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2 격정시대 하-58

더좋은래일 | 2023.11.11 11:30:17 댓글: 0 조회: 213 추천: 3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6664


58

1940년말에서 그 이듬해 이삼월 사이에 화중, 화남 각 전장에 분산되여있던 조선의용대의 각 지대들과 분대들이 륙속 태항산항일근거지로 넘들어갈 태세를 갖추었다.

강남에서 북상한 제1, 제3 혼성지대의 지대장을 방효삼이고 정치위원은 석정 그리고 부지대장은 반해량과 윤대성이였다(왕통은 한개 분대를 령솔하고 절강방면에 진출하여 활동하고있었다).

제2지대를 령솔한것은 지대장 리익선과 정치위원 김학무 그리고 부지대장 리자인 및 지하당 책임자 성재수였다.

이때 락양분대의 분대장은 문정이였으므로 그는 륙속 당도하는 각 부대를 접대할 중임을 그 두어깨에 짊어지지 않을수 없게되였다. 영사를 마련하고 급양을 보장하는외에도 련락과 통신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문제 그리고 통행증과 도하증명서의 교부신청 등등... 두서를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번다한 일이 한시에 들이닥치는 바람에 그는 밤이고 낮이고 팽이같이 팽글팽글 돌아야 하였다. 그런데 더욱시끄러운것은 그 모든 일을 다 잠시도 경각성을 늦추지 않고 국민당정부요원들의 이목을 피해가며 해야 하는것이였다. 문정이는 1940년 1월에 입당하였는데 사업상의 편의와 필요로 하여 그전부터 줄곧 제1전구 사령장관인 위립황의 사령부에 주재하고있었다. 그리하여 한 조선인 중공당원이 국민당군대사령부에 잠복해있다는 기묘한 국면이 조성되였던것이다.

서선장이는 소상강반에서 떠나 양자강을 건느고 또 한수를 거쳐 수천리 먼길을 발섭하여 수월찮게 황하기슭에까지 와닿았었다. 옛말에도 <<선비가 사흘을 갈라지면 눈을 닦고 다시 보아야 한다>>고 했는데 하물며 문정이와 선장이는 3년 동안 즉 300여개의 <<사흘>>이나 갈라졌던 셈이니 더욱 마땅히 눈을 닦고 다시 보아야 할것이였다. 두 친구가 전쟁의 불길속에서 오래간만에 다시 만났으니 반갑지 않을리 없다. 선장이가 너털웃음을 웃으며 문정이의 여윈 손을 마주잡고 흔들었다.

<<잘 있었나. `전쟁할 때`. 그런데 왜 살이 전연 안 올랐어? 죽을 제때에 안 주던가?>>

선장이가 이렇게 례의바르게 수인사를 하니 문정이도 그 홀쪽한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여 선장이의 손을 마주잡고 흔들며

<<맹추 왔나? 그런데 대가리가 그렇게 커다래가지구두 아직 버릇을 못 배운 모양이지.>> 하고 입이 싸게 대구를 하는것이였다.

문정이는 그처럼 바쁜중에도 시간을 짜내여 따로 선장이를 초대하였다. 환영연회라는 명목으로 둘이 오붓이 정주호텔에 가 양식으로 정식을 먹는데 전시라서 그런지 소고기고 닭고기고 생선이고 다 분량은 그리 푸짐하지가 못하였다. 그나마 문정이는 제앞의 일인분을 다 먹지 못하였다. 그러한 정황하에서 선장이는 가까운 친구로서 사심 없는 원조의 손길을 뻗치지 않을수 없었다. 문정이는량손에 나이프와 포크를 갈라쥐고 경탄해마저않는 눈으로 선장이의 놀라운 먹새를 구경하고있었다. 선장이가 바람이 구름을 걷듯이 눈 깜박할 사이에 제것, 남의것을 다 쓸어버리자 문정이는 감동된 나머지에 진정으로 찬사를 보내였다.

<<맹추, 너 그동안 통 굶어 살았구나. 급료받은건 다 뭘 했니?>>

<<그래두 난 너처럼 그렇게.>> 하고 선장이도 례의바르게 답사를 올렸다.

<<뼈하구 가죽만 남진 않았다. 이 가련한 수애비야.>>

부드럽고 포근한 화기 감도는 가운데 두 친구는 네 눈이 마주보며 소리내여 웃었다.

서안데 주류하고있는 한국광복군과의 통일전선을 공고히 할 목적으로 친선방문단이 떠나가는데 선장이도 끼이게 되였다. 단장은 제2지대 부지대장 리자인.

