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7권 25~26

나단비 | 2024.04.15 15:57:36 댓글: 0 조회: 81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1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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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스캔들과 또 한 번의 해명






페이스는 아침 일찍 주일 학교에 가서 아무도 오기 전에 구석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덕에 주일 학교가 파한 후 페이스가 문 가까이에 있는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목사관 좌석으로 걸어가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무시무시한 진실을 알지 못했다. 교회는 이미 절반 정도가 차 있었고 통로 쪽에 앉은 사람은 누구나 목사 딸이 부츠는 신었지만 양말은 신지 않고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아주 구닥다리 옷감으로 마사 이모할머니가 만들어준 페이스의 새 갈색 드레스는 몸보다 어처구니없이 길었지만 발목까지는 닿지 않아 아무것도 신지 않은 하얀 맨 다리가 5센티는 되게 드러나 있었다.
목사 가족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페이스와 칼뿐이었다. 제리는 친구와 함께 2층 다른 좌석에 앉아 있었고, 우나는 블라이드 여자아이들과 앉아 있었다. 그렇게 메러디스 아이들은 교회 여기저기에 흩어져 앉아 있었다. 많은 사람이 그런 것도 적절하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2층 좌석은 아무것도 모르고 겉멋만 든 남자아이들이 모여 앉아 예배 중에 서로 속닥거리고 담배나 씹는 자리로, 목사 아들이 끼어 있을 만한 곳이 아니라고들 생각했다. 하지만 제리는 교회 맨 앞에 있는 목사 가족석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자리는 클로 장로와 가족들 눈에 너무 잘 띄어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자리였다.
칼은 거미가 창문에 집을 짓고 있는 것을 지켜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페이스의 다리를 보지 못했다. 예배가 끝난 뒤 페이스는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지만 목사는 페이스의 맨 다리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페이스는 집에 가자마자 제리와 우나가 집에 오기 전에 얼른 그 싫은 줄무늬 양말을 신어두어서 목사관 사람들은 아무도 페이스가 한 짓을 몰랐다. 하지만 글렌 세인트 메리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보지 못한 사람들도 곧 들어 알게 되었다. 교회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람들이 나눈 이야기도 하나같이 그 이야기였다. 알렉 데이비스 부인은 그 아이들이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한 술 더 떠서 다음번에 교회에 올 때는 아예 옷을 홀랑 다 벗어버리고 올 거라고 했다. 부인회 회장은 다음 모임에서 오늘 일을 거론하겠다고 했다. 모두들 함께 목사님한테 가서 항의하자는 것이었다.
미스 코넬리아는 목사관 아이들 일로 골치를 썩여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는 일이라면서 이제 더 이상은 자기도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 블라이드 부인 역시 좀 충격을 받긴 했지만 페이스가 건망증이 심해서일 뿐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했다. 수잔은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당장 페이스에게 줄 양말을 뜨기 시작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잉글사이드’의 다른 식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벌써 뜨개질을 시작했다.
“이 일은 누구 탓도 아니에요. 마사 할머니 잘못이라고요, 사모님. 그 어린것은 신을 양말이 없었을 거예요. 양말이 다 구멍투성이라서 그랬을 거라고요. 목사관에서는 모든 일이 다 그런 식이잖아요. 난 부인회 회원도 아니지만, 그 부인회도 말이에요, 설교단 카펫 바꾸는 일로 야단법석을 떨기보다는 목사관 아이들 양말이나 짜주는 것이 나을 거예요. 나도 이 검정 실로 페이스 양말을 한두 켤레 얼른 짜주어야겠어요. 난 목사님 딸이 양말도 신지 않고 교회로 걸어 들어오던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수잔이 앤에게 말했다.
“어제는 교회에 감리교인이 가득했었는데, 너무 민망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더군요. 어떻게 된 게 목사관 아이들은 감리교인이 많이 와 있을 때면 꼭 일을 저지르더라고요. 데컨 해저드 부인의 눈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지경이더군요. 그 부인이 교회를 나오면서 ‘정말 꼴불견이더군요. 장로교인들이 참 안됐어요.’ 그러더라니까요. 그래도 대꾸할 말이 없었어요. 그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요.”
