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바나나 바나나 바나나

네로 | 2002.01.17 10:08:25 댓글: 0 조회: 1080 추천: 0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453
바나나이야기1

얼마전에 밤깊은 시간 청량리역앞 큰길을 지나가다가 바나나장수를 보았다.원래 바나나를 사먹고싶은 생각은 별로 없는데 너무 싸게 팔아서 그냥 지나칠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열개쯤 달려있는 뭉테기를 단돈 천원에 샀다.그런데 내가 건네받으려고 하는 순간 한뭉테기를 더 내미는것이 아닌가? <1000원어치만 달라고 했는데요?><이건 덤이니까 얼른 가져가슈.>나는 웬떡이냐 좋아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음 그런데 환한 전등불및에서 보니까 바나나가 싼 이유를 알았다.바나나가 살짝 얼어있었던것이였다. 집안의 따뜻한 온기를 받으니 바나나가 삽시간에 물러지기 시작한다.이거 이자리에서 먹어치울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대로 하룻밤만 지나도 상할게 뻔해서 약간 골머리가 아팠다.그렇다고 멀쩡한 바나나를 버리기도 아깝고, 어쩌면 좋담? 한참 머리를 짜다가 <에라!모르겠다.일단 껍질을 발라서 얼려두자.>라는 엉뚱한 결정을 내리고 그자리에서 행동으로 옮겼다.하지만 나중에 어떻게 처치할지에 대한 계획은 전혀 세워져있지 않았으므로 며칠안가 까마아득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친구 몇명과 같이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는 자리에서 어찌하여 나의 냉동바나나이야기가 나왔고 뒤처리가 곤난하다는 말에 같이 있던 한 친구가 말한다.<바나나를 랩에 싸서 얼리면 바나나아이스크림이 되는데 영 맛있소.>같이 있던 여자후배도 박수를 치며 한번 얻어먹으러 가겠다고 난리다. 과연 집에 돌아와서 냉동고에서 냉동바나나를 꺼내 한입 깨물어보니 생각밖으로 딱딱하지 않고 달콤한데다가 향긋한 내음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저녁에 퇴근하고 냉동바나나를 안주로 맥주를 마시느라니 갑자기 <인간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떠오른다. 언바나나를 사지 않았더면 바나나는 얼려서도 먹을수 있다는것을 몰랐을것이며 이렇게 맛있는 냉동바나나를 맛볼수도 없었을것이 아닌가? 내게 닥친 모든 시련과 고난도 나중에는 냉동바나나처럼 기쁨과 행복으로 돌아올수 있기를 바란다.

바나나이야기2

중국에서도 바나나를 사려다가 낭패를 볼번한적이 있는데 세월은 거슬러 10여년전,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적이였다.친구와 같이 할빈으로 다녀온적이 한번 있는데 돌아올때 장춘역에 잠간 내려 바람을 쏘이던중 울긋불긋한 역전앞 과일가게에 진렬해놓은 과일중 싯누런 바나나가 유난히도 눈에 띄인다.

그때만 하더라도 바나나는 귀한 과일이였다.중국의 남방에서는 바나나가 지천에 깔려있어 무척 싸지만 동북지역까지는 몇천리나 되는 길이라 보관이 용이하지 않은데다가 운송비도 만만치 않으므로 비쌀수밖에...

그런데 불과 몇년새에 가격이 거짓말처럼 싸졌다.원인은 지금도 모르겠는데 기차속도가 빨라졌거나 내지는 획기적인 보관방법을 개발한 탓이렸다.(사실은 시장경제를 도입한뒤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결과라고 믿는다.한국에서는 겨울에 비닐하우스에 야채를 심어먹지만 지금 중국의 동북지역에서는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자연재배한 야채를 먹을수 있다,원인은 무더운 남방에서 싼값에 채소를 사다가 보온차량으로 날라오면 되니까.)

아무튼 이야기가 또 다른데로 달아났는데 기차칸에서 먹으려고 굵직한 바나나를 서너근 됨직하게 샀다. 과일장수 아주머니가 무게를 달고 비닐봉지에 담아서 나에게 건네는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저울에서 바나나무게를 재고 바나나를 내려 봉지에 담는데 바나나를 봉지에 담은 뒤 나에게 건네는 대신 슬쩍 옆에 미리 비치해둔 좀 작은 크기의 비닐봉지를 내밀었던것이다.

전과정은 널판지로 가려진 매대뒤에서 날렵하게 진행되였지만 그만 내가 호기심이 발동해서 목을 쑥 뻗쳐서 들여다본탓에 고스란히 발각되였다.<지금 뭐하시는겁니까? 안사요!> 아직 돈도 건네지 않았는지라 나는 가슴을 쑥 뻗치고 개선장군인양 의기양양하게 돌아서서 나왔다."그래도 똑똑해서 속임수에 들지 않았네^^"

그리고 이번엔 다른가게로 옮겨서 바나나를 사기로 했다.바나나를 파는 사람은 아주 순박해보이는 아주머니다,바나나를 고르고 무게를 달고 여기까지는 아무이상없이 진행됐지만 비닐봉지에 담고 건네려는 순간 이 순박해보이는 아주머니의 손도 어김없이 옆에 있는 작은 비닐봉지로 간다.이럴수가! 사기치는 과일장수는 한사람뿐이 아니였다.장춘역에서는 과일봉지바꿔치기수법이 아주 널리 보급되여있었다.