황하 북안의 풍릉나무를 점거한 적군의 기차가 얼씬만 하면 곧 강건너로 포격을 가해오는 까닭에 동관은 도보로 넘어야 하였다(군수물자를 실어나르는 군용렬차는 밤중에 불을 끄고 전속으로 통과하는수가 더러 있었다). 그런데 <<천하제일관>>이라는 편판이 걸려있는 관문이 웅장하기는 하여도 주변의 흙먼지가 어찌나 많이 쌓였던지 무릎까지 푹푹 빠져서 걷기가 여간만 말째지자 않았다. 다리가 좀 짧은축인 박문이가 먼지투성이가 되여가지고도

<<이건 모래사자 사막이 아니라... 티끌 진자 진막이군그래.>> 하고 우스개소리를 하며 허우적이고있는데 키꺽다리 리태성이가 웃으며

<<내 좀 업어다줄가? 자 어부바.>> 하고 등을 돌려대나 박문이는

<<짝귀놈이 잘 너덜댄다.>>

욕을 하고 침을 퉤 뱉었다.

서안역에 내린것은 12월 31일 오후 2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한국광복군의 서안지대본부는 역에서 도보로 한 20분 걸리는데 어마한 삼문앞에 권총을 찬 광복군의 위병이 서있었다. 삼문 바로안에 서있는데 기대에는 태극기가 달려서 삭풍에 펄럭이고있었다. 선장이의 가슴속에서는 케케묵은 대한제국의 국기-태극기를 너절하게 보는 마음과 민족독립의 상징으로 보지 않을래야 않을수 없는 태극기에 끌리는 마음이 서로 뒤얽혀가지고 룡트림을 쳤다. 참으로 야릇한 심정이다. 이런 모순된 감정에 사로잡힌것은 선장이 하나만이 아니였다. 맑스주위자로서의 조선의용대 대원들은 누구나 다 그러하였다.

밤에 강당 겸 식당에서 환영회가 열렸는데 식탁만 있고 걸상은 없는지라 식사도 서서 해야 하고 또 오락회도 서서 해야 하였다. 안배된 침실들에는 널마루식침상들이 놓여있어 오륙명씩 칠팔명씩 죽 드러누워 자게끔 되여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1941년-새해였다.

<<작년에 사시에서 원단을 맞았었지?>>

<<그러구보니 양자강에서 1년이 걸려 황하까지 왔구먼.>>

<<그럼 래년엔... 압록강인가?>>

<<압록강? 쉬여라 이놈아. 신강구경이나 안하게 되면 다행인줄 알아라.>>

<<거 누구야, 정월 초하루날부터 패배주의 독소를 퍼뜨리는게?>>

<<재수없게!>>

<<부저가락으로 집어내자!>>

<<숙청!>>

<<토벌!>>

떠들썩 지껄이며 일어나 찬물로 세수들을 마치기 바쁘게 호르래기소리와 함께

<<국기 게양!>> 하고 웨치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인 광복군과 손님인 의용대가 다같이 정렬하여 거수경례를 하고 주시하는 가운데 태극기가 아침하늘에 서서히 떠올랐다. 다음 순서는 <<애국가>> 의 제창인데 선장이는 그 <<애국가>>를 부르면서 이름 못할 감격에 휘감겼다. <<인터나쇼날>>을 부를 때와는 달리-야릇한 감격이였다.

광복군의 서안지대 지대장 라월한은 현직의 국민당 헌병대위였으므로 령장에 소성이 셋이 박힌 제복을 입고 까만장화를 신었었다. 작달막하고 호리호리한 키의 암팡진 사나이로 나이는 서른의 고개를 막 넘은상싶었다. 그는 이름난 무정부주의자인데 상해에서 일본경창에 체포되였다가 압송도중에 목숨걸고 모험을 하여 구사일생으로 탈주에 성공을 한 용사였다. 일본제국주의와는 철천지원쑤였으나 독일의 히들러를 은근히 수배하여 히들러의 자서 <<나의 투쟁>>을 특히 애독하였었다. 정신이 온전한 사람의 눈으로 보면 리해하기 좀 어려운 <<대립물의 통일>>이였다. 그런데 또 그는 로마의 대웅변가 키케로도 무색할만한 웅변가-아니 열변가였다. 무정부주의자건 민족주의자건 지어는 맑스주의자들까지도 그의 연설을 듣고는 감동이 아니될래야 아니될 재간이 없었다. 비록 일시적일망정. 라월한은 중앙군교 8기 졸업인가 9기 졸업이였으므로 선장이들보다 까맣게 선배였으나 조금치도 젠체하는 태도는 없었다. 그는 상급도 시인하지 않고 하급도 시인하지 않고 또 중앙집권제도 시인하지 않는 평등주의적무정부주의자-철저한 무정부주의자였다.

선장이가 라월한의 집무실에서 서가에 꽂힌 두권의 일문판 <<나의 투쟁>>을 발견하고 좀 빌어보자고 청한즉 라월한은

<<어서 갖다보십시오, 어서 갖다보십시오.>>

선선하게 응낙을 하고 웃으며 한마디를 덧붙이는것이였다.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지요.>>

선장이가 날강도의 자백서와 같은 <<나의 투쟁>>을 다 읽고 돌려주려 가니 라월한은 웃으며

<<어떻습니까 읽은 감상이?>> 하고 묻는것이였다.