미스 코넬리아가 끙끙 앓는 소리를 했다. 미스 코넬리아는 글렌에 물건을 사러 온 김에 ‘잉글사이드’에 들러 페이스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할 말이 있어요, 사모님. 내가 그 말을 들었다면 이렇게 대꾸해주었을 거예요. 우선은요, ‘깨끗한 다리도 양말만큼이나 점잖은 거예요.’라고 말해줄 거고, 또 하나는 ‘우리 장로교인은 설교할 목사님도 있는데 목사님도 없는 감리교인이 우리를 불쌍하다고 여길 이유는 전혀 없어요.’ 하고 말해주겠어요. 나 같으면 그 데컨 해저드 부인을 꼼짝 못 하게 했을 거라고요, 내 장담해요.”
수잔이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난 메러디스 목사님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설교에 신경을 덜 쓰더라도 우선 자기 가족부터 잘 보살펴야 한다고요. 적어도 아이들이 교회에 가려고 나설 때 옷차림이 적당한지 한번 살펴보긴 해야죠. 이젠 목사님을 변호하는 데도 지쳐버렸어요. 아, 정말이에요.”
미스 코넬리아가 응수했다.
한편 ‘무지개 골짜기’에서는 페이스가 괴로움을 당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메리 밴스가 설교를 늘어놓고 있었다. 메리는 페이스에게 스스로에게나 아버지에게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을 만큼 창피한 짓을 했다고 다그치고 있었다. 그래서 자기 메리 밴스도 이제 페이스 일에는 상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다 그 이야기를 하고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말을 한다고 했다.
“난 이제 더 이상 너랑은 놀지 않을 거야.”
메리는 그렇게 결론을 맺었다.
“그럼 우리가 페이스랑 놀 거야.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앞으로는 ‘무지개 골짜기’에 오지 말라고.”
낸 블라이드가 외쳤다. 낸도 속으로는 페이스가 심한 짓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메리 밴스가 그렇게 페이스를 다그치도록 그냥 둘 수는 없었다.
낸과 다이는 페이스를 감싸 안고 메리를 쏘아보았다. 메리가 갑자기 나무 그루터기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난 정말로 페이스랑 놀고 싶지 않은 게 아냐. 하지만 내가 페이스와 함께 있으면 사람들은 내가 페이스를 충동질해서 나쁜 짓을 시킨다고 말할 거라고. 지금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 정말이야. 난 그런 말을 들어선 안 돼. 난 이제 겨우 살 만한 곳에서 살고 있고, 숙녀가 돼보려고 무진장 애쓰고 있단 말이야. 그리고 난 아무리 힘들게 살 때도 양말도 신지 않고 교회에 간 적은 한 번도 없어. 그런 일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고. 하지만 그 심술궂은 알렉 데이비스 부인은 페이스가 전에는 그런 애가 아니었대. 내가 목사관에 들어간 후로 달라졌다는 거야. 그 부인은 엘리엇 부인이 날 받아들인 걸 크게 후회할 날이 오리라고 말했대. 난 그 말을 듣고 몹시 감정이 상했어. 하지만 내가 정말로 걱정인 것은 메러디스 목사님이라고.”
메리는 울부짖으며 말했다.
“네가 목사님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럴 필요 없다고. 자, 페이스, 이제 그만 울음을 그치고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말을 해봐.”
다이가 메리에게 비웃듯이 말했다.
페이스는 눈물을 흘리면서 설명했다. 블라이드 쌍둥이는 페이스를 동정했고 메리 밴스조차 페이스가 난처한 입장이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제리는 난데없이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라서 기분을 풀지 못했다. ‘그렇구나, 오늘 학교에서 아이들이 빈정대는 표정을 지었던 이유도 바로 이 일 때문이었구나!’ 제리는 두말할 것도 없이 페이스와 우나를 재촉해 집으로 갔다. 그러고는 곧 페이스 건을 재판하려고 묘지에서 ‘선행 클럽’을 열었다.
“난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 내 다리가 많이 보인 것도 아니고, 그것이 뭐 나쁜 일도 아니잖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라고.”
페이스가 반항적으로 말했다.
“아빠한테 피해를 주었어. 우리가 이상한 짓을 할 때마다 사람들이 아빠를 비난한다는 걸 너도 알잖아.”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
페이스가 중얼거렸다.
