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가까이 14ㅡ최종회ㅡ나이가 들수록 엄마와 할머니사이는 편해졋다.

뉘썬2뉘썬2 | 2024.02.04 03:06:32 댓글: 9 조회: 185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5379

14

송이의 비행ㄱㅣ도 태풍 때문에 뜨지못햇다.중부지방까지 열심히 따라올라온 태풍에 송이는
공항까지 갓다가 돌아와야햇다.재차 공항에 나갈때는 내가 따라나갓다.송이네 부모님은 딸들
이 외국에 오락가락하는 것쯤은 아무일도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에 마중도 배웅도 하지않으신
.


대수롭지 않아하는 태도,적절한 거리감같은게 송이네 건강함의 원천일지도 모른다.송이는 형
광트렁크를 달달달 끌고나왓다.형광이 반가워서 웃고말앗다.

수미만낫어.”

내가 제주도에 갓을 때 만낫다고 햇다.뭐라 대답해야할지 그많은 시간이 지나서도 입이 떨어지
지 않앗다.나와 주연이는 수미를 만날수없다.우리둘은 수미를 만나면 정다운 구석이라고는 하
나도없는 겨울산에 주완이가 묻힐뻔한 날을 떠올릴수밖에 없다.그모든일이 수미탓은 아니엿지
만 수호와 주미네 삼촌없이 수미를 생각할 수가 없다.


수미를 내친게 아니다.끊어낸게 아니다.다만 더이상 볼수없엇을 뿐이다.수미얘기를 들으면 나
는 균열이 생기고 주연이는 폭발한다.폭발쪽이 더 무서웟는지 송이는 주연이가 없을때만 수미
얘기를 꺼냇다.

수미는 서울서북부의 여성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잇다고 햇다.갑자기 길거리로 밀려난
여성들의 쉼터라고햇다.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가장많고 몸이아파서 일할수 없는데 돌봐줄이가
없는 사람들이잇고 청소년 홈리스들이 종종머물고 파산으로 집을잃은 가정의 여자구성원들만
남자들과 헤여져 오는경우도 드물지 않다고한다.수미가 쉼터에서 다른사람을 돕는일을 하고
잇다는 소식이 안도감을 주엇다.

송이도 수미가 자기경험을 깨고나와 잘해나가고 잇는게 기쁘다고햇다.물론 제대로 말한건 아
니고 띄염띄염 말햇지만 종합하자면 그랫다.나는 수미의 경험도 경험이지만 민웅이의 말이 결
국 수미를 구햇다고 판단햇다.



끔찍한 가족에서 태여낫다면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굳이그런 끝이나쁠 노력같은거 하지않아
도 괜찮아.가족이아닌 다른걸 찾으면돼.수미는 여전히 그말을따라 살고잇는것이다.어쩌면 그
말을 전파하고 잇는지도 모른다.

민웅이가 알면 마음 편하겟지만 민웅이에게는 이야기할수 없다.서툴게 상처입혓어도 그래도
네가 구햇다고 말할 수는 없다.이야기할수 없는게 계속 쌓여가서 나는결국 건강해질수 없을것
같다.

언제 또올거야?길게잇으면 안돼?언제쯤 길게 잇을수잇어?”

여기가싫어,하고 분명히 말하고떠난 송이인데도 출국게이트 앞에만서면 나는 끈끈이 주걱처럼
굴엇다.

할머니가 되면.”

그럼 꼭 돌아와서 살거라고 햇다.나랑 주연이랑 셋이함께 같은 실버타운에 들어가자고.필립은
어쩌고?내 남자친구는?나는 그때까지 그들이 우리곁에 잇지않을걸 알면서도 물엇다.

우리보다 일찍죽어.”

확실히 남자수명이 육칠년은 짧으니까 난 송이말에 수긍햇다.주연이는 분명 최고급 시설을 고
를터엿다.서재가 잇고 좋은 스피커가 잇고 골프코스와 댄스교실이 잇는 잔디밭이 정갈한 그런
데가 아니면 만족못할것이다.주연이가 만족할만한 곳에가려면 역시 돈을 부지런히 모아둬야
겟네 하며 송이와나는 주연이없이 계획을짯다.

셋이 골프를 치는건 상상이 되지않앗지만 게이트볼 정도는 분명 칠수 잇을듯햇다.각자의 기호
에맞는 챙모자까지 상상할수 잇엇다.쓸데없는 상상일수록 디테일을 가지고 자라난다.

