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2 격정시대 하-65(끝)

더좋은래일 | 2023.11.14 08:46:27 댓글: 11 조회: 476 추천: 6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7468


65

원씨현은 하북성 서남단에 위치하여 태항산의 험준한 산줄기를 경계로 산서성과 맞닿았었다. 평한선상의 평범한 한매듭인 원씨읍에서 서으로 40리를 가면 남좌라는 장거리가 나서고 거기서 또 서로 한 10리를 더 가면 태항산록에 산재한 말썽 많은 부락들이 나선다. 선웅채니 왕가장이니 또는 흑수하니 호가장이라니 하는따위의 이름으로 불리는 그 부락들은 이때 밀물에 가라앉았다 썰물에 드러났다 하는 해변가의 바위와도 같은 존재였다. 일본군, 황협군이 들어왔다 나갔다 또 팔로군, 조선의용군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통에 이리 치이고 저리 부대끼고 하면서 그 부락의 백성들은 그날그날을 살아나가야 하였기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각 촌의 촌장도 꼭꼭 둘씩이 있어야 하나는 전문적으로 일본군, 황협군을 응대하고 또 하나는 팔로군과 조선의용군을 맡아가지고 응대를 하였다. 적군이 그저 거쳐가기만 할 때는 그래도 또 괜찮지만 량편군대가 맞다들어 접전이라도 벌이는 날이면 백성들은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아니 터지지를 못하였다.

반해량지대는 팔로군 한개 대대와의 협동작전으로 적군의 전초기지인 남좌거리를 자꾸 뒤흔들어놓았다. 반<<토벌>>작전에서 공격은 가장 좋은 방어였다. 낮에는 일본군과 황협군의 련합부대가 거리밖으로 쏟아져나와가지고 주변의 마을들로 돌아다니며 부탕질을 치고 밤이면 팔로군과 조선의용군이 적군의 포대를 에워싸고 기세를 올렸다. 날이 어두우면 적군은 가시철조망을 둘러친 구축밖으로 나오기를 거리고 또 날이 밝으면 할일부대가 구축물 가까이에 접근하는것을 삼가하였다. 말하자면 낮은 침략군의 세상이고 밤은 항일군의 독치지인 셈이였다.

이날 밤 남좌포대둘레의 구축물을 에워싼 뒤 반지대장의 지시로 <<밤중의 대화>>를 하려고 선장이가 입에다 손나팔을 대고

<<일본병사형제들!>> 하고 부르니

<<오냐 어디 맛 좀 봐라>>는듯이 포대 중간층 총안에서 기관총을 냅다 갈겼다. 어두은 가운데 불아라기에서 불을 뿜는 광경은 무섭다기보다는 찬란해보인다고 형용을 하는게 더 적절할것 같았다. 한바탕 지랄스레 쏴지르다가 뜨음해진 틈에 선장이가 다시

<<그대들의 원쑤는 우리가 아니라 그대네 상관이다!>> 하고 소리치니 포대속에서 웬 놈의 걸직한 목소리가 대바람에

<<낭낀무시메, 코소데모구라에(빈대새끼야, 통이나 먹어라!)>> 하고 욕사발을 퍼부었다.

일본병장들은 팔로군을-너무 미워-<<빈대새기>>라고 욕들을 하였다. 그들의 말대로 하면 팔로군이 <<낮에는 어느 구석에 가 처박혔는지 꼴두 볼수가 없다가... 밤만 되면 빈대새끼처럼 기여나와가지고 잠두 잘수 없게 사람을 못살게 군다>>는 것이였다. 그래서 이날 밤 남좌포대의 적병도 약이 올라 빈대새끼라고 욕질을 한것이였다. 선장이가 그대로 지지 않고 목청을 가다듬어가지고

<<그렇지만...>> 하고 말문을 여자 또 자지러진 총소리가 일어났다. 더 말을 못하게 방해를 하려는게 분명하였다.

포대를 에워싼 항일군은

<<이놈들 나오기만 해봐라... 아예 그저...>>

땅벼락같이 벼르고 에워싸인 일본군은 또 일본군대로 포대속에서

<<이놈들 날만 밝아봐라... 아예 그저...>>

역시 땅벼락같이 벼르지만 할뿐 승부는 좀체로 날 꼴이 아니였다. 성미 겁겁한 오쎌로 마점산이가 조급증이 나서

<<넨장할, 이럴 때 화염방사기나 하나 있었으면 좀 좋아.>> 하고 두덜거리니 옆에 엎드려있던 누군가가

<<박격포 하나두 없는 주제에 화염방사기는 다 뭐야.>> 하고 핀잔스레 지껄였다.

<<화염방사기루 놈들을 덴둥일 만들어주려구?>>
<<왜놈더러 넬 덴둥일 만들라구 해라.>>

<<쉬, 고만들 지껄여!>>

지껄이던 소리가 쑥 들어갔다.