“그것이 문제야. 생각하지 못했다는 거 말이야. 넌 그 점도 생각했어야 했다고. 그래서 우리 클럽이 필요한 거야. 우리를 생각하게 하려고 해서. 그런데 넌 생각을 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넌 벌을 받아야 해, 페이스. 아주 심한 벌로. 넌 벌로 일주일 동안 그 줄무늬 양말을 신고 학교에 다니도록 해.”
“어머나, 제리 오빠, 하루나 이틀로는 안 될까? 일주일은 안 돼!”
“안 돼, 일주일이야. 그것이 공정한 벌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젬 블라이드한테 물어봐.”
제리가 가차 없이 말했다.
페이스는 그 문제로 젬 블라이드와 상의를 하느니 차라리 그 벌을 받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페이스도 자기가 한 짓이 상당히 부끄러운 짓이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알았어, 벌을 받을게.”
페이스는 샐쭉해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네가 지은 죄보다 가벼운 벌이라는 것만 알아둬. 네가 무슨 벌을 받는다 하더라도 아버지가 받을 비난을 면치는 못해. 사람들은 그저 네가 장난기로 그런 짓을 했다고 생각한단 말이야. 그리고 네가 그런 짓을 그만두지 않는다고 우리 아빠를 흉보지. 우리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붙잡고 설명할 수도 없고 말이야.”
제리는 인정사정없이 말했다.
아빠가 비난받으리란 생각에 페이스의 마음이 무거웠다. 자기가 욕을 먹는 건 참을 수 있지만 아빠가 비난받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이번 일의 진실을 안다면 아빠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사람들이 전부 그 사실을 알게 할 수 있을까? 저번처럼 교회 앞에 나가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페이스는 메리 밴스에게서 교회 신도들이 그 일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들었고 그런 일을 다시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페이스는 그 주일 중간쯤까지도 그 문제로 고민했고, 그러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날 밤 페이스는 다락방에 틀어박혀 램프와 연습장을 앞에 놓고 눈빛을 빛내며 볼까지 빨개져 뭔가를 썼다. 바로 이거야! 이런 일을 생각해내다니 난 참 영리하기도 하지! 이것으로 모든 일은 설명되고 문제는 깨끗이 해결될 것이다. 스캔들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페이스는 11시가 되어서야 하던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몹시 피곤했지만 행복한 마음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글렌 마을에서 발행하는 주간지 <저널>이 나오자 마을은 다시 한 번 큰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끝에 ‘페이스 메러디스’라고 서명이 된 편지가 <저널> 제1면 눈에 제일 잘 띄는 곳에 실렸기 때문이었다.

이 일에 관계된 여러분께,

저는 모두에게 왜 제가 양말을 신지 않고 교회에 갔는지 설명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이 일로 저희 아빠가 조금도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순전히 소문에 불과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단 한 켤레밖에 없는 제 검정 양말을 리다 마시에게 주었습니다. 리다는 양말이 한 켤레도 없어 맨발로 다녔거든요. 몹시 추워 보였고 불쌍했습니다.
하느님을 믿는 마을에서 눈이 다 녹지도 않았는데 어린아이가 양말이나 구두를 신지 않고 다니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부인해외선교후원회가 리다에게 양말을 베풀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인해외선교후원회에서는 이교도 어린이들에게 양말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그 일은 옳은 일이고 친절한 행동입니다. 하지만 이교도 어린이들이 살고 있는 곳은 여기보다 훨씬 따뜻한 고장이라서 리다를 먼저 돌보아주는 것이 마땅합니다. 리다를 보살피는 것을 저에게만 맡기지 말아주세요. 제가 리다에게 양말을 줄 때는 저한테 구멍 나지 않은 양말이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저는 그 양말을 리다에게 준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주지 않았다면 제 양심이 불편하리라는 것을 제가 잘 알기 때문입니다. 리다가 아주 기뻐하며 가버렸을 때 전 이제 신을 양말이 마사 이모할머니가 작년 겨울에 떠준 붉은색과 파란색 줄무늬 양말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생각났어요. 윗마을 조지프 버어 부인이 보내준 실로 뜬 것인데, 너무 보기 흉한 양말이에요. 매듭도 많고 워낙 거친 실로 떠서 보기만 흉한 게 아니라 신으면 몹시 불편해요. 그리고 전 버어 부인의 자식들은 그런 실로 뜬 양말을 신고 다니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메리 밴스 말로는 버어 부인은 언제나 자기가 쓰지 못하는 물건이나 먹지 못할 음식만 목사님에게 보낸대요. 그것이 자기 남편이 내겠다고 약속한 목사님 월급의 일부라고 생각한대요.