0045.MPEG

거실.할머니가 빨래를 개신다.TV엔 백상아리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나오고잇다.할머니는 별로
열심히 보고계신 것 같지않다.

TV ㅡ백상아리의 턱은 두개골과 분리되여잇어 악어보다 무는힘은 약하지만 먹이를 만나면 앞으
로 빠르게 돌출되며 크기가 늘어납니다..거의 온몸이 연골로 되여잇으며 꼬리부분은 90
센트가량이 근육입니다..소화기관은 직선에 가깝고 세개의 간중 가장큰 것은 성인여성만한
크기입니다..


멈춘 상태로는 호흡을 할수없으므로 헤염치지 않으면 죽습니다..평생 삼만개의 이빨이나며
하나가 나는데는 하루면 충분합니다..사고를 담당하는 뇌는 아주 작지만 감각을 담당하는
뇌는 비대합니다..몸측면의 촉선과 전면의 전자기장 탐지기관으로 정보를 수집합니다..

나 ㅡㅡ(내래이션)정말 멋진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엇다.다시 태여난다면 저렇게 강하고 감각만
잇는 동물이면 좋겟다고도 생각햇을 때엿다.


할머니 ㅡ(제대로 쳐다보지도않고)저거 포떠서 지짐이 만들면 맛잇다.


ㅡㅡ


할머니는 내가 어디에서 누구와 살고잇는지 뒤늦게 알고 무시무시하게 화를냇다.나한테 화를 내
고싶은데 내가없으니 엄마아빠에게 화를냇다.애가 신세를 망치고잇는데 부모가되여 희희낙락
뭐하는거냐고,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전에 화냇던것처럼 타올랏다.


용암과도 같은 할머니의 분노를 피해 엄마는 이주일간 동창들과 해외여행을 가버렷고 아빠는 찜
질방에서 밥을 해결햇다.주방직원분들은 그 주간이 정말 일하기 힘들엇다고 나중에 토로햇고 국
수가 이상스레 매워졋다고도 증언햇다.

아이 걔가 어디 내맘대로 한번 된적잇엇나.”

아빠가 말햇다가 반죽밀대로 된통 맞앗단다.할머니가 기력이 잇으셔서 기쁘네,하기에는 나도 무
서워서 한동안 파주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햇다.반죽밀대는 흉기다.

결국 토란국 해놧다는 할머니의 소환에 귀가햇다.할머니가 끓인 토란국은 나만 좋아햇다.엄마도
아빠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앗다.친손녀가 할머니를 가장많이 닮는다는 연구결과가 잇다는데 정말
인지도 모르겟다.분노양념때문인지 맛이진햇다.

나도 할아버지랑 조금살다가 결혼햇다.하기만하면 된다.”

할머니가 비장하게 말햇을 때 거기서 그렇게 웃으면 안됏는데 순식간에 배꼽부터 올라오는 폭소
를 참지못햇다.엄마아빠는 할머니한테 먼저 시달린게 잇어놓으니 웃을힘도 없는 것 같앗다.어떻
게 안웃기지?아니 옛날사람들도 결국 비슷하게 살아놓고는 그럼뭐 화낼게 잇느냔말이다.할머니
는 다행히 나에게 분노의 반죽밀대를 휘두르지않고 다시 설득에 들어갓다.

응 그친구 응 애살잇게 생겻어.집안 식구한테도 잘하고 딴짓안하게 생겻어.집에잘하는 남자는
척보면 안다.할머니가 척보면 다알아.”

그때 토란국을 건성으로 먹던 엄마가 아무렇지도 않게 물엇다.

그렇게 척보면 아시면서 왜하필 아버님을 고르셧어요?”

엄마는 진심으로 궁금햇던 모양이다.할머니한테 덤빈것도 아니엿고 놀린것도 아니엿고 그질문
에는 순수한 호기심만이 잇엇지만 할머니는 기세가 팍꺽이고 말앗다.이번엔 아빠가 엄청 하이
톤으로 웃음이 터져버렷다.아빠는 속도없지.

아니 그렇잖아?내가 다른말을 하려는게 아니라 척보면 아신다니까 궁금해서 묻는거지.”

뒤늦게 당황한 엄마가 수습하려 햇지만 될리가 없엇다.나이가 들수록 엄마랑 할머니 사이는 편
해지는듯싶다.