반지대장이 우군의 대대장과 만나 잠시 의논한 뒤 포대주위의 포위망은 그대로 두고 따로 주민들을 거리 남쪽끝 빈터에-적의 총격을 받지 않으려고-모아놓고 점령군에 대한 적개심과 애국주의사상을 고취하기로 하였다. 전사들이 곧 여러조로 나뉘여 집집이 돌아다니며 회장으로 나오라고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총소리에 놀라 쥐죽은듯 집안에 엎드려있던 사람들이-주로 호주들이 -마지못해 문을 열고 나오기는 나왔으나 모두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걸음을 하였다. 그중의 약삭바른축은 그래도 앞가슴에 달았던 <<량민증>> 을 떼여 감출 의사까지 냈었으나 대부분은 어리벙벙하여 그대로 달고 나왔었다. 으스름달빛에 돌이 울퉁불퉁한 빈터에 웅기중기 모여선 대부분 팔짱들을 저른 칠팔십명 사람에게 선전위원이 알아듣기 쉽게 좋은 말을 많이 하였으나 반응은 거의 소귀에 경읽기나 다름이 없었다. 바다에 돌을 던지는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것이 날이 밝기전에 항일부대는-아무리 좋더라도-철퇴를 아니하지 못할것이기때문이다. 그리고 자신들은 또다시 일본군의 지배세력밑에서 고된 목숨을 살아야 하겠기때문이다. 집이고 땅이고 다 버리고 항일군대를 따라간다면 또 모를가 그러지 못할바에야 까딱 잘못하다가는 <<비적과 내통>>하였다는 지명으로 목이 달아날판인데 어찌 신중히 처신들을 하지 않았을것인가. 무리도 아니였다. 그것은 피점령지구에서 죽지 못해 사는 백성들의 목덜미에 메워진 고된 멍에-고된 운명이였다.
한편 포대를 포위한 의용군은 총칼을 잔뜩 꼬나쥐고 적군이 군중집회를 훼방하러 나오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허사였다. 놈들은 훼방하러 나오기는커녕 총 한방도 쏘지 않았다. 허탕을 치고 맥살이 빠진 의용군의 반지대장의 명령으로 포위망을 풀고 돌아설 때 오쎌로가 찜부럭을 부렸다. 적의 포대에다 대고 푸짐한 욕설을 퍼부은것이다. 그 욕설이 하도 걸어서 다들 짜그르르 웃어대는데 우군의 장병들은 일본말을 못 알아듣는 까닭에 같이 따라 웃지를 못하였다. 의용군성원들은 한바탕 그렇게 웃고나니 찌뿌드드하던 속이 한결 후련해지는것 같았다.

조선의용군의 출현은 일본군 조선인려단장 홍사익각하의 골치거리고 되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의 휘하의 9개 대대 27개 중대가 담당한 구역-원씨에게 형대, 한단을 거쳐 자현에 이르는 철도연선이

(하필이면 조선빨갱이들의 공격목표로 될건 뭐람!)

이야말로 기괴한 인연이였다. 이국만리에서 다같은 배달민족이 서로 총칼을 마주 겨누다니! 홍사익려단장은 자신이 대일본제국에 충성을 다한다는것을 실지적행동으로 보이기 위해서도 비상한 결심을 내리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 망할 자식들을 모조리 때려잡아 박살을 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역무도한 악당들은 거리낌없이 출몰을 하잖은가! 제 세상처럼 함부로 날뛰지를 않는가! 이건 정말 뉘비위를 긁는 모양인가? 참으로 복통이 터질노릇이였다. 이런 판에 불붙는데 부채질하기로 조선의용군이 기탄없이 남좌거리에 쳐들어와 포대를 에워싸고 또 바로 그 턱밑에서 군중집회까지 열었다니 홍사익소장은 우화가 치밀어 전투모를 벗고 머리를 식히지 않으면 머리털이 눌울 지경이였다. 기침에 재채기로 그날 밤 남좌포대는 탐조등이 고장이 나 적들에게 더욱 얕보였다는것이 아닌가!

(어디 보자 이놈들!)

홍사익각하는 모주먹은 돼지 벼르듯 조선의용군을 별렀다.

반해량지대가 남좌거리를 한바탕 뒤흔들어놓고 전원 무사히 선옹채마을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자정이 가까왔었다. 촌장이 그때까지 자지 않고있다가 숙수를 동독하여 행군가마에 뜨끈뜨끈한 수제비를 그들먹하게 끓여내다 화토불 피운 마당 한가운데다 놓아주었다. 그리고 또 일군들을 시켜 먹음직스러운 감을 광주리에 수북이 담아내였다. 그런 연후에 친절스레 돌아다니며

<<수고들 하셨습니다.>>

<<자 자 식기전에... 어서들 드십시오.>>

선장이가 출출한김에 한사발 두둑이 담아가지고 우선 한입 떠먹어보니 가루는 밀가루인데 국은-맹탕이다. 간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이곳 백성들도 허구한 날 소금구경을 통 못하고 살았었다. 선장이가 대번에 입맛이 젖히여 께적께적하는데 청탁을 가라지 않는 장준광이와 오쎌로는 앉은자리에서 게 눈감추듯 세사발씩을 제껴치웠다. 장준광이가 손등으로 입을 닦으며 뒤로 물러앉아