전 그 끔찍한 양말을 신을 수 없었어요. 너무 보기 흉하고 다리를 따갑게 찌르거든요. 그걸 신고 나가면 모두 절 놀릴 거예요. 처음에는 교회에 가지 않으려고 아픈 척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거짓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다음 아빠는 우리에게 거짓된 행동을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만큼이나 나쁜 일이라고요. 하지만 전 여기 글렌 마을 사람 중에도 거짓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그런 행동을 하고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여기서 그 이름을 들먹이지는 않겠지만 전 그런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런 다음 저는 감기에 걸리려고 감리교회 묘지에서 맨발로 눈덩이 위에 올라가 있었어요. 제리 오빠가 저를 끌어내리려고 했죠. 그렇지만 전 조금도 아프지 않았고 교회에 나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전 그냥 양말을 신지 않고 신발만 신고 그대로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전 그것이 뭐가 잘못이라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전 다리도 얼굴만큼 깨끗하게 씻었거든요. 그러니까 이번 일로 저희 아빠를 비난하면 안 돼요. 저희 아빠는 서재에서 설교 준비와 다른 일들로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고, 제가 주일 학교에 가는 걸 보지 못하셨거든요. 저희 아빠는 교회에서 사람들의 다리를 보거나 하지는 않아요. 물론 제 다리가 맨다리라는 것도 모르셨고요.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그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제가 그 일을 설명하려고 이 <저널>에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그 일이 나쁜 짓이라고 말하니 아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잘못에 대한 벌로 그 보기 흉한 양말을 신고 다니기로 했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아빠가 플래그 아저씨네 가게 문을 열자마자 검정색 새 양말을 두 켤레 사주셨지만요. 이것은 모두 제 잘못입니다. 이 글을 읽고도 사람들이 이 일로 아빠를 비난한다면 그 사람들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그래서 전 그런 사람들이 하는 말은 신경 쓰지 않을 작정입니다.
하나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에번 보이드 아저씨가 지난해 자기 밭에서 감자를 훔친 것은 루 벡스터 아저씨네 사람이라고 말했다는 걸 메리 밴스에게서 들었습니다. 루 벡스터 아저씨네 사람들은 에번 보이드 아저씨네 감자에 손대지 않았습니다. 벡스터 아저씨네는 가난하지만 모두 정직한 사람들입니다. 감자를 훔친 건 제리 오빠와 칼 그리고 저입니다. 우나는 그때 저희와 함께 있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그것이 도둑질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무지개 골짜기’에서 송어를 구워 먹을 때 감자도 함께 구워 먹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장 가까운 보이드 아저씨네 밭에서 캐온 거예요.
그 밭은 ‘무지개 골짜기’와 마을 사이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울타리를 넘어가서 감자 줄기를 두세 개 뽑았어요. 그런데 아주 작은 감자만 달려 있었어요. 보이드아저씨가 비료를 충분히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줄기를 더 여러 개 뽑아서 겨우 먹을 만큼 감자를 모았어요. 하지만 감자는 모두 구슬만 했어요. 월터와 다이가 감자 굽는 것을 도와주었지만 저희랑 같이 감자를 캐러 간 것은 아니니까 그 감자가 어디서 난 것인지는 몰랐습니다. 그러니까 블라이드 아이들을 비난하지는 말아주세요. 저희만 나빠요. 그래도 저희는 누구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었어요. 감자를 훔친 것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보이드 아저씨에게 값을 치르도록 하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돈이 없으니까 저희가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저희는 아직 어려서 돈을 벌 수가 없고, 마사 할머니에게서는 돈을 얻을 수 없습니다. 아버지의 봉급이 적어서 딴 데 쓸 돈은 단 한 푼도 없다고 했거든요. 어쨌거나 보이드 아저씨는 루 벡스터 집안을 비난하며 나쁜 소문을 퍼뜨려서는 안 됩니다. 벡스터 집안은 결백하니까요.