그럼 뭐가 좋으셧어요?”

아빠가 이어물엇다.

똑똑해서.느이아버지 똑똑햇다.못하는 계산이없고 못외우는 시구도없고.”

할머니가 기운빠진 목소리로 답햇다.할아버지는 늘 외로움을 계산하고 잇엇고 외우던 글줄도
할머니 향한 것은 아니엿을 것이다.어리고 사람보는 눈없던 할머니를 내가 그시대에 만낫다면
친해줄수 잇엇을까.아니 역시 그때도 무서웟을 것 같다.불같은 성격은 마찬가지엿을테고 나는
그남자랑 헤여져,햇다가 호되게 절교당햇을게 뻔하다.

속도없는 아빠가 활짝웃으며 말햇다.

거봐 똑똑한거 하나 소용없어.나처럼 집에잘하는 남자가 최고야.”

당신도 별로야,엄마가 반박햇다.결국 엄마아빠 할머니 모두 침울해졋다.

축구를보는 아빠옆에서 과일을 깎앗다.

안싸워?”

응 안싸워.”

싸워도 여기오지마.”

오믄안돼?아빠삐쳣어?”

몰라 오지마.”

그러더니 아빠가 나를 쳐다봣다.마치지금내가 하는말은 강조야하는것과 같앗다.

의미없는 패스는없대.”

?”

줄창 하다보면 뭔가로 연결돼.놓치거나 떨구지말고 하다보면 하는사람도 모르게 뭐가 되는
거야.그러니까 의미없는 패스는 없다고.”

작은공 전문인 아빠가 큰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잇엇다.이럴때는 아빠의 강조를 잘 캐치햇어
하고 나도 얼굴로 말해주는쪽이 좋다.

아빠랑 분위기도 괜찮고해서 엄마랑 할머니가 안보는틈을 타 집에서 먹을걸 잔뜩훔쳣다.비싼
갑티슈와 키친타월,칫솔과 치약,건전지,면봉도 배낭에 넣엇다.

북소군 같은딸이네.”

아빠가 뒤에서 혀를찻다.나는 그게뭐야 하고물엇다.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잇는거 없는거 다 가져가라 아주.”

무거운 가방을메고 돌아오면 얼마큼 돈을벌면 엄마아빠 집ㅇㅔ서 도둑질을 하지않을수 잇을까
고민햇다.부모님은 무슨복이없어 나 같은 딸을둿을까.부모한테 훔쳐야 생활이 유지가 된다면
나도 다른직업을 찾아야하는게 아닐까.다음일은 언제쯤 들어올까.

울적해잇는데 연락이왓다.

웬 단편영화제에서 가작을 받앗다고 시상식에 오라고 그랫다.낸적도 없는데 이게 무슨얘긴가,
화한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말들만 하다가 깨달앗다.

하주연이 친 사고엿다.내가 주완이의 회색티셔츠들을 챙길 때 내 USB에서 동영상을 훔쳣다.
구들과 가족들에겐 말하고 나만 속인것이다.

0046.MPEG

서촌을 걷고잇다.주연이는 트렌치코트를 입고잇다.제대로 허리끈을 묶지않고 양끝을 주머니에
대충넣엇다.

주연 ㅡ너 워프의 원리를 알아?

나 ㅡㅡ워프?

주연 ㅡ왜 SF에서 우주선들이 하는거.쓩 하고 뛰여넘는거 말야.

나 ㅡㅡ몰라.

주연 ㅡ여러가지 버전의 설정이 잇지만 대개는 그거 차원을 찢는거야.그래서 하고나면 우주선에
탄 사람들은 성공한 워프만 기억하지만 셀수없이 많은 다른차원에서는 실패해서 우주선
도 사람들도 산산조각 난거지.

나 ㅡㅡ기분이 이상하겟네.

주연 ㅡ그래도 하고또하고또해.끔찍한 차원들을 무한히 남기면서도 별로 신경쓰지않아.사람들
은 대단해.자기가 어느차원에서는 찢겨죽엇다해도 괜찮은거야.

트렌치의 한쪽끈이 빠졋다.

ㅡㅡ

주연씨 외국에 잇다며?제대로 칼갈고 갓다며?”