<<에이, 이담에 전쟁이 끝나거든... 소금밭에나 가 살겠다.>> 하고 지껄이니 오쎌로도 뒤로 물러앉아 손등을 입을 닦으며

<<난 물에 빠져죽어두 짠물에 빠져죽지 민물엔 안 빠져죽을란다.>> 하고 뒤받았다. 그들도 맹탕만은 어지간히 역겨운 모양이였다. 한사발을 겨우 먹은 선장이가

<<말 한마디 다 먹구 말고기냄새난다잖아?>> 하고 빈정거리니 오쎌로가 지지 않고

<<한마리를 먹었거나 두마리를 먹었거나 냄새가 나는걸 난다구 말 못해? 별놈의 수작 다 들어보겠다.>> 하고 되받았다. 장준광이는 탄하지 않고 싱글싱글 웃으며

<<감에서 또 무슨 냄새가나나... 어디 하나 먹어보까.>> 하고 땅바닥에 퍼더앉은채 팔을 늘이여 감 하나를 집었다. 선장이가 웃으며

<<배두 사람 믿구 살지.>> 하고 혼자말로 지껄이니 오쎌로도 웃으며

<<아니야, 저것의 배때기는 아무것두 안 믿구 사는 무신앙배때기야.>> 하고 말깃을 달았다. 그 소리가 우스워서 모두들 짜그르르 웃어대니 뒤거둠질을 도와주고있던 촌장이 무슨 영문을 몰라 두리번두리번하였다. 반지대장이 얼른 촌장에게 손을 내저으며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희끼리 우스개소리를 하구 웃는겁니다.>> 하고 설명을 하였다.

분대별로 여러집 갈리여 반밤을 드새고나니 동녘하늘에 해가 벌써 높이 떠올랐었다... 태항산 원줄기에서 갈라져내달아온지맥 하나가 선옹채마을 바로 옆에까지 와가지고 무춤 서버리는 바람에 몹시 가파른 뾰족산모양의 누에머리가 이루어졌는데 그 꼭대기에 올라서면 눈앞을 가로막히는것이 없어 이름없는 개천과 갈래 많은 촌길이 얼기설기 얽힌 전야가 한눈에 안겨왔다. 그것은 인간세상의 보초병들을 위하여 하늘이 마련해준 천연의 망루였다. 늦은아침들을 먹고난 뒤에 선장이와 오쎌로 그리고 장준광이가 어울려 슬렁슬렁 마을을 돌아보았다. 누에머리에서는 우군의 보초가 적군이 나타날 방향을 엄밀히 경계하고있었으므로 비번인 사람들은 공연히 덩달아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어느 집앞에 이르렀을 때 마침 촌생장치고는 곱게 늙은 할머니 한분이 손녀 같아보이는 서너살짜리 하나를 데리고 막 밖으로 나오는중이였다. 세 사람이 지나가는 길에 보니 서너살짜리가 입은 옷은 허술해도 얼굴 생김생김이 얌전하기가 곧 라파엘의 그림에 나오는 날개 돋친 애기천사다.

<<아이 이뻐!>>

선장이가 제잡담하고 달려들어 그 애기천사를 반짝 쳐들어올리니 놀란 애기천사는

<<나이나이!>> 하고 할머니를 부르며 울음을 내놓았다. 선장이가

<<울지 마 울지 마... 애기 이쁘지 애기 이쁘지.>> 하고 얼리며 안은 아이를 둥개질을 치는데 옆에서 할머니도 손녀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웃으며

<<괜찮다 괜찮다... 아저씨가 널 이쁘다구 그런다. 괜찮다.>> 하고 같이 달래였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기를 기다려가지고 선장이가

<<애기 몇살?>> 하고 물어보니 아이는 대답을 아니하고 그 할머니가 대신

<<세살입니다... 어서 대답을 해야지.>> 하고 손녀를 똥겨주었다.

<<쩨짤.>>

<<오 쩨짤. 이름은?...>>

<<쓰얼(넷째)입니다... 대답을 해야지.>>

<<쯔얼.>>

<<오 쯔얼. 우리 쯔얼 똑똑하지. 지금 그래 어디루 가는 길이지?>>

<<고모집에 갑니다... 대답을 해야지.>>

<<고모집에...>>

아이는 할머니가 똥겨주는대로 토막말을 하는데 그 눈에 아직도 매달려있는 한방울의 눈물이 아침이슬모양 반짝였다.

세 젊은이가 돌아가며 아이를 안고 둥개질을 치고 또 뺨들을 비벼보고나서 땅에서 내려놓을 때 선장이가 돈 30전-전 재산-을 그 조꼬만 손에 쥐여준즉 할머니는 황망히 손을 내저으며

<<이러지 마시우 이러지 마시우.>> 하고 밀막았다. 선장이가

<<가만 내버려두십시오. 할머니.>>

말하는 동안에 오쎌로와 장준광이도 각각 푼돈을 꺼내여 아이에게 덧보태주었다. 대고 사양하는 할머니 손에 손녀의 손목을 끌어다 쥐여준 뒤 세 사람이 손짓을 하며

<<자이졘 쓰얼.>>

<<자이졘 자이졘...>>

<<쓰얼 자이졘.>>

작별인사를 하니 할머니에게 손목을 끌리며 아자아장 걸어가던 쓰얼이 할머니가 시키는대로 뒤를 돌아보고

<<자이졘 자이졘.>>

고사리 같은 손을 흔들었다.