그럼 이만,
페이스 메러디스





26
미스 코넬리아가 생각을 바꾸다






앤이 황홀한 표정으로 말했다.
“수잔, 난 죽은 다음에도 수선화가 필 때면 언제나 우리 정원을 찾아올 거예요. 아무도 날 보지 못한다 해도 난 여기 있을 거예요. 정원에 누가 나와 있으면 지금 같은 저녁 무렵에 찾아오겠지만 새벽에 올지도 몰라요. 아름다운 옅은 분홍빛 봄철 새벽에 말이에요. 사람들 눈에는 불어오는 바람에 수선화가 어지럽게 춤을 추고 있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사실은 내가 꽃을 흔들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죽은 다음에도 수선화 같은 천박한 세상일을 생각하려고요, 사모님. 그리고 난 보이건 보이지 않건 귀신 같은 것은 믿지도 않아요.”
수잔이 말했다.
“어머나, 수잔. 난 귀신은 안 될 거예요. 귀신이라니, 정말 오싹하게 들리는걸요. 난 그저 나일 거예요. 죽어서도 황혼녘이면 사방을 쏘다닐 거라고요. 아니, 저녁이든 아침이든 내가 사랑했던 곳들을 돌아볼 거예요. 그 정답던‘꿈의 집’을 떠나올 때 내가 얼마나 울적해했는지 기억해요, 수잔? 난 ‘잉글사이드’를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 정말 몰랐어요. 하지만 난 지금 이곳의 모든 땅, 나무, 돌을 다 사랑해요.”
“나도 이 집을 좋아해요. 하지만 세상일에 너무 마음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요, 사모님.”
수잔은 죽을 때 세상일을 다 잊어버리겠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이 세상에는 불도 일어나고, 지진도 일어나요. 평상시부터 모든 것을 대비하는 마음이 필요해요. 사흘 전에 항구 건넛마을의 톰 매컬리스터네 집이 밤사이 홀라당 타버렸어요. 어떤 사람들은 톰 매컬리스터가 보험금을 노리고 자기 집에 일부러 불을 지른 거라고 하지만 진상은 알 수 없지요. 의사 선생님한테 당장 우리 집 굴뚝도 살펴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뭐든 유비무환이라고 했으니까요. 저기 마셜 엘리엇 부인이 오네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는 것 같은 표정인걸요.”
“앤, 오늘 <저널>을 읽었어요?”
미스 코넬리아의 목소리가 떨리기조차 했다. 너무 감정이 벅차서이기도 했고, 또 상점에서 여기까지 너무 급하게 걸어와 숨이 차기도 했다.
앤은 웃음이 나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수선화 위로 허리를 숙였다. 앤과 길버트는 벌써 <저널> 제1면을 읽고 둘이서 한참이나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 일이 미스 코넬리아에게는 거의 비극이라고 할 만한 사건임을 잘 알고 있어서 경솔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 감정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되었다.
“정말 끔찍한 일이었죠? 도대체 이 일을 어찌해야 할까요?”

미스 코넬리아가 절망적으로 물었다. 미스 코넬리아는 다시는 목사관 아이들 일로 걱정하지 않겠다고 맹세했건만, 하나도 변하지 않고 여전히 걱정이었다.
앤은 앞장서 미스 코넬리아를 베란다로 안내했다. 수잔은 베란다에서 셜리와 릴라를 양쪽에 앉혀놓고 공부를 시키면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벌써 페이스의 양말을 두 켤레째 뜨는 중이었다. 수잔은 불쌍한 인류를 걱정만 하고 앉아 있지는 않았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하겠지만, 나머지는 위대한 하느님께 다 맡기고 살았다.
“코넬리아 엘리엇은 자기가 이 세상을 다 운영하려고 태어났다고 믿는 모양이에요, 사모님. 그러니까 그렇게 만날 걱정에 마음 편할 날이 없죠. 난 그런 걱정은 안 하니 평화롭게 살 수 있어요. 그런 걱정은 우리처럼 하찮은 인간이 할 일이 아니에요. 우리를 불안하게 할 뿐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고요.”
수잔은 전에 앤에게 그렇게 말한 적도 있었다.
