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가까이 13ㅡ줄거리없는 동영상

뉘썬2뉘썬2 | 2024.02.04 02:50:16 댓글: 4 조회: 163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5377

13


머리보다는 손으로 편집을 하고잇을 때 뒤에 누워잇던 남자친구가 물엇다.

왜나는 안찍어?친구들은 그렇게 열심히 찍으면서?”

너는거기 없엇으니까.나는 입속으로 대답하다가 놀랏다.거기라니 어디?딱히 파주가 아닌 거
기엿다.카메라를 들고 돌아보앗다.

그럼 찍을만한걸 해봐.”

남자친구가 청바지를 내릴듯말 듯 장난을쳣다.나는 어이가없어 웃엇다.남자친구도 스스로 그
부위가 가장 볼만하다는걸 알고잇는 모양이엿다.호날두만큼은 아니지만 축구 많이한 남자들한
테 잇는 사타구니근육 말이다.대충 찍는척하다가 만다.남자친구는 그렇게 내주의를 끌더니 대
뜸말햇다.

같이살자.”

이야 그렇게 방만한 자세로 같이살자하지 말아줄래?”

무릎쯤 바지가걸린채 발라당 누워 말하면 무슨말을해도 진지하게는 들리지 않지만 언젠가부터
본가보다 남자친구집이 편해진것도 사실이엿다.가족들이 집에잇을때는 왠지 할 수 없는 동영상
편집도 여기서는 편하게 하고잇으니까.거기가 아닌곳에서 살때가 되지않앗나 고민하기 시작햇
.

같이살자.”

별반응이 없자 다시 바지를입은 남자친구가 말햇다.그럴까 같이살까.나는 컴퓨터를 끄고 지하실
스케치로 돌아갓다.아이는 층층이쌓인 닭장사이에 갇혀잇다.빛을 보지못해 눈먼닭들과 제때 치
워지지않은 배설물들,젖은 바닥엔 앉을구석도 없다.벽에는 신문지와 함께 닭털이 붙어잇다.환기
팬에 붙은 먼지덩어리와 막힌 배수구.이거라면 어쩐지 오케이를 받을수 잇을거란 생각이든다.

남자친구랑 살거라고 엄마아빠에게보다 먼저 주연이한테 말하러 갓더니 주연이는 대청소중이엿
.쇼핑에서 산게 분명한 대걸레들과 매직 스펀지들이 널려잇엇다.마음이 급햇는지 솜씨잇게
구획을나눠 시작햇다기보다는 두서없이 대충 치우고잇엇다.

집 내놧어.사람들이 보러올지도 몰라.”

넌 어디살게?”

런던.”

?”

출판기획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한게 철썩 붙엇는데 회사 동의서가 필요햇어.그걸 안써주
겟다잖아.뭐라도 배우고오면 책을 더잘 만들텐데 투자라고 생각안하는거지.뭔가 확 숨이막혀서
그만둿어.내돈으로 내가배우고 올거야.지난달에 적금찾은게 잇어서 질러버렷어.”

너까지? 송이도 없는데.”

삼개월짜리야.금방와.그보다 송이 들어오면 얼굴보고 갈거야.그깟 삼개월 휴직을 안받아주다
니 치사해서 진짜.”

귀중한 인재라 없으면 곤란한가보지.”

자극을 계속 받아야 고갈이 안되는걸 몰라.재단돈으로 공부좀 하고 오려햇더니 그걸방해해 근
시안들.그깟놈들한테 소모당하지 않을거야.”

집 파는구나.”

응 돌아와도 작은집에 살고싶어.내가 여길 유지못하는 것 같아.”

이 대청소도 무리야.너혼자 못해.전문가 불러.”

역시그렇지?”

주연이가 고무장갑을 벗어서 발밑에 던지고 주저앉앗다.독한 세제냄새에 머리가 아파왓다.
떤부분은 깨끗하고 어떤부분은 더께가 앉아잇어서 집은 얼룩덜룩 더 지저분해 보엿다.

좋아한적도 없는집에 오래도 살앗네.”

짐은 어쩔거야?”

다 버릴거야.”

책과 영화는 팔거나 기증할 생각이라고햇다.나머지 가구와 전자제품들은 중고상 사람들이 와
서 둘러보고 가져가지 않는건 버릴거라고햇다.낡기도 햇지만 요즘은 무거운 가구들을 선호하
지 않아서 아마 거의 버려질거라고 햇다.