<<글쎄요, 무어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투쟁하는 방법이 비상하잖습니까? 우리가 따라배울 점이 있다구 생각하잖습니까?>>

<<글쎄올시다.>>

<<이용대동무들은... 물론 맑스주의자들이니까 수긍을 안할겁니다만... 솔직히 말해 난... 맑스주의자들의 정치적신념에 대해선 리해가 잘 가지를 않습니다. 물론... 사람이란 다 저마끔의 신념이라는게 있는거니까... 자 담배, 안 피운다구요? 아주 얌전하시군.>>

라월한은 웃으며 권연 한가치를 피워물고 슬쩍 말머리를 돌리는것이였다.

<<서안의 명물이 양고기떡국인데 잡쉬봤습니까?>>

<<녜. 눈 꾹 감구 한번 먹어봤습니다.>>

<<눈을 꾹 감다니?>>

<<양고기를 처음 먹어봐서요.>>

<<오, 누린내때문에? 아하하!...>>

선장이가 침실로 돌아오며 라월한의 휘하에 있는 젊은이들의 장래가 어찌될것인지 념려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라월한이 자신의 부하들이 붉은 물이 옮을가봐 의용대 대원들과의 접촉을 은근히 단속하는 까닭에 쌍방은 다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해볼 기회를 끝내 가지지 못하였다. 한마디로 말하여 친선방문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말았던것이다.

이때 조선의용대 대원들의 세계관은 극히 단순하여-무릇 항일하는 사람은 다 영웅호걸이요, 안하는 년놈은 다 개돼지였다. 그러므로 광복군이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후방-서안에 주류하고 있으면서 실력을 보존하는데만 신경을 쓰는게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이 되였었다.

<<광복군치들은 항일합네 하구 들어앉아 그저 밥들만 축을 내는군.>>

<<누가 아니래여.>>

<<우리를 곧 손님마마 배송하듯하잖아... 고놈의 라월한이.>>

<<맑스주의를 천연두루 아는 모양이지?>>

<<깜직한 놈 같으니, 환송연설을 하면서... 가장 석별의 정을 못이기는척하구... 눈물까지 흘려보이잖아.>>

<<고런 연극쟁이 같으니라구!>>

<<그래두 난 그때 눈시울이 다 뜨거워나던걸, 감동이 돼서.>>

<<빤히 속는줄을 알면서두 고놈의 혀바닥엔 다들 녹는단 말이야.>>

<<아무튼 난놈은 난놈이야.>>

서안을 떠나 화산을 향하고 달리는 렬차속에서 방문단성원들은 이와 같이 지껄이며 다들 어이없는 웃음을 웃었다.

갓 북상해온 제1, 제3 혼성지대는 락양시외에 주류하고 먼저온 제2지대는 시내에 주류하였는데 선장이는 사업상의 필요로 제2지대에 그대로 남아있게 된 까닭에 송일엽을 조용히 만날 기회가 좀체로 없었다. 두 사람은 류양에서 갈라진지도 1년이 넘었었다. 해수로 따지면 3년째였다. 쉽지 않게 단둘이 한번 만났을 때 소삽한 골목길을 발이 가는대로 걸으며 서로 그린 정회를 그들의식으로 이야기하였다.

<<그동안 키가 더 크잖으셨에요?>>

<<무슨...>>

<<아니 참말이예요. 이만큼은 더 크셨에요.>> 하고 송일엽은 선장이 군모채양밑에다 손바닥을 가로 대보였다.

<<그동안 리론학습을 좀 했습니까?>>

<<리론학습?... 어디 머리속에 들어와줘야지요. 그저 엄벙덤벙 지냈에요.>>

<<옥연동무가 좀 도와주지두 않던가요?>>

<<왜요, 도와줬지요. 애를 썼지요. 그렇지만 듣는 사람이 소귀에 경읽기니까 어떡해요. 호호!...>>

송일엽은 기분이 이른 봄날의 종다리와도 같이 명랑하였다.

<<해방구에 들어가면 생활수준이 형편없이 낮아질텐데...>>

<<남들두 다 그러구 사는데 나라구 못살라구요. 념려 마세요.>>

<<끼니마다 조다짐이라는데...>>

<<조밥은 누가 못 먹는다구 해요.>>

선장이가 말머리를 돌렸다.

<<황하는 건늘 때두 따루따루 건느게 될 모양인데...>>

<<또요?...>> 하고 송일엽은 눈이 상큼해지며

<<혁명대오는 왜 이렇게... 개인의 자유란게 하나두 없지요.>> 하고 입이 뽀족해졌다. 선장이가 걸음을 멈추고

<<여기가 어딘가?...>> 하고 앞뒤 골몰을 두리번거리니

<<나두 몰라요, 가는대루 따라가니까요.>> 하고 송일엽도 앞뒤를 두리번거리는것이였다. 좁고 으슥한 골몰길에는 갈비대가 앙상하게 드러난 개 한마리가 고개를 떨어뜨리고 꼬리를 늘어뜨리고 풀이 죽어가지고 제 갈길을 가고있을뿐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를 않았다. 송일엽이 홀지에 선장이의 등을 꽉 그러당겨 가슴에 붙이고 입을 한번 쪽 맞추었다. 선장이는 놀라서 녀자의 젖가슴을 두손으로 떼밀고 앞뒤를 살펴보았다.