“이제 와서 되돌릴 순 없는 일이죠. 하지만 왜 비커스 씨가 그 편지를 싣도록 허락했을까요? 난 그 사람이 그보다는 더 지각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앤이 미스 코넬리아에게 푹신한 의자를 권하면서 말했다.
“비커스 씨는 지금 여기 없어요. 일주일쯤 지낼 예정으로 뉴브런즈윅에 갔거든요. 그가 없는 동안 그 사람의 변변치 못한 아들 조 비커스가 <저널>의 편집을 맡고 있어요. 물론 비커스 씨라면 그런 것을 실을 리 없죠. 그 사람은 감리교도이기는 해도 그 정도 분별력은 있거든요. 하지만 조가 재미삼아 그 편지를 내보낸 거예요. 앤 말대로 지금에 와서는 어쩔 도리가 없죠. 저절로 가라앉기를 기다릴 수밖에요. 하지만 조 비커스를 붙잡기만 하면 절대로 잊지 못할 만큼 따끔한 말을 해줄 거예요. 마셜에게 당장 <저널>을 끊어버리라고 했더니 오늘 나온 <저널>이 지난 1년 동안 나온 것들 중 가장 읽을 만했다면서 허허 웃더군요. 마셜에게는 심각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어요. 꼭 감리교인처럼요. 하지만 글렌 윗마을의 버어 부인은 입장이 다르죠. 불같이 화를 내며 당장 우리 교회를 떠나버리겠다고 할 거라고요. 그렇다고 뭐 어느 모로 보나 큰 손실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감리교회가 그 사람을 환영해주겠죠.”
“버어 부인이야 뭐 자업자득이죠. 감리교회 목사는 목사 월급으로 질 나쁜 실 같은 걸 내놓아서 속이지 못할 거예요.”
수잔은 지금 화제에 오르고 있는 부인과 오래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아서 페이스의 편지에 버어 부인의 이름이 나와 있는 것이 그렇게 고소할 수 없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요, 희망이 없다는 거예요. 메러디스 씨가 로즈마리 웨스트를 계속 만난다면 목사관에도 안주인이 들어오리라는 희망이 있을 테지만. 그런데 그 일도 틀린 모양이에요. 아이들 때문에 로즈마리는 목사님과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누군들 안 그러겠어요.”
미스 코넬리아가 암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목사님은 로즈마리에게 아직 청혼하지 않았을 거예요.”
수잔은 그 누구건 목사의 청혼을 거절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글쎄, 그런 문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요. 하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해요. 이제는 목사님이 웨스트 자매 집에 다니지 않는다는 거요. 그리고 로즈마리는 올봄 내내 안색이 좋질 않았어요. 킹스포트에서 돌아올 때는 좀 나아져서 돌아와야 할 텐데. 거기 간 지가 한 달은 되는데, 아직도 한 달은 더 거기서 지낼 거라네요. 전에는 로즈마리가 집을 떠나 있었던 적이 없는데. 로즈마리와 엘런은 서로 떨어져 있지 못해요. 그런데 이번에는 엘런 쪽에서 가도록 권한 모양이에요. 그 뒤 엘런과 노먼 더글러스는 옛정을 되살리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정말이에요? 소문은 들었지만 사실로 믿지는 못했어요.”
앤이 웃으며 물었다.
“믿어요! 믿어도 좋아요, 앤. 그 일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노먼 더글러스는 어떤 문제에서건 자기 생각을 숨기거나 하지 않아요. 그 사람은 구혼도 공개적으로 했어요. 그 사람이 마셜에게 지난가을에 교회에서 앨런을 다시 보고는 다시 한 번 엘런과 사랑에 빠져버렸다고 했다더군요. 오랫동안 엘런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는데 엘런이 그렇게 멋진 여자라는 걸 완전히 잊고 있었다고 말했대요. 앨런을 20년이나 만나지 않았어요, 믿어지세요? 물론 노먼은 교회에 다니지 않았고, 엘런도 잘 나다니지 않았으니까요. 노먼이 어쩔 셈인지 그건 모두 알고 있지만, 글쎄 엘런의 마음이 어떤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엘런이 결혼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는 나로선 알 수 없어요.”
“노먼은 예전에 엘런을 버렸어요. 어떤 사람들은 그 일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모양이지만요, 사모님.”