<<조렇게 이쁜 애기는 처음 봤는걸.>>

<<정말 어쩌면 고렇게두 이쁠가.>>

오쎌로와 장준광이가 감탄해마지않는데

<<전장판에서 어린 생명이... 무사해얄텐데.>>

선장이가 미타스레 혼자말을 지껄였다.

<<전쟁전쟁... 망할 놈의 전쟁!>>

<<언제나 끝이 난다지 이 빌어먹을 놈의 전쟁!>>

<<언짢은 이야긴 인제 고만들 둬. 다른 이야기하자구.>>

탄식 섞어 지걸이며 세 사람이 또 한 골목을 막 꺽어돌았을 때다. 깎아지른 누에머리에서 불시에 적습을 알리는 신호총소리가 울렸다. 연거퍼 세방, 세 사람은 본능적동작으로 재빨리 발걸음들을 돌치자 용수철에 튕긴것처럼 숙소를 향하고 내달았다. 총을 가지러 가는것이다. 바로 이때 앞길 멀지 않은 곳에 포탄 한발이 날아와 터졌다. 작렬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울렸다. 골목길에 떨어진 그 포탄은 나지막한 토담 하나를 무너뜨렸는데 그 무너진 토담밑에 어지러이 흩어진 흙덩이속에 아래도리가 반나마 묻힌 시체둘이 나딩굴었었다. 쓰얼과 그 할머니-고대 고사리 같은 손을 흔들며

<<자이졘 자이졘.>> 하건 그 쓰얼과 그 할머니였다! 화약내가 코를 거스르는 가운데 세 사람은 무춤하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지체없이 그 2구의 시체를 뛰여넘어야 하였다. 선장이가 눈결에 언뜻 보니 골목길 왼손편에 포탄파편으로 곰보가 돼버린 회벽에 피에 젖은 조꼬만 종이돈 한장이 찰싹 달라붙어있지를 않은가!

(쓰얼 손에 쥐여주었던거구나!)

걷잡을수없이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주먹 쥔 손등으로 눌러닦으며 선장이는 쏜살로 내달았다. 연거퍼 날아오는 포탄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터지는중에 세 사람은 탄환같이 숙소에 뛰여들었다. 선장이와 장준광이는 총과 탄대와 수류탄주머니를 그리고 오쎌로는 경기관총을 각각 거머잡자 곧 되돌쳐나왔다. 세 사람은 가파른 누에머리를 다른 전우들과 서로 앞을 다투어 바라올랐다. 조선의용군과 팔로군이 고지를 점령하려고 서두르고있을즈음 선옹채마을의 민병소대는 주민들을 피난시키기에 분주하였다. -싸움은 벌어졌다.

적군은 박격포와 중기, 경기의 엄호사격을 받으며 부락에로의 돌진을 수삼차 시도하였으나 릉선을 따라 포진한 조중련합부대의 내리갈기는 무쇠우박에 번번이 좌절을 당하고 창황히 뒤로 물러났다. 무적황군의 작전이 홍사익려단장각하의 주관적의도대로 그렇게 순리롭지는 못하였다. 적들은 마침내 부락으로 곧장 돌입할것을 단념하고 공격목표를 괘씸스럽고 밉살스러운 누에머리로 바꾸었다.

<<자 올려밀어라!>>

군도를 휘두르며 장교녀석이 호령을 하는 소리가 릉선에 엎드려서 단 총신을 식히고있는 선장이 귀에도 똑똑히 들려왔다. 선장이는 제꺽 다시 장탄을 하였다. 산병선을 치고 게바라오르는 적병중의 한놈을 겨냥하고 이를 악물고 방아쇠를 당겼다.

(쓰얼의 몫이다. 받아라!)

청천백일하에 총알이 우박쳐 싸움은 가일층 백열화하였다. 무명의 고지-누에머리를 적에게 빼앗기면 선옹체는 무방비상태에 놓인다. 그렇게 되면 마을은 삽시에 쑥대밭이 될것이고 또 도랑물은 벌겋게 피물로 변할것이다. 경기사수 오쎌로가 뒤에서 섬겨주는 탄창을 갈아끼며

<<네 원쑤를 갚는다 쓰얼... 봐라!>>

악증풀이하듯 혼자말을 하는데 바로 그곁에 엎드려 사격을 하는 장준광이도 어린 천사-쓰얼을 무참히 학살한 야수들에 대한 복수의 일념으로 방아쇠를 당기고 또 당겼다.