혹시 너 가져가고 싶은거 잇으면 가져가도돼.이번달 말까지만 말하면 남겨둘게.”

여기서 뭘 가져가고 싶을까.이미 너무 많은걸 가져가지 않앗나.원하지 않앗던것도 모조리 가져
가고 말앗다.나는 주연이가 던져둔 고무장갑을 ㄲㅣ고 스펀지를 들엇다.거실 돌바닥 틈새에 낀
먼지때들을 닦기시작햇다.

업체부르라며?”

하는데까지 해보고.”

하다보니 욕실에 다다랏다.내가 욕실에 들어가자 뒤에서 주연이가 뭐라고 만류햇으나 문을 잠
가버렷다.주연이는 이욕실을 사용하지 않는지 솔도 욕조도 말라잇엇다.그때보다 키가 크진 않
앗지만 욕조가 예전보다 작아보일줄 알앗는데 아니엿다.여전히 석관처럼 길고깊엇다.

뜨거운물로 욕조를 닦앗다.맨발에닿는 감촉이 전과같앗다.

0041.MPEG

할아버지 산소.간단하게 상을올리다.

할머니 ㅡ올해는 이상을 앉아서먹고 내년엔 누워서 받겟구나.

엄마 ㅡ깔깔깔깔 어머님두.

나 ㅡㅡ할머니 다크한 유머가 왜이렇게 좋지 나는.

아빠 ㅡ그보다 합장하지 말라시더니?

할머니 ㅡ적당히 떨어뜨려서 묻어.

좋지못한 이로 사과를먹는 할머니얼굴.달다,할머니가 입모양으로 말한다.

ㅡㅡ

위태로운 나이를 한껏 위태롭게 보내고나면 주변사람들의 기대치가 그만큼 낮아진다.엄마아
빠는 나의성적,학벌,직업,연봉,결혼 등등에 초연한채 살아왓다.남자친구와 살겟다고 하자 잠
시 제동을 걸려햇지만 금세 포기햇다.어차피 온정하지 않은딸,남자가 잇으면 없는것보다는
낫겟지싶은 마음이 그대로 보여서 나는 뻔뻔해졋다.

남자친구는 나보다 더 뻔뻔해서 짐을 옮기러 올때마다 양손가득 건강식품이니 과일이니를 사
다가 날랏다.아빠가 이성을잃고 현관 퍼팅연습기의 골프공들을 던질까봐 걱정이 되엿지만 그
런일은 없엇다.서너번 지프차로 옮가고나니 대충 이사는 끝낫다.

처음 한두번은 엄마가 사다주는 이불,휘파람 주전자 같은 가재도구들을 받앗지만 그이상은 받
지않앗다.자꾸 받기 시작하면 엄마가 기대하는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인상을 심어줄 것
같아서엿다.내가 미끄러지지 않고 이대로 괜찮을거라는 인상,엄마가 바라던 삶을 한번쯤은 비
슷하게라도 살아줄거라는 인상을 주기싫엇다.그랫다가 실망시키는게 더 불효일 것 같앗다.

이사를 하자마자 건너편 아파트 단지의 재개발이 시작되엿다.낡은아파트 단지엔 독특한 아름
다움이 잇엇다.이제는 좀처럼 바르지않는 짙은 살구색페인트,바깥으로 나와잇는 나선형 철제
화재대피계단,왕관모양의 증기배출구,둥근발코니의 외부차양..



눈길을끄는 구석은 끝이없엇다.왜 요새짓는 아파트들이 더 멋이없는걸까 알수없는일이다.디자
인의 문제가 아니라 쌓인시간의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아파트들은 곧 폭파될 참이엿다.

그전엔 나무들이 이사를갓다.안그래도 저 오층넘게 자란 나무들을 다 어쩌려나 싶엇다.그 아파
트 단지에는 동네사람들이 좋아하는 벚꽃길이 잇엇다.재개발이 되는니 마느니 햇던것에는 그벚
꽃길도 어느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앗을까 가끔생각햇다.짧지만 풍성한 벚꽃길로 동네사람들은
철이되면 청사초롱을 달고 부침개를 구워팔앗다.봄에는 차마 공사를 시작하지도 못햇을것이다.