수잔이 차갑게 말했다.
“그 사람이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엘런을 차버리기는 했지만 그 뒤 평생을 후회했대요. 인정머리 없이 내버리는 것과는 경우가 다르지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노먼을 싫어하지 않아요. 노먼이 나한테 성질을 부리거나 하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노먼이 어떻게 해서 다시 교회에 나오게 되었을까요? 페이스 메러디스가 그 집에 가서 협박을 했다는 윌슨 부인의 얘기는 믿을 수 없어요. 페이스를 만나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항상 잊어버려요. 페이스에게 어떻게 노먼 더글러스를 움직일 힘이 있었을까요? 내가 가게를 나올 때 보니까 노먼이 그 편지 이야기를 하며 호탕하게 웃고 있더군요. 그 웃음소리가 포 윈즈 곶까지 들렸을 거예요. ‘아주 멋진 아이야. 아주 배짱이 있어. 아주 배짱이 두둑하다고. 그걸 늙은 여자들이 길들이려고 해. 되나 보라지. 절대로 뜻대로 되지 않을 거야. 절대로. 물고기를 물에다 빠뜨리는 격이지. 보이드, 내년에는 감자밭에다 비료를 더 주게. 하하하!’ 하고 큰 소리로 떠들더라고요. 아주 지붕이 흔들리게 웃으면서요.”
미스 코넬리아가 말했다.
“더글러스 씨가 그래도 목사님 월급도 많이 내잖아요.”
수잔이 말했다.
“오, 그 사람은 전혀 인색한 사람이 아니에요. 눈 하나 깜박하지도 않고 천 달러를 내놓으면서도 물건을 살 때는 5센트를 깎으려고 고함을 지르지요. 그리고 노먼 더글러스는 메러디스 목사의 설교가 마음에 든다고 했어요. 노먼은 마음에 드는 일에는 뭐든 아끼지 않아요. 그 사람은 그리스도교 신앙 같은 것은 없지요. 차라리 아프리카에서 벌거벗고 사는 검은 이교도 같은 면이 있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책도 많이 읽고, 설교가 훌륭한지 아닌지 금방 알아내요. 아무튼 노먼이 메러디스 목사와 아이들의 뒤를 밀어주어서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목사관은 이 일로 그 어느 때보다 더 친구가 많이 필요할 텐데요. 난 이제 그 집 사람들 변명해주러 다니는 일도 지쳐버렸어요.”

“맞아요, 미스 코넬리아. 우리는 변명을 너무 많이 했어요. 너무 어리석은 일이었어요. 그런 일은 그만둬야 해요.”
앤이 진지하게 말했다.
“들어보세요. 난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앤은 수잔의 눈에 경고의 빛이 떠오른 것을 알아차렸다.
“물론 실제로 그러지는 않겠지만요. 만일 그랬다간 모두들 관습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큰 충격을 받겠죠. 우리는 관습에 죽고 관습에 살잖아요. 위엄을 갖추어야 하는 나이에 이르면 더더욱요. 하지만 난 이렇게 해보고 싶어요. 부인회와 해외선교후원회와 바느질협회를 모두 한자리에 모으고, 그곳에 메러디스 집안을 비난하는 감리교인도 모두 오게 하는 거예요. 사실 우리 장로교인들도 목사님 가족을 비난하는 일을 멈추어야 하고, 감리교인이 목사님 가족에게 좋지 않은 생각을 품고 있다 해서 변명하지도 말아야 해요. 어쨌건 사람들을 모두 모은 다음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친애하는 그리스도교우 여러분.’
이 그리스도교우란 말을 아주 강조해야 해요.
‘전 여러분께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 말을 듣고 집으로 가서 가족에게도 제 말을 전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리교인 여러분은 저희를 안됐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답니다. 그리고 우리 장로교인들도 우리를 안됐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구요. 우리, 앞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기로 해요.’ 그리고 우리를 비난하고 동정하는 사람에게 대범하고 진실하게 이렇게 말을 해야 해요.