소문의 양상은 특이햇다.주연이가 떠난 것은 널리 소문이 낫으나 삼개월 연수를 끝내고 돌아온
것은 별로 소문이 나지않앗다.그래서 길게 유학이라도 다녀온것처럼 되여버렷다.주연이는 오해
를 방치해두고 풀지않앗다.해외파를 선호하는 풍조를 비웃으면서 부정은 하지않은채 갯벌의 게
처럼 거품을끼고 살기로 결심햇다.

주연이는 선배들이 시작한 기획협동조합에 들어갓다.다소 알수없는 회사엿다.문화계 전반의 이
런저런 기획에 발을걸친채 이분야 사람을 저기다 갖다꽂고 저분야 사람을 엉뚱한데다 소개하고
출판사가 하는일들을 다하면서 막상 출판사는 아니고 어찌 돈이되는지 모르겟는데 일단 굶지는
않고잇엇다.한번더 설명해달라는 요구에 그때그때 유연하게 이것저것 갈아끼우는 일이라고 대
답이 돌아왓다.더 알수없게 되여버렷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들이 각자 책상을 차지하고 앉아서 시끄럽고 평등하게 일하고잇다는 말
에 풍경은 대충 그려졋다.주연이는 거기서 누구의 지시도 받지않으며 번역을하고 프로젝트를 굴
리고 근사한 팸플릿과 포스터를 만들고 행사대본을 쓰고 아는사람들을 굴비처럼 엮어 돈을대줄
회사에 판다고햇다.이해할수 잇는건 여전히 굴비뿐이엿다.

책 만드는거 안그리워?”

가끔 책의 물성이 그리워.하지만 이젠 집이좁아서 전자책 보니까 그게그거지.뭘로읽든 좋아하
는 작가들 책 읽으면 여전히 그사람들 목소리가 재생돼.목소리를 알고잇다는 것만으로 됏어.
족해.무엇보다 사대문안에 사는게좋네.”

회사도 집도 광화문 근처엿다.이중 미음자 형태의 오피스텔 건물안쪽 네모에 살아서 햇빛도 잘
들지않고 밤이되면 소음이 콜로세움 효과를 내는데도 만족한다고 그랫다.

처음에는 주연이한테 화를내려고 햇다.아무리 나랑 자기사이라해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과감
하게 잘라냇느냐고 말이다.한시간이 넘어가던 내 편집본은 ㅇㅣ십오분으로 줄어잇엇다.나는 단
편영화제 사이트에 올라온 그 버전을 보며 기가막혓다.어찌나 뭉텅뭉텅 끊어냇던지.

그런데 보고나니 좋앗다.

내가결코 하지못햇을 방식으로 언더,선더,텐더를 픽션으로 바꾼것이다.어떻게 잘라내는 것만
으로 픽션을 만들엇을까.

그건 내가 특A급 편집자이기 때문이지.”

주연이는 뻔뻔스럽게 대답햇다.자기는 과교열이라면 치를떠는 정중한 편집자이지만 작품의 압
축률에는 또 민감하다고 햇다.주로 요기서 요기까지를 삼분의일로 줄여주세요하고 부탁하는게
업무의 대부분이엿다고 웃엇다.덧붙여 이미 죽고없는 대가들의 작품들중에도 자기가 편집자엿
다면 한층 좋앗을 책들이 잇다고까지 햇다.

단 몇분에걸쳐 말로 완벽하게 표현해낼수 잇는 어떤 생각을 오백여페이지에 걸쳐 길게 늘어뜨
리는 짓은 낭비라는 보르헤스의 말을 지침으로 삼으라고 오히려 나에게 충고햇다.따지려한 쪽
은 난데 말을 잃고말앗다.

내가 주연이의 굴비중 한마리엿다는건 조금더 나중에 깨달앗다.여기저기 묶여서 팔리고난 다음
.영화미술가로도 몇번팔리고 단편영화 감독으로도 몇번팔렷다.

단편영화 제작이라고는 해도 대개는 예의 그 알수없는 프로젝트들의 영상기록을 담당하는 일이
엿다.여기저기 따라다니며 사람들을 만나 찍고 편집햇다.처음몇번은 주연이손에 분량이 오분의
일쯤으로 줄엇지만 이내 나도 과감한 편집을 할수잇게 되엿다.흡수하고 복사하고 자르는 일만
큼은 잘할수 잇엇다.