<<왜요?...>>

<<누가 보면 어쩌라구!>>

<<보면 어때요?>>

<<`보면 어때요`?...>>

선장이는 뒤말을 잇지 못하였다.

1941년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무렵 제2지대 정치위원 김학무가 령솔하는 선발대가 락양을 출발하여 해방구에로의 길에 올랐다. 선장이도 선발대에 편입이 되여가지고 떠나는데 제1의 행선지는 합간이라는 곳이였다. 합간은 하남, 산서 어름에 위치한 림현땅에 있었다. 한걸음 앞서 떠난 제1, 제2 혼성지대가 그 합간거리에서 오륙마장 떨어진 한 부락에 주류하고있는데 거기에 가 그들은 합류를 할 계획이였다.

의용대성원들은 일찌기 아무도 그 출중하지 못한 문정이가 전원이 북상을 할 때 관건적역할을 놀줄은 예측하지를 못했었다. 시대가 영웅을 낳는지, 아니면 질풍이 불어야 억세 풀을 아는지 아무튼 죽고사는 문제가 걸려있는 고비판에 그는 일약 판국을 주름잡는 풍운아로 되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홀쪽한 얼굴도 금빛의 후광이 엇비낀듯 생기가 발랄해보였다(그는 조선의용대 두개 지대와 여러 분대 전원을 자신까지 네패로 나눠가지고 디염띠염 떠나보내는데 여섯달에 걸쳐 한 사람의 손실도 없이 안전하게 다 태항산항일근거지로 전이를 시켰다).

선발대가 행장을 다 수숩한 뒤 점호를 해본즉 이게 웬 일이냐, 사람 하나가 모자라지 않는가.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었다. 그 신비스럽게 돌연히 자취를 감춰버린 사람은 다름아닌 황민이였다. 황민이의 별명은 <<큰애기>>인데 멋따기군이였다. 그의 돌연한 실종은 사람들의 마음을 먹장구름으로 뒤덮어버렸다. 참으로 례상일이 아니였다. 큰 방축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는말이 있잖은가! 선발대를 전송하려고 장관사령부에서 총총히 달려온 문정이는 얼굴이 해쓱해져가지고 한동안 말을 못하였다. 의심할나위없이 그것은 배반도주였기때문이다. 국민당의헌병대가 의용대 영사에서 너덧마장 밖에 안되는 거리에 있으니 걸어서 갔다온대도 한시간이 채 안 걸린다. 그러나 선발대는? 화살은 이미 시위에 먹여들었으니 아니 쏠래야 안 쏠수가 없는 형편이다. 그래 모두 속으로는 얼떨떠름하면서도 칼물고 뜀뛰기로 결연히 길을 떠나지 않을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황민이는 생활이 간고한 해방구로 갈 생각이 없어서 출발명령을 받는 즉시 영사를 벗어나가지고 정거장으로 달려가 첫차를 타고 서안에 주류하는 우익군대-한국광복군으로 도망을 쳤었다. 그렇지만 그는 의용대의 행동계획을 아무에게도 루설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단지 <<가난뱅이공산당>>을 싫어했을뿐 항일의 종지는 변함이 없었던것이다.

급기야 선발대가 맹진나루에 당도해보니 버얼써부터 군대에 징용이 된 황하의 크고작은 선박들은 전부 초만원을 이루어 말과 사람과 군용물자가 한군데 붐비여 복대기를 치고있었다. 군사관리당국이 총대에만 의거해 유지하는 질서가 뒤죽박죽임은 대번에 알리였다. 하긴 뒤문거래가 성행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혼잡한 국면이 더더구나 혼잡한지도 모를 일이였다. 아무튼 판국이 그런 까닭에 예상외로 두시간 이상이나 나루터에서 지체를 하게 되여 모두들 조바심을 하였다. 령솔자인 김학무가 총지휘관을 찾아가지고 반나절이나 교섭을 하였으나 결국은 요령부득으로 나루배는 여전히 차례지지 않았다. 다들 속을 지글지글 긇이는고있을즈음에 홀지에 구성이 나타났다. 문정이가 온것이다. 문정이는 선발대를 떠나보내놓고나서도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를 않아 안절부절을 못하다가 마침내 마음을 고쳐먹고 부랴부랴 뒤쫓아온것이였다. 문정이가 오자마자 옭혔던 매드븐 미처 손을 대기가 무섭게 풀려나갔다 그는 군복앞가슴에 단 장관사령부의 출입증을 가지고 어리석은 국민당관리들을 혼쌀내였던것이다.

