디가드 남자가 다시 주사기를 들고 가서 그 첩자 입에다 푹 찔러 넣고 파란 액체를 다 밀어 넣었다.

첩자는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역시 입에 거품을 물고 축 늘어졌다.

이젠 예쁘게 말을 할 놈이 있을 텐데?”

독이가 첩자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첩자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며 머뭇거렸다.

저녁 무렵의 공동묘지는 음산하기까지 했다. 군데군데 파헤쳐졌던 묘지들은 감쪽같이 원상회복돼 있었고. 덤프트럭에는 시체가 아무렇게나 실려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묘지들을 손보고 하나 둘 트럭 옆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모두 13명이었다.

이제 이곳을 떠날 것이다. 1조는 묘지에서 나온 오래된 묘지 주인들을 싣고 원주공원으로 가라! 그 곳에서 소각시킬 것이다. 2조는 빈 관을 싣고 평창공원으로 가라! 그곳에서 빈 관을 소각시킬 것이다. 3조는 시체들을 싣고 진부로 간다.”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말을 마치자 일사분란하게 모두 차량에 올라탔다. 똑같이 생긴 덤프트럭은 모두 3대였다. 장례식 운구차량이 2대가 있었다. 덤프트럭과 운구차량이 같이 먼저 움직였다. 모두 영동고속도로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 덤프트럭 한 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덤프트럭 적재함엔 시체들이 흙속에 함께 섞여 있었다. 산 능선에서 소리와 유연이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운구차량과 같이 움직이는 트럭들이 어디로 가나 잘 지켜봐.”

소리가 도현에게 전화를 했다. 도현은 미리 영동고속도로 방향으로 나가는 길목에 나가 있었다.

저 트럭은 흙을 싣고 어디로 가지?”

유연이 마지막에 천천히 출발하는 트럭을 보며 소리에게 물었다.

아마 시체에서 나온 혈흔이 묻은 흙이겠지. 크게 신경 쓸 것 없어. 시체를 찾아야지. 우리도 어서 따라가자.”

소리와 유연은 숲속으로 사라졌다. 허나 명색이 탐정이란 녀석이 진짜 시체를 싣고 가는 트럭은 놓치고 있었다.

산속을 나와 승용차를 탄 소리에게 도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트럭 하나와 운구차량은 원주 쪽으로 가고 있고. 다른 트럭과 운구차량은 평창 쪽으로 갔어.”

도현의 전화를 받고 소리는 도현과 원주 쪽으로 가는 트럭과 운구차량을 따라가기로 했고. 유연과 경찰은 평창 쪽으로 따라가기로 했다.

맨 뒤에 시체를 싣고 가는 트럭엔 대장 같은 남자가 타고 있었다.

으하하하........”

남자는 통쾌하게 웃고 있었다.

놈들은 예상대로 원주공원과 평창 화장터로 쫒아가고 있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진부령 입구에 장비로 깊은 구덩이를 파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곳에 덤핑을 하고 장비로 묻어버릴 것입니다. 하하....... ! 그럼요 놈들은 당연히 화장 할 것이라 생각했을 겁니다. ! !”

대장처럼 보이는 남자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며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하하하.........! 동물 사채를 준비해서 묘지 주인들 시신들과 바꿔치기 하겠다고 하다가 수갑을 찰 것이다. 경찰이야 평창 화장터로 따라가 허탕이나 치면 됐고. 이런 것을 일거양득이라 하지. 하하.......”

남자는 호탕하게 웃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원주 화장터를 향해 달리던 트럭과 운구차량은 한적한 도로에서 도로공사를 하는 중장비가 길을 막아 차량을 세웠다. 갑자기 나타난 검은 복면을 한 사람들이 운구차량과 트럭의 문을 열고 운전자와 일행들을 제압하고 트럭에 올라가 시체가 들어있는 관을 내리고 다른 관을 실어 바꿔치기를 하고 있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바꿔치기를 다 했는지. 제압했던 트럭 운전자와 운구차량의 일행들을 다시 놓아주고 자신들이 타고 온 차량을 타고 떠나고 있었다.

바로 그때.

. .

경찰들이 사이렌 소리를 내며 복면을 쓴 사람들이 떠나려는 앞을 가로막았다.

운구차량과 트럭에서 사람들이 내려서 통쾌하게 웃고 있었다.

으하하하........ 가서 콩밥이나 처먹고들 있어라! 멍청한 것들이 무슨 탐정 놀이를 하다고.”

그러게 말입니다. 가서 콩밥을 먹어봐야 정신들을 차리죠.”

으하하하.........”

그들은 복면을 쓰고 시체를 바꿔치기 한 사람들이 경찰에 잡혀 연행되는 장면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우리들을 왜?”

소리가 경찰들이 손에 수갑을 채우자 항의를 하고 있었다.

