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22. 관계

chillax | 2024.05.23 13:59:12 댓글: 0 조회: 185 추천: 0
분류교양서적 https://life.moyiza.kr/fiction/4570302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22



당신의 거리를

유지하라

[관계]






“서로 견딜 수 있는 적당한 간격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정중함과 예의다.”


쇼펜하우어는 단 한 명의 친구도 없이 혼자 지냈다. 가족도 없었고, 조국도 없었다. 오직 애완견 아트만이 곁에 있었다. 쇼펜하우어는 아트만과 산책하는 일이 일상이었다. 이런 쇼펜하우어에 대해 니체는 저서 <<교육자로서의 쇼펜하우어>>에서 이렇게 썼다.


한 명의 친구가 있느냐 또는 한 명의 친구도 없느냐 하는 차이는 무한한 것.”


인간은 혼자 있기를 좋아하면서도 타인과 어울리는 것도 즐긴다. 고독과 사교성은 동전의 양면이다. 쇼펜하우어는 스스로 홀로 설 수 있는 힘을 강조했다. 자족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타인으로부터 독립할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여러 가지 이유로 타인에 의존하며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나약한 존재다. 그러면서도 인간은 고독의 끝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하려는 욕망이 있다. 쇼펜하우어는 홀로서기함께하는 삶사이의 갈등을 고슴도치의 우화를 통해 풀어낸다.

추운 날씨에 고슴도치들은 얼어 죽지 않으려고 달아붙어 하나가 되지만, 그들의 가시가 서로를 찌르는 것을 느껴 떨어진다. 그러나 추위를 견디지 못해 한 덩어리가 됐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다 결국 상대방의 가시를 견딜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찾는다. 서로를 따뜻하게 하고 싶어 하지만 서로의 바늘 때문에 접근할 수 없었고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체온을 나눴다는 지혜다.


많은 수의 모임과 헤어짐을 반복한 고슴도치들은 다른 고슴도치와 최소한의 간격을 두는 것이 최고의 수단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꽤나 힘든 과제이기도 하다. 직장에서 상사와 동료,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학교에서 선생과 학생들이 잘 지내는 일은 어렵다. 고슴도치의 딜레마를 통해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공조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마라


낳고 키운 아이들도 커 가면서 점차 부모의 잔소리나 참견을 싫어한다. 사춘기를 지나는 청소년때 부모와 정신적으로 분리하는 과정에서 이런 갈등이 생겨난다. 사회에서 사업으로 사람을 만나는 경우에도 의기투합을 하면 할수록 사소한 말다툼을 하기 쉽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서도 크고 작은 갈등은 자주 일어난다. 사람은 서로 가까울수록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이 많아진다. 그래서 우리 인생은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으로 이어지는데 나도 다른 사람도 마음이 아프지 않도록 마음의 간격을 둘 필요가 있다.

쇼펜하우어의 비유처럼 사회를 이루는 인간은 어떤 이유에서든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가시를 세운다.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되면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즉 인간의 본성인 이기심, 시기심, 자존심 등 때문에 서로의 마음에 아픔을 주는 일이 많아진다. 가족, 연인 같은 사랑의 감정으로 맺어진 관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떻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인가? 고슴도치의 비유처럼 인간은 가깝고 친할수록 상처를 줄 가능성이 높다.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결국 타인을 자신의 욕망과 동일시한다는 것이다. 상대에게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강제하는 것도 폭력이 될 수 있다. 상대방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다 보면 아픔을 주는 막말을 하게 된다. 부모는 자식이 본인이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성취하기를 바란다. 남편과 부인은 서로 결혼한 사이라고 해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지않는 경우도 있다. 사랑하는 사이도 말 한마디 실수로 만남이 깨지는 일이 생긴다.

이와 비슷하게 동양에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远)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너무 가깝지도 않게, 너무 멀지도 않게 하라는 경고로 중용의 의미와도 비슷하다. 그러나 실제 의미의 맥락은 전혀 다르다. <논어> 양화편에 나오는 본래 공자의 말은 첩과 종은 부리기 어렵다. 잘 대해 주면 기어 오르고 쌀쌀하게 대하면 원망한다. [唯女子与小人难养也,近之则不逊,远之则怨], 소인배(, )를 대할 때 가까이하면 다치기 쉽고, 멀리하면 해코지하니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쇼펜하우어의 상대를 공경하되 거리를 두라라는 말은 공자가 말한 경이원지(敬而远之)”에 더 가깝다. 경이원지 또한 상대를 공경하면서 동시에 거리를 두라는 뜻이다. 그 당시 백성들이 귀신이나 미신을 믿는 경향이 많았는데 위대한 지혜로운 지도자라면 모든 생각에 무조건적인 동의를 하기보다는 불합리하거나 마땅하지 않는것에 적당한 거리를 둘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쓰였다.