그 사랑받던 나무들을 이사시키기 위해 오래된 보도블록이 파헤쳐지고 굴착기가 동원되엿다.
리를 제대로 다 보존하지는 못할것이엿다.다른데로 팔려가는 나무도 잇지만 들어보니 대개는 판
교와 그주변으로 간다고햇다.보랏빛 젖은담요로 뿌리가 덮엿다.얼마나 살아남을지 알수없엇고
같은염려를 하는지 구경을나온 다른사람들도 가는신음을 흘렷다.



궁금한적없어?”

뭐가?”

사람은 어릴 때 죽으면 더 안타까워하면서 나무는 늙은나무가 죽는걸 마음아파하잖아?화분은
그렇게들 죽이면서.어째서지?”

남자친구는 마땅하고 명쾌한 대답을 찾으려고 애썻지만 실패햇다.나역시 그런 것을 원하지 않
앗다.

우리는 천천히 걸엇다가 빨리 걸엇다가 하면서 단지를 벗어낫다.우리처럼 낮에자고 밤에 생활
하는 이들에게 재개발공사는 엄청난 소음이 될것이엿다.

송이가 잠시 귀국해서 시끄러운 낮시간에는 송이를 만나러 다녓다.

얼마만에 들어온거지?너너무 자주 들어오니까 약간 덜반가워.”

마음에도 없는 말로 송이를 약올리자 송이가 웃엇다.웃는얼굴에는 아직 요괴다운면이 남아잇
엇다.

송이는 들어올때마다 로드숍 화장품이니 홍삼이니 잔뜩 쇼핑을햇다.홍삼을먹고 삼년간 감기에
걸리지 않앗다는데 타고난 건강체질이 아닌가 속으로 생각햇다.그전에도 감기에 걸린건 별로
못봣으니 말이다.

곧 주연이 생일이엿기 때문에 둘이 만난김에 생일선물을 사기로햇다.주연이에게 뭐가 갖고싶
은지 문자를 보내가 금방 답장이왓다.

ㅡ문서세단기가 가지고싶어.

송이에게 전달햇지만 송이가 믿지않아 문자를 직접 보여줘야햇다.송이가 캑 소리를냇다.문서세
단기라니 뭐 그런게 가지고싶나 싶엇다.어떤 문서세단기냐고 다시물엇다.

ㅡ안예뻐도돼.전기로 한꺼번에 갈아버리는거.사무용 대용량.중고도 괜찮아.

뭘그렇게 없애고 싶은건가.송이도 나도 문서세단기는 별로 쇼핑하고 싶지 않앗으므로 인터넷으
로 사기로햇다.길거리 가게에서 송이가 구두를 신어보앗다.신발은 역시 한국이 예쁘다고 좋아라
햇다.나는 카메라를 꺼내 송이가 한발로 균형을잡고 손목에 여러개걸린 쇼핑백들을 떨어뜨리지
않는 모습을 찍엇다.송이가 손가락으로 톡톡 렌즈옆부분을 건드렷다.

안보여줘?”

민웅이에 이어 송이까지 보여달라 하다니 정말 보여줄때가 되고말앗다.

0042.MPEG

목요일 10,합정.방금산 고로케를 깨무는 남지친구.고로케에서 김이난다.

남자친구 ㅡ걸어서 건널래,양화대교?

ㄴㅏ ㅡㅡ싫어.

남자친구 ㅡ왜,뽀뽀하려는 커플들 방해하자.바짝뒤에서 걸으면서.

나 ㅡㅡ심보는.

남자친구 ㅡ바람도좋고 응?

나 ㅡㅡ난간이 너무낮아.인도도 너무좁고.빠질것같아.

남자친구 ㅡ무슨소리야.괜찮지 그정도면.빠지면 내가 건져줄게.

나 ㅡㅡ자만하지마.둘다죽어.

ㅡㅡ

조그만 손수레에 문서세단기를 싣고 하주네로갓다.집이 나갓다고 햇으니 아마 마지막 방문일
것이다.생일파티이자 송별회인 셈이엿다.문을열어주는 주연이는 생일을 기념해서인지 버건
디 립스틱을 바르고잇엇다.먼저 도착해잇던 남자애들이 한마디씩 촌스러운 말을 하지않앗는
지 궁금햇다.붉은기보다 보라기가 더많은 진짜 버건디엿는데 얇은입술에 아무렇지도않게 어
울렷다.