순간 나는 숨을 흑,들이그으면서 포기했다.그리고는 아주머니가 건네주는 바나나봉지를 손으로 막고 다른 한손은 매대뒤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것말고 좀전에 저울에 달았던 바나나를 주십시오.> 순간 그아주머니의 얼굴이 홍시처럼 달아오른다.아무리 하루에 수십번씩 속임수를 써먹더라도 들키니까 부끄러운 모양이다.

아무튼 우여곡절끝에 그날은 겨우 바나나를 구입하여 먹을수 있게 됐다.10년이 지난 지금도 장춘역 과일장수들은 바나나바꿔치기로 돈을 벌고있는지? 못내 궁금하다.

바나나이야기3

나는 바나나를 무척 좋아하는데다가 한국에서는 과일중에서도 바나나가 싼편이라 매일같이 사먹던때도 있었다. 어느 겨울날 저녁,시장에 유별나게 탐스러운 바나나가 있어서 3,4킬로는 거의 됨직한 한뭉테기를 구입했다.그리고  조그마하고 아담한 나의 보금자리로 돌아와서 한가슴 가득한 바나나의 향기를 맡아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둘러보기도 하며 즐거워하다가 문득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바나나송이가 나무에 매달려있는것처럼 벽에 달아놓는것였다.그리고 아무때건 바나나가 먹고싶으면 손을 뻗쳐 나무에서 따듯이 따서 먹는것이다.음하하!

즉시 든든한 끈을 구해다가 바나나를 벽에 있는 못에다가 매달았다. 그리고 한걸음 물러서서 샛노랗고 통통한 바나나송이를 바라보고있노라니 어느새 비좁은 나의 집은 열대의 해변으로 변하고 쏴아...하고 바다소리가 들려오고 해풍이 불어와 내머리가 흩날린다.

하얀 반바지에다가 파란 반소매적삼을 입은 나는 맨발바람에 해변의 바나나숲사이를 한가롭게 거닐다가 하나 뚝 따서 껍질을 바른뒤 한입 그득히 깨문다.

아무튼 이러루한 즐거운 상상을 실컷하다가 미소를 짓고 꿈나라로 들어갔고 이튿날 아침 아쉬운 눈길로 몇번이고 벽에 걸려있는 바나나를 쳐다보다가 미련을 뒤로 하고 출근했다.

공장에서 한손에는 망치를,다른 한손에는 전기용접기를 들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나서 지친몸을 끌고 퇴근했다. 처음 집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벽부터 쳐다보았다. 샛노란 바나나의 빛갈과 그 달콤한 바닐라향을 맡기만 하면 전신의 피로가 확 풀릴것 같았다.

그런데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라고 할가, 나를 반겨줘야 할 바나나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앙상하고 볼품없는 줄기만 남아있을뿐...도대체 누가 이런 천벌을 받을짓을? 나의 천사같은 바나나를 다 훔쳐먹었단 말인가?

그런데 장판바닥을 보는순간 아연실색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바나나들이 처참하게 짓뭉개진채로 도처에 널려있는것이다.알고보니 바나나를 따뜻한 실내에 매달아놓으니 취약한 꼭지부분이 더욱 물컹해져서 묵직한 바나나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모조리 끊어진것이다.이리하여 2미터높이의 벽에서 <자유낙하>한 바나나들은 형체도 못알아보게 짓뭉개졌고,

그리하여 아름다웠던<열대해변의 꿈>은 하루만에 접어야만 했다.오~ 바닥에 떡칠한 바나나를 주워담을 때 나의 산산이 부서진 가슴이여~ 아름다운 젊음의 슬픔이여...

PS:바나나를 헬때 단위명사를 손이라고 써야 마땅하지만 습관이 되지 않는다.못알아보는 분들도 계실테고...뭉테기가 더 생동하게 표현된다고 생각돼서 나름대로 대용했다.

중국에서는 과일을 저울을 떠서 팔고 한국에서는 그릇에 담거나 갯수에 따라 판다.
저울로 파니까 무게를 속이는 속임수가 자꾸 발생해서 골칫거리지만 그렇다고 갯수에 따라 파는것은 합당하다고 할순 없다.가격비교가 안되니까,웃동네에서 수박이 한통에 만원이고 아랫동네가 9000원이라고 해서 웃동네수박이 비싸다고는 할수 없다.웃동네수박이 더 클수도 있으니까.아마 옛시적부터 저울같은것이 없이 매매가 이루어진 관습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거라고 본다.그럼 이글을 보고 놀라실 중국분도 계실거다.<헉! 그럼 앵두는 어떻게?> 걱정마라 앵두나 대추는 되로 담아 판다. 아무튼 한국에서는 정육점을 제외하고 저울보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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