공동묘지에서 고인들의 시신을 화장하려고 이동하는 것을 몰랐단 말인가? 남의 시신을 왜 훔쳐가는 것이야?”

경찰이 이미 알고 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소리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경찰은 거칠게 소리를 밀어 경찰차에 태웠다. 바로 그때. 관을 실은 트럭을 운전하던 도현은 그대로 도주를 시작했다. 경찰들은 다시 트럭을 쫒기 시작했다. 한적한 도로에서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평창 화장터를 향해가던 운구차량과 트럭은 화장터를 도착해서야 경찰들이 앞을 가로막고 조사를 하고 있었다. 헌데 그 곳엔 유연은 보이지 않았다.

운구차량엔 아무것도 없었다. 덤프트럭에도 아무것도 없었다. 트럭을 몰고 온 운전자와 운구차량의 운전자 단 둘 뿐 다른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경찰들은 무슨 일인지 두 운전자를 수갑을 채워 경찰 차량에 태우고 몸수색과 동시에 핸드폰을 압수했다.

우리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트럭운전자가 거칠게 항의를 했다.

죄 없는 사람을 이렇게 수갑까지 채웁니까?”

운구차량 운전자도 항의를 했다. 허나 경찰들은 단 한마디 대꾸도 없었다.

오대산 쪽으로 달리던 진짜 시체를 실은 트럭은 유유히 시체를 매립할 장소에 도착해서 시체를 깊은 구덩이 속에 그대로 내려놓고 굴삭기가 흙으로 덮은 다음 트럭과 굴삭기도 유유히 그 곳을 떠나갔다. 이미 해는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도주를 하던 도현은 결국 경찰에 잡혀 소리와 함께 평창경찰서로 끌려왔다.

그러나 소리와 도현은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곧 풀려났다. 경찰들에게 잡혀 끌려 온 운구차량 운전자와 트럭 운전자도 곧바로 귀가조치가 이루어졌다.

천둥 번개가 치며 거세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아빠! 옥이가 스파이들 다 잡았어.”

독이와 함께 있던 30대 여성이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었다.

아가씨에게 무뢰하게 굴지 말고. 옆에서 잘 보고 배워.”

도회장은 30대 여성의 전화를 받으며 그렇게 말을 했다. 도회장은 독이가 당연히 스파이를 잡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던 것처럼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특히 아가씨라고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독이를 무척 존경하는 그런 말투였다.

아빤 그저 옥이 아....... 아니! 아가씨 밖에 몰라!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옛일에 매달려 사는지. 그저 아가씨! 아가씨! .”

30대 여성은 입을 삐쭉 내밀며 전화를 끊었다.

하하하........ 몰라서 그러십니까? 회장님의 특별 지시가 있으니........ ! 물론 아가씨께선 존경할 만한 능력을 갖고 계시긴 합니다.”

독이 보디가드가 30대 여성 옆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젊은 회장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저는 한 번도 뵌 적이 없어서........”

30대 여성 입에서 처음으로 젊은 회장님이란 단어가 나왔다.

하하하.......”

독이의 보디가드는 그저 웃기만 한다.

도대체 젊은 회장님 이야기만 하면 아빠도. 아저씨들도. 옥이까지 모두 입을 다물고 있으니........ 더욱 궁금해지네. 호호.........”

30대 여성도 허탈하게 웃고 만다.

어둑어둑한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 온 도현은 낮선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키가 크고 잘 생긴 젊은 남자였다.

누구신지?”

도현이 경계심을 가지고 물었다.

! 도현이 너에겐 2년 선배다. 나하고 동창이지만 나이는 나보다 두 살 많고, 인사드려!”

소리가 도현에게 말했다. 도현은 얼른 고개를 꾸뻑 하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도현입니다.”

도현은 인사를 하고 선배라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헌데 민망스럽게도 선배라는 사람은 그냥 입가에 미소만 짓고 있었다.

! 선배에 대해선 알려고 하진 마라. 그게 예의니깐.”

소리가 도현을 더욱 황당하게 했다. 그러니까 뭐냐? 도현은 인사까지 했는데. 선배라는 사람은 자신의 이름까지도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도현은 은근히 화가 치밀었지만 소리에게도. 선배라는 사람에게도 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어찌 보면 소리 역시 2년 선배니까 후배가 선배가 알려줄 수 없다는데 따질 수도 없었다. 속으로만 투덜거리는데.

가자! 가 보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야.”

소리가 도현의 마음을 아는지. 도현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토닥이고 먼저 승용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고 있었다. 의문의 선배라는 사람은 뒷좌석에 먼저 타서 눈까지 감고 잠을 청하는 모습 같았다. 도현은 소리와 선배를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승용차 앞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창문을 조금 열었다.

창문 올려! 옥선배는 바람을 싫어한다.”