해가 한낮이 가까와오자 보람없이 사상자만 숱하게 낸 무적황군은 수치스러운 티각을 아니할수가 없게 되였다. 적군이 죽은 놈, 다친 놈들을 모두 거두어가지고-맞들고 업고 곁부축하고-즉지가 부러져 패퇴를 하는 꼴을 내려다보고 승전에 고무된 항일전사들은 너무 좋아 어쩔줄을 모르며 날뛰였다. 쓰얼의 복수전을 통쾌하게 해낸 선장이는 채양밑에 함빡 내돋은 식은땀을 손등으로 닦으며 만족한 웃음을 싱긋 웃었다.

반해량지대장과 우군의 대대장이 만면에 웃음이 가득해가지고 굳은 악수를 나누니 릉선에 웅긋쭝긋 서서 바라보던 전사들이 모두다 손에 잡은 총을 높이 쳐들며 환호성을 올렸다. 우군 대대장이

<<반대장, 우리는 뒤에 남아가지고 민병소대를 도와 피난했던 주민들을 안돈을 시켜야겠습니다. 그러구 전장두 좀 청소를 해야겠구요. 그러니 의용군동지들은 한걸음 앞서 떠나십시오. 우린 늦어두 래일 아침 일굽시까진 대여갈테니까... 어떻겠습니까?>> 하고 의논성 있게 말하여 반지대장은 선뜻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응한 뒤 다시

<<그렇지만... 우리두 남아서 좀 거들어드리면 어떨가요?>> 하고 의향을 물으니 우군 대대장은 손을 내저으며

<<필요 없습니다 필요 없습니다. 우리 사람만 해두 넉넉합니다. 어서 내려가 점심식사들이나 하시구 곧 떠나두룩 하십시오. 가서 푹들 좀 쉬십시오. 래일 또 하루 수고를 하셔야겠는데.>> 하고 친절하게 말하였다.

선옹채에서 서남쪽으로 10여리 떨어진 호가장에서 다음날 군중대회가 열리는데 반해량지대와 우군대대도 전원이 다 함께 참가를 하기로 되였었다.

반해량지대가 왕가장을 거쳐 호가장까지 왔을 때 벌써 짧은 겨울해가 설핏해져서 집집이 저녁연기가 오르고있었다. 오륙명씩 칠팔명씩 여러집에 갈라져 자리들을 잡는데 류빈이라는 신입대원이 주인집 로인이 쓰려고 미리 짜서 허청간에 모셔둔 관을 보고

<<야, 이것 봐라.>> 하고 신기해하더니 곧 짊어졌던 배낭을 관뚜껑우에 털썩 벗어놓고

<<난 오늘밤 이 특등침대에서 좀 자야겠다.>> 하고 싱글싱글 웃었다.

류빈이는 문정이가 제4진 즉 마지막 대오를 령솔하고 태항산으로 들어올 때 데리고 온 사람인데 원래는 한국광복군 서안지대소속이였었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하면 광복군이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후방에만 머물러있는것이 시답잖아 분연히 탈퇴를 하고 제1선에서 싸우고있는 의용군으로 넘어왔다는것이다.

<<괜찮겠지요. 분대장동무, 나 여기서 자두? 오늘밤엔 나 보초근무두 없을텐데.>> 하고 류빈이가 저의 분대장인 류신이를 보고 조르듯이 말하니 류신이는

<<왜, 죽기가 시작이 바빠서?>> 하고 웃음의 소리 한마디를 하고나서

<<맘대루 하라구.>>

허락한 뒤

<<그렇지만 밤에 무섭다구... 남들이 곤히 자는 방안에 뛰여들진 말라구... 공연스레.>> 하고 뒤를 다졌다.

<<념려 마십시오 그런건. 사내체것이 고만 담력두 없을가구요. 헤헤!... 아침 기상때까지 오줌 한번 안 누구 단숨에 내리잘테니 두구보십시오.>> 하고 류빈이가 장담을 하니 류신이는 웃으며

<<어디 두구보자 흰소리가 아닌가.>> 하고 곧 대원들의 자리를 안배하러 안으로 들어갔다.

마당에 우등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저녁밥들을 먹은 뒤에 그대로 눌러앉아 노래들을 부르는데 처음에는 장엄한 <<인터나쇼날>>을 부르다가 비꾸러져 <<방아타령>>을 부르고 <<방아타령>>에서 또 비꾸러져 <<사발가>>를 부르다가 <<사발가>>에서 아주 비꾸러져 류행가나부랭이를 잡스럽게 불러대며 한동안을 즐기였다.

옥상 즉 평지붕에 보초를 세워놓고 잠들을 자려고 헤여지는데 밤안개가 어찌나 짙은지 팔다리에 휘휘 감길것 같았다. 짙은 안개에 가리여 달도 안 보이고 별도 안 보이고 길도 산도 다 안 보였다. 모든 이 흐리멍텅한 혼돈세계 같은 밤이였다.