찬겸이는 ‘GQ’에나 나올법한 멋진조끼를 입고 앉아잇엇다.팔꿈치아래로 보풀이 일어난 나일
론 추리닝을 입고온 민웅이는 약간 부러웟던 모양이다.

이야 나도 이런 바스트하나 장만해야겟는데?”

베스트야 베스트.”

찬겸이가 얼른정정햇다.민웅이가 낄낄웃으며 바비큐통에 숯을 넣으러갓다.민망할 순간에 민
망해하지 않는게 여전히 민웅이다웟다.열린문틈으로 저녁공기가 시원하게 흘러들엇다.

주연이가 문서세단기의 코드를꽂고 종이뭉치를 가져왓다.시원하게 갈렷다.좋아하는게 역력해
서 이상한 선물이지만 하길 잘햇다는 생각이들엇다.

뭐 넣는거야?”

남의글.”

이건 글이아닌데?”

그건 남의정보.”

회사를 그만두고 가지고잇어서는 안되는 종이들을 다 없애버리려는듯 햇다.세단기는 힘차게
돌아갓다.없애야할 종이가 얼마나 쌓여잇는건지 궁금햇다.

좋지않은 종이에선 말야 먼지가 엄청나와.A4용지 뭉치같은걸 가만히둬봐.주변에 하얗게 먼지
테두리가 생겨.폐에나빠.좋은종이는 안그러거든.끌어안고 잇을게아니라 얼른갈아서 재활용하
는게 나을거같앗어.”

불판위에는 고기보다 채소가 더많앗다.주연이뿐아니라 나머지들도 이제 채소위주로 먹엇다.
감자를굽고 옥수수를 굽고 양파와 토마토를 구웟다.고기를 줄여선지 친구들의 목소리도 안정
된 음역으로 들어서고 잇엇다.말하는 내용보다 편안한 음역에 마음이 기울엇다.삼십대에 들어
선 성대는 좋구나 싶엇다.

우리다같이 여기를 떠나는 때인가보다.그런시기가 몇번잇엇지.대학때도 그렇고.민웅,취직한거
축하해.너희집은 장단콩도 아니고 사과를 왜그렇게 오래 고집하는거야?너몰라서 그렇지 파주사
과가 은근히 인기잇어.작아도달아.조경일은어때?돌아다니는게 좋아.과수원에 애정이 없는건 아
니지만 나는좀 돌아다니는게 성격에 맞아서.



필립은 잘지내?응 같이못와서 섭섭해햇어.뉴욕에 허리케인 불엇을때 무섭지 않앗어?집한면이
뜯겨나가고 그러던데.전기가없는게 힘들엇어.돈많은 동네만 전기 들어오더라.캄캄한 거리를 손
전등들고 다녓어.회사에서 모조리 충전햇지뭐.런던은 기대되지?뭐 삼개월이니까 금방 지나가버
릴거야.



가기전에 치아상태 좀보자.아냐 동네에서 스케일링이고 뭐고 다햇어.왜나한테 안오고?미안해서.
집은 제값에 판거야?무슨 헐값에 팔앗지.속쓰리겟ㄴㅔ.나보다는 부모님이 속쓰리실거야.계속
외 국서 생활하시는것도 힘드시겟다.바깥생활은 어디나 외로워.어느나라에 잇어도 아무리 익숙
해져도 외로워.겁이나.재난같은게 일어나면 나만 버려질것 같은 기분이들어.송이는 안그래?나도
그래.

친구들의 대화가 이어지는걸 들으면서 프로젝터를 가지러갓다.불을끄고 수평을 맞출때쯤엔 식
사가 끝나잇엇다.영화를 틀어주려나보다 햇을것이다.어떤 부드러운 인트로도없이 본인들의 얼
굴이뜨자 잠시 충격에들 빠졋다.찬겸이가 어머를 찬겸이 어머니톤으로 외쳣기 때문에 웃음이
일엇다.송이는 민웅이가 안고잇던 나초그릇을 빼앗앗다.그렇게 집중해주지 않아도 될텐데.나는
친구들 앞에서 발가벗고 춤을추는 기분이 들엇다.화면에 비친건 친구들이엿지만 발가벗은건 나
엿다.