아무도 깨여잇지않은 시간에 나만깨여서 영상들을 돌려보면 영상속의 사람들은 알고잇는 것
같앗다.’나 언젠가 이순간을 그리워하게 될거야하고 일찍 예감한것 같은 표정들을 지엇다.현재
를 살면서 채 오지않은 그리움을 먼저아는 종자들이 특이하게 느껴졋지만 내주변엔 그런이들이
많앗다.

잇는듯없는듯 살다간사람,잇다가 없어진 사람,잇어도 없어도 좋을사람,없어도 잇는것 같은 사
,잇다가 없다가하는 사람,잇어줫으면 하는사람,없어져버렷으면 하는사람,없느니만도 못한사
,잇을땐 잇는사람,없는줄 알앗는데 잇엇던사람,모든곳에 잇엇던사람,아무데도 없엇던사람,
는동시에 없는사람,오로지 잇는사람,도무지 없는사람,잇다는걸 확인시켜주는 사람,없다는걸 확
인시켜주지 않는사람,잇어야할데 없는사람,없어야할데 잇는사람..우리는 언제고 그중하나 혹은
둘에 해당되엿다.

지난주에 파주에 갓을때는 비가왓다.납작해졋거나 아직 살아잇는 달팽이들을 밟지않으려 조심
하면서 정류장으로 향햇다.동네에서 나가는 버스는세대.그중에 어느것을 타도 상관없엇다.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것이엿다.

사람없는 정류장엔 풍선껌 향기만 남아잇엇다.익숙하면서도 이름을 알수없엇다.풍선껌 향기만
남겨놓은 사람이 누구일지 궁금햇다.어쩐지 아는사람일것만 같앗다.

ㅡㅡ



ㅡㅡ

새로쓴 작가의말

이이야기를 고치면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것 같은 기분이들어 오래도록 빠져나오고싶지 않
앗습니다.한번도 존재한적없는 가장가까운 친구들이라니 어긋날대로 어긋난 셈이지만 익숙한
팔안에 안긴듯 햇습니다.지금껏 쓴 다른소설속 인물들보다 이만큼 가까이의 인물들과 한층자
주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어떤해에 가까이 여겻던이가 다음해에는 멀어지기도 하고 이해하지
못햇던 인물이 어느날에는 훌쩍 다가오기도 합니다.저의 이 부족한 친구들이 읽어주시는 분들
곁에도 잠시 앉을수 잇으면 좋겟습니다.

아픈이야기를 써서 죄송합니다.변명하자면 많은작가들이 가상의 유년을 공들여 조형한다음 완
전히 파괴하면서 작가가 되지않나 합니다.다시한번 태여나는 과정이기에 딱한번만 쓸수잇는 소
설이기도 한것같습니다.세상이 불가해하게 난폭하다고 여기기에 상실이후에 대해 이어지는 삶
에대해 끝까지 쓰고자 합니다.더딜지라도 확실한 회복속에 함께잇고 싶습니다.

2021년 여름

정세랑 드림

ㅡㅡ

수상소감

좋아하는 작가들을 만나면 악수를 수집햇습니다.선생님 같은 작가가 되고싶어요,악수를 해
주시면 정말로 그럴수 잇을것만 같아요,하고 고백하곤 햇습니다.그악수들의 효력을 믿고잇
엇습니다.손을내밀어 잡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뛰여넘지 못하는 넓은틈이 분명 잇는 것 같습
니다.아직 건너편에 다다르진 못햇지만 한참 남앗지만 그래도조금 겁이 덜납니다.

경계에서,문학바깥에서 문학을 해왓다는 것이 그동안의 긍지엿습니다.공그르기를 할수잇는
작가가 되고싶습니다.주로 실이 보이지 않도록 접합면을 말끔하게 이어붙일 때 쓰는데 반복
하다보면 웬만한 무게는 이겨낼만큼 단단해집ㄴㅣ다.


농담과 비명을,견고하지만 추악한것과 한ㅅㅣ적으로 아름다운것을,모두의 상처와 한사람의
회복을,도발과 포옹을,찬란한 단어들과 그그림자들을,차가운 세계와 차갑지않은 우정을,
없이 순정한것과 건강하게 잡스러운 것을ㅡ온갖것들을 이어보고 싶습니다.이어진 솔기가 잔
디처럼 부드러운곳을 걷고싶습니다.그렇게 번져나가고 확산하는 지점에 서잇고 싶습니다.