다들 고단하여 세상모르고 잠들을 자고있을즈음 류신이네 분대가 들어있는 집 캄캄한 허청간에서 조심스러운 부스럭소리가 났다. 뚜껑을 들어내려놓은 관속에서 잠을 자던 류빈이가 몽유병자처럼 부시시 일어나더니 기척없이 각반을 치고 탄대를 두르고 또 총까지 집어들었다. 그리고 반쯤 열려있는 사립짝을 소리없이 빠져나와 짙은 안개속으로 유령처럼 사라졌다.

남좌거리 어느 빈지를 닫아걸고 불을 끈 포목전에서 벽시계가 땡... 땡... 열두점을 칠 때 총을 든 류빈이의 수상쩍은 그림자가 일본군 포대앞에 나타났다. 우중충한 포대우에서 감시의 눈을 번득이던 보초가 날카롭게 수하를 하는데 그 옹골찬 목소리가 몸서리가 치도록 무시무시하였다.

<<동아상사에서 출장을 나갔던 신용순이가 돌아왔습니다!>>

류빈이가 똑똑한 일본말로 이와 같이 대답을 하니 포대우에서는 한동안 잠잠하다가 별안간 탐조등의 눈부신 광망이 내리비쳐 류빈이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자세히 살펴보는 모양이더니 이윽고 명령이 떨어져내려왔다.

<<총을 거꾸루 메구 뒤루 돌아서라. 그리두 두손을 높이 쳐들구... 선자리에서 기다려라!>>

<<동아상사>>라는것은 일본특무기관의 간판용별칭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 쓰이는 <<출장을 나갔던>>이란 말은 적지(敌地)에 <<파견되였던>>또는 <<잠복하였던>>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류빈이는 일본특무기관의 파견을 받고 항일부대안에 잠복하였던 밀정 신용순인것이다.

첫닭울이에 경무장을 한 일분군 한개 중대가 역시 한개 중대의 황협군을 뒤딸리고 류빈 즉 신용순의 길잡이로 호가장을 향하고 몰려왔다(흑수하까지만 여러대의 트럭에 분승을 하고 그 나머지 길 6킬로는 도보행군을 하였다). 괘씸스럽고 말썽스러운 조선의용군을 모짝 잡아치워 앙갚음도 하고 또 후환도 없애자는것이였다. 이때 짙은 안개속에 잠긴 호가장마을은 쥐죽은듯 괴괴하였다. 옥상의 보초도 그 가시거리(可视距离)가 50메터가 채 못되였으므로 청맹과니나 별로 다를바가 없었다.

샐녘에 장준광이가 좋아서 캐드득거리는 쓰얼을 데리고 상해 어느 공원이라는데를 가 회전목마를 태우는 꿈을 꾸는중에 무엇이 와 어깨를 흔들어깨워서

<<누구야 이거? 남이 좀 자지두 못하게...>> 하고 퉁명을 부리니

<<보초 보초... 교대시간이야. 얼른 일어나!>> 하고 그 사람은 어깨를 더욱더 흔들었다. 장준광이가 누운채 거슴츠레한 눈을 뜨고

<<서던김에 한시간 마저 서라구. 내 이담에 품앗이해주께.>> 하고 사정을 하니 그 사람은

<<잔소리 말구 어서 일어나!>>

사정을 잘 들어줄 꼴이 아니였다.

<<다음번에 갚아주면 되잖아?>>

<<후장날 소다리 먹으려고 이 장날 개다리 먹지 말란 수작이야?>>

<<인심 사납게 굴지 말아.>>

<<인심노래두 할 때가 있지. 냉큼 일어나!>>

옆에서 자던 누군가가

<<안면방해다. 아가리를 좀 닥쳐라!>> 하고 핀둥이를 주니 난번 보초는 제잡담하고 대들어 장준광이의 덮고 자는 담요를 잡아벗겼다.

장준광이가 하품을 하며 옥상에 올라와(이 고장 농가의 지붕은 모두 평지붕이다) 헤작한 앞섶을 여미고 또 느슨한 탄대를 고쳐매였다. 그리고 총에다 장탄을 한 뒤에 실린더가 걸렸나 안 걸렸나 다시한번 만져보았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잠이 덜깬 촌놈의 수탉이 <<꼬기오... 골...>> 의무적으로 울어서 때를 알렸다. 희끄무레한 먼빛이 비쳐오는 가운데 새벽바람이 차차로 안침안개를 몰아내기 시작하였다. 장준광이가 진저리를 치고 비로소 맑은 정신이 들었다. 눈을 들어 전방을 바라보니 동구길에 흡사 무엇들이-똑똑히 보이지 않는 무엇들이-꾸역꾸역 몰려들어오고있는것 같았다. 정신이 번쩍 들어 다시 보니

(아, 적군이다!)

장준광이가 거의 본능적으로 총 한방을 내갈기니 그것을 기다리기나 하였던것처럼 사면팔방에서 총소리가 콩튀듯하였다. 불효(拂晓)의 기습작전-호가장은 일본군과 황협군에게 삼면포위를 당한것이다!