선발대를 태운 배가 배줄을 감은 뒤에 문정이는 혼자 꼼짝 않고 방축우에 서서 차차 멀어가는 배를 점도록 바래였다. 선장이는 탁류가 끓어번지는 황하의 강물을 엇비슥이 건너가며 뒤뚝거리는 두대박이우에 차차 작아지는 그이 호리호리한 모습을 내처 바라보았다. 그러는중에 선장이는 홀제 가슴속에서 뜨거운 그 무엇이 북받치는것을 느꼈다-그것은 문정이에 대한 그의 진지하고도 은근한 우정이였다.

강을 건는 뒤에 또 하나 시끄러운것은 괴로군이 길목을 지키는 봉쇄선을 넘어야 하는것이였다. 그래서 선발대는 로상에서 한 소좌대대장이 령솔하는 방병훈부대의 소부대와 짝을 무었다. 이 소부대는 반개 중대의 병력으로 탄약, 의약품 따위 군대물자를 소송하는중이였다. 그들은 도 곁다리로 자기 부대의 장교가족 몇 사람도 호송하는데 개중에는 전족을 한 녀자까지 하나 있었다,

첫 봉쇄선을 10여리 앞둔 한 촌락에서 그 대대장의 부관이 당지의 거동이 수상스러워보이는 작자 하나와 이마를 맞대고 반나절이나 수군수군하더니 마침내 흥정이 이루어진 모양으로 약간의 길세 즉 통행세를 수수하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수상스러워 보이는 작자는 괴뢰군과 국군 사이에 흥정을 붙이고 그 구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거가군이였다. 역시 마찬가지로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수 있는 세상-동취로 오염이 된 세상이였다.

<<여러분, 이젠 맘놓구 휴식들 하십시오.>>

대대장이 웃는 낯을 선장이들에게 돌리고 말하는것이였다.

<<일찌감치 저녁식사를 해치우구 땅거미만 지면 곧 떠나기루 하십시다. 모든게 다 순조로우니 안심들 하십시오.>>

그러나 미구에 현실은 일이 그렇게 순조롭지가 않음을 증명하였다. 따라서 마음을 놓는것도 너무 좀 일렀다.

달 없는 밤이 몹시 어두운데다가 길까지 험하여(애처 조약돌 투성이의 마른 내바닥을 걸어야 하였다) 그 전족을 한 군대가족 녀자는 촌보를 옮기기가 어려울 지경이였다. 나중에 정 안되겠으니까 선발대성원들인 정엽(별명은 목사)이와 림평(별명은 가물치)이가 자진해나서가지고 량쪽에서 곁부축을 해주었다.

어둠속을 더듬으며 봉쇄선 근처에까지 왔을즈음에 무슨 까닭인지 대오가 불시에 멎어버렸다. 움직이지 않은 대오속에 서서 기다리는 동안 선장이들은 원인을 몰라 답답도 하거니와 적습이 우려되여 적잖이들 긴장도 하였다. 이윽고 선두에 섰던 부관이 허둥지둥 달려와 대대장을 찾았다.

<<무슨 일이야?>>

조급증이 난게 분명한 대대장이 음성을 푹 낮추어가지고 물었다.

<<대대장께 보고드립니다. 저 벼락맞을 날강도놈들이 글쎄 웃돈으로 천원 두개를 더 얹어야 놔보내겠답니다!>>

<<흥정은 이미 다됐는데 또 새삼스레 무슨?...>>

누가 아니랍니까. 그 악당놈들이 생눈깔을 뽑으려 드는겁지요!>>

부관은 젖먹던 밸까지 뒤집혀 자꾸 씨근덕거렸다.

<<한푼두 더는 못 얹어. 가서 말해, 한푼도 더 못 얹는다구!>>

대대장은 단호한 태도로 분부를 하였다.

그러나 부관은 이내 또 숨이 턱에 닿아가지고 진동한동 되달려오는것이였다.

<<안된답니다. 안된다구 딱 잡아뗍니다. 글쎄 저 날강도놈들이 한푼두 덜해선 안된다구 배짱을 튕기니 이를 어쩝니까?>>

<<어쩌긴 무얼 어째? -짓쳐나가지! 개새끼들, 안돼? -짓쳐나가!>>

대대장은 천둥같이 화가 나가지고 이렇게 소래기를 질렀다. 그리고 이어 전대에 명령하기를

<<날창 꽂앗!>>

<<실린더 풀엇!>>

형편을 보아하니 일장의 류혈충돌은 불가피적이라 선발대도 따라서 액운을 면치는 못할 모양이였다. 그래서 모두들 마음을 가다듬고 미첩에 막두한 결사전을 맞이할 준비들을 갖추었다.

어둠속에서 서슬 푸른 살기가 갑자기 들어차 사람들은 산비가 오려고 루각에 바람이 가득해진것 같은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세세대대<<삼국>>, <<수호>>의 정신으로 도야되였고 또 군웅할거의 틈바구니에서 단련이 된 그들은 인정에 통달하고 또 변통수가 령롱하였다. 괴뢰군장병들은 무른 땅으로 알고 박으려던 말뚝이 너럭바위에 부닥친것을 알고는 얼른 태도를 일변하여 웃는 얼굴로 얼렁뚱땅 해넘기는것이였다.