점처럼 멀리 찍은것도 잇고 점이보일때까지 클로즈업한것도 잇엇다.머리카락이 길엇다가 다시
짧아졋다가 햇다.아침에 걸엇고 밤에 비스듬히 누웟다.웃엇다가 가라앉앗다.얼굴에 흰테두리를
만들며 햇빛을 받앗다가 밤에 내가 잘못찍어서 눈이 빨개졋다.카메라는 기울엇고 가끔 너무 아
래에서 찍어서 턱살이 늘어진것처럼 나왓다.깜짝놀란 송이가 손등으로 찰박찰박 턱살마사지를
시작햇다.



대화는 아주 짧을때도 잇엇고 길때도 잇엇다.실제로 찍은건 최근의 몇 년이지만 이야기속에서
더멀리 다녀왓다.서로를 놀렷다가 위로햇다.전국에 흩어진 찬겸이의집,찬겸이도 잊엇던 벽지들
이 배경으로 나왓다.사과가 자라고 익엇다가 떨어지기도햇다.갈대가 흥햇다가 눈이다시 갈대를
점령햇다.짚을정리한 마시멜로 모양 비닐들이 마른논위를 굴러다닌다.신도시가 세워졋고 까만
창문들이 사람들을 기다렷다.



송이가 떠낫다가 돌아왓다가를 반복한다.어째선지 우리할머니가 제일 인기가 좋다.남자친구가
나왓을땐 가벼운 야유가 일엇다.국수가 나오면 침을삼킨다.헤이리의 씬시티를 연상시키는 무
지개 네온 모텔촌과 자동차극장의 스크린이 잠시빛난다.내가 저런말을 햇나?사악한 편집이네.
저런의미가 아니엿다고.건성의 항의도 들어온다.



주완이의 흔적들은 아마 주연이만 알아볼것이엿다.그런부분들에서 나도모르게 주연이를 의식햇
.버건디색이 약간지워진 입술을 벌리는지 다무는ㅈㅣ.주연이는 물처럼 그대로엿다.가장 집중
해서 보고잇엇다.편집본은 갑자기 시작된것처럼 갑자기 끝낫다.

0043.MPEG

남자친구 ㅡ무슨생각해?

나 ㅡㅡ고래고환.

남자친구 ㅡ고환?불알?

나 ㅡㅡ응.

남자친구 고래도 불알이 달려잇구나.크겟네.

나 ㅡㅡ몸속에잇어.

남자친구 ㅡ어쩐지 본적없더라니.

나 ㅡㅡ몸속이라 뜨거워질까봐,지느러미쪽의 차가운 정맥과 이어져잇어.식혀주는거야.

남자친구 ㅡ신기하다.그런데 고래불알은 왜생각해?

나 ㅡㅡ머리가 뜨거워질 때 생각하면 다시 시원해져.

남자친구 ㅡ넌 이상해.

나 ㅡㅡ이상해서 싫어?

남자친구 ㅡ싫은거랑은 달라.하지만 이상해.

ㅡㅡ

다시 파란화면이다.나는얼른 불을켜고 프로젝터를 껏다.친구들은 상기된 얼굴이엿고 뭔가 말
을 해주고싶은 표정들이엿으나 내가 도망치고 싶엇다.보여줘야만 할것같앗다.보여달라고도 햇
고 보여주지 않으면 도둑이니까.친구들의 이미지를 훔쳐 제멋대로 이어붙엿으니까.놀이치고는
괴로운 놀이엿지만.

재밋는데 줄거리는 모르겟다야.”

민웅이가 말햇다가 구박을 받앗다.아마 가장 솔직한 평일것이다.나도 줄거리를 모르는데 민웅
이가 어떻게 알수잇을까.

나는 좀 감상을 정리한 다음에 메일로 보내줄게.”

아냐 찬겸아.괜찮아.그럴것까진.”

송이얼굴이 달아올라 잇엇다.

많이나와서 기뻐.여기없엇는데 많이나와서.”

그건 네가 들어올때마다 다같이 모엿으니까.네가와야 재밋어.”

하주연 좀말해봐.우리중에서 제일 전문적으로 말해줄수 잇는게 너아냐?”

재촉을받자 주연이는 내팔을 서늘한 손가락으로 잡앗다.

좋네.”

이번에는 가볍지않은 야유가 따라왓다.그게뭐야,그말을 누가못해,성의없어!하지만 나는 알고
잇엇다.언젠가 주연이가 말해준적이 잇다.출판사에서 예뻐는 디자이너들의 궁극의 평가라 예
쁜지 예쁘지 않은지로 몇번이나 표지가 엎어지고 좋아는 편집자들의 궁극의 평가라 괜찮아
는 자주잇어도 좋아는 웬만해선 입에 올려지지 않는다는걸.주연이가 진심이든 아니든 기뻣다.
노출된 몸에 부드러운 가운같은걸 덮어준거나 다름없엇다.