아침안개가 걷히며말며하는 가운데 처절한 혈투가 벌어졌다. 안날 선옹채전투에서 깔끔한 승리를 거두는 바람에 기분이 들뜨고 머리가 뜨거워져 일시 경각성을 늦추었던 반해량지대는 피로써 그 대가를 치러야 하였다. 적탄이 비발치는 속에서 각반도 미처 치지 못한 오쎌로가 지붕으로 기여오르는결에 경기를 걸어놓고 냅다 응사를 하였다. 선장이는 손에 잡히는대로 거머쥐고 올라온 수류탄주머니 셋을 얼른 내려놓고 수류탄 아홉개를 던질수 있게 벌여놓은 다음 총에다 제꺽 장탄을 하였다. 뭐가 뭔지 분간을 못할 지경의 혼전이였다. 선장이는 바로 옆에서 오쎌로가 쏴지르는 기관총소리에 귀가 먹먹해져가지고도 꿇어사격자세로 닥치는대로 쏘아갈겼다. 내가 너를 죽이지 않으면 네가 나를 죽이는 판이였다.

<<모두다 서쪽으루 짓쳐나가자!>>

<<서쪽으루... 서쪽으루 짓쳐나가자!>>

반지대장의 연거퍼 웨치는 소리가 들려오는중에 오쎌로가 다쏜 탄창을 제꺽 뽑아 내밀며

<<빨리!>>

소리쳐 재촉하니 뒤에서 탄창을 셍겨주던 리현순이가

<<없소. 그게 다요!>> 하고 절망적으로 맞받아 소리쳤다.

지붕우의 기관총이 이른바 불아가리를 다물자 적들은 물고를 터진것처럼 골목안으로 쏟아져들어왔다. 오쎌로가 기관총을 내깔리고 수튜탄으로 대들었다... 리현순이도 날쌔게 수류탄을 거머쥐였다. 수류탄 두개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내려가 선후하여 터지니 총창을 번뜩이며 달려들던 적병 대여섯놈이 비명을 지르며 엎어지고 자빠지고 하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눈들이 발갛게 뒤집힌 적군의 맹공격을 좌절시킬수는 없었다. 재차 수류탄 하나를 집어 들었던 리현순이가 수류탄을 떨어뜨리며 앞으로 푹 꼬꾸라지더니 그대로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원쑤의 탄알이 머리에 명중을 한것이다. 적병들이 와르르 마당안으로 쏟아져들어왔다. 농촌집은 거리집과 달라 지붕에서 지붕으로 뛸수가 없다. 위기일발의 순간 명치와 잔등어리로 피를 쏟는 오쎌로가 수류탄 두개를 한손에 껴잡고 도화끈을 잡아채는결에

<<야 이 개새끼들!>>

벼락치듯 소리를 지르며 적병들의 대가리우에 뛰여내렸다. 고막을 찢는 작렬성. 오쎌로와 적병들의 동귀어진(同归于尽), 다같이 박살이 나버렸다. 선장이가 이발을 악물고 남은 수류탄들을 마저 내려칠 때 부락주변에서 불시에

<<싸(杀)-!>>

함성이 대작하며 콩볶듯하는 총소리가 들려왔다.

(원병이 왔다!)

(팔로군이 왔다!)

우군의 대대가 약정한 시각보다 한시간이나 앞당겨 들이닥친것이다. 생각잖은 원병의 출현에 당황망조한 적병들이 물찌듯이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엎드러지며 곱드러지며 도망질들을 치기 시작하였다. 무적황군의 체면이 밑씻개가 되여가지고 땅바닥을 굴러다녔다. 선장이가 그제야 정신을 수습하고 제 손에 쥔것을 다시 보니 다급한통에 마지막 한개의 수류탄으로 알고 거머쥐였던것이 수류탄이 아니고 어디서 굴러온 허름한 신골방망이였다.

적군을 물리친 뒤에 점검을 해본즉 반해량지대의 손실은 전사가 넷, 중상이 둘 그리고 경상이 여섯이였다. 그밖에 실종된 대원 하나가 있어서 온갖 군데를 다 찾아보았으나 종시 나타나주지를 아니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그 신비스럽게 종적을 감춰버린 대원-류빈이는 이때 본성명 신용순이로 되돌아갔었기때문이다(해우 신용순이는 동아상사의 사원으로 복직을 하여 상여금을 탁탁하게 타가지고 흥청망청하느라고 세월가는줄을 몰랐다).

네 주검중에서도 마점산 오쎌로의 주검은 차마 눈뜨고 볼수가 없을 정도로 참혹하였다. 시체들을 산밑에 그러묻은 뒤에 선장이가 무덤을 향하여 군모를 벗고 머리를 숙이니 옆에 섰던 장준광이도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그는 란투장에서 군모를 어디다 날려보냈는지 맨머리바람이였다). 다른 전우들도 다 숙연히 머리를 숙였다.

태항산에서의 이와 같은 전투의 나날이 언제까지 계속이 될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198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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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좋은래일 (♡.136.♡.79) - 2023/11/14 08:47:50

저자의 말

이족침략자의 철제밑에 짓밟히는 민족앞에는 대개 세가지 운명이 선택을 기다리고있는 법이다. 그 하나는 꼬리를 치고 나서서 앞잡이노릇을 하는것이고 또 하나는 나 잡아잡수 하고 가만히 엎드려있는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분연히 떨쳐일어나 반항을 하는것이다.