소리가 도현을 나무라듯 한마디 했다. 도현은 얼른 차창을 올렸다. 그리고 소리와 뒷좌석의 선배라는 사람을 룸미러를 통해 바라보았다.

옥선배라. 신비한 사람이다. 같은 동창이라면서도 소리가 무척 존경하는 저 태도는 무엇인가.”

도현은 의문을 품고 다시 한 번 소리와 옥선배라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소리도. 선배라는 사람도. 도현까지 조용히 침묵을 지킨 채 조용히 도로 위를 달리는 승용차 안에는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군인들이 훈련을 핑계로 공장주변을 엄격히 호위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 승합차가 공장으로 들어왔다. 승합차 뒤로 경찰버스도 함께 따라왔다. 승합차 앞좌석엔 유연이 앉아있었다. 경찰승합차가 멈추고 유연이 얼른 내려 기다리고 있던 독이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독이 역시 고개를 살짝 숙여 답례를 한다. 경찰 승합차에서 경찰들이 내리고 유연 옆에 섰다.

안내해드려!”

독이가 옆에 있던 보디가드와 30대 여성에게 말했다.

가서 인계받으세요.”

유연이 옆에 서있던 경찰들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경찰들은 독이 보디가드와 30대 여성을 따라 공장 내부로 들어갔다.

아가씨! 이번 일 도와줘서 고마워요. 시신들은 무사히 다 확보했어요.”

유연이 독이 옆으로 다가와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요. 탐정이라면서 그렇게 허술해서야. 역시 헛소리죠.”

독이가 말을 하며 빙긋이 웃는다.

소리가 바보가 아니죠. 아가씨가 대단한 것이에요. 어찌 3번째 트럭에 시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신 거죠?”

유연이 다시 작은 소리로 물었다.

잠깐만 깊이 생각해보면 다 알 수 있는 것인데........”

독이는 별것 아니란 말투다. 공장 건물로 들어갔던 경찰들은 독이가 잡아 놓은 산업스파이들을 수갑을 채우고 데리고 나왔다.

여기 저들이 자백한 녹취록과 진술서입니다.”

독이가 핸드백에서 봉투를 꺼내 유연에게 준다.

! 고마워요. 저들 손가락이 어차피 빼박 증거라서 기소하는데 문제는 없지만 저들 윗선까지 자백을 받아 놓으실 줄은 몰랐네요.”

유연이 말했다.

허나 그 윗선이란 것이 고작 꼬리에 불과합니다. 수사를 하시려면 애로사항이 많을 겁니다. 위에서 압력도 있을 것이니 잘 견디시길 바랍니다.”

독이가 말했다.

그럼.”

유연이 독이에게 인사를 하고 경찰승합차로 걸어갔다. 독이는 유연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지 않고 바로 돌아서서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병신 같은 새끼! 마취제 주사에 속아 다 털어 놓다니 뒈져라!”

저 본부장 년이 그런 수를 쓸 줄 알았나? 정말 죽이는 줄 알았잖아.”

산업스파이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욕지거리를 하며 호송버스에 올라타고 유연과 함께 떠나갔다.

놈은?”

사무실로 들어 온 독이는 30대 여성에게 물었다.

아직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벌벌 떨고만 있고. 핸드폰으로 어떤 곳에도 전화를 하지 않고 있어.”

30대 여성이 대답했다.

경찰에게 스파이들이 인계되는 장면은 아무도 모르게 했지?”

독이가 다시 물었다.

물론. 공장장도 모르게 했어.”

30대 여성이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잘했어! 난 잠시 쉴게.”

독이가 소파에 몸을 던지다시피 누웠다.

! 알았어! 나가볼게.”

30대 여성이 사무실을 나가자 보디가드도 슬그머니 나갔다. 홀로 누워 있는 독이는 잠을 청하고 있었다. 밤새 스파이들과 씨름하느라 피곤했던 모양이다.

아저씨들과 옥이는 어떻게 알게 됐어요?”

30대 여성은 독이 보디가드를 졸졸 따라다니며 끈질기게 물었다.

“5년 전이었죠. 회장님과 저 아가씨가 만난 것은 당시 회장님께서 산행 중에 미끄러져서 계곡의 바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었는데 마치 다람쥐처럼 날쌘 사람이 보이더랍니다. 회장님께선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셨답니다. 그때 그 다람쥐같이 날쌘 사람이 바로 저 아가씨입니다. 저 아가씨는 회장님께 살려주는 조건을 제시하셨고 회장님은 약속을 하셨답니다. 아가씨는 회장님을 살려주시고 집으로 모시고가서 치료까지 해주시면서 며칠을 같이 보내셨는데. 그때부터 회장님은 저 아가씨만 생각하십니다.”

독이의 보디가드가 30대 여성의 끈질긴 질문에 결국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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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Happiness (♡.83.♡.3) - 2023/06/19 00:12:35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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