모두가 금방 피로해졋다.내가 피로한걸 만들어서일 듯 햇다.찬겸이와 송이가 나란히 부모님들
이 여전히 사시는 아파트로 돌아갓다.한동짜리 아파트의 주민들은 어디가 만족스러운지 떠나
지 않앗다.아파트를 지은 건설자는 부도가난지 오래라 자잘한 수리와 개선은 주민들이 개미와
,제비처럼 햇다.그때그때 임시로 고쳐나갓고 그게또 신기할 정도로 유기적이엿다.외지생활을
하는 두사람은 그아파트를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걸 좋아햇다.

민웅이도 바바박 하고 낡은스쿠터의 시동을 걸엇다.술이다 깻어도 길이 어둡다고 걱정을하자
길밖으로 떨어져도 죽지않는다며 호쾌하게 웃엇다.

나와 주연이만 남아 소파에 서로 기대앉앗다.좌석이 지나치게 깊어 오히려 불편한 소파엿다.

프로젝터 너줄게.가져가.”

내가 고개를 끄덕엿다.

또 가져가고싶은거 없어?”

“..방에서 가져가도 돼?”

이번엔 주연이가 고개를 끄덕엿고 주완이방엔 따라들어오지 않앗다.나는 문을닫고 서랍을 열
엇다.다행히 아직 버려지지 않은 회색티셔츠들이 가득햇다.두벌을 집엇다가 한벌더 챙겻다.
자친구의 서랍에 넣어둘 계획이엿다.아마 모르고 입어줄것이다.누구에게나 잇는 무늬없는 회
색티셔츠니까.알아도 입어줄것이다.그러다 어느순간 나도 그게 어느 티셔츠엿는지 잊을것이
고 버릴수잇게 될것이엿다.

주머니에서 운동화끈으로 만든 팔찌를 꺼내 서랍에 넣엇다.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건 두고가야
할것같앗다.주연이가 맘 아프지않게 가방안에 티셔츠들을 얼른 갈무리햇다.그러곤 이번에는
주연이의 발밑에 가서앉앗다.

왜 언더,선더,테더엿을까?”

주연이가 파란화면위에 작게 뜬 파일명을 알아보앗엇나보다.

어떤나이,아닐까?”

나이?”

언더에이지,선더에이지,텐더에이지.”

아 하고 주연이가 손을 내머리위로 떨어뜨렷다.쓰다듬기보다는 정말 툭 떨어뜨렷다.

내생각에 별로 좋은나이라는건 없는것같아.어릴때는 언제어디에 잇고싶어도 결정권이없고
나이가들면 지금이 언제인지 어디에 잇는지 파악을 못하니까.”

언제 어디에.”

내가 반복햇다.

시공이야.그게 무엇보다 중요한 정보야.”

주연이의 고개가 천천히 내려왓다.내 앞머리와 옆머리가 섞이는 지점쯤에 입술을댓다.머릿
카락이 눌리면서 살짝 간지러웟다.

이제 하주라고 부르지마.그거 내가 아니잖아.”

이번에도 수긍햇다.주연이를 하주라고 부르는건 부르는나나 불리는 주연이나 둘모두에게 잔
인하다는걸 알면서도 멈출수 없엇다.이제 그만할수 잇을 것 같앗다.주연이가 내 양귀를잡고
냄비를들듯 끌어당겻다.한손을 옆으로 뉘여 눈을 가리더니 일부러 큰소리를 내며 입을맞췃다.
놀라서 크르륵 거품끓는 소리를 내고말앗다.

나랑 입술이 똑같앗으니까.얇고 모양없고.”

그건 석달후면 아무렇지 않아질 작별인사엿다.하주의 작별인사엿다.

0044.MPEG

멀리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해변에 발을담그는 제주도 학생들의 뒷모습.투명한 물에는
종종 새끼복어나 조그만 해파리가 보인다.

해변에서 익어가는 녹색귤.휴대용 라디오는 주파수가 다르다.학생중 하나가 가방에서 조그
만 양산을 꺼낸다.붉은 체크교복과 어울리는 체리무늬가 다닥다닥 박힌 양산이다.