<<다같이 겨례끼리 집안쌈할것 뭐 있소? -자자, 어서들 건너가시오.>>

그런데 밤행군하는 대오의 꼬리가 막 봉새선-적의 군용도로를 다 건너서자 별안간 등뒤에서 요란한 총성이 일어났다.

<<저런 망할 놈들!>>

선장이는 저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튀여나왔다.

<<괜찮소. 저건 행차뒤의 나발이요. 왜놈들이 들으라구 일부러 해보이는 수작이요.>>

배속이 유한 대대장이 상가럽게 말하며 선장이의 어깨를 툭쳤다.

아니나다를가 그 숱한 총알들은 다 하늘구경을 올라가는 모양으로 사람 근처에는 단 한알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급기야 제1지대가 주류하는 지점에를 당도해보니 부락은 규모가 어지간히 크지만 물구경을 통 할수 없는 메마른 곳이였다. 마을앞의 시내라는것도 바닥이 바싹 마른 조약돌투성이의 모래톱이였다. 주민들은 부득불 오륙마장이나 떨어진 이웃마을에 가 나귀바리로 물을 실어날라야 하는데 그 우물의 깊이가 또 놀랄만큼 깊어서 들여다보는 사람을 하여금

(혹시 이건 지옥까지 맞뚫리지나 않았나?) 하는 의혹을 품게 하였다. 각 집에서 쓰는 이른바 세수대야라는것은 보통국사발보다도 한 3분의 1쯤은 더 작은 걸작품들이였다. 따라서 의용대 대원들이 마시는 물도 엄격한 배급제로 매인당 하루에 군용컵으로 하나-500그람이였다. 혹시 실수를 하여 쏟뜨리기나 하면 제 일수가 사나운걸로 자인을 하고 목구멍에서 단내가 나는 하루를 견뎌야 하였다. 죽어도 보충은 안해주는게 법이니까. 얼굴은-매일 아침 륙칠마장 떨어진 개울까지 달려가 가지고 씻어야 하였다. 가문때는 다들 체내에 수분이 부족한탓인지 걸핏하면 코피가 나군 하였다. 그 고장 민가들은 지붕이 모두 평평하였다. 비가 올 때면 주민들은 그 로대식지붕에 고이는 비물을 수채로 받아가지고 독에다 채워놓고 기름이나 술처럼 두고두고 조금씩 퍼내 썼다.

어느날 한낮께 희한하게도 비가 한바탕 쏟아졌다. 그 바람에 구경거리 하나가 생겼다. 제1지대의 마덕산이와 주동운이 두 친구가 눈 깜박할 사이에 옷들을 홀딱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뛰여나가 마당에 서서 비물로 샤와욕을 시작한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전신에-머리꼭뒤에서발꿈치까지-듬뿍 비누칠을 했을 때 갑자기 비가 그치고 비가 그치자 이내 구름이 걷히고 구름이 걷히자 또 곧 해가 났다. 그러니 두 욕객은 삽시간에 비누졸임으로 돼버릴 밖에. 마덕산, 주동운 두 친구가 매시근하여 머리에 말라붙은 비누거품을 입이 쓴듯이 마른손으로 비벼떨구는 모얌을 보고 선장이는 허리를 잡고 웃다가 누물까지 내였다. 선장이가 눈치코치 모르고 좀 지나치게 웃는 모양인지 마덕산이는 몹시 맞갖잖은듯 선장이에게 눈을 흘기며 두덜두덜하였다.

<<남은 속이 상한다는데... 저 좋아하는 꼴 좀 봐라, 저렬한 인간!...>>

이삼일 지나서의 일이다. 지대본부에서 부른다고 하기에 선장이가 가본즉 방효삼지대장과 마주 대하고 앉아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있던 남자가 벌떡 일어서며

<<선장동무!>> 하고 반가운 소리를 지르더니 얼른 앞으로 나와 선장이의 손목을 덥석 잡는것이였다. 선장이가 다시 보니

<<아, 이게 누굽니까!>>

홍군 따라 원정 2만5천리... 섬서북부에 와있다던 김봉구였다.

방지대장이 두 사람의 서로 반기는 모양을 한동안 물끄러미 보다가 웃으며

<<몇해만에들 만났나... 한 칠팔년 되잖았나?...>> 하고 물으니 김봉구는

<<가만있자...>> 하고 선장이를 보고

<<그게 33년여름이였지 아마... 아니, 34년이였던가?>> 하고 물어서 선장이는

<<33년 맞습니다.>> 하고 머리를 까딱였다.
<<그럼 올해가 41년이니까...>> 하고 김봉구는 손가락을 꼽으며 입속으로

<<4, 5, 6, 7, 8, 9, 10, 11...>>

세여본 다음 방효삼에게 고개를 돌리고

<<8년입니다. 꼭 8년... 모두가 꿈속만 같습니다.>> 하고 그 묻는 말을 대답하였다.