‘우리는 목사님과 그 가족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긴답니다. 메러디스 씨는 글렌 세인트 메리 교회의 어떤 목사님보다 설교를 잘하십니다. 더군다나 그분은 진리와 그리스도교의 사랑을 가르치는 진실하시고 정직한 스승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친구이고, 모든 면에서 바른 목사님이며, 세련되고 학자다우시며 공부도 많이 하신 분입니다. 목사님에게는 가족이 소중합니다. 제럴드 메러디스는 글렌 학교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학생이에요. 해저드 선생님도 제럴드에겐 빛나는 장래가 약속되어 있다고 했어요. 남자답고 훌륭하며 정직한 아이입니다. 페이스 메러디스는 예쁜 아이입니다. 예쁠 뿐만 아니라 활력이 넘치고 창의성도 뛰어납니다. 평범한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지요. 온 글렌의 여자아이들을 모두 합쳐도 페이스가 갖고 있는 활기, 기지, 명랑함, 강한 용기에는 못 당합니다. 이 세상에는 페이스의 상대가 될 만한 사람이 없어요. 페이스를 아는 사람은 누구나 그 아이를 사랑해요. 어른이든 아이든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우나 메러디스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아이예요. 그 아이는 아주 사랑이 넘치는 여인이 될 겁니다. 칼 메러디스는 개미며 개구리, 거미를 아주 좋아하죠. 언젠가는 캐나다에서, 아니 전 세계의 존경을 받는 훌륭한 생물학자가 될 거예요. 이 글렌에, 아니 다른 어느 곳에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가족이 있을까요? 부끄럽게 변명하고 사과하는 일은 이제 그만둡시다. 우리 목사님과 그 훌륭한 아들과 딸과 즐겁게 지내자구요.’”
앤은 말을 멈추었다. 열정적으로 연설을 해서 숨이 찬 까닭도 있었지만, 미스 코넬리아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을 보자 그 이상 이야기를 계속할 수 없었다. 성품 좋은 미스 코넬리아는 가슴으로 파고드는 새로운 생각으로 멍해 있었다.
그러나 곧 숨을 들이켜더니 용감하게 진격하기 시작했다.
“앤 블라이드, 그런 모임을 열어서 방금 한 말을 그대로 했으면 좋겠어요! 앤 말을 듣고 보니 내 자신도 부끄럽군요. 그 말이 모두 진실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요. 우리가 해야 할 말은 바로 그런 거예요. 특히 감리교인에게요. 앤이 한 말은 한 마디도 틀린 것이 없어요. 한 마디도요. 우리는 지금까지 큰일에는, 그리고 가치 있는 일에는 눈을 감아버렸어요. 우리 모두 소견머리 좁게 하찮은 일만 보고 떠들었던 거예요. 오, 앤. 나도 새로 깨달은 생각은 받아들이는 사람이에요. 이 코넬리아 엘리엇은 앞으로 절대 용서를 빌지 않겠어요! 이제부터는 당당하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어요. 다만 메러디스 집안이 다시 놀랄 일을 한다면 앤에게 와서 이야기해 마음을 누그러뜨릴 생각이에요. 그 편지도 실은 심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아닌 재미있는 일이잖아요, 노먼이 말한 대로 귀여워요. 그런 것을 글로 쓰려고 생각하는 아이는 그렇게 흔하지 않지요. 구두점도 제대로 찍었고 글자를 틀리게 쓴 것도 없어요. 감리교인이 그 문제로 한 마디라도 하기만 해봐라. 그래도 조 비커스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요. 내 말을 믿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오늘 밤 다들 어디 갔나요?”
“월터와 쌍둥이는 ‘무지개 골짜기’에 갔고 젬은 다락방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모두 ‘무지개 골짜기’를 참 좋아들 해요. 메리 밴스도 ‘무지개 골짜기’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곳이라고 하더군요. 내가 좋다고만 하면 매일 밤 거기에 갈 거예요. 하지만 나는 메리에게 놀러 다니는 버릇이나 들이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기도 하지만 메리가 곁에 없으면 심심해서요. 내가 그 아이를 그렇게 좋아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죠. 메리에게 결점이 보일 때마다 고쳐주고 있어요. 그래도 우리 집에 온 후로 건방지게 대꾸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네요. 내게 아주 큰 도움이 되어주죠. 앤, 나도 예전처럼 젊기만 한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요. 나도 이제 쉰아홉 번째 생일을 지냈어요. 내가 그렇게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우리 집 가정용 성경에 기록된 것을 틀리다고 할 수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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