지난날 우리 민족의 머리우에 암담한 비운이 낮추 드리웠을때 감연히 무기를 들고 일떠섰던 혈성남녀들의 걸은 길에는 파란곡절이 중첩하였었다. 하기에 일본이 무조건항복을 하니까 어느 한 전사는

<<승리란... 이제 알구보니... 참혹의 별칭 같은거였구나!>> 하고 웨치기까지 하였었지.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아들딸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망각의 흐름모래속에 묻혀버리지 않게 하려고 나는 총 아닌 붓을 들고 또 한바탕 분투를 해야 하였다. 일찌기 태항산의 험준한 벼랑길을 톺아오르고 또 미끄러져내리며 나는 꿈에도 생각을 못하였었다-나중에 내가 살아남아가지고 전우들의 피흘린 력사를 기록하게 되리라고는.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하고보니 당시 조선의용군에서 나의 직위가 낮았던탓으로 아는 면이 넓지 못한데다가 근거로 삼을만한 자료마저 거의다 전화속에서 재로 화해버린 까닭에 곤난은 그야말로 중중첩첩하였다. 태항산 풀우거진 땅속에 영원히 잠들어있는 전우들에 대한 가실줄이 없는 애틋한 동지애가 아니였던들 집필을 끝까지 견지하였을지 마침 모를 일이다.

더 말할것도 없이 <<격정시대>>는 소설의 형식을 빌어서 엮어놓은 전기문학이다. 그러므로 모종의 정치적원인으로 조성되였던 력사의 공백을 능히 메울수 있으리라고 자신을 하는바이다.

운명의 신은 나로 하여금 호가장전투를 마지막으로 싸우는 태항산을 떠나게 만들었다. 그래서 자연 <<친히 겪은것을 충실히 재현>> 한다는 종지에 따라 <<격정시대>>도 중도에서 끝 아닌 끝을 맺게 된것이다. 아쉽고 섭섭하고 허전하다 못하여 감질이 날 지경이기는 하나 별도리 없는 일이다. 하긴 반드시 승리적으로 끝이 나야만 한다는 철칙도 이 세상에는 없다. 진실한 력사의 기록은 왕왕 읽는 사람을 맥살나게 만드는수도 있다는것을 우리는 알고있는터이다.

자랑할만한 력사를 갖지 못한 민족은 불행한 민족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민족은 다행하다 할것이다. 세상에 떳떳이 내놓을 자신의 력사를 갖고있으니까.

조선의용군의 골간을 이룬것은 조선적(籍)의 중앙륙군군관학교(黄埔)출신들이였다. 그러므로 조선의용군의 력사는 중국혁명의 력사와 갈라놓을수 없는 맥락으로 이어져있다. 그리고 서술가운에 여러번 <<태극기>>가 나오는데 그것은 당시 당지의 력사적사실이 바로 그러하였기에 인위적인 변경을 삼가하였다. 무릇 외곡되거나 날조된 력사는 몇참을 못 가 곧 들통이 난다는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있는터이다.

저자
1986년 정월

닭알지짐닭알지짐 (♡.162.♡.74) - 2023/11/14 09:42:00

오~ 좋은글을 련재하셨네요 이제 시간 편할때 하나하나 읽어봐야지 ㅋㅋㅋㅋ수고하셧슴다 ^^

더좋은래일 (♡.136.♡.79) - 2023/11/14 10:07:50

감사합니다^^

단차 (♡.252.♡.103) - 2023/11/14 10:04:23

일단 추천만 누르고 킵해둘게요.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

더좋은래일 (♡.136.♡.79) - 2023/11/14 10:07:35

감사합니다^^

산동신사 (♡.173.♡.19) - 2023/11/14 10:39:24

처음부터 한편도 빼놓지 않고 읽은 첫 인터넷으로 읽은 소설입니다.항일전쟁시기 우리 조선민족들의 중국에서 목숨바쳐싸워온 역사를
잘 알수있는 좋은 계기가 된것 같습니다.올리시느라 수고 많이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더좋은래일 (♡.136.♡.79) - 2023/11/14 10:53:24

마지막 결과가... 씁쓸합니다 ..
그동안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연길이야기 (♡.226.♡.44) - 2023/11/14 19:08:53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좋은래일 (♡.208.♡.133) - 2023/11/14 19:25:26

그동안 응원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로즈박 (♡.43.♡.108) - 2023/11/15 15:24:05

이렇게 끝나다니 너무 아쉽네요..지금의 이 평화를 위하여 얼마나 많은 소중한 목숨들을 바쳣을가요?
가슴이 먹먹해납니다..
그동안 저 많은 글들을 다 타자해서 올리시느라고 고생하셧습니다..덕분에 잘 보앗습니다..
감사합니당~~~

더좋은래일 (♡.136.♡.40) - 2023/11/15 17:35:28

그동안 응원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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