상대방이 나와 다르거나 잘못된 생각을 갖더라도 그 인격을 존경해야 상처를 주는 가시 돋친 말을 피할 수 있다. 서로 세상에 대한 관점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서로를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함께하기와 거리 두기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사회란 모두 필연적으로 서로의 순응과 타협을 요구한다. 강요는 모든 사회에서 뗄 수 없이 붙어 다닌다. 모든 사회는 희생을 요구하는데 자신의 생각이 다를수록, 개성이 강할수록 희생이 커진다.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친구가 많을수록,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접촉 범위가 커지면서 불행을 자초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이 넓어지는 것이다.

인간은 내면이 공허하고 삶이 단조로울 때 다른 사람의 온기를 필요로 한다. 함께 이야기하면서 공감받고, 지지받고,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막상 타인과 생각의 차이를 느껴 실망하면 관계가 다시 멀어진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는 고사성어와 여기에서 유래한 우리 속담이 있다.


불견상견절치(不见想见切齿)”

안 보면 보고 싶고 보면 이 갈린다.”


상대편을 몹시 그리워하지만 보고 나면 정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꼭 필요한 약간 냉냉한 거리 두기를 쇼펜하우어는 정중함과 예의라고 말한다. 거리를 둘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은 비록 따뜻함의 욕망은 충분히 충족되지는 않지만 가시에 찔리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 사회를 에 비유했다.


현명한 사람은 적절한 거리를 두고 불을 쬐지만, 어리석은 자는 불에 손을 집어넣고 화상을 입고는 고독이라는 차가운 곳으로 도망쳐 불이 타고 있다고 탄식한다.”

마음이 춥다고 느껴 타인의 온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내면의 공허, 의식의 빈약, 정신의 빈곤때문에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한다. 유유상종하며 여흥과 오락을 추구하는데, 처음에는 관능적 향락과 각종 즐거움을 맛보려고 하다가 결국 방탕한 생활을 좇게 된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사교의 욕망이 생기는 것은 자신이 불행하다는 반증이다. 타인을 통해 얻는 가치는 행복의 본질이 아니다. 쇼펜하우어의 말을 기억하면 좋다.


우리의 모든 불행은 혼자 있을 수 없는 데서 생긴다.”


도덕적으로 떨어지고 지적으로 우둔하며 불합리한 사람들과 접촉하면 여러 가지 위험과 해로운 일에 노출될 수 있다. 굳이 그런 사람을 만날 이유가 없다.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면이 충분히 따뜻한 사람은 사회로부터 떨어져 다른 사람에게 고통이나 괴로움을 주거나 받지 않고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부자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외적인 부를 통해 내적인 부를 대신하려고 노력한다. 내면은 빈곤하고 정신이 공허하면 무엇이든지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려 하지만 소용없다.

많은 인간관계로 결핍을 채우려고 하지만 인간관계는 자칫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홀로서기와 타인과 함께하기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말을 아껴야 되고 마음에 못을 박는 일은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쇼펜하우어가 말했다.


예의는 현명함에 속하고, 무례는 어리석음에 속한다.”


고슴도치 우화의 예에는 오류가 있다. 실제로 고슴도치는 상대가 찔리지 않도록 가시를 눕힌다고 한다. 다른 고슴도치가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할 줄 알며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바늘이 없는 머리를 맞대며 추위를 이겨 낸다고 한다.

이런 과학적 사실을 몰랐지만, 쇼펜하우어가 우리가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배려하는 마음을 고슴도치에게서 배워야 할 덕목으로 본 것은 의미가 있다. 너무 지나친 사랑과 관심 또한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약간의 무관심과 냉정함을 통한 적당한 거리 두기라는 현명한 방법을 통해 서로의 온기를 적당히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내면이 공허하고, 의식이 빈약하고, 정신이 빈곤한 사람은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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