<<8년...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8년이였군. 내전에 항전에...>>

<<정말입니다. 정말 복잡다단한 세월이였습니다.>>

방효삼이 생각난듯

<<자 어서들 앉으시오. 우리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하고 손짓하여두 사람은 비로소 각각 걸상 하나씩을 끌어당겨다가 앉았다.

<<지금 태항산에는 주덕총사령이 계시겠지요?>>

원정 2만5천리의 풍상고초를 겪어 그 얼굴에 강의한 의지력이 조각처럼 새겨진 김봉구를 경모의 정이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선장이가 이렇게 물으니 김봉구는

<<아니.>> 하고 빙그레 웃었다.

<<그럼요...?>>

채쳐묻는 선장이뿐아니라 로성한지휘관인 방효삼까지 락심이 되는것을 보고 김봉구는 적이 웃으며

<<주총사령관은 다시 연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하고 방효삼과 선장이의 얼굴을 반반씩 갈라보는것이였다.

<<그럼 지금 태항산엔?...>>

<<팽덕회장군이 계시지요.>>

<<오 팽덕회장군...>>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중에 두 정치위원-석정과 김학무가 말소리를 앞세우고 방안에 들어서서 선장이는 얼른 일어나 걸상을 내놓고 좁은 방에서 옆걸음질하여 물러나왔다. 팽덕회장군의 몸을 받아 밀행해나온 김봉구와 지대령도자들 사이에 요담이 있을터이였다.

이튿날 이른새벽 기상을 한 직후에 의용대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부락 전체가 국민당군대에서 철통같이 포위를 당한것이다. 부락을 에워싼 병사들의 간격이 한메터씩이나 될가. 팔을 벌리면 서로 손을 맞잡을만한 거리였다. 물샐틈없다는 형용을 하마 이런걸 두고 하는가싶었다.

(바람이 어디루 새여나갔나?)

(짓쳐나갈 준비를 해야지!)

놀라서 서로 돌아보고 또 제각기 의혹을 품으며 망설이고있을 즈음에 홀지에 포위한 부대의 한 중대장이 뒤에 전령병 하나를 딸리고 급한 걸음으로 걸어왔다. 그는 가까이 오자

<<어느분이 귀 부(贵部)의 수장이십니까?>> 하고 깍듯이 묻는것이였다.

방효삼이 두어걸음 앞으로 나섰다. 피차에 거수경례를 나눈 뒤에 그 중대장은 미안스러워하는 어투로

<<여러분을 놀래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간밤에 이 부락에 탈옥을 한 강도집단이 잠복을 했다는 소식이 들어와서... 놈들이 뛸가봐 이렇게...>> 하고 사유를 설명하는것이였다 알고보니 일장의 헛소동이라 방효삼은 속으로는 은근히 한시름을 덜면서도 겉으로는 시치미를 떼고

<<천만에 천만에... 수고를 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한팔 도와드리면 어떨가요?>>

<<아니 아니,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용의만은 고맙습니다. 그럼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안녕히!>>

그 중대장이 되돌아가버리자

<<난 꼭 김봉구동무를 잡으러 온줄 알았네.>>

<<나두.>>

<<공교롭기는...>>

<<팔로군이 잠복을 하잖나, 강도집단이 잠복을 하잖나... 복잡한 세상이로군.>>

제각기 한마다씩 지껄이며 흩어졌다.

며칠후 락양 전구사령부에 전보를 칠 일이 생겨 심성운이가 방병훈의 집단군사령부로 가는데 선장이와 함께 가게 되였다. 두 사람이 사령부 근처에까지 왔을즈음 홀지에 서남방향에서 국민당군대의 소형단엽수송기 한대가 날아오더니 사령부에서 오륙마장 떨어진 간이비행장에 와 내렸다. 길에서 마침 봉쇄선을 넘을 때 동행하였던 곡가성 가진 소위를 만났기에 인사끝에

<<저 비행기는... 누가... 타구 오는거요?>> 하고 물어보니 곡소위는

<<군의 월비-현금을 싣구 오는거지요. 그리구 대립(戴笠)이가 파견한 정보부요원따위두 아마 싣구 왔기가 쉽죠.>> 하고 입을 비쭉하였다. 이때 대립이는 군사위원회 통계국-람의사의 우두머리로 서슬이 푸르렀었다.