나 ㅡㅡ여기살면 해변도 질릴까?

남자친구 ㅡ안질릴 것 같은데.

나 ㅡㅡ학교근처에 이런 해변이 잇으면 공부하는데는 방해되겟지만 조금 덜 힘들지 않을까?

남자친구 뭐가?

나 ㅡㅡ저 나이가.

남자친구 ㅡ똑같이 힘들걸.

ㅡㅡ

제주도에 가고싶다고 하자 남자친구는 주말을끼고 앞뒤로 하루씩 더 쉬기로햇다.한번도 가
보지 않앗다는 말에 놀라며 자신은 몇번이나 다녀왓단다.머릿속에서 제주가 점점 환상의 장
소가 되여가고 잇엇다.파주의 정반대쪽으로 끝까지 간곳이 아닐까햇다.10월인데도 해수
욕이 가능한곳 해수욕장이 닫히고도 모두 해수욕을 하는곳이라 들엇기때문이다.

시사회를 마치고 감독들이 뻗어버리는걸 이해할수 잇을 것 같앗다.나의 조잡한 동영상을 친
구들에게 보여준다는게 예상보다 심적으로 힘들엇다.휴가가 필요햇고 제주도엿으면 햇다.
주도를 가보고 별거없잖아하고 실망하고 싶엇다.물론 그렇게는 되지않앗지만.

렌터카 안에서 수영복을 갈아입엇고 샤워장이 문을 닫아서 그냥 햇볕에말릴 작정으로 몸을
담갓다.젖엇을때는 곤란하지만 마르면 간단한 모래처럼 다른문제들도 다 떨어져나갈 것 같은
기분이엿다.

평소에는 잘 챙겨먹지도 않으면서 세끼도 아니고 네끼,다섯끼씩 먹엇다.감귤이 들어간 과자란
과자는 모조리삿고 추천받은 당근케이크집에도 갓다.뭐라 말할 수 없이 순정한맛이 나는 케이
크엿다.나는 흥분해서 친구들에게 택배로 당근케이크와 당근머핀을 보냇다.항공우편료가 들
엇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앗다.혼자 케이크반판을 먹은것같다.나의 과도한 식욕에 남자친구는
기뻐하기도 하고 우려하기도 햇다.어린날로 돌아간것처럼 소화는 잘도되엿다.

음식점을 한군데도 실패히지 않은 것은 몇 년전부터 제주도에 정착해 살고잇는 남자친구의 친
구덕분이엿다.민박겸 카페를 하고잇어선 숙소도 편햇다.

여기살면 좋죠?”

대개는 좋아요.가끔외롭고 태풍때는 좀 무서워요.장사가 잘되면 지붕이랑 새시 새로 하고싶어
.”

그 외롭다는 말은 알것같앗다.파주의 반대 이미지일줄 알앗는데 풀과 꽃과 나무들이 다를뿐 사
람이적고 교통이 불편한 동네들이 가지는 공통의 분위기가 잇엇다.눈이오는 파주에대해 내가
가지는 두려움을 제주사람들은 바람이 부는날에 느낄지도 모른다.어떤땅은 살아도 살아도 설
.풍경이 아름다운것과는 별개로설다.설어서 아름다울때도 잇다.아이고 설어라.나는 할머니
를 흉내내며 속으로 말햇다.설어서 서러운가.

돌아오는 비행기는 가을태풍을 만나 롤러코스터처럼 떨어졋다 다시 오르곤햇다.

추천 (2) 선물 (0명)
이젠 너의뒤에서 널 안아주고싶어
너의모든걸 내가 지켜줄께

넌 혼자가아냐. 내손을잡아
함께잇을께
IP: ♡.169.♡.51
나단비 (♡.252.♡.103) - 2024/02/04 04:01:48

작가가 이상해요. 좋아해요.

뉘썬2뉘썬2 (♡.169.♡.51) - 2024/02/04 04:11:05

저렇게 异想天开하니까 이런소설도 쓸수잇는거죠.너무 따분하고 고정적인것은
잼없어요.ㅋㅋ

나단비 (♡.252.♡.103) - 2024/02/04 04:12:40

저의 취향을 저격했어요 ㅋㅋ

뉘썬2뉘썬2 (♡.169.♡.51) - 2024/02/04 04:22:54

엉뚱하고 귀엽고 친환경적이고 다양성을 좋아하는것은 단비랑 닮앗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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