며칠전에는 석조기념관뒤에 붙어선 작고빨간 음료수 자판기를 보앗습니다.어째서인지 그풍
경이 잊히지 않습니다.저와 제 동료들이 하는 작업들이 결국 그렇게 거대한것과 등을맞대고
서서 이질적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갈증을 해소해주고 밤에는 작고하얀 창으로 빛나며 기포
와 향미를 더하는일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엇습니다.그안쪽 어두운 선반에누운 서늘한 캔
처럼 차례를 기다려왓던것 같습니다.경쾌한 소리를내며 미끄러질 저를 받아주세요.

20143

정세랑

추천 (2) 선물 (0명)
이젠 너의뒤에서 널 안아주고싶어
너의모든걸 내가 지켜줄께

넌 혼자가아냐. 내손을잡아
함께잇을께
IP: ♡.169.♡.51
나단비 (♡.252.♡.103) - 2024/02/04 04:08:48

이 소설을 보면서 정세랑 작가가 더 좋아졌어요.

뉘썬2뉘썬2 (♡.169.♡.51) - 2024/02/04 04:18:42

정세랑과 이만큼 가까워졋네요.젊은세대들의 성장통을 보여줫고 그때그시절의 감성과 사회현실을
반영햇죠.일기같고 실화같은 소설이죠.

그리고 정세랑이 자주쓰는 수사법은 열거법이고 꽤 독특한 느낌이나요.지난번에 한아의욕도 그렇
고 이번장절에서 잇는듯없는듯 살다간사람 이단락도..열거법이죠.

나단비 (♡.252.♡.103) - 2024/02/04 04:22:15

정세랑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뉘썬2뉘썬2 (♡.169.♡.51) - 2024/02/04 04:36:43

역시 젊은작가의 글풍은 로일대 작가보다 확연히 참신한 느낌을줘요.

이소설은 동창들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썻는데 동창이란 존재가 우리삶에 진짜 큰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요.같은시대를 살아온 같은또래만이 느낄수잇는 정서를 공유하는것이 동
창이지요.그래서 동창만나면 늘 할얘기가 끝이없죠.

사회나와서 일하다보면 동료사이는 민감한 관계라 친해지기 어렵더라구요.

동창에관한 에피소드가 잇는데 우리 김사장이 가게서 중학교동창모임을 가졋는데 그중 한
이모가 김사장이 첫사랑이엿다고 강사장한테 돈5만원 주구갓어요.ㅋㅋ

나단비 (♡.252.♡.103) - 2024/02/04 04:44:16

맞아요. 같은 문화와 정서를 공유한다는게 심리적 거리를 더 가깝게 만드는 것 같아요.

첫사랑. 어떤 사람이 첫사랑이냐에 따라 그 이후의 사랑이 정해지는 것 같기도 해요.

뉘썬2뉘썬2 (♡.169.♡.51) - 2024/02/04 04:57:03

이소설읽고 나두 동창이 생각나서 동창들 모멘트에 들가서 한바퀴 휘 돌아보고 몇년동안 연락하지
않앗던 동창한테 문자하고 간단한 안부를 주고받앗어요.소설하나를 읽을때마다 깨닫고 영향받는게
많은것 같아요.소설속에 빠진다고할ㄲㅏ? 영화속에 빠지는것처럼.

저기서 첫사랑은 농담이고.첫사랑이라면 또 에피소드가 잇죠.우리동창이 우리가게와서 내가 첫사랑
이라고 떠들고간뒤 김사장이 강사장한테 뉘썬씨는 30년동안 지켜준 첫사랑도 잇는데 햇더니

강사장 왈 ㅡ 나는 50년된 첫사랑도 잇어.첫사랑오빠한테 저나할까?
김사장 ㅡ 첫사랑이 찾아와야지 본인먼저 저나하면 첫사랑 아냐.

나단비 (♡.252.♡.103) - 2024/02/04 05:00:46

책도 한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어요.
말이 여운이 있네요. 찾아와야지 첫사랑이라니. ㅋㅋ

뉘썬2뉘썬2 (♡.169.♡.51) - 2024/02/04 04:59:59

사랑도 비교하는거죠.연애도 연습이 필요해요.어렷을때 너무 한남자에 목으맬필요
없어요.기회는 또오니까.货比三家

나단비 (♡.252.♡.103) - 2024/02/04 05:02:19

맞아요. 세상에 사람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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