두 사람은 통신중대에서 랭가성 가진 대위 중대장과 첫인사를 하였는데 그가 비록 성은 랭가라도 사람은 결코 차지 않아 여간만 따뜻하게 두 사람을 대해주지 않았다. 선장이는 거기서 신기한 무전용발전기 하나를 보았는데 그 발전기에는 두개의 파란 뼁끼칠을 한 금속손잡이가 달려있어가지고 송수신이 다 끝날 때까지 병사 둘이 마주앉아 뽀트의 노를 젓듯이 계속 그 손잡이를 저어야하였다,

전보를 친 뒤 얼마 오래지 않아 문정의 답전이 날아와 방지대장은 절음발이 방(庞)총사령을 가 만나보아야 할 일이 생겼다. 겉으로는 의용대가 장차 전개할 대(对)적군공작을 어떻게 그들의 군사행동에 배합시키는가를 상론하러 간다고 내세웠지만 실상은 딴 목적이 있었다. 즉 방가를 직접 만나 드레질을 해 부대의 허실을 파악함으로써 봉쇄선을 돌파하고 해방구로 넘어들어가는데 유리한 조건을 창조하자는것이다. 한데 그런 절충을 하자면 그에 틀도 차리고 또 위의도 갖추어야 하였다. 그래서 방지대장은 여럿총중 두 사람을 골라 뽑아가지고 선장이는 부관으로 꾸미고 장준강이는 호위병으로 꾸몄다.

방총사령과 방지대장은 두 주객이 한훤수작을 마친 뒤에 차를 드리고 또 담배를 권하는것까지 보고 선장이는 외실로 물러나왔다. 외실에서 등대하는 방병훈의 부관이 손님들더러 어서 앉으라고 자리를 권하였으나 장준광은 제 <<신분>>을 고려하여 감히 앉지는 못하고 그냥 서있었다. 선장이는 속으로 재미나게 웃으며 권하는 의자에 버젓이 걸터앉았다.

(역시 <<부관>>노릇을 하는게 득이야.)

그러나 영군권연 <<트리 캩슬>>을 권하는것만은 사절하고 받지 않았다. 피울줄 모르는 담배를 피우다가 사레라도 걸리면 망신이겠기에.

한참 앉아 대령을 하다가 선장이가 잠간 밖에 나갔다 들어와야 할 필요를 느꼈다. 주인인 진짜부관이 어디를 가시려느냐고 물어서 그저 잠간 볼이리 있다고 가짜부관인 선장이가 대답한즉 그는 얼른 의자에서 일어나며 제가 안내를 하겠다고 극진한 호의를 보여주었다. 선장이는 그럴것 없다, 혼자라도 찾을수 있다고 밀막고 얼른 복도로 나왔다.

선장이가 길을 잘못 든것 같아 머뭇거리고있을즈음 홀지에 오른손편 방문에 드리운 흰 포장이 바람에 펄렁하였다. 그 순간 선장이는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그었다. 눈결에 그 방안에 사람셋이 앉아있는것을 보았다. 그중의 하나는 안경을 쓴 양복쟁이고 나머지 둘은 군복을 차려입은 일본군장교였다. 비록 눈결에 피뜩 본것이긴 하지만 새매같이 날카로운 선장이의 눈초리는 절대로 못 속인다. 선장이는 너무 몹시 놀라는통에 나오려던 오줌이 도로 다 들어가버려 다시는 밖에 잠간 나갔다 드러올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방문에다 문짝 대신 흰 포장을 드리우는것은 중국군대의 전통적습관.

선장이가 얼른 발길을 돌이켰다. 되돌아들어오는결에 여전히 앉지 못하고 서있는 장준광에게 눈짓으로 군호를 하였다. 장준광은 알아차리고 재빠르게 허리에 찬 권총을 더듬어보았다. 아연 긴장해나 경계태세를 취하였다. 선장이는 내색하지 않고 태연스레 앉아 책상우에 그림책을 뒤적거리며 머리속으로는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가지가지의 추측을 륜전기모양 급속도로 돌렸다.

(이게 대체 웬 일일가?...)

(있을수 없는 일, 절대루 있을수 없는 일!)

이윽고 후보매국역적 방절음발이가 일어나 손님을 바래는데 음흉하고 교활하기짝이 없는 놈이 말은 또 번지레하게 잘하여 싱글벙글 웃으며 선장이까지 한바탕 치살렸다.

<<방대장, 저 젊은군의 인물이 준수하구먼요.>> 하고는 선장이를 보고

<<스물몇이지?>> 하고 묻는것이였다.

영사로 돌아오는 길에서 선장이가 금방 목격한 사실을 방효삼에게 반영하였다. 장준광이는 옆에서 따라오다가 선장이의 하는말을 듣고는 너무도 놀라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한참만에야 부르짖듯

<<그런 일이 있었는가! 난 또 무슨...>> 하고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꼬락서닐 보아하니... 방가절음발이가 아무래도 반변을 할 모양이군.>>

한동안 걷다가 방효삼은 비로소 이렇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리고 또 동안뜨게 한마디 덧붙이는것이였다.

<<그자가 지금 우릴 돌볼 겨를이 없을테니... 우리한텐 차라리 잘된 셈이지.>>

(아니나다를가 방병훈이는 그후의 력사가 증명을 했듯 반변을 하여 자신의 집단군 전원을 끌고 적에게로 넘어가 수치스러운 매국역적으로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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